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31

이응준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 서평1, ②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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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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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12. 

안녕하세요, 제10기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유니콘 박형기입니다. 분단은 단지 갈라져 떨어져 있다는 것이 아닌, 아(我)와 타(他)가 다른 현실 속에 살아가면서 의식과 사고의 괴리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분단에 대한 아무 대책 없이 갑자기 두 개체가 합쳐졌을 때, 갈등으로 인한 비극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응준 작가의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은 대책 없는 분단의 표면적 해소가 어떤 재앙으로 다가오는지 파헤치는 소설입니다. 또한 우리의 분단 의식과 갇혀있는 사고에서 벗어나 남과 북 서로를 이해하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국가의 사생활> 표지 (출처 : 교보문고)


2011년 북한이 대한민국에 흡수통일 된 지 다섯 해가 지난 2016년, 사회적 공백이 발생한 북한과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남한에서는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살 길을 찾기 위해 남한으로 탈주하면서 범죄조직화 되고, 북한 지역은 남한 사회의 투기 열풍으로 인해 꾸며진 자본주의적 사회로 개조됩니다.

여기서 조선인민군 출신의 범죄조직 ‘대동강’의 일원인 ‘리강’은 동료 ‘림병모’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칩니다. 독립투사 ‘이장곤’의 손자인 그는 암울한 통일 한국 사회에서 날카롭고 육중한 사회의 벽과 맞닿게 됩니다. 조직의 수괴 ‘오남철’, 그를 적대하는 ‘조명도’, 북한에서 금기시 되던 무술인 ‘장군도령’, 북한에서의 혁명사상으로 가득 찬 수재 소년 ‘김동철’, 화류계 ‘은좌’의 일원인 ‘홍혜숙’ 과 ‘서일화’, 남한 출신 마약제조원 ‘이선우’ 등의 인간 군상은 급조된 통일 대한민국의 단면에 암약하며 생존을 도모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통일 한국의 사회적인 암울함을 예리한 시각으로 묘사하였습니다. 이북 사람들이 토비(土匪)가 되어 마치 아프리카 국가의 내전 현장과 같은 상태가 되고, 남한 아파트단지의 도둑고양이들은 전부 굶주린 사람들의 술안주가 되어 사라지고, 평양은 엉성한 자본주의의 전시장이 되어 환락의 도시로 변합니다. 남한 정부는 북한 주민 전체를 전산화 하는데 실패하고, 이른바 ‘대포 인간’들은 범죄조직으로 빠져 사회 혼란을 더하게 됩니다.
 
소설 속의 인간 군상과 배경 또한 통일 한국 사회의 괴뢰의 한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동강의 활동기지인 ‘광복빌딩’ 상층부에는 통일 대한민국 상류층 사람들의 환락이 가득찬 룸살롱이 있지만 지하에는 ‘땅굴’로 불리는 범죄조직의 처형장소가 있습니다. 대동강의 고위급 인사들은 남한 노래를 북한식으로 부르고, 오남철은 김정일이 즐겨 마신 부르고뉴 포도주에 개고기를 곁들여 먹습니다. 남한 사회의 환락, 북한 사회의 경직성이 혼합된 통일 한국의 사회는 서로의 증오를 부추기고 각자의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도태되어 버립니다.

림병모의 장례식은 기독교식으로 행해졌는데, 북한의 주체사상과 수령에 대한 숭배는 기독교의 것과 혼합되어 광신적인 모습으로 변질됩니다. 리강이 가지고 있던 68식 권총은 현대 사회운동을 대표하는 ‘68혁명’과 그 이름이 같지만 그는 피로써 이뤄지는 혁명만이 진정한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통일 한국에서는 더 이상 그런 혁명은 이뤄낼 수 없었고, 리강은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맙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 하지만 갑작스러운 통일 이후 독일은 사회적인 문제를 보였다. (출처 : 위키피디아)


통일 이후의 암울하고 혼탁한 현실을 다룬 『국가의 사생활』을 읽으면 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먼저 앞섭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통일이란 과연 이런 어두운 모습뿐일까요?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답을 주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서평에서 『국가의 사생활』이 주는 통일의 진정한 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제10기 대학생 기자단 유니콘  박형기였습니다.




이응준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 서평 ② : 네이버 블로그

이응준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 서평 ②
프로필
대한민국 통일부
공식블로그
2017. 7. 12


<국가의 사생활> 표지 (출처 : 교보문고)


안녕하세요, 제10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유니콘 박형기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응준 작가의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 서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소설의 줄거리와 배경, 인간상을 살펴보았습니다. 

혼탁한 통일 대한민국의 현실을 다룬 이 소설은 과연 우리에게 그 어떤 해답도 주지 못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에 불과할까요? 이에 대한 답은 소설 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나아가야할 진정한 통일과 분단의 타파에 대해 작가는 희미하게나마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사생활』 첫 장에는 장자(莊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리강의 할아버지 이장곤이 죽기 하루 전, 대동강변에서 거대한 물고기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깊은 바닷속에서 작은 알을 깨고 자라난 거대한 물고기가 있었다. 그 비늘은 큰 군함만 했는데, 물고기는 곧 자라서 큰 새가 되었다. 그 새 또한 날개 길이가 몇천 리가 되어 그 크기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그의 할아버지가 왜 물고기와 새의 이야기를 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조직의 무술인인 장군도령에게서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닮은 신내림을 듣게 됩니다. “너는 너를 죽이게 될 것이다.” 이 말은 리강의 마음 속을 괴롭히고 자신이 자신을 죽인다는 말에 리강은 자신의 최후에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장군도령의 말과 물고기와 새의 이야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물고기가 새로 변한다는 것은 자신의 사회에서 벗어나 더 크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갇혀있던 틀에서 깨어나 넓고 열려있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각성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강의 할아버지 이장곤은 자신이 죽기 전 어린 손자에게 물고기와 새의 이야기를 우화로만 말한 것이 아닌, 그에게 좀 더 넓은 세상을 꿈꾸고 그 현실을 깨어나가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장군도령이 말한 “자신이 자신을 죽이는 것”은 자신의 실수 때문에 자기의 명을 재촉할 것이라는 말이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의식과 사고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과 다름없던 자신의 의식, 그 알을 깨고 나아가 큰 물고기가 되고, 큰 물고기가 물에서 벗어나 큰 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가의 사생활』의 압축적인 주제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자 소요유(逍遼遊)편에 나오는 물고기 곤(鯤)과 큰 새 붕(鵬). (출처 : 매일경제)


우리는 통일을 생각할 때 으레 우리에게 돌아올 이익과 편익에 대해 생각합니다. 우리의 의식과 이해관계, 사회,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통일에 대해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통일은 이익과 편익을 고려해서는 다가오지 않습니다. 분단을 깨고 이뤄지는 통일이란 의식과 사고의 공존과 동질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틀을 깨지 않고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적 사고, 북한이 가지고 있는 주체사상적 사고는 분단 하에 나눠져 굳어진 틀입니다. 이는 끝없이 재생산과 확산을 반복하여 지속됩니다. 우리가 진정한 통일을 논하기 위해서는 분단 하에 이뤄진 의식의 틀을 깨고 (‘나를 죽이는 것’과 ‘큰 새가 되는 것’),  공존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소설에서 제시되는 디스토피아적 한반도의 모습에서 벗어나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통일로 나아가는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응준 작가의 소설 『국가의 사생활』에 대한 서평을 다뤘습니다. 제10기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유니콘 박형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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