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사태의 의미~윤미향씨 사퇴는 불가피하다.
정의연과 윤미향씨 의혹은 조국 사태의 흐름과 닮기도 했지만 다른 점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크게 마음의 빚을 진' 조국 전 장관을 차마 사퇴시키지 못해 대통령 지지율 폭락과 정권 차원의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청와대와 여당은 조국 수호를 정권 수호와 동일시했다. 문 정권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와 시민들도 서초동 촛불집회로 총궐기해 조국 수호에 앞장섰다. 진영논리가 공론장을 親조국 對 反조국으로 포획함으로써 민심도 양분되었다. 지금 조 전 장관이 식물적 상태로나마 운신할 수 있는 건 문 정권이 독점한 권력장치에 더해, 아직도 조 전 장관을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민심의 이런 팽팽한 대치구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미향씨 의혹은 완전히 다르다. 민심은 압도적으로 윤미향씨에 비판적이다. 일본군 위안부 인권운동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용수 할머니의 내부 고발이 갖는 보편적 호소력이 너무나도 강력하다.
이 지점에서 반일 민족주의를 정권의 추동력으로 삼는 문재인 정권은 일대 딜레마에 빠졌다. 정의연을 비롯한 진보시민단체가 정권의 동맹세력인 터에 윤미향씨를 내치기도 어렵지만, 민심의 역린을 건드린 윤미향씨 의혹의 폭발성이 너무도 커서 반일 민족감정과 도덕성에 기댄 문 정권의 정당성을 통째로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한 팔을 잘라내야 몸이 살 수 있을 텐데, 그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여권의 스피커들이 총동원되어 여론 교란작전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조국 사태와는 달리 민심은 이미 윤미향씨를 떠났다. 아마도 검찰 수사결과는 사후적으로 그걸 증명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정권의 동력이 수직 추락하는걸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난 윤미향씨가 자진 사퇴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본다.
차제에 정의연을 비롯한 시민운동도 공개성과 투명성에 입각해 활동해야 하고, 닺힌 민족감정 대신 미래지향적이고 인류보편사적인 인권운동으로 재정렬되는 게 바람직하다. 이용수 할머니의 목소리가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살아있는 권력과 일체화하는 건 시민운동의 종언을 의미한다. 윤미향씨 사건은 한국 시민사회의 도약을 위한 성찰과 진통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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