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31

Yoo Jung Gil - 60대의 책임을 묻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영화<더 데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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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의 책임을 묻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영화<더 데이스>
<일본에서 경험한 2011년 3.11 쓰나미, 원전사고>

2011년 3월11일, 동북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을 때 나는 일본에서 1년을 예정으로 머물고 있었습니다. 금요일인 그날 오후 3시 30분경 발생한 진도 9.0의 지진은 마치 물위에 있는 것처럼 땅이 울렁거리며 2번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연구소의 후지다 부소장은 나에게 헬멧을 주면서 책상밑으로 들어가라고 황급히 말했습니다. 책장이 넘어지고 책들이 쏟아지고 집기가 떨어지고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TV에는 배들이 종이배처럼 검은 물에 휩쓸려가는 장면이 보이고, 순간 앞으로 닥칠 걱정에 온갖 두려운 상상을 했지만, 이후 쓰나미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날 저녁, 동경근처에 거대한 가스 폭발이 있었고, 다음날 후쿠시마 1호기에서 수소폭발장면은 엄청난 충격이었고 이후 동경시내의 계획정전이 있었고, 한달간 500여회의 여진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위장이 나빠졌습니다. 2-3개월지난 뒤 나는 이와테, 센다이 등 재난 지역의 한국의 단체들과 구호활동을 했습니다. 그때 현장에서 목격한 일본의 재난상황은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이었습니다.
<8부작 영화 더 데이스>
휴가란 생각에 여유를 부리며 본 넷플렉스에서 <더 데이스>라는 후쿠시마 원전재난 영화를 발견했습니다. 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5.7m 방호벽은 15m 쓰나미 앞에 무용지물이 되어 결국 바닷물이 들어와 원전지하실에 있는 비상디젤발전기, 비상냉각장치등 발전설비가 고장이 났습니다. 그렇게 전기가 끊어진 것이 재난의 시작입니다. 그러자 연료봉이 방사성 붕괴열로 녹아 내리는 것을 냉각시키지 못했습니다. 바로 옆의 해수를 이용하면 될텐데, 그러면 수조원짜리 원전을 영영 못쓰게 되는 걸 우려한 동경전력측은 수상에게까지 거짓정보를 주었습니다. 결국 해수이용을 지체하는 바람에 30시간을 허비하여 1,3,4,호기가 폭발하고 결국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원전사고를 일어났던 것입니다.
<위기에 드러난 개인과 사회의 근본>
당시 <간 나오토>수상은 드물게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 당선된 수상이었고, 탈원전주의자였으며, <무라야마, 오부치, 하토야마>와 더불어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루려 한 한국인에게 가장 개념있던 드문 정치인 중한명이었지만, 이 원전사고로 국민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게 된 비운의 수상이었습니다. 그는 수습중간에 폭발과 방사능피폭 때문에 철수하려는 동경전력을 향해 ‘도망가면 동경전력을 없애버리겠다’며 호통을 치는 바람에 긴급 수습을 완료할 수있었습니다. 만일 그때 철수했다면 정말 일본은 붕괴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합니다.
이 영화는 위기상황에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의 영달과 기업의 이익에 급급하는 사람, 메뉴얼주의에 빠진 관료문화, 자신의 입장만 고려하는 정치인들 등, 다양한 군상이 드러납니다. 특별한 것은 이 영화의 말미에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수습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원전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60세 넘은 나에게 주는 메시지>
이 영화를 보며 저는 60+기후행동과 관련하여 무심코 지나칠수 없는 대사가 가슴에 박힙니다.
첫째로는, 1.2호기가 폭발하고 극도의 위급한 상황에서 간 나오토 수상은 철수하려는 동경전력의 간부를 향해 호통을
치면서 “60살이 다 된 간부들은 현장으로 가서 죽어도 돼, 나도 갈거야, 사장도 회장도 각오하고 임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실제 수상이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둘째로는, 원자로 격납용기의 압력이 높아지자, 위험을 감수하며 벤트(압력을 빼는 일)를 하려는 사람에게 현장소장은 “이 (위험한) 곳은 60이 넘은 우리 늙은이에게 맡기고, 너희 젊은 녀석들은 빨리 집으로가, 이후 부터 시작될 길고 긴 회복의 과정은 너희들이 힘을 써줘야지”라고 하는 대목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시 곡창지대였던 후쿠시마에서 재배된 농산물의 구매를 두고 고민하던 한 유명한 일본생협운동가는 그곳의 농민들을 위해 “60이 넘은 사람은 이 농산물을 먹자... 노인들은 먹어도 방사능 영향이 적고, 후쿠시마는 우리세대가 누리고 지은 죄값이니까...”라는 한탄의 말이 기억났습니다. 결국 현장을 책임졌던 소장은 후쿠시마 이후 2년뒤에 암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60대인 내 가슴에 꽂히는 아픈 말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일주일간의 위기는 일본의 운명이 달린 것이라 할 정도이며, 현재 지구의 기후위기 상황을 그대로 압축해 놓은 것이란 생각을 지울수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결국 우리세대가 저지른 과보이고, 후대들에게 이를 물려주지 않도록 우리가 결국 책임지고 죽는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더 큰 걱정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과정에 거짓정보로 국민들을 속이고, 오염된 토양을 강물에 몰래버리다 걸리고, 원전청소부의 임금도 가로채고, 정부를 속인 동경전력, 그리고 늦장대응과 피해를 축소한 정부, 더욱이 10여년 지난 지금 자민당정부는 일본의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한국을 위협하고, 결국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행동을 자행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더 큰 걱정은 24개의 원전이 밀집된 우리나라가 만일 사고가 났을 경우 이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부산과 울산등 원전 밀집지역 반경 30km안에 500만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일본은 53기의 원전이지만 그보다 국토면적이 1/4인 남한은 일본보다 2배가까이 밀집된 24개가 있으니 말이지요.
그래서 생각합니다. 만일 재난상황이 되면 60넘은 우리들이 온몸으로 책임을 져야하지 않을까. 우리가 만들었고, 우리가 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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