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청산 못한 한국... 의사와 기독교인이 국가 뒤흔들고 있어" - 오마이뉴스
"과거 청산 못한 한국... 의사와 기독교인이 국가 뒤흔들고 있어"유신청산민주연대, 21일 국회서 ‘과거사청산’ 토론회 열어
20.08.22 16:30l최종 업데이트 20.08.22 16:30l
최방식(bestchoice)
나치의 불법·폭력·인권유린 역사를 청산해온 독일을 모델 삼아 한국도 72년부터 시작된 '불법·폭력 긴급조치' 유신체제 청산을 위한 법을 제정하고, 사회·문화 민주주의 정착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독일 나치 과거사 청산의 역사와 성과' 토론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유신청산민주연대(상임 공동대표 김재홍·박현옥, 운영위원장 이대수)와 서영교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민주인권평화를 실천하는 긴급조치사람들(회장 유영표)이 주관했다. 사회는 고은광순 유신청산민주연대 공동대표가 맡았다.
▲ 유신청산민주연대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독일 나치 과거사 청산의 역사와 성과’ 토론회.
ⓒ 최방식
김누리 "아우슈비츠 반성, 진정성 인정 계기"
'전후 독일 나치 청산의 역사와 68혁명의 의의' 발제에서 김누리 중앙대 유럽문화학부 교수는 "근현대 100년의 역사 중 70년 이상을 독재체제를 겪었던 우리는 지금까지도 독재와 식민잔재를 청산하지 못해 부끄러운 역사의 질곡에 허덕이고 있다"며 "68혁명 전후 가해자 입장으로 과거청산을 해 세계 지도국으로 부상한 독일을 모델 삼아 사람·제도·가치(정신) 바로세우기를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독일은 70년대 비판교육 중심의 개혁을 통해 파쇼 시대의 무비판적 암기와 줄세우기 경쟁을 허물어 민주적 정치의식 토대를 만들고 노사공동 결정제도를 수용해 산업 평화를 세웠다. 진정성 있는 아우슈비츠 반성으로 과거청산의 근간을 삼았다"며 "이런 태도가 독일 과거청산의 도덕적 권위를 세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과거 청산을 제대로 못한 한국은 수구보수 과두지배체제를 거듭해 이른바 '좋은 보수'가 없는 정치판을 유지하고 있고, 이는 역사·정의 뿌리가 없는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그 결과 의사와 기독교인이 사적이익을 위해 국가를 뒤흔드는, 이기적이며 차별·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승자독식체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68혁명의 핵심 중 하나인 '학문 과거청산'을 통해 죽은 지식사회를 깨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충기 "본회퍼 사건, 인적청산 중요성 일깨워"
뒤이어 '나치 사법부의 불법판결들의 전후 청산' 발제에서 송충기 공주대 사학과 교수는 "세계가 과거청산의 모범으로 내세우는 독일의 경우 나치 청산에 많은 힘을 쏟았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건 확실하지만 미비하고 아쉬운 점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부의 경우 '법적 안정성'이나 '인적구성의 연속성'을 이유로 주모자를 처벌하는 데 그치고 대부분의 나치 출신 판사 검사 변호사는 그대로 살아남아 청산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특히 "공산주의로부터 국가와 민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나치 체제는 민주 기본권을 폐지하고, 권력에 대드는 자는 '반역자'로 규정해 자의적 처벌이 가능한 긴급조치국가를 만들었다. '비아리안족'을 차별·탄압하고 유대인·장애인·동성애자를 시민권자에서 제외하는 불법 사법체제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후 연합국들은 이런 독일을 더는 정상국가로 기능하지 못하는 농업국가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인적청산이 늦춰지며 탈 나치화 작업은 지지부진해졌고 결국 완벽한 청산과는 거리가 있는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그 사례로 본회퍼 사건을 꼽았다. 나치에 저항한 본회퍼 목사 등에게 제대로 된 재판 없이 사형을 구형하고 이를 집행한 검사와 판사를 훗날 재판에 회부했지만 무죄판결 내렸다는 것. 세 번째 재판에서야 징역 7년과 4년을 선고했지만 그마저도 상고심에서 6년과 무죄로 결론났다. 그럼에도 독일은 통일 이후 과거청산 노력을 강화했고, 요즘에도 외무부·법무부·연방형사청 등 중앙관청들이 과거청산 연구·학술팀을 가동, 또 하나의 기대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구 "일본·독일 흉내 유신체제 청산 절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종구 성공회대 사회학 명예교수는 "같은 2차대전 패전국이면서 독일과 다른 길로 간 일본은 동북아 반공기지 역할을 수행, 과거사 청산을 하지 않으면서 '상징 천황제'를 지키고 친미 관료가 주도하는 악성 장기보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유신체제는 일본의 나치를 흉내낸 총동원체제의 짝퉁이며,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 발전 병목이 한국의 과거사 청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유신청산은 독재 유산뿐 아니라 식민잔재 털어내기 과제까지 안고 있다"고 언급하고, "개발독재로부터 시작된 거대한 관료·재벌 체제와 취약한 정당과 시민사회 탓에 '산업화세력', '건국절', '친일종족주의', '친일파국립묘지'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회 발전을 위해 유신체제 청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홍윤기 동국대 철학교 교수는 토론에서 "나치에 부역했던 판사·검사·변호사 등 이른바 '갈색 법조인'의 역사청산 물 흐리기에도 가해자의 능동적 자기반성과 전후 역사청산 과제 실행에 모범을 보인 독일은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일본의 뻔뻔한 극우정권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적폐세력의 저항과 미비한 청산이 없지 않지만, 꾸준히 처리해가는 독일에 비춰 우리의 과거청산은 일천하다"고 지적했다.
홍윤기 "독일 나치청산, 교육문화 민주화 토대"
홍 교수는 "이런 독일에 이웃나라에서 전파된 68혁명은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자각한 전후 세대들이 정치·사회·교육·문화 민주화를 이루고 복지사회를 달성하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0년 브란트의 무릎꿇기, 85년 리하르트 폰 바이체거 서독 대통령의 '나치 항복일은 독일 해방일' 연설 등으로 이어지는 나치청산과 탈 나치화 과정을 잘 지켜보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수 유신청산민주연대 운영위원장은 토론에서 "독일의 나치청산은 반공정서를 선동하고 긴급조치를 앞세워 불법 폭력으로 독재정권을 연 과정을 거쳤는데, 유신독재체제도 이와 유사해 과거사 청산도 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된 유신청산으로 한국의 평화·인권·민주주의 지평을 유라시아로 넓혀가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또 "불법 폭력 유신독재가 막을 내린 지 40여 년이 돼가고 있지만 군홧발에 짓밟혀 강제 해산당했던 국회가 아직도 '불법 국회해산 무효선언'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민주정부에서 유신청산의 틀이 될 법 제정에 나서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대수 "불법폭력 유신독재 청산법 제정 시급"
유신청산민주연대는 지난해 5월 긴급조치 피해자 원상회복 방안 국회토론을 박주민 의원실과 공동주최한 것을 계기로 유신체제 청산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모으며 1년여 준비 끝에 올 5월 23일 공식 출범한 단체다.
유신청산민주연대에는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서울민예총, 자유언론실천재단, 통아투위, 조선투위, 전태일재단,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한국작가회의, 4·9통일평화재단, 70년민주노동운동동지회, 청계피복·동일방직·원풍모방·CDK·YH 노동조합, 71동지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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