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중산층 사회 -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
조귀동 (지은이)생각의힘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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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 대해 말해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겠다"
이 책엔 숫자가 많이 나온다. 20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평균 소득, 한국 상위 10개 대학 졸업자와 지방대 졸업자의 평균 소득, 이들 부모의 평균 소득. 부모의 학력에 따른 자녀의 평균 소득. 해석을 읽으며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대입해보게 된다. 화이트칼라 부모를 가진 K, 학창시절 공부 대신 알바를 했던 J, 교육에 큰 관심 없는 부모를 둔 L. 책에 나온 상관관계가 마치 알고리즘처럼 맞아떨어진다. 낯선 사람도 그 부모의 소득과 직업, 학력만 알면 대략적인 졸업 대학과 연봉 수준은 쉽게 짐작 가능할 것이다.
60년대생은 한국에서 대학, 화이트칼라 직업 같은 자본을 가지고 자기만의 성을 만든 최초의 세대다. 자식 세대인 90년대생은 성의 안에서 이미 안온한 채로 태어나거나 성의 밖에서 영영 안락함을 꿈꿀 수 없는 상태로 세상에 나왔다. 성의 안과 밖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다. 경제자본, 인적자본, 사회자본의 교차적 불평등이 성의 수문장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60년대생에 의한 90년대생의 다중격차를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숫자들은 아프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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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날카롭고 신선한 시각으로 20대의 불평등 문제를 심도 있게 꿰뚫는 책이다. 기존의 분석들이 이전 세대와 다른 그들 특유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조명했다면, 이 책은 취업시장을 중심으로 불평등의 본질에 성큼 다가선다. 또한 세대로 묶어서 설명하던 그간의 크고 일괄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세습 중산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10’과 ‘90’으로 나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촘촘히 뜯어본다.
이러한 시도는 지금껏 이어져온 세대 담론과는 다른 관점과 접근 방식을 독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마주한 문제와 대안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모색할 기회를 선사한다. 한국 경제의 구조와 그 변화 과정에 대해 활발히 연구해온 저자가 치밀한 수집과 탄탄한 분석을 무기로 그려낸 『세습 중산층 사회: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다.
목차
프롤로그∥세습 중산층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0과 90의 사회│20대가 경험하는 다중의 불평등│2010년 이후 노동시장의 변화│글의 구성
1장 문제는 노동시장
한 번 외부자는 영원한 외부자│첫 일자리로 신분이 결정된다│첫 번째 관문은 명문대 진학│10퍼센트만이 번듯한 일자리를 갖는다│어느 때보다 극심한 경쟁을 경험하는 세대
2장 좁아진 중산층 진입의 문
달라진 취업시장│줄어든 대기업 일자리│내부자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여성의 약진│중숙련 일자리가 사라진다
3장 가려진 20대: 지방과 고졸
“공부 잘하면 치인트, 못하면 복학왕”│‘지방대생과 고졸자’라는 주변부│지방의 현실, 질 좋은 일자리가 없다│취업시장의 ‘시골’이 된 지방│탈산업화 쓰나미는 시작됐다│고졸은 우리 사회의 투명인간│미래가 없는 고졸 취업자│근로빈곤 상태에 놓인 청년들
4장 세습 중산층의 등장
20대의 불평등은 30대와 어떻게 다른가│다시 작동하는 ‘명문고’ 시스템│“중산층 자녀의 ‘인생’을 설계합니다”│중학교 때부터 드러나는 격차│노오오오오력도 계층 따라 간다│56년생 최순실의 자녀 vs. 65년생 조국의 자녀
5장 ‘정상가족’이라는 특권
결혼과 부동산에 나타난 계층 격차│남성 5명 중 한 명은 ‘노총각’으로 40대를 맞이한다│미혼을 강제당하는 하층 남성│여성, ‘완벽한 결혼’ vs. ‘비혼도 괜찮아’│부동산=세대+계층│세습 신분이 된 ‘서울 거주-2주택 보유 중산층’
6장 세습 중산층의 기원
60년대생은 무엇이 다른가│두 60년대생 이야기│대기업의 성장과 테크노크라트형 인력의 등장│‘승리의 역사’가 함께하는 60년대생의 근로 생애│성장의 또 다른 과실: 금융, IT와 대공장 생산직│학력-직업-경제적 지위의 결합
7장 계급의식의 형성
“나는 주인공 될 수 없는 영화 같았다”│G세대와 N포 세대의 공존│20대 남녀의 정치적 양극화? 그건 ‘세습 중산층’ 내부 이야기│불공정· 불평등에 대한 인식은 계급 문제
8장 ‘20대 남성 보수화’라는 신화
‘20대 남성’ 담론의 허실│2016 ~ 2017년 20대 ‘보수 이탈’ 분석│‘지지 정당 없음’의 등장│젠더 갈등과 SNS 배후의 ‘계급’│60대 건물주의 정당 vs. 50대 부장님의 정당
에필로그∥세습 중산층의 진화
세계 무대에서 펼쳐지는 명문대 졸업장 경쟁│고도성장의 끝, 세습 자본주의의 시작│저성장기에 더 치열해지는 ‘교육 군비 경쟁 ’│불가능한 프로젝트, 세대 간 양보│문제는 ‘60년대생’이 아니라 ‘세습 중산층’이다
주
참고문헌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메울 수 없는 격차가 발생한 핵심 원인은 노동시장에 있다.
P. 12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의 격차에 가깝다. “부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던 사회가 거의 전적으로 노동과 인적자본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된 사회로 바뀌었다”는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의 지적은 구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60년대생이 대학(특히 명문대) 정원 확대... 더보기
P. 33 20대 가운데 노동시장의 ‘내부자’로 진입하는 데 성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번듯한’ 또는 ‘괜찮은decent’ 일자리를 초임 기준 월 300만 원 이상을 주는 일자리라고 한다면, 2017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 7만 2,000명만이 내부자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동일 연령에서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의 11.... 더보기
P. 64 결국 2010년 이후 나타나는 대졸자 취업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번듯한 일자리’ 또는 ‘괜찮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서울 4년제 대졸자의 취업시장 여건이 크게 악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괜찮은 일자리의 수가 줄어들면서 그만큼 취업을 전후한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의 ‘내부자’가 될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더보기
P. 93 지방대 출신과 고졸 이하는 오늘날 청년 담론에서 거론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이들이 거론되지 않는 이유는 앞서 「복학왕」에 대한 반응에서 잘 드러난다. 그들은 ‘공부를 못해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고, 따라서 노동시장에서 갖는 열등한 지위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건 ‘품성’이 나쁘고 ‘노력’이 부족한 ... 더보기
P. 144 교과 외 활동은 이른바 ‘스펙’을 만들기 위해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들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 입시에서 사회 계층에 따른 기회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있던 항목이다. 결국 성실성, 성취동기, 자존감 등 ‘품성’이라고 이야기되는 비인지적 능력 격차가 부모의 계층에 따라 발생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집안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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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386 꼰대 세대는 고민이 많다. 나 또한 그러했고, 이는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채우려’ 하기보다는 ‘비우는’ 역할을 고민하는 나에게 사회의 새로운 동력이 되어야 할 오늘날 20대(90년대생)를 이해하는 일은 시급하고 절절했다. 정교한 분석과 냉철한 문제 제기로 무장한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고민이 풀렸고, 또 동시에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다. 다음 문제는 ‘세습 중산층’이다!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1인자를 만든 참모들》저자)
한국의 소득 상위 10퍼센트는 얼마나 부자일까. 2003년에는 전체 소득 중에 36.3퍼센트를 이들이 가져갔다. 2017년에는 50.7퍼센트로 뛴다. 한국은 ‘상위 10퍼센트의 나라’로 급격하게 미끄러졌다. ‘헬조선 담론’에서 ‘조국 대란’까지, 한국을 달군 시사 이슈는 불평등 구조에 뿌리가 닿아 있다. 이 책은 ‘세습 중산층’을 키워드로 시사와 구조를 한데 꿰어낸다. 묵직한 연구를 읽고 나니 현실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 천관율 (《시사인》 기자)
저자에 따르면 20대 문제의 핵심은 계층·계급 재생산에 있으며 20대 내부 격차에 따라 정치·사회의식 차이도 크다. 현실을 진단하는 예민한 탐침 같은 책.
- 2022년 청년 책의 해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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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2020년 1월 18일자 '새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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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2020년 1월 16일자
국민일보
- 국민일보 2020년 1월 16일자 '책과 길'
저자 및 역자소개
조귀동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5년 차 회사원. 그동안 한국 경제의 구조와 그 변화 과정에 대한 글을 써왔다. 경제가 어떻게 정치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거꾸로 정치와 사회가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주된 관심 분야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세습 중산층 사회》, 《전라디언의 굴레》, 《2022 한국의 논점》(공저) 등이 있다.
최근작 : <이탈리아로 가는 길>,<[큰글자도서] 전라디언의 굴레>,<전라디언의 굴레> … 총 1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오늘날 20대는 단일한 세대가 아니라,
10퍼센트의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90퍼센트로 이루어진 초격차 세대다”
2019년, 어김없이 뜨거웠다. ‘알쏭달쏭한 90년대생(20대)’에 관한 사회 차원의 관심과 탐구가 꾸준히 이어졌다. 시간이 흘러 ‘90년대생 마케팅’에 대한 반발과 세대론 논쟁 등으로 화두가 옮겨가기도 했으나, ‘90년대생’을 주어로 한 흐름은 이미 사회 곳곳에서 어엿한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반증하듯, 취임 35일 만에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90년대생’은 또다시 소환되었다. 해당 사안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키워드 못지않게 집중 포격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불평등’ 이슈였고, 그 가운데 특히 주목을 받은 세대가 그들이었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에서 ‘90년대생의 불평등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고, 진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음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여기, 이 절실한 부름에 응답하며 날카롭고 신선한 시각으로 한층 심도 있게 20대의 불평등 문제를 꿰뚫는 책이 출간되었다. 기존의 분석들이 이전 세대와 다른 그들 특유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조명했다면, 이 책은 취업시장을 중심으로 불평등의 본질에 성큼 다가선다. 또한 세대로 묶어서 설명하던 그간의 크고 일괄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세습 중산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10’과 ‘90’으로 나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촘촘히 뜯어본다. 이러한 시도는 지금껏 이어져온 세대 담론과는 다른 관점과 접근 방식을 독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마주한 문제와 대안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모색할 기회를 선사한다. 한국 경제의 구조와 그 변화 과정에 대해 활발히 연구해온 저자가 치밀한 수집과 탄탄한 분석을 무기로 그려낸 『세습 중산층 사회: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다.
‘80년대 학번-60년대생’ 부모와 90년대생 자녀,
세습 중산층을 파헤치다!
세습 중산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녀의 입시 및 장학금 의혹과 관련해, 가장 크게 분노를 표출한 집단은 이른바 명문대에 재학 중인 중산층 가정의 20대였다.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졌고, 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울분을 토했다. 반면, 명문대 바깥에 자리한 20대 대다수는 시종일관 침묵하며 ‘남의 일’이라는 무기력한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조국 대전’에서 중산층의 분노와 다수의 냉소로 20대가 양분된 현상은, 그들이 경험하는 불평등의 양적·질적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책은 말한다. 요컨대 오늘날 20대는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생활세계에 놓였으며, 이전 세대와는 다른 복합적인 불평등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불평등 구조의 위계 서열에서 자리하는 위치는, 그들의 부모가 어떤 계층 또는 계급에 속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부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던 사회가 거의 전적으로 노동과 인적자본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된 사회로 바뀌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구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지적으로, 90년대생의 불평등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부모 세대인 ‘60년대생’부터 살펴야 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60년대생은 특별한 세대다. 한국 사회에서 학력, 소득, 직업, 자산, 사회적 네트워크 등 다중격차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세대이기 때문이다. 586세대는 대학(특히 명문대) 정원 확대, 경제 호황기 노동시장 진입, 수출 대기업의 급성장과 그로 인한 노동소득 증가·자산가격 급등에 힘입어 탄탄하고도 찬란한 세습 중산층의 1세대를 이루었다. 책은 이들 ‘80년대 학번-60년대생’과 ‘학번 없는 60년대생’의 차이가 이전과 다르다고 서술한다. 직전의 ‘학번 없는 50년대생’이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할 여력이 있었다면 ‘학번 없는 60년대생’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일부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들을 제외하면) ‘번듯한 일자리’의 대부분을 대졸자가 고스란히 차지한 까닭이다. ‘80년대 학번-60년대생’은 이렇듯 학력과 노동시장의 지위를 기반으로 IMF와 2000년대를 거치며 나머지 ‘학번 없는 60년대생’과 다중적인 격차를 점점 더 벌려 나갔다. 그리고 이들이 교육 투자뿐만 아니라 문화적 역량과 사회적 네트워크 등 무형 자산을 이용해 90년대생 자녀 세대에게 동일한 지위를 물려주면서 세습 중산층의 2세대가 만들어진다.
책은 세습 중산층을 토대로, 한국 사회에서 20대 문제의 핵심은 계층 또는 계급의 재생산이라는 사실을 짚으며 그들 내부의 격차를 조심스러우면서도 체계적으로 파헤친다. 최근 20대 문제를 살피면 이면에 ‘젠더 갈등’과 ‘20대 남성 보수화’를 중심으로 한 이슈가 많다. 책이 제시하는 숫자와 저자의 논거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노동시장 진입 기회, 불평등 강화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성별이나 계층에 따라 정치·사회의식이 상이하다는 점을 토대로, 오늘날 20대는 하나의 세대로 묶을 수 있는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초격차 세대’라는 사실을 목도한다. 불평등 확대와 격차 고정 상황에서 겪는 경험의 이질성이 정치·사회의식에 영향을 미쳐 ‘계급의식’이라 부를 만한 세계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까닭이다. 이러한 분석은 20대 문제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주요 이슈가 불거지게 된 동력을 알아보는 데는 충분하고도 분명한 근거가 된다. 그와 동시에 한국 사회에 공고하게 자리 잡은 ‘10과 90의 사회’의 민낯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데 톡톡히 기여한다.
20대가 경험하는 다중의 불평등:
10퍼센트만이 차지하는 ‘번듯한 일자리’
세습 중산층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피고자, 저자는 20대의 취업(노동시장 진입) 과정과 취업 직후 생애주기에서 그들이 겪는 경험에 착안한다. 노동시장 진입은 직업적·계층적 지위를 결정하는 과정이면서, 이전에 이루어진 인적자본 투자의 결과물이다. 책은 노동시장을 크게 ‘1차 노동시장(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고임금-높은 고용 안정성)’과 ‘2차 노동시장(중소기업·비정규직의 저임금-낮은 고용 안정성)’으로 나누고,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한 이들의 비중이 2010년 이후 10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1차 노동시장, 요컨대 번듯한 일자리를 초임 월 300만 원 이상이라고 가정할 때 2017년을 기준으로 동갑내기들 중 약 10퍼센트에 해당하는 7만 2,000명만이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갔다. 이렇듯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세습 중산층의 1세대는 경제력만이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 문화자본을 바탕으로 10퍼센트에 해당하는 번듯한 일자리를 ‘능력의 차이’로 포장해서 세습 중산층의 2세대에게 물려주었고, 이렇게 굳어지는 격차 고정은 이후 결혼과 자산 축적 등 생애주기 전반을 결정한다는 것이 책이 말하는 핵심적인 주장이다.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은 각각 ‘내부자(Insider)’와 ‘외부자(Outsider)’로 치환했을 때, 그 단어가 갖는 의미가 한층 생생하게 살아난다. 어느 조직이건 한 번 ‘아싸’가 되면 ‘인싸’가 되기 어렵듯이, 노동시장에서도 한 번 외부자가 되면 내부자로 승급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2004~2006년까지만 해도 중소기업 근로자 가운데 3.5퍼센트가 1년 뒤 대기업으로 이직했는데, 2013~2015년이 되면 2.2퍼센트로 그 비율이 줄어들었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출신 학교’는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데, 내부자와 외부자를 가르는 중요한 기로인 까닭이다. 내부자와 외부자의 극심한 차이는 중세 유럽 도시의 ‘성 안 사람’들이라는 표현에서 ‘부르주아지(bourgeoisie)’라는 신분을 가리키는 용어가 나왔던 것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노동시장과 관련한 논의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2010년 이후 나타난 변화다. IT 기술의 도입과 확산에 따라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범용 사무직을 중심으로 대기업의 번듯한 일자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문과를 중심으로 서울 4년제 대졸자의 취업 여건이 크게 악화했고, 그중에서도 번듯한 일자리를 얻는 성별 비율에서 남성이 가파르게 감소했다. 서울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여성의 비율이 늘어나고, 노동시장에서 성별에 따른 남성 우위가 사라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특히 중산층 배경을 가진 남성이 극도로 경쟁적인 상황으로 내몰린 상태는 이들 집단에서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젠더 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기초를 이룬다. 책은 오늘날 20대가 이렇듯 ‘성 안’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을 이전 세대보다 더 치열하게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쟁 과정에서 성별, 계층별, 학력별, 거주 지역별로 누가 더 ‘기회’를 잃고 누가 ‘선방’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운명은 갈린다. 불평등한 20대의 현실에 숨어 있던 ‘진짜’ 문제는 “일자리의 양이 적은 것이 아니라 번듯한 일자리 창출이 적은 것”이었다. 책이 제시하는 데이터를 따라가면, 상대적으로 2차 노동시장의 일자리 수나 여건은 그리 나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대가 경험하는 다중의 불평등:
결혼과 부동산이 보여주는 ‘정상가족’이라는 특권
저자는 세습 중산층의 자녀가 번듯한 일자리를 독식하는 게 2019년의 20대가 1999년 또는 2009년의 20대와 다른 점이라고 밝힌다. 심화된 격차 고정은 결혼, 주택 등 생애주기에서의 기회에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결혼과 부동산 문제는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격차 심화의 결과이면서 그와 동시에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요컨대 20대가 경험하는 격차는 대학 졸업장, 일자리 종류, 소득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가족 형성과 자산 축적이라는 ‘취업 이후의 삶’을 판가름하는 주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20대의 특징 중 하나는 소위 ‘정상가족’에 대한 인식이 이전 세대와 다르다는 데 있다. 남성과 여성이 만나 결혼하고, 한두 명의 자녀를 낳아 양육하며, 주택 소유주가 되는 정상가족을 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본인의 능력이 아니라 ‘출신 계층’에 달렸다는 걸 인지한 까닭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지원이 절대적이라는 점은, ‘독립적 20대’라는 개념이 더는 공고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특히 중산층에게 가족주의는 정상가족의 재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라고 책은 말한다.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을 전제로 하는 기존 20대 담론의 주된 접근 방식과 달리, 재생산을 위한 보급기지 또는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의 제공처로서 그들에게 가족의 존재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4인 단위 핵가족을 꾸리는 일 자체가 ‘울타리’ 안에 있는 중산층의 특권적 행위가 된 것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한겨레21」·글로벌리서치가 2018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20대 내부에 이른바 ‘G세대(글로벌 세대)’와 ‘N포 세대’가 공존함을 보여준다. G세대는 「조선일보」가 2010년 당시 20대를 정의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으로, 자신감 넘치고 희망에 찬 태도가 특징이다. 한편 N포 세대는 2011년 「경향신문」이 만든 신조어인 ‘삼포세대’가 그 어원으로,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청년층을 의미하다가 이후 ‘N가지를 포기한 세대’로 확장되었다. 결혼 및 주택시장에서 부유한 20대와 그렇지 않은 20대의 격차는 크다. 책의 핵심 주장이 그러하듯, 20대의 노동시장 진입 경험과 결과가 근본적으로 계층에 따라 다르기에 발생하는 일이다. 따라서 N포 세대는 20대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부유하고 유능한 부모를 둔 20대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20대에 해당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고도성장의 끝, 세습 자본주의의 시작”
2020년 이후, 한국 사회를 준비하다
책은 90년대생의 불평등 문제에 천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그들의 부모 세대이자 세습 중산층의 기원인 586세대에 대한 고찰도 잊지 않는다. 대관절 60년대생은 무엇이 달랐기에, 그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이토록 큰 불평등을 불러왔는지 조목조목 파헤친다. 80년대 학번-60년대생은 1980년을 전후한 대기업의 성장 및 발전과 그에 따른 기업의 ‘테크노크라트’ 수요 폭발의 파도를 타고 성장한 집단이다. 이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하자마자 대기업과 각종 전문직 집단의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두터운 중간층을 형성했다. 이후 IMF 외환위기로 바로 윗세대가 구조조정되자 관리자 직군까지 진출해 지금까지도 롱런하고 있다. 2000년대 한국 자본주의의 질적 발전과 수출 대기업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는 금융·IT 등의 신산업에서 ‘1세대’ 또는 ‘핵심 그룹’의 지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질적 발전이 멈추기 시작하면서 터져 나왔다. 고도성장이 끝나면서, 피케티가 말한 자본수익률이 소득성장률을 압도하는 세습 자본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세대론 담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586 양보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2019년 하반기 들어 586세대에 대한 비판이 이곳저곳에서 봇물처럼 쏟아졌다. 비판의 핵심은 이들이 기득권이라는 것이었고, 따라서 세대 집단으로서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논의에서 ‘계층 세습’은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는다. 절차의 불공정이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불평등 또는 능력 배양에서의 불평등이 진정한 문제라는 것이다. 『세습 중산층 사회』는 ‘세대’와 ‘공정’이 아닌, ‘세습’이 진짜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양보와 공정이 아니라, 의무와 공평이다. 시작 단계에서부터의 공평과 이를 위한 세습 중산층의 경제적·사회적 의무 부담 말이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20대가 진입하는 노동시장의 특성을 개관한다. 2장에서는 2010년 이후 20대가 노동시장 진입 당시 겪는 ‘경험’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고, 3장에서는 교육이 어떻게 세습 중산층 지위를 유지하는 불평등 제조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핀다. 4장은 ‘90퍼센트’에 해당하는 지방 소재 대학생과 고졸자에 대한 논의다. 5장은 취업 이후의 생애주기 과업인 결혼과 주택 구입 등에서 나타나는 계층 분화 양상을 분석한다. 6장은 현재 90년대생의 다중격차가 부모 세대인 60년대생의 역사적 특수성에서 기인했음을 다룬다. 7장은 오늘날 20대의 세계관이 성별에 따라, 계층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에 주목한다. 8장은 그러한 세계관의 차이가 어떻게 가장 표층의 정당 지지에 영향을 주는지를 다룬다.
혼돈의 2019년을 거치며 올 4월 치러질 총선 전망은 안개 속을 걷고 있다. 역시나 가장 주목받는 세대는 20대다. 2018년 이후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20대 남성 보수화’론이 터져 나왔는데, 이와 같은 흐름에는 적잖은 결함이 있다고 책은 말한다. 정치적 지지율 추이를 살피면 20대 남성이 유독 최근에 보수화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비교대상 집단인 20대 여성의 정치 성향이 과거에도 진보적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인다. 어느 한쪽의 현상만 살펴서는 20대 정치의식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까닭이다. 또한 이전 세대보다 훨씬 큰 계층 간 격차 속에서 살아가는 20대는 가령 같은 남성이라고 해도 중상위층에 속한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메커니즘이 계층에 따라 상이하다. 한마디로 오늘날 20대는 극도로 계층화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으며, 따라서 계층별로 생활세계에서 겪는 경험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20대의 불평등 문제를 낱낱이 파헤친 이 책은 ‘지방대생과 고졸자’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주변부를 살피는 일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구체적이면서도 방대한 데이터와 그 속에서 건져낸 명확하고도 통렬한 분석은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으로 20대를 바라보게 한다. 어느 세대보다 복합적인 불평등을 경험하는 20대를 제대로 알기 원한다면, 이 책은 더없이 유효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문제는 그 원인을 정확히 인식하는 데 해결의 단초가 있다. 2020년, 문제는 ‘60년대생’이 아니다. ‘세습 중산층’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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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사모 2020-01-19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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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0세는 한 묶음으로 묶일 수 없다고 하면서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라며 90년대생을 한 묶음을 묶을까? 읽다보면 한 묶음으로 묶지는 않았지만...
나무처럼 2020-03-01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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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빨간모자 2022-12-25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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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세습 중산층 사회
mailbird 2020-01-23 공감(2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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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의 세습과 불평등에 대한 보고서
확실히 난 좀 게으르다. 뭐든 뒤로 미루는 습관이 있다. 그러다보니 꼭 한 발짝씩 늦는다. "세습중산층사회"를 손에 쥔 게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여직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글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성공작이 될 줄 알았으면 진작 느낌이라도 올려놓을 걸.
하지만 느려서 좋은 것도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다른 이들의 글을 보다가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볼 수 있겠구나라는 걸 알면서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독한 부분도 발견하게 된다. 만일 진작 내 생각을 올렸었다면 아마도 그 오독은 치명적으로 내 글읽기의 한계를 드러내보이는 흠결이 되었겠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자기위안일지 모르겠지만 게을러서 좋은 면도 없진 않은 듯 하다.
때를 넘겨 잊고 있었다가, 프레시안에 올라온 장석준의 서평을 보게 되었다. 책도 읽을만 하고 이 서평도 읽을만 하다.
프레시안: 문제는 세대가 아니라, 세습이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장석준 칼럼에 대해 좀 언급을 해야겠다. 대체적으로 글의 방향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짚어야할 부분이 있다. 우선 그의 서평 시작부분. "작년부터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를 '세대'라는 틀로 설명하거나 진단하려는 시도가 유행하고 있다."라고 장석준은 글을 시작한다. 그는 그 근거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대 남성'의 지지철회-대열이탈과 조국 사태 이후 각계의 진단을 들고 있다. 아마도 이런 시대적 사조 속에서 세대를 준거로 불평등문제를 거론하는 추세가 강화되었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불평등문제와 세대문제를 연관시켜 이야기하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왔다. 시기의 문제를 따지는 것이 얼핏 보면 중요한 문제가 아닌 듯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불평등의 문제를 세대론과 결부시켜 논의해왔던 한 흐름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왔고, 일부에서는 이를 고착화시키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정치권이었다.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꽤 오랫동안 정치권에서는 먹고 살만한 기성세대와 죽고 못사는 청년세대를 대립시키면서 자신들이 청년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식으로 지지를 구했다.
불평등은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라는 걸 이야기했던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배척당하기까지 했다. 철지난 이념논쟁을 재론하는 구좌파 취급을 받으면서 말이다. 특히 소위 386과 그 이후 세대 간의 대결구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정치적 선명성을 부각받고자 하는 자들에 의해 계급문제를 거론한 사람들이 오히려 문제아 취급을 당했다. 이게 우파들만이 그런 게 아니고 소위 좌파들조차도 그러했다. 우파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쪽과 친연한 사례로는 변희재의 '실크세대론'이 있겠다. 좌파쪽에서는 특정한 네이밍을 하지 않았으나 N포 세대 문제 등의 문제가 결국 세대 간 격차로 인한 것인냥 포장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했었다.
그런데 이 지난한 과정이 내포하는 가장 큰 문제는 계급문제를 희석시키거나 부차적 문제로 전락시켜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촛불 정국에서도 그렇고 그 이후 문재인 정권의 행보에 대해서도 그렇고 좌파는 좌파다운 대응을 하지 못한 채 민중의 뜻 운운하면서 시류에 휩쓸리기 바빴다. 그러다가 조국 사태가 터진 후 겨우 계급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할 뻔했지만 이게 또다시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서 흐지부지 되었다.
장석준은 칼럼의 모두에 작년부터 불평등을 세대라는 틀로 설명하려는 측과 그에 대응하여 계급 또는 계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봇물처럼 터진 논의"가 이루어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런 관점은 그동안의 경과를 제대로 파악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닌 말로 내가 이 블로그를 비롯해 온갖 도처에다가 세대론은 결코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이 될 수 없다고 이야기한 게 물경 20년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그 소리 했지만 시대에 뒤처진 낙오자들의 신세한탄정도로 치부되었고.
책으로 돌아오자면, 나는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결정적인 부분으로 제3장과 제6장을 들고싶다. 총론적 평가와 결론부분 및 그 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장석준의 칼럼을 비롯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고 있으며 대부분 나도 그들의 의견과 다르지 않으므로 더 말을 보탤 필요는 없겠다. 다만, 이 제3장과 제6장은 내 경험과 비교해도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에 좀 더 살펴본다. 물론 개인적 경험이 자의적 사고를 넘어 객관성을 확보하긴 어렵겠지만, 어차피 이 책에 나온 이야기를 부연하는 수준에 불과하니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라고 보고.
제3장은 대학의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 또는 대학이라고 들어갔지만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노동시장에서도 부수화되거나 심지어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조차 제한된다. 존재하고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자들이 되는 거다. 여기엔 부모세대로부터 물려받는 학력의 세습문제, 지방의 낙후와 소외의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지방'은 돈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오늘날 '청년세대'가 가지고 있는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이런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있었고, 기실 그들의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앞에 세대가 어쨌길래? 그래서 연결되는 게 제6장이다. 제6장에서는 현재의 '청년세대'와 구분되는 '장년세대', 즉 현재의 '청년세대'의 아버지뻘이 되는 60년대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세대에서 역시 대학을 간 자와 못 간자, 서울에 있는 자와 지방에 있는 자의 격차가 있었고, 그 격차 또한 그 이전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오늘날 '청년세대'의 문제와 어떤 부분이 다른가?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이렇게 내놓고 있다.
"A씨와 B씨의 차이는 결국 1980년대에 '대학 진학이 가능했느냐'에 따라 결정적으로 갈렸다. 당시에도 대학 진학을 지원할 수 있는지는 그들 부모의 경제력, 즉 계층이 결정하는 문제였다. ... 1960년대생의 노동 생애에서는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서 일하거나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집단에 속하지 않을 경우, '역전'의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185쪽.
내가 다닌 공고에는 머리 좋고 공부 잘 하는 친구들이 수두룩빽빽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들 대부분은 어디 내놔도 머리 나쁘다는 소릴 들을 애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공고를 들어왔고 공장으로 흩어졌다. 왜? 가난하니까. 어느 건물 지하 보일러실에 6식구가 월세를 살면서 그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 제대로 잠을 못자 퀭한 눈빛만 남기며 온 가족의 몸이 망가져가던 집구석의 친구놈이 다른 친구놈 집이 있는 판자촌 고개를 올라가면서 야이 판잣집 사는 놈아~!라고 농담 따먹기를 할 정도로 가난했던 놈들이었기에 대학 따위는 꿈도 못 꾸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제 중년이 넘어가는 그들은 인문계고등학교 나와서 서울에 있는 4년제 들어간 다른 친구들이 대기업 정년을 코앞에 두면서 연금을 이야기하고 자식들을 유학보낸 뒷바라지 이야기하는 동안 어떻게 입에 풀칠하면서 살아야 할지를 걱정한다. 다들 60년대 생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가방끈을 좀 길게 늘인 편인데, 나 역시도 늦게 진학을 했더니만 진도 따라가기 벅차고 등록금 대느라 정줄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돈나올만한 구멍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 또래들은 이미 졸업을 한 뒤이고, 이것들이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는 그것이 운동권 네트워크든 사업상의 네트워크든 간에 내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는데, 나중에 졸업하고 나서도 이게 이어져서 정치활동을 하는 와중에도 학교 따라 사람이 갈리고, 운동계열에 따라 계파가 모이는데 나 같은 사람은 낄 자리가 없었다. 그럴 정도니 대학문턱도 가보지 못한 이 세대 일원들에게 '386'이라는 말은 그냥 대학간 놈들끼리 어울리자는 말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고 노회찬 의원이 '386세대'가 아닌 '306세대'의 문제를 거론했던 일이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듯 그 또래에서 '8'자가 빠진 사람들, 이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그냥 그림자로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림자일 뿐인 그들의 역할은 그들의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이것은 세대의 문제인가?
이 책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불평등이 '세습'되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제3장과 제6장을 같이 놓고 보자. 이 '세습'의 기원과 과정과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여러 대안들이 있다. 저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게, 이미 그와 유사한 이야기들을 지난 수십년 간 꾸준히 해왔다. 나도 그렇고 프레시안에 서평 올린 장석준도 그렇고. 그러니 대안에 관한 이야기는 책과 장석준의 서평을 다시 들여다보면 되겠다. 아니 그렇게 오랫동안 여러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해왔는데 왜 안 바뀌는 건가?
조국 사태를 통해 왜 이 대안들이 현실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되었다. 조국도 그랬고, 이 땅의 정의를 독식하고 있는 저 '86'들이 그랬듯, 저들도 언젠가는 계급과 평등을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자신들의 계급에 안주하면서 그 계급 안에서의 평등을 구가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동류세대 전체를 대표한다. 마치 그 세대 전체가 그들과 똑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유발하면서 말이다. 진작에 깨졌어야 할 구조가 그 구조를 깨겠다고 나섰던 자들에 의하여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걸 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저들 86만이 아니라 저들과 똑같은 양태를 보이고 있는 자들, 소수의 특권층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대표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국익'과 등치시키는 자들의 카르텔을 부술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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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2020-02-06 공감(1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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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세습 중산층 사회
조국 이슈가 불거지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싯점에서 왜 이렇게 다양한 분노와 갈등 그리고 지지가 형성되는가에 의문을 가졌다. 특히나 2~30대의 다양한 의견들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 왜 그들은 여러갈래의 목소리를 내는것인가?
얼마 전 비슷한 세대의 후배와 밥을 먹으면서 이 친구가 다가오는 총선에서 20대의 보수화 경향에 대해 비판을 하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름 의문이 풀렸기에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미약하게나마 설명해줄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해드린다. 책의 내용이 괜찮아 다소 길게 인용해볼 예정인데 관심이 있다면 읽어주시길 바란다.
일단 조국 전 장관의 이슈에 대한 작가의 의견을 살펴보자. 상당히 공감이 가는 의견이 아닐 수 없다.
˝조 전 장관 자녀에 대한 분노는 그와 경쟁 관계에 있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명문대에 재학 중인 중산층 자녀들을 중심으로 터져나왔다. 조부모와 부모가 일구어놓은 재력과 인적 네트워크, 경우에 따라 위법·탈법 의혹을 받을 수도 있는 방법까지 써 일종의 추월 차로를타며 중산층 자녀 교육의최고 목표인 의대에 입학한 것은 그들이 보기에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명문대와 의사양성소 입시에서 불공정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문대 바깥의 20대는 시종일관 침묵하면서 남의일이라는 무기력한 반응이었다. 그나마 지방 국립대 중 대기업취업률이 가장 높은 경북대 학생회가 장관 후보자 시절인 8월말 한 차례 성명서를 발표했을 뿐이다.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논란에 대해서 20대는 이슈 초기 국면부터 부정적이거나 냉소적 이었으며, 시간에 따른 부정 평가의 등락도 초기에 다른 연령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부정적 반응을 내놓은 뒤 큰 변동이 없었다. 20대는 조국 수호를 외친 4050의 서초동에도 조국 사퇴를 부르짖은 6070의 광화문에도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따라서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1퍼센트와 99퍼센트의 격차가 아니라 10퍼센트와 90퍼센트의 격차에 기인한다. 그리고 그 격차는 단순히 임금의 격차가 아니라 생애주기 전반의격차다. 변호사, 의사와 삼성전자, 우리은행 직원의 생활세계내 격차는 크지 않지만, 그들과 중소기업 노동자 또는 비정규직의 격차는 감히 메울 수 없을 정도로 넓고도 깊다. 20대가 계급불평등을 경험한다면 현대판 부르주아지인 10퍼센트와 나머지 90퍼센트의 불평등인 것이다.˝
결국 불평등의 원인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라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사실 6~70대의 과거 향수에 기인한 막무가내의 의견들은 어차피 그들이 사라져갈것이기에 크게 신경쓰이지 않지만, 젊은 새대들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작가가 지적하는 적폐 새대에 해당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흥미롭게 읽어줬다.
˝이 80년대 학번-60년대생인 중상위층은 학력과 노동시장의 지위를 기반으로 부를 축적하면서, 나머지 학번 없는 60년대생과 다중적인 격차를 벌렸다. 그리고 이들이 교육 투자뿐만 아니라 문화적 역량, 사회적 네트워크 등 무형 자산을 이용해 자녀세대(90년대생)에게 동일한 지위를 물려주려고 나서면서 중산층지위의 세습이라는 결과가 빚어지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중산층이 부자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소득분위 하층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고, 이러한 현상이 계속 반복되어갈수록 계층의 고착화가 이루어질것을 예상할 수 있다.
˝사회회경제적 지위의 향상 가능성이 없는 하위 90퍼센트에 속 한 20대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부모 세대인 50대를 불신하는 것이다. 그들이 상위 10퍼센트에 속한 50대~80년 대 학번~60년대생 남성의 진보 담론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20~30 특히 20대 남성은 보수화된 거 니라 비당파화 partisan 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 젊은 세대들은 보수화라기 보다 비당파가 된다는 의견이 더욱 적확해보인다. 어차피 남의 나라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책에 지방 소재 4년제 대학 출신의 25세 여성 A 씨의 사례가 소개된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월 소득이 106만 원인 그는 ‘저는 극한 상황이라 월 150만원이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토익 점수가 있으면 월 180만원만 넘었으면 좋겠어요. 200만원 넘는 건 안 바라요‘라고 말한다. ‘근로 조건은 주 5일이면 돼요. 주말만은 제발 쉬었으면 좋겠어요. 계약직도 괜찮아요.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배울수 있는게 정말 많거든요‘라는게 A 씨의 소박한 희망이다.
A씨는 당장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의 일자리를 잡았다. 부모를 포함한 가족 4명이 30m²(9.1평) 정도 면적의 다가구 주택에서 사는데, 독립은 언감생심이다. 당연히 결혼 등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세습 사회에서 밑바닥을 깔고 있는 20대들의
꽤 전형적인 모습이다.˝
나아가 586 이란 단어는 단순히 세대를 가리키는게 아니라 80년대 학번인 60년대생으로 대기업 화이트칼라로 일하는, 세습 중산층의 첫 세대를 가리키는 계급적 지위를 의미하고 이들이 육성하는 자녀들은 이런 특성을 가진다고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집안 좋은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는 속설은 정말로 참이다. 양육 환경이 좋은, 즉 부모가 경제력이 있고 학력이나 직업 등 사회적 지위도 뒷받침되는 계층의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는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비인지적능력도 다른 계층의 자녀들 보다 더 뛰어나다. 그리고 비인지적 능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대치동 학원가 등을 통한 교육 투자는 결실을 맺는다. 노력은 실력이 아니다. 계층이다.˝
˝결국 한국에서 90년대생들은 전문직이나 대기업 일자리를가진 부모가 확보한 경제력과 사회적 네트워크, 문화자본을 바탕으로 명문대 졸업장과 괜찮은 일자리를 독식하는 세습 중산층의 자녀 세대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이 이전 세대가 경험한 불평등과 질적으로 다른 이유다.˝
이래서 조국 전 장관의 이슈에 대해 20대가 보여준 시각의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려가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책에서 더욱 참고할만한 내용들을 올려본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 심화는 최상위 1퍼센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소득자의 소득 몫이 집중적으로 커졌던 2003~2006년 기간에 최상위 1퍼센트의 몫은 2.9퍼센트포인트(9.3퍼센트→12.2퍼센트) 늘어났고, 상위 1~5퍼센트는 4.2퍼센트포인트(14.9퍼센트→19.1퍼센트), 상위 5~10퍼센트는 3.4퍼센트포인트(12.1퍼센트 15.5퍼센트) 늘어났다. 2000년대 중반의 불평등 확대의 핵심 원인은 최상위 1퍼센트보다 오히려 중상위층(상위 10퍼센트)의 소득 몫 증가였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제시하는 정치기획이나 이데올로기는 능력 본위 경쟁을 내건 교육 취업 게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창출하고, 승리를 독식하는 이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른바 적폐 청산등의 어젠다는 20대의 생활세계에 영향을 주지 못할 뿐더러 50대 중상위층의 우월적 지위를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즉, 지금의 20대가 586의 정치 기획에 냉소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세대 차원의 기득권을 가졌거나 상류 계급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불공정한 게임의 핵심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제시하는 정치 기획이나 이데올로기는 능력 본위 경쟁을 내건 교육 취업 게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창출하고, 승리를 독식하는 이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른바 적폐 청산등의 어젠다는 20대의 생활세계에 영향을 주지 못할 뿐더러 50대 중상위층의 우월적 지위를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즉, 지금의 20대가 586의 정치기획에 냉소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세대 차원의 기득권을 가졌거나 상류 계급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불공정한 게임의 핵심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보수와 진보의 스테레오타입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보수가 60대 중반 이상의 건물주라면 진보는 50대 초중반의 대기업 부장 또는 임원이다. 60대 건물주가 20대에게 요구하는 것은 높은 월세 정도로, 자산 소유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착취 관계다.˝
˝하지만 50대 초중반 고참 부장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경제적 교육 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기업체 인턴 기회를 알아봐주는 등 사실상 경쟁자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이 60대 중반 건물주를 상대로적폐 청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설득력을 가질 리 만무하다. 비싼 월세는 화가 나긴 하지만 돈을 벌어서 지불하면 되는 문제다˝
결론부분에서는 장차 어떻게 가야되는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한 격차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상위 10퍼센트에 속하는 세습 중산층은 그 격차를 능력의 차이로 포장하며, 자신의 자녀들에게 적극적으로 계층 지위를 물려주고자 노력한다. 그 불평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생하고, 사회적 계층이동을 가로막는지 정확히 인식하는 데에 해결의 단초가 있을것이다.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의 격차에 가깝다. ‘부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던 사회가 거의 전적으로 노동과 인적자본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된 사회로 바뀌었다‘는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의 지적은구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60년대생이 대학(특히 명문대) 정원 확대, 경제 호황기 노동시장 진입, 수출 대기업의 급성장과 그로 인한 노동소득 증가, 자산 가격 급등에 힘입어 세습 중산층의 1세대를 이루었다면, 90년대생은 그들의 교육 투자로 만들어진 세습 중산층의 2세대다.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의 본질은 부모 세대인 50대 중산층이 학력(정확히는 학벌)과 노동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그들의 자녀에게도 동일한 학력과 노동시장 지위를 물려주는 데있다. 세습 중산층의 자녀가 번듯한 일자리를 독식하는게 2019년의 20대가 1999년 또는, 2009년의 20대와 다른 점이다. 이렇게 심화된 격차 고정은 결혼, 주택등 생애주기에서의 기회에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결혼과 주택 문제는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격차 심화의 결과이면서 그와 동시에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결국 다른 세대보다 조금이라도 더 혜택 받은 586세대의 적극적인 참여와 희생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러가지면으로 흥미로운 책이다.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다시 한 번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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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티 2020-03-29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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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의 덫을 벗어나는 다수 ‘노동‘의 연대 - 한국식 ‘능력주의‘
'능력주의'의 덫을 벗어나는 다수 '노동'의 연대
- 미국의 [엘리트 세습]과 한국의 [세습중산층 사회]
"신소유주의(신자유주의)는 주로 과도한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와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능력주의' 언술은 경제체계의 승자를 찬양하며 패자를 본인의 능력과 덕성과 근면의 부족 탓이라고 간주하고 매도한다. 이것은 당연히 오래된 이데올로기로, 모든 엘리트가 어떤 풍토에서든 자신들의 입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활용해온 것이다...
...
'불평등'은 무엇보다도 '이데올로기'적이다. 현재의 신소유주의는 19세기 초의 고전시대 소유주의와는 다르게 더 이상 명시적으로 '납세유권자'적일 수 없기에 그만큼 더 '능력주의'를 고취하려 한다."
- [자본과 이데올로기], '3부 20세기의 거대한 전환 - 13장 하이퍼자본주의 : 현대성과 의고주의 사이에서', 토마 피케티, 2019.
2013년에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을 통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갈수록 높아지는 자본주의 정치경제 체제는 "과거가 미래를 먹어치우는([21세기 자본], <결론>)" 사회라 규정하며 현대의 '불평등' 문제에 천착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19년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좀더 좌파적인 시선으로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정치경제 체제를 '신소유주의'로 부르며 분석한다. 그가 추적하는 '불평등'의 기원은 가치증식(이윤)을 위해 '형성기'에는 "위험추구적이고 기업가적([21세기 자본], <2부 3장>)"이나 "충분히 축적되면... 늘 지대로 바뀌는 경향(같은책, 같은장)"으로 '변신'하는 자본이다.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규정한 자본의 본질은 '끊임 없는 자기증식 운동'인데 피케티는 이 운동형태의 '지대추구성'을 보며 '자본의 변신(같은책, 같은장)'을 갈수록 심화되는 현대 '불평등'의 한 조건으로 전제한다.
피케티의 '신소유주의(신자유주의)' 분석에는 여러 개념이 사용되는데, 그 중 '브라만좌파'와 '상인우파' 이야기가 있다. 전통적인 자본가나 지주계급에 뿌리를 둔 '상인우파'는 원래부터 '불평등'의 근원인 반면, 신자유주의 시대를 연 '브라만좌파'는 기존 산업시대 생산력 발전의 주력이었던 '노동계급'의 자녀들로서 평등교육의 혜택을 입고 유럽의 사회민주당과 미국의 민주당의 주력이 된 '좌파' 세대를 이른다. 우리의 '강남좌파'와 '86 세대'와 같다.
이 '교육'을 통해 '지식인' 계층을 형성한 '브라만(힌두교 성직자/지식인) 좌파'는 체제의 기득권을 형성하면서 기존 권력층인 '상인우파'와 결탁하고 신자유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권력동맹으로 굳게 결탁된다. '정치'적으로는 싸우는 것 같지만 '경제'적으로는 이익을 공유하는 양당제 거대정당 과두지배의 맨얼굴이다. 정확히 우리 사회 민주당의 모습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또 하나의 개념이 파생적으로 연결되는데, 바로 '능력주의(meritocracy)'다.
[자본과 이데올로기]의 결론인 '참여사회주의'와 '사회연방주의'의 조건 중 '누진적 조세제도' 외에도 '교육'과 기회의 평등 및 공공재 소유의 확산이 제기된다. 피케티의 관점에 '능력주의'는 엘리트 계층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강조해 온 이데올로기다. 이 '능력주의'라는 '허위의식(ideology)'은 '불평등'의 정치경제적 근원을 은폐한다.
"모든 문명사회는 '능력주의(meritocracy)'가 속임수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부와 특권의 집중과 세습을 대대손손 유지하는 메커니즘이자 원한과 분열을 불러일으키는 계층제도가 된 것이다. 심지어 새로운 '귀족제도(aristocracy)'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는 고통이 '능력주의'가 불완전하게 구현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능력주의' 그 자체 때문이라는 점이다... '능력주의'는 시민 대다수를 사회 주변부로 몰아내고 중산층 어린이들을 무기력한 학교로, 중산층 성인들을 장래성 없는 직장으로 보낸다...
다시 말해 '능력주의'는 조직적인 계층 갈등을 조장해 사회적, 정치적 생활을 망가뜨린다... '능력주의'에 힘입은 엘리트들은 제 아무리 순수한 동기를 지니며 양심적인 방법으로 성공을 거둔다 해도 포부와 성과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비판하는 '불평등'에 관여하게 된다."
- [엘리트 세습], '서문', 대니얼 마코비츠, 2020.
예일대 수학과, 런던 정경대 경제학과 석사와 옥스포드대 철학과 박사 학위를 얻은 미국 예일대 로스쿨 교수이자 사법연구소 소장인 대니얼 마코비츠는 엘리트들 사이에서도 '천재'로 불린단다. 학위와 직업 소개에도 숨이 막히게 재수없는 이 엘리트가 토마 피케티의 '불평등' 연구에 뒤질세라 본인이 속한 미국사회 엘리트 계층의 주요 이데올로기인 '능력주의'를 신랄하게 깐다. 세부 내용 하나하나 수긍할 만 하나 나는 사실,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 사서 읽었다. 고대 로마의 제국 팽창과 공화국의 몰락의 근본 토대는 고대 노예제 정치경제체제의 모순이었겠으나, 표면적으로는 부와 성공, 벼락출세자들에 대한 숭배도 원인이었으며 그 지배 이데올로기가 '능력주의'였다 생각했고, 마침 이 책 표지에 그려진 상상의 동물 '그리핀(Griphios)'이 고대와 현대를 이어주는 매개 같았다.
마코비츠는 [엘리트 세습]에서 미국 사회를 분석하면서 미국의 전문직과 화이트칼라 금융업 고위직 종사자들은 '기술혁명'과 궤를 같이 하면서 기존 미국의 '산업민주주의'를 만들어온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불평등'을 심화시켰는데 이를 가속화시킨 핵심 분야가 '교육'과 '직업'이라고 한다. 부자집안 아들 부시와 중산층 클린턴은 재산의 차이 외에는 교육이나 사회진출의 기회 또는 생활에서 큰 차이가 없었으나 이후 기득권이 된 클린턴 부부나 오바마 등의 민주당 정치권력자들 부류는 자식에 대한 '인적자본' 투자인 '교육'의 불평등을 조장하거나 이용하여 '엘리트 세습' 체제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마코비츠는 [엘리트 세습] 곳곳에서 피케티를 의식하는데, 마치 '불평등'의 기원을 '자본'에서 찾는 피케티의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고자 함이다. 어차피 사라져가는 미국 '중산층'을 염려하며 오랜 미국의 영화를 되살리고 싶은 이 미국 엘리트 '천재'에게 마르크스나 사회주의 같은 지난 서사담론은 안중에 없을 것이니, 주류 엘리트에 도전하는 신세대 정치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같은 '엘리트'로서 '경계'의 대상일 수 있겠다.
마코비츠에 의하면 미국 산업의 전성기를 통과한 '중산층'은 미국의 상위 '엘리트'들에 의해 '교육'에서도 밀려나고 '직업' 또한 '번지르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게으른 삶'을 강제당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엘리트' 또한 재능 없이 물려받은 재산만으로 '여가'를 즐기며 일하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전통적인 '귀족'들과 달리 고수익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는 '자기착취'를 통해 비참한 삶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이제 중산층 노동자와 상위 (엘리트) 노동자를 포괄하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같은책, <결론>)"는 선언으로 "오래된 구호([공산당선언])를 새롭게 인용(같은책, <결론>)"하며 책을 끝맺는다.
고소득을 받지만 쉬지않고 일을 하는 현대의 '귀족' 엘리트는 어려서부터 상위권 교육환경에서 살인적인 경쟁에 시달려 왔고 '번지르한' 직업에 진입해서도 쉼없는 '자기착취'로 피폐한 삶을 산다. 한편으로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을 성장시킨 '중산층'은 중간관리직 일자리가 고위 엘리트들의 '기술혁신'에 의해 줄어들고 소득이 줄어 소비도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빈민계층과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수학과 경제학, 철학까지 전공하고 명문대 로스쿨에서 상위 엘리트층 자녀들을 가르치는 '천재' 마코비츠의 뛰어난 수치분석과 비교 그래프들은 화려하기는 하나 미국사회의 분석이므로 저자의 '진보'스러운 수사에도 불구하고 공허하다. '중산층'을 복원하고 '엘리트'를 연민하며 미국 노동자들을 '단결'시켜 얻을 '새로운 세상'이라 해봐야 결국 18~20세기 미연방 공화국의 영광 뿐 아니겠는가.
'불평등'의 정치경제학적 근본 분석은 피해가면서 미국사회가 빠진 '능력주의의 덫' 자체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서술을 지루하게 읽다보니 얼마전 꼭 읽어야겠다 생각한 우리 책, [세습중산층 사회]가 떠올라 바로 주문하였다.
마코비츠 책, [엘리트 세습]의 원제는 '능력주의 덫(The Meritocracy Trap)]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고도화는 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시기에 이르러 학력과 전문지식, 직업, 경제적 지위가 맞물린 테크노크라트에 가까운 집단을 대규모로 창출했다. 이들은 이전 세대인 50년대생과 비교해 전문직이나 대기업 내 관리직 비율이 높았다. 또 시대에 맞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추었기 때문에 1990년 중반 이후 금융과 IT 산업에서 1세대 엘리트층을 구성하게 된다... 또 386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보다 동일 연령대에서 자산 축적을 훨씬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은 '교육'을 통해 자녀에게 자신의 계층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 분투하면서 '세습중산층 사회'를 만들어냈다."
- [세습중산층 사회], '6장 세습중산층의 기원', 조귀동, 2020.
경제학 박사과정에서 '인적자본'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는 저자 조귀동은 [세습중산층 사회]에서 한국사회 기득권이 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와 그들의 자녀들인 '90년대생'들을 통틀어 '세습중산층'으로 본다. 이 책은 아마도 경제학 박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 나온 마코비츠의 [엘리트 세습] 못지 않게 온갖 수치와 그래프 및 수학적 비교분석이 대부분인데, 결국 '86세대'가 한국의 노동시장을 석권하고 부동산시장을 점령하였으며 그럼에도 자산 뿐만 아니라 90년대생 자녀들을 엘리트 교육시장에까지 진출시키면서 '중산층'의 지위를 세습하는 사회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조귀동의 '세습중산층'은 마코비츠의 '중산층'과 다르고 상위 엘리트층이 약간 확대된 것으로 보면 된다. 한 세대 전 '교육(명문대)'을 통해 전문직과 화이트칼라 금융직 등에 종사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들의 앞세대처럼 물적자산을 물려주기 보다는 효율성 높은 인적자산을 키워주기 위해 '교육'에 투자하는 점에서 그렇다. 한편 마코비츠의 '중산층'은 '세습중산층 사회'에서는 '중하위 80%'에 해당하는 계층 일반으로 보면 된다.
자녀들이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치열한 입시경쟁 '교육'에 투자하는 '세습중산층 사회'의 분석에 앞서 조귀동은 '노동시장' 분석부터 시작하여 20대 세대 분석, '세습중산층'의 기원인 '86세대' 분석, 그로 인해 세습되는 '계급의식'과 20대 정치성향 분석 등을 수많은 수치비교를 통해 전개하면서 '세습중산층 사회'의 진화를 예측한다.
조국 전장관 자녀 특혜 비리에 대해 분노한 20대라고 해봐야 그 사건을 통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위층 자녀들이고, 나머지 다수 20대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난 용'이었던 '86세대'가 부동산과 교육, 노동시장을 다 독식한 결과 그 비슷한 '중산층'의 삶을 물려받는 90년대생 자녀들 이후로는 이 망할 '세습중산층 사회'가 더욱 강화된다는 전망 앞에서는 그냥 책을 덮고 싶었다.
"오히려 문제는 명문대를 나오고,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사회적 인정과 경우에 따라 명망까지 가진 '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90년대생'인 자신의 자녀들이 적합한 '능력'을 갖추도록 독려하고, '교육' 제도를 잘 이용해 새로운 경제 여건과 시대 상황에 걸맞는 '인재'로 키워내는 데 성공하는 것 그 자체다."
- [세습중산층 사회], '에필로그 : 세습중산층의 진화', 조귀동, 2020.
[세습중산층 사회]의 저자 조귀동은 이런 '능력주의' 자체가 문제가 된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책의 결론(에필로그)에서 '기회의 평등'과 '누진적 조세'를 제안하는데 다수인 90%가 상위 10%가 접근할 수 있는 공공교육과 상위 10%의 소득에 대한 세금 확대가 그것이다. 결국 '능력주의'의 문제도 '교육'과 '직업(노동)'이며, 해법도 '교육'과 '노동(직업/조세)'에서 찾는다. '자본'이 만든 '능력주의'는 여전히 이윤을 찾아 우리 삶 전 영역을 헤맨다.
"'능력주의'는 귀족제도를 해체하기보다 재편해 부가 토지나 공장이 아닌 인적자본, 즉 숙련 노동자의 자유로운 형태로 존재하는 세상에서 카스트와 같은 계층질서를 만들어낸다... 능력은 능력으로 대체된 귀족의 가치처럼 자연스럽거나 보편적인 덕목이 아니라 앞서 존재한 '불평등'의 결과물이다. 능력은 인적자본의 착취를 정당화하고 부당한 분배를 눈가림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구조물이다."
- [엘리트 세습], '1부 3장 다가오는 계층전쟁', 대니얼 마코비츠, 2020.
피케티나 마코비츠나 조귀동 모두 '불평등' 문제에 주목하고 방대한 조사와 데이터 연구분석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한다. '불평등'의 토대가 자본주의 정치경제체제라는 근본적 분석에 동의하든 말든, 미국의 '엘리트-중산층' 대립이나 우리의 '86세대-90년대생' 세습관계 등의 계층이나 세대 분석적 접근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 준다. 그리고 그 다양한 분석들을 망라하는 변혁의 방식으로 이들 모두가 제출하는 것은 '연대'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자본'과 '시장'의 무한증식 팽창을 다수가 통제하기 위한 '노동'의 '연대'라면 더욱 좋겠다.
LG 자본에 의해 쫓겨나는 청소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능력주의의 덫'이든 뭐든 중요한 게 아니라 오로지 인간답게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노동'하는 다수의 광범위한 연대를 통한 '평등' 지향이라는 방향성이 없다면, 우리 사는 이 세계는 너무도 절망적이다.
***
1. [엘리트 세습](2020), 대니얼 마코비츠, 서정아 옮김, <세종>, 2020.
2. [세습중산층 사회], 조귀동, <생각의힘>, 2020.
3. [21세기 자본](2013), 토마 피케티, 장경덕 외 옮김, <글항아리>, 2014.
4. [자본과 이데올로기](2019), 토마 피케티, 안준범 옮김, <문학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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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rice1007 2021-02-13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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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세습 중산층 사회
현실 팩폭의 결정체!
2019년에 586세대와 20대의 세대갈등의 얘기가 많았고 그에대한 글도 많았다. 그러나 그때 이해 했다고 믿었던 것이 이 책을 읽고, 잘못 이해한 것은 수정되었다. 그리고 단순히 세대갈등으로 얘기하는 것은 본질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왜 20대 얘기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있지만, 이 세대의 문제 역시 중요하므로 진지하게 읽으게되었다.
이틀만에 다 봤는데,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최소한 두가지 부류가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평등한 신 계층사회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사람
.불평등한 신 계층사회를 확인하고 상위 계층에 머물기 위해 더 노력할 사람.
마지막으로 출판사에 너무 아쉬운 것 하나 언급한다.
수많은 자료와 도표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한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그래프의 선이 구분하기 너무 어려워 그 자세한 자료의 효용성 확 떨어진다. 너무 아쉽다. 그 자료를 준비한 저자가 안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부디 빠른 시일내에 도표의 가독성을 높인 개정판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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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 대해 말해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겠다"
이 책엔 숫자가 많이 나온다. 20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평균 소득, 한국 상위 10개 대학 졸업자와 지방대 졸업자의 평균 소득, 이들 부모의 평균 소득. 부모의 학력에 따른 자녀의 평균 소득. 해석을 읽으며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대입해보게 된다. 화이트칼라 부모를 가진 K, 학창시절 공부 대신 알바를 했던 J, 교육에 큰 관심 없는 부모를 둔 L. 책에 나온 상관관계가 마치 알고리즘처럼 맞아떨어진다. 낯선 사람도 그 부모의 소득과 직업, 학력만 알면 대략적인 졸업 대학과 연봉 수준은 쉽게 짐작 가능할 것이다.
60년대생은 한국에서 대학, 화이트칼라 직업 같은 자본을 가지고 자기만의 성을 만든 최초의 세대다. 자식 세대인 90년대생은 성의 안에서 이미 안온한 채로 태어나거나 성의 밖에서 영영 안락함을 꿈꿀 수 없는 상태로 세상에 나왔다. 성의 안과 밖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다. 경제자본, 인적자본, 사회자본의 교차적 불평등이 성의 수문장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60년대생에 의한 90년대생의 다중격차를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숫자들은 아프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0.01.21)
출판사 제공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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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날카롭고 신선한 시각으로 20대의 불평등 문제를 심도 있게 꿰뚫는 책이다. 기존의 분석들이 이전 세대와 다른 그들 특유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조명했다면, 이 책은 취업시장을 중심으로 불평등의 본질에 성큼 다가선다. 또한 세대로 묶어서 설명하던 그간의 크고 일괄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세습 중산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10’과 ‘90’으로 나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촘촘히 뜯어본다.
이러한 시도는 지금껏 이어져온 세대 담론과는 다른 관점과 접근 방식을 독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마주한 문제와 대안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모색할 기회를 선사한다. 한국 경제의 구조와 그 변화 과정에 대해 활발히 연구해온 저자가 치밀한 수집과 탄탄한 분석을 무기로 그려낸 『세습 중산층 사회: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다.
목차
프롤로그∥세습 중산층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0과 90의 사회│20대가 경험하는 다중의 불평등│2010년 이후 노동시장의 변화│글의 구성
1장 문제는 노동시장
한 번 외부자는 영원한 외부자│첫 일자리로 신분이 결정된다│첫 번째 관문은 명문대 진학│10퍼센트만이 번듯한 일자리를 갖는다│어느 때보다 극심한 경쟁을 경험하는 세대
2장 좁아진 중산층 진입의 문
달라진 취업시장│줄어든 대기업 일자리│내부자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여성의 약진│중숙련 일자리가 사라진다
3장 가려진 20대: 지방과 고졸
“공부 잘하면 치인트, 못하면 복학왕”│‘지방대생과 고졸자’라는 주변부│지방의 현실, 질 좋은 일자리가 없다│취업시장의 ‘시골’이 된 지방│탈산업화 쓰나미는 시작됐다│고졸은 우리 사회의 투명인간│미래가 없는 고졸 취업자│근로빈곤 상태에 놓인 청년들
4장 세습 중산층의 등장
20대의 불평등은 30대와 어떻게 다른가│다시 작동하는 ‘명문고’ 시스템│“중산층 자녀의 ‘인생’을 설계합니다”│중학교 때부터 드러나는 격차│노오오오오력도 계층 따라 간다│56년생 최순실의 자녀 vs. 65년생 조국의 자녀
5장 ‘정상가족’이라는 특권
결혼과 부동산에 나타난 계층 격차│남성 5명 중 한 명은 ‘노총각’으로 40대를 맞이한다│미혼을 강제당하는 하층 남성│여성, ‘완벽한 결혼’ vs. ‘비혼도 괜찮아’│부동산=세대+계층│세습 신분이 된 ‘서울 거주-2주택 보유 중산층’
6장 세습 중산층의 기원
60년대생은 무엇이 다른가│두 60년대생 이야기│대기업의 성장과 테크노크라트형 인력의 등장│‘승리의 역사’가 함께하는 60년대생의 근로 생애│성장의 또 다른 과실: 금융, IT와 대공장 생산직│학력-직업-경제적 지위의 결합
7장 계급의식의 형성
“나는 주인공 될 수 없는 영화 같았다”│G세대와 N포 세대의 공존│20대 남녀의 정치적 양극화? 그건 ‘세습 중산층’ 내부 이야기│불공정· 불평등에 대한 인식은 계급 문제
8장 ‘20대 남성 보수화’라는 신화
‘20대 남성’ 담론의 허실│2016 ~ 2017년 20대 ‘보수 이탈’ 분석│‘지지 정당 없음’의 등장│젠더 갈등과 SNS 배후의 ‘계급’│60대 건물주의 정당 vs. 50대 부장님의 정당
에필로그∥세습 중산층의 진화
세계 무대에서 펼쳐지는 명문대 졸업장 경쟁│고도성장의 끝, 세습 자본주의의 시작│저성장기에 더 치열해지는 ‘교육 군비 경쟁 ’│불가능한 프로젝트, 세대 간 양보│문제는 ‘60년대생’이 아니라 ‘세습 중산층’이다
주
참고문헌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메울 수 없는 격차가 발생한 핵심 원인은 노동시장에 있다.
P. 12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의 격차에 가깝다. “부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던 사회가 거의 전적으로 노동과 인적자본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된 사회로 바뀌었다”는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의 지적은 구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60년대생이 대학(특히 명문대) 정원 확대... 더보기
P. 33 20대 가운데 노동시장의 ‘내부자’로 진입하는 데 성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번듯한’ 또는 ‘괜찮은decent’ 일자리를 초임 기준 월 300만 원 이상을 주는 일자리라고 한다면, 2017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 7만 2,000명만이 내부자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동일 연령에서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의 11.... 더보기
P. 64 결국 2010년 이후 나타나는 대졸자 취업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번듯한 일자리’ 또는 ‘괜찮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서울 4년제 대졸자의 취업시장 여건이 크게 악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괜찮은 일자리의 수가 줄어들면서 그만큼 취업을 전후한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의 ‘내부자’가 될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더보기
P. 93 지방대 출신과 고졸 이하는 오늘날 청년 담론에서 거론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이들이 거론되지 않는 이유는 앞서 「복학왕」에 대한 반응에서 잘 드러난다. 그들은 ‘공부를 못해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고, 따라서 노동시장에서 갖는 열등한 지위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건 ‘품성’이 나쁘고 ‘노력’이 부족한 ... 더보기
P. 144 교과 외 활동은 이른바 ‘스펙’을 만들기 위해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들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 입시에서 사회 계층에 따른 기회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있던 항목이다. 결국 성실성, 성취동기, 자존감 등 ‘품성’이라고 이야기되는 비인지적 능력 격차가 부모의 계층에 따라 발생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집안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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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꼰대 세대는 고민이 많다. 나 또한 그러했고, 이는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채우려’ 하기보다는 ‘비우는’ 역할을 고민하는 나에게 사회의 새로운 동력이 되어야 할 오늘날 20대(90년대생)를 이해하는 일은 시급하고 절절했다. 정교한 분석과 냉철한 문제 제기로 무장한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고민이 풀렸고, 또 동시에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다. 다음 문제는 ‘세습 중산층’이다!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1인자를 만든 참모들》저자)
한국의 소득 상위 10퍼센트는 얼마나 부자일까. 2003년에는 전체 소득 중에 36.3퍼센트를 이들이 가져갔다. 2017년에는 50.7퍼센트로 뛴다. 한국은 ‘상위 10퍼센트의 나라’로 급격하게 미끄러졌다. ‘헬조선 담론’에서 ‘조국 대란’까지, 한국을 달군 시사 이슈는 불평등 구조에 뿌리가 닿아 있다. 이 책은 ‘세습 중산층’을 키워드로 시사와 구조를 한데 꿰어낸다. 묵직한 연구를 읽고 나니 현실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 천관율 (《시사인》 기자)
저자에 따르면 20대 문제의 핵심은 계층·계급 재생산에 있으며 20대 내부 격차에 따라 정치·사회의식 차이도 크다. 현실을 진단하는 예민한 탐침 같은 책.
- 2022년 청년 책의 해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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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2020년 1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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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2020년 1월 16일자
국민일보
- 국민일보 2020년 1월 16일자 '책과 길'
저자 및 역자소개
조귀동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5년 차 회사원. 그동안 한국 경제의 구조와 그 변화 과정에 대한 글을 써왔다. 경제가 어떻게 정치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거꾸로 정치와 사회가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주된 관심 분야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세습 중산층 사회》, 《전라디언의 굴레》, 《2022 한국의 논점》(공저) 등이 있다.
최근작 : <이탈리아로 가는 길>,<[큰글자도서] 전라디언의 굴레>,<전라디언의 굴레> … 총 1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오늘날 20대는 단일한 세대가 아니라,
10퍼센트의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90퍼센트로 이루어진 초격차 세대다”
2019년, 어김없이 뜨거웠다. ‘알쏭달쏭한 90년대생(20대)’에 관한 사회 차원의 관심과 탐구가 꾸준히 이어졌다. 시간이 흘러 ‘90년대생 마케팅’에 대한 반발과 세대론 논쟁 등으로 화두가 옮겨가기도 했으나, ‘90년대생’을 주어로 한 흐름은 이미 사회 곳곳에서 어엿한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반증하듯, 취임 35일 만에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90년대생’은 또다시 소환되었다. 해당 사안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키워드 못지않게 집중 포격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불평등’ 이슈였고, 그 가운데 특히 주목을 받은 세대가 그들이었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에서 ‘90년대생의 불평등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고, 진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음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여기, 이 절실한 부름에 응답하며 날카롭고 신선한 시각으로 한층 심도 있게 20대의 불평등 문제를 꿰뚫는 책이 출간되었다. 기존의 분석들이 이전 세대와 다른 그들 특유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조명했다면, 이 책은 취업시장을 중심으로 불평등의 본질에 성큼 다가선다. 또한 세대로 묶어서 설명하던 그간의 크고 일괄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세습 중산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10’과 ‘90’으로 나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촘촘히 뜯어본다. 이러한 시도는 지금껏 이어져온 세대 담론과는 다른 관점과 접근 방식을 독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마주한 문제와 대안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모색할 기회를 선사한다. 한국 경제의 구조와 그 변화 과정에 대해 활발히 연구해온 저자가 치밀한 수집과 탄탄한 분석을 무기로 그려낸 『세습 중산층 사회: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다.
‘80년대 학번-60년대생’ 부모와 90년대생 자녀,
세습 중산층을 파헤치다!
세습 중산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녀의 입시 및 장학금 의혹과 관련해, 가장 크게 분노를 표출한 집단은 이른바 명문대에 재학 중인 중산층 가정의 20대였다.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졌고, 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울분을 토했다. 반면, 명문대 바깥에 자리한 20대 대다수는 시종일관 침묵하며 ‘남의 일’이라는 무기력한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조국 대전’에서 중산층의 분노와 다수의 냉소로 20대가 양분된 현상은, 그들이 경험하는 불평등의 양적·질적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책은 말한다. 요컨대 오늘날 20대는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생활세계에 놓였으며, 이전 세대와는 다른 복합적인 불평등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불평등 구조의 위계 서열에서 자리하는 위치는, 그들의 부모가 어떤 계층 또는 계급에 속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부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던 사회가 거의 전적으로 노동과 인적자본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된 사회로 바뀌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구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지적으로, 90년대생의 불평등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부모 세대인 ‘60년대생’부터 살펴야 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60년대생은 특별한 세대다. 한국 사회에서 학력, 소득, 직업, 자산, 사회적 네트워크 등 다중격차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세대이기 때문이다. 586세대는 대학(특히 명문대) 정원 확대, 경제 호황기 노동시장 진입, 수출 대기업의 급성장과 그로 인한 노동소득 증가·자산가격 급등에 힘입어 탄탄하고도 찬란한 세습 중산층의 1세대를 이루었다. 책은 이들 ‘80년대 학번-60년대생’과 ‘학번 없는 60년대생’의 차이가 이전과 다르다고 서술한다. 직전의 ‘학번 없는 50년대생’이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할 여력이 있었다면 ‘학번 없는 60년대생’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일부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들을 제외하면) ‘번듯한 일자리’의 대부분을 대졸자가 고스란히 차지한 까닭이다. ‘80년대 학번-60년대생’은 이렇듯 학력과 노동시장의 지위를 기반으로 IMF와 2000년대를 거치며 나머지 ‘학번 없는 60년대생’과 다중적인 격차를 점점 더 벌려 나갔다. 그리고 이들이 교육 투자뿐만 아니라 문화적 역량과 사회적 네트워크 등 무형 자산을 이용해 90년대생 자녀 세대에게 동일한 지위를 물려주면서 세습 중산층의 2세대가 만들어진다.
책은 세습 중산층을 토대로, 한국 사회에서 20대 문제의 핵심은 계층 또는 계급의 재생산이라는 사실을 짚으며 그들 내부의 격차를 조심스러우면서도 체계적으로 파헤친다. 최근 20대 문제를 살피면 이면에 ‘젠더 갈등’과 ‘20대 남성 보수화’를 중심으로 한 이슈가 많다. 책이 제시하는 숫자와 저자의 논거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노동시장 진입 기회, 불평등 강화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성별이나 계층에 따라 정치·사회의식이 상이하다는 점을 토대로, 오늘날 20대는 하나의 세대로 묶을 수 있는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초격차 세대’라는 사실을 목도한다. 불평등 확대와 격차 고정 상황에서 겪는 경험의 이질성이 정치·사회의식에 영향을 미쳐 ‘계급의식’이라 부를 만한 세계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까닭이다. 이러한 분석은 20대 문제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주요 이슈가 불거지게 된 동력을 알아보는 데는 충분하고도 분명한 근거가 된다. 그와 동시에 한국 사회에 공고하게 자리 잡은 ‘10과 90의 사회’의 민낯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데 톡톡히 기여한다.
20대가 경험하는 다중의 불평등:
10퍼센트만이 차지하는 ‘번듯한 일자리’
세습 중산층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피고자, 저자는 20대의 취업(노동시장 진입) 과정과 취업 직후 생애주기에서 그들이 겪는 경험에 착안한다. 노동시장 진입은 직업적·계층적 지위를 결정하는 과정이면서, 이전에 이루어진 인적자본 투자의 결과물이다. 책은 노동시장을 크게 ‘1차 노동시장(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고임금-높은 고용 안정성)’과 ‘2차 노동시장(중소기업·비정규직의 저임금-낮은 고용 안정성)’으로 나누고,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한 이들의 비중이 2010년 이후 10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1차 노동시장, 요컨대 번듯한 일자리를 초임 월 300만 원 이상이라고 가정할 때 2017년을 기준으로 동갑내기들 중 약 10퍼센트에 해당하는 7만 2,000명만이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갔다. 이렇듯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세습 중산층의 1세대는 경제력만이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 문화자본을 바탕으로 10퍼센트에 해당하는 번듯한 일자리를 ‘능력의 차이’로 포장해서 세습 중산층의 2세대에게 물려주었고, 이렇게 굳어지는 격차 고정은 이후 결혼과 자산 축적 등 생애주기 전반을 결정한다는 것이 책이 말하는 핵심적인 주장이다.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은 각각 ‘내부자(Insider)’와 ‘외부자(Outsider)’로 치환했을 때, 그 단어가 갖는 의미가 한층 생생하게 살아난다. 어느 조직이건 한 번 ‘아싸’가 되면 ‘인싸’가 되기 어렵듯이, 노동시장에서도 한 번 외부자가 되면 내부자로 승급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2004~2006년까지만 해도 중소기업 근로자 가운데 3.5퍼센트가 1년 뒤 대기업으로 이직했는데, 2013~2015년이 되면 2.2퍼센트로 그 비율이 줄어들었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출신 학교’는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데, 내부자와 외부자를 가르는 중요한 기로인 까닭이다. 내부자와 외부자의 극심한 차이는 중세 유럽 도시의 ‘성 안 사람’들이라는 표현에서 ‘부르주아지(bourgeoisie)’라는 신분을 가리키는 용어가 나왔던 것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노동시장과 관련한 논의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2010년 이후 나타난 변화다. IT 기술의 도입과 확산에 따라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범용 사무직을 중심으로 대기업의 번듯한 일자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문과를 중심으로 서울 4년제 대졸자의 취업 여건이 크게 악화했고, 그중에서도 번듯한 일자리를 얻는 성별 비율에서 남성이 가파르게 감소했다. 서울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여성의 비율이 늘어나고, 노동시장에서 성별에 따른 남성 우위가 사라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특히 중산층 배경을 가진 남성이 극도로 경쟁적인 상황으로 내몰린 상태는 이들 집단에서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젠더 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기초를 이룬다. 책은 오늘날 20대가 이렇듯 ‘성 안’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을 이전 세대보다 더 치열하게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쟁 과정에서 성별, 계층별, 학력별, 거주 지역별로 누가 더 ‘기회’를 잃고 누가 ‘선방’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운명은 갈린다. 불평등한 20대의 현실에 숨어 있던 ‘진짜’ 문제는 “일자리의 양이 적은 것이 아니라 번듯한 일자리 창출이 적은 것”이었다. 책이 제시하는 데이터를 따라가면, 상대적으로 2차 노동시장의 일자리 수나 여건은 그리 나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대가 경험하는 다중의 불평등:
결혼과 부동산이 보여주는 ‘정상가족’이라는 특권
저자는 세습 중산층의 자녀가 번듯한 일자리를 독식하는 게 2019년의 20대가 1999년 또는 2009년의 20대와 다른 점이라고 밝힌다. 심화된 격차 고정은 결혼, 주택 등 생애주기에서의 기회에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결혼과 부동산 문제는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격차 심화의 결과이면서 그와 동시에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요컨대 20대가 경험하는 격차는 대학 졸업장, 일자리 종류, 소득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가족 형성과 자산 축적이라는 ‘취업 이후의 삶’을 판가름하는 주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20대의 특징 중 하나는 소위 ‘정상가족’에 대한 인식이 이전 세대와 다르다는 데 있다. 남성과 여성이 만나 결혼하고, 한두 명의 자녀를 낳아 양육하며, 주택 소유주가 되는 정상가족을 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본인의 능력이 아니라 ‘출신 계층’에 달렸다는 걸 인지한 까닭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지원이 절대적이라는 점은, ‘독립적 20대’라는 개념이 더는 공고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특히 중산층에게 가족주의는 정상가족의 재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라고 책은 말한다.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을 전제로 하는 기존 20대 담론의 주된 접근 방식과 달리, 재생산을 위한 보급기지 또는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의 제공처로서 그들에게 가족의 존재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4인 단위 핵가족을 꾸리는 일 자체가 ‘울타리’ 안에 있는 중산층의 특권적 행위가 된 것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한겨레21」·글로벌리서치가 2018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20대 내부에 이른바 ‘G세대(글로벌 세대)’와 ‘N포 세대’가 공존함을 보여준다. G세대는 「조선일보」가 2010년 당시 20대를 정의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으로, 자신감 넘치고 희망에 찬 태도가 특징이다. 한편 N포 세대는 2011년 「경향신문」이 만든 신조어인 ‘삼포세대’가 그 어원으로,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청년층을 의미하다가 이후 ‘N가지를 포기한 세대’로 확장되었다. 결혼 및 주택시장에서 부유한 20대와 그렇지 않은 20대의 격차는 크다. 책의 핵심 주장이 그러하듯, 20대의 노동시장 진입 경험과 결과가 근본적으로 계층에 따라 다르기에 발생하는 일이다. 따라서 N포 세대는 20대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부유하고 유능한 부모를 둔 20대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20대에 해당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고도성장의 끝, 세습 자본주의의 시작”
2020년 이후, 한국 사회를 준비하다
책은 90년대생의 불평등 문제에 천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그들의 부모 세대이자 세습 중산층의 기원인 586세대에 대한 고찰도 잊지 않는다. 대관절 60년대생은 무엇이 달랐기에, 그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이토록 큰 불평등을 불러왔는지 조목조목 파헤친다. 80년대 학번-60년대생은 1980년을 전후한 대기업의 성장 및 발전과 그에 따른 기업의 ‘테크노크라트’ 수요 폭발의 파도를 타고 성장한 집단이다. 이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하자마자 대기업과 각종 전문직 집단의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두터운 중간층을 형성했다. 이후 IMF 외환위기로 바로 윗세대가 구조조정되자 관리자 직군까지 진출해 지금까지도 롱런하고 있다. 2000년대 한국 자본주의의 질적 발전과 수출 대기업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는 금융·IT 등의 신산업에서 ‘1세대’ 또는 ‘핵심 그룹’의 지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질적 발전이 멈추기 시작하면서 터져 나왔다. 고도성장이 끝나면서, 피케티가 말한 자본수익률이 소득성장률을 압도하는 세습 자본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세대론 담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586 양보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2019년 하반기 들어 586세대에 대한 비판이 이곳저곳에서 봇물처럼 쏟아졌다. 비판의 핵심은 이들이 기득권이라는 것이었고, 따라서 세대 집단으로서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논의에서 ‘계층 세습’은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는다. 절차의 불공정이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불평등 또는 능력 배양에서의 불평등이 진정한 문제라는 것이다. 『세습 중산층 사회』는 ‘세대’와 ‘공정’이 아닌, ‘세습’이 진짜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양보와 공정이 아니라, 의무와 공평이다. 시작 단계에서부터의 공평과 이를 위한 세습 중산층의 경제적·사회적 의무 부담 말이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20대가 진입하는 노동시장의 특성을 개관한다. 2장에서는 2010년 이후 20대가 노동시장 진입 당시 겪는 ‘경험’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고, 3장에서는 교육이 어떻게 세습 중산층 지위를 유지하는 불평등 제조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핀다. 4장은 ‘90퍼센트’에 해당하는 지방 소재 대학생과 고졸자에 대한 논의다. 5장은 취업 이후의 생애주기 과업인 결혼과 주택 구입 등에서 나타나는 계층 분화 양상을 분석한다. 6장은 현재 90년대생의 다중격차가 부모 세대인 60년대생의 역사적 특수성에서 기인했음을 다룬다. 7장은 오늘날 20대의 세계관이 성별에 따라, 계층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에 주목한다. 8장은 그러한 세계관의 차이가 어떻게 가장 표층의 정당 지지에 영향을 주는지를 다룬다.
혼돈의 2019년을 거치며 올 4월 치러질 총선 전망은 안개 속을 걷고 있다. 역시나 가장 주목받는 세대는 20대다. 2018년 이후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20대 남성 보수화’론이 터져 나왔는데, 이와 같은 흐름에는 적잖은 결함이 있다고 책은 말한다. 정치적 지지율 추이를 살피면 20대 남성이 유독 최근에 보수화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비교대상 집단인 20대 여성의 정치 성향이 과거에도 진보적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인다. 어느 한쪽의 현상만 살펴서는 20대 정치의식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까닭이다. 또한 이전 세대보다 훨씬 큰 계층 간 격차 속에서 살아가는 20대는 가령 같은 남성이라고 해도 중상위층에 속한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메커니즘이 계층에 따라 상이하다. 한마디로 오늘날 20대는 극도로 계층화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으며, 따라서 계층별로 생활세계에서 겪는 경험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20대의 불평등 문제를 낱낱이 파헤친 이 책은 ‘지방대생과 고졸자’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주변부를 살피는 일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구체적이면서도 방대한 데이터와 그 속에서 건져낸 명확하고도 통렬한 분석은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으로 20대를 바라보게 한다. 어느 세대보다 복합적인 불평등을 경험하는 20대를 제대로 알기 원한다면, 이 책은 더없이 유효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문제는 그 원인을 정확히 인식하는 데 해결의 단초가 있다. 2020년, 문제는 ‘60년대생’이 아니다. ‘세습 중산층’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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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사모 2020-01-19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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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0세는 한 묶음으로 묶일 수 없다고 하면서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라며 90년대생을 한 묶음을 묶을까? 읽다보면 한 묶음으로 묶지는 않았지만...
나무처럼 2020-03-01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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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빨간모자 2022-12-25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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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세습 중산층 사회
mailbird 2020-01-23 공감(2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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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의 세습과 불평등에 대한 보고서
확실히 난 좀 게으르다. 뭐든 뒤로 미루는 습관이 있다. 그러다보니 꼭 한 발짝씩 늦는다. "세습중산층사회"를 손에 쥔 게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여직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글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성공작이 될 줄 알았으면 진작 느낌이라도 올려놓을 걸.
하지만 느려서 좋은 것도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다른 이들의 글을 보다가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볼 수 있겠구나라는 걸 알면서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독한 부분도 발견하게 된다. 만일 진작 내 생각을 올렸었다면 아마도 그 오독은 치명적으로 내 글읽기의 한계를 드러내보이는 흠결이 되었겠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자기위안일지 모르겠지만 게을러서 좋은 면도 없진 않은 듯 하다.
때를 넘겨 잊고 있었다가, 프레시안에 올라온 장석준의 서평을 보게 되었다. 책도 읽을만 하고 이 서평도 읽을만 하다.
프레시안: 문제는 세대가 아니라, 세습이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장석준 칼럼에 대해 좀 언급을 해야겠다. 대체적으로 글의 방향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짚어야할 부분이 있다. 우선 그의 서평 시작부분. "작년부터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를 '세대'라는 틀로 설명하거나 진단하려는 시도가 유행하고 있다."라고 장석준은 글을 시작한다. 그는 그 근거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대 남성'의 지지철회-대열이탈과 조국 사태 이후 각계의 진단을 들고 있다. 아마도 이런 시대적 사조 속에서 세대를 준거로 불평등문제를 거론하는 추세가 강화되었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불평등문제와 세대문제를 연관시켜 이야기하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왔다. 시기의 문제를 따지는 것이 얼핏 보면 중요한 문제가 아닌 듯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불평등의 문제를 세대론과 결부시켜 논의해왔던 한 흐름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왔고, 일부에서는 이를 고착화시키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정치권이었다.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꽤 오랫동안 정치권에서는 먹고 살만한 기성세대와 죽고 못사는 청년세대를 대립시키면서 자신들이 청년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식으로 지지를 구했다.
불평등은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라는 걸 이야기했던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배척당하기까지 했다. 철지난 이념논쟁을 재론하는 구좌파 취급을 받으면서 말이다. 특히 소위 386과 그 이후 세대 간의 대결구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정치적 선명성을 부각받고자 하는 자들에 의해 계급문제를 거론한 사람들이 오히려 문제아 취급을 당했다. 이게 우파들만이 그런 게 아니고 소위 좌파들조차도 그러했다. 우파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쪽과 친연한 사례로는 변희재의 '실크세대론'이 있겠다. 좌파쪽에서는 특정한 네이밍을 하지 않았으나 N포 세대 문제 등의 문제가 결국 세대 간 격차로 인한 것인냥 포장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했었다.
그런데 이 지난한 과정이 내포하는 가장 큰 문제는 계급문제를 희석시키거나 부차적 문제로 전락시켜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촛불 정국에서도 그렇고 그 이후 문재인 정권의 행보에 대해서도 그렇고 좌파는 좌파다운 대응을 하지 못한 채 민중의 뜻 운운하면서 시류에 휩쓸리기 바빴다. 그러다가 조국 사태가 터진 후 겨우 계급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할 뻔했지만 이게 또다시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서 흐지부지 되었다.
장석준은 칼럼의 모두에 작년부터 불평등을 세대라는 틀로 설명하려는 측과 그에 대응하여 계급 또는 계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봇물처럼 터진 논의"가 이루어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런 관점은 그동안의 경과를 제대로 파악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닌 말로 내가 이 블로그를 비롯해 온갖 도처에다가 세대론은 결코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이 될 수 없다고 이야기한 게 물경 20년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그 소리 했지만 시대에 뒤처진 낙오자들의 신세한탄정도로 치부되었고.
책으로 돌아오자면, 나는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결정적인 부분으로 제3장과 제6장을 들고싶다. 총론적 평가와 결론부분 및 그 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장석준의 칼럼을 비롯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고 있으며 대부분 나도 그들의 의견과 다르지 않으므로 더 말을 보탤 필요는 없겠다. 다만, 이 제3장과 제6장은 내 경험과 비교해도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에 좀 더 살펴본다. 물론 개인적 경험이 자의적 사고를 넘어 객관성을 확보하긴 어렵겠지만, 어차피 이 책에 나온 이야기를 부연하는 수준에 불과하니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라고 보고.
제3장은 대학의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 또는 대학이라고 들어갔지만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노동시장에서도 부수화되거나 심지어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조차 제한된다. 존재하고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자들이 되는 거다. 여기엔 부모세대로부터 물려받는 학력의 세습문제, 지방의 낙후와 소외의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지방'은 돈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오늘날 '청년세대'가 가지고 있는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이런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있었고, 기실 그들의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앞에 세대가 어쨌길래? 그래서 연결되는 게 제6장이다. 제6장에서는 현재의 '청년세대'와 구분되는 '장년세대', 즉 현재의 '청년세대'의 아버지뻘이 되는 60년대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세대에서 역시 대학을 간 자와 못 간자, 서울에 있는 자와 지방에 있는 자의 격차가 있었고, 그 격차 또한 그 이전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오늘날 '청년세대'의 문제와 어떤 부분이 다른가?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이렇게 내놓고 있다.
"A씨와 B씨의 차이는 결국 1980년대에 '대학 진학이 가능했느냐'에 따라 결정적으로 갈렸다. 당시에도 대학 진학을 지원할 수 있는지는 그들 부모의 경제력, 즉 계층이 결정하는 문제였다. ... 1960년대생의 노동 생애에서는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서 일하거나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집단에 속하지 않을 경우, '역전'의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185쪽.
내가 다닌 공고에는 머리 좋고 공부 잘 하는 친구들이 수두룩빽빽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들 대부분은 어디 내놔도 머리 나쁘다는 소릴 들을 애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공고를 들어왔고 공장으로 흩어졌다. 왜? 가난하니까. 어느 건물 지하 보일러실에 6식구가 월세를 살면서 그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 제대로 잠을 못자 퀭한 눈빛만 남기며 온 가족의 몸이 망가져가던 집구석의 친구놈이 다른 친구놈 집이 있는 판자촌 고개를 올라가면서 야이 판잣집 사는 놈아~!라고 농담 따먹기를 할 정도로 가난했던 놈들이었기에 대학 따위는 꿈도 못 꾸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제 중년이 넘어가는 그들은 인문계고등학교 나와서 서울에 있는 4년제 들어간 다른 친구들이 대기업 정년을 코앞에 두면서 연금을 이야기하고 자식들을 유학보낸 뒷바라지 이야기하는 동안 어떻게 입에 풀칠하면서 살아야 할지를 걱정한다. 다들 60년대 생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가방끈을 좀 길게 늘인 편인데, 나 역시도 늦게 진학을 했더니만 진도 따라가기 벅차고 등록금 대느라 정줄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돈나올만한 구멍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 또래들은 이미 졸업을 한 뒤이고, 이것들이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는 그것이 운동권 네트워크든 사업상의 네트워크든 간에 내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는데, 나중에 졸업하고 나서도 이게 이어져서 정치활동을 하는 와중에도 학교 따라 사람이 갈리고, 운동계열에 따라 계파가 모이는데 나 같은 사람은 낄 자리가 없었다. 그럴 정도니 대학문턱도 가보지 못한 이 세대 일원들에게 '386'이라는 말은 그냥 대학간 놈들끼리 어울리자는 말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고 노회찬 의원이 '386세대'가 아닌 '306세대'의 문제를 거론했던 일이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듯 그 또래에서 '8'자가 빠진 사람들, 이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그냥 그림자로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림자일 뿐인 그들의 역할은 그들의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이것은 세대의 문제인가?
이 책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불평등이 '세습'되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제3장과 제6장을 같이 놓고 보자. 이 '세습'의 기원과 과정과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여러 대안들이 있다. 저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게, 이미 그와 유사한 이야기들을 지난 수십년 간 꾸준히 해왔다. 나도 그렇고 프레시안에 서평 올린 장석준도 그렇고. 그러니 대안에 관한 이야기는 책과 장석준의 서평을 다시 들여다보면 되겠다. 아니 그렇게 오랫동안 여러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해왔는데 왜 안 바뀌는 건가?
조국 사태를 통해 왜 이 대안들이 현실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되었다. 조국도 그랬고, 이 땅의 정의를 독식하고 있는 저 '86'들이 그랬듯, 저들도 언젠가는 계급과 평등을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자신들의 계급에 안주하면서 그 계급 안에서의 평등을 구가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동류세대 전체를 대표한다. 마치 그 세대 전체가 그들과 똑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유발하면서 말이다. 진작에 깨졌어야 할 구조가 그 구조를 깨겠다고 나섰던 자들에 의하여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걸 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저들 86만이 아니라 저들과 똑같은 양태를 보이고 있는 자들, 소수의 특권층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대표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국익'과 등치시키는 자들의 카르텔을 부술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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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2020-02-06 공감(1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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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세습 중산층 사회
조국 이슈가 불거지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싯점에서 왜 이렇게 다양한 분노와 갈등 그리고 지지가 형성되는가에 의문을 가졌다. 특히나 2~30대의 다양한 의견들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 왜 그들은 여러갈래의 목소리를 내는것인가?
얼마 전 비슷한 세대의 후배와 밥을 먹으면서 이 친구가 다가오는 총선에서 20대의 보수화 경향에 대해 비판을 하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름 의문이 풀렸기에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미약하게나마 설명해줄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해드린다. 책의 내용이 괜찮아 다소 길게 인용해볼 예정인데 관심이 있다면 읽어주시길 바란다.
일단 조국 전 장관의 이슈에 대한 작가의 의견을 살펴보자. 상당히 공감이 가는 의견이 아닐 수 없다.
˝조 전 장관 자녀에 대한 분노는 그와 경쟁 관계에 있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명문대에 재학 중인 중산층 자녀들을 중심으로 터져나왔다. 조부모와 부모가 일구어놓은 재력과 인적 네트워크, 경우에 따라 위법·탈법 의혹을 받을 수도 있는 방법까지 써 일종의 추월 차로를타며 중산층 자녀 교육의최고 목표인 의대에 입학한 것은 그들이 보기에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명문대와 의사양성소 입시에서 불공정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문대 바깥의 20대는 시종일관 침묵하면서 남의일이라는 무기력한 반응이었다. 그나마 지방 국립대 중 대기업취업률이 가장 높은 경북대 학생회가 장관 후보자 시절인 8월말 한 차례 성명서를 발표했을 뿐이다.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논란에 대해서 20대는 이슈 초기 국면부터 부정적이거나 냉소적 이었으며, 시간에 따른 부정 평가의 등락도 초기에 다른 연령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부정적 반응을 내놓은 뒤 큰 변동이 없었다. 20대는 조국 수호를 외친 4050의 서초동에도 조국 사퇴를 부르짖은 6070의 광화문에도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따라서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1퍼센트와 99퍼센트의 격차가 아니라 10퍼센트와 90퍼센트의 격차에 기인한다. 그리고 그 격차는 단순히 임금의 격차가 아니라 생애주기 전반의격차다. 변호사, 의사와 삼성전자, 우리은행 직원의 생활세계내 격차는 크지 않지만, 그들과 중소기업 노동자 또는 비정규직의 격차는 감히 메울 수 없을 정도로 넓고도 깊다. 20대가 계급불평등을 경험한다면 현대판 부르주아지인 10퍼센트와 나머지 90퍼센트의 불평등인 것이다.˝
결국 불평등의 원인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라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사실 6~70대의 과거 향수에 기인한 막무가내의 의견들은 어차피 그들이 사라져갈것이기에 크게 신경쓰이지 않지만, 젊은 새대들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작가가 지적하는 적폐 새대에 해당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흥미롭게 읽어줬다.
˝이 80년대 학번-60년대생인 중상위층은 학력과 노동시장의 지위를 기반으로 부를 축적하면서, 나머지 학번 없는 60년대생과 다중적인 격차를 벌렸다. 그리고 이들이 교육 투자뿐만 아니라 문화적 역량, 사회적 네트워크 등 무형 자산을 이용해 자녀세대(90년대생)에게 동일한 지위를 물려주려고 나서면서 중산층지위의 세습이라는 결과가 빚어지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중산층이 부자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소득분위 하층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고, 이러한 현상이 계속 반복되어갈수록 계층의 고착화가 이루어질것을 예상할 수 있다.
˝사회회경제적 지위의 향상 가능성이 없는 하위 90퍼센트에 속 한 20대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부모 세대인 50대를 불신하는 것이다. 그들이 상위 10퍼센트에 속한 50대~80년 대 학번~60년대생 남성의 진보 담론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20~30 특히 20대 남성은 보수화된 거 니라 비당파화 partisan 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 젊은 세대들은 보수화라기 보다 비당파가 된다는 의견이 더욱 적확해보인다. 어차피 남의 나라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책에 지방 소재 4년제 대학 출신의 25세 여성 A 씨의 사례가 소개된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월 소득이 106만 원인 그는 ‘저는 극한 상황이라 월 150만원이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토익 점수가 있으면 월 180만원만 넘었으면 좋겠어요. 200만원 넘는 건 안 바라요‘라고 말한다. ‘근로 조건은 주 5일이면 돼요. 주말만은 제발 쉬었으면 좋겠어요. 계약직도 괜찮아요.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배울수 있는게 정말 많거든요‘라는게 A 씨의 소박한 희망이다.
A씨는 당장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의 일자리를 잡았다. 부모를 포함한 가족 4명이 30m²(9.1평) 정도 면적의 다가구 주택에서 사는데, 독립은 언감생심이다. 당연히 결혼 등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세습 사회에서 밑바닥을 깔고 있는 20대들의
꽤 전형적인 모습이다.˝
나아가 586 이란 단어는 단순히 세대를 가리키는게 아니라 80년대 학번인 60년대생으로 대기업 화이트칼라로 일하는, 세습 중산층의 첫 세대를 가리키는 계급적 지위를 의미하고 이들이 육성하는 자녀들은 이런 특성을 가진다고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집안 좋은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는 속설은 정말로 참이다. 양육 환경이 좋은, 즉 부모가 경제력이 있고 학력이나 직업 등 사회적 지위도 뒷받침되는 계층의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는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비인지적능력도 다른 계층의 자녀들 보다 더 뛰어나다. 그리고 비인지적 능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대치동 학원가 등을 통한 교육 투자는 결실을 맺는다. 노력은 실력이 아니다. 계층이다.˝
˝결국 한국에서 90년대생들은 전문직이나 대기업 일자리를가진 부모가 확보한 경제력과 사회적 네트워크, 문화자본을 바탕으로 명문대 졸업장과 괜찮은 일자리를 독식하는 세습 중산층의 자녀 세대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이 이전 세대가 경험한 불평등과 질적으로 다른 이유다.˝
이래서 조국 전 장관의 이슈에 대해 20대가 보여준 시각의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려가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책에서 더욱 참고할만한 내용들을 올려본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 심화는 최상위 1퍼센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소득자의 소득 몫이 집중적으로 커졌던 2003~2006년 기간에 최상위 1퍼센트의 몫은 2.9퍼센트포인트(9.3퍼센트→12.2퍼센트) 늘어났고, 상위 1~5퍼센트는 4.2퍼센트포인트(14.9퍼센트→19.1퍼센트), 상위 5~10퍼센트는 3.4퍼센트포인트(12.1퍼센트 15.5퍼센트) 늘어났다. 2000년대 중반의 불평등 확대의 핵심 원인은 최상위 1퍼센트보다 오히려 중상위층(상위 10퍼센트)의 소득 몫 증가였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제시하는 정치기획이나 이데올로기는 능력 본위 경쟁을 내건 교육 취업 게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창출하고, 승리를 독식하는 이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른바 적폐 청산등의 어젠다는 20대의 생활세계에 영향을 주지 못할 뿐더러 50대 중상위층의 우월적 지위를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즉, 지금의 20대가 586의 정치 기획에 냉소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세대 차원의 기득권을 가졌거나 상류 계급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불공정한 게임의 핵심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제시하는 정치 기획이나 이데올로기는 능력 본위 경쟁을 내건 교육 취업 게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창출하고, 승리를 독식하는 이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른바 적폐 청산등의 어젠다는 20대의 생활세계에 영향을 주지 못할 뿐더러 50대 중상위층의 우월적 지위를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즉, 지금의 20대가 586의 정치기획에 냉소를 보내는 것은 단순히 세대 차원의 기득권을 가졌거나 상류 계급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불공정한 게임의 핵심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보수와 진보의 스테레오타입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보수가 60대 중반 이상의 건물주라면 진보는 50대 초중반의 대기업 부장 또는 임원이다. 60대 건물주가 20대에게 요구하는 것은 높은 월세 정도로, 자산 소유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착취 관계다.˝
˝하지만 50대 초중반 고참 부장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경제적 교육 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기업체 인턴 기회를 알아봐주는 등 사실상 경쟁자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이 60대 중반 건물주를 상대로적폐 청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설득력을 가질 리 만무하다. 비싼 월세는 화가 나긴 하지만 돈을 벌어서 지불하면 되는 문제다˝
결론부분에서는 장차 어떻게 가야되는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한 격차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상위 10퍼센트에 속하는 세습 중산층은 그 격차를 능력의 차이로 포장하며, 자신의 자녀들에게 적극적으로 계층 지위를 물려주고자 노력한다. 그 불평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생하고, 사회적 계층이동을 가로막는지 정확히 인식하는 데에 해결의 단초가 있을것이다.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의 격차에 가깝다. ‘부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던 사회가 거의 전적으로 노동과 인적자본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된 사회로 바뀌었다‘는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의 지적은구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60년대생이 대학(특히 명문대) 정원 확대, 경제 호황기 노동시장 진입, 수출 대기업의 급성장과 그로 인한 노동소득 증가, 자산 가격 급등에 힘입어 세습 중산층의 1세대를 이루었다면, 90년대생은 그들의 교육 투자로 만들어진 세습 중산층의 2세대다.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의 본질은 부모 세대인 50대 중산층이 학력(정확히는 학벌)과 노동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그들의 자녀에게도 동일한 학력과 노동시장 지위를 물려주는 데있다. 세습 중산층의 자녀가 번듯한 일자리를 독식하는게 2019년의 20대가 1999년 또는, 2009년의 20대와 다른 점이다. 이렇게 심화된 격차 고정은 결혼, 주택등 생애주기에서의 기회에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결혼과 주택 문제는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격차 심화의 결과이면서 그와 동시에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결국 다른 세대보다 조금이라도 더 혜택 받은 586세대의 적극적인 참여와 희생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러가지면으로 흥미로운 책이다.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다시 한 번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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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티 2020-03-29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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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의 덫을 벗어나는 다수 ‘노동‘의 연대 - 한국식 ‘능력주의‘
'능력주의'의 덫을 벗어나는 다수 '노동'의 연대
- 미국의 [엘리트 세습]과 한국의 [세습중산층 사회]
"신소유주의(신자유주의)는 주로 과도한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와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능력주의' 언술은 경제체계의 승자를 찬양하며 패자를 본인의 능력과 덕성과 근면의 부족 탓이라고 간주하고 매도한다. 이것은 당연히 오래된 이데올로기로, 모든 엘리트가 어떤 풍토에서든 자신들의 입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활용해온 것이다...
...
'불평등'은 무엇보다도 '이데올로기'적이다. 현재의 신소유주의는 19세기 초의 고전시대 소유주의와는 다르게 더 이상 명시적으로 '납세유권자'적일 수 없기에 그만큼 더 '능력주의'를 고취하려 한다."
- [자본과 이데올로기], '3부 20세기의 거대한 전환 - 13장 하이퍼자본주의 : 현대성과 의고주의 사이에서', 토마 피케티, 2019.
2013년에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을 통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갈수록 높아지는 자본주의 정치경제 체제는 "과거가 미래를 먹어치우는([21세기 자본], <결론>)" 사회라 규정하며 현대의 '불평등' 문제에 천착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19년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좀더 좌파적인 시선으로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정치경제 체제를 '신소유주의'로 부르며 분석한다. 그가 추적하는 '불평등'의 기원은 가치증식(이윤)을 위해 '형성기'에는 "위험추구적이고 기업가적([21세기 자본], <2부 3장>)"이나 "충분히 축적되면... 늘 지대로 바뀌는 경향(같은책, 같은장)"으로 '변신'하는 자본이다.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규정한 자본의 본질은 '끊임 없는 자기증식 운동'인데 피케티는 이 운동형태의 '지대추구성'을 보며 '자본의 변신(같은책, 같은장)'을 갈수록 심화되는 현대 '불평등'의 한 조건으로 전제한다.
피케티의 '신소유주의(신자유주의)' 분석에는 여러 개념이 사용되는데, 그 중 '브라만좌파'와 '상인우파' 이야기가 있다. 전통적인 자본가나 지주계급에 뿌리를 둔 '상인우파'는 원래부터 '불평등'의 근원인 반면, 신자유주의 시대를 연 '브라만좌파'는 기존 산업시대 생산력 발전의 주력이었던 '노동계급'의 자녀들로서 평등교육의 혜택을 입고 유럽의 사회민주당과 미국의 민주당의 주력이 된 '좌파' 세대를 이른다. 우리의 '강남좌파'와 '86 세대'와 같다.
이 '교육'을 통해 '지식인' 계층을 형성한 '브라만(힌두교 성직자/지식인) 좌파'는 체제의 기득권을 형성하면서 기존 권력층인 '상인우파'와 결탁하고 신자유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권력동맹으로 굳게 결탁된다. '정치'적으로는 싸우는 것 같지만 '경제'적으로는 이익을 공유하는 양당제 거대정당 과두지배의 맨얼굴이다. 정확히 우리 사회 민주당의 모습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또 하나의 개념이 파생적으로 연결되는데, 바로 '능력주의(meritocracy)'다.
[자본과 이데올로기]의 결론인 '참여사회주의'와 '사회연방주의'의 조건 중 '누진적 조세제도' 외에도 '교육'과 기회의 평등 및 공공재 소유의 확산이 제기된다. 피케티의 관점에 '능력주의'는 엘리트 계층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강조해 온 이데올로기다. 이 '능력주의'라는 '허위의식(ideology)'은 '불평등'의 정치경제적 근원을 은폐한다.
"모든 문명사회는 '능력주의(meritocracy)'가 속임수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부와 특권의 집중과 세습을 대대손손 유지하는 메커니즘이자 원한과 분열을 불러일으키는 계층제도가 된 것이다. 심지어 새로운 '귀족제도(aristocracy)'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는 고통이 '능력주의'가 불완전하게 구현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능력주의' 그 자체 때문이라는 점이다... '능력주의'는 시민 대다수를 사회 주변부로 몰아내고 중산층 어린이들을 무기력한 학교로, 중산층 성인들을 장래성 없는 직장으로 보낸다...
다시 말해 '능력주의'는 조직적인 계층 갈등을 조장해 사회적, 정치적 생활을 망가뜨린다... '능력주의'에 힘입은 엘리트들은 제 아무리 순수한 동기를 지니며 양심적인 방법으로 성공을 거둔다 해도 포부와 성과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비판하는 '불평등'에 관여하게 된다."
- [엘리트 세습], '서문', 대니얼 마코비츠, 2020.
예일대 수학과, 런던 정경대 경제학과 석사와 옥스포드대 철학과 박사 학위를 얻은 미국 예일대 로스쿨 교수이자 사법연구소 소장인 대니얼 마코비츠는 엘리트들 사이에서도 '천재'로 불린단다. 학위와 직업 소개에도 숨이 막히게 재수없는 이 엘리트가 토마 피케티의 '불평등' 연구에 뒤질세라 본인이 속한 미국사회 엘리트 계층의 주요 이데올로기인 '능력주의'를 신랄하게 깐다. 세부 내용 하나하나 수긍할 만 하나 나는 사실,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 사서 읽었다. 고대 로마의 제국 팽창과 공화국의 몰락의 근본 토대는 고대 노예제 정치경제체제의 모순이었겠으나, 표면적으로는 부와 성공, 벼락출세자들에 대한 숭배도 원인이었으며 그 지배 이데올로기가 '능력주의'였다 생각했고, 마침 이 책 표지에 그려진 상상의 동물 '그리핀(Griphios)'이 고대와 현대를 이어주는 매개 같았다.
마코비츠는 [엘리트 세습]에서 미국 사회를 분석하면서 미국의 전문직과 화이트칼라 금융업 고위직 종사자들은 '기술혁명'과 궤를 같이 하면서 기존 미국의 '산업민주주의'를 만들어온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불평등'을 심화시켰는데 이를 가속화시킨 핵심 분야가 '교육'과 '직업'이라고 한다. 부자집안 아들 부시와 중산층 클린턴은 재산의 차이 외에는 교육이나 사회진출의 기회 또는 생활에서 큰 차이가 없었으나 이후 기득권이 된 클린턴 부부나 오바마 등의 민주당 정치권력자들 부류는 자식에 대한 '인적자본' 투자인 '교육'의 불평등을 조장하거나 이용하여 '엘리트 세습' 체제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마코비츠는 [엘리트 세습] 곳곳에서 피케티를 의식하는데, 마치 '불평등'의 기원을 '자본'에서 찾는 피케티의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고자 함이다. 어차피 사라져가는 미국 '중산층'을 염려하며 오랜 미국의 영화를 되살리고 싶은 이 미국 엘리트 '천재'에게 마르크스나 사회주의 같은 지난 서사담론은 안중에 없을 것이니, 주류 엘리트에 도전하는 신세대 정치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같은 '엘리트'로서 '경계'의 대상일 수 있겠다.
마코비츠에 의하면 미국 산업의 전성기를 통과한 '중산층'은 미국의 상위 '엘리트'들에 의해 '교육'에서도 밀려나고 '직업' 또한 '번지르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게으른 삶'을 강제당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엘리트' 또한 재능 없이 물려받은 재산만으로 '여가'를 즐기며 일하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전통적인 '귀족'들과 달리 고수익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는 '자기착취'를 통해 비참한 삶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이제 중산층 노동자와 상위 (엘리트) 노동자를 포괄하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같은책, <결론>)"는 선언으로 "오래된 구호([공산당선언])를 새롭게 인용(같은책, <결론>)"하며 책을 끝맺는다.
고소득을 받지만 쉬지않고 일을 하는 현대의 '귀족' 엘리트는 어려서부터 상위권 교육환경에서 살인적인 경쟁에 시달려 왔고 '번지르한' 직업에 진입해서도 쉼없는 '자기착취'로 피폐한 삶을 산다. 한편으로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을 성장시킨 '중산층'은 중간관리직 일자리가 고위 엘리트들의 '기술혁신'에 의해 줄어들고 소득이 줄어 소비도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빈민계층과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수학과 경제학, 철학까지 전공하고 명문대 로스쿨에서 상위 엘리트층 자녀들을 가르치는 '천재' 마코비츠의 뛰어난 수치분석과 비교 그래프들은 화려하기는 하나 미국사회의 분석이므로 저자의 '진보'스러운 수사에도 불구하고 공허하다. '중산층'을 복원하고 '엘리트'를 연민하며 미국 노동자들을 '단결'시켜 얻을 '새로운 세상'이라 해봐야 결국 18~20세기 미연방 공화국의 영광 뿐 아니겠는가.
'불평등'의 정치경제학적 근본 분석은 피해가면서 미국사회가 빠진 '능력주의의 덫' 자체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서술을 지루하게 읽다보니 얼마전 꼭 읽어야겠다 생각한 우리 책, [세습중산층 사회]가 떠올라 바로 주문하였다.
마코비츠 책, [엘리트 세습]의 원제는 '능력주의 덫(The Meritocracy Trap)]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고도화는 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시기에 이르러 학력과 전문지식, 직업, 경제적 지위가 맞물린 테크노크라트에 가까운 집단을 대규모로 창출했다. 이들은 이전 세대인 50년대생과 비교해 전문직이나 대기업 내 관리직 비율이 높았다. 또 시대에 맞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추었기 때문에 1990년 중반 이후 금융과 IT 산업에서 1세대 엘리트층을 구성하게 된다... 또 386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보다 동일 연령대에서 자산 축적을 훨씬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은 '교육'을 통해 자녀에게 자신의 계층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 분투하면서 '세습중산층 사회'를 만들어냈다."
- [세습중산층 사회], '6장 세습중산층의 기원', 조귀동, 2020.
경제학 박사과정에서 '인적자본'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는 저자 조귀동은 [세습중산층 사회]에서 한국사회 기득권이 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와 그들의 자녀들인 '90년대생'들을 통틀어 '세습중산층'으로 본다. 이 책은 아마도 경제학 박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 나온 마코비츠의 [엘리트 세습] 못지 않게 온갖 수치와 그래프 및 수학적 비교분석이 대부분인데, 결국 '86세대'가 한국의 노동시장을 석권하고 부동산시장을 점령하였으며 그럼에도 자산 뿐만 아니라 90년대생 자녀들을 엘리트 교육시장에까지 진출시키면서 '중산층'의 지위를 세습하는 사회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조귀동의 '세습중산층'은 마코비츠의 '중산층'과 다르고 상위 엘리트층이 약간 확대된 것으로 보면 된다. 한 세대 전 '교육(명문대)'을 통해 전문직과 화이트칼라 금융직 등에 종사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들의 앞세대처럼 물적자산을 물려주기 보다는 효율성 높은 인적자산을 키워주기 위해 '교육'에 투자하는 점에서 그렇다. 한편 마코비츠의 '중산층'은 '세습중산층 사회'에서는 '중하위 80%'에 해당하는 계층 일반으로 보면 된다.
자녀들이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치열한 입시경쟁 '교육'에 투자하는 '세습중산층 사회'의 분석에 앞서 조귀동은 '노동시장' 분석부터 시작하여 20대 세대 분석, '세습중산층'의 기원인 '86세대' 분석, 그로 인해 세습되는 '계급의식'과 20대 정치성향 분석 등을 수많은 수치비교를 통해 전개하면서 '세습중산층 사회'의 진화를 예측한다.
조국 전장관 자녀 특혜 비리에 대해 분노한 20대라고 해봐야 그 사건을 통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위층 자녀들이고, 나머지 다수 20대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난 용'이었던 '86세대'가 부동산과 교육, 노동시장을 다 독식한 결과 그 비슷한 '중산층'의 삶을 물려받는 90년대생 자녀들 이후로는 이 망할 '세습중산층 사회'가 더욱 강화된다는 전망 앞에서는 그냥 책을 덮고 싶었다.
"오히려 문제는 명문대를 나오고,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사회적 인정과 경우에 따라 명망까지 가진 '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90년대생'인 자신의 자녀들이 적합한 '능력'을 갖추도록 독려하고, '교육' 제도를 잘 이용해 새로운 경제 여건과 시대 상황에 걸맞는 '인재'로 키워내는 데 성공하는 것 그 자체다."
- [세습중산층 사회], '에필로그 : 세습중산층의 진화', 조귀동, 2020.
[세습중산층 사회]의 저자 조귀동은 이런 '능력주의' 자체가 문제가 된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책의 결론(에필로그)에서 '기회의 평등'과 '누진적 조세'를 제안하는데 다수인 90%가 상위 10%가 접근할 수 있는 공공교육과 상위 10%의 소득에 대한 세금 확대가 그것이다. 결국 '능력주의'의 문제도 '교육'과 '직업(노동)'이며, 해법도 '교육'과 '노동(직업/조세)'에서 찾는다. '자본'이 만든 '능력주의'는 여전히 이윤을 찾아 우리 삶 전 영역을 헤맨다.
"'능력주의'는 귀족제도를 해체하기보다 재편해 부가 토지나 공장이 아닌 인적자본, 즉 숙련 노동자의 자유로운 형태로 존재하는 세상에서 카스트와 같은 계층질서를 만들어낸다... 능력은 능력으로 대체된 귀족의 가치처럼 자연스럽거나 보편적인 덕목이 아니라 앞서 존재한 '불평등'의 결과물이다. 능력은 인적자본의 착취를 정당화하고 부당한 분배를 눈가림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구조물이다."
- [엘리트 세습], '1부 3장 다가오는 계층전쟁', 대니얼 마코비츠, 2020.
피케티나 마코비츠나 조귀동 모두 '불평등' 문제에 주목하고 방대한 조사와 데이터 연구분석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한다. '불평등'의 토대가 자본주의 정치경제체제라는 근본적 분석에 동의하든 말든, 미국의 '엘리트-중산층' 대립이나 우리의 '86세대-90년대생' 세습관계 등의 계층이나 세대 분석적 접근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 준다. 그리고 그 다양한 분석들을 망라하는 변혁의 방식으로 이들 모두가 제출하는 것은 '연대'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자본'과 '시장'의 무한증식 팽창을 다수가 통제하기 위한 '노동'의 '연대'라면 더욱 좋겠다.
LG 자본에 의해 쫓겨나는 청소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능력주의의 덫'이든 뭐든 중요한 게 아니라 오로지 인간답게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노동'하는 다수의 광범위한 연대를 통한 '평등' 지향이라는 방향성이 없다면, 우리 사는 이 세계는 너무도 절망적이다.
***
1. [엘리트 세습](2020), 대니얼 마코비츠, 서정아 옮김, <세종>, 2020.
2. [세습중산층 사회], 조귀동, <생각의힘>, 2020.
3. [21세기 자본](2013), 토마 피케티, 장경덕 외 옮김, <글항아리>, 2014.
4. [자본과 이데올로기](2019), 토마 피케티, 안준범 옮김, <문학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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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rice1007 2021-02-13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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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세습 중산층 사회
현실 팩폭의 결정체!
2019년에 586세대와 20대의 세대갈등의 얘기가 많았고 그에대한 글도 많았다. 그러나 그때 이해 했다고 믿었던 것이 이 책을 읽고, 잘못 이해한 것은 수정되었다. 그리고 단순히 세대갈등으로 얘기하는 것은 본질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왜 20대 얘기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있지만, 이 세대의 문제 역시 중요하므로 진지하게 읽으게되었다.
이틀만에 다 봤는데,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최소한 두가지 부류가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평등한 신 계층사회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사람
.불평등한 신 계층사회를 확인하고 상위 계층에 머물기 위해 더 노력할 사람.
마지막으로 출판사에 너무 아쉬운 것 하나 언급한다.
수많은 자료와 도표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한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그래프의 선이 구분하기 너무 어려워 그 자세한 자료의 효용성 확 떨어진다. 너무 아쉽다. 그 자료를 준비한 저자가 안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부디 빠른 시일내에 도표의 가독성을 높인 개정판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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