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학자김용섭을아시나요…조선후기농업사연구는해방후경제사최대
업적으로평가받는명저
2020년2월14일·amanbo
↑김용섭왼쪽과조선후기농업사연구전2권
by김지지
김용섭연세대명예교수의김용섭저작집이한국학중앙연구원이주관하는제1회한국학저술상수상작으로최근선정되었다저작집은
조선후기농업사연구한국근대농업사연구한국중세농업사연구등전9권이다김용섭교수는해방후경제사최대업적으로평가받는
명저들을남겨지식사회에선영향력이큰경제사학자이다그런데도일반에는거의알려지지않고있다언론접촉을의식적으로피해온
학문태도때문인데선생의연구업적이무엇인지를살펴본다
조선후기농업사연구해방이후인문사회과학분야의명저꼽을때으레첫머리장식
해방후우리지식사회에부여된긴급한과제중하나는일제강점기36년동안우리의의식을지배해온정신적식민주의를극복하는
일이었다그중한갈래가한반도정체성이론으로대표되는식민사관의족쇄를극복하려는시도였다이기백강만길김용섭등이
식민사관과고군분투했던대표적인역사학자들이었는데특히김용섭1931은성실하고끈기있는연구자세로식민사관의한계와
문제점을실증적으로드러냈다는평가를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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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대표적연구성과는조선후기농업사연구2권발간이다이후이저서는해방이후인문사회과학분야의명저를꼽을때으레
첫머리를장식하고내재적발전론의수원지역할을하고있다학문적성취가뛰어나거나학계에큰영향을끼친학자를거론할때도그의
이름이빠지지않는다
김용섭은강원도통천에서태어나1951년서울대역사교육과에입학했다졸업1955년즈음정체성이론을극복하려면실증을통해서
그것이사실이아니라는것을증명해야하는데그러기위해서는농업국가인조선후기의농업사연구를중심으로해야한다며자신의
학문적방향과목표를세웠다고려대에서석사학위를받고연세대에서박사과정에매진하면서서울대사범대19581966년와서울대
문리대19671975년교수를거쳐연세대사학과19751997년에서제자를가르쳤다2000년에는대한민국학술원회원이됐다
김용섭교수왼쪽가 개인장서7500여권을학교에기증한것에대해
정갑영연세대총장이감사패를증정한후기념촬영했다2012년4월
25일
학문적방향과목표는정체성이론이나타율성이론극복
김용섭은고려대석사학위논문을준비하던중전봉준의재판기록인공초供草에기록된지주제의해체와토지균등경작에주목했다
그것을토대로완성한석사논문이동학농민의성격을구명한동학난성격고1957년였다이후조선후기농업사회의변동에더욱
관심을갖게된그는농민봉기와동학농민전쟁등중세사회에서근대사회로전환되는사회변동의핵심적원인을농업구조의변화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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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준의공초출처규장각
그가중세봉건사회의해체과정을분석하기위한연구자료로채택한것은조선후기토지대장인양안量案과호적대장이었다양이
엄청나고서술할내용이많아보통의인내심으로는엄두도못낼작업이었으나김용섭은남다른성실성으로연구에매달렸다섣불리
가설을세워주장을펼치기보다는치밀한사료분석의축적을통해한발한발결론으로다가가는방법을취했다
그는양안과호적대장에기록된지주와경작자의신분토지매매기록토지경작형태등을실증적으로분석함으로써중세봉건적인
지주와전호소작인의관계가어떤형태로변모되었는지를규명했다그첫결산이조선후기농업사연구일조각다1960년대에발표한
논문18편을묶어1970년8월15일1권1971년1월30일2권을출간했다
김용섭의문제의식은제1권서문에서잘나타나있다필자의관심거리가된것은우리나라의중세사회의해체과정을농업농촌농민에
관해서그내적발전과정의입장에서해명할수는없을까하는문제였다…필자가생각한대로이시기의농촌사회에서주체적인
입장에서의중세사회의해체과정이밝혀진다면정체성이론이나타율성이론은극복될수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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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대장인경남합천의양안출처토지주택박물관
역사틀은조선후기사회에서자생적인자본주의가싹을틔우고있었다는내재적발전론
조선후기농업사연구를꿰뚫고있는역사틀은김용섭자신이직접사용한말은아니지만내재적발전론이다조선후기사회에서
자생적인자본주의가싹을틔우고있었다는것이다일제강점기백남운의사회경제사연구에잇닿아있는내재적발전론의요지는두
가지였다첫째는조선후기농업생산력의발전은사적소유의성장과지주전호제지주와소작인의성립을가능하게함으로써
자본주의의맹아를일궈냈다는것이고둘째는중세사회를해체하고근대사회를열고자했던자생적자본주의와아래로부터의농민
저항이일본제국주의침략에의해억제되고결국식민지수탈체제가확립됐다는것이다
요약하면조선말에이미부르주아계층자본가계층이자생적으로등장하는등자본주의의싹이텄으므로일본이침략하지만않았더라면
우리스스로의힘으로봉건제사회에서자본주의사회로의이행이가능했는데일본의침략으로그이행이저지되었다는것이다
김용섭은내재적발전의사례로경영형부농을제시했다경영형부농이란봉건지주층의땅을차경借耕한뒤주로임노동을이용해
농업생산농업경영에전력해부농이된이들을말한다이들은영국자본주의의발전에서볼수있는자본가적차지농借地農에가까운
존재였다16∼17세기영국농업에서는지주의땅을빌리고임노동을고용해대규모농장을경영하는요오맨yeoman이라불린
부농층이성립했다요오맨은영국자본주의의선구자였다김용섭이요오맨을치환한것이조선의경영형부농이었다
식민사관극복하고내재적발전론의탄탄한기반세워
치밀한농업사료분석을통해조선후기사회가정체되어있기는커녕내부적으로자생적인근대화의길을걷고있었다는김용섭의연구
성과는한국사를정체적이고타율적인역사로보아온일제시대의식민사관뿐만아니라서구중심의역사관도극복하며한국사의
독자성과내재적발전론을형성하는탄탄한기반이되었다한국도일본과같은자본주의발전경로를걷고있었으나일본의침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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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이왜곡됐음을실증적이고학문적으로규명했으니조선후기농업사연구는식민사관의독을없애줄해독제로즉각각광을받았다그
이전한국사회에만연했던민족성에대한비하이른바엽전의식도조금씩극복되었다
조선후기농업사연구는내재적발전론의토대를마련했다는점에서그진가를인정받아해방후한국경제사최대의업적으로평가받는
명저로자리매김했다실증주의사학마르크스주의사학민족주의사학등해방이전근대역사학의세가지전통을발전적으로
계승했다는평가도따라다녔다
김용섭은조선후기농업사연구에그치지않고한국근대농업사연구1975년한국근현대농업사연구1992년
한국중세농업사연구2000년등을발표해내재적발전론을심화확대시키고조선후기에서현대에이르는한국농업사연구를
완성했다
외부강의나학술이아닌활동은하지않고학문에만전념
김용섭은이처럼조선후기농업사연구라는명저를남기고대학에서오랫동안후학을가르쳤는데도일반에는거의알려지지않고있다
언론접촉을의식적으로피해온학문태도때문이다언론은김용섭을어떻게든대중에알리고싶어했으나그럴때마다김용섭은
사양했다이런저런공식석상에얼굴비추기를극도로꺼리고학술상받는것도탐탁지않게여겨이렇다할번듯한사진도없다
그는강의나학술이아닌활동은하지않고학문에만전념했다아침에집을나와연구실로갔다가저녁무렵걸어서다시집으로돌아가고
일요일과방학도없이설날과추석만빼고1년363일을연구실에서만보내는그의일과는변함이없었다
그는논문발표외에다른곳에이름이나얼굴을내미는것자체를매명賣名)행위처럼여겼다칼럼에세이등의잡문을쓰지않는그
자신이그러하듯제자들에게도학자라면잡문을쓰지않아야한다고가르쳤다논문이나책에도엄격했다그러다보니논문은한평생
70여편만썼고저서도그런논문을모아서낸9권의책이전부다노학자에게으레있기마련인회갑이나고희논문집같은것도없다
제자들이억지로만들어드린정년논문집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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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이답사다닐적에찍어둔김용섭모습
김용섭이특별히좋아하는사진이다출처김도형
2011년펴낸회고록역사의오솔길을가면서도김용섭답다는말을들었다회고록인데도그동안빠뜨린부분을보완한논문집처럼
쓰여졌기때문이다회고록2장해방세대의역사공부에서는무려30쪽에걸쳐참고문헌목록을늘어놓고회고록인데도1인칭나는이
아닌3인칭김용섭은으로시작하는경우도많다자신마저도대상화시키고객관화시켜버린것이다
그런데그가대외활동을기피한데에는연구가바빠서이기도하지만다른이유도있다즉선배학자들의연구에대해일제관학식
실증주의식민사관에서벗어나지못했다는비판을적지않게했기때문이다비판대상에내로라하는한국사대가들뿐아니라은사마저
포함하니선배세대와의갈등을피할수없었다그러다보니길가다우연히만난선배학자에게외면도당하고몇몇선배들에게서는당신
민족주의와내민족주의는다른것같다는말을듣기도했다김용섭은회고록에서이에대한입장을밝혔다대인관계에서는조심조심
원칙을잘지켰으나강의와주장은그렇지못했다내가생각하기에도괘씸하고방자하기그지없었을것이다…결국학문적대의를위해
보신의지혜를지키지못했다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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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회고록
내재적발전론1990년대부터식민지근대화론의도전받아
한국자본주의의맹아가이미조선시대에싹트기시작했다는김용섭의내재적발전론은식민지수탈론과연결되어1980년대말까지
일제식민통치에대한성격규정으로굳건하게자리를지켰다김용섭은자본주의맹아론내재적발전론의대부로꼽혔다그러나
1990년대들어식민지근대화론의도전을받고있다
식민지근대화론이란조선시대가정체된사회여서자체적으로자본주의를발전시킬동력이없었고따라서조선이근대사회로바뀌는
과정은비록불행한일이기는했지만먼저자본주의를경험한일제의타율적견인이불가피한역할을했다는것을전제로하는사관이다
따라서숙명적으로내재적발전론과첨예하게맞설수밖에없다더구나식민지근대화론이결과적외형적으로는일본의식민지경영을
합리화하고한국인들의자존심을상하게하고실제로일본인학자들도이렇게주장하고있어대중에는인기도없다
이영훈전서울대교수를위시해식민지근대화론논리를펴는학자들은김용섭의논리가치밀한실증작업에기초하고는있으나조선
후기사회를지나치게도식화혹은과대포장했다고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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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교수
이영훈은동일지역에서연도를달리해작성된추수기秋收記),도지기賭只記)같은지주들의장부등20여건의지역사례를
분석대상으로삼아시간의추이와함께나타나는변화를추적했다그결과김용섭이대한제국시기에실시된광무양전量田)사업을
근대적부르주아적개혁으로평가하고이것이조선내부에주체적인자본주의화근대화의맹아즉원동력이있었음을긍정하는논리를
편것에대해서는김용섭의관찰사례는어느한장소의어느연도에국한된단면에불과하다부실하게진행된양전사업에서근대적
부르주아적개혁의역사적의의를찾을수없다며일제강점이전의조선내부에는근대화의원동력이없었다고반박했다
식민지수탈론식민지근대화론은학자들의영역…정치적비판자제해야
이영훈의학문적비판은문제될게없으나한문화비평가가김용섭사학이민족주의사학을거쳐1980년대민중사학으로가지를
쳐나갔고급기야오늘날좌편향의친북교과서라는희대의괴물을만드는데결정적인원인을제공했다며지금의병든국사학계를만든
원조라고낙인을찍은것은과하다백번을양보해그의지적이사실이라고해도이런결과는김용섭이의도한바는아니다그는순전히
학문적으로그런결과를도출해냈을뿐이다
이대목에서분명히해야할것은식민지수탈론이든식민지근대화론이든그것은학자들의영역이라는것이다김용섭의연구역시
학문적인것일뿐정치적인목적은아니었다반대의경우즉이영훈의연구결과도마찬가지다그들은결론을내고연구를그에맞춘것은
아니다결론이그렇게났을뿐이다
1980년대중반학계에발을들여놓은이영훈의주요관심역시김용섭교수가그러했듯사료를통한실증이었다이영훈은체계적으로
조사된적이한번도없는조선후기생산과물가등의경제통계를개인의일기나촌락의계책契冊)등에서뽑아낸자료를실증적으로
분석한후조선의위기는1860년대부터본격화했는데어떤강력한외세의작용에의해서라기보다그모든체력이소진된나머지스스로
해체되었다고해도좋을정도로심각한것이었다라며일제식민통치가조선인에게반드시고통만을준것은아니라는주장을전개했다
학자들끼리비판하고검증하는것은자연스럽고당연하다그러나현실정치세력들이학자들의연구성과를정치적혹은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학문적성과마저부정하려드는건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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