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7

[의창] 코로나19 확산 속 의사 파업 - 매일신문

 [의창] 코로나19 확산 속 의사 파업 - 매일신문

배포 2020-08-25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이비인후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8월 14일 하루 집단 휴진을 한 데 이어 8월 26일부터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방안'에 반대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매년 400명의 의대 신입생을 증원해 총 4천명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300명은 의사가 부족한 지방에서 10년간 의무 근무하는 '지역 의사'로 양성되고 50명은 감염내과, 중증외상, 역학 조사관 등 특수 전문 분야 의사로, 나머지 50명은 바이오 및 신약 분야의 의과학자로 양성된다.

지방에서 일할 의사와 비인기 전공 및 기초 의학 분야의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방안은 지역 간 의사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에 많이 미흡하다. 정책을 발표하기 전 의료계와 논의가 부족했던 점도 아쉽다. 의협의 반발이 예상되는 사안을 꼭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들고 나왔어야 했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의사 증원 논란이 불거지면서 코로나 2차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더 시급한 사안이 논의의 뒷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빨라도 10여 년은 지나야 의료 현장에 효과가 나타나는 중장기 대책이다. 그에 반해 공공병상 확충, 중환자 치료 인력 및 장비 보강 등은 당장 서둘러야 하는 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협의 파업에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의사도 파업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환자의 급증으로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파업만이 문제 해결의 방법인지 묻고 싶다. 최근 정부가 의사 증원 정책을 보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음에도 의협은 강경 투쟁 일변도다. 모든 파업에는 역사적, 사회적 평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번 파업도 국민들의 냉혹한 평가를 피할 수 없기에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두렵다.

국민들은 사회적 억압에 처한 사람들의 파업과 정당한 주장에는 '사회적 연대'를 보낸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이번 의협의 파업 명분에 공감하지 못하고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파업에 나섰던 지하철 노동자들이 양해를 구했던 건 '불편'이었지만 의사들이 양해를 구한 건 아픈 사람의 '생명'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어떤 파업도 윤리적 정당성을 가질 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진정성이 담긴 주장으로 국민과 함께할 때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사람들은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 최전선에 뛰어드는 의사들을 보며 잊고 있었던 '진짜 의사'의 모습을 다시 발견했다. 많은 국민들이 간식과 선물 그리고 응원이 담긴 손편지를 의사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확산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때, 병원을 떠나는 의사들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다시 절망하고 있다.

의사들의 진정한 힘은 파업이 아니라 환자들에 대한 애정과 헌신에서 나온다. 이제 가운을 다시 입어야 한다. 세상이 아프면 의사도 아파야 한다. 고통받는 환자 곁에서.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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