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까지는 않해도 괌의 역할에 대하여는 책이라도 읽어 볼 생각입니다. 원주민 가이드를 선택하면 보이는 것이 다른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괌에 가서 한일관계를 생각하셨다는 말이 새롭군요.
--
Eun Ha Chang
1Sroftn6dSr Augpuesotnsso 2c0nrcsS1hed7 · Seoul, South Korea ·
<괌 여행기 5 (광복절 기념): 태평양의 수퍼마켓>
Guam: Supermarket of the Pacific
지난 두 번의 괌 여행에서는 관광구역인 투몬 (Tumon)에서 단 1 미터도 벗어 나기를 거부하는 삼부자 덕분에 호텔에만 머물렀으나, 이번에 제가 '이렇게 중요한 태평양의 군사적 요충지에 와서 호텔에만 있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음'을 천명하고, 삼부자를 다 끌고 괌 섬의 남부 투어에 나섰습니다. 제대로 배워 보자는 생각에 호텔에 문의하여 한국 가이드가 아닌 괌 관광청의 공식 자격증이 있는 가이드를 고용하여 투어에 나섰는데, 조상 대대로 괌 원주민인 차모로 족인 가이드 아저씨 덕분에 괌에 대해 속속들이 배우게 된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약 5시간 동안 괌의 동남부 --> 남부 --> 서남부를 해안 도로를 타고 달렸습니다. 자연이 너무 아름다웠고, 그 중간 중간에 있는 전쟁과 역사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미군이 태평양 전쟁 때 상륙작전을 시도한 Asan, Agat 두 개의 해변도 보고, 오랜 옛날 스페인 군대의 유적도 보고, 썰물 때 가라앉은 일본의 군함이 보인다는 만(bay)도 가보고, 가이드 아저씨가 애용하는 구멍가게에서 스팸주먹밥이랑 너무나 맛난 현지 음식들 테이크아웃도 하고.
특히 미국 내무부에서 운영하는 태평양전쟁 괌 국립공원 박물관은 아주 작은 규모인데도 괌에서의 태평양 전쟁의 역사를 간결하고도 효과적으로 아주 잘 전시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방문한 저희 가족만을 위해서 틀어준 7분 짜리 한국어 동영상은 핵심만 간추려 잘 설명이 되어 있어서 매우 유용했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괌을 "태평양의 수퍼마켓"이라고 비유한 부분입니다. 태평양 전쟁 수행을 위한 보급기지, 정말 군사적 요충지 이더군요. (지도 펴 놓고 보면, 크기로 보나 위치로 보나, 한국 일본 필리핀에서 이 만큼의 거리에, 이 만큼의 크기에, 이 만큼의 지형으로 미군의 아태지역에서의 군사 영향력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섬은 없는 듯.) 그리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동영상 마지막에 미국과 일본이 화해하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이 박물관은 태평양 전쟁에서 희생된된 일본군도 함께 기리고 있습니다. 실로 미일 관계의 성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삼부자 중 밀덕의 징후가 강하게 감지되는 둘째 숭이는 관람 후 박물관 옆에 연결된 뮤지엄숍을 보더니 팔딱 팔딱 뛰면서 난리가 났습니다.(개구리 무늬 용품 다량 구입, 모자, 티셔츠, 배낭까지 ㅠ ㅠ).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정말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구요. 그리고 깨달은 사실은 '내가 일본을 너무 모른다.'
저는 우리가 일본과 화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절대 북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큰 깨달음이 온 순간이 있었어요, 실은 이게 사회과학적으로 논거를 댈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근거를 대라면 참 설명하기 어렵고, 이렇게 쓰는 것도 조심스럽네요)
게다가 한국에서는 반일 감정이 너무나 심해서, 이런 의견을 예전에 동일본 쓰나미 발생 직후 sns에 썼다가 아주 된통 당한 적도 있지요. 그것도 개신교 신자들한테서 가장 심하게. 헐. (그들의 주장 : 이번 쓰나미는 일본이 천벌 받은 것이며 우리가 그들을 위해 도와주거나 기도해줄 필요 없다)
아무쪼록 대한민국에서 가까운 서쪽 나라들만 보다가 (근데 영어로는 동남아 Southeast Asia! 아, 이 얼마나 서구 중심 표현인가!!) 대한민국의 동쪽으로 눈을 돌려 "보고" "생각"할 수 있는 너무나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일본이랑 잘만 지내면 저 동쪽 태평양으로 눈을 돌리고 호주,뉴질랜드와 더불어 태평양에서 더 큰 활약을 할 수 있을 텐데요. (코이카의 1기 중점협력국에서 솔로몬 군도가 포함되어있던 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외교적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지금은 협력국에서 빠졌어요)
아무쪼록 괌 여행하시는 분들, 태평양 전쟁 유적지는 꼭 한 번 다들 가 보셔요. 저 박물관 말고도 실제로 일본군 등의 무기들이 전시된 박물관이 또 있다고 들었고, 괌 상륙하는 미군들에 맞서서 싸우던 구릉 위의 일본군 초소 같은 곳들도 등산 코스로 개발되어 있고, 당시 총들도 그 자리에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태평양 전쟁을 중심으로 하는 괌 역사를 짧게 정리해 보려구요)





1 share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