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언론장악 올드보이’들의 귀환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윤두현·‘8개월’ MBC 사장 김장겸 중심 미디어 위원회 구성
보수 정권 ‘낙하산’ 논란 속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서 해임된 인사들, 외곽단체로 여권 밀착
기자명노지민 기자입력 2023.08.01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의 이동관 특보가 지명되면서 ‘MB표 언론장악’ 재현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런 가운데 집권 여당에선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윤두현 의원과 김장겸 전 MBC 사장이 각종 미디어 관련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지난 1년여간 공영방송 감사, 경영진 해임 시도로 점철된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이 이른바 ‘언론장악 올드보이’들의 자리 나눠먹기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으로 김장겸 전 MBC 사장을 임명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김 전 사장이 오랫동안 언론에 종사해 전문성이 있고 현재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자문위원과 포털TF 위원장을 맡고 있어 언론의 문제점, 특히 가짜뉴스로 인한 국가적·국민적 폐해를 인식하고 있기에 적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장겸 전 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MBC 정치부장·보도국장·보도본부장을 거쳐 사장까지 올랐지만, 언론 자유 훼손과 부당노동행위 등을 이유로 8개월 만에 해임됐다. 2014년 보직 간부들에게 노조 탈퇴를 압박하고 2017년 노조 조합원 일부를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보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가 1·2심에서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 전 사장은 또 2021년 9월 “김장겸을 비롯한 MBC 내 부역자들은 정권의 방송 장악에 협력해 MBC를 정권에 헌납했고 그 대가로 승승장구했다”고 지적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장겸 전 사장을 당내의 각종 위원회 장에 앉히기 시작했다. 2022년 9월 당내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 포털소위원장을 시작으로 올해 6월 포털TF 공동위원장, 7월 가짜뉴스·괴담방지특위 위원장에 김 전 사장이 임명됐다.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지난 4월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YTN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윤두현 의원 페이스북
여당 미디어 위원회 중심 축으로는 윤두현 위원이 있다. 윤 의원은 ‘MB특보’ 구본홍 전 YTN 사장이 취임한 2008년 정치부장이 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직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표완수 전 YTN 사장이 “2008년 2월경 당시 보도국장 홍상표(이후 MB정부 홍보수석비서관)가 특정인(윤두현)을 정치부장 시키라는 요청이 있어서 거부한 적 있다. 이후 윤진식(대통령직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부위원장)이 윤두현을 정치부장을 시키라고 전화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2012년 YTN 보도국장이었던 그가 ‘BBK 가짜편지 단독 보도’를 “함량미달”이라며 보류시켰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2013년엔 디지털YTN(YTN플러스) 사장에 올랐고, 이듬해 박근혜 정부 홍보수석이 됐다.
이후 20대 총선 새누리당 경선에 도전해 고배를 마신 뒤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윤 의원은, 지난해 9월 당내 MBC편파조작방송진상규명TF 위원, ICT특위 위원장에 이어 올해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 포털TF 공동위원장 등을 두루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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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외곽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공영방송 요직에 있던 인물들이 여러 단체를 만들었다. 김장겸 전 사장이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가 대표적이다. 정부 출범 한 달차인 지난해 6월 출범한 공언련은 김 전 사장을 비롯해 MB언론특보 출신이었던 김인규 전 KBS 사장, 낙하산 논란 속에 취임한 뒤 2018년 해임돼 최근 해임무효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고대영 전 KBS 사장 등이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KBS노동조합, MBC노동조합 등 각 방송사의 보수 성향 소수 노조 관계자들도 참여하는 단체다.
▲공정언론국민연대 홈페이지
공언련은 윤석열 정부 초기인 지난해 7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과 ‘문재인 정권 공영언론인 블랙리스트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주최해, 전 정부에서 해임되거나 물러난 공영방송 경영진 및 간부들을 피해자로 규정했다. 올해 2월 국민의힘 ICT특위가 주최한 ‘방송심의제도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 공동 주최, 지난달 6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국민 대토론회’ 주최 및 주관 단체도 공언련이었다. 2008년 YTN 해직 사태 당시 핵심 인사로 거론됐던 김백 전 YTN 상무는 공언련 이사장이자, 최근 KBS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했다.
김인규 전 사장이 상임고문으로 참여하는 또 다른 단체인 미디어미래비전포럼도 최근 여당과 언론 분야 토론회를 개최해왔다. MB 대선캠프 특보였던 김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새로 만들어진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현 한국IPTV방송협회) 초대 회장을 거쳐 1년 만에 KBS 사장이 됐다. 그의 재임 시기 KBS에선 ‘추적60분-4대강편’ 불방 사태, 이승만·백선엽 미화 방송 등 논란이 불거졌다.
미디어미래비전포럼은 지난달 20일 박성중 의원과 언론시민연대회의가 주최한 ‘공영방송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주관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사장은 여당이 주장해온 ‘KBS 2TV 민영화론’을 펼쳤다. 이날 좌장으로 참석한 김장겸 전 사장의 경우 “‘정상화’가 이렇게 더딘가. 실망감을 넘어서 한숨과 분노가 국민 여러분 사이에서 터져 나온다”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연말까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 강조하고, 이철규 사무총장이 “고지”를 언급하면서, ‘정상화’란 공영방송 경영진과 이사진의 교체로 해석됐다.
관련 단체들은 여권이 공영방송이나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좌편향’이자 ‘정상화 대상’으로 몰아가는 근거를 생산하는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원을 받아 ‘가짜뉴스 OUT 팩트체크’ 사업을 하고 있는 공정미디어연대(공미연)가 대표적이다. 공언련이 만들어진 지 한 달 뒤 ‘연대체’로 출범한 공미연은 공언련 이사인 정화섭 전 KBS제작기술센터장이 대표를 맡고 있고, 공언련이 팩트체크운영위원회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3년 7월20일 박성중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과 언론시민연대회의 주최,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주관으로 열린 ‘공영방송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사진=미디어오늘
아울러 이홍렬 전 YTN 상무가 단장인 공언련의 공정방송감시단은 주로 KBS, MBC, YTN, 연합뉴스TV 등 보도를 모니터링하면서 ‘편파 왜곡’ 보도·방송을 선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넣고 있다. 공정방송감시단은 지난달 5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공언련 등이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국민 대토론회’에서 공영방송이 가짜뉴스 창구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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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과거 정부에서 언론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비판 받거나 불명예 퇴진했던 인사들이 현 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언론 단체를 결성하고, 일부 인사나 단체가 여러 단체에 중복해 이름을 올리면서 여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는 이들은 향후 미디어분야 요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의 언론 환경 문제를 지적하면서 인사 교체를 주장하는 이들이 ‘영전’할 경우 ‘언론 정상화’라는 구호가 결국 자리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2009년 12월 당시 김인규 KBS 사장(오른쪽) 장남 결혼식에 참석한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 사진=미디어오늘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보수 (언론) 운동’도 역사적으로 정당하다고 평가할 만한 표방하는 가치라는 게 있으면 좋겠는데 대부분 ‘좌파 언론단체 때문에 언론이 망가지고, 특정 정당에게 뉴스가 불리하다’는 이야기”라며 “진짜 그들이 바라보는 언론의 미래라든지 추구하는 언론상이 보이지 않기에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의 경영진 해임을 비판하면서 현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는 것을 두고 “‘내로남불’을 내세워서 언론운동을 진흙탕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 본인들이 부당하다고 하는 행위들을 하면서 지적을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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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민 기자 구독jmno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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