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台万華鏡 (일대만화경)]
1.
대만 주재 일본인 스미키 히카리(栖来ひかり) 작가가 펴낸 “日台万華鏡“를 읽고 최근 대만 내무성이 동성혼을 금지하는 국가 출신의 외국인과의 혼인도 법적 혼인관계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것을 알았다. 2019년 아시아 국가중에서는 처음으로 동성혼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시행한 이후 상대가 외국인인 경우 출신국가가 동성혼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혼인이 성립했음을 인정한다는 종래의 취지를 변경한 것이다.
올해 초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기사를 준비 중이던 미국인 기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녀는 취재 도중 만난 한국젊은이들로부터 들은 고충에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 또한 기존 사회가 강요하는 삶의 모습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했다.
그리고 자신의 배를 가리키면서, 실은 자신도 임신중이며, 결혼 의사는 없지만 아이를 키우고 싶어 절친의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을 통해 임신을 했다고 했다. 또한 본인과 친구 모두 동성애자이며, 양가 가족들도 모두 크게 기뻐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녀는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이었고, 나 또한 다가오는 그녀의 출산을 축하했다.
2.
동성혼 결혼도, 혼외자 출생도 한국사회에서는 법률로 엄격하게 금지가 되어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커녕, 한국사회의 수많은 혐오와 함께 동성애도, 혼외자/출산도 혐오의 대상으로 언급되지만 않으면 다행인 사회가, 오늘날의 한국 사회다.
식민지 경험과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두 나라가 21세기에 보이는 모습이 전혀 다른 것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3.
스미키 작가가 대만 코로나 대책의 큰 틀을 마련한 – 그 자신 트렌스젠더인 - 오드리 탕 디지털장관을 인터뷰했을 당시, 탕장관은 대만인의 역사관을 “무지개 역사관”이라는 표현을 빌어 설명했다고 한다.
즉, 무지개가 각각 다른 일곱 가지 색을 가져서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에는 위아래가 없는 것처럼, 대만인은 다양한 민족과 사고방식을 공생이라는 틀 안에 담아 자신들의 역사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이었다. 대만인들에게 있어 소위 “민주화”란, 장개석 국민당독재 하의 펼쳐진 획일적인 민족주의, 반일주의 역사 교육을 거부하고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 또한 의미했음을 알게 하는 발언이다.
4.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WHO의 테드로스 사무국장이 (WHO가 중국에 편향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대만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했을 때 차이잉원 총통이 “대만은 어떠한 차별에도 반대한다. 대만의 가치관은 자유, 민주, 다양성, 관용이다. 테드로스 사무국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우리의 이러한 노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을 한 것이 내게는 인상깊게 남아있다.
다양한 삶에 대한 수용과 공생에 대한 고민없이 한국사회의 발전은 더 이상 불가능하단 생각을 한다. 그런 면에서 대만은 한국사회가 갈 수 있었던, 그러나 가지 않은 길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아시아에 대만과 같은 나라가 있어 반갑고, 내가 사는 나라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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