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6

정민 지음 구매 - 조선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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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조선 후기 지식 패러다임의 변화와 문화 변동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2월


다산어록청상
정민 지음 / 푸르메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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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은이)푸른역사2004-04-03
미쳐야 미친다
330쪽

책소개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사로잡았던 열정과 광기를 탐색한 글. 남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출세에 보탬이 되든 말든,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신을 가졌던 이들, 이리 재고 저리 재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성실과 노력으로 일관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 지은이는 18세기 지식인들이 마니아적 성향에 열광했다는 데에 주목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 이룬 업적과 그 삶의 태도를 기록한다.

굶어죽고 만 천재 천문학자 김영, 과거시험 대필업자라는 조롱 속에 세상을 냉소하였던 노긍, <백이전>을 1억 1만 3천 번(지금의 숫자로는 11만번) 읽은 독서광 김득신, 어찌보면 엽기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깊이 빠졌던 이들의 이야기가 더없이 재미있을 뿐 아니라 그 올곧은 태도가 한없이 아름답다.
목차
1. 벽癖에 들린 사람들
미쳐야 미친다 | 벽(癖)에 들린 사람들
굶어 죽은 천재를 아시오? | 독보적인 천문학자 김영
독서광 이야기 | 김득신의 독수기와 고음벽
지리산의 물고기 | 책에 미친 바보 이덕무
송곳으로 귀를 찌르다 | 박제가와 서문장
그가 죽자 조선은 한 사람을 잃었다 | 노긍의 슬픈 상상

2. 맛난 만남
이런 집을 그려주게 | 허균과 화가 이정
산자고새의 노래 | 허균과 기생 계량의 우정
어떤 사제간 | 권필과 송희갑의 강화도 생활
삶을 바꾼 만남 | 정약용과 강진 시절 제자 황상
실내악이 있는 풍경 | 홍대용과 그의 벗들
돈 좀 꿔주게 | 박지원은 짧은 편지
노을치마에 써준 글 | 가족을 그린 정약용의 편지

3. 일상속의 깨달음
연기속의 깨달음 | 이옥과 박지원의 소품산문
그림자놀이 | 이덕무와 정약용의 산문
천하의 지극한 문장 | 홍길주의 이상한 기행문
신선의 꿈과 깨달음의 길 |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관한 허균의 생각
세검정 구경하는 법 | 정약용의 유기 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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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문장 공부를 버리고 경국제세(經國濟世)의 공부에 몰두하고는 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써먹을 데도 없다. 그래서 뜻 높은 이에게 마음을 슬쩍 비춰 보일 뿐, 세상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 나는 껍데기의 삶은 살지 않겠다. 뼈가 썩은 뒤에도 길이 남을 정신으로 살겠다. 세상 사람들아! 나는 나다. 그의 이름이 어떻고, 신분이 어떻고, 죽었는지 살았는지가 어떻고는 묻지를 말아라.

이제 와 정작 슬픈 것은 그의 불우나 그 시대의 암울이 아니라 먼지만 풀풀 이는, 감동을 잊은 지 오래인 건조한 우리네 마음이다. 무연히 박제가의 <묘향산소기>를 읽다 말고 나는 한참이나 딴 생각을 했던 것이다.

- 본문 103 쪽에서  접기
"더 노력해라. 공부란 꼭 과거를 보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54쪽 - 해푱
으리으리하고 화려한 집도 내 손때가 묻지 않고는 남의 집일 뿐이다. 물건 하나 하나에 가족의 기억이 묻어 있는 집, 함께 보낸 시간들의 추억이 먼지처럼 떠 다니는 곳, 그곳만이 내 집이다.-227쪽 - 해푱
늘 여유와 한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옛사람은 "젊었을 적 한가로움이라야 한가로움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다 늙어 한가로운 것이야 할 일이 없는 것이지 한가로움이라 말할 것이 못 된다. 숨가쁜 일상 속에서 짬 내어 누리는 한가로움, 일부러 애써서 찾아내는 한가로움이야야 그 맛이 달고 고맙다.-263쪽 - 해푱
출력을 하려면 입력이 있어야 한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든든한 바탕 공부를 갖추어야 한다. 든 것도 없이 꺼내려고만 들면 얼마 못 가 밑천이 바닥나고 만다. 바싹 마른 우물에서는 물이 솟지 않는다.-280쪽 - 해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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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에 미칠 만큼 열정을 가져 본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 김병완 (한국퀀텀리딩센터 김병완칼리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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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정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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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 지성사의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며 옛글에 담긴 깊은 사유와 성찰을 우리 사회에 전하고 있다.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다룬 《비슷한 것은 가짜다》 《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 18세기 지식인에 관한 《열여덟 살 이덕무》 《잊혀진 실학자 이덕리와 동다기》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미쳐야 미친다》 《파란》 등을 썼다. 또 청언소품(淸言小品)에 관심을 가져 《일침》 《조심》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석복》 《습정》을 펴냈다. 이 밖에 조... 더보기
수상 : 2007년 간행물문화대상
최근작 : <한국의 다서>,<다산과 강진 용혈>,<습정> … 총 179종 (모두보기)
정민(지은이)의 말
절망 속에서 성실과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우뚝 세워올린 노력가들, 삶이 곧 예술이 되고, 예술이 그 자체로 삶이었던 예술가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세워 한 시대의 앙가슴과 만나려 했던 마니아들의 삶 속에 나를 비춰보는 일은, 본받을 만한 사표(師表)도 뚜렷한 지향도 없어 스산하기 짝이 없는 이 시대를 건너가는 데 작은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ditor Blog동아일보 기획, 흥미진진한 역사 읽기 30선 l 2006-07-04
동아일보가 ‘흥미진진한 역사 읽기 30선’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독서평론가 역사학자 문인 등 각계 30명에게서 추천받은 100여 권의 책 가운데 30권을 선정해 소개합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역사 교양서 및 역사소설을 위주로 골랐습니다.

2005년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 교양부문 l 2005-09-15
2005년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관 내 '오늘의 책' 코너에 전시될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종 중 교양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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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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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잠시 멈춘 세계 앞에서>,<동학.천도교와 기독교의 갈등과 연대, 1893~1919>등 총 275종
대표분야 : 역사 6위 (브랜드 지수 425,41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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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지대한 관심, 성실과 노력을 발휘했던 조선의 대표 지식인들을 만나는 책 `미쳐야 미친다(정민 지음, 푸른 역사 펴냄)`를 소개합니다.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민 교수는 18세기 이후 조선의 지식인이 보여준 열정과 광기의 기록을 따라가는 `미쳐야 미친다`를 쓰셨습니다. 허균, 권필,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김득신, 노긍, 김영 등을 그 시대의 안티 혹은 마이너로 보았지요. 18세기는 조선에서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영정조 시대, 지식인들을 대거 기용해 나라의 학문이나 기술 발전에 힘쓰도록 만들었죠. 다만, 당시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개성을 지닌 탓에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습니다. 지금에 이르러서 재평가 받았다고 할까요?



나는 이 책을 통해 잊혀진 작은 영웅들을 복원해내고 싶다. 그들은 죄인으로, 역적으로, 서얼로, 혹은 천대받고 멸시받는 기생과 화가로 한 세상을 고달프게 건너갔다. 이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심지어 굶어 죽기까지 했다. 그들의 삶은 대부분 잊혀졌지만, 어느 순간 나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정신이 번쩍 들게 했던 그들의 뜨겁고 따뜻한 마음만은 오래 기억하고 싶다.

- 6쪽 `머리말`에서


이 책의 내용을 다 요약할 수 없지만, 되도록 책을 보고 쓰며 어떤 책인지 이해하도록 느낌을 담아내겠습니다.



1부_벽에 들린 사람들

처참한 가난과 신분의 질곡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던 맹목적인 자기 확신, 추호의 의심 없이 제 생의 전 질량을 바쳐 주인되는 삶을 살았던 옛사람들의 내면 풍경이 나는 그립다.



이 책의 제목처럼 자신의 관심사에 빠졌던 지식인을 다룹니다. 요즘 표현으로 치면 마니아 혹은 오덕후라 할까요? 여기 소개된 지식인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배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특이한 관심사에 빠져 활동하는 것도 힘들 텐데, 제약이 더 많았던 18세기에 오죽했을까요?



한 시대 정신사와 예술사의 발흥 뒤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어느 한 분야에 이유 없이 미치는 마니아 집단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역사에 뚜렷한 이름 석 자조차 남기지 못하고 스러질 때가 더 많다. 하지만 한 시대의 열정이 이런 진짜들에 의해 안받침되고, 우연히 남은 한 도막 글에서 그들의 체취와 만나게 되는 것은 한편 슬프고 또 한편으로 다행한 일이다.

- 31쪽 `미쳐야 미친다` 말미

학문의 성취가 높아질수록 주변의 질시는 높아만 갔다. 그는 세상에게 버림받은 채 학문에만 몰두하다가 평생을 따라다니던 곤궁을 떨치지 못하고 굶어 죽었다.

- 49쪽 `굶어 죽은 천재를 아시오?`에서


특히 박제가가 읽었다는 서문장 이야기를 접하면서 서양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이야기와 겹쳤습니다. 둘 다 생전에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 했고, 찌르고 자르는 차이가 있지만 귀에 상처를 냈었죠. 서문장은 서얼이었는데, 그런 삶이 불행했기에 같은 처지의 박제가가 보고 슬퍼했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읽으며 자해하는 용기가 없어 그렇지 나라도 같은 상황에서 저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했고요.



문장 공부를 버리고 경국제세의 공부에 몰두하고는 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써먹을 데도 없다. 그래서 뜻 높은 이에게 마음을 슬쩍 비춰 보일 뿐, 세상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

(중략)

나는 껍데기의 삶은 살지 않겠다. 뼈가 썩은 뒤에도 길이 남을 정신으로 살겠다. 세상 사람들아! 나는 나다. 그의 이름이 어떻고, 신분이 어떻고, 죽었는지 살았는지가 어떻고는 묻지를 말아라.

- 103쪽 `송곳으로 귀를 찌르다`에서


지식인의 긍지를 갖고 살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슬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요.



품은 식견을 세상을 위해 쓰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김삿갓 같은 시인의 존재는, 지식인을 고작 말장난이나 하면서 경계인으로 떠돌다 죽게 만든 벼든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일깨운다.

- 105쪽 `그가 죽자 조선은 한 사람을 잃었다`에서


2부_맛난 만남

만남은 맛남이다. 누구든 일생에 잊을 수 없는 몇 번의 맛난 만남을 갖는다. 이 몇 번의 만남이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 만남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일 수가 없다.



우리가 아는 지식들이 만난 사람들, 이들의 만남을 통해 얼마나 인간적이고, 삶에 큰 정점을 찍었는지 느껴지네요.



이정은 허균보다 아홉 살 아래에 보잘것없는 화공의 신분이었다. 나이를 잊고 신분을 떠나 사귐을 나누었던 그가, 네가 못 오면 내 옆에서 웃고 떠드는 그림이라도 그려서 보내라고 부탁할 만큼 각별히 아꼈던 그가, 잘먹고 잘살라며 정성의 귀한 비단을 다 버려 놓고 달아났던 그가 이렇게 덧없이 훌쩍 가버리자 참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 그림을 중하게 여겼지만, 나는 그 사람을 중히 여겼다는 말, 그가 죽자 풍류가 문득 다 스러지고 말았다는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 130쪽 `이런 집을 그려주게`에서


이래서 사람과 만남이 중요하나 봅니다.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고, 기쁠 때 같이 기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 일이죠.



한 세상 건너가는 일이 예나 지금이나 쉽지가 않다. 벗이 있어 그 험난한 여정에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 옛 사람은 벗을 두고 `제이오` 즉 제2의 나라고 했다. 내가 품은 생각을 그가 홀로 알고, 그의 깊은 고민을 내가 먼저 안다. 지기나 지음이니 하는 말은 차고 쓴 세상을 견뎌내는 동지애적 연민을 수반한다.

- 138쪽 `산자고새의 노래` 서두


서로 짧은 글로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당시 지식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짧은 글 속에 작품세계를 심으며 대화를 나눴다는 건 서로 터놓고 얘기할 정도로 친하다는 걸 반증하지요.



척독은 지금을 치면 엽서쯤에 해당하는 짤막한 편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중략)

척독은 결코 시간이 없어 짧게 쓴 것이 아니다. 긴 편지를 쓰는 것 이상으로 애를 써서 작품성을 의식하고 제작된 글이다, 척독을 읽고 나면 정경이 떠오르고, 그림이 그려진다. 절제된 비유와 간결한 표현, 말할 듯 하지 않고 머금는 여백의 미를 추구한다.

- 213쪽 `돈 좀 꿔주게`에서



3부_일상 속의 깨달음

고수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그들의 눈은 남들이 다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을 단번에 읽어낸다. 핵심을 찌른다. 사물의 본질을 투시하는 맑고 깊은 눈, 평범한 곳에서 비범한 일깨움을 이끌어 내는 통찰력이 담겨있다.



작가는 평범한 소재에서 남들이 보지 못 하는 걸 찾아내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 통찰력을 가졌다는 게 대단한데 지식인들도 가졌다는 사실에 놀랐지요.



이옥이 지은 《연경》이란 책이 발견되었다. 골초였던 그는 담배를 사랑한 나머지 담배의 역사를 기록으로 정리할 생각까지 하게 된 모양이다.

(중략)

˝부처님에게는 향로가 있어 아침 저녁으로 향을 사른다. 향로에 향을 사르고 나면 향은 반드시 연기가 된다. (중략) 화로에 태워 연기가 되고 나면 향 연기도 연기이고, 담배 연기도 또한 연기이니, 담배 연기나 향연기나 똑같은 연기여서, 똑같은 연기 가운데 이 연기와 저 연기일 뿐이다. 부처님이라 해서 어찌 다만 향 연기만 좋아하고 담배 연기는 좋아하지 않겠는가?(후략)˝

- 246~248쪽 `연기 속의 깨달음`에서


기발함이 느껴지죠? 이번에는 문장에 관한 홍길주 이야기입니다.



홍길주는 두 차례 행차 사이의 맥락 문제를 문장가가 문장지을 때 끊어졌다 이어지는 기변과 연관짓는다. 한 편의 글은 여러 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진다. 단락이란 생각의 덩어리이다. 여러 개의 생각들이 여러 개의 덩어리를 이루고, 그 덩어리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총체적인 형상을 빚어낸다. 그러기에 하나 하나의 덩어리들은 각기 독립된 개채로 존재하고 있지만, 그것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긴밀한 연계가 있어야 한다.

- 296쪽 `천하의 지극한 문장`에서


당연해 보이는 설명을 심오하게 다루지요? 우리는 글을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 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 단학의 수련도 결국은 마음공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것은 결코 속세를 떠나 가족도 버리고 직장도 버리고 깊은 산 속에서 풀뿌리나 캐어 먹으며 사는 삶을 부추기는 것일 수 없다. 생식하고 고기 안 먹고, 잠 안 자고 수련하여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중략)

하늘을 훨훨 나는 신선이란 것도 결국 잡념을 걷어가 해맑아진 마음을 얻게 되는 대자유의 경계를 비유한 것이 아니겠는가?

- 316쪽 `신선의 꿈과 깨달음의 길`에서



신선의 꿈을 꾸었다는 허균의 이야기에서 저 같은 사람은 신선처럼 될 수 없다는 체념을 했고, 이 세상이 얼마나 어지러웠으면 신선을 꿈꾸었을까하는 생각을 느꼈습니다. 몸과 마음을 진정으로 닦는 게 어렵다고 말하네요.



18세기 지식인들의 열정, 성실, 기행을 보면서 나도 저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저 스스로 그렇다고 자부했었지만, 이들의 모습에 겸손해져야겠더군요.



지식인의 삶 속에서 만나는 삶의 지혜, 뚜렷한 목표의식, 평범함을 거부한 개성! `미쳐야 미친다`는 흥미로우면서 우리가 배울 게 뭐가 있을 까하며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책에 나온 지식인들과 저자인 정민 교수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Blueman 2015-05-25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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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지식채널e - 어느 독서광의 일기

 

 

 

 

Scene #1

 

 





 

 

 

 

 

 

 

 

 

 

 

 



벡곡(栢谷) 김득신은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오는 ‘백이전’(伯夷傳)을 총 11만 3천 번이나 읽을 정도로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기로 유명한 조선의 문인(文人)이다. 김득신의 아버지는 아들이 노자처럼 훌륭한 학자가 되기를 바랐지만 어린 김득신은 아무리 공부를 해도 제대로 된 내용 하나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썩 총명하지 못했다.

 

주위 이웃과 친지들은 김득신의 능력에 의구심을 품었지만 아버지만큼은 아들의 능력을 굳게 믿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죽음 앞에서도 자신을 믿었던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김득신은 오로지 책만 읽었다. 이때부터 책 전체의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서 읽기 시작했다. 결국 59세의 나이에 과거에 합격해 아버지가 그렇게 바라던 성균관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40년 간 책을 읽고 나서야 뜻을 이루게 된 것이다. 김득신의 묘비명에는 이러한 글이 쓰여 있다.

 

"재주가 남보다 못하다고 해서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마라. 나보다 둔한 사람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룸이 있었다. 그러니 힘쓰는데 달려있을 따름이다."

 


 

 

Scene #2
 

 



 

 

 


 

 

 

 

 

 

김득신의 반복 독서법도 대단하지만 그가 그토록 열심히 읽었던 ‘백이전’을 쓴 고대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도 김득신 못지않게 무수한 인고(忍苦)의 노력 끝에 뒤늦게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 낸 대기만성(大器晩成)형 인물이다. 사마천의 아버지는 천문과 역법을 주관하고 황실의 도서 관리를 담당하는 벼슬을 맡아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방대한 중국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사마천에게 자신의 작업을 마무리해줄 것을 부탁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만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사마천은 아버지처럼 황실 도서를 담당하는 관리가 되어 그 곳에서 본격적으로 <사기>을 편찬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중국과 전쟁을 치루고 있었던 흉노의 포위 속에서 부득이하게 투항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릉 장군을 변호하다가 그만 황제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사마천은 일생 일대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된다. 한 순간에 대역죄인으로 몰리고 말았다. 황제는 사마천에게 사형을 내렸지만 그 당시 중국에서는 사형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벌금을 내야 하는 것, 또 하나는 벌금을 낼 수 없다면 궁형(宮刑)을 받아야했다. 궁형은 남자의 생식기를 거세하는 형벌이다. 그 당시 궁형은 중국에서는 가장 치욕스러운 형벌 중의 하나였다. 사마천은 어떻게든 사형을 피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유지를 계속 이어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마천은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벌금을 낼 경제적 형편이 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어떻게든 벼랑 끝에 몰린 삶을 부지하기 위해서 궁형을 선택했다. 사마천은 죽음을 면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맡은 벼슬보다 한참 낮은 환관(내시)로 좌천되어야만 했고 일부 사대부들의 멸시를 받아 운신의 폭도 그리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사마천은 세상의 멸시와 핍박 속에서도 <사기>의 저술을 멈추지 않았으며 마침내 필생의 역작 <사기>를 완성했다. <사기>의 규모는 본기(本紀) 12권, 연표(年表) 10권, 서(書) 8권, 세가(世家) 30권, 열전(列傳) 70권. 모두 130권, 52만 6천 5백자. 34세 때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15년 만에 완성했다.
 

 

 


Scene #3

김득신과 사마천, 공통적으로 이 두 사람은 아버지의 소원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일에만 충실히 노력했으며 오랜 노력의 시간을 통해 하나의 목표를 끝내 이루고 마는 강한 집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주위의 냉담한 시선 속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그들의 시선에 맞춰 한계를 두지 않았다. 김득신의 묘비명대로 결국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목표의 달성 여부는 그것을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따라 달려있다.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계를 스스로 안다면 그것 또한 옳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자신 스스로 한계를 설정해놓고 애초부터 할 수 없다고 체념해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무슨 일을 하기도 전에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를 해선 안 된다. 그것은 결국 미련하고 게으른 자의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cyrus 2012-08-25 공감 (11)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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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로 가도 학점만 잘 따면 된다?

 

이번 주는 수강변경 기간이다. 듣고 싶은 과목이 있으나 수강인원이 차는 바람에 수강신청을 하지 못한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특별하면서도 아주 중요한 기간이다. 원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담당교수에게 수강허가서를 제출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요즘 대학가에서는 수강변경 기간의 본래 의미가 퇴색되어진 듯하다.

 

이 기간동안에는 취업에 유리한 과목, 학점을 잘 주는 교수의 과목을 파악 할 수 있다. 개강 첫 날에는 수강변경 기간이라고 해서 교수들은 출석 점검을 하지 않는다. 오리엔테이션(OT)를 통해 한 학기동안 배우게 될 교과목의 내용들을 거시적으로 학생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통해서 학생들은 이 과목을 공부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하고 다른 수업을 변경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다. 일단 여기까지 과정은 좋다. 자신이 듣게 될 수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다거나 학점 관리하는 데 있어서 공부할 자신이 없으면 변경할 수 있는 재량적 의지는 모든 학생들마다 있으며 나 또한 그러하다.

 

여기서 문제는 대부분 학생들의 귀가 얇다는 것이다. 자신의 동기 또는 선배들로부터 '모 교수님의 과목은 학점 잘 준다', '이 과목은 공부하기가 쉽고 편하다.'라는 식의 이야기에 혹해 그러한 과목을 수강하는 쪽으로 변경하게 된다는 것점이다. 하긴 학점 관리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학부생 3년차를 경험함으로써 느낀 것은 학과 내에서는 쉬운 과목이란 절대로 없으며 공부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않는 한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서 편의상 학점을 잘 주는 교수님도 없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번 주 내내 동기들로부터 전화, 카톡, 문자들이 수도 없이 찾아왔다. 개강하는 첫 주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며 친한 친구 이외에는 전화, 문자 교류도 잘 없는 나에게는 조금은 황당했다. 이런 상황에 더욱 황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대부분 전화나 문자를 보낸 목적은 수강 변경에 관한 사항이었다. 자신이 이런 교수님의 과목을 듣고 싶은데 이 수업, 학점 주는 데 괜찮냐는 식으로 물어봤다. 내가 왠만한 전공 학과 교수님의 수업을 들어봤고 학점도 잘 나왔기에 평소에 전화도 안 하는 몇 몇 동기들이 나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한 것이다.

 

나는 동기들의 질문에 친절하면서도 상세하게 답해주었다. 물론 설명하기 전에 먼저 다분히 주관적인 입장이 있다는 단서를 붙이고. 동기들이 물어본 몇 몇 교수님의 수업 스타일이나 수업시간에 내주는 과제 등 정말로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을 해도 동기들의 선택은 이미 공부하기가 편할 것처럼 보이는 교수의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결정나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 과 학생들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공부하기 편한 교수의 수업' 이란 다음과 같다. 첫째, 과제가 많이 없다. 한 학기동안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세 개 이상 넘어가면 벌써부터 포기하는 생각부터 든다. 둘째, 팀별 과제가 없는 과목을 좋아한다. 팀별 과제 상 낯선 학생들과 한 팀으로 이루어 서로 합심하여 과제의 성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팀 구성원 능력 부족, 팀 내 단결력이 부족하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팀별 과제를 꺼려한다. 오히려 팀별 과제는 자신과 과 친분이 있는 학생들과 같이 하려고 한다. 셋째, 학생참여형 과목을 싫어한다. 여기서 말하는 학생참여형 과목이란 단순히 교수가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데만 그치는 주입하는 형식의 강의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질의를 유도함으로써 학생들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과목을 말한다. 넷째, 주교재가 없는 과목을 선호한다. 특히 네번째 사항은 학생들이 많이 오해하고 착각하는 내용이다. 학생들은 주교재가 없다고 해서 굳이 3만원 넘는 비싼 돈을 들어가지 않는다고 좋아하는 데 천만의 말씀이다. 주교재가 없는 강의가 공부하는 데 있어서 어렵다. 주교재가 없기 때문에 그 수업내용과 관련해서 스스로 자료를 찾아 공부할 수 밖에 없다. 평소에 수업시간에 했던 공부와 관련해서 좀 더 관련자료를 찾아보거나 더 깊이 공부하려는 습관이 없다면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벅차며 결국에는 학점 관리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다섯째, 오픈테스트로 시험을 치는 과목을 좋아한다. 이 또한 역시 학생들이 많이 착각하는 사항이다. 오픈테스트는 머리 아프게 암기를 안 해도 된다. 그냥 정해진 자료 혹은 교재 텍스트 외부의 자료를 찾아 그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막연하게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해서 정리만 한다고 생각하는 데 말로만 쉽지 실제로는 객관식, 서술형 시험보다 더 까다롭다. 자료를 수집하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자료가 많다고 해서 중요한 건 아니다. 그 많은 자료를 한 가지 주제의 통일성에 맞게 결론을 도출할 줄 알아야 한다. 양으로 승부하다가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내용의 질이 중요하다. 결국에는 글쓰기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시험 성적 결과가 판가름 나게 된다. 과제 심지어 논리적 문장력이 요구되는 서술형 답안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오픈테스트를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사항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공부하는 과정보다는 공부의 결과에 연연한다. 즉, 그 내용을 학습함으로써 사회에 나가서 써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학점을 잘 받으면 그만이다. 이러한 학습 태도는 매 학년이 올라가면 할수록 혼자서 공부하기가 어려워진다. 남에게 의존하고 너무나 편하게 공부를 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어려워지고 전문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과목 앞에서 기가 죽어 버린다. 그러면 사회에 나갈 때도 공부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쉽게 하는 공부도 그리 좋지만 않다

 

사실 모든 사람이라면 머리가 아프지도 않을 정도로 쉽게 공부하는 과정을 선호하다. 나 역시 그렇다. 어찌 보면 시간 관리적 관점에서 본다면 보다 편리하게,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편한 공부야말로 무척 실용적인 방법이다. 그러한 추세는 요즘 서점가에서도 그런 유형을 볼 수 있다. 딱딱하고 여러운 고전을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그것도 핵심적인 내용만 발췌해서 소개한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오늘은 또 신문에서 보니 2014년 수능 때부터는 문제 난이도가 나뉘어져 수험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 바뀐다는 소식을 접했다. 학생들의 수준을 맞추기 위한 '수준별 수능'이라고는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저 '쉬운 수능'으로만 보였을 뿐이었다. 본 수능을 치기 전에 예비 수험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 이 세 과목을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중 택일하여 시험을 칠 수 있다.  새로운 수능 제도에 대한 사전 점검 차원에서 치러지는 것으로, 예비 수험생들은 새로운 출제 유형과 수준을
미리 접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대학별 국영수 난이도 반영 방법이다. 국어와 수학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 A. B 난이도가 나뉘지만 영어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체능계열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이 영어과목에서 어려운 B형을 채택,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를 보도한 일부 언론의 반응이다. 영어 과목 시험이 난이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난이도가 높은 시험에 학생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수준별 수능'의 제도적인 맹점이라고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능시험이 수험생들에게는 공부하기에 많이 부담되고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시험이기도 한다. 고득점을 얻어야만 자신이 원하는 좋은 일류 대학에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3년동안 열심히 공부해도 결국 소수만이 좋은 성적으로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특히 매년마다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수능 난이도가 쉽다고 항상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실상 수험생들이 체감하는 수능 난이도는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등장된 것이 '수준별 수능'인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이 점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개정된 수능시험 제도가 학생들에게 쉬운 공부 방법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난이도가 쉬운 A형 과목에서 고득점을 받은 수험생이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고등학교와는 다른 교육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걱정이 담긴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내가 공부 잘 하는 방법을 운운하기에는 내 수준을 스스로 봐서는 많이 어수룩한 면도 있고 나 역시 한창 공부를 해야 할 '학생'이다. 나도 학창 시절에 성적이 좋지 않은 슬럼프를 겪었을 때에는 소위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의 공부 비법을 따라 하기도 하고 그러한 사람들의 수기를 읽음으로써 노하우를 얻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공부'라는 것을 제대로 해보기 시작한 중학교 1학년부터해서 지금까지, 총 10여 년의 경험을 통해서 느낀 것은 이미 공부를 많이 해봤고 그런 과정을 통해 좋은 성과를 이루어 낸 사람들의 면모를 본다면 공통적으로 항상 빼놓지 않은 공부 방법이 있었으며 아무리 공부 잘 하는 사람의 비결이라고 해서 그 사람처럼 100% 통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결국에는 공부 고수들의 비결의 일부를 자신의 능력에 맞는 올바른 공부 과정으로 만들 줄 알며 그것을 체득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강 첫 날에는 교수님들은 과목의 개요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좋은 조언을 해주신다. 매 학기 개강 첫 날만 되면 자주 학생들에게 언급하는 레퍼토리다. 하지만 이런 교수님의 말씀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이미 젊은 시절부터 공부를 많이 해 본 사람이 바로 학과 교수님이다. 이분들도 '인간'인지라 지금의 학생들처럼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봤을 터이다. 그러기에 공부에 대한 교수님들의 말씀이 정말 중요하다.

 

이번 학기에는 주간에는 경영학을 수업을 듣고, 야간에는 주전공인 행정학 수업을 듣는다. 과목의 내용이 다른만큼 강의 환경, 교수님의 학습 스타일이 너무나도 다르다. 하지만 과목이 달라도 교수님들이 첫 강의 시간에 항상 말씀하시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공부하는 습관 그리고 태도의 중요성'이었다. 이번 주는 경영학과 행정학 수업을 넘나들면서 많은 교수님들로부터 공부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는데 나름 도움이 되었다. 내용 면에서는 다르지만 역시 공부를 많이 해 본 분답게 공부하는 과정, 방법 그리고 태도에 대한 사항은 비슷했다.

 

 

 

 

 첫째,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정이 필요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에 대한 갈망의 자세이다. 이러한 열정은 공부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요소이다. 으레 학기 초만 되면 주위 친구들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지.'

 

그런데 그런 학생들 중 대다수는 학기가 끝나고 나면 절망적인 성적표를 쥐게 된다.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에는 공부를 해야하는 어떠한 목표와 목적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열정 없이 시작하면 중간에 포기하게 되고, 결국에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하게 마련이다.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열정이 중요하다. 열정이 있다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게 된다.

 

 

 

 

 둘째,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김득신이라는 학자는 사마천의『사기열전』의 첫번째에 등장하는 '백이열전'을 무려 1억 1만 1천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고 한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정말 무식한 암기식 공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김득신이 왜 이러한 노력을 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그와 친분이 있었던 선비들의 증언에 의하면 김득신은 많은 책을 읽은 똑똑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암기력에서는 많이 부족했다는 평이 있다. 그래서 김득신은 '백이열전'만 해도 수없이 반복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사기열전』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무조건 소리내어 읽었으며 1만 번을 반복해서 읽은 책은 아예 읽은 횟수로 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김득신만 이런 공부 방법을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훌륭한 위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람들도 종이가 닳아지도록 반복해서 읽었다.

 

김득신의 사례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하는 공부 방법만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이를 참고 견디는 능력, 바로 인내라는 점이다. 인내심이 강한 사람은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와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 사실, 공부는 결코 쉽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재미가 없는 게 보통이고, 외워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 수많은 정보에 한숨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갈망하는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과 동시에 인내가 꼭 필요하다.

 

 

 

 

 셋째, 두뇌가 제대로 가동되는 시간을 파악해라


집중은 공부 외의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정신을 분산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한가지에 마음을 온전히 쏟을 수 있는 집중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조바심 내지 말고, 한 자리에 끈기 있게 앉아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하며, 한 자리에 앉으면 적어도 2시간 이상은 진득하게 앉아 있어야 하며, 공부하는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면 집중력이 분산되어 공부의 능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중력이 요구되는 시간은 사람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어떠한 사람은 2시간 이상 같은 곳이 앉아 있어서 공부가 잘 되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30분동안 공부해야 집중이 잘 되고 공부할 내용의 암기가 잘 되는 경우도 있다.

 

흔히 학생들은 공부 고수들의 모든 비결은 그대로 따라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칫 공부하는 흥미를 떨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람이 뇌를 잘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은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으며 나 역시 그러한 실패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험생 시절에는 쉬는 시간 10분동안 소변이 마리지 않는 이상 책상에 앉아 교과서와 문제집으로 공부를 했다. 주위 학생들이 떠들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당시에는 수능 고득점만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의 모습에 대단하다고 치켜세우는 친구들도 있는 반면에 쉬는 시간에도 공부만 하녀고 은근히 질투심 섞인 핀잔을 주는, 소위 '열폭'(열등감 폭발)에 휩싸인 공부 못하는 친구들의 불평도 있었다.

 

그 때는 5분이나 10분만 쉬고 한 두 시간 넘게 공부하는 것이 나에게는 최적의 공부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루에 해야 될 공부 분량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꼭 잠을 미루어가면서까지 해야 했다. 그래서 시험 전날에 새벽까지 뜬눈으로 공부해본 적도 많았다. 말 그래도 수험생 시절은 정말 공부만 죽어라 했던 것이다. (내용 자제만 보면 부모님의 강요 하에 의한 공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니다. 부모님은 그 당시, 온전히 나의 능력을 '과대 평가'했었기에 오히려 공부하라는 강요는 없었다. 오직 내가 필요한 문제집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 과감히 투자를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공부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좋은 결과도 있었지만 수험생 시절만 따로 통틀어 헤아려본다면 오히려 실패한 결과가 더 많았다. 혹자는 공부하는 시간과 노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교훈에서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정해져 있는 시간 내에서 알맞게 노력한 공부 방법 및 과정이라는 것이다. 결국에는 자신의 능력에 맞는 공부 방법을 제대로 몰랐기에 그저 많은 시간에 투자하는 공부를 할수록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무조건 믿게 되는 것이다.

 

대학생이 되면서 수험생 시절의 공부 방법의 문제점을 파악하게 되면서 선택한 공부 방법이 '살라미 공부 방법' 이다. 정치나 외교 용어 중에 '살라미(salami) 전술' 이라는 것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볼 수 있는 살라미 소시지에 유래되었는데 이 소시지를 오랫동안 보관함으로써 조금씩 얇게 썰어 먹는다고 한다. 이를 외교 용어, 특히 협상 전술의 한 방법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협상하는 데 있어서 단번에 목표를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순차적으로 목표를 성취해나가는 전술 방법이다. 말 그래도 살라미 소지지를 조금씩 썰어 먹듯이 협상 과정도 한 번에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조금씩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술 방식은 핵 문제를 둘러싼 북한의 외교 태도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방식인데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조금씩 풀어 놓으며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전략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공부 방법에서는 '살라미 전술'의 방식이 유용하다. 1시간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고 해서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령대마다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이라고 한다. 공부하는 데 있어서 집중한 시간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집중력을 높여가면서 공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길어도 1시간, 짧아도 30~40분 내로 공부하고 20분동안 쉰다. 하룻동안 암기해야 할 분량이 있다면 한 챕터당 40분씩 공부한다. 만약에 하나의 챕터에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다면 시간의 양을 늘려야겠지만 왠만하면 1시간 이상은 안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짧은 내용은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발휘해서 공부하는 것이 내가 선호하고 있는 공부 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을 통해 암기한 내용은 반복한다. 조금씩, 그렇다고 부족하지 않게끔 공부함으로써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장시간동안 공부하는 시절보다 집중력을 높일 수 있으므로 공부하기가 수월하고 최근에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모든 사람이 이러한 방식이 모두 적용되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이러한 공부 과정이 공부하는 과목 특성상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공무원 고시 공부 할 때 이러한 방법이 먹혀 들지는 스스로 의문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만의 공부 방식까지 설명했던 이유에는 자신에게 적합한 나만의 공부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 라는 속담이 있듯이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방법을 따라하다간 더욱 좌절감에 빠질 수도 있다.

  

 

 

 

 깊이 있으면서도 폭 넓게 공부를 하라


대학의 영어인 University의 어원이 '다양한 학자들의 집합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과 같이 대학은 본질상 매우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다양한 가치와 사고 체계를 가진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이들 간의 자유로운 학문적인 교류와 연구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전수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학은 '자유로운 다양성'을 중시하는 시스템과 환경을 갖출 필요가 있다.

많은 대학들이 선택과 집중을 발전전략으로 부각시키고 있지만, 지방대학과 같이 인적, 물적 자원이 한정되어 있어 교육과 관련된 시설 및 학문 분야에 고르게 투자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특히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은 다양한 학문분야 간의 자유로운 경쟁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수렴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이상적이며, 소수의 사람에 의해 폭넓은 의견 수렴도 없이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되며, 특정분야에 집중하되 대학의 학문적 다양성의 기반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학문과 연구도 유행의 바람을 타서 특정분야 및 이슈가 단기간에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되기도 하지만 이를 해결할 능력은 학문적 다양성이 존중되는 환경에서 오랜 시간 동안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 집단에게 있다. 대학의 미래는 이러한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고 유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달려 있다.

대학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은 학문적 편협성에 빠질 위험성을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들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공할 학문 분야를 미리 정해놓고 이에 관련된 분야만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미래를 일찍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식의 습득을 특정분야에 편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지만 자신의 미래를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래에 필요할 것 같은 지식만을 예측하여 습득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앞으로 학문의 추세는 점점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되는 방향으로 간다. 재미있게도 경영학과나 행정학과 교수님들은 똑같이 학문의 '융합'을 강조했다. 용어는 다르지만 요즘 우리나라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의 의미와는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통섭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지식융합의 미래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다.   

 

오늘 오전에 경영학 수업 첫 시간에 모 교수님의 재미난 일화를 소개하셨다.

 

유명한 모 기업의 직원과 친분이 있어서 한 번은 대학생들의 취업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모 기업 직원에 의하면 수도권 대학생들과 지방권 대학생들의 수준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차이점 때문에 아무래도 지방권 대학생들이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러한 수준의 차이는 면접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면접에서 수도권 대학생과 지방권 대학생 두 명에게 공통적으로 '개구리'에 대해서 질문을 하게 되면 이에 대한 대답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다. 지방권 대학생은 면접관의 질문에 '개구리는 양서류이며..' 식으로 시작해서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며 모든 사람들이 알만한 상투적인 내용들만 대답했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생들의 대답은 달랐다. '개구리'라는 질문에 대해서 과학적인 관점으로 소개한 것이 아니라 문학적인, 사회과학적인 관점이든지 간에 보다 새로운 관점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두 대학생들의 면접 대답을 비추어 본다면 면접관이 선호하는 학생은 당연히 수도권 학생일 수 밖에 없다.

 

 

 







 

 

 

 

 

 

 

 

 

 

 

 

 

 

 

결국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공부만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편협적인 학문 태도에 갇힌 모습은 비단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작 학문 간의 융합과 교류가 필요하는 학계에서도 예전부터 존재해왔으며 지금도 이과와 문과 간의 장벽은 여전히 굳건하다.

 

영국의 시인이자 과학자였던 C.P. 스노우는 인문과학을 전공한 사람들과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들 사이의 문화적 괴리와 상호 몰이해, 의사소통의 단절을 '두 문화'라고 규정함으로써 현대 서구문명의 중대한 장애물이자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강연에서 스노우는 인문과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에게 아인슈타인의 E=mc2를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스노우의 질문에 알고 있다고 손을 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러한 모습을 본 스노우는 인문과학 전공자들이 아인슈타인의 공식을 모른다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단 한 권도 읽어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탄식했다.

 

이러한 스노우의 우려 섞인 탄식은 결국 우리나라 사회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는 학문을 구분하는 데 있어서 '이과'와 '문과'로 구별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구분은 실체가 있는 본질적인 구분이 아니라 지극히 임의적인 구분이다. 문과와 이과 사이의 장벽은 각각에 속하는 분야들 사이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 머릿속에 관념상으로 존재하거나 사회 속에 제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과와 이과 사이에서 우리가 느끼는 뚜렷한 차이라는 것은 양쪽 분야들의 내용과 성격에 실재하는 것이기보다는 이런 관념적, 제도적 장벽이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다.

 

일본의 유명한 '지(知)의 거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그러한 허상의 장벽을 만들어 낸 일본의 공부 환경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와 현대적인 교양의 문제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문부성의 교육 정책에 의해서 정해진 틀과 방향이 결정되는 일본의 고등교육은 학생들의 학력 저하와 교양교육의 붕괴라는 문제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도쿄대 학부생들을 똑같은 '찻잔'으로 생산되는 것과 똑같다고 비유했다.

 

교양은 세분화돼가는 학문을 통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눈을 갖는 일. 대학은 교양인을 키우는 게 첫번째 사명이지만 요즘 대학교는 교양 있는 지식인 대신 법률가, 회계사, 행정가, 경영인 같은 스페셜리스트를 만드는 데 골몰해있다.

 

큰 그릇의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지닌 학생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 대한 균형된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고의 다양성과 보다 넓은 포용력을 지녀야 한다.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단순히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높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이다. 낮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가 기술을 모르는 단순 교양인이라면 높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는 전문분야의 기술에 대한 이해력을 갖추되 사회전체를 보는 안목을 갖춘 교양인이다. 그리고 이런 제너럴리스트를 육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높은 수준의 교양교육이다.

이처럼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특별한 공부비법이 있다기 보다는 위에서 열거한 가장 기본적인 세가지 요소인 열정, 인내, 집중 그리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공부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중요한 진리를 몸소 깨우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공부 방법이 스펙을 쌓는 데 유리하거나 좋은 성적의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나를 둘러싼 주변의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터득할 수 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논어』 첫 장에 등장하는 '학이편'의 유명한 구절처럼 사람들이 공부하는 데 있어서 괴로움보다는 넓은 세상을 이해하면서 생기게 되는 기쁨을 누려봤으면 좋겠다.
 

cyrus 2012-03-08 공감 (2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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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구매
airmoo 2012-03-03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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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야 읽게됐는지...좋다!!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구매
블루데이지 2011-06-23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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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에 생존했던 내로라하는 지식인의 `벽(癖)`을 다룬 내용이다. 비록 신분상의 제약으로 비주류로 살았지만 그들은 쟁쟁한 역사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이면에는 끊임없는 노력과 `미쳐야 도달할`정도로 광적인 열정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각고의 노력없이 이루어진 건 아무것도 없다.  구매
시골향기 2015-03-22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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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불급이라는 말....`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무엇이든지..시작만하고...끝을 잘 보지 못하는 나에게....많은 의미를 준 책.
정민 선생님은..잘 몰랐는데..다른 분들에게는 유명한 분이었다...
좋은 작가님을 만난건도 좋다...  구매
마지막 잎새 2016-03-28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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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서 여운이 더 많이 남는 책...난 김득신이 자꾸 떠오른다...  구매
까만컵 2011-03-02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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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에 미쳐 어디에 미칠까? 새창으로 보기 구매
옛 사람들의 광기와 열정에는 단순히 세간의 평에 의해 다하지 못하는 인생의 고결함과 목표가 있다. 조선 시대 우리 선비들이 살았던 삶 속에는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든 광기와 벽이 있다. 김득신이 사기의 백이전을 11만 3천번을 읽었다는 데에서는 광기와 벽이 이미 정도를 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를 말로 표현되고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으로서 평가해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중학교 어느 때인가 미술 교과서에서 귀를 자른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고흐의 그림을 보고 한... + 더보기
달팽이 2004-04-18 공감(73) 댓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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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a 가 되라고 말하는 그런 딱딱한 책이 아니다! 새창으로 보기 구매
  간단히 말하면 이 책은 고전시가(주로 한문문학)를 바탕으로 옛날 실존인물들의 생활을 그려본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시를 분석하는 것은 아니고, 여기서의 시는 그저 저자가 이끌어낸 이야기의 출처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독서평에서 시를 풀어냈다고 하길래, 시를 분석하는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구입한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면이기도 했다.)

  처음 제목에서 매력을 느꼈고, 다른이들의 서평에서도 제법 매력을 느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 스러운 것은 왜 하나같이 서평들이 "광"을 "미쳤다", 즉 "mania"라는 의미로만 곧이 곧대로 해석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mania 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지만 그것은 많은 내용중 하나일뿐이다. mania 라는 측면만 생각하면 "아, 이것은 어떤일에 몰두한 사람들의 이야기인가보다"라고 섣불리 판단하기 쉽다. 열심히 하면 당연히 잘 되는거지. 그걸 누가 모르는가.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딱딱한(?) 진리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여기서는 mania적인 "광"보다 "남다른, 평범하지 않은" 의 의미로 해석하는것이 더 옳을 듯 하다.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예를 들어보자. 이 책에는 "남다르게" 따뜻한 정을 그린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낭만을 아는 인생, 친구와의 멋진 우정, 사제지간의 정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단순 mania 이야기만 하기에는 이 책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나온 정약용의 인간적인 모습에서 정말 말로는 설명못할 감동을 받았다. 처음 독후감을 쓰기 위해 이 책을 읽기 시작하던 것이 어느덧 나는 좋은 구절에 포스트 잇을 붙이기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 나는 1부의 딱딱한 mania 이야기 보다 2부의 인간적인 내용이 훨씬 읽기에 재미있고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국사책을 펼쳐보라. 책에 나온 위인들이 달라보일것이다. 우리가 과학자라고 배운 이에게, 기술자라고 배운 이에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하고 놀랄 것이다. 책디자인도, 책내용도 모두모두 알차다. 책을 읽고나면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라는 여운이 남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여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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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2005-08-01 공감(67)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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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럼 딱지 먹기 싫어! 미치지 않을래~ 새창으로 보기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일이란 없다.
학문도 예술도 사랑도 모두가 자기가 성취하기 위해서 또는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미치도록 해야만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좋게 표현하면 몰두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과연 나는 미쳐 보았을 까?
이런 명제를 던져 본다면 한참을 생각하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명제를 던져도 나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닌가?

그래 나도 대학과 사랑이란 것에 미쳐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정말로 경제적으로 어렵게 대학을 다녔기에 대학이라는 것에 미쳐서 일과 공부를 병행했던 적이 있다. 은행원(그때는 왜 그리 부러웠던지)을 꿈꾸며 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상위권을 유지하며 은행에 취업하기를 원했지만 졸업시에 엄청난 불황으로 인해 은행이 행원채용을 하지 않는 바람에 서울의 일반 햄회사에 취직하여 6개월을 근무하다가 맞이한 여름휴가에 나보다 못했던 친구가 전문대학에 입학하여 자랑하는 것에 오기가 생겨 야간학원을 6개월 남짓 다니고 합격한  대학이었고, 집에서는 무슨 돈이 있어 대학을 들어갈려고 하느냐고 걱정하시던 부모님을 설득하여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을 다니다가 현재 직장의 입사시험에 합격하여 공부와 학업을 병행하며 대학 4년을 마무리했었기에 남들이 말하는 로맨스라 든지 엠티(한번도 가보지 못함),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갖게 되는 대학생활에 대한 추억이 전혀 없다.

주간에서 야간으로 옮겨 다닌 대학 4년은 그야말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를 오간 애증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등록금을 받아 쓸 형편이 아니었기에 정말 악과 깡으로 버틴 4년의 생활이었던 것 같다. 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 나는 비록 밑 빠진 바구니를 들고 강의에 출석하지만 온전한 바구니를 가진 친구들보다 반드시 하나라도 더 건져 나오는 대학생활을 하자"란 생각으로 강의를 들었던 것 같다.

청주에서 충주로 출퇴근(그땐 자동차로 2시간정도 거리)하며 저녁 6시 30부터 청주에서 시작하는 강의에 맞춰 나오기 위해 그 험한 길을 150-160키로의 속도를 내며 목숨걸고 눈치보며 다녔고,  회사회식을 빠질 수가 없었을 때에는 술이 취한 상태가 되어도 단 5분남은 강의시간이라도 강의를 듣기 위해 학교로 향했었던 나였다. 4년동안 결석한번 하지 않고 다녔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독종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이 다 그랬다. 독종이라고..........  대학을 다니면서 대학강단에 서는 꿈을 꾸며 힘든 것을 잊을 수 있었으나 너무 힘들고 지긋지긋한(?) 대학생활이었기에 1년만 쉬고 대학원 진학을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긴하지만 정말 후회없는 대학생활이었던 것 같다.
정말 그때 미치지 않았었다면 그 힘든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벌어서 내는 피같은 등록금이었기에 그 핏값을 하려고 그리 악착을 떨었던 듯 하여 씁쓸하기도 하다.
남들은 먹고대학이라고들 하는 데...........

사랑에 미친 것은 대학2년 때인 것 같다.
첫 인연(연인도 아닌)을 손도 써보지 못하고 대화도 한번 제대로 나눠보지 못하고 너무 허무하게 잃어버린 아쉬움이 컸었기에 두번째 만난 인연에 쏟은 정성이야 이루 말해 무엇하리오.
그 사람이 지금의 아내다. 결혼하기까지 무려 햇수로만 7년을 사귀었으니 말이다.
이 친구를 만난 것은 군대제대후 대학 2학년 복학때였고, 대학을 다니기 위해 취업공부를 병행할 때
아내 또한 1학년때 아버님이 암으로 돌아가신 후 2학년을 주간에서 야간으로 옮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학업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이것이 인연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복학과 동시에 도서관에 짱박혀 대학공부와 취업공부를 병행하였고, 이 때 아내로부터 레포트 작성자료 부탁을 받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자주 어울리다가 인연을 만들게 되었으며 첫 인연을 손도 쓰지 못하고 놓친 아쉬움으로 더욱 적극적인 프로포즈를 통해 친구를 만든 기억이 새롭다.

졸업과 동시에 친구는 서울에 있는 무역회사에 취직을 했고, 이 친구를 따라 서울로 전보되면서 더욱 깊은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서울 신당동과 신월동(자동차로 1시간 30분)을 매일 오가며 사랑을 만들어 같으니 말이다. 그때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가끔 집사람에게 어떻게 그 먼 거리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서 만났는 지 모르겠다고 하면.......그것이 사랑의 힘이 아니었겠냐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ㅎㅎㅎ
정말 그때는 사랑이란 것에 미쳐서 퇴근하면 바로 광화문에서 친구를 만나 신당동 자취집에 가서 저녁을 얻어먹고 다시 신월동(국과수 옆에) 자취집으로 돌아오곤 했었으니.......... 지금은 돈을 줄테니까 해봐라 하더라도 못할 것 같다.

정말 미치지 않고는 이 두 가지를 달성(?) 할 수 있었을 까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져 있는 데.
1부의 벽(癖)에 들린 사람들 편에는 미친놈들 천지다.
꽃에 미치고, 벼루에 미치고,독서에 미치고, 책에 미친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2부는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으로서 맛난 만남을 묘사했는 데 만남을 "맛남"이다 라고 표현한 부분이 정말 맛을 내게 하는 느낌을 준 것 같다. 누구든 일생에 잊을 수 없는 몇번의 맛난 만남을 갖는 다 이 몇 번의 만남이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킨다. 예나 지금이나 만남이란 것은 가슴설레게 만들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는 동기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3부는 일상속의 깨달음으로 고수(高手)들을 묘사했는 데 그들의 눈은 남들이 다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은 단번에 읽어내는 재주가 있고, 핵심을 찌르는 판단력이 출중함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옛사람들은 어찌 그리 글재주가 좋았던지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사물의 본질을 투시하는 맑고 깊은 눈, 평범한 곳에서 비범한 일깨움을 이끌어 내는 통찰력이 담겨있다.

옛사람들의 평범함과 비범함을 일깨워주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몰입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 준 책이었던 것 같다.

과연 당신이 미쳤었던 적이 있는 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미쳤을 때의 도출된 결과는 어떤 것이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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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7-21 공감(31) 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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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하는 시대에 미치게 하는 책! 새창으로 보기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결국 "미쳐야 미친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일이란 없다." '狂'이라는 이 한 글자는 광인(狂人), 즉 미친놈을 의미할 때가 많다. 하지만 여기서 狂은 단순한 미친놈은 아니다. 단순한 미친놈이 아니면 무엇인가? 논어(論語)의 옹야(雍也)편에 이런 말이 있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진리를 아는 사람은 진리를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진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진리를 즐거워하는 사람만 못하다.)

  공자님의 말씀인 즉, 무엇인가를 단순히 앎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좋아해야 하고, 좋아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즐거워해야 道(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도에 이른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道通한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이 '樂之者'의 경지가 '狂'과 통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즐겨행하고, 그에 큰 기쁨과 즐거움을 얻는 경지! 그것 하나에 푹빠져 밥먹는 것도, 여자친구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의 경지! 이것이 곧 '狂'인 것이다.

  이 '狂'의 경지가 되면 '及'한다. 곧 미치면[狂] 미칠[及] 수 있는 것이다. '及'은 곧 '道通'이겠다. 이 어쩌면 단순히 진리를 말하고 있는 책이 바로 정민 선생의 <<미쳐야 미친다>>이다.

  정민 선생은 국문학자 중에서는 꽤나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MBC의 <느낌표>라는 프로그램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민 선생의 저서들이 대중적 취향을 잘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정민 선생은 조선시대의 한문산문 중 명문들을 선별하여 현대인이 읽기 쉽도록 새롭게 번역하여 해설하는 작업들을 많이 해 온 사람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손꼽는 박지원의 산문들을 엮은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이덕무의 소품을 엮은 <<한서이불과 논어병풍>> 등이 그러하고, 최근에는 <<죽비소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정민 선생의 그러한 작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역작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기도 하듯이,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사로잡았던 열정과 광기를 탐색"하고 있다. 조선시대를 살아온 천재들이 어떻게 천재가 될 수 있었는가? 그들이 어떻게 미침[及]의 경지에 이르렀는가를 탐색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곧 '狂'에 있음을 정민 선생은 이끌어 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허균,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등 우리가 많이 들어본 인물들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몇몇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일화들, 그리고 그들의 문장들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狂'이 어떠했으며, 그로인해 어떻게 '及'했는지를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첫 장에서부터 나를 미치게 만든 것은 '창가벽'을 가진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재미난 에피소드들과 함께 엮어나간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느덧 우리는 '狂'하고 싶어질 것이다.

  현대사회를 생각할 때, 이 시대는 전문가를 요하는 시대이다. 전문가란 무엇인가? 專門家란 어느 하나에 통달한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의 통달이라면 곧 위에서 말한 '도통'의 경지, 곧 '樂之者'의 경지이다. 결국 이 시대는 무엇보다도 '狂'의 경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우리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곧, 현대인들에게 "미쳐라, 미쳐야 한다. 그래야만 이 시대에 살아 남을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는 역설적이게도 어느 하나에 미칠 수 있게끔 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해내야 하는 것은 현실이기도 하다. 무엇 하나에만 맘 놓고 달려들 수 없는 것이 현실아닌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不狂'하고 결국 허망하게 사라진다.

  나는 이 책을 우리 현대인들이 읽고 한번쯤 미쳐보길 바란다. 미침[狂]은 많은 노력과 고생과 타인들의 차가운 시선들을 수반한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은 그러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게하는 행복이 있다. 미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미친다고 해서 정신병원에 가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단, 부스럼을 뜯어 먹는 짓은 좀 그렇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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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 2005-12-21 공감(3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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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노력 새창으로 보기 구매
이 책을 구입하는 독자가 구입전에 참고할 사항은 '不狂不及'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무언가에 미쳐서 삶으로써  외경을 불러일으킬만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109쪽분량이며 나머지 208쪽의 내용은 책 제목과는 별 상관성을 느낄 수 없는
조선 사대부들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모아놓은 책이란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 내용들이 무의미하거나 가치없단 뜻은 아니다.)
다만 우리 조상 중에 무언가에 미쳐서 경지에 올랐던 인물들이
300여쪽의 책 한권을 채우기엔 턱없을 만큼 부족했던 것인지 아쉽고
그건 아니라면 그 정도 자료를 수집하지 못할 만큼 '미치지못한' 저자의 노력이 매우 아쉽다.

무언가에 몰두해서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고 괴짜나 바보로까지 취급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언제나 묘한 감동을 준다.  더군다나 그러한 집중이 평생을
걸쳐 지속되었다면 그런 삶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채찍질할만한 큰 교훈이 된다.
이 책에 대한 집중력은 불과 1/3에서 맥을 놓치고 말았다. 차라리 100쪽짜리 책으로
나왔다면 짧아서 아쉬울지언정 이런 묘한 배신감과 함께 책을 놓는 일은 없었을 듯 하다.
이 책은 작게 뽑은 표제인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가 제 분량에 걸맞는 제목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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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 조선 후기 지식 패러다임의 변화와 문화 변동   
정민 (지은이)휴머니스트2007-02-20

양장본445쪽

책소개

한국 문화사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18세기! 이 시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지식, 자아, 글쓰기, 감각, 취미 등이 새롭게 구성된 18세기를 학문적으로 문화사적으로 정리했다. 문학을 넘어 문화사 전반으로 글쓰기와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있는 정민 선생이 쓴 18세기 문화사이다.

18세기는 ‘새로운 지식’의 발견 시대였다. 꽉 막힌 유교 사회에서 중국을 통해 들어온 서구의 과학문명은 조선의 젊은 지식인들을 들쑤셨다. 정보 처리 방식과 정보의 유용성에 대한 판단 근거가 바뀌었다. 물적 토대의 변화도 한몫했다.

한마디로 하면, 자기 좋아하는 것에 미쳐 돈을 쓸 만한 경제력이 생겼다. 이에 힘입어 전에 보지 못한 괴상한 지식인들이 출현했다. 그들은 누구인가? 무엇에 미쳤던가? 이들을 들여다봄으로써 지금 우리 사회에 나타난 변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 중반 이후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했고, 그것과 함께 생활 패턴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발생한다. 개인을 둘러싼 외부 환경의 변화는 제도의 모순과 갈등하며 자의식의 변모를 가져온다. 18세기 이후 자의식 변모의 구체적 방향과 그것이 나타내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했다.

18, 19세기는 한국 문화사에서 이채를 발한 시기이다. 정쟁으로 분화된 지식인 집단은 내적 결속을 다지며 문화적 교류를 강화했고, 당시 활발한 도시 문화를 배경으로 한 청나라 문물의 수입과 출판문화의 보급 등 제반 분위기의 변화는 경화사족을 중심으로 생활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시기 문인지식인층에게 나타나는 지적 경향과 다양한 문화 현상들은 생활 속의 예술을 추구하는 이러한 경향은 서책과 골동 서화에 대한 취미를 부추기는 한편으로, 원림과 정원을 꾸며 갖가지 진기한 화훼와 수목을 심는 원예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각종 문집 속에 수록되어 있는 원기(園記)나 원예 관련 언급들을 보면 이 시기에 이러한 분위기가 얼마나 널리 확산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책에는 새로운 자료의 발굴과 소개도 실려 있다. 우리나라 원예 문화사에서 손꼽을 저작인 <화암수록(花庵髓錄)>의 작자를 유박으로 확정하고 그 자료 가치를 소개한다. 또한 일부 내용만 전해지던 <동다기(東茶記)>, <기다(記茶)> 전문을 발굴하여 그 내용과 함께 작자가 이덕리(李德履)임을 최초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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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지은이의 말

서설
18세기의 미친 바보들

1부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자의식과 세계 인식
1. 18세기의 문화 개방과 조선 지식인의 세계화 대응
2.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벽'과 '치' 추구 경향
3.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자의식 변모와 그 방향성
4. 18,19세기 문인 지식인층의 통변 인식과 그 경로

2부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지적 경향
1. 18세기 산수유기의 새로운 경향
2. 18,19세기 문인 지식인층의 원예 취미
3. 18세기 지식인의 완물 취미와 지적 경향
4. 18세기 원예 문화와 유박의 <화암수록>
5. 이덕리가 지은 <동다기>의 차 문화사적 자료 가치

3부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자의식과 내면 행간
1. <동사여담>에 실린 이언진의 필담 자료와 그 의미
2. 18세기 시단과 일상성의 시세계
3. 18세기 우정론의 맥락에서 본 이용휴의 생지명고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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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18세기 들어 갑자기 '벽(癖)' 예찬론이 쏟아져 나온다. 일종의 매니아 예찬론이다. 무언가에 미친다는 뜻의 '벽'이란 말은 이 시기 지식인의 한 경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박제가(朴齊家)는 '벽이 없는 인간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또 '치(癡)', 즉 바보 멍청이를 자처하고 나서는 경향도 생겨났다. 관습적 기준에서 볼 때 비정상적으로 미친 '벽'이 사회적 통념으로는 '치'로 인식되었다. 설치(雪癡), 치재(癡齋), 매치(梅癡), 간서치(看書癡), 석치(石癡) 등 치자가 들어간 이름이나 호가 부쩍 많아지는 것은 그 반영이다.

이들은 미쳤다거나 바보 같다는 말을 오히려 명예롭게 여겼다. 미치지도 못하고 그럭저럭 욕 안 먹고 사는 것은 죽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이 지점에서 근대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지식의 패턴이 달라지고, 정보의 인식이 바뀌었다. 삶의 목표 또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했다.

편집광적인 정리벽과 종류를 가리지 않는 수집벽, 사소한 사물에까지 미친 애호벽이 동지적 결속 아래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 성현의 도를 실현하는 군자적 삶의 이상은 시정(市井)의 목소리에 점차 파묻혔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는 하루가 다르게 현격하게 벌어졌다. 정조가 문체반정(文體反正)이란 사정의 칼날을 빼들지 않을 수 없었으리만큼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지방의 지식인들에게 서울 문화계의 이런 풍조는 그저 해괴한 망국의 조짐으로밖에 비쳐지지 않았다. - 본문 13~14쪽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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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아는 세상, 괴짜 기인들을 만나다 - 박완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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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화 (파란여우) 
 - <깐깐한 독서 본능> (21세기북스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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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정민 (지은이)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 지성사의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며 옛글에 담긴 깊은 사유와 성찰을 우리 사회에 전하고 있다.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다룬 《비슷한 것은 가짜다》 《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 18세기 지식인에 관한 《열여덟 살 이덕무》 《잊혀진 실학자 이덕리와 동다기》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미쳐야 미친다》 《파란》 등을 썼다. 또 청언소품(淸言小品)에 관심을 가져 《일침》 《조심》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석복》 《습정》을 펴냈다. 이 밖에 조... 더보기
수상 : 2007년 간행물문화대상
최근작 : <한국의 다서>,<다산과 강진 용혈>,<습정> … 총 179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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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비슷한 책들 아닌가?  구매
처음처럼 2011-04-01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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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도 문화의 황금기였던 18세기. 우리 문화의 황금기를 생동감있는 자료들에 기반해 소개해준 책.  구매
soojin25 2011-11-0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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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자, 관계자,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구매
thebureo 2013-10-1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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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특이 구절 반복이 많아요..그래서 기억하는 데 좋기도 해요.  구매
color437 2008-02-28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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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나를 찾으려한 18세기 지식인들 새창으로 보기
  한국문학사를 가름할 때 어떤 학자는 현대문학의 시작을 영정조시기, 다시 말해 18세기를 기준으로 두기도 한다. 18세기의 문학은 기존의 문학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현대문학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문학의 범주에 넣는 것도 모호한 시대인 것이다. 바로 그 시대의 문학을 창작하고 향유했던 지식인들. 그들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이다.   서설에서는 18세기의 지식인들의 성향을 간략하게 보여주며 흥미를 유발하고 1부에서는 18세... + 더보기
이매지 2007-04-14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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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사람들과 우리 새창으로 보기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동저자가 쓴 '미쳐야 미친다'와 안대회 교수님이 쓴 '알아주지 않는 삶'과 유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18세기를 화두로 쓴 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癖과 痴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미쳐야 미친다'를 읽었던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불광불급에서 말했던 것을 여기서 더욱 자세하게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린 18세기 조선인들과 우리들의 닮은 점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바로 오타쿠나 매니아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인과 벽에 들린 18세기 조선인은 닮은 꼴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일에 온전히 매료되어 자기의 모든 것을 다 걸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축복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어리석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대학에서 자퇴했음에도 성공한 빌게이츠나 안철수 같은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아직도 자기의 일을 찾기보다 대학 진학에 더 신경쓰고 있다. 그러다가 무언가 하나에 매료되어 공부를 팽게친 사람을 만나면 한심하다고 혀를 끌끌 차지 않던가.

저자는 그런 벽에 걸린 사람들을 포근한 시선으로 바라 본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몰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하나 하나 들려준다. 이런 논조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나는 왜 이렇게 나의 색깔을 갖지 못하고 바다 한가운데서 아무 생각 없이 표류하고 있을까 하는 답답증을 일게 된다. 더욱 큰 물로 나갈 수 있도록 여러 벽을 가진 사람들의 예화를 통해 일깨워 주는 것이다.

자기의 길이 무엇인지 몰라 헤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중간부분에 논문 형식의 글이 있음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논문 형식의 글은 좀 딱딱하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고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자기만의 색깔로 승부해야 하는 21세기이다. 이 책을 통해 나만의 癖은 어떤 것이 있을지 탐구해보자. 그 작업을 마치고 나면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에서 나만의 一家를 이룰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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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za 2007-04-08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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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실학자들에 대한 정민 선생의 논문들 모음... 새창으로 보기
안대회의 '고전 산문 산책'이란 책을 얼마 전에 읽었는데... 많은 부분 겹친다. 그의 '프로페셔널'과도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정민 선생의 글은 워낙 여럿 읽은 터라, 읽은 내용들이 많다. 그의 '미쳐야 미친다'와 함께 나눈 부분도 많다.

이 책은, 정민 선생이 쓴 논문들을 열두 편 뽑아 모은 책이다.
18세기... 서양은 산업 혁명의 시대가 개막된 시대고, 중세가 문을 닫으면서 땅따먹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대다.
그 서세동점의 시기에... 중국은 개벽을 한다.
주자학, 곧 성리학이 본좌를 이탈하고, 서학이 자리를 튼다.
조선의 지식인들도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으면서, '도'의 진리를 찾지 않고, '실사'에서 '옳음'을 발견하려 한다. 우주의 본성에 대한 이치의 탐구로서의 성,리,학이 붕괴되는 시대. 
역사가들은 이 시대를 <거대한 모순의 용틀임>의 시대라고 한단다.(52)

그 시대를 두 글자로 줄이면, 통변, 이겠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원리다. 궁하니 변해야 했고, 그래서 통하려 했으나...
정조는 문체 반정으로 잃어버린 수십 년을 돌이키려 한다.
바가지로 벼락 막는 셈이다. 

세상의 도를 탐착하기보다는 '벽'과 '치'에 몰두한 사람들.
꽃이나 차, 책이나 여행, 그림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
그리고,  <과거>라는 허상을 좇고, 입신양명의 꿈을 평생 꾸던 구차한 삶에서 눈을 획, 하고 돌려, <거짓 나를 쫓느라 잃어버린 참 나를 되찾는 일>에 착수한 사람들...(31)

 18세기 지식인들의 의식 전환을 저자가 몇 가지로 정리한 것은 적어둘 만 하다.
1. 정보가치의 우선순위를 바꿔 지식 경영의 중요성을 강화했다.
2. 외국 문화를 개방된 자세에서 주체적으로 수용했다.
3. 실천적 지식을 쌓았다.
4.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여 주체적 문화 역량을 강화하였다.(82) 

요즘 세상을 보면 참 우습다.
컴퓨터와 영어같은 '도구'가 '콘텐츠'를 역전하여 '실용'이란 우스갯소리와 함께 쓰이고,
오바마는 안한다는 협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애쓰는 딴나라당의 노력이 참 가관이다.  

어느날 술에 취해 아침에 일어난 송욱은 방안에 있는 물건은 모두 제자리에 있는데, 정작 이불 속에 있어야 할 자신이 사라진 것을 깨닫는다. "내가 없어졌다!" 박지원, <염재기> 

마치 카프카의 변신과도 같은 이야기들은 당시 지식인들의 의식 세계에서 일어났던 공황상태와도 같은 혁명적 변신을 이렇게 이야기한 것이다. 박지원은 다시 이야기하지 않는가.
눈을 뜨고 보니 세상을 도대체 찾아다닐 수가 없다고. 그래서 눈을 감고 가려는가 하고... <재맹아>
새로움의 시대에 경악하지 말고 열심히 배우고 받아들여야 하거는...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가자고 난리부르스를 떨어서 어쩌자는 건지...

정체성 상실의 비극적 결과는,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다. 뉴타운이란 설탕 공약에 꼬여버린 돈의 노예들... 

정민 선생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이가 연암 박지원이다.
그의 법고이지변 창신이능전... 옛것을 본받으나 변화를 알고, 새것을 만들어도 고전을 본다.
변화에 옛날에, 혁신에 올인하다가 결국 아무 것도 남은 것 없이 쪽박차는 자들은 연암을 보아야 할 지니... 

정민 선생이 이 책을 엮으면서 붙였을 법한 제목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내용이 분별될 만큼, 정성들여 소제목들을 붙였다. 아래 세목까지 적어 둔다. 

서설
18세기의 미친 바보들
정보 검색의 대가들-새로운 경의 탄생/ 좋아하는 것에 목숨을 건다/ 편집광들, 세계의 질서를 편집하다/ 나는 나다/ 꽃에 미쳐 정원을 꾸미다/ 지식 시장의 확대와 도서 유통/ 나는 존재한다, 고로 기록한다/ 다시 18세기를 위하여

1부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자의식과 세계 인식
1. 18세기의 문화 개방과 조선 지식인의 세계화 대응 
문화 콘텐츠의 변화와 실학 코드/ 편집되는 정보들 그리고 집체 작업/ 세계화의 경쟁력, 우리 것에서 찾는다/ 대변혁의 시대, 변해야 남는다

2.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벽'과 '치' 추구 경향
자의식과 집단 의식/ 벽과 치 추구 양상 

3.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자의식 변모와 그 방향성
분열하는 '나'/ '가짜 나'와 '참나'/ 나만의 '나' 

4. 18,19세기 문인 지식인층의 통변 인식과 그 경로
의고와 창신의 길항/ 재맹아 설화와 주체의 문제/ 구진론과 조선풍

2부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지적 경향
1. 18세기 산수유기의 새로운 경향/ 소품적 특징
2. 18,19세기 문인 지식인층의 원예 취미/ 정원 경영
3. 18세기 지식인의 완물 취미와 지적 경향/ 호기심과 정리벽, 발합격과 녹앵무경
4. 18세기 원예 문화와 유박의 <화암수록>
5. 이덕리가 지은 <동다기>의 차 문화사적 자료 가치

3부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자의식과 내면 행간
1. <동사여담>에 실린 이언진의 필담 자료와 그 의미
2. 18세기 시단과 일상성의 시세계
3. 18세기 우정론의 맥락에서 본 이용휴의 생지명고 

오자 발견, 
52쪽의 '거대한 모순의 용트림'은... '용틀임'으로 바꿔야 한다. 
참고로 사전에서 용트림과 용틀임을 찾아 본다. 

용트림 [龍트림] [명사] 거드름을 피우며 일부러 크게 힘을 들여 하는 트림.  

용-틀임  龍-틀임  1 [민속]용의 모양을 틀어 새긴 장식. 2 이리저리 비틀거나 꼬면서 움직임 

그리고 지은이가 <체재>라는 말을 즐겨 써서 그 뜻을 '체제'와 견주어 본다. 

체재3  體裁  생기거나 이루어진 틀. 또는 그런 됨됨이. ‘형식’으로 순화.
비슷한 말 : 체제2(體制)
예 : 작품의 구성과 체재, 체재를 개편하다, 체재를 갖추다, 체재에 구애되지 않다. 
체제 2 [體制]
1 같은 말: 체재(體裁).
2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볼 때에, 그 조직이나 양식, 또는 그 상태를 이르는 말.
3 일정한 정치 원리에 바탕을 둔 국가 질서의 전체적 경향. 
 
체재를 형식으로 순화한 걸로 봐서, 일본어에서 온 표현인 모양이다. 체제로 씀이 옳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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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12-25 공감(1)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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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조선의 지식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새창으로 보기
 
18세기에는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 많은 변동이 일어난 시기라고 합니다. 저로서는 새로이 접하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숨막힐 듯한 성리학의 압제에 눌려 새로운 학문의 도입은 차단당하고 끊이지 않는 당쟁과 서원을 중심으로 한 선비들의 패거리 움직임으로만 알고 있던 시대에 사실은 거대한 움직임이 술렁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적지 않은 놀라움이었습니다. 실학의 움직임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생각했던 조선시대에 새로운 시대와 문물에 대한 마니아 층들이 생겨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당시에는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중국을 통해서 새로운 문물들이 많이 들어왓다고 합니다. 물론 그러한 문물의 수입과 소비를 뒷받침할 경제력의 집중현상이 일어났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움직임은 일부 괴짜들만의 것이 아니라 정쟁으로 분화된 지식인들의 집단적인 변화로 나타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그러한 변화가 부가 뒷받침되는 지식인들의 문화취향의 변화에 국한되었지, 서구의 시민사회의 등장과 같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활력의 근원이 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한계를 알게되는 것은 무척 안타깝지만, 우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놀라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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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2007-03-28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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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조선지식인 새창으로 보기
 이 책을 산건 2007년 으로 2년이 조금 넘어서, 다 읽었다. 무슨 이유로 샀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충동구매에 가까웠던 건 아니였나 싶다. 저자 이름에 덜컥 사버렸던 것이다. 한참을 두었다가, 지난 일요일 부터 읽기 시작해서, 조금씩 읽다 보니 어제 밤에 다 읽었다.    

그런데, 책이 논문을 중심으로 해서 엮은 것이라서, 약간은 딱딱하다.  내용은 제목과 같이 18세기의 조선지식인들의 자의식과 지적경향을 살피고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사회제도라는 것은 한창 늦은 감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역으로 제도를 통해서 변화하는 것도 있겠지만.... 

 18세기의 (일부의)조선지식인들은 시대에 불화했다.  그들의 지적경향은,  도道를 향하기 보다는 진실에 우선적으로 가치를 두었고, 그때가 아니라 지금, 저기가 아니라 여기에 중점을 두었다. 이전과는 다른 경향이다. 이런 흐름은  나는 조선사람이니, 조선의 시를 짓겟다 라는 언명을 낳기도 하였다.   

이러한 지적경향으로 인하여, 유득공의 <발합경>이나 이서구의 <녹앵무경>과 같이 이전에 감히 경이라 붙일 수 있었던 것에다, 가져다 쓰기도 하였다. 그들의 열정은 놀라웠다.  일단 무엇이든 궁금증이 생기면, 관련 서적을 뒤지어, 하나의 책을 만들기도 하였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인데,  정민 선생의 다른 저작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한번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졌다(2006년에 사두고 아직 보지 않았다... 어휴...-_-).   정보의 흐름에 민감해야 할 사서 지망생으로서.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어째서 18세기는 새로운 가능성이 점쳐 지는 일들이 많았을 까 하는 점이다. 또 다른 축의 시대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인지 뭔지... 를 해보았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죽여버림으로써, 비참한 결과에 다다랐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움 뿐이지만. 

 p.s 100쪽을 남기고는 읽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아무래도 모르는 이야기들 뿐이고... 그다지 관심이 가는 내용은 아니여서 그런 듯 하다... 

p.s 2 따로 발표한 논문들을 묶어 놓은 것이라, 같은 책 안에서도 동어반복이 많다.  좀 거슬릴 수도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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