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묻는 이유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현정부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지만, 이토록 큰 참사에 대해 책임을 묻고 싶어지는 건 사실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러니 정치적 의도가 뻔한 몇몇을 제외하면 그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책임을 묻는다면 정확히 물어야 하지 않나. 안전을 의식해경찰을 평소보다 더 투입한다면서 고작 평소의 1.5배만 투입했다는 용산경찰서와, 용산경찰서와 긴밀히 협력해 대처해야 했던 용산구청에 먼저 묻는 게 순서 아닌가. 실제로 용산구청장은 “안전”에 힘쓰겠다고 사고 전날 페북에 쓰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그 구청장은 이 시간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다.
용산구청장은 오래도록 민주당 출신이다가 금년 봄 선거에서 국힘당 출신으로 바뀌었다. 이태원에서는 핼로윈 기간 뿐 아니라 10월초에 지구촌축제라는 이름의 먹거리축제가 열리기도 하는데, 현구청장은 그 축제에 대해선 페북에서 여러번 언급하며 성공리개최와 마무리를 자축하기도 했다.
사고의 직접원인은 경찰력부족 만이 아닐 것이다. 사고원인은, 그곳에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무언가의 ‘계기’(혼잡함은 사고의 가능성을 높이지만 혼잡함만으로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혼잡속의 균형이 깨질 때 사고는 일어난다) 에 있다.
그럼에도 안전대책 미비의 책임을 묻는다면, 용산구청장과 용산경찰서에 먼저 물어야 하지 않나.
내가 궁금한 건, 대응 잘 했다고 거론되는 민주당 출신 구청장 재임시의 핼로윈축제 대응 매뉴얼이 존재하는지 여부다. 하지만 설사 존재한다 해도 전구청장으로부터 현 구청장에게 (구두로라도) 전수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들은 정당이 다를 뿐 아니라 대립이 당연시되는 ‘적대’관계니까.
그렇다고 했을 때 결국 수많은 사상자를 낸 책임이, 그런 대립적 관계, 혹은 그런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우리 모두에게 없다고만 할 수 있을까.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의 모든 걸 부정 혹은 무시하느라 결과적으로 참사를 막지 못한. 경험이 만든 ‘지혜’를 전수하고 계승하지 못한.
일본을 매뉴얼 사회라고 비웃는 이들이 많고, 맨땅에서의 순발력도 때론 필요하지만, 일본의 ‘매뉴얼’이란, 최소한 정치를 넘어 지혜를 모으는 태도를 가진 사회이기에 존재 가능한 어떤 것이다.
경찰력이 광화문에 배치되어 여력이 없었다는 행안부 장관의 발언은 관할부처로서 지극히 무책임한 발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광화문에서의 좌우싸움이 젊은이들의 죽음과 그저 무관한 건 아니다.
그러니까, 분열과 대립이 죽이는 건 상대가 아니라 실은 우리의 젊은이들이고 우리 모두다. 내전을 겪고서도 그걸 모른다면 우리의 ‘해방’후 70여년은 무의미하다.
430Eun Ha Chang, Soon Ae Choi and 428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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