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8

대참사 평양 평천아파트, 붕괴 하루전 모습 보니 |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대참사 평양 평천아파트, 붕괴 하루전 모습 보니 |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대참사 평양 평천아파트, 붕괴 하루전 모습 보니 (39)

by 주성하기자   2014-10-17 8:34 am
사진 속 아파트는 무슨 아파트일까요.

다름 아닌 5월 13일 붕괴돼 3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동 사고 아파트가 무너지기 하루 전 사진입니다.

당시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주민들을 모아놓고 사과하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가 된 바가 있습니다.
붕괴되기 전 아파트 모습을 보니 어떻습니까.

옆으로 쓱 휘어 보이는 것이 딱 보기에도 부실 아파트로 보이시죠.

한 눈에 봐도 당장 무너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 같은 이런 아파트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는 것이 참 이해가 되지 않는데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가 있죠.

오죽 부실아파트가 많았으면 이 정도는 괜찮다 이랬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사진은 미국에서 영어로 북한 뉴스를 전하는 nknews가 붕괴 전후로 북한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찍어 올린 사진들을 검색해 찾아낸 것입니다.

며칠 뒤 다른 관광객이 찍은 사진에는 이 아파트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래와 중간 부분에 보면 창문이 달린 세대가 절반가량 됩니다. 완공 전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들어가 살고 있었다는 뉴스 내용이 저 사진을 보면 증명됩니다.

북한에선 전기난 때문에 승강기가 잘 다니지 않고 물도 잘 나오지 않아 저층과 중간층까지가 인기가 있지 고층은 매력이 떨어집니다.

사진을 보면 역시 고층은 비어있습니다. 이미 들어가 살고 있던 사람들은 그나마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 아파트가 최근 다시 복원됐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말에 입주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속도전’ 바람에 무너진 아파트를 그 자리에 똑 같은 모양으로 불과 4개월 만에 ‘속도전’으로 다시 지은 셈입니다.

이렇게 황급하게 다시 건설한 이유는 당시 김정은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까지 무조건 본래 모습으로 초강도 세기로 다시 지으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군대가 달라붙어 지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황급히 다시 지으면 부실공사가 아닐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은 300마르카가 넘는 초강도 시멘트를 공법상 표준 이상으로 투입해 만년대계가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한다는군요.

마르카는 시멘트 강도를 나타내는 북한식 단위로 180 이상이면 고마르카, 120 이하면 저마르카로 구분합니다. 300마르카는 교각 등 특수 건축물에만 들어가는 매우 귀한 고강도 시멘트입니다.

아마 다시 무너지면 안 되니까 많이 신경 써서 지었으리라는 것에 저는 동의합니다.

문제는 저 아파트 입주자입니다.

북한은 저 아파트 붕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원수님의 배려니 해당 아파트에 입주하라”고 아주 선심을 쓰는 듯이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유족은 지금까지 별다른 보상도 못 받았습니다. 북한엔 보험도 없으니 보험도 받았을 리 만무합니다. 

결국 피해를 본 유족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혜택은 입주 우선권을 준다는 말입니다. 하긴 원래 들어가 살던 사람들이니 혜택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요.
그런데 다시 좀만 생각하면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아파트는 유족에게 얼마나 트라우마가 되는 곳이겠습니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끔찍한 기억이 있는 곳으로 다시 들어가 산다는 것이 이들에겐 정신적 고문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고 전의 기억과 사고 이후에 처참한 광경이 계속 떠오를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고문을 배려라고 내려주니 정말 북한답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새 아파트는 김정은의 지시로 무너지기 전과 똑같은 모양으로 지어 유족들이 느끼는 괴로움은 더욱 배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또 왜 똑같은 복제판을 만들라고 했는지 정말 아무리 철이 없기로서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선물이라고 주는데 거절하기도 힘듭니다.

또 평양에서 그 정도 크기의 새 아파트는 최소 몇 만 달러로 거래되는데 받지 않으면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됩니다. 저들에겐 저것이 전 재산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인데 말입니다.

팔고 다른 곳에 가면 되겠죠. 하지만 북한엔 수령의 선물을 팔고 사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금지가 아니라 그렇게 했다가는 정치범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저 아파트는 좀 파는 것을 예외적으로 봐줄까요.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는 김정은의 ‘호의’ 때문에 유족들은 또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까요. 태어난 땅이 이렇게 중요한 것임을 다시금 느낍니다.

참고로 붕괴된 아파트 이름이 은정아파트라고 합니다. 가꾸로 읽으면 아파트 이름이 정은이 되는 겁니다. 참 기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카테고리 :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댓글 남기기


  1. 청룡
    사진이 조작(?)이 아니라면,
    이미 붕괴중이었다고 보이네요 ㅠㅠ
    이리저리 마구 휘고 있었군요… 갑자기 무너진게 아니라…
    아, 어쩌다 이 지경에…
    하늘은 참 무심하게도 파랗기만 하네요…
    리플작성2014-10-17 10:28:04
  2. 평천통일앞당겨..
    .북한 인천아시안게인 참가..황병서..참석..김정은.. 지팡이..모두 평천아파트 붕괴로 인한 것이라는 견해 ㅡ
    리플작성2014-10-17 10:29:40
    • hongji1004
      평양의 아파트가 힘있는 자들이 모여 관계당국에 압력을 행사해 부지를 확보하고 지들이 살 집을 뺀 나머지를 분양해 건설비용을 뽑는다던데, 이 과정에서 자재 횡령등 부조리 발생, 결국 이 사고도 부실한 자재와 날림공사 탓이라는 얘기. 이런 식으로 근래 지어진 아파트가 수백채…입주한 자들은 평양에서 밥술이나 먹고 방귀 좀 꾸는 것들..한 열 채만 무너지면 김씨왕조도 붕괴되겠구만. 별 동정이 가지 않는다. 어차피 인민들 피빨아처먹는 평양것들이 아닌가. 무너지거라…
      리플작성2014-10-17 05:48:52
  3. shaman
    와 진짜 미쳤다고 밖에는 생각 못하겠네요;;
    그냥 자연사도 아니고 저런 끔찍한 사고사를 당한 곳에 도로…
    리플작성2014-10-17 10:31:43
  4. Garry
    저 사진 어떻게 구했는데 대단하네요. 저 정도면 이미 무너지기 직전에도 심각하게 휘어져 있어서 거기 사는 사람도 붕괴의 위험을 충분히 감지했을 것입니다. 건물 하부와 상부가 각도가 다른 것을 보니까, 이탈리아의 피사의 사탑처럼 짓는 중에도 이미 기울고 있었겠네요. 여기 저기 금도 가고 있었을 것이고.. 그럼에도 안 피하고 살다가 들어가 살다가 때거지로 죽은 거네요.
    하긴 서울 방어의 핵심인 성남공항의 코 앞에 123층 짜리 건물을 지어 버리고 있는 한국이란 나라도 있습니다.
    그 빌딩에 비행기가 이착륙 하다 충돌할 확률이 1만 분의 1이라고 합시다… 엄청나게 낮아 무시할 수 있어 보이지요? 그러나 이는 1만번 이착륙 하면 반드시 1번은 꼭 부딛힌다는 의미지요. 희박한 확률에도 불구하고 가끔 비행기 사고가 나는 이유인 거지요.
    우리 스스로가 9.11 테러가 일어나도록 조장하고 방치하고 있는 중인 겁니다.
    리플작성2014-10-17 10:34:27
    • Garry
      기초 공사를 제대로 하자 않아 공사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지반이 기울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미 들인 돈과 자재가 아깝고 문책 받을까봐서 그냥 계속 지었고, 건물을 샀거나 배정 받은 사람도 불안하지만 유일한 큰 재산이고 달리 살 곳도 없으니까 이사 왔고.. 그러다가 붕괴까지 코가 다들 꿰여 끌려간 것이 아닐까요… 그래도 설마 무너지기야 하겠어?.. 하면서 말이지요.
      건물을 좀 잘못 짓는다고 붕괴까지 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붕괴될 정도라면 심각한 문제가 여러개가 중복되어야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저렇게 짓는 것이 관행이라면 평양 뿐 아니라 나중에 김정은 시대에 지은 북한 건물의 대부분은 폭파를 시키고 다시 지어야 하지 않을까요?
      리플작성2014-10-17 10:54:54
      • Garry
        얼마 전의 평성에 지은 과학자 아파트들은 그리 높지 않던데.. 북은 고층 아파트 건설에 집착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높은 건물을 무슨 발전의 상징처럼 보는 이미 시대는 지나가고 있지요. 고층 건물 많이 보고 싶으면 상해 푸동에 가면 1백 층이 넘는 건물이 즐비하지요. 그렇다고 중국을 선진국으로 보지는 않잖아요?
        전에 단동에서 갔을 때에 북한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 들으니까, 평양에서 10층 이하에는 승강기도 없다던데 말이지요.
        북의 어려운 사정은 이미 다 알려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편하게 뭔 선전을 하느라 고층을 자꾸 짓습니까? 5층 이하로 편리한 저층 아파트를 많이 지으세요…설혹 또 무너지더라도 죽을 사람도 그만큼 줄어들겠네요ㅎ
        리플작성2014-10-17 11:03:26
        • 청룡
          남 이야기입니까??
          리플작성2014-10-17 11:15:46
        • 그림처럼~
          “설혹 또 무너지더라도 죽을 사람도 그만큼 줄어들겠네요ㅎ”
          Garry님께 질문: 이런 문장은 진실로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라면 쓸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무엇을 의미하나요?
          리플작성2014-10-17 11:57:37
          • Garry
            표현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필사적으로 반대하거나 혹은 침묵하면서도, 그로 인해 심화될 북 주민들의 인도적 고통에 대해서는 세상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는 것 처럼 구는 분들이야 말로 위선적인 것이 아닐까요?
            2014-10-17 12:09:37
          • 몇닢 던져주고는 의무감의 해방과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 낫다고 자위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민초 들의 고통이 연장되는 것에는 눈을 감는 위선자 들이죠.
            그런 악마성이 잘 죽었다고 고소하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고요. 천안함 50용사는 개죽음이라는 비하도 서슴치 않는 것이죠.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