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7

안중근의 동양평화론 : 네이버 블로그

안중근의 동양평화론 : 네이버 블로그
안중근의 동양평화론
프로필
kimchitalk
2015. 11. 13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미완성이지만 대강은 당시 통역이었던 소노키 스에요시(園木末喜)의 기록으로 짐작할 수 있다.

내용은 러시아가 동양의 중심지 뤼순을 빼앗고, 또 이것을 일본이 빼앗고, 또다시 중국이 되찾으려 할 것이니, 동 아시아의 분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이곳을 영세 중립 지대로 만들어 공동 번영의 장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동양평화론의 내용



1. 뤼순을 3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군항으로 만들고 이곳에서 동양평화회의를 조직한다.



2. 3국 공동의 은행을 설립하고 공동 화폐를 발행한다.



3. 3국 공동의 군대를 편성하고 각국의 언어를 가르친다.



4. 3국은 상공업의 발전을 도모한다.

 

5. 3국이 힘을 합하여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을 막아서 동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지켜내야 한다. 한·중·일의 황제가 로마 교황을 방문해 협력을 맹세하고 왕관을 받아 세계 인류의 신뢰를 얻는다. 



로베르 슈망(Robert Schuman)의 유럽 연방(United States of Europe)과 같은 구상을 100년 전에 내놓은 안중근은 탁월한 전략가였다.



서문

 

합하면 이기고 흩어지면 패한다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이치이다. 오늘날 세계는 동서로 갈라져있고 인종도 각각 달라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쓰이는 편리한 기계에 대한 연구가 농업이나 상업에 대한 연구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새로운 발명품인 대포, 비행기, 잠수함 등은 모두 사람을 해치는 기계이다. 



청년들을 훈련시켜 전쟁터로 내몰아 많은 귀중한 생명이 희생당하는 일이 날마다 그치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살기를 원하고 죽기를 싫어하는데, 밝은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몹시 아프다. 



그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예로부터 동양 민족은 다만 문학에만 힘쓰고 제 나라만 조심해서 지켰을 뿐, 유럽 여러 나라의 땅은 한 치도 침입해 뺐지 않았음은 전 세계 사람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수백 년 전부터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도덕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나날이 군사적인 힘을 길러 서로 다투기를 조금도 꺼리지 않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러시아가 가장 심하다. 



그 난폭한 행동과 잔인함이 유럽이나 동양을 가릴 것 없이 어느 곳이고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니, 악이 가득 차고 죄가 넘쳐 하늘과 사람이 다 같이 모두 화가 났다. 이에 하늘이 나서서 동해 가운데에 있는 조그만 섬나라인 일본으로 하여금 이와 같은 강대국인 러시아를 만주 대륙에서 한 주먹으로 때려눕히기는 했으니, 이것은 아무도 헤아리지 못했던 일이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며 땅의 도움이고 사람의 생각에도 맞는 이치이다.



당시에 만일 한국과 청나라 양국의 국민이 모두 굳게 뭉쳐서 지난날의 원수를 갚고자 일본을 반대하고 러시아를 도왔다면, 일본이 어찌 큰 승리를 거둘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한국과 청나라 양국의 국민은 일본에 반대하지 않고 도리어 일본 군대를 환영하여, 길을 닦고 짐을 나르며 정보를 알아내는 등 힘껏 일본을 도와주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할 때, 일본 천황은 이 전쟁이 동양 평화를 유지하고 대한의 독립을 튼튼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청나라 사람들은 이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 나 할 것 없이 일본을 도왔던 것이 한 가지 이유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일본과 러시아의 싸움이 황인종과 백인종의 다툼이라 할 수 있으므로, 지난날의 원수진 마음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고 같은 인종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났던 것이다.



통쾌하도다. 장하도다. 수백 년 이래로 앞장서서 못된 짓을 일삼던 백인종의 한 무리를 일본이 단숨에 쳐부수었으니, 이는 참으로 놀랄 일이며 기념할 만한 일이다. 



당시 한국과 청나라의 뜻 있는 사람들이 함께 기뻐해 마지않은 것은 일본의 정책이나 일을 처리해 나가는 모양이 세계 역사상 가장 뛰어나고 시원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슬프다. 천만 뜻밖에도 일본이 승리한 뒤에 가장 가깝고 가장 친하며 어질고 약한 같은 인종인 한국을 힘으로 억눌러 강제로 조약을 맺고, 만주의 창춘(長春)을 남의 땅을 빌린다는 핑계로 차지해 버리니,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은 불현듯 의심을 하게 되었다. 



이로써 일본의 위대한 명성과 공로는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지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은 일본을 야만스러운 행동을 일삼던 러시아보다 더 나쁜 나라로 생각하게 되었다.

슬프다. 용과 범이 위엄 있는 기세로서 어찌 뱀이나 고양이 같은 행동을 한단 말인가. 매우 안타까운 일이로다.

'동양평화' 와 '한국독립'에 대한 문제는 이미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며 당연한 일로 굳게 믿었고, 한국과 청나라 사람들의 마음의 깊게 새겨진 희망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하늘도 없애기 어려운 일이거늘 하물며 한두 사람의 꾀로 어찌 능이 없애 버릴 수 있겠는가.

지금 서양 세력이 동양으로 침략의 손길을 뻗쳐 오고 있는데, 이 재앙을 동양인이 일치단결해서 막아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은 어린아이라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로 일본은 이러한 너무나도 당연한 형세를 무시하고, 같은 인종인 이웃 나라를 꺾고 친구의 정을 끊어, 서양 세력이 애쓰지 않고 이득을 얻도록 한단 말인가. 



이로서 한국과 청나라 사람들의 소망이 크게 꺾이고 말았다.



만일 일본이 지금의 정책을 바꾸지 않고 이웃 나라들을 날로 억누른다면, 차라리 다른 인종에게 망할지언정 같은 인종에게 욕을 당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한국과 청나라 사람들의 마음에서 용솟음쳐서, 모두가 마음을 합하여 스스로 백인의 앞잡이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몇 억이나 되는 동양의 황인종 가운데 뜻 있고 용감한 사람들이 어찌 팔짱만 끼고 가만히 있다가, 동양 전체가 망하는 것을 보고 있을 것이며, 또한 그것이 옳은 일이겠는가.



그래서 동양 평화를 위한 의로운 싸움을 하얼빈에서 시작하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자리는 여순으로 정했다.



이어 동양 평화 문제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는 바이니 여러분은 깊이 살펴 주기 바란다. 



1910년 2월, 대한국인 안중근 여순 옥중에서 쓰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