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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_제14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 기념 전문가 초청 토론회] “주민자치회는 독립적인 지역사회 결사체”
기자명 박 철 기자
입력 2015.12.02 09:45
수정 2019.11.13 16:49
곽현근 대전대 교수 “그동안 논의, 행정계층 구조와 기능배분 관점 못 벗어나”
유창복 센터장 “주민자치위원회, 참여 폭 좁고 지역 유지들 권력화 평가도”
‘제14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 기념 전문가 초청 30인 토론회’가 열린사회시민연합 주최로 지난 10월 2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 소회의실에서 ‘주민자치의 올바른 이해와 마을공동체’란 주제로 열렸다.
‘제14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 기념 전문가 초청 30인 토론회’가 열린사회시민연합 주최로 지난 10월 2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 소회의실에서 ‘주민자치의 올바른 이해와 마을공동체’란 주제로 열렸다.
황한식 부산대 명예교수이자 박람회 우수사례 심사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현 주민자치제도는 ‘주민자치스러운’ 내용을 담는 그릇으로 합당한가? △주민자치는 자발적 주민활동, 마을활동을 수반해야 하는가? △마을공동체는 주민자치에 기여하는가? △우리가 이해하는 주민자치는 무엇인가? 등에 대해 전문가 및 활동가들이 모여 진지한 논의를 해보고자 마련됐다.
열린사회시민연합에 따르면, 최근 광역자치단체가 주관하는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이 주민참여의 트렌드가 된 듯하다.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임과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주민들의 관계망을 만들거나, 자발적인 주민 관계망이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도록 지원한다. 마을공동체는 주민자치를 하나의 가치로 추구한다.
또 주민자치라는 이름을 내건 제도로 시작된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의 본류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읍·면·동 행정과의 관계에서 ‘자치’의 진정한 형태와 내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읍·면·동 주민조직으로 시작된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의 제도개편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주민자치제도 개편을 위한 시범사업이 전개되고 있고, 마을공동체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시기에서 진정한 주민자치는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는 제도로써 주민자치조직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현행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는 함께 갈 수 있는지 등을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본지는 테이블토론보다 곽현근 대전대 교수의 ‘주민자치 재해석과 제도화 방향’과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의 ‘마을공동체운동과 주민자치’에 대한 발제에 주목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심익섭 동국대학교수, 이용연 서영대학교수, 박홍순 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 성장지원실장, 이혜경 인천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박희선 열린사회시민연합 대표,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김일식 경남 진주 YMCA 사무총장, 양효정 순천시청 시민소통과 시민협동담당 등 총 26명이 참석했다.
■곽현근 교수가 제안하는 주민자치 재해석과 제도화 방향
우선, 곽현근 교수가 발제한 주민자치제 해석과 제도화 방향에 대해 살펴보자. 이날 곽 교수는 발제를 통해 참여민주주의 관점에서 주민자치를 재해석했다. 곽 교수는 참여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적극적 의미의 주민자치는 유권자로서의 투표행위를 넘어서는 ‘공공참여’를 요구하며,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참여민주주의 관점에서 주민자치
첫째, 정치적 참여 이전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의제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조직화를 통해 집단적 역량형성과 문제해결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참여는 지역사회 결사체적 활동을 주민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수평적 참여’의 의미를 갖는다. 둘째, 공식 제도적 관점을 중시하는 것으로 현존하는 정치행정구조에서의 의사결정과정 및 서비스 전달과정에 주민들이 관여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은 국가와의 관계에 초점을 둔 ‘수직적 참여’의 의미를 갖는다.
이에 곽 교수는 앞의 두 유형의 참여를 어떻게 활성화하고 유기적으로 연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주민자치는 대의민주제의 단순한 투표참여의 의미를 넘어 지역의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공동체 단위의 결사체적 참여와 그 결사체적 역량에 기반을 두고 지방정부의 정치행정과정의 참여로까지 주민참여의 의미가 확대돼야한다는 실증적·규범적 원리를 반영한다. 따라서 이런 관점에 대해 곽 교수는 주민자치를 주민에 의한 생활자치 공간에만 국한시켜, 마치 지방정부와는 독립된 별개의 지방자치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이분법적 오류를 극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곽 교수는 “참여민주적 주민자치는 대의민주에 기초한 지방자치와는 다른 철학적·규범적 기반위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대의민주제는 일부 엘리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중요하다는 철학에 기초하지만, 참여민주적 주민자치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평등한 권력과 지위를 가져야한다는 아이디어에 기초한다. 엘리트중심의 지방자치가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 또는 운명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면, 참여민주적 주민자치는 개인 또는 집단수준의 자기결정의 확대를 통해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으로서의 모습을 되찾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때 지방정부는 서비스 공급자의 역할을 넘어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의 초대를 통해 책임감 있고 적극적인 공동체구성원을 양성하는 장치로 간주한다.
주민자치회의 제도화 방향
곽 교수는 “그동안 주민자치회 논의가 행정계층의 구조와 기능배분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방민주주의의 성격에 대한 심층적 논의와 고려는 실종된 상태다”라고 갈파한다. 곽 교수에 따르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주민자치회는 결과적으로 참여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자칫 지방정부의 대의민주제가 갖는 대표성(정당성)과 정치적 책무성의 원리마저 훼손할 수 있는 모형이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 예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모형인 읍·면·동의 행정조직을 주민조직인 주민자치회 산하 사무기구로 전환하는 ‘통합형’이 대표적이다. 만약, 주민자치회가 주민직선에 의해 정치적 대표성을 갖춘다면, 영국의 패리쉬카운실과 같은 동네의회 형태의 정부가 되면서 사실상의 준자치계층의 추가 또는 축소된 규모의 대의민주제 실험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곽 교수는 “이런 처방은 대의민주제 보완을 위한 참여민주적 주민자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반면, 현재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구상처럼 주민자치회가 주민직선이 아닌 방식으로 구성되는 경우 곽 교수에 의하면, 민간조직 아래 공공관료조직이 위치하게 되면서 정부조직도 민간조직도 아닌 애매한 형태의 조직이 된다. 즉, 일반 공무원은 선출직 공직자에게 책임을 지고, 선출직 공직자는 선거를 통해 최종적으로 주민에게 책임을 지는 대의민주제 책무성의 기본원리가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상시적 전문가 집단인 기초지자체와 읍·면·동 사무기구의 틈바구니에 위치하면서 주민자치회가 주민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거나 현장 공무원에 대한 명령통일의 원칙이 무너지면서 혼란과 비효율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곽 교수는 “참여민주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주민자치회에게 기대되는 것은 주민의 수평적이고 수직적인 공공참여의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되,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지역사회 결사체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유지해나가는 것이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곽 교수는 ‘그림’과 같은 협력형을 바람직한 주민자치회 모형으로 제시한다.
바람직한 협력형 주민자치회 기본모형
곽 교수가 제시하는 협력형 주민자치회 모형의 제도화는 행정보조의 맥락에서 사회봉사 차원의 선언적 기능(사무)을 부과하는 형태가 아니다. 그림에서처럼 주민, 주민자치회, 읍·면·동 행정조직, 기초지자체와 같은 지방민주주의의 산재된 정치적 행위자들의 관계와 상호작용의 큰 틀에서 주민자치회로부터 기대되는 분명한 사명과 역할을 도출하고,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구속력 있는 게임의 규칙들을 고안하고 적용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곽 교수가 제시한 그림에서 ‘자율형 주민자치’는 수평적 공공참여의 의미를 갖는 반면, ‘민관협치형 주민자치’는 수직적 공공참여의 의미를 가진다. 견고한 주민자치회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 스스로 수평적 주민참여의 촉진자 역할을 통해 지역공동체 회복과 형성에 기여하고, 다양한 활동 결과를 통해 주민들 사이에서 꼭 필요한 주민조직이라는 인식의 형성과 함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곽 교수는 강조한다.
곽 교수는 읍·면·동 단위 주민조직으로서 주민자치회는 “하위 단위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질적인 지역공동체 또는 주민조직을 잇는 교량적 역할 또는 이해관계의 조정역할이 주민자치회의 중요한 사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주민자치회에 대해 “정부의 ‘초대된 공간’에서 주민대표 조직으로서 지방정부의 의사결정과 자원배분에 실질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주민참여예산제와 같은 구체적이고 강력한 참여제도가 주민자치회와 연계해 읍·면·동 단위에서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곽 교수는 제대로 된 주민자치회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부처별로 추진 중인 각종 마을만들기 관련 제도, 최근 행자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공동체활성화법’ 등이 일관된 관점에서 연계 또는 통합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덧붙여 곽 교수는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참여공간을 여는데 그치지 않고, 주민과 공무원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형성과 학습을 위한 지원수단들이 제도설계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한다.
[그림] 바람직한 협력형 주민자치회 기본모형.
■유창복 센터장이 제안하는 마을공동체 운동과 주민자치
유창복 센터장이 말하는 ‘마을공동체 운동’은 마을하기와 정부가 주도하는 마을만들기를 아우른다. ‘마을하기’란 유창복 센터장에 의하면,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마을살이를 촉진하고 지원함으로써 생활세계에 기초한 마을공공성을 확장하고, 마을공공성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경제적·문화적 토대를 만들어가는 의식적인 활동을 말한다. 또 민간이 주도하는 활동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마을만들기와 구별하기 위해 사용한다.
마을하기의 과제
유 센터장이 주장하는 마을하기의 과제는 △민간주도성 △행정혁신과 민관 협력적 거버넌스 △주민(마을) 자치력 △사람의 성장 등이다.
우선, ‘민간주도성’은 한편으로는 주도 주체의 역량을 성장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주도의 관성을 적절하게 제어하는 것이다. 유 센터장은 “이 양자는 상호작용하는 닭과 달걀의 관계와도 같은 것으로 관주도의 관행이 여전한 상태에서는 행정의 마을정책이 민간의 역량강화로 귀결될 수 없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반대의 효과도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민간의 역량이 강화되면, 민간의 정책적 개입의 영향력이 강해지므로 관주도의 관행을 마을지향적으로 혁신하기 용이하므로 행정혁신을 선결적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정혁신과 민관 협력적 거버넌스’는 기존의 행정관행을 마을친화적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특히, 유 센터장은 “각 정부부처의 마을정책을 구체화하는 초기단계에 행정관행을 마을지향적으로 혁신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더욱이 직영이든 위탁이든 민간 활동가들의 협조를 구해 중간지원조직을 설치해 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초기 사업추진의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대표적인 관주도의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칸막이행정, 조급한 성과주의, 갑을관행 등을 혁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유 센터장은 강조한다. 또 이런 선결적 제도개선을 이뤘다 해도 집행과정에서 끊임없이 상호 점검하고 성찰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도 지적한다. 따라서 유 센터장은 “활동가들 역시 행정에 대한 학습과 이해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한다. 행정의 언어와 절차 및 관행에 대한 이해가 쌓여야 협력이 가능하고, 상호학습과 신뢰기반이 형성돼야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민(마을) 자치력’에 대해 유 센터장은 “민간의 주도성은 민간 주체의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며 “주체역량이란 주민들이 생활세계에서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꾸려나갈 수 있는 힘, 곧 자치력을 말한다”고 한다. 자치력에 대해 유 센터장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생활에 연계되는 모든 면에서 축적되고 발휘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협동적 관계망이 튼실하고, 이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야무지게 서야 한다고 말한다. 즉, 정부의 지원이 중단돼도 지속가능한 자치력을 확보하려면 공공성, 마을경제생태계, 마을자산화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 센터장은 “앞서 거론한 마을하기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을리더, 풀뿌리 활동가, 중간지원조직 활동가 등 사람들을 챙겨야하고, 사람들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민자치 우수사례 전시회가 개최됐다.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
유 센터장은 “지난 민선 5기 이후 마을공동체 정책에 대해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미한 존재감은 시급히 극복해야할 과제다”며 “마을살이가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이나 몇몇 열성적인 주민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다수 일반 주민들에게 살갑게 다가서고 최소한 필요한 일이라는 공감을 갖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 센터장에 의하면, 마을에서 유력한 주체는 이른바 ‘동네 유지’라 일컬어지는 분들이다. 이 분들은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주민으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관계망을 이미 갖고 있다. 동네의 크고 작은 일에 앞장서서 이미 많은 역할을 하고 있고, 구청이나 동 자치센터 공무원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분들도 많다. 한마디로 동네 어른들이다. 이런 동네 유지들은 동마다 조직돼 있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 센터장은 주민자치위원회 설립에 대해 “행정의 최소 단위에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위원회를 둠으로써 풀뿌리 지방자치의 거점이 되도록 한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에서 중요한 발걸음을 딛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그러나 유 센터장은 “주민이 참여하고 나설 수 있는 주체의 역량이 부족하고, 그 주체역량을 촉진하기 위한 면밀한 계획 없이 일괄적으로 설립되면서 참여의 폭은 좁고 전통적인 지역의 유지들의 거점이 되고, 심지어 권력화되는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유 센터장은 민선 5기와 6기를 통해 지난 20여 년의 풀뿌리 마을운동의 씨앗들이 들판으로 확장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또 동 주민센터는 이런 확장의 매우 전략적인 지점이 될 수 있다고도 한다. 더욱이 마을살이를 정치적인 색깔로 보는 시선을 과감히 벗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한다.
유 센터장은 동에서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일어나고 주민자치의 역량이 강화되는 중심이 돼 주민참여형 행정혁신이 일어난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혁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유 센터장은 “동 주민센터가 마을살이의 거점이 되고 행정혁신의 시발점이 된다면, 진정한 지방자치, 주민자치의 토대가 굳건히 다져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박 철 기자 webmaster@thepub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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