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윤서인 등의 우익 매체를 추천한 건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지만 전향까지야. 그는 예전부터 자신과 입장이 다른 이들을 악마화에 가까울 정도로 이분법적으로 묘사하고는 했다. 지금도 그것이라 보여 전향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때 그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등에서 행했던 그런 이분법적 악마화에 통쾌함을 느꼈던 게 지금은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다.
진중권의 전향을 논하려면 그의 정치적 실천이 실패할 때마다 점차로 우로 이동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아 보인다.
지금도 조국 사태로 자신의 실천이 좌절되자 자유주의 -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강화시켜나가며 더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인데 이를 엄밀한 의미의 전향이라 보아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좌에서 우로의 전향은 많지만 우에서 좌로의 전향은 거의 없다. 어느 우익 학자의 서글픈 고백처럼 우파 측이 공부를 덜 해서 깨달음을 얻을 기회조차 없어 그런 걸까?
식민지기부터 이어지는 한국 지식인의 전향은 보통 통계와 같은 객관적 지식의 변화를 매개로 이뤄지는데 나는 여기에 민족 혹은 인민(또는 국민)과 같은 "전체"에 대한 헌신이 있다고 본다. 전체를 위해 발언한다는 선비적인 지식인상이랄까? 그런 것이 주요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대표적인 전향지식인으로 식민지기에는 인정식,
현대에는 안병직은 꼽는 건 이들이 통계와 같은 지식을 매개로 전체에 대한 헌신을 위해 입장을 바꿨기 때문인데..
어찌됐든 일본 등에서 나타나는 전향과 마찬가지로 "민족공동체로의 포섭"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지식을 매개로 이뤄지는 한국과 같은 유형이 있고 천황을 매개로 이뤄지는 일본형이 있고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러한 차이를 사상하면 전향이란 결국 민족공동체로의 포섭이 이뤄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여기서부터는 문화론이라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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