2020-08-25

1611 인터넷방송에서 인기 끄는 탈북 BJ - 일요서울

 


1611 인터넷방송에서 인기 끄는 탈북 BJ - 일요서울

인터넷방송에서 인기 끄는 탈북 BJ꽃제비·탈북이야기부터 북한 먹거리 소개까지

오두환 기자
승인 2016.11.11 20:04



이평씨 인터넷 방송 캡쳐 화면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인터넷방송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최근까지 MBC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인터넷방송 시스템을 그대로 공중파에 옮겨놓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대화창을 통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점과 다양한 주제의 방송이 가능해 마니아가 늘고 있다.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인터넷방송계에 때 아닌 탈북자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탈북자 출신의 BJ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에서는 탈북자 출신 브로드캐스팅 자키(BJ)들의 활약상을 알아봤다.


“공개 처형 봤어요?” “한국은 못 산다고 배우나요?” 등

쏟아지는 질문 위해 방송 프로그램 만들기도



인터넷 방송 초기 자극적인 소재의 방송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착 단계에 들어선 요즘 다양한 소재의 인터넷 방송이 인기 BJ들을 양산하며 주목 받고 있다.

인터넷 방송에서 여전히 핫한 소재는 이른바 ‘먹방’이다. 다양한 음식을 맛깔스럽게 먹는 방송 모습은 시청자들의 원초적인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 외에는 각종 게임 방송 등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탈북 BJ들이 인터넷방송에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탈북자들은 많았어도 탈북자 출신이 진행하고 만드는 인터넷방송은 전에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이평, 손봄향 등
유튜브 등서 맹활약


현재 활동하는 탈북자 출신 BJ로는 이평, 손봄향 등이 유명하다. 이들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프리카TV에서 애청자수가 각각 366,639명, 1,998,840명이다. 
유튜브 구독자 수는 각각 37,104명, 82,724명이다.

이평은 1994년생으로 함경북도 청진 출신이다. 이 씨는 8살 때 처음 탈북을 감행했다. 할머니와 같이 탈북을 시도했지만 중국에서 잡히는 바람에 북송됐다. 이후 11살 때 혼자 탈북을 다시 시도했고 성공해 몽골을 거쳐 2004년 한국에 들어왔다.

방송을 통해 보이는 이 씨는 전형적인 한국 청년이다. 오히려 일반 청년에 비하면 더 세련됐다. 피어싱한 눈썹이며 팔에는 문신까지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말 탈북자 출신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채팅창을 통해 올라오는 이런 질문이 올라올 때면 그는 “탈북자 출신 맞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 살다 보니 말투나 그런 것들이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인터넷방송을 시작한 이유는 북한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방송을 통해 “한국 사람들이 아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제가 생각하는 거랑 많이 달라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북한 관련 질문만 모아
방송하기도

이평의 방송은 다른 BJ들의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대부분의 소재가 북한과 관련됐다는 점이 차별화 됐다. 그래서 이 씨는 평소 방송 중 채팅창에 올라왔던 북한 관련 질문만 따로 모아 방송을 하기도 했다.

이 씨는 지난 9월 ‘가장 많이 받는 질문 대답해주기 1탄’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북한 관련 질문은 물론 일반적인 질문까지 총정리해 대답해 주는 방송이었다.

방송에 소개된 질문은 정말 다양했다. “타투 안 아파요?” “피어싱 안 아파요?” “몇살이에요?” “직업이 뭐예요?” “탈북할 때 힘들었어요?” “북한 사투리 왜 안 써요?” “국정원 어때요?” “공개 처형 봤어요?” “북한에서 뭐하고 놀았어요?” “북한사람은 다 특공무술 하나요?” “북한에 길가다 보면 굶어서 쓰러진 사람들 있나요?” “방송하면 안 위험해요?” “한국은 못 산다고 배우나요?” 등이다.

이씨는 국정원에 대한 질문에 대해 탈북 후 한국에 들어와 하나원에 들어가기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침대만 덩그러니 있는 조그만 한 독방에 있다가 국정원의 조사가 시작되면 국정원 직원과 단둘이 책상에 앉아 묻고 답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노트북 하나를 앞에 두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질문에 답했던 기억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북한 사람들이 다 특공무술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라고 대답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따로 특공 무술을 배우지 않는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었다.

생생한 북한 현실
탈북 과정 소개

방송 중에 이 씨는 북한의 힘겨운 생활상도 전했다. 물론 수년 전의 일이지만 길거리에서 마주친 ‘꽃제비’ 이야기였다. 동상에 걸려 손가락과 발가락을 잃은 모습이었던 아이들이 당시 ‘꽃제비’들이 모여있던 청진역으로 가던 도중이었는데 발가락이 없어 제대로 걷지 못해 쉬고 있었다고 한다. 먹을 것도 없어 구걸하던 그들에게 이 씨는 갖고 있던 돈 중 20원을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일화는 심부름 가던 길에 마주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학교 근처에서 굶주림에 지친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는데 먹을 걸 달라고 했단다. 이 씨에 따르면 당시 근처에 있는 어느 누구도 먹을 걸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당시 이 씨는 심부름으로 생선 내장을 얻어가던 길이었는데 굶주림에 지친 사람이 생선 내장이라도 달라고 해 조금 나눠줬다.



북한에 있을 당시 학교에서 있었던 한국에 대한 교육 이야기도 재미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현재 남한의 모습이라며 본 동영상에 대한 이야기다. 영상 속의 한국의 모습은 전쟁 후 또는 정말 경제적으로 어려워 못사는 나라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 기억 속의 영상에는 한 할머니가 머리에 이것저것 이고 가는 모습 등이 나왔었다고 했다.

그것만 믿고 있던 이 씨는 “중국에 와서 와~ 하며 놀랐고 또 한국에 와서 와~ 하고 놀랐다”며 “북한에서 듣고 봤던 남한의 모습이 너무나 달라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평은 방송을 통해 북한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한다. 방송 프로그램 소재를 선정할 때도 되도록이면 일반인들이 모르는 북한 정보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북한음식 명태대갈순대 먹방’ ‘탈북BJ가 직접 알려주는 북한단어교실’ 등이다.

인기를 먹고사는 BJ이지만 좋은 정보를 알리고 싶은 게 이 씨의 마음이다. 이 씨는 앞으로도 북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계속 방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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