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실시간 시청하는 평양 주민들 (84)
by 주성하기자 2014-11-18 10:03 am
한국에 처음 와서 밤늦게까지 독수리 타법을 연습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12년이 흘렀다.
방에 박혀 혼자 인터넷을 배운다고 씨름하다 컴퓨터가 다운됐던 날에는 멀리 보이는 ‘컴퓨터 크리닝’이란 간판을 용케 찾아내 배낭에 본체를 둘러메고 찾아가기도 했다.
‘컴퓨터를 청소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빨래만 잔뜩 걸려있어 이상하다 싶었다. 하지만 세탁소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사장에게 기어코 메고 온 컴퓨터를 고쳐달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첫 휴대전화를 중고폰으로 구입한 날에는 사용법을 익히느라 밤을 새웠다.
그때 나는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뒤 미래 세계로 뚝 떨어진 사람 같았다.
그래도 지금은 타자가 일상인 기자란 직업을 얻었고, 빠르게 변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흐름에도 올라타 방문자가 6200만 명이 넘는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으니 타임머신 타고 온 것치곤 잘 적응한 것 같다. 하지만 최신 변화를 따라가긴 여전히 숨 가쁘다.
요즘 북쪽을 건너다보면 저쪽은 나보다 더 정신없는 것 같아 안쓰럽다. 보위부 쪽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돌아버릴 정도라 한다.
내가 북에서 살 때는 비디오테이프 플레이어만 있어도 부자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북한에서도 LCD TV,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으니 북쪽 사람들은 최근 10여년 새 30년을 훌쩍 건너뛴 셈이다.
밀려드는 첨단 기기의 홍수 속에 보위부가 수십 년 쌓아왔던 통제 노하우도 물거품처럼 밀려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CD 플레이어가 북한에 급속도로 퍼져 한국 드라마를 빠르게 확산시키자 보위부는 집집마다 다니며 CD 플레이어에 검열 딱지를 붙이기에 바빴다.
급기야 2004년 ‘109상무’라는 불법 동영상 단속 전담 특수조직을 만들고 몇 년 뒤엔 ‘109연합지휘부’란 거창한 이름으로 승격까지 시켰다.
2005년 이후 CD와 USB를 동시에 쓸 수 있는데다 배터리가 장착돼 전기가 없어도 동영상을 볼 수 있는 MP4(일명 노트텔)가 퍼지자 보위부엔 비상이 걸렸다. 증거를 잡기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CD룸엔 북한 영화를 넣고, 한국 영화는 USB를 꽃아 보다가 단속반이 뜨면 USB를 숨기고 북한 영화를 보았다고 우겨댔다.
이걸 단속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요샌 더 골치 아픈 MP5라는 태블릿PC와 유사한 기기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 기기에 장착되는 마이크로SD칩은 영화 수십 편을 저장할 수 있지만 손톱만한 크기어서 최악의 경우 삼켜버리면 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아예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동영상이나 불륜 소설을 서로 전송해 주고받는다. 단속에 걸릴 것 같으면 삭제해버리면 그만이다.
보위부는 흘러간 과거가 그리울 것이다. 옛날엔 어쩌다 전기가 들어온 아파트 단지에 불시에 쳐들어가 전기 차단기를 내리고 집집마다 뒤지면 됐다. 한국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은 멈춘 기기에서 테이프나 CD를 꺼낼 수 없어 꼼짝 못하고 잡혔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한 심증을 갖고 몸수색을 해도 증거물을 찾기 어렵다. 김정은이 스마트폰 생산을 독려하는 세상인지라 최신 기기를 무작정 빼앗겠다고 선포하기도 쉽지 않다. 그랬다간 보위원의 자식들부터 반동이 될지 모른다.
결국 보위부는 대세에 굴복해 최근 노트텔 사용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말았다. 올 10월 초까지 집집마다 다니며 조사를 한 뒤 승인된 기기만 쓰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노트텔 2대를 구입해 하나만 승인 받고, 하나는 숨겨놓고 몰래 본다면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쯤은 자기들도 안다. MP5도 지금은 무조건 몰수하지만 나중엔 결국 노트텔처럼 사용이 허용될 것이다.
고위 간부들부터 앞 다퉈 구매하는 LCD TV도 정말 골칫거리다. 평양에서 한국 방송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평양에서 살다 온 탈북자는 한국 방송을 집에서 봤다고 했다. 보위부 전파감독국 사람들은 남쪽에서 강한 출력으로 TV 전파를 쏘고 있어 막기 어렵다고 하소연 한단다.
북한은 평양 주변에 안테나를 여러 곳에 세우고 시내를 향해 강한 방해전파를 쏘고 있지만 잦은 고장과 전력난 때문에 방해전파를 쏠 수 없을 때가 많다.
반면 평양엔 거의 모든 집엔 축전기가 다 있다. 국가엔 막을 전기가 없지만, 개인에겐 몰래 볼 전기가 있는 것이다.
평양도 막기 어려운 판이니 남포를 비롯한 서해안 지역에선 한국 TV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특히 통제에도 불구하고 인기리에 밀매되는 휴대용 LCD TV를 갖고 산에 오르면 맘 편히 한국 TV를 볼 수 있다.
북한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채널은 KBS를 위주로 SBS, MBC 프로그램이 두루 섞인 것이라 한다.
삐라에 거품을 무는 북한이 TV 송출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 선뜻 이해되진 않는다.
한국 정부가 삐라도 못 막아준다고 하는 판이니 어차피 말해봐야 본전도 못 찾을 것이라 판단한걸까, 아니면 이런 프로그램 정도는 양호하다고 판단한걸까.
만약 북한에 채널A의 ‘이제 만나려 갑니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송출한다면 그래도 침묵을 지킬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위 내용은 동아일보에 게재한 칼럼인데, 참고로 남쪽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채널을 전송하는지 등의 민감한 정보는 알면서도 밝힐 수 없어 생략했습니다. 저쪽에서 어떤 헤르츠의 주파수로 받고, 평양이나 지방의 어느 동네에서 제일 잘 잡힌다는 내용도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봐 쓰지 않았습니다.
한국엔 술상무라는 직책이 있습니다. 허허
그러나 결국 하늘을 다 가릴 수는 없지요.
저자들은 대한민국을 뜯어먹을 고깃덩어리로 볼뿐, 한류에 뿅가서 한국말 익히는 동남아 청소년들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평양것들은 남조선TV 보면서 이런 말을 할 겁니다.
고조 재미는 있구만 그래…기런데 저것들이 보여주는 재미는 그것대로 즐기면서 조공까지 뜯어내면 남조선것들은 우리 하인이 되는 거 아니가서? 야 저기 요분질 치는 에미나이레 평양에 불러 밤참으로 들이라우! 내 밤새 눌러줄 테니끼니.
노트북+텔레폰 아닐까예?
아이패드나 테블릿 PC 처럼.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마지막 고비를 넘으면서 내부 권력도 개편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제가 사견으로 보는 두 줄기의 큰 세력은 왕당파와 당권파라고 명명해 보았습니다.
왕당파는 김정은이 곧 북한 체제라는 일체성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집단입니다. 소위 로얄 패미리와 빨치산 일족입니다. 군부로 보면 오극렬을 비롯한 군 원로들과 이를 추종하는 강경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룡해를 비롯한 백두혈통과 빨치산 원로라는 자들의 후손들이 로얄 패미리와 연합하여 속칭 봉화조라는 구성멤버들이 그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북한의 모든 잇권을 장악하고 인민들을 수탈하는 중심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버금하는 집단이 바로 당 조직지도부의 실세들이라 할 것입니다.이들은 김정은을 얼굴마담으로 세워 자신들의 욕구를 실현하려는 무리지만 김정은이 아닌 대안에도 눈을 돌릴 수 있는 자들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당권파는 막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면 군부 소장파와 연합하여 왕당파와 대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평양의 왕당파가 절대 우위를 점할 것 같아도 막상 위기가 닥치면 당권파의 실력이 왕당파를 압도할 것입니다. 결국 김정은 체제는 핵을 가지려다 붕괴되는 운명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평양의 기득권층이 남한의 미디어에 접할 때에도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겠지만 김정은 체제의 몰락이 자신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는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긁어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런식의 정보유입은 보에 물이 조금씩 새는 격으로 볼 수 있겠는데 그러면 결국 무너집니다.
다만 어떻게든 버티고 버티고 있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것일 뿐이죠.
이런식의 정보유입, 문화전파가 계속 되어야 합니다.
평양까지 제대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출력이 대단한가 봅니다.
이론적으로는 조선중앙TV 보다가도 우리 TV 볼 수도 있을텐데…
그렇다면 가정에서도 강제로 시청하는 셈이죠. 이론적으로…
채널은 대여섯개 나오니까 방해전파 쏠려면 전기 엄청 소모
되겠군요. ㅋ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절대독재의 권력자들은 사물을 넓게 볼 수 있는 지식인들에 대해
적대적입니다. 마오쩌뚱은 홍위병난동 때 “사람은 배울수록 바보가 된다.”고 말하면서 중국의
지식인들을 대대적으로 제거했는데 이 괴상한 이론이 나온 배경은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거의
실각위기에 놓였던 것은 유소기를 중심으로 하는 실무와 지식을 겸비한 당료들로서 이들은 폭
넓은 사고와 비판의식을 갖고 잘못된 점을 과감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있는 사람들아었
습니다. 북한 역시 김일성이 쏘련파나 연안파들, 그리고 남로당계열들을 제거했던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었지요. 독재권력은 아무런 의심이나 비판할 줄 모르는 단순.무식하고 명령에 아무
의심이나 비판없이 우직하게 곧이곧데로 따르는 대중을 원합니다. 북한의 선전매체가 지껄이는
말들을 보면 “무조건 당의 지시를 관철하자.” “혁명수뇌부를 결사옹위하자.”는 등의 어떠한 의심.
비판도 없이 우직하게 명령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미디어의 영향을 두려워 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당의 명령 이외에도 다르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우기 때문
입니다. 말을 바꾸면 괘씸한 탈북민들의 대북삐라나 남조선 미디어들은 북한인민들에게 체제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함으로서 신성한 세습독재체제에 대한 비판의식이라는 반동분자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남조선의 미디어가 북한의 권력체제를 뒤엎거나 변화를 가져오지
않겠지만 통일되었을 때 문화충격을 억제하는 역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 분명히 님의 언사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고, 님의 사과를 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