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Pyung-joong Yoon | 이재명 대표와 '개딸’~ 개딸들의 민주신성(神聖)가족 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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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와 '개딸’~ 개딸들의 민주신성(神聖)가족

한 지인이 내게 물었다. 개딸의 사회심리학이 뭐냐고? 
왜 그들은 이재명 대표를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냐고?
아래는 이른바 개딸의 사회심리학에 대한 내 가설이다. 

1. 개딸(개혁의 딸) 현상은 한국정치의 퇴행을 극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개딸은 '이재명 정치 팬덤'의 한국적 표현인데, 열성 지지자를 뜻하는 팬(fan)이 fanatic(광신도)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준 바 있다.
2. 개딸들에게 이재명 대표는 한국민주주의를 지키는 영웅이자 수호 성인이며, '민주신성(神聖)가족의 어버이'다.
실제로 개딸들은 이 대표를 아버지(잼파파)라 부르고 이 대표는 열성 지지자들을 딸(개딸)과 아들(양아들: 양심의 아들)이라 부른다. 이 대표의 국회 단식현장에서 이 대표에게 큰절했던 중년여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3. 개딸들은 왜 그런 행태를 보이는 걸까? 그들은 평론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상식과 이성을 상실한 광적인 한국적 정치팬덤'인 것일까? 그렇게만 본다면 개딸의 사회심리학이 갖는 복합적 의미를 외면하는 것이다.
4. 비유하자면 트럼프 미국 전(前)대통령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미국 시민들을 단순히 ‘상식과 이성을 상실한 미국적 정치 팬덤’이라고 폄하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거짓말을 일삼고 각종 사법 리스크와 성 추문을 몰고 다니면서도 열광적 팬덤으로 차기 미국 대선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는 트럼프는 기존의 미국 정치문법으론 잘 설명되지 않는다. 
정직성(integrity)의 정치인과는 거리가 먼 트럼프가 미국 정치를 타락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병든 미국사회가 트럼프라는 이단아를 낳았다는 게 트럼프 현상의 본질이라고 나는 본다. 
현실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무능하기만 한 미국정치 기득권 세력(Establishment)에 대한 평균적 미국시민들의 거대한 환멸이 트럼프를 불렀다는 것이 트럼프 현상의 실체다.
따라서 트럼프는 미국사회 퇴행의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5. 개딸도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현실이 잉태한 것이다. 한국정치 기득권 세력, 특히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 구(舊)주류의 거대한 무능과 실패가 개딸 팬덤을 낳았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과거에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열성 팬덤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지만 개딸은 그들 스스로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유사 가족의 충성스러운 효녀-효자를 자처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런 봉건적 민주신성가족의 어버이인 이재명 대표는 개딸에게 정의의 표상이자 숭앙과 사랑의 대상이다. 따라서 개딸에겐 이 대표를 비판하는 이들(비명계)은 당내 변절자(수박)일뿐만 아니라 정치 패륜아로 인지된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 개딸들은 생각과 정치노선이 자신들과 다르다고 상대방을 비판하는 대신, 비명계, 나아가 윤석열 정부와 보수 진영을 싸잡아 정치신학적으로 비난한다
  • 비명계와 보수 세력은 무도하고 불의한 데다 패륜적인 어둠의 세력이므로 한국사회에서 추방되거나 말살돼야 마땅하다는 게 개딸의 믿음이다. 

6. 개딸은 정의와 애국심으로 무장한 민주신성가족의 식구임을 자처한다. 그 결과 개딸들은 강력한 가족적 귀속감과 일체감을 향유한다. 
전형적인 저신뢰사회이자 각자도생의 허허벌판인 한국에서 민주신성가족의 강고한 사회심리적 울타리가 개딸들에게 확고한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개딸들이 민주신성가족의 아버지인 이재명 대표를 악(惡)으로부터 수난받는 구세주로 표상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이다.

7. 이재명 대표가 정직성과는 거리가 먼 정치 행태를 보이고 온갖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도 개딸들의 충성심이 식지 않는 데는 이런 사회심리적 이유가 있다. 
개딸들은 이재명 대표의 ‘도둑정치’ 혐의를 오히려 불의한 세력(이른바 ‘검찰독재’)이 의인(義人)을 핍박하는 것으로 여긴다. 이 대표의 혐의가 설령 대법원에서 확정된다고 해도 개딸들은 그런 신념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핍박이 심해질수록 신심(信心)은 불타오르기 마련이다. 

8. 디지털 문명과 SNS는 개딸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극대화한 핵심 요인이다. 자신들의 클릭 한번으로 비명계 정치인의 정치적 생명을 끊거나 이 대표에게 절대 권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개딸들은 정치인의 생사여탈권을 좌우할 수 있는 주권자 권력을 체험하게 된다. 
이제 개딸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된다. 강력한 정치효능감이야말로 과거의 정치 팬덤과 SNS시대의 개딸 현상을 차별화하는 결정적 지점이다.

9. 비판적으로 보자면, 개딸 현상은 한국사회의 타자지향적 아비투스 문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타자지향적 삶의 방식이란, 내 인생의 준거를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서 찾는 대신 타인의 시선에 크게 의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SNS 시대는 한국인의 아비투스에 녹아있는 타자지향성을 크게 확대시켰다. 다수가 가는 대로 휩쓸리는 쏠림 현상은 한국사회를 역동적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부박(浮薄)한 것이기도 하다. 

10. 인간은 의미지향적 존재다. 본질적인 삶의 공허함을 채워주는 의미의 네트워크 없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의미 망(網)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족이다. 부모자식 사이 건강한 애착관계야말로 삶을 안정시키는 동인이다. 
그런데 그런 애착관계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인격의 출현을 방해할 때 병증(病症)으로 바뀐다. 병적인 유사 가족 내부에서의 상호의존관계가 커지면 사회적 병리로 확장된다. 
바깥 사회에서의 상식과 합리성은 이들 유사 가족에겐 쇠귀에 경읽기일 뿐이다. 사회를 어지럽힌 신흥종교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리적 증상이다. 
개딸들의 민주신성가족은 이미 대한민국의 민주공화정을 위협하고 있다.


Samuel Chung
개딸 과 MEGA를 동일시하는 견해를 ? 일년후 그 결과를 돼새겨 보시는 기회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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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Samuel Chung 물론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고 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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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 Soo Kim
이재명과 Trump는 지금 교도소에 있어야 될 사람들인데 不死鳥입니다.
둘이 서로 죄 짓고도 교도소 안 가는 법 know-how
정보 공유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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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Sam Soo Kim 그게 바로 민주정치의 역설이지요.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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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윤은 김건희는 우리 공화국에 어떤 위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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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김형준 윤 대통령에 대한 제 게시물을 한번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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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 Jung-Kwan
공감 많이 합니다. 다만 김일성일가의 세습독재를 보면 우리의 가부장제적 정치문화 요소, 즉 특수성을 조금 더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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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조정관 네, 일부러 북에 대한 언급은 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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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국가권력의 핵심은 행정권력이고 집권세력은 야당이 아닌데 이런 긴 분석이 필요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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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남재준 여러 의견이 있는 게 자연스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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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윤평중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그 집단이 교수님께서 분석할만한 가치가 있는 정도의 대상인지 모르겠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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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범
봉건사회가 효를 강조한것이 아버지에게 효도하듯 확장된 가족인 국가의 왕에 효도(충성)하라는 것이죠.참부모를 강조하는 종교단체도 그래서 있는것이고 하나님도 그래서 아버지이고...21세기에도 이 논리가 작동하는게 그래야 추종자들이 완장차는 기분도 나니까 그러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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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박상범 그런 측면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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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soo Kim
민주공화국 전체가 기득권에 의해 썩어 문드려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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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김두수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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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tae Lee
정교분리는 법적 제도적으로는 갖추어 졌으나 정신 세계에서는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영도자 가 靈導者라 믿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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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Jaetae Lee 그렇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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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olet Song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이 한 말 "인간이라는 동물은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주기를 바란다니까". 그런 심리 아닐까요 ?
민주와 진보를 기치로 삼는 사람들이 이재명에게서 박정희, 전두환 같은 카리스마를 발견하고 도취하는 현상이 그저 초현실적이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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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Violet Song 에리히 프롬식으로 말하면 '자유로부터의 도피'이지요. 원래 자유와 독립은 버거운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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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극래
윤교수님의 견해에 적극동의하며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 개딸과의 결별 없는 이재명의 정치미래는 보장받지 못할것입니다. 민주당의 미래가 안보입니다. 모든 진보 유튜브 채널이 이낙연을 까부시는 특집을 다루고 있는것이 우습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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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이극래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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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ook Park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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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박인숙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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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무
개딸에 대한 다각적이고 날카로운 분석 공감합니다.
한편으로 저는 자신들의 본질적인 삶에서 여러 이유로 주류로 인정 받지 못하거나, 삐딱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을 인정해주고 치켜세워주는 권력자에게 무한 충성을 하는 행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자가증폭 하면서...
이재명은 알면서도 이용을 하고...
개딸들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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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권익무 그런 측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에겐 인정 욕구가 충족되는 경험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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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joo Park
지지자가 팬이 되고 팬이 가부장제 구도 속 자식세대를 자처한다는 것..근대성의 퇴보일텐데요..효능감이란 키워드 말고 어떤 심리적 기제가 있는지 좀처럼 답이 안나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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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Eunjoo Park 거대한 반동이자 파시즘으로 가는 고속도로 이지요.
'자유로부터의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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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joo Park
윤평중 어떤 사람에게는 1인분의 자유조차 버거운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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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준
미국이나 한국의 팬덤 지지층은 자신들이 신봉하는 정치사회적 대의를 최우선시하면서 트럼프나 이재명의 개인적 흠결이나 과실은 중요하지도 않고 문제가 안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불신과 혐오, 부의 재분배에 따른 사회적 평등이 개딸들의 대의가 되고 무역규제나 국익우선 외교 난민차단등이 트럼프 지지층의 대의인듯 합니다. 돈을 푸는 재분배가 이재명 팬덤의 발단이 됐고 문재인의 높은 지지율의 바탕이 된듯합니다. 자기들만의 대의실현을 위해서는 지도자의 흠결이 전혀 문제가 안되고 상식과 원칙도 부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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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유영준 공감합니다. 그들도 나름의 '대의'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그들의 행동 양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대의가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는 따로 다뤄야 할 논제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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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윤교수의 글은 보수편향,국힘당 편향 글입니다.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잘못된 국가정책과 공무에 대해 비판하고 지적할 자유가 있습니다.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할 언론이 제 역활을 해준다면~부패권력과 부패언론이 한 통속이 된 이 나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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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훈이
제가 요즘 항상 사회 문제가 터지면 주변인들에게 하는 비판이 뭐냐면, '사회적 상상력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빈곤해졌다' 입니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 정체성 바깥의 더 커다란 집단 안에 있는 자신을 상상하지 못 해요. 남녀노소에 따른 자신의 개인적인 정체성 바깥에 있는 걸 상상하지 못 한다고요. 그 결과 우리는 '동료 시민'이라는 개념을 잊어버렸죠. 그 결과 국가는 이제 더 이상 공적인 게 아니라 서로서로가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기반이고요. 그러다 보니 이제 정치는 어느 때 보다도 분할통치가 가능해졌고요.
그 어느 때 보다도 '인간의 조건'을 재정립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개별적 정체성을 넘은 '인간' 그 자체와 그 인간의 조건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게 그 결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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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승훈이 보편주의적 사유와 실천의 실종이라고 생각해. 지금은 주관적 당파성이 객관적 보편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세상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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