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6

정민의 습정 -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나를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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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 <<습정 -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나를 지키다>>(김영사, 2020년 2월)
‘습정(習靜)’이란 말이 있다. 고요함을 익힌다는 뜻이다. 저자 정민은 현대 한국을 대표하는 고전 학자인데, 그가 옛글 100편을 뽑아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들려준다. 참으로 읽을만한 책이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음의 소식’, ‘공부의 자세’, ‘세간의 시비’, ‘성쇠와 흥망’이란 제목이 말하듯 혼란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되새겨 보아야 할 좋은 글로 가득하다. 한편 한편이 아름답고 품위 있는 글이다.
가슴에 남은 두어 대목을 뽑아서 적어본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은 도서관에서든 책에서는 한번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다.
“세상 사는 일에 어려움은 늘 있게 마련이다. 일에 닥쳐 아등바등 발만 구르면 사는 일은 고해(苦海) 그 자체다. 두문정수(杜門靜守), 바깥으로 쏠리는 마음을 거두어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돈을 많이 버는 수가 있다고 꼬드기면, 못 들을 말을 들은 듯이 몸을 움츠린다. 생각지 않은 일이 생기면 낙담하지 않고 곧 지나가겠지 한다. 나이 들어 몸이 아픈 것이야 당연한데 덩달아 정신마저 피폐해지면 민망하다. 거처는 적막하고 소슬해도 마음속에 환한 빛이 있고, 웬만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 기상이 있다. 근심이 쳐들어와도 나를 흔들지 못하고, 늘 꿈 없이 잠을 잔다. 몸은 기운이 남아도는데 마음에 불빛이 꺼진 인생이 더 문제다.”
“광성부원군 김만기(金萬基)의 집안은 부귀가 대단하고 자손이 많았다. 입춘첩에 ‘만사여의(萬事如意)’란 글이 나붙었다. 김진규(金鎭圭)가 이를 보고 말했다. ‘이 입춘첩을 쓴 것이 누구냐? 사람이 세상에 나서 한두 가지도 마음먹은 대로 하기가 어려운데, 모든 일을 마음먹은 대로 이루게 해달라니, 조물주가 꺼릴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 집안이 장차 쇠망하겠구나!’ 얼마 후 수난을 당하고 유배를 가서 그 말대로 되었다. 좋은 꽃은 반쯤 피었을 때 보아야 좋다. 활짝 피어 흐드러진 뒤에는 추하게 질 일만 남았다. 뭐든 조금 부족한 듯할 때 그치는 것이 맞다.”
“이는 단단하기 때문에 부러진다. 지극한 사람이 부드러움을 귀히 여기는 까닭이다. 칼날은 예리해서 부러진다. 그래서 지극한 사람은 두터움을 중하게 여긴다. 신룡神龍은 보기 어렵기 때문에 상서롭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지극한 사람은 감추는 것을 귀하게 본다.”
“맹자는 ‘사람이 닭이나 개가 달아나면 찾을 줄 알면서, 마음은 놓치고도 찾을 줄 모른다. 공부란 별것이 아니다. 달아난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라고 했다. 마음이 주인 노릇을 못하면 몸은 그대로 허깨비가 된다.”
구구절절 주옥같은 말씀이다. 바쁘게 사는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성찰과 지혜의 구슬이니, 몇 개라도 마음의 실로 꿰어 평생의 보배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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