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5

박인식 [서평]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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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식[서평]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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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온라인에 서평이 부쩍 늘었다. 서평이라면 책에 대한 비평일 것이니 나름 식견을 갖춘 이가 전문적으로 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독후감이라는 것이 맞겠다. 어찌되었든 올 초에 서평이라는 이름 붙인 글을 하나 썼고, 은퇴 후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겠다 싶어 한 달에 두세 편 쓰는 걸 목표로 삼았다. 가능하다면 백 편쯤 쓰고 그 중 열댓 편을 골라 책으로 묶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얼마 전 조금은 독특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라는 제목대로 베스트셀러를 제대로 읽어서 그것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그럴 가치가 있는지 살펴봤다고 했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궁금하기도 하고, 언젠가 그런 책을 한 번 내고 싶기도 해서 전자책이 출간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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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르는 기준과 무관한 베스트셀러
저자는 베스트셀러는 “일단은 쉽고, 특정 장르에 치우쳐 있으며, 대중 눈높이에 맞춘 읽기 편한 에세이나 대중소설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잘 팔렸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아마존이나 뉴욕타임즈도 다르지 않다”니, 결국 베스트셀러는 책을 고르는 기준이 되기 어렵다는 말로 들린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란 무엇인지 살펴보자고 쓴 것이니 저자에게 책을 어떻게 골라야 하냐고 묻는 건 적절치 않다. 그렇기는 해도 독서량이 엄청난 저자가 나름 터득한 요령을 알려주는 정도의 친절을 베풀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에는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책을 골라놓고 후회하는 일을 모두들 한두 번은 겪었을 테니 말이다.
나는 주로 신문에 난 서평을 보고 책을 고르다가 요즘은 온라인에 올라온 서평을 많이 참고해 고른다. 물론 서평도 서평 나름이다. 우선 서평을 쓴 사람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면 믿고 고를만하다. 그래서 몇몇 분이 쓰는 서평은 꼭 챙겨 읽는다. 책에 실린 추천사를 참고하기도 하는데, 정치인의 추천사는 오히려 배제의 기준이 된다. 쓰디쓴 기억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광고는 참고조차 하지 않는다. 내게 광고는 정치인의 추천사만큼이나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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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량미달의 자기계발서
저자는 자기계발서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인생의 수많은 변수를 지나치게 단순화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나 정신승리만 막연하게 강조하고 있고, 여기에 인용하는 사례는 대부분 출처조차 없고 주장하는 바와 어울리지도 않으며, 빈약한 논리에서조차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그런 종류의 책을 적지 않게 읽어본 사람으로 이런 함량미달의 책은 읽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저자의 평가에 십분 동의한다.
한동안 기업경영에 대한 책을 몰입해 읽었던 때가 있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쓴 책이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기업성공사례의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그 논리대로라면 성공의 원인이 그대로 유지되는 데도 불구하고 망하는 기업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살아남은 것에만 주목하고 실패한 것은 놓쳐서 생존가능성을 잘못 판단하는 생존편향오류’에 빠져있었던 것은 아닐까.
기업경영이 기업의 계발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면 자기계발은 자기경영이 아닐 수 없다. 기업경영은 세계적인 석학들에게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자기경영이라고 이와 다를까. 변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일관성조차 없는 빈약한 논리로 조언하는 자기경영이 유익할 턱이 있겠나. 물론 내 빈약한 독서력으로 수많은 책 중에 그렇지 않은 책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기는 해도 나는 그런 책을 읽어본 일이 없고, 저자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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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지혜’는 과연 지혜로운가?
자기계발서 중에 적지 않은 책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통해 실제로 글쓰기 목표를 이룰 수 있었고,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서 요구하는 사회적 덕목이 불합리해서 분노한다. 지혜를 다루는 책이 지혜로울 수도, 오히려 잘못된 인식을 조장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쓴 작가는 습관 자체에 집중하는 대신 해당 습관을 통해 장기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의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 그래서 매일 500미터씩 걷겠다”가 아니라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식으로 정체성을 정하라고 말한다. 실제로 저자는 이 책을 읽고 평생 목표로 삼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일기쓰기라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었다. 일기에 뭔가 거창하고 제대로 된 글을 적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때문에 매번 실패했는데, 책을 읽은 뒤 단 한 줄이라도 써보자는 것으로 목표를 바꿨고, 한 줄이 열 줄이 되고, 자신도 생각지 못했던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절박함도 이에 못지않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치매 초기이셨다. 지병이 악화되어 돌아가셔서 치매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으셨지만, 그것이 내게는 매우 현실적인 공포로 남아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해 매일 빠뜨리지 않는 일이 두어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페이스북 글쓰기이다. 저자처럼 정말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 줄이라도 쓰려고 하고,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다.
저자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넘어 분노를 표출한다. “왜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은 상대방인데 거기에 웃으며 대처해야 하는가, 당하는 사람은 노련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애쓰는 반면에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려는 이들은 왜 이렇게 적은가, 그런 상황을 만드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소리는 왜 들리지 않는가” 묻는다. 뭔가 불편한 상황을 만났을 때는 “주저 없이 그것에 대해 표현하라”고 권장하고, “그럴 수 있도록 평소부터 연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렇게 자기주장을 분명하게 내보일 수 있는 저자가 부럽다. 무례한 사람을 웃으며 대하는 게 싫었으면서도 저자처럼 그런 의사를 내비치지 못했고, 은퇴를 앞둔 지금에서야 그것이 지혜로운 행동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진작 깨달았으면 그렇게 감정을 낭비하고 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건 그렇고, 저자처럼 생각하지만 저자처럼 자기주장을 내보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득이 될까 실이 될까? 그래서 조언은 이래저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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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언제 쓰는가?
저자는 <언어의 온도>를 언급하면서 작가의 글 쓰는 방식을 이렇게 비판한다.
“모든 글이 놀라울 만큼 비슷한 형태로 전개된다. 영화를 보거나 누군가의 대화를 듣거나 외부에서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나서,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후, 불현듯 과거의 어떤 경험을 떠올리고, 거기에 교훈을 더한다.”
이 지적을 보면서 뜨끔했다. 내가 글을 꼭 그렇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저자가 말한 대로라면 이 책은 단상을 모아놓은 ‘짧은 수필’이다. 단상이란 어떤 상황을 겪으면서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 것일 텐데, 그렇다면 경험이 소환되고 깨달음(교훈)이 뒤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물론 고민하고 탐구해서 쓰는 글이 있다. 그러나 ‘수필’이라는 말이 뜻하는 대로 연필을 따라, 생각의 흐름을 따라 쓰는 글이라면 오히려 과거와 무관한 글이나 깨달음이 없는 글을 쓰는 게 더 어렵겠다.
오독이 아닌가 싶어 이 장을 몇 번 읽었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떠올린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내는 과정’이 억지스럽다는 것으로 읽히기는 한다. 내 글도 그렇게 읽히겠구나 싶다. 글을 잘 쓰려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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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책만 읽어야 하나?
사람이 맥없이 앉아 있는 경우는 드물다. TV를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모두 뭔가 보고 있는 것이니 저자 말대로 그 중에 더 낫고 덜 나은 것이 있을 리 없다. 수많은 책 중에 꼭 유익한 책만 읽어야 하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한 끼 먹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것처럼 책에 대한 기호도 다를 수 있다. 물론 더 고급스러운 음식이 있는 것처럼 더 유익하고 완성도 높은 책이 존재할 수 있다지만, 사람들은 음식을 단순히 고급스럽다는 이유만으로 먹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때때로 전혀 대단치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떤 음식을 좋아하거나 그리워한다.”
저자는 베스트셀러는 잘 팔리기는 했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다고 하면서, 동시에 음식을 꼭 맛있고 고급스럽다는 이유로 먹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기왕이면 돈 들이고 시간 들여 읽는 책이 삶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게 여의치 않다면 베스트셀러 읽는 것을 권할 만은 하겠다. ‘맛있고 고급스러울 것’이라는 기대만 걸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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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YES24.COM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잘 팔리는 책들에는 이유가 있다, 명확한 이유와 찜찜한 이유가!신랄하고 유머러스하며 뼈를 때리는 촌철살인 베스트셀러 탐독기. 우리나라 성인 연간 독서량은 겨우 6.1권. 독서 습관이 부족한 대중들은 모처럼 책을 읽으려 할 ...
Comments
崔明淑
저는 베스트셀러에는 트렌드가 있는 것 같이 느껴지네요. 젊은이들의 감성의 지각변동..열심히 무얼 햐야한다거나 무언가에서 교훈을 느껴야 하는 것같은 열정.. 열심.. 교훈..이런 것이 기성세대가 자기들에게 주입시킨 강박증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 책의 저자도 40세 이하일 거 같습니다. 그냥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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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 
한승혜 (지은이)
바틀비2020-07-07

348쪽

책소개

신랄하고 유머러스하며 뼈를 때리는 촌철살인 베스트셀러 탐독기. 우리나라 성인 연간 독서량은 겨우 6.1권. 독서 습관이 부족한 대중들은 모처럼 책을 읽으려 할 때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참조한다. 그런데 베스트셀러는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인 동시에 가장 무시당하는 책이기도 하다. 서평가들이나 학자들이 베스트셀러에 정식 서평을 남기는 일은 극히 드물다. 아무도 그 함량을 평가해주지 않는 가운데 많이 팔린 책이니 계속 잘 팔릴 뿐이다.

이 기현상에 답답함을 느낀 저자는 직접 최근 수년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한 책들을 꼼꼼히 읽어보기로 결심한다. "정말 베스트셀러는 함량 미달인 책일까", "왜 사람들이 사보게 되었을까", "어떤 점에서 위안을 받았을까?", "이 책들은 과연 독자들의 욕망을 어디까지 총족시키는가" 등의 질문을 품고서. 1년 동안 이 질문에 끈질기게 매달린 결과가 바로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이다.

저자는 읽고 별로였던 책은 읽지 말라고 솔직하게 조언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신랄하게 베스트셀러의 허점을 지적하고, 때로는 독자가 베스트셀러에서 얻고자 했던 작은 효용과 위안을 너그럽게 끌어안는다. 따뜻한 위로를 준다는 에세이부터 괴로운 마음에 펼친 심리학책, 습관을 고치고자 구입한 자기계발서,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인문서, 카드뉴스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설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도합 1,400만 부가 팔린 우리 시대 베스트셀러 28종을 꼼꼼히 읽어낸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가이드인 동시에 판매 순위 너머에 존재하는 다양하고 광활한 책의 세계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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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추천의 글_책과 인생에 대한 건강한 수다
프롤로그_책이 뭐라고

1 진화하는 자기계발서
01 의지로 가능하기만 하다면야 - 『미움받을 용기』
02 자기계발을 하지 말라는 자기계발서 - 『신경 끄기의 기술』
03 무엇을 위한 자존감인가 - 『자존감 수업』
04 진짜로 변화하고 싶다면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2 정말 힐링이 될까요
05 정말 힐링이 되나요? -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06 마케팅의 귀재가 말하는 힐링 - 『언어의 온도』
07 이렇게 지겨운 사랑 얘기 - 『모든 순간이 너였다』
08 사춘기는 계속된다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09 매뉴얼을 실천으로 옮기려면 -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10 굿즈가 되어버린 책 -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3 대중이 사랑한 이야기
11 궁극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 『돌이킬 수 없는 약속』
12 북유럽에서 다시 태어난 포레스트 검프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13 휠체어를 타고 온 왕자님 - 『미 비포 유』
14 중년 남성을 위한 위로 - 『오베라는 남자』
15 추리소설의 도의 - 『봉제인형 살인사건』
16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요 - 『아몬드』
17 세상 밖으로 나온 여성들 - 『82년생 김지영』

4 브랜드가 된 작가들
18 어른에게도 동화가 필요해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19 웰컴 투 하루키 월드 - 『1Q84』
20 무책임한 상상력의 끝에는 - 『고양이』
21 시드니 셸던의 후예들 - 『아가씨와 밤』
22 이토록 달콤한 고통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23 이해할 수 없는 것들 - 『직지』

5 책을 읽는 이유
24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는다 - 『사피엔스』
25 한 사람을 위한 마음 - 『팩트풀니스』
26 공부하는 마음 - 『라틴어 수업』
27 독서는 공부에 도움이 되는가 - 『공부머리 독서법』
28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 - 『반일 종족주의』

에필로그_누구나 한때는 초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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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38 과거는 흔적을 남긴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
P. 56~57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화를 내지 않는다, 싸우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행복한 커플은 싸우지 않는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바람을 피운다, 남성은 인정을 원하고 여성은 공감을 원한다 등 뚜렷한 근거 없이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개인적 감상과 유추에 기댄 주장이 적지 않다.
P. 59 결국 자기 할 일을 잘하고 성실하게 살면, 즉 공동체에 기여하고 그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면 자존감이 올라간다는 말인데, 그 공동체의 지침이나 문화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 다는 생각은 왜 하질 않는 것일까?
P. 83~84 이것을 독자에게 납득시키려면, 그러한 ‘교훈’을 마음 깊이 와닿게 하려면, 복잡한 수학 공식을 증명하는 과정처럼 텍스트로서 일정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증명은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런 차원에서 그저 결론만 툭툭 던지는 스님의 격언은 결국 식상하고 진부한, ‘남들도 다 아는’ 이야기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독자 입장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읽고 듣는 것은 문제를 풀지 않고 해답지를 보고 답을 써 넣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이런 식으로 하는 공부는 실력 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접기
P. 94 물론 작가 입장에서는 시나 에세이 장르는 주장이나 논설과는 다르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개인적 경험을 통해 영감을 받아 쓴 글이므로 명확한 주장과 근거를 대라는 것은 부당하게 느껴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자가 별 생각 없이 술술 읽는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작품 역시도 실은 개연성이 엄청나게 중요한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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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문화일보
 - 문화일보 2020년 7월 10일자
서울신문
 - 서울신문 2020년 7월 10일자 '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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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한승혜 (지은이)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에서 영문학과 일본문학을 공부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을 하다 퇴사 후 두 아이를 기르며 〈서울신문〉, 〈오마이뉴스〉 등의 매체에 여성과 육아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좋아하는 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좋은 책이 더 많이 생산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주로 부엌에서 쓴다.
facebook.com/seunghye.han
최근작 :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총 2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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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베스트셀러도 비평이 필요하다
1,400만 부가 팔린 당대 베스트셀러에 대한 본격 서평

이 책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우리 시대 베스트셀러 28종에 대한 솔직담백한 본격 텍스트 비평서이다.
문화상품은 구매자가 상품의 질을 측정하기가 어렵다. 대표적인 문화상품인 책도 마찬가지.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시에 그 분야의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참고한다. 일단 베스트 순위에 오른 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 유수 언론은 유명 저자의 신작이나 베스트셀러에 대한 서평을 충실히 제공해 순위 정보의 허점을 보완한다. "최악의 책", "끔찍하다", "이 책을 읽는 것은 큰 실수" 등의 혹평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평문화는 양서에 대한 칭찬과 격려 일색이고 수십만 독자들이 사거나 읽은 베스트셀러는 좀처럼 서평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 기이한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젊은 서평가 한승혜는 작정하고 1년 동안 베스트셀러 읽기에 나섰다. 최근 수년간 많이 팔린 28종의 베스트셀러를 아무 편견없이 진지하게 독서하고 서평을 작성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인데, 여기서 다루고 있는 베스트셀러들의 전체 판매량은 1,400만 부가 넘는다. 종당 평균 50만 부 이상 팔린 셈이다.
그동안 베스트셀러를 다룬 책들이 간혹 있었지만 주로 베스트셀러가 탄생한 사회적 배경과 시대별 유행을 천착했을 뿐이다. 서평 분석이라기보다는 사회문화 분석이었다. 저자는 아무도 떠안지 않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나서 베스트셀러 자체를 텍스트 비평 대상으로 꼼꼼히 읽고 솔직한 서평을 남겼다. 이 작업의 의미에 대해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평한다.

"베스트셀러를 읽고 양서 여부를 판단하는 일을 아무도 떠안지 않는다면,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이 기형적 현상은 더욱더 심해지지 않을까. 이제는 누군가 베스트셀러를 직접, 자세히 읽고 옥석을 가려줄 의무를 떠안을 때가 왔다. 이 책에서 저자가 기꺼이 그 일을 감당해준 것이 기쁘다."
-장은수(출판평론가), 「추천의 글」 중에서


베스트셀러에 반영된 대중의 욕구,
뼈를 때리는 촌철살인 비평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에서 검토하는 책들은 『미움받을 용기』, 『자존감 수업』, 『언어의 온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등 읽어보지는 않았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제목을 들어봤을 책부터 『82년생 김지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인기 대중소설, 『반일 종족주의』, 『사피엔스』 등 사회적 화제를 낳은 인문사회 서적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저자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편견을 최대한 자제하고 성실한 독자로서 그리고 문화상품의 소비자로서 제품 분석하듯이 꼼꼼하게 당대 가장 많이 팔린 책들의 함량과 성분을 따져본다. 저자가 염두에 둔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과연 어떤 점이 대중의 이목을 끌었을까?", "독자들은 이 책들을 읽으면서 기대했던 위안이나 욕망을 충족할 수 있을까?", "베스트셀러가 흔히 함량 미달인 책이라고 폄하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극적으로 베스트셀러는 읽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솔직함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은 한승혜 작가는 베스트셀러의 권위나 숫자에 주눅들지 않는다. 포장만 화려하고 내용이 빈약한 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뼈를 때리는 신랄한 비판을 날린다. 예를 들어 저자는 90여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인플루언서이자 두 권의 전작을 4백만 부 가까이 판매한 슈퍼 베스트셀러 저자 혜민 스님의 신작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한다.

"스님의 이야기처럼 비록 실패하더라도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기는 한다. 이것을 인생의 수많은 진리중 하나라고 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이것을 독자에게 납득시키려면, 그러한 '교훈'을 마음 깊이 와닿게 하려면 복잡한 수학공식을 증명하는 과정처럼 텍스트로서 일정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증명은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런 차원에서 그저 결론만 툭툭 던지는 스님의 격언은 결국 식상하고 진부한 '남들도 다 아는 이야기'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본문 83~84쪽

그렇다고 저자가 대중의 취향을 자극하는 베스트셀러에 대해 고급 독자의 관점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늘 미슐랭 가이드 별점을 받은 식당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살다보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보다 동네 분식집의 떡볶이가 더 끌릴 때도 있듯이. 저자는 팍팍한 삶에 지친 독자들이 책에서 구하고자 하는 작은 효용과 위안을 적극 수용한다.

"그러니까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베는, 비록 말은 거칠지만 사실은 부드럽고 상냥한 나의 속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중략) 하는 모든 중년 남성의 속마음을 그대로 대변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묵묵하고 성실하게 평생을 일해왔건만 직장에서는 모함이나 당하고, 사람들에게는 까칠하고 되먹지 못한 사람으로 매도당하고, 아내와 자식에게는 무시당하고, 나름 정의를 위해서 하는 잔소리가 꼰대의 그것으로 취급당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중년 남성들에게 이 이상 가는 위로가 있을 수 있을까." -본문 175~176쪽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
베스트셀러는 만들어진다


성실한 텍스트 분석에 더하여 잘 팔리는 책들이 어떤 공통점이나 유통 경로를 밟는지 베스트셀러의 비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의 매력이다.
저자의 파악에 의하면 일단 베스트셀러는 상당 부분 '만들어진다.' 출판사는 저자 지명도, 재미, 난이도, 대중성 등을 따져 밀 책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광고, 밀어넣기, 단기 집중 구매, 서평단, 댓글 몰아주기, 셀럽에 추천 의뢰,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굿즈 증정 등은 책을 미는 수단이다. 특히 서점 매대 구매와 물량 공세로 독자의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눈에 띄는 좋은 매대를 차지하고 있으니, 자연히 많은 사람들이 사게 되고, 순위에 올라가면 그 효과로 점점 더 날개 돋친 듯 팔리게 된다. 결국 베스트셀러이기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애초에 출판사는 어떻게 '밀 책'을 알아볼까? 잘 팔리는 책들을 분석해보면 세 가지 요소가 눈에 띈다. 첫 번째는 저자나 책 자체의 유명세다. 저자의 학벌과 지위, 아마존 베스트셀러라거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은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책 표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아마존 베스트셀러'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 역시 일종의 권위를 선사했을 텐데, 그런 점에 있어 이 책을 읽은 35만 명의 가여운 독자에게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서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베스트셀러' 타이틀이나 '있어 보이는' 라벨을 너무 믿지 마시라. 한국의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좋은 책이라는 보장을 해주지 않는 것처럼 아마존이나 뉴욕타임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문구 역시 '잘 팔렸다'는 것 외에 그 책에 대해 무엇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본문 49~50쪽

다른 하나는, 독자의 욕망을 얼마나 자극하느냐의 여부다. 성공하고 싶고, 돈을 벌고 싶고, 똑똑해지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 이런 욕망을 잘 자극한 마케팅에 독자가 화답할 때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탄생한다. 문제는 과연 이 책들이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느냐다. 말초적으로 독자의 욕구를 자극하지만 현실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책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노력하지 말고, 애쓰지 말고, 신경 쓰지 말라'는 문구로 경쟁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의 이목을 끌어 35만 부 이상 팔린 『신경 끄기의 기술』은 제목이 그러할 뿐 실제에서는 여느 자기계발서보다 '더 지독하게 노력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번째는 통속성과 도구화이다. 막장 드라마는 애교 수준으로 보이는 막장 전개, 반전의 남발, 뻔한 전개가 주는 심신의 안정감, 폭력과 살인, 장애 등 묵직하고 호기심 넘치는 주제를 다루지만 독자가 힘겨운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가벼운 터치로 넘어가는 것이 통속성의 핵심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에도 독자층이 넓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다. 저자는 하루키의 소설은 늘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인물들을 데리고, 숨겨진 비밀 열쇠를 찾아 매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서 수수께끼를 푸는 '게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분석한다. 게다가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것은 이상하게도 늘 여성들이다.

"남성과 여성의 교감을 오로지 섹스 하나로밖에 상상하지 못하는 것, 폭력적인 장면을 묘사할 때 여성이 강간당하고 살해당하는 장면밖에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남성 창작자들의 흔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랄까. (중략)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그리고 그런 여성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남성) 주인공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하루키 소설의 주된 테마라고 할 수 있다." -본문 234~235쪽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고 받아들여지는 유통 경로에 대해서도 저자는 세심히 추적한다. 예를 들어 '맘 카페 베스트셀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출판사들이 책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만드는 '카드뉴스'는 어떻게 소비되는지, 세련된 굿즈를 얻기 위해 책을 사는 독자들의 심리는 무엇인지, 이런 이야기들은 출판 전문가들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진단이다.


베스트셀러, 그래서 읽어요? 말아요?

저자는 베스트셀러라고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베스트셀러라고 무조건 믿을 만한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만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베스트셀러는 주로 '독서 초보'들이 읽는데 이들이 저절로 관심사를 그 밖의 책들로까지 확장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방대한 양의 독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이 조금 더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베스트셀러에 실망해 중도해 포기하지 않도록, 더 효율적인 탐험을 할 수 있도록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 책이 그 첫 시도인 셈이다.
전문가나 지식인, 고급 독자들이 외면하는 베스트셀러를 다룬 이 책은 우리 시대 베스트셀러의 실태나 독자의 책 소비구조를 다룬 풍부한 종합 보고서로서도 손색이 없거니와 무엇보다 솔직하고 흥미롭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는 베스트셀러를 읽을 것인지 시큰둥하게 외면할 것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은 베스트셀러의 공과에 대한 평가 자체가 아니라 베스트셀러 너머에 있는 무한하고 다양한 책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데 있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는 베스트셀러에서 시작해 그 광활한 세계로 나아가는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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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왜 베스트셀러들에 점점 흥미를 잃었는지 깨달았어요. 그냥 서평일줄 알았는데 이 책 그대로 또 한편의 작품이네요:) 재밌어서 엄청 웃었어요. 교훈도 있고.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짝 2권을 기대해봅니다^^  구매
릴리 2020-07-10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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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책도 기대됩니다~^^  구매
공주거울 2020-07-10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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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초보들도 읽어봤음직한 책들(아주 엉망인 책 포함)을 읽고, 왜 잘 팔렸고, 왜 엉망인지에 대해 ‘독서초보들이 훈계받는다는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책 보는 시야를 틔워주는 친절하고 빼어난 서평집.  구매
장한별 2020-07-13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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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새로운 시선에서 접근한 작가의 의도가 신선했습니다. 기존에 읽은 책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 또 새로운 책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익한 책입니다. 강추해요!  구매
ehdehdch 2020-07-10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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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습니다  구매
BSKi 2020-07-10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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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이보다 통쾌한 서평집을 본 적이 없다! 

올 여름, 이보다 더 시원한 ‘책리뷰책’은 없다. 유쾌통쾌호쾌한 쾌걸 독서가의 촌철살인 서평집.<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한승혜 / 바틀비SNS에서 소문난 맛집에 갔는데 그릇만 휘황찬란하고, 마트판매용 된장에 대량납품으로 추정되는 김치와 소시지가 들어가 그 맛이 평범하고 익숙하기 아니 형편없기 이를 데 없다고 느꼈으나, ‘이집은 맛집이 아닌게벼’ 말하기 곤란한 사정을 기어이 만들어내 맛집 인증 대열에 가담하지 않는 정도로 타협하고 그 인증자들의 우수 별점을 깎아내리지 않았음에 안심했던 날들이 있었다.여타 분야의 백가쟁명... + 더보기
nalamam 2020-07-14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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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쩌라는 느낌이 드는 책 새창으로 보기 구매
읽다보면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를 너무 비하하는듯한, 대중의 선택을 많이 받은 것이 꼭 마케팅때문이라거나 독자의 욕망을 자극한것처럼 서술한 느낌이 들고, 괜찮다고 판단하는 기준도 너무 주관적이고..그렇다고 글쓴이의 글이나 요약이 그다지 훌륭하지도 않으며, 책을 너무 편파적으로 발췌했다..차라리 여기 있는 베스트셀러를 사서 읽는 것이 나을듯..



돈이 아까워서 읽다가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라고 대부분의 책은 비판했으면서 본인이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일본인 남성을 만나서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부분에서 참..여기에 "당시는 그의 작품이 국내에 막 소개되던 시절이었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아는 한국인이 많이 않아 잘 몰랐지만이라고" 붙이는 걸보고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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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보스 2020-07-10 공감(4)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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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에 눈이가는 독서 초심자들을 위한 선물 새창으로 보기 구매
책을 좋아하다보니 종종 추천도서를 부탁받는데 가치관과 취향을 잘 알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아주 어렵다. 그래서인지 서평집들도 자기취향대로 아니면 그 분야 대부분의 독서가들이 가치를 인정하는 책들을 다룬다. 악서를 고발하는 비평이 없진 않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통 남이 힘들게 썼다는 걸 생각하며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짧게 "볼 필요 없다"는 정도로만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베스트셀러 코너를 기웃거리며 책을 고르는 독서초보 지인들에게 권할 수 있고, 책읽기 습관을 축하할 선물로 알맞은 책이 나왔다.



저자 한승혜님은 매년 수백 권의 책을 읽는 독서가이다. 최근 5년 동안의 베스트셀러 28종을 꼼꼼히 읽어보고 쓰셨는데, 어차피 많이 읽는 사람이라고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패션잡지 에디터에게 '1년 내내 동네 학교 교복들을 직접 입어보고 평가하는 일'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독서가들이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는 걸 몰라서 안한 게 아니다. 자기가 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뿐.



인간이 정보를 얻는 수단은 다양하고, 유투브 등의 영상매체의 발달로 구전문화가 부흥하고 있는 시대에 왜 굳이 책이란 쇠락해가는 매체에 대해 유난들을 떠는지 마뜩찮은 사람들이 많을거다.



변명을 하자면 오감을 이용해서 정보를 얻는 여러 방식 중에서 내 후각, 미각, 촉각은 둔하기 때문에, 그리고 대화, 라디오나 동영상처럼 청각을 이용하는 수단은 '시간이 가둬지는' 제약이 불편했다. 활자는 내 자신의 속도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가능하다. 게다가 ‘책’은 편집자가 여러 번 교정교열해서 정제된 활자들을 상당한 분량으로 완결성있게 정리하여 모아낸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직소퍼즐처럼 연결되어 있는데, 책은 '확률적으로' 개별 조각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가장 크다. 미디어의 소비 단위가 한계효용곡선 위의 점처럼 갈수록 자잘해지는 상황에서 큰 장점이다. 물론 좋은 조각을 잘 골라내는 걸 전제로 하지만.



이러니 독서초보들도 읽어봤음직한 책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사고력을 길러 좀더 살기 좋아지는 공동체가 되는 양분을 주는 저자가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겠나.



아주 엉망인 책을 읽고, 이 책이 왜 엉망인지에 대해 '독서초보들이 훈계받는다는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조목조목 설명하는 부분들을 보며 참 힘드셨겠구나 싶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대한 서평에 질투도 나지 않을 정도로 감탄했다. 몰랐던 책인 <라틴어 수업>은 꼭 읽어봐야지.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에 나오는 28종의 베스트셀러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10권이었다. 괜찮네 하고 읽었던 책도 두 권 있었는데 승혜님 비평을 보니 내가 허술하게 읽었다는 걸 바로 깨닫게 되더라.



미리보기와 100원 결제 배틀로얄 시스템으로 K-pop 못지 않게 단련된 한국의 웹소설들이 빠르게 활자소비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구세대인 나는 직장생활과 육아를 경험한 (그나마 거리감이 덜할) 30대 여성의 이 책이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2000년대 이후의 출생자들에게 아날로그 책읽기의 가이드북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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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별 2020-07-13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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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엄청난 집중력을 동원해야만 지루함을 잠깐 잊을 수 있는, 그러다 보니 한번에 다섯 페이지 읽기가 벅찬 듯한 소설을 끈질기게 한 달 째 읽는 와중에 페북에서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됨. 거의 순식간이라고 할 만한 시간에 다 읽음.많이 웃었지만 또한 작가에게 정말이지 측은지심을 느꼈다. 취향이 아닌 책들을 읽는 괴로움을 알고 던져버릴 수도 없는(일이니까!) 고통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재밌고 나의 책읽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니 남는 것도 있다.

나도 베스트셀러는 거의 읽게 되지 않는데 베스트셀러니까 안 읽은 건 아니고 그냥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베스트셀러 리스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좌절하는 자기계발서 원칙들의 의미없는 동어반복. 역시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는 미사여구들을 마치 자기만 아는 것처럼 나풀나풀한 문체에 담은 소위 힐링 에세이들은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저절로 욕이 따라 나와 힐링은 커녕 앓아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에 대해서 말하자면 적어도 50년은 견딜 소설일까를 생각하는 편으로 관심있는 작가가 아니면 따끈한 상태로 읽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도 이 책에서 다룬 베스트셀러 중 내가 읽은 세 권은 모두 소설이네.

나에게 책이란 아직은(아직은?) 그냥 ‘물건’일 수 없는 것 같다. 마치 사람인 듯 ‘만나는’ 것이고 설레는 것이고 실망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인터넷 서점에서 온갖 책표지 사이를 떠돌며 인연의 감이 느껴지는 책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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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sum 2020-07-28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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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읽어봤습니다.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책. 마이리뷰를 읽다가 별 다섯과 별 하나가 공존하는 것에 잠깐 멈춤. 별 하나 주기 쉽지 않은데…. 평소 같으면 리뷰만 읽고 마는데 거기에 달린 댓글까지 읽었다. 그리고 첫 번째 댓글을 읽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귀여우시네.’

책을 읽고 나서의 판단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그래서 하나의 책에 읽은 독자만큼의 감상이 존재한다는 문학 이론도 있지 않은가. 암튼 별 하나의 리뷰와 귀여운 댓글을 보고 책을 구매했다. 사실 목차에 실린 책 중 14권이 읽은 책이어서 어떻게 평가되었나 궁금하기도 했다. 여전히 베스트셀러를 검색하는 독자라서.

일단 그 많은 책을 비평문을 작성할 만큼 정독했다는 점, 책에 대해 나름의 가치관으로 분석하고 비평했다는 점. 348쪽이나 되는 글을 많은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언어들로 채웠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가장 이상적인 이유는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어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베스트셀러는 제목과 표지 디자인, 유명한 사람들의 추천 글, 출판사의 전략적 마케팅, 그리고 작가의 팬덤 등 다양한 상황들이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베스트셀러들 중 어떤 것은 살아남고 어떤 것은 퇴출당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 속에는 “How are you?” 하면 언제나 “I‘m fine thank you and you?”라는 답을 주는 세상이 있다. 자신들이 하는 방법대로 하면 그렇게 될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현실은 아니다. 다양한 삶들이 다양한 답을 쏟아낸다. 작가의 비평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다만 어느 한 문장, 한 단어로 인해 자신의 삶을 바꾼 독자들도 있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정말 힐링이 되냐고요? 내가 어느 상황에 있는지에 따라 같은 책, 같은 문장을 읽어도 다르다. 바로 지금 내가 어떤 멈춤에 있느냐에 따라 하나의 문장이 힐링이 되기도 하고 헬이 되기도 한다.

대중이 사랑한 이야기, 대중이 사랑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다만 대중에 따라 다르다. 우연이 겹쳐 운명이 된 이야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정말 낄낄대며 읽었다. 잔잔한 감동으로 읽은 ‘오베라는 남자’, 대중의 평가보다 감동이 덜했던 ‘82년생 김지영’, 영화로 먼저 본 ‘미 비포 유’. 다른 어느 날 다시 읽으면 처음과 같을까, 다를까?

브랜드가 된 작가들. 작가가 아닌 시공간을 뛰어넘은 인연들이 좋아‘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다. 하루키의 작품을 완글한 적이 있던가.‘1Q84’도 서재에 오래 보관 중이다. ‘글자전쟁’으로만 기억되는 김진명. 여러 개의 소설이 하나의 이야기로 겹쳐지는 귀욤의 소설. 그러나 이 브랜드들도 내가 달라지면 더 이상 나에게는 브랜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베르나르가 새롭게 내놓는 글들에 관심이 없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연이어 읽었던 작가의 신작도 이제 읽지 않는다. 브랜드도 독자가 변하면 변한다.

책을 읽는 이유,‘ 알고 싶어서’에 동의한다. 사람마다 과학이 아닌 인류의 역사를 써 내려간 ‘사피엔스’를 읽고 연관해서 ‘총균쇠’를 읽었던 것처럼. 나는 책 속에서 책을 찾아 읽는다. 더 알고 싶어서. ‘팩트플니스’는 읽다가 포기.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도 마찬가지다. 부제가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이다. 이 책이 만약 베스트셀러가 되다면, 그 비밀은 무엇일까? 어떤 PD의 유명했던 대사를 패러디한 제목 때문에? 왠지 눈길을 끄는 부제 때문에? 정말 이상적으로 책의 내용 때문에? 그 무엇이든 상관없다. 독자마다 평가는 다를테니까.

결국 이 책에 몇 개의 별을 달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인 것이다. 이 책이 궁금하다면 읽어보면 된다. 즉 독자는 자기 취향과 필요에 맞는 책을 찾아 읽으면 된다. 내가 읽은 모든 책이 나를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 내가 만난 사람들 모두를 내가 만족시킬 수 없는 것처럼. 어느 한 구절이 나에게 다가와 순간의 울림이 되고 즐거움이 되고 감동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가끔은 내가 헛된 돈과 시간을 썼나 하는 책도 있지만, 그 과정이 있어 나는 책을 선택하는 안목이 생긴다. 그것으로 또 나는 하나를 배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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