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종사회와 그 친구들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문명전환론
김성국 (지은이) 이학사 2015-12-23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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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
932쪽
책소개
한국의 대표적인 아나키스트 사회학자인 김성국이 필생의 학문적 열정을 쏟아부은 역작이자, 그의 새로운 이념적 출발을 알리는 책이다. 저자는 '잡종'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잡종사회와 탈근대 문명전환 그리고 개인의 사회학을 논의한다. 구체적으로 고유한 특성을 지닌 유일무이의 존재인 개인에 주목하는 독특한 잡종사회론과 문명전환론을 구상하며, 아나키즘의 실용화와 자유주의의 급진화라는 양 날개를 추구하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저자는 이분법적 이념 도식과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아나키즘의 한 형태를 개척하고자 한다. 자유주의를 내세우기 때문에 주류 아나키스트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아나키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유주의와도 거리가 먼 이 새로운 입장을 추구하는 것은 일종의 이념적 도전이다. 또한 정통 주류의 대각점에서 개인주의 아나키즘과 개인사회학을 제시하고 동일한 맥락에서 복지국가와 공동체도 비판하는 매우 논쟁적인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저자는 방대한 분량을 할애하여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적 논의를 전방위적으로 검토하고, 비판하고, 논쟁한다.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론, 개인주의론, 잡종사회론, 문명전환론, 그리고 잡종사회의 친구들까지, 논의는 방대하고 다채롭다. 독창적인 사회 이론서인 동시에 현시대 사회 이론에 대한 신랄한 비평서이며, 급진적인 문명전환론인 동시에 현실적인 이념 구상이며,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해온 한 아나키스트의 이념 여행기이기도 하다. 저자 스스로 파격과 일탈을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으니 어떤 방식으로 이 책에 접근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다양한 사상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가로지르며, 말 그대로 '잡종화'하며 이념적 지도의 영역을 넓혀놓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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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제1부 길에서 길 찾기
1장 아나키스트의 길에서: 포스트아나키즘과 온고이지신
1. 자주인의 길: 하기락
2. 실용주의 노선: 콜린 워드
3. 자유해방의 길로부터
4. 길 떠날 채비: 이 책의 얼개
5. 돌아오지 않을 길: 루바이야트와 원효
2장 잡종사회의 도래와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1. 잡종사회의 도래: 잡종화와 문명전환
2. 잡종사회론: 이론적 논의
3. 잡종화로서 아나키
4. 왜 아나키스트 자유주의인가?: 아나키즘과 자유주의의 잡종화 배경
5. 왜 잡종사회는 친구를 필요로 하는가? 친구와 동무의 거리
제2부 아나키스트 자유주의의 길로: 아나키즘과 자유주의의 잡종화
3장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의 재인식
1. 사회적 아나키즘으로부터
2.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의 부활
3. 다시 슈티르너로부터
4. 동아시아의 개인주의적 아나키즘
5. 개인과 개인주의의 확장
6. 개인주의적 아나키즘과 아나키스트 정체성
4장 자유주의의 재인식: 미제스, 포퍼, 하이에크를 중심으로
1. 미제스의 자유주의
2. 포퍼의 자유주의
3.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5장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자유주의의 급진화와 아나키즘의 실용화
1. 개인주의에 기초하여 연합주의로 확장
2. 선과 악의 공존
3. 시행착오의 비판적 학습 과정 지향
4. 허구적 공동체 비판 및 최소국가 추구
5. 자유의 한 형태로서 평등 인식
6. 점진적 사회 개혁과 일상적 반란을 통한 사회혁명 추구
7. 결정론적 진보 법칙 거부
8. 개인의 자유를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추구
9.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지지: 독점과 권력화 비판
10. 세계 연합 추구
11. 탈국가주의, 탈물질주의, 개인주의, 허무주의, 신비주의에 입각한 문명전환 추구
12. 사랑과 하나(되기)로서의 문명전환 과정
13. 소결
6장 자유주의 비판의 재조명
1. 월러스틴의 반자유주의
2. 김동춘의 자유주의 비판
7장 한국의 자유주의 논쟁
1. 최장집의 진보적 자유주의
2. 민경국의 하이에크형 자유주의
3. 박세일의 공동체
4. 주대환의 자유주의 비판을 통한 탈자유주의 혹은 사회민주주의
5. 논쟁에 대한 아나키스트 자유주의자의 평가
6. 윤평중의 급진자유주의 검토
7. 차인석의 혁신자유주의 재인식
제3부 문명전환의 길
8장 탈근대 문명전환
1. 문명전환론
2. 잡종적-현실적 유토피아로서
9장 탈근대 잡종 혁명
1. 과학기술 혁명: 포스트휴머니즘과 인간의 존재론적 조건 변화
2. 가치 혁명: 서양적 가치의 자기반성과 동양적 가치의 재발견으로서 동서양 가치의 잡종화
3. 사회혁명: 신사회운동과 세계시민사회의 형성
10장 동아시아의 잡종화와 문명전환
1. 동아시아 시대: 문명전환의 시작
2. 잡종화로서 동아시아
3. 문명전환의 동아시아적 비전
제4부 잡종사회의 친구들
11장 타협적 탈국가주의자
1. 최소국가론으로서 탈국가주의
2. 탈권력화로서 탈국가주의: 폭력적 권력인 부정부패와의 영구 전쟁
3. 세계주의로서 탈국가주의
4. 중용 중도의 타협 혹은 균형
12장 절제적 탈물질주의자
1. 탈물질주의 논쟁
2. 물질주의의 문제
3. 사적 소유와 불평등
4. 안빈낙도의 길: 절제와 지족
13장 협동적 개인주의자
1. 개인주의의 재조명
2. 잡종사회의 개인주의자
3. 개인의 재발견: 개인의 사회
4. 사회의 개인화
5. 부동이화의 길: 협동과 연합
14장 상대적 허무주의자
1. 허무주의자
2. 상대주의 혹은 상호 대응의 길: 하나를 지향하는 겸손과 존중
15장 현세적 신비주의자
1. 신비주의의 귀환
2. 지금과 여기의 길: 세속의 신성화
제5부 항해: 건너야 할 길, 바다 앞에서
16장 잡종사회의 구상: 어떤 배를 탈 것인가?
1. 국가적 차원: 사회국가
2. 지역적 차원: 동아시아 연합
3. 탈권력 사회국가를 위한 현실적 과제들
17장 출항: 문명전환의 길을 찾아
1. 잡종화의 즐거움
2. 슬픈 잡종화
3. 잡종화의 끝에서: 사랑의 하나 사상
에필로그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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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8~9
모든 잘못은 구조와 체계의 탓으로 돌리면서 복지국가와 공동체에 무한 희망을 걸고 있는 세태를 거슬러 개인과 자유 그리고 개인들의 자유 연합이 지닌 근원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찬미하려는 나는 시대착오적인가? 개인이 곧 국가요, 공동체며, 그 자체가 사회요, 체계라고 주장하면서 평등이나 연대를 자유의 한 차원으로 간주하는 나는 과장된 수사와 정중지와(井中之蛙)의 논리에 빠진 자가당착의 탈근대론자인가?
P.10
나의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는 반근원주의, 반본질주의, 반보편주의를 견지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지향성으로서 불확실성, 유동과 변형, 파편화와 잡종화 같은 탈근대적 관점을 확보한다. 자유와 개인을 최고의 가치로 간주하지만 그것은 평등과 연대를 자연스럽게 포용하는 것이지 결코 대립적으로 기피하는 것이 아니다.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는 반혁명주의와 반국가주의라는 기본 입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체제 내적 직접행동의 급진성과 실용성을 더욱 강조한다.
추천글
차인석 (철학자, 서울대 명예교수, 유네스코 철학 석좌교수): 이 책의 주제 개념은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다. 사회사상사가 인간의 자기해방의 역사라면 ‘지배 없는 삶을 기리는’ 아나키즘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유주의가 공정 사회 건설을 위한 단일 이론 체계로 발전하는 것은 극히 지당하다. 저자는 동서고금 사상가들 간의 종횡무진 비교 분석과, 이들 사유의 시대 관련성에 대한 풍부한 문헌 조사를 통한 명쾌한 서술로 탁월하고 독보적인 논지 전개의 길을 열었다.
최장집 (정치학자, 고려대 명예교수): 이 책은 사회학자 김성국이 필생의 학문적 열정을 쏟아부은, 한국 학계에서는 보기 드문 대작일 뿐 아니라, 다원성의 부재로 특징지어질 수 있는 한국 사회사상과 이론의 범위를 크게 넓히는 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창의적인 저작이다. 국가(중심)주의와 민족주의는 권위주의하에서나 민주주의하에서나, 보수파를 위해서나 진보파를 위해서나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이념이었다. 사회주의나 맑스주의 같은 비판적인 사회사상 역시 집단주의적 공동체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평자의 관점에서 한국 민주화의 중요한 특징은, 국가 중심적, 국가 우선적인 가치로부터 개인 자유를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적 전환의 계기를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사상적, 이념적 자원이 전통 속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힌다. 그리고 그 자원을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 걸맞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이 연구는 한국 사회의 사상적, 이론적, 이념적 획일성과 협애함을 극복하고 한국 사회를 다원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독창적인 연구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면서, 우리 사회의 정신적 자원을 풍요롭게 하는 데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임현진 (사회학자, 서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이 책은 아나키스트 자유주의자 김성국의 오랜 고뇌를 담고 있는 역작이다. 그는 21세기를 잡종사회로 보면서 여기서 지배 권력에 대항하여 새로운 문명을 이끌 수 있는 전환의 가능성을 찾는다.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저주의 굿판을 벌이는 대신 그것과 동행하면서 탈근대 잡종 혁명을 모색한다. ‘지배와 강제가 없는’ 아나키즘, 그리고 ‘자유와 해방으로서’ 자유주의가 서로 만날 때 우리는 유토피아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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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김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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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하나논리>,<잡종사회와 그 친구들>,<A Quest for East Asian Sociologies> … 총 13종 (모두보기)
1947년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마치고,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학사, 석사)을 공부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박사학위(The Political Economy of East European Relations with the USSR: A Historical and Time-Series Analysis, 1945-1979)를 취득한 후 부산대학교 사회학과(현재 명예교수)에서 불평등론, 이론, 사회사 등을 가르쳤다.
한국사회학회, 한국이론사회학회, 한국아나키즘학회, 한국지역사회학회, 한국동아시아사회학회, 한국해양사회학회의 회장 및 East Asian Sociological Association의 Korean President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중국 길림대학교 사회학과 객좌교수(2020-2025)로 있다.
대표 저서로는 A Quest for East Asian Sociologies(편저, 2014),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문명전환론』(2015), Handbook of Post-Western Sociology(편저, 2023) 등이, 논문으로는 “East Asian Community as Hybridization”(2014), ?유아유심 개인주의: 마음사회학을 위하여?(2018), “Toward an Ocean of Hybridisation: East Asian Connections”(2022) 등이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평화의 책”(2016)과 대한민국학술원상(2017)을 수상했다.
부산 바닷가에 살며 태평양을 품에 안은 영도와 의열의 터 밀양을 즐겨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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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 사회의 사상적, 이론적, 이념적 획일성과 협애함을 극복하고 한국 사회를 다원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독창적인 연구”
― 최장집
독특한 잡종적 개인들의 개별성에 주목하는 잡종사회론,
아나키즘의 실용화와 자유주의의 급진화를 추구하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개인 중심의 전환을 강조하는 한국발 사회 연구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연상시키는 이 책은 포퍼가 20세기의 시대정신으로 추구한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하지만 동아시아적 관점을 토대로 탈근대 잡종사회와 문명전환을 논의하고,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적 영역을 개척하는 이 책은 포퍼의 영향력에서 한참 벗어난, 독창적인 한국발 사회 연구이다.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인 아나키스트 사회학자인 김성국이 필생의 학문적 열정을 쏟아부은 역작이자, 그의 새로운 이념적 출발을 알리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김성국은 “잡종”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잡종사회와 탈근대 문명전환 그리고 개인의 사회학을 논의한다. 구체적으로 고유한 특성을 지닌 유일무이의 존재인 개인에 주목하는 독특한 잡종사회론과 문명전환론을 구상하며, “아나키즘의 실용화”와 “자유주의의 급진화”라는 양 날개를 추구하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를 주창한다. 정치학자 최장집은 이 책을 “한국 학계에서는 보기 드문 대작”일 뿐 아니라, “다원성의 부재로 특징지어질 수 있는 한국 사회사상과 이론의 범위를 크게 넓히는 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창의적인 저작”이라고 평가한다.
아나키즘은 허황된 것인가? 자유주의는 시대착오적인 것인가?
잡종사회의 새로운 이념,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는 아나키즘의 실용화와 자유주의의 급진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갖는다. 위험한 급진 사상으로 알려진 아나키즘의 실용주의적, 개혁주의적 전통을 강조하고, 미제스-포퍼-하이에크로 이어지는 보수화하고 있는 자유주의로부터는 국가 해결주의와 독점자본주의에 대한 철저한 비판 의식을 도출한다. 이와 더불어 아나키즘과 자유주의에 고유한 개인주의적 지향성을 재발굴, 재평가하여 허구적이고 인위적인 각종 집합주의적 개념과 가치들, 예컨대 ‘국가’, ‘민족’, ‘사회’, ‘계급’, ‘연대’, ‘도덕성’ 등을 비판한다.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는 기존 좌우파 혹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면서도 넘어서는 이념적 지평을 개척하고자 한다. 현실적으로는 국가 체제를 부정하는 대신에 최소국가를 인정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저주의 굿판을 벌이는 대신에 사적 소유와 공적 소유를 혼합하고 시장경쟁과 협동경제를 결합하는 탈물질적 자본주의를 대안으로 추구한다.
김성국은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을 주창하면서 이분법적 이념 도식과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아나키즘의 한 형태를 개척하고자 한다. 자유주의를 내세우기 때문에 주류 아나키스트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아나키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유주의와도 거리가 먼 이 새로운 입장을 추구하는 것은 일종의 이념적 도전이다. 또한 이 책은 정통 주류의 대각점에서 개인주의 아나키즘과 개인사회학(Individual Sociology)을 제시하고 동일한 맥락에서 복지(독점)국가와 공동체도 비판하는 매우 논쟁적인 입장을 취한다. 김성국은 묻는다. “모든 잘못은 구조와 체계의 탓으로 돌리면서 복지국가와 공동체에 무한 희망을 걸고 있는 세태를 거슬러 개인과 자유 그리고 개인들의 자유 연합이 지닌 근원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찬미하려는 나는 시대착오적인가?”
월러스틴, 바디우, 김동춘 등 다양한 학자의 논의를 전방위적으로 검토하는 논쟁적 접근
따라서 이 책은 방대한 분량을 할애하여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적 논의를 전방위적으로 검토하고, 비판하고, 논쟁한다. 월러스틴, 부르디외, 바디우, 벡 등의 서구 학자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할 뿐만 아니라, 김동춘, 김영민, 김홍중, 차인석, 최장집, 박세일, 민경국, 주대환, 윤평중, 정수복, 강수택 등 한국의 많은 학자들의 논의에 대한 비판과 평가를 시도한다. 예를 들어 김홍중의 ‘근대 속물주의로서 생존주의 비판’, 김영민의 ‘동무론’(2장), 뒤르케임의 ‘도덕적 개인주의’, 강수택의 ‘연대주의’, 이철이 해석한 루만의 ‘사회 체계론’(3장), 월러스틴과 김동춘의 ‘자유주의 비판’(6장), 정철희의 ‘탈물질주의 재구성’(12장), 바디우의 ‘보편주의 지향과 특수주의 비판’(14장), 벡의 ‘탈근대적 종교관 비판’(15장) 등에 대한 적극적인 혹은 보완적인 비판을 시도한다. 이 책에서 시작된 비판적 토론이 좀 더 폭넓은 논의로 확대되어 한국 사회를 다원화하고 학문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해본다.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론, 개인주의론, 잡종사회론, 문명전환론, 그리고 잡종사회의 친구들(타협적 탈국가주의자, 절제적 탈물질주의자, 협동적 개인주의자, 상대적 허무주의자, 현세적 신비주의자)까지, 이 책의 논의는 방대하고 다채롭다. 이 책은 독창적인 사회 이론서인 동시에 현시대 사회 이론에 대한 신랄한 비평서이며, 급진적인 문명전환론인 동시에 현실적인 이념 구상이며,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해온 한 아나키스트의 이념 여행기이기도 하다. 지은이 스스로 파격과 일탈을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으니 독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 책에 접근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다양한 사상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가로지르며, 말 그대로 “잡종화”하며 이념적 지도의 영역을 넓혀놓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모든 개인은 고유한 특성을 지닌 유일무이의 존재이다”
순종화에 역행하는 잡종사회의 도래
그렇다면 왜 “잡종”인가?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잡종사회의 도래”라는 매우 색다른 현실이다. 문명사적으로 우리는 근대와 전근대 및 탈근대가 잡종적으로 공존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인터넷 혁명에 의하여 시공간이 압축 교차되며,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가 중첩 연결된다.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생소하고 이질적인 것들이 긴장과 적대 속에서 갈등 경쟁하면서도, 사랑과 우애를 바탕으로 협력 화합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잡종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잡종화”는 차이를 가진 이질적인 것들의 상호작용이며, “잡종사회”는 잡종화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사회, 즉 잡종이 순종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간주되는 대신 잡종의 존재론적 의의와 가치가 적극적으로 인식되는 사회이다. 21세기 탈근대는 차이와 다양성, 변화와 재구성, 유동과 합류, 절충과 타협, 혼성과 혼합을 추구하는 잡종사회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잡종사회야말로 아나키스트가 희구하는 아나키사회에 가장 근접하는 그리고 지속적으로 근접해갈 수 있는 새로운 문명사회라고 판단한다. 잡종화는 개인적 자유가 끊임없이 확장될 수 있는 자유 선택의 대지를 넓혀가며, 잡종사회는 국가권력의 절대성과 강제성을 비판하고, 조롱하고, 부정하고, 파괴하고, 잠식하는 각종 저항적 세력들의 거점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잡종화는 국가가 요구하는 순종화(順從化=純種化)에 역행하는 탈권력 작용이었다. 성역과 금기, 경계와 장벽, 기득권과 독점, 정통과 순수 등을 표상하는 국가의 권위를 잡종화는 변방에서, 사각지대에서, 틈새에서 잠식하고 해체하였으며 때로는 거대한 밀물처럼 당당히 월경하여 그 씨앗을 뿌려놓곤 하였다.
이 책은 잡종화의 세 가지 대표적인 기능성, 즉 다원적 자유를 촉진하는 관용적 “개방성”, 권력관계의 변화를 초래하는 “탈권력성” 그리고 기존 체계 혹은 기존 문명을 전환시키는 “탈경계성”을 부각시키면서 문명전환의 단초를 발견하고 있다.
“잡종사회의 친구들”, 대안적 사회관과 철학이 녹아 있는 이 책의 백미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는 잡종사회의 확대와 심화에 필요한 다섯 가지 유형의 친구를 상정한다. ‘타협적 탈국가주의자’, ‘절제적 탈물질주의자’, ‘협동적 개인주의자’, ‘상대적 허무주의자’, ‘현세적 신비주의자’는 새로운 문명전환에 필요한 이념적 가치를 제공한다. 이들은 아나키스트 자유주의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의 각 기능적 영역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구성 이념으로 간주할 수 있다. 탈국가주의, 탈물질주의, 개인주의, 허무주의, 신비주의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의 동아시아적 가치 지향성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의 이념은 음양오행의 원리와 유불도선의 지혜를 담고 있다.
타협적 탈국가주의자(정치)는 탈국가주의의 길이 필연적으로 지배 권력과 대항 권력 간의 충돌과 투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승리 아니면 실패”라는 이분법적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대신에 정치적 잡종화의 원칙인 “타협과 절충”을 통해 탈권력화에 접근한다.
절제적 탈물질주의자(경제)는 인간의 욕망이 탐욕과 집착으로 흐르는 경향을 견제하는 절제의 가치를 통하여 물질주의와 탈물질주의 간의 균형을 추구한다.
협동적 개인주의자(사회)는 개인의 이기심이 개인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개인의 자유 연합을 위한 협동적 이타심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기심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협동을 매개로 하는 이타심을 필요로 한다. 이타심은 이기심의 자연스런 발전이요, 필수적 차원이다.
상대적 허무주의자(문화)는 허무 자체도 상대화시킬 수 있는 지적 겸손과 상대에 대한 존중을 중시한다. 가치의 보편화 혹은 보편주의를 철저히 경계하면서 가치상대주의를 허무적으로 추구한다.
현세적 신비주의자(종교)는 신비주의의 초월성을 현세의 세속성과 접합시킨다. 세속성을 추구하는 것은 사후의 천년왕국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안락을 중시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개인은 기도, 명상, 심신 수련 등을 통해 신비체험을 성취할 수 있다.
잡종사회의 다섯 친구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21세기 새로운 문명전환을 추구하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자의 다섯 가지 모습 혹은 분신(分身)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길에서 길 찾기」에서는 먼저 아나키즘의 변신에 필요한 배경으로 하기락의 자주인 사상으로부터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의 아나키즘적 연관성을 도출하고, 콜린 워드로부터 실용적 아나키즘의 전통을 끌어내어 아나키즘과 자유주의의 연관성을 제시한다. 아울러 탈근대 잡종사회의 도래를 논의하면서 잡종화의 의의를 제시하고 아나키즘의 이념적 잡종화의 기반이 되는 배경을 검토한다.
제2부 「아나키스트 자유주의의 길로」에서는 문명전환에 필요한 새로운 이념을 도출하기 위해서 개인주의적 아나키즘과 포퍼-미제스-하이에크 자유주의의 잡종화를 검토하고, 자유주의에 대한 최근의 반자유주의적 비판, 국내에서 전개된 자유주의 논쟁들을 개관한 후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를 정립한다.
제3부 「문명전환의 길」에서는 잡종사회와 문명전환의 연관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잡종사회의 문명전환적 잠재력을 분석하고, 문명전환에 필요한 세 가지 역사적 토대 혹은 동력을 과학기술 혁명, 가치 혁명, 사회혁명의 차원에서 설명하며, 동아시아적 문명전환의 비전을 논의한다.
제4부 「잡종사회의 친구들」에서는 문명전환의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잡종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분야의 다섯 친구, 혹은 아나키스트 자유주의의 다섯 가지 구성 이념인 타협적 탈국가주의자, 절제적 탈물질주의자, 협동적 개인주의자, 상대적 허무주의자, 현세적 신비주의자를 소개한다.
제5부 「항해」에서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잡종사회를 조직화하거나 제도화하기 위한 자유 연합/최소 공동체, 탈권력 사회국가, 동아시아 연합 등의 방안과 함께, 강제와 폭력을 제거하고 자유를 확대할 수 있는 직접행동의 구체적 과제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결론에서는 잡종화와 아나키스트 자유주의가 최종적으로 점검해야 할 자기 성찰의 두 측면으로서 삶의 쾌락과 슬픔 그리고 이론적 실천으로서 “하나”와 “사랑”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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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크리 201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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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페이지면 충분할 내용을 9배나 뻥튀기하느라 고생많았겠다. 똑같은 내용을 또읽고 또읽고 또읽느라고 미쳐버리는 줄 ...좋은 내용인 줄 알았더니 관점도 지랄... 별 하나도 아깝다. 돈은 더 아깝다. 자화자찬과 자기애가 지나치면 이런 끔찍한 사태가 일어난다는 게 유일한 소득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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