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참사 평양 평천아파트, 붕괴 하루전 모습 보니 (39)
by 주성하기자 2014-10-17 8:34 am
사진 속 아파트는 무슨 아파트일까요.
다름 아닌 5월 13일 붕괴돼 3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동 사고 아파트가 무너지기 하루 전 사진입니다.
붕괴되기 전 아파트 모습을 보니 어떻습니까.
옆으로 쓱 휘어 보이는 것이 딱 보기에도 부실 아파트로 보이시죠.
한 눈에 봐도 당장 무너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 같은 이런 아파트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는 것이 참 이해가 되지 않는데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가 있죠.
오죽 부실아파트가 많았으면 이 정도는 괜찮다 이랬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사진은 미국에서 영어로 북한 뉴스를 전하는 nknews가 붕괴 전후로 북한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찍어 올린 사진들을 검색해 찾아낸 것입니다.
며칠 뒤 다른 관광객이 찍은 사진에는 이 아파트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래와 중간 부분에 보면 창문이 달린 세대가 절반가량 됩니다. 완공 전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들어가 살고 있었다는 뉴스 내용이 저 사진을 보면 증명됩니다.
북한에선 전기난 때문에 승강기가 잘 다니지 않고 물도 잘 나오지 않아 저층과 중간층까지가 인기가 있지 고층은 매력이 떨어집니다.
사진을 보면 역시 고층은 비어있습니다. 이미 들어가 살고 있던 사람들은 그나마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 아파트가 최근 다시 복원됐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말에 입주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속도전’ 바람에 무너진 아파트를 그 자리에 똑 같은 모양으로 불과 4개월 만에 ‘속도전’으로 다시 지은 셈입니다.
이렇게 황급하게 다시 건설한 이유는 당시 김정은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까지 무조건 본래 모습으로 초강도 세기로 다시 지으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군대가 달라붙어 지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황급히 다시 지으면 부실공사가 아닐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은 300마르카가 넘는 초강도 시멘트를 공법상 표준 이상으로 투입해 만년대계가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한다는군요.
마르카는 시멘트 강도를 나타내는 북한식 단위로 180 이상이면 고마르카, 120 이하면 저마르카로 구분합니다. 300마르카는 교각 등 특수 건축물에만 들어가는 매우 귀한 고강도 시멘트입니다.
아마 다시 무너지면 안 되니까 많이 신경 써서 지었으리라는 것에 저는 동의합니다.
문제는 저 아파트 입주자입니다.
북한은 저 아파트 붕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원수님의 배려니 해당 아파트에 입주하라”고 아주 선심을 쓰는 듯이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유족은 지금까지 별다른 보상도 못 받았습니다. 북한엔 보험도 없으니 보험도 받았을 리 만무합니다.
결국 피해를 본 유족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혜택은 입주 우선권을 준다는 말입니다. 하긴 원래 들어가 살던 사람들이니 혜택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요.
그런데 다시 좀만 생각하면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아파트는 유족에게 얼마나 트라우마가 되는 곳이겠습니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끔찍한 기억이 있는 곳으로 다시 들어가 산다는 것이 이들에겐 정신적 고문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고 전의 기억과 사고 이후에 처참한 광경이 계속 떠오를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고문을 배려라고 내려주니 정말 북한답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새 아파트는 김정은의 지시로 무너지기 전과 똑같은 모양으로 지어 유족들이 느끼는 괴로움은 더욱 배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또 왜 똑같은 복제판을 만들라고 했는지 정말 아무리 철이 없기로서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선물이라고 주는데 거절하기도 힘듭니다.
또 평양에서 그 정도 크기의 새 아파트는 최소 몇 만 달러로 거래되는데 받지 않으면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됩니다. 저들에겐 저것이 전 재산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인데 말입니다.
팔고 다른 곳에 가면 되겠죠. 하지만 북한엔 수령의 선물을 팔고 사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금지가 아니라 그렇게 했다가는 정치범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저 아파트는 좀 파는 것을 예외적으로 봐줄까요.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는 김정은의 ‘호의’ 때문에 유족들은 또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까요. 태어난 땅이 이렇게 중요한 것임을 다시금 느낍니다.
참고로 붕괴된 아파트 이름이 은정아파트라고 합니다. 가꾸로 읽으면 아파트 이름이 정은이 되는 겁니다. 참 기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붕괴중이었다고 보이네요 ㅠㅠ
이리저리 마구 휘고 있었군요… 갑자기 무너진게 아니라…
아, 어쩌다 이 지경에…
하늘은 참 무심하게도 파랗기만 하네요…
그냥 자연사도 아니고 저런 끔찍한 사고사를 당한 곳에 도로…
그런 악마성이 잘 죽었다고 고소하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고요. 천안함 50용사는 개죽음이라는 비하도 서슴치 않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