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조국의 ‘이분법적 여론전’ - 경향신문 2019

'정치인 조국'의 '스마트한'(?) 페북 정치
정치공학으로만 판단하자면, 조국 수석의 페북 정치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사회의 논쟁구도가 친일-반일로 짜일 때 친일로 딱지붙여진 쪽은 백전백패다. 우리 역사의 깊은 '일본 트라우마' 때문이다.
조 수석은 스스로를 반일 십자군 운동의 선봉장으로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특유의 상징자본에 논리와 명분을 두루 결합한 효과적 행보다. 야당과 보수층이 격렬하게 반발할수록 '정치인 조국'의 체급은 올라간다. 논쟁이 커질수록 조 수석은 '전국적 인물'로 上向된다.
야당이 요청한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도 야당은 '정치인 조국'의 논변과 강단에 압도된 바 있다. 그 결과, '아는 사람만 알던' 조국의 이름이 현실정치의 장에 확실히 진입했다. 그를 싫어하고 경계하는 야당과 보수층으로선 일대 아이러니다.
조 수석이 앞장서 팽창시키고 있는 지금의 친일-반일, 매국-애국 구도는 '진보 지식인 조국'이 '대중정치인 조국'으로 진화를 완료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우린 '정치인 조국'의 맹활약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 조국'의 등장이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에 도움이 될 것인가?


조국의 ‘이분법적 여론전’ - 경향신문



조국의 ‘이분법적 여론전’

2019.07.21 22:05 입력

페북에 “문 정부, 서희·이순신” “애국이냐 이적이냐”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 한·일 충돌 관련 연일 강공

‘이견의 자유 억압’ 비판도

조국의 ‘이분법적 여론전’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54·사진)이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현 상황을 한·일 간 ‘경제전쟁’으로 규정하고 ‘승전’을 위한 국민적 단합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애국이냐, 이적이냐’식의 이분법적 수사도 수시로 동원했다.

조 수석은 21일 페이스북 글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익수호를 위해 ‘서희’ 역할과 ‘이순신’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제일 좋은 것은 WTO(국제무역기구) 판정 전에 양국이 외교적으로 신속한 타결을 이루는 것이며 문재인 정부도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법적·외교적 쟁투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고도 했다. 조 수석은 “일본의 궤변을 반박하기는커녕, 노골적 또는 암묵적으로 동조하며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를 매도하는 데 앞장서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의 정략적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조 수석은 ‘친일파’ ‘이적’이란 표현까지 동원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을 부정·비난·왜곡·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 입장이며,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 지난 18일에는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이다”라고 했다. 조선일보·중앙일보의 일본어판 제목을 ‘매국적’이라고 비판했다.

조 수석 글은 위기상황에서 여권 지지층을 결집하고 시민의 애국주의적 열정을 고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친일 프레임’을 통해 보수진영을 압박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국정운영의 협조를 끌어내려는 포석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법무장관 입각설이 보도된 뒤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는 듯하던 조 수석이 한·일 무역갈등을 계기로 정치 전면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적과 동지로 단순화하는 선악 이분법은 ‘이견을 말하는 자유’를 억누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국론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중시해온 정치적·사상적 자유의 가치와 상충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적’(적을 이롭게 한다)은 국가보안법에 나오는 말”이라며 “보안법 피해자였던 조 수석이 ‘이적’이라는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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