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3

알라딘: 중국정치사상사 김영민 2021

알라딘: 중국정치사상사


중국정치사상사 김영민 (지은이)
사회평론아카데미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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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100자평(11)리뷰(2)

9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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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상사 연구자 김영민 교수의 국내 첫 학술서. 저자가 2017년 집필한 영어판 <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를 저본으로 하고 있으나, 국내 독자를 염두에 두고 영어판과 다른 문체로 다듬고 큰 폭으로 수정 집필한 새로운 중국정치사상사이다. 한국어판 중국정치사상사는 그 분량만 해도 영어판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이 책은 한국인에 의해 쓰인 첫 중국정치사상사로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무지막지한 단순화나 본질주의의 언명”에 호소하지 않고 미시적인 분석과 거시적인 서사를 유려하게 결합함으로써 ‘중국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답하는 이 책은 중국 사상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을 훌륭히 복원한다. 

중국, 일본, 한국, 서양 학계의 다양하고 방대한 연구 문헌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분과 학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융통성 있는 방법론을 통해 기존 학계의 관습에 도전하는 새로운 해석과 중국정치사상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들려준다. 전작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주장한 ‘눈앞의 효용에 연연하지 않은 공부’를 시도한 결과물이기도 한 이 책은, 저자의 공부 이야기에 공감한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연구 방법론과 학문적 글쓰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목차


책을 펴내며
중국의 시대 구분
일러두기

1. 서론 Introduction
중국이란 무엇인가 | 중국성에 대한 접근법들 | 전제적인 통치 형태 | 유교 | 유형학적 접근법 대 행위자 기반의 접근법 | 서사성 | 이야기 꿰미들

2. 계몽된 관습 공동체 Enlightened Customary Community
공자와 전통 | 공자의 전통관에 대한 기존 견해 | ‘재현’ 개념과 공자의 비전 | 역사적 맥락 | 상나라 이데올로기와 그 해체 | 주나라의 천명 개념 | 서주 정치질서의 해체 | 신정정치 조직에서 계몽된 관습 공동체로 | 미시성의 정치 | 미셸 푸코의 미시성 | 미셸 드 세르토의 미시성 | 제임스 스콧의 미시성 | 예의 미시적 차원 | 무위와 미시성의 정치 | 해석 공동체와 예술적 차원 | 예와 인식 주체 | 술이부작의 재검토 |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 예와 정서 주체 | 정치 엘리트 | 권과 시중 | 작은 국가

3. 정치 사회 Political Society
정치 사회의 개념 | 경쟁하는 비전들 | 묵자 | 순자 | 노자 | 한비자 | 양주 | 맹자 | 장자

4. 국가 The State
제국의 형성과 궤적 | 한·당 제국 | 명·청 제국 | 후기 국가 성격과 지배층 | 사회경제사적 접근 | 지방사회론적 접근 | 국가론과 정치사상 | 대외 관계 | 흉노와 중국의 정체성 | 상앙의 개혁론 | 가의의 대안 | 황로 사상 | 염철론

5. 귀족 사회 Aristocratic Society
새로운 역사적 조건들 | 당나라 질서 | 코즈모폴리턴 중국성 | 초월적 황제 | 종교적 관용 | 개방적 관료제 | 법적 체제 | 국가와 귀족의 공생 | 당나라 질서의 쇠퇴 |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수동적 순응성 | 무위의 이상 | 귀족 | 불교 | 한유와 고문운동 | 『앵앵전』 | 사람 대 자아

6. 형이상학 공화국 The Metaphysical Republic
북송의 성립과 새로운 정치적 환경 | 북송 엘리트의 등장 | 왕안석의 신법 | 왕안석의 반대편에 선 소식 | 「적벽부」의 독해 | 소식 사상에서 주체의 의미 | 남송의 성립과 중국 정체성 | 남송 엘리트의 등장 | 도학의 자아관 | 부분과 전체 | 도학자의 「불인인지심」 장 해석 | 담약수와 증패의 대화 | 형이상학 공화국 | 도학적 집단행동의 논리

7. 혼일천하 The Greater Integrated World
조공체제 | 몽골 지배에 대한 여러 반응 | 야율초재의 제안 | 조창운과 조맹부 | 마치원의 중화질서 재해석 | 왕소군 이야기 | 『한궁추』에 담긴 정치사상

8. 독재 Autocracy
중국사 속의 황제권 | 명나라 전제주의에 대한 접근법 | 대안적인 접근 | 『근사록』의 해석 | 왕정상의 군주론 | 왕정상의 「불인인지심」 장 해석

9. 시민사회 혹은 정체? Civil Society or Body Politic?
영어권 학계의 중국 시민사회 논쟁 | 중국 시민사회론의 반론들 | 결사체에서 친족 조직으로 | 팔조목에 대한 접근법들 | 정치 언어와 도식으로서 팔조목 | 군주를 위한 귀감서 | 보통 사람을 위한 귀감서: 왕양명의 정치사상 | 왕양명의 ‘외부 세계’ 재정의 | 지행합일 | 왕양명의 양지론 | 왕양명의 행위 이론 | 왕양명 사상과 전제국가론의 관계

10. 제국 Empire
청나라 전제국가론 재고 | 청나라 통치자들의 정치적 정체성 | 옹정제의 비공식 초상화 | 건륭제의 비공식 초상화 | 청나라의 통일성 | 청대 지적 운동, 고증학 | 좋은 통치와 지방의 독자성 | 중국 맥락에서의 서양화 | 중체서용론 | 장지동 중체서용론의 논리 | 옌푸의 비판 | 담사동의 도기론 | 도기론의 역사적 이해 | 담사동 도기론의 논리 | 담사동 도기론의 기존 질서 비판 | 마오쩌둥주의

11. 보다 넓은 맥락에서의 중국 China in Larger Contexts
조기 근대 동아시아: 쟁점화된 중심성 | 조선 중화주의 담론 | 중화의 국적성과 종족성에 대한 기존 입장 | 중화의 초국적성/초종족성 | 픽션으로서의 중화 | 근대성에 대하여 | 파워 이론 | 국가 전략으로서의 중화 | 근대 동아시아의 중화 | 대한제국과 일본

글을 마치며: 현대 세계의 중화

본문의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접기


책속에서


P. 7~8이 책은 ‘중국’에 대한 것이지만, 우리가 익숙한 그 중국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이 책을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집어 들 독자는 아마도 우리에게 익숙한 그 중국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겠지만, 결국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다. (…) 독자가 현재의 중국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집어 들었다가 생각보다 넓게 펼쳐지... 더보기
P. 26~27중국이 역사를 만들기보다는 역사가 중국을 만든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을 원래부터 존재해온 단일한 덩어리monolith로 보지 않고 일종의 구성물construction로 간주한다. 공적인 수사rhetoric, 역사서술법, 그리고 다양한 이데올로기 생산수단을 통해 중국 정체성을 발명하고, 재발명하고, 강화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인간 ... 더보기
P. 57책 한 권에 중국정치사상의 모든 중요한 흐름을 논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중국정치사상사 쓰기란 애초에 성공하기 어려운 과업처럼 보인다. (…)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정치사상의 그 긴 역사를 책 한 권에 어찌어찌 담다 보면, 아무래도 그 내용에 대해 결국 (일부) 독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독자... 더보기
P. 153예가 다스리는 정치 공동체라는 공자의 사상은 후대 제국 왕조로 전승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묘한 아이러니가 있다. 공자가 생각한 계몽된 관습 공동체는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와 한정된 집단을 상정한 것이었으나, 제국의 황제들은 정반대로 생각하였다. 제국을 운영하는 통치자가 보기에 계몽된 관습은 작은 공동체 상층부에 국한되지 말고 ... 더보기
P. 160정치 사회의 창출은 관습을 당연시하는 관습 공동체의 구성원과는 다른 부류의 정치적 행위자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의미의 정치 사회 개념은 특히 전국시대 제자백가 사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전국시대 사상가들은 기존 질서의 자연적 기초를 의심하였다. 정치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 새로운 기초를 찾아내겠다는 강렬한 욕망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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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본질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중국정치사상사를 한 권의 책에 담는 일이 가능할까? 김영민 교수는 바로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융통성 있는 방법론과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중국정치사상을 살아 있는 전통으로 만들었다.”
- 루브나 엘 아민 (노스웨스턴대학교)

“깊이와 넓이를 두루 갖춘, 포괄적이고 권위 있는 중국정치사상 통사이다. 중국 사상의 복합성을 이해하는 데 정말로 귀중하고 필수적인 책이다. 이 책의핵심에는 중국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라는 강력한 주장이 담겨 있다.”
- 케리 브라운 (킹스칼리지런던)

“놀라운 책이다. 이 책은 중국정치사상에 관심 있는 모든 학인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스티븐 C. 앵글 (웨슬리언대학교)

“이 책은 시대순으로 역사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주제별로 내러티브를 조직하는데, 그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다.”
- 앤터니 블랙 (던디대학교)

“이 책은 대가의 솜씨로 쓴 매우 가독성 높은 중국정치사상사이다. 원사료는 물론 중국, 일본, 한국, 서양 학계의 다양한 연구 문헌까지 능숙하게 활용하면서, 역사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내러티브를 제공한다. 단연코 이 분야 최고의 저작이며, 정치사상사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추천한다.”
- 필립 J. 아이반호 (조지워싱턴대학교)

“이 책은 B.C. 6세기부터 현재까지 중국의 정치사상에 대한 야심적이면서도 정교한 연구이며, 중국정치사상 학계의 관습에 대한 도전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중국정치사상에 내재한 다양성에 대하여 귀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 존 닐슨 라이트 (케임브리지대학교)

“이런 책이 세상에 있어 너무 행복하다. 오랫동안 역사적 현실과 유리된 중국정치철학 연구가 난무해왔는데, 김영민 교수는 철학적인 예리함과 역사적 맥락이 최적의 균형을 이루는 중국정치사상사를 써냈다. 전문 연구서로서의 새로움과 섬세함뿐 아니라 교과서적인 명료함까지 두루 갖춘 책이다. 해당 주제에 대한 연구사를 폭넓게 살피는 동시에 일반 독자도 읽을 수 있게끔 친절하게 서술되어 있다.”
- 리 젠코 (런던정치경제대학)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서울신문
- 서울신문 2021년 2월 19일자 '책꽂이'
동아일보
- 동아일보 2021년 2월 20일자 '책의 향기'
중앙일보
- 중앙일보 2021년 2월 18일자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21년 2월 19일자 '새책'
세계일보
- 세계일보 2021년 2월 20일자 '새로 나온 책'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21년 2월 26일자
한국일보
- 한국일보 2021년 2월 24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김영민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본지 편집위원. 작가이자 사상사 연구자. 현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서로 『중국정치사상사』, 산문집으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공부란 무엇인가』,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생의 허무를 보다』가 있다.

최근작 : <서울리뷰오브북스 13호>,<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서울리뷰오브북스 9호> … 총 26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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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베스트셀러 작가 김영민 교수,
국내 첫 학술서 『중국정치사상사』 출간!

에세이스트이자 사상사 연구자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국내 첫 학술서 『중국정치사상사』를 펴냈다. 이미 2017년 영국 폴리티(Polity)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를 펴낸 바 있는 그는 이 영어판을 통해 샤오궁취안(蕭公權)의 『중국정치사상사』 영역본 출간 이후 40년 동안 정체되어 있던 학문적 공백을 메우는 데 성공하면서 서양 학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중국정치사상사』는 바로 이 영문 저서를 저본으로 한 책이다. 그러나 단순히 영어판을 번역한 것은 아니다.
김영민 교수는 한국어판이 목표로 하는 독자와 학계, 지성계가 달라진 만큼 프로젝트의 성격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즉, 이 책은 저자가 국내 독자를 염두에 두고 영어판과는 완전히 다른 문체로 다듬고 큰 폭으로 수정 집필한 새로운 중국정치사상사인 것이다. 한국어판 중국정치사상사는 그 분량만 해도 영어판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공부란 무엇인가’에 이은 또 하나의 질문,
‘중국이란 무엇인가’


기실 중국정치사상사는 김영민 교수의 전문 분야이기도 하지만, 이 연구의 시작은 한국에 대한 앎의 욕구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데 왜 중국을 공부하는 것일까? 저자는 어떤 대상에 대해 알고자 할 때 그 대상‘만’ 공부해서는 알 수 없으며, 그 대상이 놓여 있는 맥락을 폭넓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으로부터 멀리 떠나보아야 비로소 한국에 돌아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전작 『공부란 무엇인가』와도 일맥상통한다.
‘눈앞의 효용에 연연하지 않은 공부’를 시도한 결과물이기도 한 이 책은, 저자의 공부 이야기에 공감한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연구 방법론과 학문적 글쓰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공부란 무엇인가』를 통해 가볍게 스트레칭을 경험한 독자라면, 이 책 『중국정치사상사』를 통해 본격적인 심화 운동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접점에 서 있기에 한층 더 흥미로운 분야인 정치사상사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동양철학과 동아시아를 좀 더 깊이 이해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필독서로서 손색이 없다. 굳이 중국과 정치, 사상에 대한 앎의 욕구가 없는 독자라 하더라도 김영민식의 학문적 연구와 글쓰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적 변화를 경험하게 할 것이다.

중국 학자들의 관습적 해석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인 최초의 중국정치사상사!


이 책은 한국인에 의해 쓰인 첫 중국정치사상사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간 중국정치사상에 관한 국제적인 논의는 샤오궁취안의 『중국정치사상사』, 거자오광(葛兆光)의 『중국사상사』, 류쩌화(劉澤華)와 그의 동료들이 집필한 『중국정치사상사』 등, 이미 국내에도 번역 출간되어 있는 중국 학자들의 저술에 기대어 이루어져왔다. 이 저서들은 대개 중국정치사상이 전제국가를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라는 시각에 기초하고 있는데, 김영민 교수는 기존의 이러한 지배적인 패러다임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그간 중국과 중국정치사상에 대한 관습적 해석에 도전장을 내민다.
샤오궁취안의 『중국정치사상사』를 포함해 기존 중국정치사상 통사들이 기반하고 있는 전제들을 재검토하겠다는 분명한 문제의식을 지닌 이 책은, 일련의 테마들을 통해 중국정치사상에 대한 비민족적이고 비본질주의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중국정치사상의 역사를 단순화하거나 유교라는 본질주의적 언명에 호소하지 않으면서도 미시적인 분석과 거시적인 서사를 유려하게 결합함으로써 영리하게 중국정치사상의 긴 흐름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중국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는 이 책은 중국의 지적 전통에 대한 우리의 앎을 혁신적으로 확장해온 새로운 학문적 업적들을 반영하면서 중국 사상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을 훌륭히 복원해냈다. 특히 ‘중국’을 원래부터 존재해온 단일한 덩어리로 보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역사적 조건 속에서 다양한 정치적 행위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명되고 재발명되면서 꾸준히 움직이는 표적이자 일종의 구성물로 간주함으로써, 기존의 역사서술 방법과 결별을 시도한다.
이 책의 미덕은 단순히 중국정치사상사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는 데 있지 않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저자가 자신의 특유한 문제의식을 펼쳐가기 위해 어떠한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의 꿰미를 선택하고, 또 그 선택을 통해 어떻게 이야기의 서사를 조직해나가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전의 중국정치사상사 연구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구성과 전개는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통사 쓰기의 방법론과 그 전범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리게 한다. 또한 지금까지 막연히 익숙하게 여겨온 중국을 완전히 낯선 대상인 동시에 새로운 이해를 획득한 존재로 받아들이게 된다. 마지막 책을 덮는 순간, “입구는 중국 고대였으나 출구는 대한제국, 일본, 베트남으로 뻗어 있는 교차로가 되게끔 책을 쓰고자 한” 저자의 의도가 적중했음을 깨닫게 된다.

중국정치사상사 연구 방법론의 새로운 혁신!

기존의 중국정치사상사 책은 일반적으로 시대와 학자 또는 그의 주요 사상을 중심으로 단순히 나열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와 달리 김영민 교수의 중국정치사상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시기별로 출현한 정치질서의 비전, 즉 ‘계몽된 관습 공동체, 국가, 형이상학 공화국, 독재, 정체政體, 시민사회, 제국’ 등에 주목하면서 이들 테마를 중심으로 새로운 목차 구성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중국정치사상 연구에서는 없던 혁신적인 시도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러한 정치적 질서와 각 시기를 관통하는 사상이 어떻게 출현하게 되었는지 그 정치적 사유의 진화 과정을 면밀히 추적해나감으로써 중국정치사상사에 일관된 서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책은 목적론적 서사를 거부하며 표면 뒤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특히 정치사상을 ‘전승된 지적 자원에 대한 창조적인 반응’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이에 상응하는 ‘독창적인 질문’을 기반으로, 외적 환경의 변화가 어떤 창의적인 지적 변화로 이어지는지 고찰한 부분은 압권이다.
『논어』의 “우물에 빠지는 일”에 관한 구절이 후대에 이르러 『맹자』의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장으로 이어지면서 각각의 시대마다 사상가들에 의해 어떻게 반복적으로 재해석되는지를 추적하거나, 이(理)와 기(氣)의 범주와 개념을 탐색하는 데 집중하면서 이들 맥락에 담긴 보다 큰 이슈가 무엇인지 해석하는 저자의 집요한 질문과 해석은 3천 년 중국정치사상사의 역사를 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분과 학문의 경계를 횡단하며
중국 이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요 관전 포인트는 방대한 지식을 토대로 학문 분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개념을 융통성 있게 활용하거나 광범한 문학 및 예술 자료를 정치사상의 텍스트로 읽어낸 점이다.
저자는 중국의 원사료뿐 아니라 한국, 일본, 서양 학계의 다양한 문헌까지 능숙하게 활용함으로써 역사적이면서 철학적인 내러티브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공자가 구상한 계몽된 관습 공동체를 공동체 내 개개인의 미시적 행위 양태를 매개로 해석할 때 미셸 푸코를 비롯한 서양 학자의 미시성에 대한 개념을 차용하거나, 장자의 호접몽을 ‘익스트림 롱 숏’이라는 예술 언어로 해석하고, 19세기 근대 동아시아의 중화주의를 ‘픽션’이란 개념으로 해석하는 등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에 구애되거나 주저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다양한 개념을 융통성 있게 활용한다.
이 책은 공문서 이외의 자료를 통해서도 중국의 정치사상을 발굴해내고 있다. 당나라 때 원진이 쓴 『앵앵전』, 송대 인생의 유한함을 논한 문학작품으로 여겨져온 소식의 「적벽부」, 원나라 때 마치원이 쓴 『한궁추』뿐 아니라 조창운의 그림 〈유신완조입천태산도〉, 조맹부의 〈이양도〉, 청나라 옹정제의 13점에 달하는 비공식 초상화와 건륭제의 비공식 초상화인 〈시일시의도〉, 그리고 〈평안춘신도〉 등의 문학과 예술 자료는 사료의 다층적 의미를 추적해나가는 저자에 의해 적재적소에 활용됨으로써 중국정치사상을 읽는 정치 텍스트로 재탄생한다. 특히 당나라, 남송과 금, 몽골제국, 청나라 등 중국의 정체성이 혼란스럽다고 느껴지는 시기에 나온 이 자료들은 평면적인 문헌 자료의 한계를 넘어 해당 시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정치 텍스트로 탈바꿈한다.
융통성 있는 개념의 활용과 독특한 사료 선택, 여기에 더해 사료의 다층적 의미를 추적하며 꼼꼼히 읽기(close reading)의 전범을 보여주는 저자의 집요한 탐구 방법은 중국에 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내 지식인들에게 사상사 연구 방법론의 새로운 진수를 보여준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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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벽돌책 【한 구절 리뷰 26】
김사유Sa.U 2023-11-28조회수 (409)공감 (4)댓글 (0)


평점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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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편집이 아쉬워 별 하나 깎았습니다. 학술서/개론서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글자크기와 여백이 크고, 그러다 보니 과도하게 무겁고 비싸진 것 같습니다.
하마 2021-04-30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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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팬입니다. 일단 별다섯개박고 시작하겠습니다~
2021-02-15 공감 (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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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과 책을 통해 만난 동료시민 김영민이 좋았다. 학자 김영민은 어떤지 궁금하다. 류쩌화의 책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사서 읽어볼 수밖에.
사람이 먼저다 2021-02-15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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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많이 하신분. 중국의 역대 군주들의 소망은 인민 한 사람 한 사람까지 통제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는 것이었는데, 이제 비로소 중국은 14억이 넘는 인민을 통제할 수단을 갖게됐다
알퐁소 2022-03-17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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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중국정치사상사


puttyclay 2021-05-18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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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사의 ‘일이관지(一以貫之)‘

정치사상사의 '일이관지(一以貫之)'
- [중국정치사상사], 김영민, 2021.


"사회계통적 설명의 관점에서 보면,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는 순간에는 그러한 측정이 나름대로 유용할 수 있어도, '중국적'이라는 말은 결국 내용상 정확성을 결여한 말이다. '중국적'이라는 것의 본질은 없기 때문이다... '연속성'이란 서사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고, 서사란 선재하고 있는 어떤 것들을 베껴쓰는 것이 아니다. 적실성 있는 텍스트 상의 증거가 존재하면, 사상가들은 단순히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과정에 대해 형식적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다... 여기서 '일관성'이란 구분 가능한 일련의 주장들을 꿰어준다는 의미에서의 '일관성'이다."
- [중국정치사상사], <1. 서론>, 김영민, 2021.


현재 중국은 마르크스주의가 쇠퇴한 자리를 다시금 그들 나름 역사와 전통의 '중화(中華)'로 채우고 있다. 지금 중국은 실크로드와 해양무역로를 아우르는 '일대일로(一带一路)'라는 슬로건으로 유라시아 일대를 지배하고자 하며 더 나아가 세계를 감히 '덕치(德治)'하겠다고 한다. '인(仁)'을 중시한 공자의 후예들이라 온세계에 새삼 공표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었던 자들이 '제국'으로 다시금 회귀하고 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2018) 등의 에세이와 [공부란 무엇인가](2020)를 비롯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의 글을 읽다가, 과연 '사상사 연구자'인 학자로서 이 분의 글은 어떨까 궁금해져서 [중국정치사상사](2021)를 읽었다. '장학금' 때문이라고는 해도 '동아시아 사상사' 전공자가 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전공서적'은 2017년 영문으로 저술된 책을 2021년에 내용을 증보하여 우리글로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김영민 교수는 [중국정치사상사]를 통해 '중국역사'라든지 '중국사상사'를 통사로 다루지는 않는다. 중국역사를 따라가되 그 '정치사상사'를 '계몽된 관습공동체(2장)', '정치사회(3장)', '국가(4장)', '귀족사회(5장)', '형이상학 공화국(6장)', '혼일천하통일(7장)', '독재(8장)', '시민사회(9장)', '제국(10장)' 등의 테마 별로 묶어 '정치사상'들이 드러내는 '연속성'을 추적하고 '중국적' 또는 '중화'라는 이데올로기를 '일관성(一貫性)'의 서사로 꿰뚫어내고자 한다. 중국인들의 스승인 공자의 말씀인 [논어]에 나오는 '일이관지(一以貫之)'의 방법론이다. 방대한 '중국사'나 '중국사상사'를 일일이 다룰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중국'을 넘어 인류의 '정치사상'을 분석하는 '일관성'이 무기다. 그래서, 다시 '철학' 이야기다.


"공자가 정치질서의 새로운 기초를 찾아나선 것은 바로 이러한 ('천명' 해체의) 역사적 맥락에서였다. 비록 하늘이 여전히 최상위의 권위로 남아있었지만, 그 하늘이 인간사에 직접 반응하리라고 공자는 더는 믿지 않았다. 그는 인간세계 내에서 정치질서의 대안적인 기초를 찾았다... 사실 공자 뿐 아니라 상당수 춘추시대 지식인들이 초인간적 존재가 갖는 정치적 적실성에 관해 회의를 품기 시작하였다."
- [중국정치사상사], <2. 계몽된 관습공동체>, 김영민, 2021.


'중국통사'가 아니기에 저자는 '삼황오제'나 이 중국족보체계를 세운 사마천 [사기] 등으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수천년 중국사가 아닌 약 3천년 정도의 역사로부터 사상사를 시작한다. 상(은)나라는 '귀신들로부터 선택받은' 부족이 세습하여 지배권력이 되었지만 상나라라는 '부족연합국가'를 멸망시키고 '봉건제'를 시작한 주나라는 유목민족이 섬기던 '텡그리' 또는 '하늘'을 대신하는 '천명(天命)' 사상을 앞세웠다. 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천하(天下)'가 되었다. 주나라의 쇠퇴는 '천명'의 몰락이었고, 춘추시대는 "인간들이 신적 존재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 공동체를 통제할 것인가?"(같은책, <2>)에 대한 의문의 시작이었다.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들의 이와같은 집단적 질문이 '공자'가 나타난 배경이었다. 즉, 고대로부터 '유학(儒學)'이라는 사상은 종교와 같은 '유교'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철학이었다. 중국의 '종교사'가 아닌 '정치사상사'가 '공자'의 유가로부터 시작하는 이유다. 한세기 이후 전국시대의 묵가는 평등주의 '겸애'를, 노자는 '무위'를 통해 선학인 춘추시대 공자를 비판했다지만, 춘추전국시대 그들 제자백가는 주나라 군주체제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공자가 내세운 '예(禮)'는 일상생활의 '미시적' 영역까지 포괄하는 '관습'으로서 서로 말하지 않아도, 억압하거나 폭력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는 일종의 '관습공동체'를 이상적으로 만들자는 사상이었고 그 주체들은 공부를 통해 '계몽'된 성인군자들이었다. 이러한 이상적인 '계몽된 관습공동체'에서 성인군주는 '무위(無爲)'로써 천하를 다스릴 수 있었는데, 공자가 이상화시킨 '주나라'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이상향'의 구체화된 모델이었다. 또한 춘추-전국시대에는 실현불가능했기에 더욱 이상적이었다.


"전국시대 사상가들은 기존질서의 자연적 기초를 의심하였다. 정치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 새로운 기초를 찾아내겠다는 강렬한 욕망에 불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구상한 '정치사회'는 통치가 부재한 '자연상태'와 대비될 뿐 아니라... '관습공동체'와도 다르다."
- [중국정치사상사], <3. 정치사회>, 김영민, 2021.


역시 '중국통사'가 아니니 각 시대에 관한 고전적 정의 같은 건 생략한다. 춘추시대 공자를 비판한 전국시대 제자백가들은 '정치사회'에 관한 사상들을 생산했다. 거대한 '전쟁기계'로서의 강력한 군주국의 군국주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국가'라는 괴물 앞에서 '정치사상'은 '정치사회'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제각각의 답을 세상에 제출했다. 묵자는 '유용성'을, 순자는 '욕망의 조율된 충족'을, 노자는 '자유방임'을, 한비자는 '이기심'의 통제를, 장자는 극단적 관조를 통한 '상대성'을, 그리고 맹자는 공자를 계승하면서 '개인도덕의 완성'을 그 대책으로 내놓는다. 이들은 고대에 이미 '정치사회'를 이론화시키면서 견고해지기 시작한 '국가론'과 상호보완하는 동아시아적 '시민사회'의 기반을 닦는다.


"... 국가의 하향식 집행과 사회공학적 접근은 종종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논리적으로 계획되고, 통합되고, 중앙집권화된 행정체계는 현실에서 거의 실현되지 않는다."
- [중국정치사상사], <4. 국가>, 김영민, 2021.


'정치학'에서 '국가론(國家論/Theory of the state)'은 피해갈 수 없다.
저자는 관념적인 '국가론' 대신, [중국정치사상사]에 등장했던 실제 국가들의 역사를 통해 '국가론'을 살핀다. '확장된 정주지 도시국가 연맹구조'였던 상나라와 '봉건제도'의 주나라, 춘추전국시대의 '전쟁기계'로서의 군주국들과 이를 통일한 진나라는 그 연장선으로 '폭력의 합법적 수단에 대한 독점' 체제였고, 초한전쟁의 승리자 유방의 한나라는 중앙집권과 '준봉건제도'가 혼합된 정치체제로 시작하여 한무제의 '중앙집권'으로 전환하였지만 북방의 강자 '흉노'로 인해 상대적으로 규정되는 불안정한 국가체제에 불과했다. 즉, '흉노'를 포함한 북방 이민족이 있었기에 '한족' 또는 '중화'라는 이념의 국가가 존재할 수 있었다. 한무제 사후 흉노와 대결구도에서 촉발된 '염철론(鹽鐵論)'은 소금과 철에 대한 국가전매에 관한 논쟁으로서 강력한 '국가주의'와 분권적 '지방주의' 간 정치대결의 시작이었다. 이는 서한과 동한을 나눈 신나라 왕망과 송대의 왕안석 신법 논쟁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었다."(같은책, <4>)


"엘리트를 지칭하는 용어로 가장 많이 사용된 중국어는 '사(士/선비/젠트리)'이다... 왕조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중국사회가 전과 유사한 형태로 재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엘리트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형이상학 공화국' 비전은 당나라 귀족사회 비전과는 뚜렷이 다르다... '도학(道學)'은 '모든 사람이 본래 평등하다'는 급진적인 생각('性卽理')을 통해 위대한 조상을 자랑해대는 골수 세습귀족제를 거부하고 훨씬 더 평등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도학'에 따르면, 진정한 의미의 고귀함이란 오직 탁월한 사람됨이라는 면에서만 운위할 수 있다."
- [중국정치사상사], <6. 형이상학 공화국>, 김영민, 2021.


주자의 성리학이 조선 후기에는 신분질서를 '예학'으로 더욱 고착시켰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위진남북조와 당나라를 거쳐 견고해진 귀족사회에 대항하여 등장한 '도학(道學)'으로서 '성리학'은 '성즉리(性卽理)', 즉 인간의 본성은 평등하며 이를 잘 연마하면 누구나 우주만물을 관장하는 천리에 통달한다는 당대의 '평등주의' 사상이었다. 이 '도학자'들의 '형이상학 공화국'은 엄밀히 서양식 '공화주의'는 아니었으나 '군주제'를 견제하고 함께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사회' 또는 '시민사회'를 형성했고 이들 주체를 이르는 '신사(Gentry)' 또는 '선비(士)' 계층은 이후 '정치사상사'에서 '국가주의'와 대립하기도 하고 상호보완하기도 하는 분권적 지방주의 형성의 기반이 되었다. 한족의 송나라와 명나라는 한족 통일국가를 표방했지만 주변국들에 둘러싸여 상대적으로 좁은 영토를 차지했고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민족의 요-금-원-청나라에 비해 배타적 문화를 영위했다. 남송과 명의 '도학' 또는 '성리학'이 편협한 이유가 달리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쓰고 있듯, 역사의 '연속성'에서 사상사를 꿰뚫는 '일관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공자에서 제자백가 및 국가관료를 거쳐 '도학'으로 집중된 '평등주의'적 '엘리트'들은 '형이상학 공화국'이라는 '시민사회'적 성격으로 '국가주의'와 공존하며 '정치사회' 국가를 형성하고 발전시켰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정치체 및 그 사상적 기초를 지탱해 온 '통일성'이란 분절되고 갈등하는 다양한 요소간의 깨지기 쉬운 복합적인 균형상태이다. 명시적으로 역사적인 관점을 천명하는 이 책은, '통일성'이란 그처럼 아슬아슬한 균형상태에 불과하다는 점을 충분히 의식하면서 중국정치사상을 기술하고자 하였다... '중화'는 확정되어 있는 (물리적) 실제 혹은 구현태와 동일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픽션'에 가깝다. 따라서 그것은 '허구적'인 것이지만, 그렇다고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 [중국정치사상사], <11. 보다 넓은 맥락에서의 중국>, 김영민, 2021.


중국왕조를 정의할 때, '독재' 또는 '전제주의'를 많이 빗댄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독재' 또는 '전제주의'라는 정의는 명태조 주원장의 '독재의 전형'으로서의 황제권 확립과정에는 맞는 말이었을지 몰라도(같은책, <8. 독재>), '혼일천하' 원나라 칸의 제국이나 청나라는 그러한 방식만으로 국가권력을 유지하지 않았다. 배타적인 한족주의 명나라는 '황제권'에 갖혀 안으로 문을 걸어잠갔고 다민족 지배체제인 청나라는 외부로 분권확장한 결과, 현재 중국의 영토를 확정한 청나라의 영토는 이전 왕조인 명나라의 2배가 되었다(같은책, <10. 제국>). 역사적으로 중국 역사에서 2/3 이상을 차지했던 다양한 이민족 정권들은 소수의 힘으로 방대한 '중국'의 영토와 문화를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굳이 직접 지배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들 이민족의 국가들과 제국들은 공식적으로 중앙집권적 '국가주의'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지방의 엘리트들을 통해 '천하'를 통치했고 스스로 '중국화'되었다. 몽골의 제국은 '중국'만이 목표가 아니었기에 오로지 '중국화'되지는 않은채 100년만에 북방으로 돌아갔고, 청나라 제국을 통해 비로소 '만주족'으로 정체성을 갖추었던 중국의 마지막 왕조는 근대 이후 세계사의 흐름에 따라 '공화정'으로 대체되었다. 태평천국과 같은 대규모 민란을 거치며 청나라 제국의 분권화는 가속되었고 19세기말 무술변법의 실패를 통해 '개혁'의 한계에 봉착한 '시민사회'는 20세기에 접어들어 아예 왕조를 뒤집어엎는 '혁명'의 길로 가게 된다(같은책, <10>).

여기서도 정치사상을 꿰뚫는 '일관성'으로서의 주테마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투쟁이자 변증법이었다. 세계사는 물론 중국사에서도 '국가론'의 주요 주제는 '국가'와 '시민사회'인 것이다.

결국, 동서양을 막론하는 이 '국가론'의 '일관성'에서 '아슬아슬'하고 '분절되고 갈등하는' 균형체제로서의 '중국정치사상'의 '통일성'은 설명될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균일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았던 '중국적'이라거나 '중화주의' 같은 사상은 그 자체로 '허구적'이지만 그래도 '비현실적'이지만은 않은 '이데올로기'라는 것을 저자는 광범한 '정치사상사' 연구를 통해 입증하고자 한다.

분명, 중국인들에게 '중화'를 지탱했던 '천명'이나 '천하' 개념은 저자의 말대로 그들의 주요한 역사적 정신자산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불안정한 '제국'의 전통이야말로 설령 그것이 현실적으로 나타난다 한들 허구적인 '이데올로기'이며 '픽션'이라는 사실을 주변의 인접국가인 우리로부터 다시금 인식시켜줄 시간일지 모른다.
흉노가 없었으면 한나라 '중화'가 없었을 것이고, 고구려와 선비, 돌궐이 없었으면 당나라의 '중화'도 없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잘 지켜온 한반도의 독립성 또한 '중화'의 '허구적 현실성'을 일깨워주는 계기 중 하나일지 누가 알겠는가.
이것이 동아시아 역사를 꿰뚫는 '일관성'일지 또한 누가 알겠는가.

'사상사 연구자' 김영민 교수는 [중국정치사상사]를 통해 보편적 '정치사상사' 일반을 꿰어낸 '일관성'의 철학으로, 언젠가는 [한국정치사상사] 연구서를 내겠다고 한다.
에세이나 사회평론보다는 그의 다음 '전공서적'을 기대한다.

***

- [중국정치사상사](2017), 김영민, <사회평론아카데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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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rice1007 2022-05-0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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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의 중국정치사상사



일간지 칼럼과 산문집, 에세이로 더 널리 알려진 김영민 교수가 두툼한 전공서적을 펴냈다. <중국정치사상사>(사회평론아카데미). 같은 제목의 영어판 저작의 존재는 알고 있었는데, 한글판은 그 확장판이다. 정확히 가늠이 되진 않지만 두 배 이상 되지 않나 싶다. 영어판은 288쪽이고, 한글판은 900쪽이 넘어간다. 소개는 이렇다.




















































"한국어판 중국정치사상사는 그 분량만 해도 영어판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이 책은 한국인에 의해 쓰인 첫 중국정치사상사로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무지막지한 단순화나 본질주의의 언명”에 호소하지 않고 미시적인 분석과 거시적인 서사를 유려하게 결합함으로써 ‘중국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답하는 이 책은 중국 사상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을 훌륭히 복원한다. 중국, 일본, 한국, 서양 학계의 다양하고 방대한 연구 문헌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분과 학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융통성 있는 방법론을 통해 기존 학계의 관습에 도전하는 새로운 해석과 중국정치사상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들려준다."




한국인이 쓴 '중국정치사상사'가 그간에 나온 적이 없던가, 궁금해졌는데, 고대정치사상이나 근대정치사상 관련서는 있었던 것 같은데, 이를 통으로 다룬 책은 없었다는 뜻 같다. 한편, 송영배 교수의 책을 바로 떠올리기는 했는데, <중국사회사상사>가 생각나서다. 정치사상과 사회사상이 같지는 않더라도 그렇게 무 자르듯이 구분되는 것 또한 아닐 것이다.




















































김영민 교수의 책도 두툼하지만, 앞서 중국학자 류쩌화(유택화)의 방대한 저작 <중국정치사상사>(글항아리)가 소개돼 있는 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전공학자의 서평을 참고해봐야겠다).


















































각해보니 소공권의 <중국정치사상사>(서울대출판문화원)도 소장하고 있는 책이다(당분간은 읽을 일이 없겠지만). 그리고 류쩌화의 대작을 번역한 장현근 교수도 이 분야의 책을 펴냈다. 아, 장현근 교수의 서평을 기대해봄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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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21-02-20 공감 (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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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상사와 정치사상사



일본 저자 사카모토 다쓰야의 <사회사상의 역사> 때문에, '사회사상사와 정치사상사'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상당수의 사상가가 양쪽에 모두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정치사상사에 비하면 사회사상사를 제목이나 주제로 건 책은 드물다는 것.






















































사회사상사 분야에서 그간에 고전은 루이스 코저의 <사회사상사>였다. 한국어판으론 1990년 이후 네 번이나 출간되었으니 3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사카모토 다쓰야의 책이 바톤을 이어받을지 궁금하다.




"게이오기주쿠대학의 명예교수인 사카모토 다쓰야의 사회사상 통사. 25년에 걸쳐 ‘사회사상’, ‘사회사상사’, ‘경제사상의 역사’라는 주제로 강의를 준비하고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논의하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게 한 권으로 썼다."




사회사상사보다는 단연 많이 나와있지만 정치사상사도 입문서만 치면 몇 종 되지 않는다.




















































가벼운 책으로는 우노 시게키의 <서양 정치사상사 산책>과 김만권의 <그림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 무거운 책으로는 앨런 라이언의 <정치사상사>를 꼽을 수 있다. 세분하여, 고대정치사상, 근대정치사상, 중국정치사상 등으로 내려가면 그래도 다수의 책과 만날 수 있다.



















































책을 고르다 보니, 또 갖게 되는 의문. 정치사상과 정치철학은 어떻게 다른가? 이 역시도 상당수 저자가 겹치기 출연을 하기 때문에 갖게 되는 의문이다. 예상할 수 있지만, '정치철학' 분야의 책은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많다. 반면에 또 '사회철학' 분야의 책은 현저하게 적다. 어림해보자면 '사회철학<사회사상<정치사상< 정치철학'일 것 같다.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었지만, 짐작컨대 이 모든 범주에 속하는 사상가도 드물지 않다. 어떻게 개념정리를 해야 할지, <사회사상의 역사>를 읽으며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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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22-10-16 공감 (3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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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나라 통치자들의 정치권력이 조상신 권력에 기초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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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나라 통치자들의 정치권력이 조상신 권력에 기초해 있...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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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ttyclay () l 2021-04-20 07:52
https://blog.aladin.co.kr/puttyclay/12556688










상나라 통치자들의 정치권력이 조상신 권력에 기초해 있었다는 점에서, 상나라 통치는 일종의 신정神政, theocracy이다. "은(상)나라 사람들은 신을 존귀하게 여기고, 백성들을 인솔하여 신을 섬겼다. "26 상나라 통치자들은 귀신 세계라는 상징 자원을 활용해서 자신들이 자연 및 사회 환경을 충분히 장악하지 못한 데서 오는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주나라가 상나라를 정복하기 이전부터, 주나라 왕들 역시 상나라와 마찬가지로 가족 신전에서 정교한 예식을 수행하였다. 즉, 그들 역시 자신들의 조상을 - P85



숭배했던 것이다.27 그러나 상나라를 정복한 뒤, 주나라는 종족적 배려로 귀신이 자신들에게 호의를 베푼 결과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대신, 천명天命, the Manlate of Heaven 이라는 새로운개념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승리를 정당화했다. 그 주장의 핵심은, 주나라가 무력이 강해서 상나라를 이긴 것이 아니라, 초월적권위인 하늘이 가장 도덕적인 정치 세력인 주나라의 승리를 원했기에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늘이 내리는 명령인 천명은 보편 도덕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어느 종족이든 도덕적이기만 하면 가리지 않고 축복하는 것이다. 상나라가 부도덕하게 처신하자하늘은 천명을 거두고 주나라에 천명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은 은(상)나라에 벌을 내리고 그들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하늘이 잔학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자초한 것이다. "29 - P86



야만 했다. 그러한 정당화는 종종 인성론 같은 보편적인 전제로부터 연역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기존 관습 공동체에 대한 반응을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예의 효용자체를 비판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세상을 통치하는 데 예가 핵심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둘째, 여전히 예치 이념을 강하게 옹호하되, 예치에 대해 의식적인 체계화·합리화 작업을 시도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은 관습 공동체의 비전에서 정치 사회 비전으로의 이동과 관련하여 상당히 징후적인것이었다.
- P163



맹자는 전 인민의 자유로운 동의에 의해 정치 사회가 출현한다고 보지 않았다. 맹자에게 보다 바람직한 정치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개인의 권리 때문이 아니라 공동의 안전과 혜택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마찬가지로 근대민주주의 이론가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시민들이 통치자를 창출할 권리를 양도한다는 식의 생각도 없다. - P202



뒤 자신들의 인척과 협력자 들을 확대된 영토의 책임자로 과거하였고, 그 과정에서 정치권력을 멀리까지 확장하였다. 이것이 2장에서 언급한 바 있는 주나라 ‘봉건 제도이다. 영토를 할당받은지역 제후들은 주나라에 충성을 바치는 동시에 자기 영역 내에서 백성들을 통제하고 권위를 행사하였다. 제후국 내에서는 도시에 기반을 둔 무장 귀족들과 시골에 기반을 둔 노예 농민들 간에위계가 존재하였다. 주나라 왕들의 권력이 약해지자 이러한 지역제후들의 통치 영역이 사실상 독립적인 정치체로 변모하였다. 봉건 제후들이 자신의 영토를 대상으로 재차 봉건을 실시하자, 반쯤은 독립적인 도시국가가 증대하였다. 다시 말해 강한 제후국들도 자신들의 영토를 직접 통치하기보다는 자신의 인척과 협력자들에게 차상위 도시들을 나누어 주었던 것이다. 그 결과 하나의도시와 그에 딸린 시골이 정치적 통제의 기본 단위로 작동하게되었다. 그리고 친족 관계가 서주西周 시기의 도시들을 묶는 연대의 방식으로 기능하였다.
- P232



전국시대와 그에 선행하는 춘추시대의 차이는, 전국시대에이르러 제후들이 각자의 정치체에서 군주권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마크 루이스가 다수의 전국시대 제후국들을 군주 중심국이라고 부른 이유이다. 이 군주 중심국들은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징발하고 나라 전체를 전쟁 기계처럼 체제를 바꾸기 위하여 점차 행정 개혁에 착수하였다. 기원전 221년, 진나라는 마침내 천하를 통일하였다. 이로써 진나라가 여러 전쟁 기계중에서 최강자였음이 증명되었다.
- P233



이사는 인척들을 분봉해도 그들의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멀어지기 때문에 결국 그 후손들이 서로 싸우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주나라가 결국 파편화된 것은 이 우려를 재확인한 셈이었다. 이 토론의결과 새로운 제국은 황제가 직접 관리를 임명하여 통치하기로 결정되었다. 진시황은 천하 전체를 군郡, commanderies/후대에는 prefec-tures으로 나누고, 군은 다시 현縣, counties으로 나누었다. - P237



기원전 202년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재위 B.C. 202~B.C. 195)은 내전에서 항우項羽에게 승리를 거둔 뒤 한나라를 창건하는 데성공했다. 한나라에 주어진 과제는 망해버린 주나라 ‘봉건 제도와 진나라의 엄혹한 중앙집권적 관료 행정이라는 이중의 함정에빠지지 않고 과연 질서와 안정을 담보하는 통치체제를 발전시킬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 P239



한고조는 중국의 동쪽 지역을 일종의 준準봉건체제로 만들었는데, 이는 해당 지역 권력자들에게 상당히 양보한 것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 규모의 군대를 갖고 있던 자기 추종자와 친척 들에게 여러 지역을 상으로 나누어 주었다. 열 개의 봉건국이 한나라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황제 직할 통치 지역은15개 군郡뿐이었다. - P240



한나라 경제景帝(재위 B.C. 157~B.C. 141)는 그간 제후국이 누렸던 조세권과 관리 임명권을 회수했고, 한무제漢武帝,
(재위 B.C. 141~B.C. 87)는 추은법推想法을 사용하여 제후국의 영역을 대폭 줄였다.13 추은법이란 제후왕이 자신의 자식들을 왕자후王子候로 분봉하는 것은 허용하되, 후국侯國을 제후국의 군이 소유하는 토지에 세워야 한다고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추은법에따르면, 왕자후를 많이 세우면 그만큼 제후국의 영토가 줄어들게된다. 실제로 서한 말기에 많은 제후국이 3~4개의 현으로만 구성될 정도로 축소되었고, 그 결과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하여 한무제는 마침내 중국 대부분 영토를 굳건히 통제하는 데 성공하고, 외부로 주의를 돌렸다. - P241



한무제는 전쟁 비용을 대기 위해 농민들의 빈약한자원을 바닥낼 정도로 세금을 거두었다. 이에 농민들은 토지를권세 있는 가문에 팔아버리고, 유력 가문의 피보호자가 되기를 원하였다. 이러한 토지 지배에 대한 변화는 지주들의 역량을 강화 - P242



그러던 와중에 무인체제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끊임없는 전쟁과 영토 확장의 시대를 겪고 나자 보편적인 군역universal militaryservice 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보편적인 군역은 원래진나라의 천하 정복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소였다. 그런데 전한前漢은 군인들과 사령관의 개인적인 유대에 기초한 사병私兵의 성격이 강한 군대semi-private armies 로 보편적 군역을 대체하였다. 후 - P243



보편적인 군역을 폐지할 때 기대했던 것은 문민화를 통해 안정을 확보하고, 국가 예산과 조직적 노력을 탕진하지 않고도 직업적으로 숙달된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이었다. 이는 모두 국가의 단기적인 이해에 부합하는 일일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아 이러한 전개는 국가의 힘을 약화하고 결국 무인들이 제국 정부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여지를 크게 열어놓은 셈이다. - P244



거대 지주들의 사회적인 힘은 계속 성장하였다. 당나라의780년 재정 개혁에 이르러 지주의 성장은 정점에 달하였다. 당나라가 균전제를 양세법兩稅法으로 대체한 것이다(5장에서 논의). 이것은 국가가 더 이상 성인 남자의 호구를 세금 계산 단위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가 농민의 동일성peasant homogeneity 이라는 유구한 이상과 그 이상에 기반한직접적 재정 행정 direct, hscal administration 이라는 이상을 공식적으로 포기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후로는 천하의 농민이 대체로같다는 이상을 천명하기보다는, 토지와 부가 불균등하게 나누어져 있음을 인정한 뒤 개개인의 재산을 측정한 값을 기반으로 세금을 걷고자 하였다. 다시 말해 부를 많이 가진 사람은 세금도 많이 내야 했다.
- P245



명나라와 청나라 정부는 시장과 지방사회에 낮은 세금을 매기는 등 대체로 사회에 대해 비개입적 태도를 보였다. 중앙에서 임명한 관리들이 구체적인 지방 행정에 직접 개입할 수없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는, 지방관 대 지방민의 비율이다. 한 계산에 따르면, 청나라 후기에 지방관 한 명이 담당하는지방민은 20만~30만 명이나 되었고, 지방관은 과거 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거의) 세습직인 지방 아전들의 도움을 받아 행정을 꾸려나갔다. 요컨대 명나라와 청나라, 즉 후기 중국 제국은 국가관료제라는 단일한 원리에 의해 더 이상 조직될 수 없었다.
후기 중국 제국은 사회적 유대의 동학associative dynamic 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고, 사회적 네트워크에 의존해가며 통치하였다.
- P248



진나라의 통치 방식과 가의의 대안의 핵심적인 차이는, 가의는 동질적인 정치체를 만들기 위해 이데올로기적 접근을 매우 선호하였다는 점이다. 제국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은결국 군사력이나 강제력이 아니라 공유하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상징 조작에 기반한 통일 제국의 비전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가의의 사상은 유명한 한대 정치사상가인 동중서董仲(B.C.
176?~B.C. 104)와 크게 다르지 않다.
- P291



외국인들도 당나라 중앙 관료제의 상당 부분을 점유할 수 있었다. 외국 학생들을 위한 과거 시험인 빈공과貢科가 바로 그것이다. 빈공과에 합격하기 위해 다수의 외국인이 장안의 과거 시험 준비 학교에서 공부하였다. 빈공과에 합격한 일본인, 한국인(신라인), 소그드인sogd人, 東特 등 외국인도 중요한 공무를 맡았다. 그 결과 번관譯官, officials of foreign origin이 조정에서 늘어났다. 『당육전唐六典』에 따르면, 중앙 관료의 5분의 1이 번관이었다. 간단히 말해 국가 관료제역시 문화적으로나 민족적으로나 혼합된 세계의 일부였던 것이다. 한족 출신이 아닌 이들도 이 관료제라는 경력 사다리를 타고 최상의 위치에 오를 수 있 - P315



정치체의 귀족적 성격은 귀족의 배타적 권리를 법적으로 규정한 이른바 팔의八議, Eight Deliberations에 분명히 드러난다.13 예컨대 같은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의 상대적인 지위에 따라 다른 형벌이 적용되었다. 귀족 대부분은 고문을 받지 않았으며,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형벌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14 이후 중국의 법률에서도 그유제遺制를 발견할 수 있다.
- P317



신민들을 서로 다른 신분 집단으로 나누는 것이당률을 관통하는 원리였다. 당률의 귀족적 성격은 진秦나라 법률의 평등적 성격과 크게 대조된다. 진나라 법률에 따르면, 황제를제외하고는 사회 구성원 누구나 신민으로서 차등 없는 법적 신분을 할당받았다. 반면, 당률은 신민을 엄격한 신분 위계에 따라 구분한 뒤 체계적으로 통제하고자 하였다. 당률은 상호 통합된 위계적인 전체를 이루고자 하는 국가의 열망을 표현한 것이었다.






- P317



당시唐詩는 당나라 귀족들 간의 사회적 교류와 세련된 대화의 주된 형식으로 떠오르면서 귀족들 간의 문화적 응집력을 보여주는 데 한몫했다. 당시‘를 정의하는 주된 특징 중 하나는 계기성 occasional character이다. 25 당시를 짓는 일은 고독한 상태에서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외로운 작업이 아니라, 적절한 계기를 맞아 현실 혹은 상상 속의 사람에게 건네는 일종의 반응response 이다. 다시 말해 당나라 때 시詩란 깊숙한 사적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효과적인 공적 연설을 위한 형식에 가까웠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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