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08

친일·반일 이분법 속에 담긴 정치적 편가르기 술수

 친일·반일 이분법 속에 담긴 정치적 편가르기 술수



친일·반일 이분법 속에 담긴 정치적 편가르기 술수

이창형 상임대표 회장…한·일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8-12 00:02:11


▲ 이창형 자유민주시민연대 상임 대표
한일 양국 간의 외교문제로 시작된 분쟁이 경제보복으로 확산된 후 이제는 양국 국민들 사이에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치인들은 외교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국민들을 볼모로 극단적인 대결을 벌이고 있는 판국이다.

도대체 이번 한·일 분쟁을 촉발시킨 도화선(導火線)은 무엇이었을까. 흥분된 감정을 삭이고 차분히 정리해 보자. 그래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번 한·일 분쟁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연말 양국이 합의했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을 문재인 정권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 그 첫 번째 원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법원이 강제징용자에 대한 개인청구권을 인정한다고 판결한 것이 두 번째 원인이다.

같은 해 12월 28일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합의하고, 합의 사항의 이행을 전제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 굴욕적인 협상이라는 비판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 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보란 듯이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협상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때부터 한·일 간에 외교적 갈등이 첨예화 됐고, 한·일동맹은 심각하게 균열되는 조짐을 보였다.

여기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의 미불임금에 대한 개인청구권을 인정한다는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이 발표되자 불이 붙은 한·일 분쟁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고 말았다. 일본정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강제징용에 대한 보상은 1965년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에 포함됐었기 때문에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못을 박았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문재인 정권은 대법원의 판결은 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필자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위안부 협상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기 전에 일본 정부와 외교적인 채널을 통해 양국 간에 적절한 타협점을 모색했어야 했다. 둘째,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이 충분히 예견되는 문제를 정부와 구체적인 협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는 것은 대법원의 치명적인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이 두 가지 문제점을 놓고 봤을 때, 이번 한·일 분쟁은 문재인 정권의 큰 정치적 실수일 뿐 아니라 외교적인 참사가 아닐 수 없다. 한·일 분쟁 문제를 수습하는 초기단계에서 문재인 정권의 접근방법도 크게 잘못됐다. 한·일 양국 간의 분쟁이 경제보복으로까지 비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서둘러 외교적인 협상을 벌일 생각은 하지 않고, 무리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만 고수하다보니 사태가 이렇게 커지고 만 것이다.

설상가상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든 것은 이번 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국내 정치문제로 이슈화한데 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국민들에게 반일감정을 조장하면서 이에 동조하지 않는 국민들을 친일파 내지는 토착왜구로 몰아붙이고 있다.

광복이 된지 70년이 지난 이 시점에 친일파는 무엇이고 토착왜구는 또 무엇인가. 오랫동안 동맹국으로 지내 온 일본과 안보 및 경제면에서 서로 협력하자고 하면 친일파요, 일본을 주적으로 삼아 적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해야 애국자인가. 지금은 비록 한·일 분쟁이 아니더라도 안보와 외교는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 나라가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우선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너진 한·미·일 동맹을 복원하고, 3국 간에 긴밀한 공조체제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하는 것이 위기에 처한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면 우리는 모두 친미파요, 친일파가 돼야 한다.

친일파는 악(惡)이고 반일파는 선(善)이라는 프레임은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낸 것인가. 국민들에게 반일감정을 조장하기에 앞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먼저 이 문제부터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흑백논리)는 정치인들이 대중으로부터 쉽게 표를 얻기 위해 이용하는 대표적인 정치술수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을 ‘내편’과 ‘네편’으로 이분해 중간자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술수는 없다.

나라가 바르게 서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이러한 정치인들의 이분법적 사고에 절대로 휘말려서는 안 된다. 이분법적 사고로 인해 그동안 우리나라가 입은 상처가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아직까지 과거의 잘못된 정치술수를 이용하려는 무리들이 있다면 이는 단호히 배척해야 한다.

이분법적 사고는 국민들이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울 때 잘 먹혀 들어간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들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자아도취적인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이분법적 사고를 이용해 이번 한·일 분쟁을 해결하려는 잘못된 발상을 하루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 애꿎은 기업들과 서민들 피해가 전 방위적으로 더 확산되기 전에 대통령이 직접 아베 수상을 만나 타협점을 모색하기를 바란다.

[필자 약력] 제17기 민주평통 외교안보분과위원회 상임위원, 전 한국은행 외환조사실장, 전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현 자유민주시민연대 상임대표 회장 겸 경제노동상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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