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3

‘이태원 참사’와 ‘레고랜드 사태’의 유사점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최보식 의 언론

‘이태원 참사’와 ‘레고랜드 사태’의 유사점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최보식 의 언론



‘이태원 참사’와 ‘레고랜드 사태’의 유사점
기자명 최보식의 언론
입력 2022.11.01

지적으로 완숙한 성인들도 과도한 쏠림, 교착, 과밀 상태에서 저런 대형사고가 나는데, 인간보다 더 빠르고 더 잘 쏠리고 패닉에도 잘 빠지는 금융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이태원 참사와 레고랜드 사태가 어딘지 모르게 비슷해 보입니다. 둘 다 인간의 ‘놀이’욕망에서 발원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는 좁은 골목에서 내려오는 인파와 올라가는 인파가 서로가 서로를 막아 몇 십분간 옴짝달싹을 못하는 상태에서, 누군가가 강한 힘을 가했다는 것입니다. 그 동기는 모르겠습니다. 짜증인지, 주취 폭력 내지 장난인지, 힘으로 교착 상태를 깨서 길을 뚫어 보겠다는 것인지‥.

레고랜드 사태는 미국의 고금리, 미국 외 채권 시장에서 자금 이탈, 초우량 한전 회사채 대량 발행(다른 회사채 구축 효과), 강원도시개발공사 등 대부분 지방공기업의 누적된 부실(그 전 몇 년 간의 방만한 운영), 부동산 거품 붕괴 조짐에 따른 지자체와 지방공기업 주도 개발사업의 부실 등이 4중5중으로 중첩된 상황에서, 김진태 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 회생 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강원도가 채무 보증한 2050억원은 2022년 12월 15일까지 전액 상환하기로 함).

사실 이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것과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실은 뺨을 때린 것도 아니고, 말만 했는데, 금융사들은 ‘이때다’ 싶어서 울고불고 드러눕고 땅바닥에 구르고 난리를 친 격입니다. "내 돈 내놔라!" 하면서.

레고랜드 프로젝트는 사업성 평가, 지급 보증 절차, 주 운영사(영국 멀린사)와 맺은 계약 등 하나 하나가 심각한 문제입니다. 최문순 전 지사의 배임이요, 법절차 위반이 명백하니, 이를 시정하겠다는 공약까지 한 김진태 지사로서는 그냥 넘기기가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다시 이태원 참사로 돌아와서, 지난 토요일 밤 10시 전후한 상황이면 그 골목에서는 힘센 누군가가 밀지 않아도, 뒤에 있는 인파가 가하는 압력 때문에 밀고 넘어지기 십상입니다. 키 작은 여성들은 사방에서 가하는 압력 때문에 고통과 불만을 호소하고, 주변의 남성들도 여성을 보호하거나, 여성과 접촉하지 않으려고 외부로 힘을 쓰고‥. 아무튼 누군가는 밀치게 되어 있었습니다.

지구상의 수많은 압사 사고치고, 어떤 힘세고 나쁜 놈의 밀침 때문에 생겼다고 결론난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파 관리, 통제와 긴급 사태 대응(수습) 실패 관련 행정적, 도의적 책임 문제조차 없던 것으로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게 형사적 책임까지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참사의 구조가 그렇습니다. ‘세월호’와 전혀 다릅니다.


다시 레고랜드 사태로 돌아와서, 2010년 7월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선되자마자, 아예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성남시 자금 사정이 나쁘기는커녕, 경기도에서 1~2위를 달릴 정도로 좋았고(그런 점에서 완전한 생쇼였음), 지방공기업의 부실 정도도 지금과 달랐고, 지방채의 신용도도 좋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전도 저렇게 부실하지 않았고, 미국의 금리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김진태 지사가 회사채 시장 대란의 주범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이태원에서 힘을 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건이든 사고든 그 인과 관계를 정확히 규명해야,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적으로 완숙한 성인들도 과도한 쏠림, 교착, 과밀 상태에서 저런 대형사고가 나는데, 인간보다 더 빠르고 더 잘 쏠리고 패닉에도 잘 빠지는 금융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여긴 워낙 사고가 많이 나서, 정부와 금융기관이 서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좀 낫긴 하겠네요.

대부분의 사고는 ‘자유’의 대가입니다. 영업의 자유, 놀 자유, 표현의 자유, 거주이전 이동의 자유 등‥. 동아시아에서는 정부가 자유를 제약하여 사건사고를 예방하는 일 하나는 너무나 잘합니다. 북한과 중국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8년은 너무나 저열한 원인 진단과 한심한 대책에 절망하고 분노했지만, 이번에는 시민안전과 (이태원 상인들의) 자치, (개인의) 자율, 국가의 재산권(영업의 자유)보호, 국가의 세련된 규제와 통제 등이 높은 수준에서 결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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