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ung-joong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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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반사정치의 살풍경과 민심.
한국정치는 '누가 잘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못하는가'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소용돌이의 한국정치는 만인이 만인에게 늑대가 되는 무한욕망 충돌의 무대다. 특히 선거에서 이런 동물적 반사정치의 동학(動學)이 도드라진다.
1. 미래통합당은 공천경쟁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앞서가는듯 하더니 김형오 공관위원장 사퇴라는 암초를 만났다. 공관위의 개혁적 행보를 감당하기 어려운 미통당의 태생적 한계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공멸(共滅)을 우려해 봉합한다고 하더라도 개혁공천의 명분이 퇴색해 크게 점수를 잃었다.
2. 김종인 선대위원장 설(說)이야말로 원칙도 없고 정치적 도의도 없는 난장(亂場)의 한국정치를 입증한다. 김종인씨가 누군가? 서로를 사갈시하는 박근혜-문재인 정권 출범의 일등공신임을 자부한다는 점이 김종인씨의 無이념성을 증거한다.
그의 장기(長技)는 승기(勝機)를 잡은 세력에 빠르게 몸을 의탁하는 데 있다. 김종인씨가 가세해 선거에 승리했다기보다는 객관적으로 우세한 선거판세에 그가 편승했다는 게 사실에 가깝다. 이미 소진된 김종인씨의 상징자본이 4월 국회의원 선거와 차기 대선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나는 본다.
선대위원장으로 미통당의 외연을 개혁보수와 중도로 확장시킬 결정적 인물은 따로 있다. 유승민 의원이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가 정치적으로 유 의원을 키울 선택을 할 가능성도 거의 없고, 원칙론자인 유 의원이 그 자리를 승낙할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다. 이건 황대표와 유 의원 둘 다의 한계이자, 미통당의 집권능력부재를 뜻한다.
3.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당내 경선 탈락은 더민당의 현주소를 증명한다. 이제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곧 정치적 데쓰 노트(사망증명서)임을 입증함으로써 모든 당내 이견과 비판을 잠재웠다. 더민당 공천과정은 더민당을 문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을 결사옹위하는 1인 친위정당으로 재편했다. 하지만 당심(黨心)의 편향만큼 멀어진 비판적 민심이 4월 선거에서 표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4. 더민당의 비례정당 행보는 한국정치에선 진보-보수의 구분은 장식품에 불과하며, 이권과 힘의 추구가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대의명분과 염치가 사라지고 벌거벗은 권력욕망만이 기승을 부리는 곳에서 정치는 곧 전쟁이 된다. 전쟁정치에선 국익과 민생은 선전선동의 기표일뿐 오직 승리만이 중요하다.
5. 정의당은 조국 사태 와중에 길을 잃어버렸다. 한국정치에서 거의 유일한 이념정당인 정의당이 그 존재이유인 정의수호와 원칙 준수보다 정략적 이권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민당 비례정당에의 참여거부는 정의당이 아직 죽지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집단 난투극으로 전락한 선거에선, 배고프더라도 원칙에 충실한 게 최선의 생존전략이다. 한국 유권자들은 아직도 대의명분과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안철수씨의 의료봉사가 최선의 선거전략인 것도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제도정치권에서 여-야가 난사하는 한국적 반사정치의 살풍경을 민심은 묵묵히 감내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론조사에서도 큰 변화는 없는 걸로 나온다. 코로나 재앙의 여파가 워낙 압도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한가운데서 4월 선거를 앞둔 지금은 마치 '태풍의 눈'같은 침묵의 순간이다.
차기 국회의원 선거는 민심이 호랑이처럼 포효하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포효는 과연 누구를 향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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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 Shick Seo
어디에서 한국의 희망을 찿을 수 있을지 심히 염려됩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미국 중국 베트남 가서 한국본사보다 큰 현지 한국지사에서 일자리 구하는 날이 올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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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답답하지요. 하지만 역대 국회의원 선거는 여론조사를 뛰어넘는 역동적 민심의 현장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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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석
결국 국민이 심판하고 판갈이 합니다.
어떤 정치한 이론도 국민의 선택을 설명하기는 쉽지않습니다. 현명한 국민의 선택을 기대해봅니다. 한심한 정치판을 겨우내 굳은 땅을 새 봄에 농부의 쟁기로 갈아엎듯이 이 나라 정치판에 새로운 판갈이가 일어나길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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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공감합니다. 상식에 입각한 민심이 거대한 판갈이를 수행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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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대부분 공감함니다. 다만 <공관위의 개혁적 행보> 라는 말씀은 상당한 의문임니다. 고만고만한 수준아닌가요. 납득, 설명가능한 기준 같은게 없었기에....그냥 구름잡는 수준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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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정세진 상대적 의미에섭니다. 총론적으로 제겐 그렇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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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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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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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정진석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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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심
자천하면, 높아진 시민의 의식이 정책으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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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Gab Gon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치르는 선거가 광풍의 정치팬덤들을 잠재우는 방역이 되길 기대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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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김갑곤 그렇게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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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 Youl Kim
공감합니다.
판갈이 수준이 아니라 판을 뒤 엎는 수준의 심판이 투표를 통하여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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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Sang Youl Kim 저는 중대 심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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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Woo Lee
어느 당이 이길까도 중요한 관심사이지만 각 당이 과거보다 나아지려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본다면 미통당은 나름 노력했고, 민주당은 퇴보했음은 분명하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한국정치가 이렇게 조금씩 변화해 가는 거라 생각하고 너무 큰 기대 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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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Jeong-Woo Lee 역사의 흐름을 길게 봐야 한다는데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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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준
제가 지금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척박하나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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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상식 수준의 촌평입니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결과는 여론조사를 넘어선적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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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규
여당에선, 대권주자들은 차기를 낙점받겠다고 주목받고싶은 마음에 쑈 중심의 행보와 충성경쟁을 벌이고, 의원들은 납작 엎드립니다. 일사분란한 1인치하!
야당은 잠재적 경쟁자들은 남겨둘 수 없다는 듯, 졸렬한 공천을 보입니다. 김종인은 그저 대권경쟁과 무관하기때문에 끌어들일뿐,의미 없지요.…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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