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6

알라딘: 삼국유사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2022 일연 (지은이), 서철원 (옮긴이)

알라딘: 삼국유사




삼국유사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일연 (지은이), 서철원 (옮긴이) arte(아르테) -11-08
정가28,000원
전자책22,400원 


9.7
100자평 9편
리뷰 31편
세일즈포인트 138
양장본
440쪽

책소개

아르테의 새로운 고전 시리즈 '클래식 아고라' 두 번째 편인 <삼국유사>는 고려의 대표적 승려 일연의 저작이자 <삼국사기>와 더불어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이다. 원래 5권 3책으로 된 것을 한 권으로 묶어 출간하게 되었다.

<삼국유사>는 ‘기록’보다 ‘이야기’의 힘이 두드러지는 엄연한 역사서로, 전설 같은 이야기들의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삼국이 모두 받아들인 불교의 문화를 강조하듯 인연의 얽힘을 강조하고, 인연의 원인과 결과가 맞물린 서사를 소중하게 대한다. 무엇보다 새롭게 읽힐 만한 고전답게 진보적인 시각이 돋보인다. 인간을 돕는 동물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가야의 황후 허황옥, 연오랑과 세오녀의 이야기는 현 시대가 지향하는 다문화사회를 구현하고 있다.

복수의 기록이 있는 내용에는 다른 기록을 곁들이고 있으며, 읽기 쉬운 번역과 함께 역자의 해설이 각 편마다 추가되어 있다.

목차


『삼국유사』 제목과 그 뜻 11
1편 기이, 정치 현실과 신성한 환상 (상) 19
2편 기이, 정치 현실과 신성한 환상 (하) 109
3편 흥법, 불교의 전래 197
4편 탑상, 탑과 불상 223
5편 의해, 불교의 뜻 303

6편 신주, 밀교의 신통력 363
7편 감통, 여러 세상의 공감과 소통 375
8편 피은, 숨은 은자들 405
9편 효선, 효도와 선행의 실천 425
발문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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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11
『삼국유사』는 여러모로 『삼국사기』와 비교되곤 하였다. 이를테면 『삼국사기』가 왕권의 강약과 귀족 세력의 부침에 따른 정치사를 바탕으로 서술되었다면, 『삼국유사』는 불교와 고유 신앙의 대립과 화해, 향가를 비롯한 문학과 미술 작품, 건축물의 조성 등 종교를 중심으로 한 문화사의 영역을 해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국사기』가 본기와 열전에 수록된 현실 세계의 역사를 지향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삼국유사』는 기이편과 감통편을 비롯한 여러 대목에서 비현실적인 존재들을 만나고 체험하는 과정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_『삼국유사』 제목과 그 뜻

P.47
다섯 가야 - 『가락기찬駕洛記贊』을 살펴보면 자줏빛 끈 하나가 내려와 둥근 알 6개를 주었다고 한다. 다섯 알은 각각 작은 나라들로 떠났지만, 하나는 성에 남았다. 그리하여 하나는 수로왕首露王이 되고, 남은 다섯은 각각 다섯 가야의 군주가 되었다. 그러므로 금관가야는 다섯에 들어가지 않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고려의 『사략史略』은 금관가야까지 합쳐 세었고, 창녕까지 함부로 보태었으니 잘못되었다.


_1편 기이, 정치 현실과 신성한 환상(상)


643년 16일 자장은 당나라 임금이 하사한 불경, 불상, 가사, 폐백을 가지고 귀국하였다. 선덕여왕에게 탑 쌓을 일을 아뢰자, 여러 신하와 함께 의논하였다.
“백제에 기술자를 청해야 가능하겠습니다.”
좋은 비단으로 백제에 부탁하니, 명장 아비지阿非知가 와서 목재와 석재를 맡았다. 용수라고도 불리는 김춘추의 아버지 용춘 이간도 200명의 기술자를 관리했다. 첫 기둥을 세우는 날, 아비지는 백제가 망하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어 공사를 중단하자, 갑자기 큰 지진이 나고 하늘이 어두워졌다. 그 와중에 어느 노승과 장사가 본당의 문에서 튀어나와 기둥을 세우고는 없어졌다. 그러자 아비지도 생각을 바꿔 9층탑을 완성했다.
탑의 중심기둥에 대한 기록[찰주기, 刹柱記]에는 철로 된 토대 위아래 높이가 44~80m 정도라 했다. 자장이 오대산에서 받은 부처님의 사리 100알을 황룡사 9층탑의 중심기둥과 경남 양산 영축산의 통도사通度寺, 자신이 울주에 창건한 태화사大和寺 탑 등에 나누어 모셨다. 이 탑을 세우고 천하가 태평하며 삼한이 통일되었으니, 정말 신통하지 않은가!
_4편 탑상, 탑과 불상

P.335~336
원효는 태어날 때부터 특별해서, 스승을 따라 배우지 않았다. 그가 수행했던 자취와 여러 업적은 당나라의 『속고승전』과 행장에 다 실려 있으므로, 여기서 되풀이하지는 않겠다. 전해지는 특이한 일 한 두 가지만 살펴보자.
(중략) 이때 요석궁瑤石宮에 과부가 된 공주가 살았다. 원효를 맞이하려고 사자를 보내 찾아, 경주 남산 내려와 문천교에서 만나게 되었다. 원효는 일부러 물에 빠져 옷을 젖게 했다. 그러자 사자는 요석궁으로 원효를 모시고, 옷을 벗어 말리도록 했다. 이렇게 요석궁에 묵었고, 공주는 임신하여 설총을 낳았다. 설총도 태어날 때부터 총명해서, 유학의 경서와 역사에 통달하여 신라 10대 현자 중 1인이 되었다. 한국어 발음으로 중국과 신라의 풍속이며 사물의 이름을 다 나타낼 수 있었고, 유학의 경서에 다 주석을 달아 아직도 우리나라의 경서 주석에 끊임없는 영향을 끼치고 있다.

_5편 의해, 불교의 뜻

P.430~431
얼마 후 대성은 사고로 죽었는데, 그날 밤 김문량金文亮 재상의 집에 하늘의 소리가 들렸다.
“모량리 아이 대성을 이 집에 맡기노라.”
(중략)
대성은 자라면서 사냥을 좋아하게 됐다. 하루는 토함산에서 곰 한 마리를 잡고, 아랫마을에서 잘 때 꿈에 곰이 나타나 혼냈다.
“왜 나를 죽였느냐? 내 너를 잡아먹으리라.”
대성은 놀라 용서를 빌었다.
“그러면 나를 위해 절을 짓겠느냐?”
“그러겠소!”
잠에서 깨니, 이불이 흠뻑 땀에 절어 있었다. 그래서 사냥을 끊고 곰을 사냥했던 자리에 장수사라는 절을 지었다. 그러므로 느낀 바 있어 신앙심이 두터워졌다.
그리하여 현생의 양친을 위해 불국사를 짓고,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불사[석굴암]를 지었다. 불국사에 신림, 표훈 등 성현을 모시고 석굴암에 큰 불상도 만들어 키워주신 은혜를 갚았으니, 한 몸으로 두 시간대의 부모님께 효도한 일은 예로부터 드물다. 대성이 밭을 바쳤던 기부의 효험을 안 믿을 수 있겠는가?
_9편 효선, 효도와 선행의 실천




추천글
한겨레 신문: 한겨레 신문 2022년 11월 11일 학술 새책



저자 소개
지은이: 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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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삼국유사>,<삼국유사 - 하>,<삼국유사 - 상> … 총 199종 (모두보기)
고려 후기의 승려. 보각국사(普覺國師)라고도 한다. 경북 경산(당시 경주의 속현이었던 장산군)에서 태어났으며 어렸을 때 출가하여 9세에 무량사에서 머리를 깎고 승려의 길로 들어섰다. 14세에 설악산 진전사에서 정식으로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1227년 22세에 승과에 뽑히고 그 후부터 여러 사찰을 돌며 선관(禪觀)을 탐구했다. 41세에 선사, 54세에 대선사가 되었다. 몽고의 침입이 계속되는 동안 남쪽의 포산, 남해 등지에서 수행에 전념하다 56세에 원종의 부름을 받고 강화도로 가서 선월사 주지로 있으면서 설법하며 지눌(知訥)의 법통을 이었다.
63세에 왕명으로 선종과 교종의 고승 100명을 모아 개경에서 대장경 낙성회향법회를 강론하여 선교의 맹주가 되었다. 72세에는 충렬왕의 명을 받아 청도 운문사의 주지가 되어 왕에게 법설을 강론했다.
1283년 국존으로 추대되어 원경충조(圓經沖照)라는 호를 받았다. 말년에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 경북 군위의 인각사를 중축하여 그곳에 머무르며 《삼국유사》를 집필했다. 84세인 1289년에 인각사에서 입적했다.

저서로는 《삼국유사》 외에 《어록》《게송잡저》 《조정사원》 등 불교 관련 서적 8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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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서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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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한국문학개론 (조규익 외)>,<고전시가 수업>,<향가의 유산과 고려시가의 단서> … 총 8종 (모두보기)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향가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거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강의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고전시가 수업』 (2022) , 『삼국유사 속 시공과 인생』 (2022) , 『향가의 유산과 고려시가의 단서』( 2013) , 『향가의 역사와 문화사』 (2011) , 『한국 고전문학의 방법론적 탐색과 소묘』 (2009) 등이 있으며, 불교문학 연구서와 고전시가 이론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미래의 우리 겨레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찬란한 판타지! 아르테의 새로운 고전 시리즈 〈클래식 아고라〉 두 번째 편인 『삼국유사』는 고려의 대표적 승려 일연의 저작이자 『삼국사기』와 더불어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이다. 원래 5권 3책으로 된 것을 한 권으로 묶어 출간하게 되었다. 『삼국유사』는 ‘기록’보다 ‘이야기’의 힘이 두드러지는 엄연한 역사서로, 전설 같은 이야기들의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삼국이 모두 받아들인 불교의 문화를 강조하듯 인연의 얽힘을 강조하고, 인연의 원인과 결과가 맞물린 서사를 소중하게 대한다. 무엇보다 새롭게 읽힐 만한 고전답게 진보적인 시각이 돋보인다. 인간을 돕는 동물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가야의 황후 허황옥, 연오랑과 세오녀의 이야기는 현 시대가 지향하는 다문화사회를 구현하고 있다. 복수의 기록이 있는 내용에는 다른 기록을 곁들이고 있으며, 읽기 쉬운 번역과 함께 역자의 해설이 각 편마다 추가되어 있다. 지성의 광장, 클래식 아고라 지루하기만 한 고전은 가라! 흥미진진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새로운 품격의 고전 시리즈! 중역과 낡은 번역으로 점철된 고전이 아니라 젊은 학자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고전의 새 시대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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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분포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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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라스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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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고전일 줄로만 알았는데, ‘오, 이게 해석이 잘 되고 재미도 있네!‘ 생각할 수 있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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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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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를 곁들인, 흥미롭게 볼만한 고전 역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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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빛내라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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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을 수가 있어서 어려움없이 쭉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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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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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신화가 어우러져 현실로 기록되는 멋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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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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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에서 만나보는 우리 역사 이야기가 흥미롭고많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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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doll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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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읽었던 삼국유사로 생각하고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처음에 쉽지 않았다. 그러나 차츰 읽어 갈수록 알고 있는 삼국유사와 현재 읽고 있는 삼국유사과 결합하여 읽는 즐거움과 새로운 내용은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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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들맘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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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만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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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강욱맘 202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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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삼국유사지만, 언젠가 읽어보고 싶던 삼국유사다. 최대한 읽기 쉽게 번역을 했다는 작가의 말에 힘입어 도전했고, 순조롭게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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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달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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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문학적 가치가 엄청난 책을 출판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보물모시듯이 소중히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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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전체 (31)


피로 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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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역사책을 정말 좋아한다. 역사를 주제로한 교양서, 에세이, 여행서, 입문서, 학술서 기타 등등 왠만하면 다 읽는 편이다. 세계사도 좋아하고, 한국사도 좋아하기에 우리집에 있는 책중 많은 양이 역사를 주제로 한 책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한국사가 압도적이다. 개인적인 취향을 고르자면, 난 한국사 중에서도 고대사에 관심이 많은 터라, 고대사 관련 책을상당수 읽었다. 내가 읽었던 수 많은 책들이 참고한 역사서 중 상당수가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 고대사를 기록하고, 현재 남아있는 제일 오래된 기록물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이기 때문에. 심지어 학교 국사시간에도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대해서 무조건 배운다. 그렇기에 한국인이라면 이 두 역사책을 모르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다만, 정말 씁쓸하게도 이 두 책을 다 읽어봤느냐고 물어본다면, “아니요” 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일 것이다. 나 역시 각잡아서 읽은 역사책은 『삼국사기』 뿐, 『삼국유사』는 읽어본적이 없으니까^_T.

하지만 또...그렇다고 『삼국유사』의 내용을 모르는 건 아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수 많은 역사책들이 『삼국유사』를 인용했고, 학교에서도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일화들을 가르치기도 했으니까. 예컨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모르는게 이상한) 환웅, 곰, 호랑이가 나오는 ‘단군신화’는 『삼국유사』 기이편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뿐만아니라 ‘미추왕과 대나무잎 군사들’, ‘만파식적’, ‘처용설화’, ‘수로부인 헌화가’, ‘서동요’ 등도 『삼국유사』 기이편에 실려있다. 고로 난 『삼국유사』는 읽어본적이 없으나,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상당수의 이야기들을 알고 있는 아이러니 한 이야기랄까? 하하하. 그래도 언제고 한번 쯤은 『삼국유사』를 제대로 읽어봐야지! 싶었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 21세기북스(아르테)에서 고전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고전이 바로 『삼국유사』. 역사덕후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TMI지만.... 개인적으로 책을 살 때는 통일성을 중시하다보니, 시리즈로 나오는 책들은 계속해서 구입한다. 대표적인 예가 서해문집 고전시리즈 ‘오래된 책방’(리뷰올린건 몇 건 안되는게 함정ㅋ). 헌데 이번에 21세기북스에서 출간된 『삼국유사』를 읽고 보니, 표지도 이쁘고 무엇보다 가독성이 좋다. 아무래도 고전은 옛말을 지금 우리가 쓰는 말로 번역해야하는 어려움이 있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단어도 있고 하다보니 가독성이 떨어지는 번역서도 많다. 헌데... 이 책은 가독성이 좋네? 고전은 가독성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러다보니...21세기북스 고전시리즈도 전부 모아볼까 싶은 생각이 스물스물 든다. 아 근데 분명 서해문집 고전시리즈랑 중복되는 책이 한 두권이 아닐거라, 솔직히 고민중. 하 ㅋㅋㅋ고민되네.

『삼국유사는 』 그 분량이 정말 방대하다. 쉽게 말하면 ‘벽돌책’이랄까^^. 벽돌책이라면 손 조차 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그런 사람들도 『삼국유사』 만큼은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다. 왜? 삼국유사는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서 띄엄띄엄 읽을 수 있는 책이니까. 거기다 고리타분한 인세의 ‘정치사’가 아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기이하고 신기한 이야기들이다. 단군신화처럼 곰이 여자가 되고, 때로는 도깨비가 나오고, 전쟁을 멈추는 피리도 나오고, 용도 나온다. 즉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이야기들은 대부분이 흥미진진하다.

『삼국유사』는 ‘왕력.기이.흥법.탑상.의해.신주.감통.피은.효선’ 이라는 총 9편의 주제로 나뉜다. 다만 왕력은 일종의 연표, 계보에 해당하여 이 책에서는 제외되었다.

기이편은 왕들의 이야기이되, 기이한 이야기가 섞여있다. 대체적으로 기이편에 실려있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많다. 흥법, 탑상, 의해, 신주, 감통, 피은편은 저자가 스님이다보니 불교적 내용이 많다. 『삼국유사』 이야기중 절반 이상이 불교적인 색채가 가미되어 있는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마지막 효선편은 말그대로 효도와 선행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삼국유사』는 여러 출판사에서, 여러 번역/해설본이 나왔는데 내가 굳이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뭐였을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삼국유사』에 대한 이 책 번역자의 해석이 와 닿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언젠가 단군 신화 이래로 단일민족, 통일된 한 줄기 민족혼 등을 강조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한국에 필요한 덕목은, 그 무엇보다도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성이 다른 사람들끼리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남과 다른 ‘나’가 존중받지 못하는 탓에, 언제부턴가 누구라도 분노와 울분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나’가 존중받지 못하는데, ‘너’를 인정해서 이들이 ‘우리’로 이루어질 리도 없다. 그런데 사실은 단일 민족설의 토대가 된 단군 신화를 전해준 『삼국유사』 조차도, 불교와 비불교, 정치와 문화예술,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 말하자면 세상 모든 것들의 공존과 만남, 화해를 거듭거듭 강조해왔다.

『삼국유사』에 나왔던 이들을 보자. 바다를 넘나들며 문명을 교류했던 석탈해, 허왕옥과 연오랑, 세오녀 등은 다문화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김현의 아내 호랑이, 살아있는 몸으로 신이 된 욱면 등의 여주인공은 편견을 벗어난 다양한 시각을, 한국의 고유신앙을 포용하며 성장했던 한국불교는 이념과 사상의 다원성을 증거하고 있다. 우리가 미래에 이루려 하는 다문화, 다양성과 다원성을 지닌 새로운 한국은 이미 『삼국유사』를 통해 우리가 한 차례 이미, 이루었던 것이다. p 016

과거 우리는 단군의 후손, 단일민족이라고 운운했던 적이 있다. 이 땅에서 단군의 후손이자 단일민족이라며, 우리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시작했던 때는 다름아닌 우리 역사의 암흑기였던 일제강점기 당시였다. 악마같은 일제와 맞서기 위해서, 우리는 하나라는 끈이 필요했을 때다. 이때의 단군신화는 일제에 핍박받던 우리 민족의 힘이자 등불이었다. 일본에 맞선 조선인들은 (고)조선을 세운 단군의 후예이자, 단일민족이었다. 우리끼리 똘똘 뭉쳐야 했기다. 그게 바로 시대가 만들어낸 가치관이기도 했다. 그때는 그게 정답이었다.



그 이후로 백여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은 단일이 아닌, 다원화된 사회이다. 지금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존중해야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단일민족 운운하며, 나와 ‘우리’끼리만 똘똘 뭉쳐서 다른 사람들을 차별, 더 나아가서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민족을 떠나서, 그들이 말하는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면 무조건 적대시하고 배척한다. 그들은 단군신화를 하나의 방패로 삼아, 자신들의 생각이 올바르다고 믿는다. 참으로 웃기지도 않다. 정작 단군신화를 뜯어보면 하늘을 숭상하는 종족과 곰을 숭상하는 종족, 즉 서로 다른 종족들의 공존이다. 뿐만 아니라 단군신화를 알려준 『삼국유사』도 단일민족이라고 외부 종족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았으며, 외려 여러 민족과 어울려 사는 모습을 그리고, 때로는 그들에게 무언가를 배우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외침이 잦았기에, 단일민족이 될래야 될 수도 없다.

16세기에 쓰여진 『삼국유사』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알려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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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식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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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비교한다고들 한다. 이 책 시작 또한 이러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분명히 다르지 않을까? 이런 의문으로 읽기를 시작한다. 삼국사기는 국가 편찬의 역사서라면 일연의 삼국유사는 보다 객관적이며 백성을 위한 독자 친화적 작품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고대 국가의 건립이 중심이 된 역사를 비롯한 불교, 당시대 문화의 다방면을 소개한다. 또한 역사서의 연대기적 흐름의 이해를 위해 처음부터 읽어 나가야겠다는 강박을 제거해 준다. 책에서 어필하는 그대로 '아무 곳이나 펼쳐 읽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런대로 다른 곳을 읽더라도 무방하다.' 책 읽는 독자의 이야기 흐름을 깨지 않을 수 있고, 흥미로운 분야를 먼저 거쳐가며 책 전체의 흐름과 구조를 맛볼 수 있다. 현대적 관점의 단편 소설집, 에세이 느낌이라 칭해도 되지 않을지 생각한다. 또한 삼국사기에 배제된 내용을 첨가해 두 책을 동시에 읽으며 역사적 객관성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연구적 목적도 가능해 보인다. 다양성과 다문화성, 다원성은 이미 과거에서부터 향후 전개될 미래 긍정적 이미지까지 제공한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호 간의 문화와 역사를 비교하고,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며 글을 집필했을 일연. 그런 의미에서 《삼국유사》는 한국인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고전이 아닌가 싶다.


기존 《삼국유사》에 비해 좀 더 생동감 있고 현재의 독자들에게 읽기 쉽도록 정리된 이야기. 우리 선조들이 살아온 과거의 문화, 역사, 전통, 신화들이 이 시대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을지 가늠해 보는 것도 독서의 깊이를 가중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고전에 충실하되 적절한 해설과 가독성 있는 생동감이 《삼국유사》라는 고전의 두려움을 해소해 준다. 고조선의 단군왕검으로 시작해 위만 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 체계가 잡히지까지 세세하게 알지 못했던 역사. 이 역사 이면에 자리 잡은 탄생 신화 등을 읽기 쉽게 정리해놓은 서철원 교수의 해설과 편집된 문장이 어려운 고전 읽기에 숨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고전을 읽게 되면 원문 그대로의 해석이 일반인으로서는 쉽지 않다. 그래서 주석이나 해설을 찾아보게 되며 연대기적으로 앞뒤의 상황 근거가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으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이 작품 아르테의 《삼국유사》는 시간대적 상황에 맞게 왕의 출현, 사건, 사고의 흐름을 어느 정도 설명하듯 추정해 주며 대략의 역사적 순서를 가늠케 한다. 우리가 누구나 잘 알 것 같지만 아직도 역사의 고증이 진행되고 있는 고조선에서부터 삼국의 탄생 과정과 근거, 각 시대별 상황과 상하 구조 등을 장황하지 않게 알기 쉽게 단락별로 나눈 편집이 책을 읽는 가독성을 높여주며 해설과 적절히 책의 원전을 이해 가능한 형태로 독서에 몰입 가능하게 해준다. 민간인이라 할 수도 있고, 종교 편향성이 담겨 있을지 모를 일연의 해설과 설명에 적당한 해설과 명확한 번역을 가미한 서철원 역자의 노력. 이미 위에서 한차례 언급했듯 끊김 없는 독서를 가능하게 하는 고전 작품이다.

표제의 제목처럼 역사적 사실이라지만 개인적 입장에서 써 내려간 역사서의 한계일지 모르겠다.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모든 역사는 승자 중심의 문화이고, 기득권의 관점에서 서술을 해나가기도 한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도 그러할 테고, 일연 대사가 기록한 삼국유사 또한 그러할지는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그리스의 신화가 바탕이 된 로마의 역사처럼 우리 또한 전통의 역사 아래 신화 창조적 발상이 적절히 가미된 이야기는 있을 수 있다. 우리, 후대의 몫이라 할 이를 고증하고 밝혀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이것도 우리의 역사이자 선조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 아닐까도 싶다. 《삼국유사》를 읽으면서 우리 역사의 우수성에 감탄할 수도 있고, 흔히 즐겨보던 판타지물 영화에 빗대어 비교해 볼 만한 재미도 지닌 것이 《삼국유사》를 읽는 큰 장점이라 여겨진다. 동시대의 관점을 다양한 시각으로 기록하며 비교하는 재미, 그것이 우리가 역사를 느끼며 익히는 것이고, 일연의 《삼국유사》이러한 축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실과 환상의 적절한 만남이 많은 독자들에게 《삼국유사》의 읽는 재미를 배가 시킬 수 있길 기대하며, 아르테의 서철원 교수 번역, 해설 작품이 커다란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생각을 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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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22-11-24
『삼국유사』는 고조선의 흥망성쇠를 세 단게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환웅과 웅녀의 아들 단군이 세운 왕검 조선(기원전 2333~기원전 1122?), 주나라의 책봉을 받아 기자가 세웠던 기자 조선(기원전 1122?~기원전 194), 연나라 사람 위만이 기자의 41대손 기준 임금을 내쫓고 세운 위만 조선(기원전 194~기원전 108) 등을 합치면 2,200년을 넘어서므로, 한국사는 고조선이 아니었을 때보다 고조선이었던 적이 아직 긴 셈이다. (-31-)





그러므로 옛 백제였던 부여융을 웅진 도독으로 삼아 제사와 선산을 지키게 할 것입니다. 백제를 신라에 귀의하여 영원히 한 나라가 되게 하리니, 두 나라는 묵은 감정을 없애고, 화친하여 황제의 명에 따라 함께 당나라의 일부로서 제후의 나라가 될 것입니다. (-102-)





이차돈은 대쪽 같은 성미에 거울처럼 맑은 뜻을 품고 , 명문가의 자손으로 조정을 보살펴 태평성대의 성군을 모시는 충신이 되고자 하였다.나이 22살로 사인 벼슬을 하고 있었다. 사인은 신라에 있던 대사, 소사 중에서 하급 관직이다. (-209-)





그리고 『삼국사기』 와 황룡사의 옛 기록에는 이렇다.

553년 진흥왕 때 황룡사를 짓고 645 년 9층 목탑을 세웠다. 698년 효소왕 대 벼락을 맞았는데 , 이게 성덕왕 때라는 기록은 잘못되었다. 720년에 성덕왕 때인 다시 지었다가 868년 48대 경문왕 시절 2번째 벼락 맞고 3번째 다시 지었다. 953년 고려 광종 때 3번 째 벼락맞고, 1021년 현종 때 4번째 다시 지었는데, 1035년 4번째 벼락 맞아 문종 시절 5번째 또 지었다. 1095년 헌종 때는 5번째 벼락, 1096년 숙종 시절 6번째 중건했다가 1238년 고종 때 몽골의 침입으오 탑과 장육사의 절간이 다 탔다. (-238-)





676년 의상은 귀국하여, 신라 조정의 뜻대로 경북 영주 태백산에 부석사 浮石寺 를 지었다. 대승불교를 곳곳에 펼치니 영험한 일이 많았다. 지엄의 제자로 의사의 후배였던 법장화상 현수는 『화엄경탐현기 花嚴經探玄記』를 집필하여 의상에게도 한 부 보내주며, 다음과 같은 정겨운 편지도 보냈다. (-339-)





8세기 중반 경덕왕 무렵, 경남 진주 혹은 경북 영주로 추정되는 곳에, 수십 명의 귀족 남장들이 극락에 가겠다고 미타사를 세워 10,0000일 동안 함께 수행할 모임을 만들었다. 그 일원이었던 아간 벼슬하던 귀진의 집에 욱면이라는 여종이 있었다. (-380-)





단군 조선 이후 위만조선, 기자 조선을 지나 마한,진한,변한이 세워졌으며, 신라, 백제, 고구려 삼국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후 통일신라가 되었고, 통일신라는 왕건에 의해 고려가 세워지게 된다. 2000년 넘는 시간동안의 한반도의 역사에서, 놓칠 수 없었던 것 중 하나가 일연의 삼국유사와 김부식의 삼국사기였다. 김부식(1075~1151) 의 삼국사기가 정사에 의존한다며, 일연(1206~1289) 의 『삼국 유사 』는 야사와 정사, 그리고 신화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삼국유사가 가지는 역사적 무게감, 삼국유사를 내가 이해하기에는 막연하게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테의 클래식 아고라 시리즈는 고전 『삼국 유사 』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내고, 쉽고, 이해하기 쉬운 고전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삼국 유사는 드라마 『선덕여왕』,『태왕사신기』, 『대조영』 , 『태조 왕건』 속 스토리텔링의 모티브가 되고 있었다 . 실제 드라마 선덕 여왕에 나오는 덕만이 그리고 미실 이야기도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등장하고 있으며, 태조 왕건에 대한 이야기, 과거 사극 대조영도 삼국 유사가 있었기 때문에 재현할 수 있었다. 대몽항쟁도 마찬가지다. 즉 삼국 유사는 그동안 중국의 역사적 사료에 의존하였던 것에서 탈피해, 불교 국가였던 신라의 위상을 볼 수 있으며, 삼국사기에 빠져 잇는 역사적 이야기르 담고 있었다. 이후 고려시대 스님이었던 일연(1206~1289) 에 의해 한반도의 역사가 고스란히 재현될 수 있었다. 특히 책에는 한국 화엄종의 본산인 의상대사가 창건한 영주 부석사에 대한 건립과정과 이후 역사적 흐름에서 불교가 가지는 중요한 역할까지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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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zahbs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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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공부할 때나 관련 도서를 읽을 때면 종종 근거자료로써 그 출처를 보면 『삼국유사』가 언급될 때가 있다. 워낙에 공식처럼 외워서 『삼국유사』하면 딱 일연이 자동검색어처럼 떠오르는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렇게나 많이 들어왔던 이 책을 읽어 본 기억이 있는가 하면 아닌것 같다.



너무나 유명해서 대략적으로 일연이 어떤 내용을 담았다라는 정도는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지는 알 수 없었기에 이번에 아르테에서 클래식 아고라 시리즈로 출간된 도서를 통해 만나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특히 그중에서도 고마웠던 부분은 책이 현대적으로 잘 번역/해설되어 있어서 읽기에 편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일연이 쓴 그 자체인 원작(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의문이지만)이라면 사실 읽기가 쉽지 않았을것 같기 때문이다. 내용은 총 9편으로 나눠져 있고 당시 일연이 이 책을 쓸 당시의 기준이 아닌 지금 이 책을 읽는 현대인의 입장과 시점에서 시대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도 책을 읽는 입장에서도 고마울 따름이다.



고조선(단군왕검)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왕들 중심으로 또 불교적인 관점이 좀더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는 3편으로 넘어가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국사 공부를 할 때도 시대사별, 국가별, 그리고 그 안에서는 왕들 순으로 배우긴 했지만 글대도 왕조와 관리, 이들 사이의 관계나 외세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 책은 조금은 내부적인 관점에서 불교를 중점으로 하여 접근하고 있어서 너무나 익숙한 고서지만 읽어본 기억이 없는 분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좀더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있는 기회라 추천해주고 싶다.



역사서라기 보다는 마치 역사 이야기를 쉽게 풀어 쓴 책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쉽게 쓰여졌기 때문에 성인들은 물론 중고등 학생도 충분히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도 왕들과 관련한 다양한 일화를 담은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처럼 쓰여져 있어서 은근히 가독성도 높은 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추후 아르테에서 클래식 아고라 시리즈로 『삼국사기』의 출간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현대적 언어로 번역/해설해서 이 책처럼 읽기 쉽게 풀어서 써준다면 지금 읽은 책과 함께 둘을 비교하면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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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LY 202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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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삼국유사>라는 제목에서 '유사'는 빠뜨린 일, 남겨둔 일 혹은 버려진 일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빠뜨린 일들을 애써 모은 것일까? 바로 나라에서 펴낸 역사책인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나름대로 의식한 표현이다. 이 때문에 <삼국유사>는 여러모로 <삼국사기>와 비교되곤 하였다. 이를테면 <삼국사기>가 왕권의 강약과 귀족 세력의 부침에 따른 정치사를 바탕으로 서술되었다면, <삼국유사>는 불교와 고유 신앙의 대립과 화해, 향가를 비롯한 문학과 미술작품 건축물의 조성 등 종교를 중ㅅ미으로 한 문화사의 영역을 해명하고 있다. (p. 11) <삼국유사>자체가 그런 혁신적인 생각의 산물이라 할 수는 없어도, 공식적인 사관의 평만이 유일한 역사의 눈이 되는 것을 경계하기에는 충분하다. <삼국유사>는 역사 이해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성을 마련해 주려고도 한다. (p. 12) 우리가 미래에 이루려 하는 다문화, 다양성과 다원성을 지닌 새로운 한국은 이미 <삼국유사>를 통해 우리가 한 차례 이미 이루었던 것이다. (p. 16) 이 책은 다른 번역서들처럼 정확한 번역을 앞세우기보다, 일단 잘 읽히는 번역을 추구하였다. (p. 17)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역자는 <삼국유사>의 가치와 이 책의 특장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일단 잘 읽히는 번역을 추구하였다' 에 감사한 마음이다. 한자를 그대로 옮기기만했다면 내가 과연 이 책을 읽을 엄두나 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난해함이나 거부감없이 술술 읽힌다는 것이큰 장점이었다. 교과서에서 제목만 보던 역사책을 이렇게 쉽게 읽을 있는 시대가 오다니! 내가 그<삼국유사>를 읽다니!! 와우, 정말 세상 참 좋아졌다. ㅎㅎㅎ


이 책은 총9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역사 이야기에 해당하는 1편과 2편이 절반 나머지 불교관련 이야기가 절반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삼국의 역사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대체로 신라에서 고려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주 맥락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고려의 시초이야기랄까 고려의 용비어천가랄까 싶은 역사이야기였다.


또한 역사이야기이긴 하지만 대체로 신화적 이야기 였다. <삼국사기>와 대조되는 가장 큰 부분도 바로 이 점일 것같다. 신화적이고 영웅적인 일종의 야사같은 이야기들. 그래서 삼국의 역사라 할 수 있는 1편과 2편의 큰 제목은 '기이, 정치 현실과 신성한 환상' 이다. 기이하고 환상같지만 오래도록 전해져오는 역사이야기 라고나 할까. 그래서 출발은 언제? 고조선 이야기다!

나라를 다스린 지, 1500년 만에 주나라 무왕이 기묘년에 즉위하여 기자를 조선 땅의 제후로 삼았다. 그러자 단군은 장당경으로 옮겼다가 훗날 아사달에 돌아와 숨어 산신령이 되었다. 그때 나이가 1,908세였다. (p. 23) 한 고조 유방때 연나라 왕 노관이 배반하고 흉노를 섬기게 되었다. 이때 연나라 사람 위만은 무리 1천여 명을 거느리고 요새를 나와 동쪽으로 달려 패수를 건너 망명했다. (p. 24) 왕검성은 함락되지 않았는데, 우거왕 대신 성기가 저항을 이어갔기 때문이었다. (중략) 마침내 한나라는 조선을 정벌하고 그 땅에 진번, 임둔, 낙랑, 현도 등 4군을 설치했다. [위지]에서 말한다. 위만이 조선ㅇ르 공격할 때, 조선왕 준은 궁궐의 여인들과 가까운 부하들만 거느리고 바다를 건넜다. 그리고는 남쪽 한 땅에 나라를 세워 마한이라 했다. (p. 27) [통전]에서 조선의 유민이 70여 나라로 나뉘었는데, 각각 그 영토가 100리 씩이라 했다. (중략) 마한은 서쪽에 54소읍이 있어 모두 '나라'라 했고, 진한은 동쪽에 12소읍이 나라를 자칭했다. 변한도 남쪽으로 12소읍이 나라를 칭했다. (p. 30)

내가 중고등학생일땐 기자조선이라던가 위만조선에 대해 배운적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중고교생들의 교과서를 보면 이 내용이 나온다. 역사가 과거이야기로 그저 지난 일이라 고정불변일 것 같지만 사실 역사는 매 시대 새롭게 읽히는 과거로서 변화한다. 이 변화를 판단하는 데 있어 각자의 역사관이 그만큼 중요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역사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데, 이 책은 <삼국유사>라는 본문과 적절한 보충설명이 쉽고도 객관적으로 쓰여 있는 것 같아 믿음직해 보였다.

위 내용에서 '삼한'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마한,진한,변한과 좀 다르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삼국유사>는 삼한 가운데 마한을 고구려, 변한을 백제, 진한을 신라라고 불렀던 최치원의 관점을 존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사의 순서 또한 '마한-고구려-변한 백제-진한'의 순서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마한을 백제의 모태로, 변한을 가야의 시초로생각하는 오늘날의 역사적 지식과는 어긋난 것이다. 이는 삼한이 곧 삼국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따르고자 한 것이다. (p. 40)' 또한 '<삼국유사>의 모습은 일연의 역사관과 국제 관계의 이상을 반영한 것이다. (p. 34)' 라는 점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알아두어야 할 것같다.

지금 풍속에 '경'을 서벌(서울)로 읽는 게 이 때문이었다. (p. 60)

이빨이 더 많아서 먼저 왕위에 올랐다. 여기에서 잇금(이사금, 임금)이라는 말이 유래하여, 유리왕부터 지금까지 '임금'이라는 칭호를 쓰고 있다. (p. 63)

미추왕릉의 서열도 박혁거세를 비롯한 박씨 왕족의 5릉보다 위에 두어 대묘라 하였다. (p. 71)

새로 알게 되는 깨알 역사 상식들이 재밌기도 했지만, 고조선과 고구려, 백제, 신라의 초대 왕들의 신화적 이야기를 읽으며 든 생각은 당시 한반도의 상황이 서양역사가 유래된 펠레폰네소스반도와 그닥 다를게 없었다라는 점이었다.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땅에서 세습이 아닌 왕위계승이 이루어졌고 자잘한 도시국가들로 느슨한 연합체가 이합집산했다는 점이 말이다. 다만 한반도는 바다로 나가면 주변이 뻥 뚫린 광활한 태평양이었지만 펠레폰네소스 반도는 지중해라는 닫힌 바다여서 무수한 문화들이 서로 얼키고설켰다는 점이 이후 역사의 향방을 가른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런저런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역사는 어디서든 참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는 면이 있다.

의자왕은 백제가 멸망했던 해를 넘기지 못하고 병들어 죽었다. 황제는 벼슬을 추증하고 옛 백제 신하들의 조문을 허락했다. 사치 때문에 나라를 망친 것으로 유명한 임금들인 삼국시대 오나라 마지막 임금 손호, 남북조 시대 진나라 마지막 임금 진숙보 곁에 묻고 비석을 세웠다. (p. 100)

고려의 군대가 수십 일을 머무르다 떠났는데, 지휘에 따라 단정했고 규율을 조금도 어기지 않았다. 서라벌의 남녀들은 기뻐하며 말했다. "예전에 견훤이 왔을 때는 늑대와 호랑이 같았는데, 고려 태조 왕건 공께서 오시니 부모님을 뵌 것 같네요"(p. 150)

안종은 고려 8대 현종의 아버지로, 이후 고려 임금은 모두 현종의 자손이므로 결국 경순왕은 고려 임금들의 조상이기도 하다. (p. 153)

고구려, 백제, 신라라는 삼국을 생각했을때 고려 라고 하면 고구려 에서 맥을 이은 나라가 아닐까라고 막연히 생각해왔었나 보다. 이 책을 읽다보니 고구려와 백제의 이야기는 그 시작부터 멸망까지 짧게 다룬 반면 신라의 이야기는 굉장히 길고 자세했다. 사실 역사지도를 봐도 고려는 통일신라 땅으로 시작했다. 발해가 차지하고 있던 옛 고구려의 영역까지 넓혀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조선시대에 지금의 국경이 정해지기까지 결국 요동지역까지는 수복하지 못했다. 고려 시대의 역사가 신라의 역사를 자세히 남긴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신라의 역사를 고려와 연결시켜서는 잘 모르는 것 같지?

역사가는 평한다.

신라는 운수가 다하고 도리를 잃어 하늘이 더 돕지 않았고, 백성들은 의지할 데 없는 틈을 타 도적이 고슴도치 털처럼 일어났다. 가장 왕성한 이들은 궁예와 견훤 둘이었다. 궁예는 본디 신라 왕자인데도 자기 집안을 원수로 삼아, 선조의 그림을 칼로 베었으니 너무 심하게 사나웠다. 견훤은 신라 백성으로 신라의 녹을 먹으며 반역할 뜻을 품어, 나라의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고 그 도읍을 침략하여 왕과 신하를 다 짐승처럼 죽이니 천하에 으뜸가는 악당이었다. 그러니까 궁예는 신하들에 버림받고 견훤은 아들에게 불행을 당한 일이, 다 자업자득이고 누구 탓할 자격이 없다. 향우나 이밀 같은 능력자들도 한나라, 당나라의 천하통일을 막을 수 없었거늘, 궁예와 견훤 따위가 우리 태조를 당할 수 있었을까? (p. 177)

고구려, 백제, 신라에 대한 일연의 평가가 지금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평가와 어떻게 얼마나 다른 건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역사가의 평가는 시대마다 달라지기 마련인데, 지금 우리가 우리의 역사에서 가장 의미를 크게 두고 있는 부분은 과연 어디일까?

여하튼, 삼국의 이야기 끝에 저자는 가야의 역사도 빼놓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가장 빈약하게 배우는 부분이 가야인 것 같은데 최근 유적발굴도 활발하다 하니 이 부분의 역사가 좀 보완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고조선부터 시작하여 삼국과 가야의 시작과 멸망을 다루고 나면 각 국에 불교가 언제 어떻게 전래됐는지를 시작으로 절이나 불상, 탑 등에 얽힌 이야기, 유명한 스님들의 일화 그리고 민간에 전해지던 이런저런 교훈적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대개가 설화적 이야기들이다 보니 약간은 전래동화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신선하게 읽혔던 부분은 (아무래도 불교 이야기라서 그런가) 인도등의 외국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너희 신라 황룡사는 석가모니와 예전 세상 가섭 부처님들이 강연하던 땅이라, 연좌석이 아직도 있다. 그래서 인도 아소카왕이 황금을 좀 모아 바다에 띄워 보내, 1300년 후 신라에 다다라 황룡사에 모셔질 수 있었다. 다 공덕과 인연 덕분이니라"(p. 233)

이렇게 땅에서 돌로 된 뭐가 자꾸 나온다는 점은, 샤머니즘 거석 신앙이 불교에 수용된 결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p. 240)

물고기 상징은 우선 수로왕과 아내인 허황옥의 상징물이 쌍어, 물고기 두 마리였다. 이는 메소포타미아에 기원을 두고, 불교의 상징으로서 물고기처럼 눈을 깜빡이지 않고 열심히 수행하는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한편 로마 시대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도 물고기로, 예수의 시대를 황도12궁 물고기의 시대라 부르기도 했다. 물고기는 이렇듯 신과 생명의 기원에 관한 종교 신앙을 상징하는 보편적인 소재였으므로, 만어산과 같은 물고기 산의 이미지가 가능한 것이다. (p. 278)

인도에서는 신라를 '구구타예설라'라고 부른다. '구구타'는 닭, '예설라'는 귀하다는 뜻이다. 인도에 전해지기로는, 신라가 닭의 신을 공경하므로 닭의 깃을 머리에 꽂아 장식했다고 한다. (p. 323)

지금은 없지만 황룡사가 정말 중요한 절이었구나 싶어 더 궁금해지고, 거석신앙이 불교와 연결된 점도 아하 그랬구나 감탄했고, 인도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신선했다. <삼국유사>가 이렇게 재밌는 책인데 그동안 왜 고전으로서 읽을 생각을 못했나 싶을 정도다. 역자는 <삼국유사>가 여러 이야기의 모음집이므로,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겠지만 초심자의 경우 아무 곳이나 흥미로운 부분부터 띄엄띄엄 읽어나가는 방법도 권장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1편과 2편은 아무래도 연대기적 역사이야기이다 보니 순서대로 읽고, 3편 이후 불교관련 이야기들은 자유롭게 읽어도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우리의 역사고전으로서 이렇게 대중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해준 클래식아고라 시리즈 관련자분들께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이 시리즈의 1권인 <징비록>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2권인 <삼국유사>도 이처럼 즐겁게 읽고나니 앞으로 나올 다른 책들도 절로 기대가 된다. '고전 회복 운동'으로 시작했다는 클래식아고라 시리즈, 꾸준히 지속되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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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라스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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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클래식 아고라 시리즈 책 『삼국유사』이다. 클래식 아고라는 지루하기만 한 고전은 가라며, 흥미진진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새로운 품격의 고전 시리즈를 선보였다.


먼저 『징비록』으로 그 문을 열었다. 『징비록』을 읽으며 '고전이 의외로 읽을 만하네.'라는 생각을 하며 두려움을 내려놓았다.


보통은 '고전'하면 무언가 난해한 느낌이 들어서 다음 기회로 미루던 경향이 있었는데, 클래식 아고라 시리즈가 그 거리감을 좁혀주며 자신감을 심어준 듯했다.


그때 그 마음으로 이번에는 『삼국유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삼국유사는 전설 같은 옛날이야기만 모아놓은 책인가? 우리 민족의 기원을 전설로만 치부해버려도 되는 것일까? 삼국사기는 정사고, 삼국유사는 야사일 뿐이라는 그릇된 믿음을 버릴 때가 됐다. 우리의 정신과 삶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를 알아야 민족과 개인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제대로 ' 알려주는 삼국유사 이야기! (책날개 중에서)


일연一然 (1206~1289)

고려 후기의 승려로서 1283년 국사의 지위에까지 올랐던 인물이었지만, 그가 이룩한 수준 높은 선불교의 경지보다 우리에게는 『삼국유사』의 편찬자로서 더욱 유명하다. (책날개 중에서)


번역·해설 서철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강의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9편으로 구성된다. 1편 '기이, 정치 현실과 신성한 환상(상)', 2편 '기이, 정치 현실과 신성한 환상(하)', 3편 '흥법, 불교의 전래', 4편 '탑상, 탑과 불상', 5편 '의해, 불교의 뜻', 6편 '신주, 밀교의 신통력', 7편 '감통, 여러 세상의 공감과 소통', 8편 '피은, 숨은 은자들', 9편 '효선, 효도와 선행의 실천'으로 나뉜다.




이 책에서는 『삼국유사』의 제목과 뜻부터 밝히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삼국유사』라는 제목에서 '유사'는 빠뜨린 일, 남겨둔 일 혹은 버려진 일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빠뜨린 일들을 애써 모은 것일까? 바로 나라에서 펴낸 역사책인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나름대로 의식한 표현이다. 이 때문에 『삼국유사』는 여러모로 『삼국사기』와 비교되곤 하였다. (11쪽)


아마 학창 시절에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헷갈려 한 사람들도 많고, 시험에도 종종 나왔기 때문에 더욱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목과 저자 이외의 본문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삼국사기』는 일종의 사전에 가까운 책이지만, 『삼국유사』는 짤막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모음집에 가깝다고 하니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삼국유사는 아무 곳이나 펼쳐 읽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런대로 다른 곳을 읽더라도 무방하다고 하니,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겠다.


먼저 『삼국유사』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해주고, 잘 읽히는 번역을 추구하여 작품을 번역했다고 한다. 그러니 어렵다는 생각에 펼쳐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갖가지 설화가 가득 차 있는 한국사 책이다.


처음에는 약간 낯선 느낌이 들더라도, 일단 고조선 단군왕검 이야기부터 보자.


그러면 아는 이야기이면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단군이 훗날 아사달에 돌아와 숨어 산신령이 되었는데, 그때 나이가 1,908세였다는 것도 놀랍고 새로웠다.




한자가 다소 많이 있어서 읽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부담감을 덜고 읽어나가기 시작해 보면 술술 읽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외로 속도감 있게 읽으면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읽어나갈 수 있으니,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미래의 우리 겨레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찬란한 판타지! (책 뒤표지 중에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느끼는 것은 옛 서적에서 오히려 참신한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이 새로운 것을 발산하고 있다.


특히 해석의 문제로 멀게만 느껴졌던 것을 클래식 아고라에서 새로이 만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어서 반갑고 친밀감이 생긴다.


어려운 고전일 줄로만 알았는데, '오, 이게 해석이 잘 되고 재미도 있네!' 생각할 수 있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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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끌 202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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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三國遺事)>는 고려 시대의 승려인 일연(一然)이 충렬왕 7년(1281년)에 썼다고 알려지고 있다. 김부식이 고려 인종 23년(1145) 때 왕명에 따라 쓴 <삼국사기(三國史記)>와 함께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아르테(arte)의 새로운 고전 시리즈 [클래식 아고라] 두 번째 편인 <삼국유사>는 원래 5권 3책으로 된 것을 이번에 1권으로 묶어 출간됐다. <삼국유사>에서 '유사'란 무슨 말일까? 유사란 빠뜨린 일, 남겨둔 일 혹은 버려진 일 등으로 풀이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p.22

당산나무가 있었던 곳을 '신시', 환웅을 '황웅천왕'이라 불렀다. 바람, 비, 구름의 신과 함께 곡식, 생명, 질병, 형벌과 선악 등의 사람들 사이 360여 가지 일을 맡으면서, 세상에 머물러 다스리고 교화했다.

이때 어떤 곰과 호랑이가 같은 동굴에 살았다. 그들은 사람되기를 바라고 늘 환웅 신에게 빌었다. 환웅 신은 영험한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며 말했다.

"너희가 이것을 먹으면서 100일간 햇빛을 보지 않아야 사람이 된다."




p.85

27대 덕만 임금의 시호는 선덕여왕으로 김씨였다. 아버지는 진평왕으로 632년 즉위하여 16년간 다스렸는데, 미리 알아맞힌 예언이 3가지 있었다.

첫째, 당나라 태종이 붉은색, 자주색, 흰색 등 3색의 모란 그림과 씨앗 3되를 보낸 일이 있었다. 임금이 그림 속의 꽃을 보고 말했다.

"이 꽃은 향기가 없겠소."

그리고는 뜨락에 심으로라는 명을 내렸다. 꽃이 피었다 지기까지 기다렸지만, 과연 그 말처럼 향기가 없었다.









<삼국유사>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고려 이전의 삼국시대를 중심으로 불교문화가 도입되고 고려 시대까지 이어지게 된 과정들을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소개해 재미와 감동을 준다. 인연의 얽힘을 강조하면서도 인연의 원인과 결과가 맞물린 서사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을 읽어봐야 되는 요소 중 하나다.




<삼국유사>는 역사서지만 개인적인 느낌은 판타지 소설처럼 다가온다. 왜냐하면 왕의 탄생이라든가 불심으로 적을 막기 위해 탑을 세우는 등의 이야기는 기이하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삼국사기>가 왕권 강화의 목적으로 기술되었다면, <삼국유사>는 '기록'보다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p.180

나라 이름을 대가락, 혹은 가야라 했는데, 6가야 중 하나였다. 나머지 다섯 분도 각가 다섯 가야의 주군이 되었다. 가락국 금관가야는 동쪽으로 황산강, 서남쪽으로 바다를 접하고 서북쪽으로 지리로 궁궐을 지어 다스릴 때, 어찌나 소박하고 검소한지, 초가지붕 끝도 다듬지 않고 흙 계단도 70cm가 채 못 되었다.




p.229

한나라 시절 역사책의 지리지를 찾아보니 요동은 압록강 밖 유주에 속해 있었다. 여기 나오는 고구려의 거룩한 임금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시조 동명성황이라 할 수는 없었다. 동명성왕은 기원전 19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때는 한나라도 아직 불경을 못 보았던 시절이거늘 어떻게 고구려 신하가 산스크리트어를 풀이할까? 그러나 한나라에 이런 문자를 산스크리트어라고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 테니까, 마찬가지로 고구려도 부처님의 이름 정도는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유일한 것은 없다는 것이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삼국유사>는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하나에만 주목하고 있지 않고 다양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삼국유사>는 크게 왕력편, 기이편, 기타라는 3가지 큰 줄기로 나눌 수 있다. 왕력편에서는 연표, 계보로 왕의 시작과 끝이 언제였는지를 알 수 있다. 기이편에서는 임금의 탄생 설화와 관련된 건국 신화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불교의 전래를 소개한 흥법편, 불교 신앙의 물질적 근거를 밝힌 탑상편, 경전의 전파와 그에 따른 불교 신앙의 정착 과정을 보여주는 의해편 등 불교 색채를 많이 볼 수 있다.




p.283

오대산에 문수보살의 화신이 머문다는 말은 자장 법사에서 나왔다. 자장이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만나려고, 636년 선덕여왕 때 당나라에 갔다. 당나라 고승전에는 638년에 갔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삼국사기>의 기록을 따랐다. 태화지 연못가 문수보살 석상 앞에서 7일간 기도하다가, 꿈에서 4행으로 된 게송을 받았다. 깨어나 기억해 보았지만, 다 인도 말이라 이해할 수 없었다.




p.335

원효는 출가할 때 자기 집을 바쳐 초개사를 짓고, 출생했던 밤나무 근처에 사라사라는 절도 지었다. 그 행장에 서라벌 사람이라 했던 것은 그 조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나라 <속고승전>에는 하상주 사람이라 했다. 665년 문무왕 시절 행정 구역 개편 기록을 참고하면, 여기서 '하상주'란 하주의 속현 압량군으로, 불지촌을 포함하고 있으며 경주 상주 근처이기도 하다.









<삼국유사>는 역사서지만 전설과 신화 같은 이야기들이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을 때처럼 흥미롭게 다가온다. 또한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책에서는 기존에 출간된 책들이 중역과 낡은 번역으로 점철된 고전에서 벗어나 젊은 학자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고전을 바라보고 있다.




또한 복수의 기록이 있는 내용에는 다른 기록을 곁들이고 있으며, 읽기 쉬운 번역과 함께 역자의 해설이 각 편마다 추가되어 있다. 고전은 한자가 많이 들어가 있고 문맥도 난해해 읽기가 어렵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있고,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어 중·고등생은 물론 어른들도 함께 읽어두면 좋다.







이 포스팅은 arte(아르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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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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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일연 (지은이), 서철원 (옮긴이)
arte(아르테) 2022-11-08

항상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몇페이지 읽다보면 급피로해져서 책을 덮게 되는 경우가 있죠. 바로 삼국유사가 그렇습니다.
한자가 많아서 그럴까?
번역이 이해가 안되서 그런걸까?
너무 옛날이라 지금과 달라서 이해가 안되나?
이야기가 앞뒤가 안맞아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끝까지 읽기 힘든 책이 맞습니다.

그런데 읽기 쉽게 번역했다는 말에 이번에는 독서가 가능하겠구나 히고 책을 잡았습니다.

하드커버로 되어있어 살짝 긴장했습니다만 정말 내용이 쉽게 읽힙니다. 일러두기에 정확한 번역보다 잘 읽히는 번역을 했다고 쓰여있는데 그대로입니다.
1 잘 읽힙니다.
2 생략된 부분에 오히려 고딕으로 문장을 넣어 이해가 쉽습니다.
3 한자를 살짝 작은 글씨로 배치하여 글들이 술술 넘어갑니다.
4 중간에 해설과 보충을 넣어 최신의 연구들을 추가해놨습니다. 틀린 부분을 지적하기 보다 이야기의 보완같은 느낌으로 수월하게 이해를 돕습니다.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의 이야기는 그동안 이해가 안되었는데 읽기 쉬운 번역이라 이제 이해가 됩니다. 관음보살이 변신하여 가르침을 주고, 노힐부득이 미륵불이 되고, 달달박박이 아미타불이 되는 이야기였네요.
아니 초조대장경이 1029년이고 삼국유사가 1281년인데 저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불교를 몰라서 적었다기엔 일연스님이 직업이 스님인데 그럴 수는 없고, 어쩌면 시중에 나와있는 이야기들을 다 모아서 굳이 빼놓지않고 전부 알려주려는 의도였나 봅니다.

697년에 망덕사가 완공되어 효소왕이 직접 가마를 타고 법회에 갔다. 그때 어떤 초라한 승려가 뜨락에 움츠리고 있다가 부탁했다.
“저도 행사에 끼고 싶습니다.”
효소왕은 맨 끝자리에 끼워주었다가, 법회를 마치고 장난삼아 말을 걸었다.
˝어디 사시오?˝
˝경주 남산 비파암 삽니다.˝
˝돌아가시거든 임금이 직접 공양한 법회에 참석했다고 하지마시오.˝
승려는 웃으며 대답했다.
˝폐하께서도 진짜 부처님을 공양했다 하지 마소서.”
말을 마치고는 공중으로 몸을 솟구쳐 남산 쪽으로 날아갔다.
388-389p. 7편. 감통
조선 세조와 상원사 문수보살 이야기의 원전이 여기 있었네요.

삼국시대의 불교가 주로 점찰법회인 것도 특이하고 원효, 의상, 사복 스님의 시대가 이제 보니 당시의 벨에포크같은 낭만이 있습니다. 주로 죽음의 이야기지만 인생이 삶과 죽음 외에 뭐가 있겠습니까.
혜공 스님이 승조의 조론을 보고 내가 지은 책이라는 말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감동을 줍니다.
사천왕사에서 문두루비법으로 당나라 함대를 물리치신 명랑스님 법회에서의 간절한 기도에 혜공스님이 찾아온 사연도 가슴이 울컥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부 모은 일연스님이 대단하고 읽기쉽게 번역하신 서철원 선생의 공이 대단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삼국유사를 읽은 듯합니다. 보통 저자들은 책을 내면서 자신의 저서가 인생책이 되었으면 한다, 항상 옆에 놓고 읽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요. 저에게는 웬지 삼국유사가 언젠가 읽어야할 인생책이지만 (지금까지는 요재지이였습니다) 쉽게 읽을 수 없는, 읽다 보면 눈이 감기는 책이었습니다. 이제 삼국유사를 제대로 읽었다는 느낌이 들면서 진짜 인생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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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달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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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책이 서평 이벤트에 올라왔다.

출판사를 살펴보니 아르테 출판사였다. 아르테 출판사는 알고 있기로는 21세기북스 출판사 쪽이었다. 서가명강으로 많은 호감도를 가지고 있는 21세기북스 출판사. 아르테는 그 안에서 라노벨 책들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고전 쪽으로 확장했나 보다. 검색해 보니 21세기북스 내에서 아르테는 문학 쪽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삼국유사 책이 도착해서 반가운 마음에 얼른 택배를 뜯어보았다. '삼국유사'라는 제목에서 두꺼운 책이 올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실제로 받아본 책은 두꺼운 두께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하드커버로 양장본 책이 와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양장본에 겉표지가 한 번 더 쌓여져있어서 책이 곱게 포장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책을 찬찬히 살펴보니 책의 겉표지 위쪽에 '클래식 아고라'시리즈라고 쓰여 있었다. 아르테 출판사에서 '클래식 아고라'시리즈를 만들었는가 보다. 01은 유성룡의 징비록이었고, 02가 이번 책인 일연의 삼국유사였고, 03은 홍대용의 의산문답. 개방 일기였다. 3권은 출간 예정이라고 쓰여있으니 아직 나오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책날개에 쓰여있는 설명을 읽어보니 의산문답은 홍대용의 실학사상을 담은 책인가 본데, 요새 철학 쪽에 관심을 두고 있기에 출판되는 양상을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삼국유사'책을 몇 번 본 적이 있었기에 바로 책을 펼쳐서 본문으로 들어가 보았다. 제일 처음에 나오는 고조선 설화가 보인다.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는 다르게 고조선 설화부터 시작된다. 삼국유사를 좋아하는 이유가 신화와 같은 설화를 담고 있어서인데 여기에 나오는 설화들이 옛이야기를 듣는 듯,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확한 번역보다는 잘 읽히는 번역을 추구했다고 한다. 삼국유사에는 생략된 문장성분과 정보의 누락이 많기 때문에 주석을 달아 보충 설명을 하여 이해도를 높이는데 신경 썼다고 한다. 아마 이번 책의 번역을 담당하신 분이 향가를 전공하시고, '고전시가수업','삼국유사속 시공과 인생', '향가의 유산과 고려 시가의 단서'와 같은 책들을 지으신 우리나라 고전 전문가이셔서 더 해설에 힘쓰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삼국유사의 원본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증이 생겼다. 도덕경 같은 책은 원본을 싣고 옆에 해석과 해설을 담는 형태로 출판되는데, 삼국유사는 다른 책들을 봤었던 기억을 더듬어봐도 원본 한자를 실어놓은 것을 본 기억이 없어서다. 검색해 봤더니 삼국유사는 목판본으로 제작이 되었는데 원본이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현재 남아있는 삼국유사는 조선 초기 간행본과 중종 임신본이라고 한다. 아르테에서 나온 삼국유사는 규장각 소장본을 바탕으로 출판되었다.


고조선 설화로 시작되는 삼국유사는 옛이야기를 듣는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천천히 읽어보면 재밌는 내용이 많다. 한 나라가 세워질 때, 한 임금이 태어날 때, 사람들은 신화를 만든다.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 받는 자들의 경계를 긋고, 그들을 우러러보는 동시에 지도자로서의 책임감도 심어주는 것이다. 옛사람들의 바람과 민속을 동시에 볼 수 있으며 이야기의 형식을 띄고 있으니 문학적 자료로도 높은 가치를 가진다. 나라별로 종교별로 설화별로 나뉘어있고 이야기마다 개별적인 단락들을 이루고 있으니 읽고 싶은 부분들만 조금씩 읽어나가기도 좋다. 오랜 세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읽히는 고전이니 만큼 오래도록 곱게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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