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0

천관율 - 아니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참사의 정치화’가 아닙니다. - alookso

아니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참사의 정치화’가 아닙니다. - alookso



아니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참사의 정치화’가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미래+1

천관율 · alookso 에디터
2022/11/18

1.
신생 언론 한 곳이 이태원 희생자 명단을, 유가족 동의 절차 없이 공개했다. 이태원 참사 3주 차에는 이 이슈가 참사 관련 보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얼룩소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10월 29일부터 매일, 주요 언론이 쓴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 전체를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분석 대상 언론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TV조선, 채널A(이상은 보수매체로 분류했다), 한국일보, KBS, SBS, JTBC(이상은 중도매체로 분류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MBC(이상은 진보매체로 분류했다) 총 12개사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서


2.
시작은 해프닝에 가까웠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문제가 기사 제목에 처음으로 등장한 건 참사 열흘째인 11월 7일이다. 이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문자메시지를 읽는 사진이 찍혔는데, 내용이 이랬다.


“참사 희생자의 전체 명단과 사진이 공개되는 것은 기본입니다... 유가족과 접촉을 하든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서 당 차원의 발표와 함께 추모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메시지 발신자는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민주연구원 이연희 부원장이다.


민주당은 일단 브레이크를 잡았다. 메시지를 받은 문진석 의원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답장했다”라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부적절한 의견으로서 그런 의견을 당내에서 논의할 상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상황은 곧 급격히 반전된다. 11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런 말을 한다.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합니까? 당연히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됩니다. 숨기려고 하지 마십시오.”


명단 공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첫출발이 이재명 대표 측근의 문자메시지였고, 이후 박찬대 최고위원 등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낸 바 있다. 문자 메시지 보도 이틀만인 9일, 이재명 대표가 명단 공개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인식을 밝혔다. 이 문제가 이슈화된 계기는 이재명 대표 팀의 드라이브였다.


이태원 참사 보도 중, 제목에 ‘명단’이 들어간 기사 숫자는 11월 7일에 3건, 8일 16건, 9일 4건, 10일 5건, 11일 11건이다. 이후 이틀간은 제목에 ‘명단’이 들어가는 기사가 없다.

3.
11월 14일, 신생언론 민들레가 이태원 희생자 명단이라며 실명을 공개한다. 이 날 기사량이 37건으로 급증했다. 다음날인 15일에는 하루 87건이 쏟아진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15일자 보도 네 건 중 한 건이 명단 공개 문제였다. 참사 이후 내내 정국의 핵심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하루 최대 기사 건수는 69건이었다. 단기적 이슈 집중도만 보면 명단 공개 문제가 이상민 장관 문제보다도 높다.


민들레는 유가족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건너뛰었다. 이게 결정적인 문제가 됐다. 진보적 지식인, 인권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의당 등 넓게 보아 ‘민주당 우호 그룹’으로 인식되던 곳에서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4일과 15일에 쏟아진 보도는 사실상 어떤 논란도 다루고 있지 않다. 보수언론은 전면적으로 때렸고, 진보언론은 주저하며 때렸다. 14~15일 이틀 동안 보도량을 보면, 진보언론은 18건(매체당 평균 6건), 중도언론은 32건(매체당 평균 8건), 보수언론은 72건(매체당 평균 14건)이었다.

명단 공개 문제를 정치의제로 띄운 사람은 이재명 대표다. 이 역풍도 고스란히 민주당과 이 대표가 맞고 있다. 민주당은 공식 논평으로 “명단 공개가 부적절하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 차원의 사과(이원욱 의원)나 비공식 코멘트(안호영 수석대변인)가 고작이다. 이렇게 해서 명단 공개 사건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참사를 정치화’하려다 쓴 맛을 본 사건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다. 이 사건의 본질은 ‘참사의 정치화’라고 볼 수 없다. 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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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
2022/11/20



희생자 명단 공개 이슈에서 알 수 있는 '여론'의 중요성
천관율 에디터의 이전 글인 '이상민이라는 급소', 그리고 그 글을 보충한 제 답글까지만 보았을 때는 이태원 참사는 분명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게 치명적으로 부정적인 이슈였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행보와 문재인 정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를 비교한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님의 글도 위에 첨부하였고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시민들은 심지어 그 재난이 현직자의 책임이 아니어도 현직자에게 부정적으로 투표하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을 하는데(관련 논문들은 아래 제목 첨부), 이번 참사는 윤석열 정부 관료의 사전 대처와 사후 대처 모두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었으니 그 영향은 더더욱 컸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지율 변화에는 큰 영향이 없습니다. 왜냐면 이미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참사 이전 30%로 충분히 낮았으니까요. '지지율 변동폭이 적다 '는 근거로 시민들이 윤석열 정부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통...
7

김봉수
·
2022/11/19



전혀 동의가 되지 않는군요
뭐랄까... 정부나 여당에서 만드는 논란 그대로 따라가고 있으시네요 정부는 아주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 경우 명단공개를 가지고 왈가왈부 하였으며,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어떤 나라에서 명단 공개도 못하게 막습니까? 중도매체, 진보매체 분류하신 거 보니 뭐..기존의 기자들이나 정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시네요.
2

담론21
·
2022/11/19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친민주당 계열 언론이란 프레임이 부적절합니다 일반적으로 시사IN 이나 한겨레 경향 등의 언론을 표기할 때 친민주당 또는 친정의당 등의 표현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의 건에 대해 친민주당 언론이라 표현한 것은 억지스럽습니다. 다음으로, 정치는 싸우고 논쟁하고 시끄러운게 본질인데 민주당의 입장을 이 사안에 결부시켜 평하는 것도 부적절해 보입니다. 야당으로서 당연히 내야할 입장을 내고 따질 것을 따졌다고 보는데, 참사희생자 명단공개와 억지스럽게 결부시킨 느낌입니다.
1
6

앙리의 서재
·
2022/11/18



10.29 참사에서 민주당은 과연 야당자격이 충분한가?
명단과 사진의 공개를 두고 갑론을박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진영별로 자신들을 위한 입장이 있을테니 그 부분은 여기서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한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왜 이번에만 명단 공개와 사진 공개가 이토록 이슈가 되고 있는 걸까요? 기존에 일어났던 참사들에서는 왜 그리 아무 논란없이 명단과 사진이 공개되었으며 그 누구도 불만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그때도 역시 패륜이었지만 그냥 조용히 넘거간건지 도대제 무엇일까요? 정말 이해가 안되서 그렇습니다. 철저하게 슬퍼해야 슬픔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 우리는 정말 처절하게 반성하고 슬퍼하고 위로하고 있는 걸까요? 천관율님 말씀처럼 정부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려고 하겠지요 그러니 예전에는 없던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방어를 하고 있는걸 이해 하겠습니다. 그런데 저도 민주당의 대응방식과 강도는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과격하게 보이면 표 불리한 언론환경에서 불똥이 튈거라고 두려운 걸까요? 자중지란으로 대선에서도 패배한 ...
10

안.망치
·
2022/11/18



안타깝게 성실한, ‘참사의 정치화’가 맞을 겁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천관율 에디터님. 글에서 유족과 거리감이 있는 정부 정치는 ‘정권을 보호하는 정치’ 명단 공개 동의 등 행동을 원하는 유족 결집 정치는 ‘참사를 기억하는 정치’ 이를 도와 정부를 공격하는 야당의 정치는 ‘정권을 상처 내는 정치’로 표현해주셨습니다. 탁월하고 선명한 구분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정권을 상처 내는 정치'가 '참사를 기억하는 정치'로 나아가지 못한 것, '유족을 상처 내는 정치'가 된 원인으로 "게으름"이 지목된 것은 다소 의아합니다. "게으름"이 "행위" 보다 우선하려면, 행위의 중요성이 간과 돼야 합니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 사람은 "게으름" 때문에 식사를 거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생명 유지를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약이 있다면 "게으름"은 식사를 하지 않지 않을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이 관점에서, 이재명 대표가 유족 동의를 받기 전에 명단 공개 카드를 꺼내든 것이 "게으름" 때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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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
2022/11/18



가족을 사고로 잃어 본 사람이라면...
가족을 사고로 잃어 본 사람이라면 절대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봅니다 명단을 공개냐 비공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유가족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유가족이 그 슬픔을 상기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대리해 줘야 합니다 유가족이 장례를 치루고 직접 이메일로 내 자식과 내형제의 이름을 빼달라고 말하게끔 하는 것이 과연 정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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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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