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1

조동일 동아시아인이 되자

동아시아인이 되자

동아시아인이 되자기획/특집
조동일 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2016-07-01


조동일 교수 강연 원고와 한문 논문을 연재하며


조동일 교수가 울산에 와서 ‘동아시아인이 되자’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다. 주최하는 쪽의 정성에 부응하여 강연 원고를 바로 보내주면서 ‘말로만 하면 전달이 어려울까 염려해 글로 써, 일찍 깨달으면 효력이 더 크기 때문에 초등학생이라도 이해하고 먼 장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동일 교수의 자신감과 추진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중세 동아시아는 특별히 학문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근대 동아시아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그쪽의 여러 언어를 연마하고 각 문명권의 공동문어를 익혀 포괄적인 학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닦았다.


중세의 우수한 원천과 근대 극복의 치열한 탐구정신으로 유럽 주도 근대 학문의 편중과 차별을 넘어서고자 투쟁한다. 거대이론 ‘생극론’을 마련하여 다음 시대 준비를 착실히 하며 동조자들을 구하고 있다.


강연 원고에 이어 다음 호부터 조동일 교수가 1998년 10월 10일 중국 북경대학에서 개최된 제3차 동아비교문화국제학술회의에서 기조 발표한 한문 논문 '東亞文學史上‘華ㆍ夷’與‘詩ㆍ歌’之相關'(동아문학사상 '화.이'와 '시.가'의 상관)을 연재한다. 중세시대 우리 선조들이 늘 해온 한문 글쓰기를 오늘날 우리가 하기 어렵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한문 논문은 미래에서 온 학자가 학문 후속세대를 위해 마련한 이정표이다. 그러나 교사와 학부모이고 지역 후견인인 우리 독자들은 그 둘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한문 논문을 보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한문논문 강독을 7월 6일부터 매주 수요일 3회에 걸쳐 울산저널 사옥에서 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세요. 교재는 <동아시아문명론>, 조동일, 지식산업사) -백태명 명덕초 교사








여러분은 누구인가? 여러분이나 나는 한국인이다. 한국에 살고, 한국말을 하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한국이 잘 되기를 바란다. 어디서 왔든 이런 사람이면 한국인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어느 지방인이다. 지방화시대가 되고, 지방자치가 정착되면서 지방인인 것이 소중하다. 여러분은 울산인이다. 울산에서 살고, 울산말을 하고, 울산에서 활동하고, 울산이 잘 되기를 바라는 울산인이다. 외지에서 왔어도 이렇게 하면 울산인이 된다. 다음 세대는 울산인으로 태어난다.


선사시대 이래의 울산 문화 전통, 오늘날 울산의 첨단 산업이 나라의 자랑이고 동참자의 영광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므로 생략한다. 울산만 특별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느 지방도 그 나름대로의 자랑이 있다.


울산인과 한국인은 둘이면서 하나이다.
울산인은 울산인이면서 한국인이고, 한국인이 한국인이면서 울산인이다. 울산인과 한국인은 하나를 위해서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울산인이어야 훌륭한 한국인이다. 한국인 노릇을 잘 해야 울산인 노릇도 잘 한다.


지금은 지방화시대이면서 세계화시대이다. 어느 지방인이면서 한국인인 데 머무르지 말고 세계인이 되어야 한다. 세계를 알고, 세계에서 활동하고, 세계가 잘 되기를 바라는 세계인이어야 한다. 세계는 열려 있고,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이 넘친다. 훌륭한 세계인의 능력을 갖추고 발휘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해야 한다. 세계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인이기를 그만두어야 세계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이면서 세계인이어야 세계인일 수 있다. 훌륭한 한국인이어야 훌륭한 세계인일 수 있다. 한국인의 역량을 살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널리 혜택을 주고, 세계가 잘 되는 데 적극 기여해야 자랑스러운 세계인일 수 있다.


세계인이 되는 방안을 두고 어이없는 실수도 있다. 한국어는 버리고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이라는 책을 써서 나무란 적이 있다. 온 세계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데 정작 한국인은 한국어를 버리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책 부제를 “민족문화가 경쟁력이다”라고 했다. 한국어와 함께 전승되어온 민족문화의 역량이 한류의 열풍을 일으키는 것을 역행해 무엇을 얻겠다는 말인가?


지금 할 일은 민족문화의 경쟁력을 키우고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경쟁력을 키우려면 저력 탐구에 더욱 힘써야 한다. 수준을 높이려면 반성이 필요하다. 한류가 한국의 자랑이라고만 하지 말고 인류를 위해 널리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보편적 가치 정립에 힘써 인류 공동의 자산을 늘려야 한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면 세계화를 한다고 오판하지 말자. 상품은 수출하면서 사고는 수입하려고 하는 불균형을 하루 빨리 시정해야 한다. 기술에서나 사고에서나,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나아가 비약적인 창조를 해야, 바람직한 세계화의 선도자가 되어 인류를 위해 널리 기여할 수 있다. 경쟁력은 상극의 능력이므로 상생의 능력일 수 있다. 상극의 능력을 발휘해 기존 지배세력의 패권주의와 싸우고, 상생의 능력으로 세계사의 진로를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을 떠나 미국이나 프랑스로 가서 그 나라 사람이 되면 세계인이 되는 것은 아니고, 세계인이 되고자 하는 목표에서 더욱 멀어진다. 미국인은 미국인이면서 세계인이어야 하고, 프랑스인은 프랑스인이면서 세계인이어야 하는데, 미숙한 이주자는 미국인이나 프랑스인이 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니 세계인이 되는 것은 아득하다. 한국인이면서 세계인이 되는 지름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 공연한 고생을 하는 것은 어리석다.


미국인이나 프랑스인은 선진국인이어서 세계인에 가까이 가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 유럽문명이 앞서 나간다는 우월감에 들떠 다른 문명권에 대한 이해에서는 아주 뒤떨어져 있다. 선진이 후진임을 말해준다. 한국인은 후진임을 자책하고 유럽문명권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세계 인식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후진이 선진이게 하는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미국인도, 프랑스인이나 미국인이면서 유럽문명인임을 의식하고 자랑한다. 유럽문명을 우월감의 근거로 삼는다. 한국인은 한국인이면서 동아시아인이라고 자각하고 동아시아문명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동아시아인은 아니고 한국인만이어서는 유럽문명이 일방적으로 우월하다는 데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차등의 세계관을 넘어서서 대등의 세계관을 마련하는 근거를 갖추지 못한다.


일본인이나 중국은 잘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잘못이 더 심하다. 일본인은 유럽문명과 앞서서 만난다고 자랑하다가 열등의식에 휘말려 脫亞入歐를 하겠다고 한다. 아시아를 떠나면 유럽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정신적 노숙자가 되게 하는 착각이다. 중국은 유럽문명과 부딪혀 생긴 상처를 거대국가의 위세로 극복하려고 허장성세를 일삼는다. 동아시아문명이 자국의 자부심을 드높인다고 주장하면서, 보편적 의의를 제거해 가치를 훼손한다. 양쪽의 일탈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분발해야 한다. 설득력 있는 연구 성과를 내놓고 우정 어린 충고로 삼아야 한다.


중국에서 강연하면서 중국은 國大學小이고, 한국은 國小學大라고 했다. 중국이니 일본에는 없는 동아시아문명론을 이룩하는 것이 學大의 작업이다, 한국은 일본처럼 앞선다고 하지 않고, 중국과 같은 대국이 아니어서 국가의 가림판에서 벗어나 동아시아를 바라볼 수 있다. 한국은 문명권의 중심부인 중국, 주변부인 일본 사이의 중간부여서 문명권 전체를 이해하려고 오랫동안 시도해온 전례가 오늘날 필요한 작업에 유용하게 쓰인다.




중심부 중국은 공동문명을 이룩하는 데 앞섰다고, 주변부 일본은 민족문화를 키웠다고 자랑한다. 중간부 한국은 공동문명과 민족문화를 대등하게 존중하고 둘이 하나가 되게 하려고 힘썼다. 그래서 한국인이면서 동아시아인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동아시아문명의 전폭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파악하면서 장래를 논의할 수 있다.

유럽은 유럽통합으로 나아가면서 라틴어문명권의 동질성을 더욱 다진다. 아랍어문명권은 공동의 유대를 해체하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산스크리트문명권 각국도 공동의 유산을 이어받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동아시아 한문문명은 과거에 그 셋 못지않은 영광을 누렸으면서, 지금은 거의 파괴되고 망각되다시피 한 불행을 겪고 있다.



불행의 이유가 무엇인가? 중국의 고금 대국주의에 반발하느라고 문명의 보편성을 부인하는 민족주의가 일방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침략해 동아시아의 동질성을 훼손한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유대를 찾으려고 하지만 과거사가 짐이 된다. 오늘날 나라의 크기와 체제가 달라 유럽통합 같은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절망하고 물러설 것은 아니다. 정치가 선도한 유럽통합과는 다른 길도 있다. 동아시아문명의 계승과 국가 간의 유대 재현을 학문이 나서서 선도할 수 있다. 불운을 행운으로 삼아 학문의 기여를 확대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착상을 구체화해 나는 <<동아시아문명론>>을 써냈다. 한국의 위치와 사명을 발판으로 삼아, 동아시아 다른 어느 나라에 전례가 없는 최초의 시도를 했다.


중국,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월남까지 포괄하고 각국의 소수민족도 독립된 실체라고 인정해, 동아시아문명을 총론, 문학, 역사, 철학, 오늘날 학문 등에 걸쳐 다각적으로 고찰한 내용이다. 총론은 중국에서 한 강연 원고를 기초로 새로 쓰고, 그 뒤의 것들은 기존의 여러 저서에서 가져와 손을 보았다. 2010년에 나온 책이 2011년에는 일본어, 2013년에는 중국어, 2015년에는 월남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책 몇 대목을 들어보자.


한문은 익히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규탄의 대상이 된다. 한국에서는 열등한 문자인 한자를 버리고 우수한 문자인 한글만 쓰자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한자는 한문을 위한 문자이다. 익히기 어려워 열등한 문자라고 하는 이유에서 한문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문을 잃으면 동아시아문명의 계승이 중단된다. 산스크리트ㆍ아랍어ㆍ라틴어문명의 계승자들보다 무식해진다. (66면)


고유문화로는 유럽문명권과 경쟁할 수 없다. 특수성으로는 보편성을 이겨내지 못해 추종자가 되고 만다는 교훈을 일본에서 얻어야 한다. 한문문명의 보편적 가치를 힘써 되찾아 새롭게 활용해야 유럽과 대등해져 선의의 경쟁을 하는 학문을 할 수 있다. 공유재산으로 사유재산을 만들고, 사유재산이 공유재산이게 하는 작업을 민족문화의 활력을 살려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학문을 세계화해 인류를 위해 기여하는 길이다. (87면)


동아시아 문명사를 다른 문명권의 경우와 비교해 고찰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 작업에서 세 가지를 얻을 수 있다. 동아시아문명에 대한 자기 점검을 철저하게 하고, 다른 문명 특히 유럽문명권을 상대로 벌이는 선의의 경쟁을 피차 유익하게 전개하고, 인류 문명 전체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제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앞서 나가는 학문을 하자. 수입학과 자립학의 갈등을 넘어서서 창조학을 크게 이룩하자. (375~376면)


유럽문명권이 선도한 근대학문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음 시대 학문을 이룩하는 데 동아시아가 앞서서 다른 문명권의 분발을 촉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끼리의 쟁패를 청산하고 보편적인 진리를 위해 하나가 되는 새로운 학문을 하는 모범을 보여 근대 다음 시대를 설계하는 지침이 되게 해야 한다. (392면)


동아시아문명을 이어받자고 하다가 충효나 역설하는 복고주의에 빠지기나 한다는 우려가 있어 해명이 필요하다. 실천윤리의 말단이나 시비하고, 문명의 기본원리를 크게 살피려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동아시아문명은 보편주의 가치관의 근거와 효용을 두고 다른 여러 문명과 경쟁해왔다. 다른 여러 문명은 단일종교의 神에 대한 절대적 신앙에서 보편주의가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동아시아에서는 인간관계에 관한 보편주의 가르침을 儒ㆍ彿ㆍ道家가 각기 폈다.오늘날 특히 소중한 유산을 들어본다. 
  • 儒家는 “和而不同”을 소중하게 여겼다. 누구나 각기 자기 생각을 하면서 화합해야 한다는 말이다. 
  • 佛家는 “應無所住”해야 한다고 했다. 마음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집착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 道家는 “無爲自然”을 말했다. 무리한 짓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변화와 생성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문명의 충돌이 격화되어 인류가 더욱 불행해지는 시기에 동아시문명은 싸움을 말릴 수 있는 지혜를 지녀 인류 전체의 축복이다.


나는 지방학ㆍ한국학ㆍ동아시아학ㆍ세계학으로 한 단계씩 확대되는 연구를 해왔다. 나고 자란 경북 동북부 구비문학을 밑천으로 <<서사민요연구>> 같은 지방학을 한 것이 출발점이다. 한국학은 <<한국문학통사>>가 대표한다. 동아시아학은 <<동아시아문학사비교론>>, <<하나이면서 여럿인 동아시아문학>>, <<동아시아문명론>> 등에서 한 작업이다. 세계학에는 <<세계문학사의 전개>>같은 것이 있다.


지방학ㆍ한국학ㆍ동아시아학ㆍ세계학 가운데 동아시아학을 하는 데 가장 큰 열의를 가졌다. 전례가 없는 작업을 하니 힘이 많이 들면서 보람이 크다. 동아시아학 저작이 번역에서 특히 환영받는다. <<동아시아문명론>>이 일본ㆍ중국ㆍ월남어로 번역된 것은 이미 말했다. 일본어로는 <<동아시아문학사비교론>>도 번역되어 출판되고, <<하나이면서 여럿인 동아시아문학>>은 번역이 진행 중이다.


나는 외국에 유학하지 않은 순국산 학자여서 창조학을 스스로 이룩하고, 밖으로 나다니면서 폈다. 일본, 중국, 대만,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러시아. 인도, 이집트 등 모두 16개국에 가서 40여회 연구발표하거나 강연을 했다. 언제나 한국학을 출발점으로 삼고 필요한 만큼 더 나아갔다. 비교연구를 거쳐 한국학을 동아시아학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으로 가까운 나라 학계를 격발시켰다. 동아시아와 다른 문명권의 공통점을 밝혀 세계학을 혁신하는 시도로 더 먼 나라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인이면서 동아시아인이고, 동아시아인이면서 세계인이어야 하는 것은 학문하는 사람만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누구나 이런 목표를 세우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 인식을 바로잡고, 활동 범위를 넓히고, 창조 작업을 시작하고, 화합을 이룩하는 데 기여하는 실질적인 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모두 동아시아인이 되어 세계인으로 나아가는 것을 공인된 목표로 삼고 일제히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선 한국의 위상을 다시 파악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월남과 몽골, 이 네 나라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는 지도를 만들어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자. 몽골도 동아시아의 일원이므로 추가해 공간 구성을 적절하게 하는 것이 좋다.


동아시아에 대한 이해를 광범위하게 균형 잡히게 해야 한다. 동아시아 각국 특히 중국 일본 관련 지식을 대등하게 갖추고, 월남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몽골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독서를 통한 이해에 현지 체험을 곁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각국을 여행하는 회수와 기간이 대등하도록 노력하고 견문한 바를 비교해 동질성과 이질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동아시아인이 되려면 한문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 글을 쓰면서 한자를 혼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자 혼용이냐 한글 전용이냐는 글의 내용과 독자에 따라서 선택할 사항이고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 한자만으로는 부족하고 한문을 알아야 한다. 고전을 읽기 위해 한문을 알아야 한다. 읽기에 그치지 않고 쓰기까지 해야 한다. 한문을 동아시아 공동문어로 되살려 공동연구와 학문교류에 사용하자고 제안해왔다.


중국어와 일본어 공부를 위해 한문 해득이 선행 조건이다. 중국어와 일본어 공부도 반드시 해야 하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둘 다 잘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국어는 잘 하면 잘 할수록 열등의식이 심해진다. 여러 외국어를 하는 것이 열등의식을 시정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중국어와 일본어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외국어도 알아야 훌륭한 세계인일 수 있다.


위에서 든 사항을 실행하기 위해 각자가 노력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국가 시책이 달라져야 한다. 교육의 목표를 훌륭한 한국인에서 더 나아가 훌륭한 동아시아인이 되는 것으로 정해야 한다. 중국어와 일본어를 함께 필수로 하는 교육을 일제히 실시해야 한다. 동아시아 각국에서 나오는 책 가운데 읽고 연구해야 할 가치가 있는 책을 구비한 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를 오가면서 대학 공부를 하는 장학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의 논의를 마무리해보자. 여러분은 울산인이면서 한국인이고 동아시아인이고 세계인이 되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 과정에서 동아시아인 되기에 가장 큰 난관이 있어 뚫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동아시아인이 되자”는 말을 제목으로 삼아 초점을 분명하게 했다.선생님들이나 학부모들은 이 글을 학생이나 자식에게 읽히고 들은 말을 전해주기 바란다. 초등학생이라도 이해하고, 먼 장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일찍 깨달으면 효력이 더 크다. 말로만 하면 전달이 어려울까 염려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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