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3

박정미 - 다큐영화 [건국전쟁>을 보고 영화를 보고 난 후

(1) 박정미 - 민족의 영웅과 국가의 영웅 ㅡ다큐영화 <건국전쟁>을 보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영화를 두고 왜 그렇게... | Facebook

민족의 영웅과 국가의 영웅
ㅡ다큐영화 <건국전쟁>을 보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영화를 두고 왜 그렇게 말이 많은지 조금 의아해졌다. 다큐의 기본 뼈대가 되는 이승만대통령의 업적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역사적사실이다.
"일제시대 하와이에서의 교육사업과 외교적독립론, 초대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승인을 이끌어냄, 2차대전 후 신생국에서 드물게 성공한  농지개혁(이로 인한 경제발전의 토대 마련), 초등학교 의무교육실시, 남녀평등한 선거제도 도입, 6.25전쟁의 국가적위기 극복,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이로 인한 국가적영속성 확보), 대대적인 학교 건립과 교육 중시정책, 독도를 영토로 확고히 한 평화선 선포"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이 업적을 지금까지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까닭은 무엇인가. 이제야 그의 업적이 새롭게 조명되고 큰 울림을 주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남편과 함께 영화관을 나오면서 20년전 신혼 초에 우리가 격렬하게 다투던 장면이 떠올랐다.
역사적 라이벌인 이승만과 김구에 대해서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흥분하여 날밤을 새우고 싸우다 각자 회사에 출근했던 것이다. 

맞아. 그 때 내가 그랬던 것이다. 독립을 위해 싸우고 분단을 막으려다 희생당한 백범 김구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민족의 영웅이었다. 반면에 4.19의거 이후 쫓겨난 이승만은 독재와 장기집권과 모든 전근대성의 원흉이었다. 그것이 우리세대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이승만을 옹호하는듯한 남편의 반응에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이승만의 지도력과 식견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없었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처음 본 데다가,하필이면 그 사람이 갓 결혼한 내 남편이라는 사실에 나는 거의 경악했었다. 도대체 이 남자와 한평생을 살아갈 일이 깝깝해질 정도였다.

지금 와서 보면 그때 우리 부부의 언쟁이 지금 이 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격렬한 소용돌이의 축소판에 전초전이 아니었나 싶지만 말이다.

 그 전에 나는 한번도 진지하게 우남과 그가 살아온 역정을 제대로 알아보고 평가해본 적이 없었다. 우남은 권력욕에 미친 협잡꾼에 죽일 놈이고, 백범은 무사심의 통큰 위인임은 상식이었다. 내가 읽은 책, 본 영화는 모두 그 쪽을 가리키고 있었고 주위의 친구, 선배, 그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그것은 80년대 <자주, 민주, 통일>을 핵심가치로 내세운 민주화운동세력의 확고한 역사인식의 토대였다. 
선후배들과 돌려보는 책은 남한정부의 수립을 국가건설의 긍정적시각이 아닌 민족분단의 부정적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해방공간의 혼란과 폭력적 쟁투도 국가건설과정의 주역이 아닌 국가건설에 반대한 자들과 피해자입장에서 일관되게 서술했다. 4.3항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무자비했는지, 여순반란사건의 주역들은 얼마나 민족과 민중의 편에 선 사람들인지, 젊은가슴을 아프게 했다.
 피해자중심, 민족중심의 역사인식 속에서 백범은 남산앞 동상처럼 거대하게 우뚝 섰고, 우남의 자취는 짓밟히고 잊혀져갔다. 그것이 지난 삼사십년간의 우리세대 정서요, 시대적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바람이 불고 그 강고했던 시대적분위기는 깨지고 있다. 그것도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민족이 통일을 지향하는 어정쩡한 과도기적단계로 지내면서 엎치락 뒤치락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 수 없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남한에서는 풍요로운 경제적환경에서 자란 젊은층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나오는 소리요, 북한에서는 핵을 움켜 쥔 권력 최상부로부터 시달된 외침이다.
대한민국과 조선인민민주의공화국이라는 두 뚜렷한 국가적실체로 홀로서기를 요구하고 있는 이 변화된 시대분위기 속에서 민족감정은 쇠퇴하고 국가정신이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대중적확산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누가 뭐래도 국가인 대한민국을 긍정한다면 그 국가의 건설을 주도한 우남 이승만을 긍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백범 김구에게는 대한민국이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냐는 2차적인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민족의 독립과 온전한 통일이 지상과제였으니까.

하지만 무수한 곁가지를 쳐내고 역사의 큰 그림을 본다면 대한민국의 기본유전자는 이승만으로부터 나온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이승만이라는 특이한 개성, 인생역정,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고 미국인들조차 초엘리트 지식인으로 여길만끔 꿇리지 않았던 학벌과 지적능력, 세계정세를 꿰뚫어보는 혜안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다. 아니, 대한민국 자체가 없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일본을 전략적 방어선으로 넣고 한반도의 운명에서는 손을 떼고 싶어했던 미국을 그렇게 단단하게 움켜쥘 수 없었을 것이다.
대륙의 작은 새끼손가락에 불과한 한반도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자장권에 휩쓸려들어가고 조선이라는 전근대성으로 다시 굴러떨어져가는 무서운 관성의 힘을 이승만은 제 늙은 한 몸으로 막고 대한민국을 건설한 것이다. 
 이제 민족의 영웅에서 국가의 영웅으로 우리시대 역사인식의 촛점이 옮겨가고 있다. 백범의 시대는 가고 우남의 시대가 열리는 것을 영화관을 나와 봄바람이 불어오는 용산거리를 걸어오면서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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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수
깊이 공감.우리들의 편협했던 역사인식도 균형을 맞춰 후손들에게 전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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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김석수 네. 먼저 생각많고 일도 많이 벌였던 우리세대가 바뀌어야 후대도 건강한 역사인식을 가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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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악마는 왜곡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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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김재진 악마는 색안경을 낀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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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박정미 악마는 방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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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사실 괸계를 떠나서 이승만 찬가를 부르며 자란 우리의 세대. 김일성 우상화 같아서 거부가 있어요. 그 시대의 아픈 역사로 보아야 할지. 여든 평생 대한 나라 독립을 위하여..... 고마우신 리대농령 우리 대통령 탄신일에 맞춘 2절의 만수무강을 비업니다와 3절의 뜻을 받들어 .... 현직 대통령 찬미를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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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정명희 박정희정권시절의 분위기가 그랬나봅니다. 저희 때는 안그랬는데 십년새 변화가 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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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이승만 시대지요. 박정희 시대는 '백마는 간다'하는 백마부대와' 맹호부대 용사들아'를 소리높여 월남 파병 노래를 불렀지요. 지금도 맹호부대는 3절까지 다 기억이 나요. 일본이 징병할 때도 그랬을까 생각이 들어요. 온 국민이 환송했지요. 몇 십 년 변화가 없었는데 요즘은 너무 세상이 빨리 변해서 어지럽답니다. 항시 작용과 반작용이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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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정명희 와! 언니 초등학교시절이 이승만정권때였어요? 제가 언니 나이를 헷갈리고 있었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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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군희
저는 그동안 백범이 왜그리 존경스럽지 않았는지 영화를 보고나서야 조금 알겠더라구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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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이군희 백범을 내세워 우남을 깎아내리려는 정치적의도가 한시대 정서를 지배했죠.
백범과 중국 유어만대표와의 일화는 실제 있었던 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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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규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우남이라는 선각자를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핵심내용을 잘 요약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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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장원규 작은 것들은 그냥 보이지만 거대한 것은 멀리 가서 눈을 들어야 보이는 것 같아요.
이승만집권기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남을 버려두고 역사는 진전했고, 뒤돌아보니 거대한 산맥같은 그의 발자취가 이제야 두 눈에 잡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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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규
박정미 네 누구나 공과 과가 있는데 편갈라서 한쪽만 보고 평가하는게 문제네요. 충분히 존경을 받을만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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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won Yoon
역시 글이 좋아유. '대한민국 기본 유전자'는 그에게서 나왔다. 맞지유. 그 싹을 키운 이는 박정희고 한쪽 가지를 매단 이는 민주화투사이고 다른쪽 가지를 단 이는 산업전사고요. 열매는 아직 한참이나 멀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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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윤일원 새로운기운이 한반도에 용틀임하고 있습니다. 이 기운을 우남의 뜻을 이어받아 제대로 요리할 수 있는 통 큰 지도자가 나올 때가 됐습니다.
우남 이후로 아직 우남을 뛰어넘은 인물이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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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won Yoon
박정미 박쌤이 아들을 키우고 있으니 아직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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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 Rang Lee
역시나 또박 또박
힘있는 필체 …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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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Sang Rang Lee 아유~~~과찬이지만 덕분에 힘이 불끈!납니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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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 Rang Lee
박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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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박희철 고맙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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