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4

1970 한국 불교 1600년-그 종파의 흐름과 현황 | 중앙일보

한국 불교 1600년-그 종파의 흐름과 현황 | 중앙일보

한국 불교 1600년-그 종파의 흐름과 현황
중앙일보
입력 197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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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온 것은 1천6백여년 전, 고구려 소수림왕 2년(서기272년) 때. 이후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고려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에는 통일된 종단이 없었다. 여러 가지 종파가 저마다 선명한 종지와 종풍을 드날려 마치 백화가 난만하듯 한국 불교는 선·교가 함께 융성하였다. 선종은 소위 구산선문이라고 하는 9개의 종파가 있었고 교종은 5개의종파(열반종·율종·법성종·법상종·화엄종)가 있었으며 뒤에 다시 12종파로 나뉘었다 처음 각 종파는 독자적인 수행을 하였으나 차츰 다른 종파와 다툼을 갖게 되었다. 종파간의 다툼을 없애고 통일된 불교의 교리를 세우고자 맨 처음으로 통일불교를 주창한 사람은 원효대사(617∼686)였다. 그러나 원효의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고려에 넘어와 대각국사 의천(1055∼1101)에 이르렀다. 의천은 선종을 교종에 흡수하여 종파를 통합하고자 하였고 천태종을 개창하였다.
뒤이어 보조국사(1158∼1210)는 의천과는 반대로 교종을 선종 속에 융합하여 교단을 통일하고자 하였다.
이를 이어받은 태고보우국사(1301∼1382)는 각 종파를 선·교 양종으로 크게 묶었고 서산대사(1520∼1604)에 이르러 비로소 명실상부한 단일종단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이 단일종단을 이어 받은 것이 오늘의 조계종이다.

사장과 제도의 통일을 보기까지의 과정에서 정부의 영향력이 한국불교에 크게 작용한 것은 한국불교의 숙명이랄 수 있다. 오늘의 불교재산관리법이 그 숙명의 연장을 말해주고 있다. 과거의 불교 사에 있어서 승려자신이 종파의 통합을 정부에 건의하거나 조정 스스로가 정책으로 불교교단을 통합하고자 한 것에 반하여, 오늘의 불교재산관리법은 다양한 불교종파를 파생하는데 본의 아닌 힘이 되고 있다. 이것은 불교사의 아이러니이다.
정부가 지난 5월8일 불교재산관리법에 의거 한국불교 태고종을 승인함으로써 불교계는 17개의 종파와, 종파에 준하는 8개의 불교단체를 합하여 25개의 불교종파 단체를 갖게 되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불교의 종파 중에는 불교재산관리법이 있기까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던 종파가 많다. 8·15이후의 신흥종교 「붐」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솟아난 종교단체가 법에 의하여 등록함으로써 불교의 한 종파로 공인되게 되었다.
하나의 예로, 일승종과 같이 종조가 없는 종파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종지와 종조, 소의경전이 상호 모순된 종파가 허다하다.
모순을 내포한 종파는 다소 불교적 요소를 지닌 점에서 불교의 종파로 인정할 수 있다하더라도 전혀 불교적 요소는 지니지 않은 채 편의상 불교라고 이름한 종파도 있다.


종조를 석가세존으로 하고 소의경전을 화엄경에 두면서 종조의 가르침이나 소의경전인 화엄경의 사상·교리와는 하등관련이 없는, 뿐만 아니라 불교적인 요소를 갖지 않은 환희성모를 본존불로 한 단체가 의젓이 불교의 한 종파로 공인되고 있는 난센스는 법의 맹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법의 맹점은 『도덕과 인의예지신 오륜삼강을 주장하여 천지인 삼합으로 선불유 총합과 후세불인 미륵세존의…』하는 교리를 가진 단체를 불교종파로 인정하고 있는 곳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교리를 가진 단체는 유불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종교(?)라고 해야할 것이다.
이와 같은 법의 맹점으로 인한 분별없는 종단의 승인은 한국불교를 정사를 가릴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몰아 넣었다.

막연하게 석가세존의 실한 「소세경」을 소의경전으로 하고 있는 용화교는 비교적 오랜 활동을 해온 종파이지만, 본존인 미륵불과 종조 진표율사 그리고 종지 사이에 교리적인 연계가 모호하여 교리의 확립을 못하고 있다.
대한불교 법화종파 한국불교법화종은 그 명칭이 유사할 뿐만 아니라 그 교리와 종지를 묘법련화경의 근본사상에 두고 있다. 그러나 전자가 한국의 대각국사를 종조로 하여 대각국사가 개창한 천태종을 계승하고자 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후자는 중국의 천태대사(538∼597)를 종조로 하여 그가 개칭한 천태법화종을 계승하고자 한다.
이 같이 종조를 달리하고 있는 것은 두 개의 단체가 서로 다른 종단임을 표방하기 위한 것일 뿐, 종조가 종파를 세울 적에 주창한 종지가 오늘에 미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대각국사가 세운 천태종이 뒤에 선종으로 전향한 사실에 의하면, 대한불교법화종 종지와 종조 사이에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또한 두개의 종단이 구송하는 염불수행은 일본의 어느 불교 종파와 비슷하다.
이밖에도 길흉을 점쳐 미리 예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점찰선악경을 소의경전으로 한 종파에 법상종이있다. 법상종의 본래 소의경전은 해심밀경·유가사지론·성유식론 등임에도 중국에서 찬술한 위경인 점찰선악경을 소의경전으로 하는 것은 길흉을 예견하여 작복하고자 하는 일반의 경향에 불응한 현장일 것이다.
대부분의 종파가 신라 이후 한국 불교사에 나타난 종파의 명칭과 종조를 내세우고는 있으나 그 사법을 잇지 않고 있다. 그 중에 정통불교를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조계종과 태고종이다.
조계종은 달마 이후의사법을 중국의 조계에서 이어 받은 신라 도의국사를 종조로, 태고진우국사를 종조로 삼고 있다.

이것은 두 종단의 동질성을 의미한다. 또 종지에 『석가세존이 자각 각타하신 각행원만의 근본정신』을 받들기로 한 것은 두 종단이 전혀 동일하다.
태고종의 창종이 조계종에 대해 교리적인 프로테스트에 의한 것이 아니고 태고종이 공식으로 밝힌 오랜 불교분규의 종식에 있고 보면 그 동질성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어갈 전망이 짙다하겠다.
이 동질성이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서는 한국 불교의 앞날이 어두울 수도 밝을 수도 있으며, 무분별한 종단의 승인으로 말미암아 난립한 종파를 포함한 한국불교의 정화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박경훈 <동국원 편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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