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5

Park Yuha이태원참사를 그저 ‘보수정치’의 책임으로 상상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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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있는 진보 지식인들이 이태원참사를 그저 ‘보수정치’의 책임으로만 돌리면서 “국민이 안중에 없”(강남순) 다거나 “국민말살”(김명인)이라는 상상 혹은 레토릭을 동원하는 건, 어쩌면 이제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사유를 회의해 본 적이 없기 때문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는, 수많은 요인이 집약되어 일어난 사태를 그저 정치책임으로만 돌리는 단순화(사유의 퇴락)가 일어날 수가 없다. 물론 거기선 민주화 이후 30년 세월은 물론, 민주화자체, 그리고 해방후 70여년의 미세한 혹은 큰 변화는 간단히 망각된다. 이룬 것에 대한 평가보다는 그렇지 못한 부분에만 시선이 가 있다는 점에서 절망의 사유랄까.

나역시 대통령 주변에 존재하는 “반공냉전”적 “수구보수”들이 불편하고, 그런 이들에게 대통령이 가급적 휘둘리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본질적으로 악인이어서 그 모든 문제가 일어났다고는 당연히 생각하지는 않는다.
 
박근혜는 “수구보수”라서 세월호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나. “수구보수”라서 미국과 일본이 내미는 손을 거부했던 건가. “국민”이 있어야 존재 가능한 대통령이, “국민말살”을 꾀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얘긴가. 보수라는 정체성 탓으로만 돌리면 정작 보수의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게 된다.

아마도 이들은 보수에 대한 증오가 깊어서 만난 적이 없거나 만나도 단 한 번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바라보려고 한 적이 없는 거 아닐까 싶다. 사유가 뼈만 남은 관념이 되고, 세상사의 분석이 지극히 단순해지는 것도 아마도 그 결과.
 
세상을 나쁘게 만들고 있는 건 언제나 어디서나 ‘적’(일제-친일파-수구보수)들의 소행일 뿐 결코 자신들일 수는 없다는 순진무구한 태도를 만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터.

이 분들께 오래된 책 한 권을 권하고 싶다. 일본 학생운동시대에 “운동과 사상”에 대한 차이를 둘러싸고 일어난 갈등과 좌절과 희미한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분명한 건, 시대의 절망을 넘어설 희망은, 철저하게 자신과 마주하고 회의 했을 때, 타자를 회피하지 않고(악마화하지 않고) 제대로 만나려 할 때 비로소 희미하게 비쳐드는 것이었다는 점.
물론 자신의 틀을 벗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사유가 필요한 건 바로 그렇기 때문이 아니던가.

















167You, 정승국, Chee-Kwan Kim and 164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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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석
    반대편에는 온갖 어그로를 끄는 전 대통령실 비서관 내정자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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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k Yuha
      한동석 그러게요. ㅠ
    • 한동석
      박유하 걔들 하는 꼬라지보니 파장이 커질 것 같네요. 설마하니 본인이 수사했던 사람들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니겠죠
    • Park Yuha
      한동석 그렇게 되는지 여부는 결국 시민들이 정하겠죠. .
      2
  • 정승원
    저는 이 분들의 인식 구조는 심각하고 봐요!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된지 3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해방정국과 독재시대를 사시는 분들입니다
    6
    • Park Yuha
      정승원 대개는 무의식의 소산이겠지만, 의식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게 바로 ‘사유의 정치화’겠죠.
      4
  • Taehwan Kim
    책 소개 감사합니다-
  • Sanghoon Lee
    강남순 글이 자주 공유되어 읽히는데 애도의 극장정치 비판은 일리는 있으나 극장정치 원조인 정치세력 지지와 이재명 지지하는 점에서 신뢰감이 전혀 들지않더군요.
    • Park Yuha
      이상훈 이재명 지지자들은 이재명이 계급을 위한 정치를 할 거라고 믿고 있는 거겠지요.
  • Sanghoon Lee
    선생님 언어가 적절합니다. 사유의 정치화.
    • Park Yuha
      이상훈 “학문의 정치화”라는 말을 책에 쓴 적이 있는데 서글프네요
  • 임지숙
    스스로와 상대에 대한 인간이해의 부족을 사상으로 덮으려다 보면 억지논리가 만들어지고 망상으로 발전하는듯합니다.
    4
    • Park Yuha
      임지숙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사실 이름 거론한 두 분은 저를 지지해 준 적도 있어서 굳이 비판하고 싶지 않은데 영향력이 커 보여 안 쓸 수 없었네요.
      2
  • 서준석
    사노의 편지.. 세스코의 편지..
    가치있는 실패의 기록이 우리 586에게는 없었습니다.
    • Park Yuha
      서준석 사실 그걸 좀 알고 싶었네요. 없는 건지 내가 모르고 있는 건지.
      성공해서 그렇다 쳐도, 그저 “후일담”이나 남성들의 문제비판을 넘어서는 기록과 사유가 존재하는지.
    • 서준석
      박유하 소수의 기록들은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권력이.. 큰 담론이 되어버린 유산?으로 그들의 삶이 가벼워진 탓일까요. 후일담을 넘어서는 사유를 찾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ㅜ
    • Park Yuha
      서준석 그렇군요. 아마도 결과적으로 성공한 운동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 정광호
    저도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말에 대한 되새김질은 전혀하지 않은 사람들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20대때 자리잡고 들어선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 우덕찬
    선생님 고견에 공감의 공감을 합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선생님을 포함한 한두분의 오피니언 리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우파 오피니언 리더들도 대동소이합니다. 저와 매우 가까운 사람도 우파 오피니언 리더인데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적 이야기가 싫어서 페북을 한 6개월 쉬었었는데 제가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것 같습니다.
    Park Yuha replied
     
    1 reply
    29 m
  • Cha YoonYoung
    지금을 '겨울공화국' 쯤으로 보는 건데, 지금도 그렇지만 6개월 이전이 더 추웠던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군요.
    2
    Park Yuha replied
     
    1 reply
    28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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