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4

일제가 펴낸 사서 번역한 '조선총독부 30년사' 출간 | 연합뉴스

일제가 펴낸 사서 번역한 '조선총독부 30년사' 출간 | 연합뉴스



일제가 펴낸 사서 번역한 '조선총독부 30년사' 출간

송고시간2018-11-04 


박상현 기자기자 페이지


'시정 25년사'·'시정 30년사' 사실상 완역



조선총독부 사진. [국사편찬위원회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총독부가 자기네 통치사를 정리한 자료집 번역본 '국역 조선총독부 30년사'가 출간됐다.

국학전문출판사 민속원이 펴낸 3권짜리 조선총독부 30년사는 일제가 조선 지배 25주년을 기념해 1935년 만든 '시정(施政) 25년사'와 30주년을 맞은 1940년에 간행한 '시정 30년사'를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시정 25년사는 전체를 번역했고, 시정 30년사에서는 시정 25년사를 축약한 전반부를 제외하고 후반부만 번역해 사실상 완역이라고 할 수 있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지원을 받아 2012년 대학원생이던 김민석 한양대 강사, 최은진 국가보훈처 학예연구사, 양지혜 씨와 함께 번역을 시작한 뒤 윤독과 원고 수정, 교열을 거쳐 6년 만에 성과물을 내놓았다.

시정 25년사와 시정 30년사는 도쿄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1908년 대한제국 학부(學部) 편집국 사무관으로 온 오다 쇼고(小田省吾·1871∼1953)가 책임 집필했다.

오다는 1918년 '조선반도사'(朝鮮半島史) 편찬에 참여했고, 1921년에는 학무국 고적조사과장으로 임명돼 고구려와 낙랑 유물 조사를 지휘한 인물. 경성제대 교수에서 퇴임한 뒤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 교장직을 맡기 직전에 시정 25년사 제작을 부탁받았다.

시정 25년사와 시정 30년사는 조선이 일제 덕분에 발전했고,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에 편입됐음을 강조하는 논조로 작성됐다.

시정 25년사에서 저자는 병합 목적에 대해 "다년간 고단한 상황에 빠져 있던 반도의 인민을 구제하고, 이들의 문화를 향상시키고 실력을 양성해 단지 조선 민중의 복지를 증진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제국의 기초를 공고하게 하고 동양 평화를 영원히 유지하는 데 있다"고 기술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총독부는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아가 이를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책을 편찬했다"며 "오다 쇼고는 시정 25년사에서 각 총독의 업적을 모두 긍정적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오다는 제1대 데라우치(寺內) 총독 시대는 창시(創始)와 개변(改變)의 시기라고 서술했고, 제3대 사이토(齋藤) 총독은 종래 성과에 발전을 기해 수성에 매진했다고 적었다.

일제가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한 뒤에 간행된 시정 30년사는 전시체제와 전시동원정책을 미화하고 합리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 교수는 총독부가 선전용으로 만든 책을 번역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번역서를 읽은 뒤 일반인이나 초보 연구자들이 식민통치미화론에 동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도 출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계 식민지 지배정책 연구가 미흡한 실정인데, 이 책에는 총독 시기별로 주요 법령과 제도에 대한 설명과 의도가 잘 반영됐다"며 "총독 정치를 심하게 왜곡하거나 미화한 부분은 각주로 관련 사실을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448∼544쪽. 각권 6만원. 세트 18만원.



psh5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8/11/04 12:04 송고
#조선총독부
#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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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868481.html



우리는 일제 지배 논리를 제대로 알고 있나
박찬승 교수팀, 총독부 역사서 번역
“식민통치 논리 담긴 연구자 필독서”
7년 번역에도, 연구 업적 인정 안돼
“‘문화통치’ 의미 정확히 알게 돼”
기자김지훈수정 2019-10-19 11:23
등록 2018-11-01 20:00



국역 조선총독부30년사(상·중·하)
박찬승 김민석 최은진 양지혜 역주/민속원·각 권 6만원

일본 식민지 시기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한국인들이 그때를 되돌아볼 때, 그 초점은 일제에 맞선 저항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독립운동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졌지만 상대적으로 일제의 식민지 지배 정책에 대한 연구는 부족할 수밖에 없던 심리적 이유다. 그 공백을 틈타 자라난 건 일제 통치 논리를 내면화한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극우 역사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총독부가 기록한 총독부의 역사서가 80여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말로 번역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3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 있는 연구실에서 만난 박찬승 한양대 교수(사학과)는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3명의 제자와 7년간 번역에 매달려온 <국역 조선총독부 30년사>(전3권)가 이제 빛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정 25년사>와 함께 <시정 30년사> 중에서 미나미 총독 시기를 번역한 책이다. <시정 25년사>는 조선총독부가 1935년 경술국치 25년이 되던 해를 ‘기념’해 자신들의 활동을 정리한 관찬역사서다. 그 후 5년 만인 1940년 제7대 총독 미나미 지로는 <시정 25년사>를 요약한 뒤 자신의 통치기까지 담아 <시정 30년사>를 다시 냈다. 박 교수는 역자 후기에서 이 책들을 “총독부의 여러 정책들에 대해, 대내적으로 이를 합리화하고 뒷받침하고, 대외적으로는 이를 미화하고 선전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책들을 번역한 이유는 일본의 지배 정책을 제대로 알아야 우리 안에 내면화된 일본의 논리를 분별하고 극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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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역 조선총독부 30년사>를 낸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는 “한 연구기관에 이 책을 포함해 총독부의 각종 자료들을 번역하는 사업을 하겠다고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제의 시각에서 쓴 책을 왜 번역하냐는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연구자들이 볼 책을 왜 번역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책은 식민지 시기 통치의 논리가 담겨 있는 필독서임에도 어려운 대목들이 많아서 연구자들도 읽기가 힘듭니다.” 2012년 박 교수는 대학원 수업에서 <시정 30년사>를 학생들과 읽고 있었다. 마침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에서 번역사업에 지원을 해준다고 하여, 아예 번역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당시 박사 과정 학생이던 김민석(현 사학과 강사), 최은진(현 국가보훈처 학예연구사), 양지혜씨와 함께 번역을 시작했다. 매달 모여 번역해온 원고를 돌려 읽고, 전체를 박 교수가 다시 검토했다.

박 교수는 특히 총독의 ‘유고’, 즉 담화문은 문장이 까다로워 번역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책이 다루는 분야가 광업, 임업, 농업, 철도 등 다양한 경제 분야에 걸쳐 있고, 지금과 용어가 달라 그냥 읽어서는 뭘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일일이 조선어 사전, 일본어 사전 등을 찾아 뜻을 밝혀야 했다. 일제가 왜곡하거나 미화한 사실관계들을 찾아서 이를 바로잡는 각주를 달아 독자들이 총독부의 의도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이 번역서가 일찍 나왔으면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 같은 문학작품도 더 풍부하게 쓸 수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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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식민지 시기를 오래 연구해온 박 교수도 이 책을 번역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3·1 운동 이후 일제의 1920년대 통치를 이전의 무단통치와 대조해 ‘문화통치’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문화가 ‘컬처’가 아니고 ‘문치교화’라는 말의 줄임말인 걸 이번에 번역을 하며 알게 됐습니다. 문치교화는 조선인들을 무력이 아닌 문(文), 즉 교육과 선전을 통해 머릿속을 바꿔 동화를 시키자는 것입니다. 그동안 문화통치가 192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일었던 문화운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그것과는 관련이 없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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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최근에 번역해낸 <국역 조선총독부 30년사>를 들어보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고된 역주 작업으로 박 교수가 얻은 ‘대가’는 무엇일까. 학교에서 받은 연구비는 번역을 시작할 때 이미 몇백만원씩 나눠 모두 공역자들에게 건넸다. 출판사에서 주는 인세 3%마저 책으로 받기로 해서 모두 10질을 받았을 뿐이다. 이마저 2질씩 공역자들과 학교에 나눠줘, 김 교수가 이 번역으로 받은 물질적 대가는 책 2질뿐이다. 책은 300질만 찍었다.

“대다수 대학교처럼 우리 학교에서도 번역은 연구 업적에 전혀 반영이 안 됩니다. 책 저술은 논문 2편, 영어 논문은 논문 3편으로 인정해주지만 번역은 아무 인정을 못 받습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인문학 쪽에서 기초가 될 번역서나 읽을 만한 학술서가 안 나오고 있는 거죠.” 이런 상황이기에 식민사관의 논리를 잘 보여주는 조선사학회의 5권짜리 <조선사 대계>나 제6대 우가키 가즈시게 총독의 일기 같은 중요한 자료도 번역되지 않고 있다고 박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정년이 3년밖에 안 남았거든요. 이번에 이 책을 번역하면서 일제 시기 교육사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돼서 관련 자료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박 교수의 눈에는 이 책 안에 숨겨진 수많은 연구 주제가 보였다. 조선총독부와 본국과의 관계는 어땠는지, 총독부 관리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조선인들이 받았던 태형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산파들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우리 학계에 단편적 연구는 많지만 이를 집대성한 연구를 아직 만들어내질 못했어요. 이제는 후학들이 연구를 해나가야 할 텐데, 거기에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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