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0

연찬문화연구소 | 한살림운동 새로운 30년을 내다보며 - Daum 카페



연찬문화연구소 | 
한살림운동 새로운 30년을 내다보며
 - Daum 카페

한살림운동 새로운 30년을 내다보며| 
자료실
남곡|조회 34|추천 0|2019.12.16. 04:25



한살림운동 새로운 30년을 내다보며

1. 한살림은 이제는 보편 운동입니다.

한 세대를 지나면서 이제 ‘한살림’은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보편적 과제로 되었습니다.

‘한 지붕 다(多) 가족’이 딴 살림이 아니라 한 살림을 하지 않으면, 복잡하고 중층적인 모순을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를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 물질적 토대를 갖추는 것(효율성)과 물신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운동성)이 한 지붕 아래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 개인의 해방(자기중심성의 발현)과 공동체성의 추구(자기중심성의 지양)가 한 지붕 아래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 인간의 자유욕구(지적 능력)와 자연의 순환이 한 지붕 아래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한살림’은 우선 자기 운동 안에서 이것을 연습하고 숙성함으로서 나라 전체에 선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한살림은 화해와 상생의 운동입니다.

요즘 우리는 극심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저는 청산이나 척결 같은 말보다는 ‘정상화’라는 말을 사용하였으면 합니다.

부정이나 비리를 처벌하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내용 면에서 비록 비슷하다 하더라도 그 서 있는 입장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청산이나 척결은 과거에 방점(傍點)이 찍히는 것이고, ‘정상화’는 현재와 미래에 방점이 찍히는 것입니다.

상호의존 관계에 있는 ‘실재(實在)’와 배제하고 증오하는 ‘관념(觀念)’의 불일치를 극복해야 합니다.

추상적으로는 인류애나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구체적인 실제와 부딪치면 참으로 어려운 것이 어쩌면 인간의 실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한살림’이 선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1)하나는 ‘무지(無知)의 자각’ 운동입니다. 저 축(軸)의 시대의 위대한 선각자들이 한결같이 깨달았던 것을 이제 보편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자각을 바탕으로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라는 것이 깊어지면, 비로소 ‘관용’과 ‘구동존이(求同存異)’가 가능해집니다.

2)두 번째는 ‘양보의 이니시아티브’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서로 양보하고 싶어지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시대를 이끌어가는 위대한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수양이나 수행을 넘어 사회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큰 공동체가 ‘한살림’ 아닐까요?

이를 위해 한살림은 ‘인문(人文) 생산물’을 많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금의 조합원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되기 위해서 이러한 활동이 크게 역할을 하리라고 봅니다.

양(量)에서 질(質)로 전화하기도 하지만, 질(質)이 양(量)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물질이 정신을 이끌기도 하지만, 정신이 물질을 이끌기도 합니다.



3. ‘살림’은 즐거운 운동입니다.



물질이 풍요로워지고 자유도가 높아진 사회에서 이제 운동은 즐거워야 확산됩니다.

아무리 숭고하다해도 사명감이나 의무감으로는 새로운 ‘살림’의 문화를 보편화하기 힘듭니다.

프레드릭 뷰크너의 말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기쁨과 세상의 허기가 만나는 것’이 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이 기쁨이야말로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자의 ‘빈이락(貧而樂)’과 과 ‘부이호례(富而好禮)’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가난을 즐기는 것이 아닙니다. 불가피한 가난이라도 ‘도(道)’를 즐긴다는 의미로 말했지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단순소박한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생태적인 가치관의 핵심이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발적 가난이 아니라 자발적 풍요입니다.

부유해지면 탐욕이 느는 것이 아니라 그 부(富)를 나누고 베푸는데서 ‘기쁨’을 느끼는 것입니다. 진정한 부자입니다.

이 ‘기쁨’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야말로 ‘한살림 운동가’가 아닐까요?



4. 한살림은 정치운동입니다.

우리의 가장 큰 정치적 과제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시련의 원인으로 작용해 온 ‘편가름’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공동의 적(외세) 앞에서 나라를 잃는 상황까지 몰고 간 것도, 일제의 패망으로 얻은 해방을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몰고 간 것도 마치 DNA에 각인된 것처럼 보이는 이 ‘편갈라 싸움’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나라가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변화를 이룩했음에도 아직도 마치 숙업(宿業)처럼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구체적 이익과도 무관한 이 편가름을 어떻게 극복해야할까요?

지금도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는 진영으로 편이 갈리어 극도의 대립을 나타내고 있는 현상입니다.

우리 편이 하면 옳고 상대가 하면 틀립니다.
‘내로남불’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중앙정치나 지방정치도 본질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런 정치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건강한 ‘중도(中道)’가 중심에 자리잡는 이외에는 길이 안보입니다.

한살림조합원들이 지역의 정치문화를 이런 점에서 바꿔가는 마증물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오랜 숙업처럼 굳어져 있는 ‘편가름의 정치’에서 벗어나 선진 정치로 진화하는데 가장 증요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중도(中道)는 양 극단의 중간이나 적당한 타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점에서 무엇이 가장 옳은가를 어떤 단정이나 고정도 없이 찾아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도(中道)입니다.

2500년 전 공자의 말이 이제 현실화 보편화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공자 말하기를 “군자는 세상 모든 일에 옳다고 하는 것이 따로 없고 옳지 않다고 하는 것도 따로 없이, 오직 의를 좇을 뿐이다.” 子曰,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4-10)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살림의 가치와 정신을 실천하는 그 자체가 고도의 정치행위입니다.



5. 한살림은 교육운동입니다.

한살림선언 3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살림대학 설립을 제안드렸습니다만,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고, 그것이 어떤 점에서는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교육으로는 미래를 준비하기 힘들다는 것을 많이 알면서도, 정작 자기가 학부모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지금의 입시 위주의 일방적 교육에서 빠져 나오기가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혼자서는 힘듭니다.

사회적 문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교육의 정상화는 사실 사회가 정상화되는 것이 전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이 첫 단추가 되기도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의 현실 속에서라도 새로운 교육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에 힘과 지혜를 모으는 것입니다.

교육 현장에 학부모나 교사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법도 있고, 한살림조합원을 비롯해서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연구 대화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좋습니다.

익산의 희망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누구나 학교’라는 것을 운영하는데 많은 시사를 줍니다.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여 뿌리내릴 수 있다면 지역의 교육 문화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 한살림은 평화적인 체제변혁운동입니다.

헌 부대에 새 술을 담는 방식을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평화적 변혁을 그려봅니다.

‘한살림’이 다양한 생산협동조합의 새로운 모델들을 만드는 배경으로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잘 살리면서도 내부의 동기가 ‘이익과 경쟁’을 넘어설 수 있다면, 다른 말로 ‘협동과 연대’의 동기로 생산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전망을 열어가는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

생산자와 소비자 조합원 간의 ‘한살림 만남’은 그 자체가 자본주의 시장을 넘어서는 면이 있습니다.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함과 삶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농민 생산자와 도시 활용자가 한살림을 통해서 만나는 방식과 문화가 나라의 농업에 대한 하나의 선구적 모델로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한살림조합원의 수(數)를 허수(虛數)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살림조합이 경영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반 시장과 경쟁해야 합니다.

아마도 순전히 상품 경쟁으로만 보면 불리한 요소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것을 극복하는 것은 허수를 실수(實數)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많은 인문(人文)생산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생산물이 허수를 실수로 만드는 즉 진성 조합원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것입니다.
좋은 농산물과 좋은 정신적 가치를 함께 만나는 것입니다.

한살림은 새로운 ‘인문 생산물’을 만들 수 있는 기초를 닦았습니다.

전에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한 달에 만원 씩 이 생산을 위해 낼 수 있는 조합원이 만 명만 되어도 우수한 인력을 이 분야에 많이 모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 생각하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살림 방송’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
요즘은 유튜브 방송이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젊은 한살림운동가들이 운영하는 밝고 맑은 방송을 생각만해도 가슴이 설레입니다.‘



지역 특성에 맞게 여러 인문 생산물들을 개발하시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는 좋은 생산물이라는 물질을 매개로 정신적 가치를 진척시켜 왔다면, 앞으로는 정신적 가치가 물질 분야(생산, 소비, 시장)를 앞서서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협동조합들과의 동지적 연대를 이룰 수 있다면 그야말로 협동운동의 역사에 선구적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지금의 현실에서 꿈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초기 한살림 운동 선구자들도 당시에는 꿈같았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 왔습니다.

30년이 지나 여러모로 달라진 현실에서 이제 새로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그런 일들에 새로운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모든 것이 다 구비되어있는 <현실적인 이상사회 상> 같아서 읽으면서 마음이 설래입니다. 어떻게 실현할까 만 남은 것 같습니다.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언제나 "효율성"을 잊지 않으시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