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이코노미 - 한국의 군사주의. 성 노동. 이주 노동
이진경 (지은이),나병철 (옮긴이)소명출판2015-05-20
기본정보
양장본423쪽
책소개
‘죽음정치적 노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한국의 개발의 역사를 다시 쓴 책이다. 군사 노동, 성 노동, 군대 성 노동, 이주 노동과 같은 주변화된 노동들이 과거의 신식민지에서 오늘날의 하위제국에 이르는 한국의 연속적, 중첩적 공간들을 밝히는 주요 영역임을 주장한다. 특히 수많은 문학작품들을 다루면서 주변화된 노동이 어떻게 초국가적 맥락에 얽혀진 복합적 이데올로기들을 횡단하고 있는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목차
감사의 말
역자 서문
서문___섹슈얼리티와 인종의 프롤레타리아화
제1장 대리적 군대,하위제국, 남성중심주의 -베트남전의 한국
군사화하는 개발과 재-남성중심화하는 국가
베트남 파병의 이데올로기들-박정희 정권 하의 반공주의와 개발주의
국가적 의식(儀式)과 민족적 남성중심성의 스펙터클화
초국가적,국가적 군사 프롤레타리아화와 계급적,인종적 대리성
베트남에서의 한국의 하위군사주의와 하위제국주의
젠더화되고 섹슈얼리티화된 노동으로서 군인되기
민중적 영웅에서 남성 매춘으로-[장사의 꿈]에서의 성적 프롤레타리아화
일을 처리하기-살인과 고문의 남성중심화 과정
[몰개월의 새]와 [영자의 전성시대]에서의 (남성) 군사 노동과 (여성) 매춘
한국인 병사(GIs)와 베트남 여성 전쟁 로맨스, 성적 성장소설, 하위제국적 기지촌 소설
층위화된 남성성과 계급적 대리성 피의 화폐, 한 핏줄/한 나라, 혈맹
양가적인 민족적 동일시와 인종적 대리성
다중적인 인종적 동일시-중간적인 한국인
베트남의 기지촌(Camp Towns)/신흥도시(Boom Towns)
성적 인공신체로서의 베트남
상품을 위한 전쟁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오늘날의 한국에서 베트남전을 기억하기
“오늘날”의 한국-베트남의 노동관계-시대교란의 문제
상징적 대리 노동-전쟁을 기억하는 성적 경제
결론
제2장 국내 매춘 -죽음정치에서 인공신체적 노동으로
국가적,초국가적 맥락에서의 “국내” 매춘
매춘과 죽음
섹슈얼리티화된 노동에서 성 노동으로
“국내” 성 노동과 그 밖의 초국가적 노동계급 여성 노동
민족적 남성중심성과 대중문화에서의 상업화된 성
딸의 효심(孝心)으로서의 매춘-?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의 성적인 자발적 희생(voluntarism)과 좌파 민족주의
사회적 노동으로서의 섹스와 [겨울여자]
가상적 섹스 상품으로서의 호스티스와 [별들의 고향]
노동으로서의 매춘 생존과 훼손, 그리고 은밀성
매춘과 거리에서의 생존-[어둠의 자식들]
[영자의 전성시대]-훼손과 인공신체적 저항으로서의 성 노동
은밀한 노동으로서의 성-섹슈얼리티 노동-[미스 양의 모험]
한국 남성의 은밀한 생활
성 노동에서의 선택 없는 행위력
결론
국내적 이주자의 문화
매춘에 대한 최근의 정부의 단속
제3장 군대 매춘 -여성중심주의, 인종적 혼종성, 디아스포라
독재정치와 매판자본 시대의 군대 매춘의 알레고리
“양공주”의 담론적 생산
[분지]-백인 여성에 대한 보복 강간으로서의 반미주의
[황구의 비명]-디스토피아적 요정의 나라로서의 기지촌
[아메리카]-알레고리에 대한 동일시적 조정
[국도의 끝]-탈알레고리화와 도덕적 가부장주의
1990년대의 군대 매춘에 대한 다시쓰기
-기지촌 가부장주의와 여성중심적 성 노동자들, 그리고 혼혈적 탈동일화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에서의 기지촌 가부장주의
[뺏벌]에 나타난 기지촌 모계주의와 여성중심주의, 레즈비언주의
성의 군사화된 상업화-규율적인 수단들
경제적,성적 행위력의 재생
기지촌의 모계주의와 여성중심주의, 레즈비언주의
기지촌에서의 인종주의화와 인종적 이동성, 인종을 넘어선 계급적 제휴
[유령 형의 기억]에서의 인종적 혼종성과 모성혐오증의 남성성
혼혈아의 이중적 탈/동일화 과정-한국과 미국
기지촌 혼혈아의 유령 같은 정체성과 모성혐오증
국가와 인종을 넘어선 초월적 남성성
미군 기지촌과 “디아스포라”
김기덕의 [수취인불명]-기지촌에서의 노동과 죽음, 그리고 트랜스로컬리티
“군대신부”와 미국에서의 한국인의 디아스포라
오늘날 한국 기지촌에서의 이주 군대 성 노동자
결론
제4장 이주 노동과 이민노동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재규정
국가와 자본, 그리고 노동의 거래
인종적 국가와 다문화적 국가로서의 한국의 국가
노동이주와 이주 노동에 대한 법률과 규제
정부의 단속
한국의 고용주들
인종주의화와 인종차별, 그리고 인종적 폭력
인종주의화된 노동조건
인종주의화된 동네
산업적 사고와 상해, 죽음
이주 노동을 조직하기
한국의 노동 활동가들-동화주의와 준주변부적 규율
이주 노동자의 저항-동화, 반한주의, 죽음
다민족화와 다문화주의
탈인종주의화하는 억압과 한국인화하는 이주 노동자
다문화주의와 그 한계
이주 노동자 자녀의 교육 뿌리 없이 자라는 나무
월드컵 민족주의와 다민족적 한국
하위제국적 이민국가로서의 한국
“코리언 드림”
경제적 구성원의 지위와 재영토화, 그리고 견고한 시민권
박범신의 [나마스테]-이민 하위제국으로서의 한국
하위오리엔탈리즘적인 하위제국적 연애-어머니(모국), 아내, 학생으로서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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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5년 6월 11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이진경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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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문학학과 한국문학과 비교문학 전공 부교수. 『서비스 이코노미』를 썼다. 식민지시대 민족주의 문화와 정치, 포스트식민시대 한국의 군사주의와 개발, 젠더와 민족의 재현, 한국의 아시아인 노동-이주, 한국(인)의 디아스포라 등을 연구한다.
최근작 :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서비스 이코노미>,<근대 한국, 제국과 민족의 교차로> … 총 4종 (모두보기)
나병철 (옮긴이)
저자파일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원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거쳐 2020년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친밀한 권력과 낯선 타자》, 《특이성의 문학과 제3의 시간》, 《소설이란 무엇인가》(공저), 《감성정치와 사랑의 미학》, 《미래 이후의 미학》, 《소설이란 무엇인가》, 《소설의 이해》, 《문학의 이해》, 《전환기의 근대문학》, 《근대성과 근대문학》, 《한국문학의 근대성과 탈근대성》,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서》, 《근대서사와 탈식민주의》, 《탈식민주의와 근대문학》, 《소설과 서사문화》, 《가족 로망스와 성장 소설》, 《영화와 소설의 시점과 이미지》, 《환상과 리얼리티》, 《소설의 귀환과 도전적 서사》, 《은유로서의 네이션과 트랜스내셔널 연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문학교육론》(제임스 그리블), 《냉전시대 한국의 문학과 영화》(테드 휴즈), 《서비스 이코노미》(이진경), 《문화의 위치》(호미 바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정치와 문화》(마이클 라이언), 《해체론과 변증법》(마이클 라이언), 《중국문화 중국정신》(C. A. S. 윌리엄스)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문학의 시각성과 보이지 않는 비밀>,<친밀한 권력과 낯선 타자>,<특이성의 문학과 제3의 시간> … 총 26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소명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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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텔레비전드라마, 판타지를 환유하다>,<중국산문사>,<장면의 소설>등 총 1,306종
대표분야 : 역사 24위 (브랜드 지수 56,316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이진경 교수의 한국문학 연구서 <서비스 이코노미>(소명출판, 2015)가 출간되었다. 이진경은 ‘죽음정치적 노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한국의 개발의 역사를 전복적으로 다시 쓰면서, 그 시대의 문학작품들에서 대안적인 서사를 탐색하였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의 경제성장의 “기적의 과정”을 산업적.군사적 프롤레타리아화와 성적 프롤레타리아화의 세계적.지역적 표현으로 재상상하고 있는 점이다. 즉 한국의 개발의 역사를 미국의 지구적 팽창의 필수 요소로 봄으로써 항상 군사주의와 경제개발이 서로 연결된 트랜스내셔널한 기획 아래 놓고 왔음을 말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그런 복합적인 관계들을 밝히기 위해 산업노동을 관통하는 ‘주변화된 노동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변화된 노동들이란 군사 노동, 성 노동, 군대 성 노동, 이주 노동을 말한다. 이 책은 그런 주변화된 노동들이 과거의 신식민지에서 오늘날의 하위제국에 이르는 한국의 연속적.중첩적 공간들을 밝히는 주요 영역임을 주장한다. 특히 수많은 문학작품들을 다루면서 군사 노동과 성 노동, 군대 성 노동이 어떻게 초국가적 맥락에 얽혀진 복합적 이데올로기들을 횡단하고 있는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죽음정치적 노동이란
죽음정치적 노동은 대리 노동자가 죽음에 이르도록 신체와 정신을 소모시키는 양상을 말한다. 죽음정치 아래서 노동자는 마치 상품이나 소모품처럼 권력에게 생명의 처분을 맡긴 상태에서 죽을 운명으로 향해 있다. 즉 필요한 노동이 중단되지 않고 생산되도록 삶을 부양하는 것이며, 그 이면에는 상품에서처럼 쓸모없어진 노동자는 폐기처분될 수 있음이 전제로 깔려 있다.
따라서 죽음정치적 노동이란 “노동이 수행된 때나 그 후에 내던져지고, 대체되고, (축자적으로나 비유적으로) 살해될 수 있는 어떤 대상이나 사람 곧 노동 상품이나 노동자”로 생각될 수 있다. 우리는 1960∼70년대의 산업 노동이 그처럼 죽음에 이르도록 착취당하는 죽음정치적 노동의 요소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그 때의 산업 노동이 세계적 개발주의의 트랜스내셔널한 맥락에서 지역적 “값싼 노동”으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즉 그 시기의 산업 노동에는 이미 저기능적 대리 노동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우리 자신이 하위제국이 된 오늘날에는 동남아 이주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는 것이다.
주변화된 노동들
군사 노동과 성 노동은 이제까지 노동으로도 여겨지지 않았던 노동들이다. 그런 주변화된 노동들을 주요 영역으로 삼은 것은 트랜스내셔널한 맥락에서 “성과 인종의 프롤레타리아화”와 연관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성과 인종의 영역은 대체불가능한 불평등성의 영역으로서 존재 자체의 불평등성이 노동생산의 전제조건이다. 성과 인종의 관계는 역전시킬 수 없으며 그런 극단의 비대칭성을 전제로 대리노동과 서비스 노동, 그리고 죽음정치적 노동이 만들어진다.
대리노동은 대체불가능한 불평등성의 첨예화된 표현이다. 예컨대 베트남전에서 미군을 대리한 한국군이나 기지촌에서 미국여성을 대리한 군대 성 노동은 역전 불가능한 불평등성의 상징이다. 이런 노동들은 자신의 신체 자체를 상품화하는 서비스 노동인 동시에, 신체와 생명이 훼손될 위험 속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노동하는 죽음정치적 노동이기도 하다.
한국의 죽음정치적 노동
한국의 개발은 그런 트랜스내셔널한 맥락에서 저임금 산업노동과 성 노동, 베트남전의 군사 노동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책의 핵심은 그 같은 죽음정치적 노동과 트랜스내셔널한 개발의 역사와의 긴밀한 관계들을 밝히는 데 있다.
한국의 죽음정치적 노동은 이제까지 그 잔혹함이 은폐되어왔으며 한 번도 학술적으로 진지하게 다루어진 적이 없다. 그 이유는 기적으로 불리는 개발의 역사 밑바닥에 감취진 생명을 유기하는 죽음정치적 노동의 비인간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오히려 그런 죽음정치적 노동이 트랜스내셔널한 맥락에서의 신식민지적 군사주의와 경제개발, 그리고 다양한 이데올로기들을 관통하는 한국의 근대의 역사를 꿰뚫어 보여줌을 논의한다.
죽음정치적 노동은 공식적 역사에서는 그 비참함이 감춰지며, 군사 노동과 성 노동의 경우에는 노동의 이름마저 박탈된다. 반면에 군사 노동과 성 노동을 그리는 문학작품들은 신식민지적 국가주의 사회에서 죽음정치적 노동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기제를 암시해준다. 이 책은 죽음정치적 노동을 다루는 문화생산물들이 반공주의나 개발주의 같은 이데올로기들이 은폐하는 초국가적 맥락에서의 국가와 자본의 공모를 드러냄을 밝히고 있다.
죽음정치적 노동과 트랜스내셔널한 역사적 구도는 이제까지 한국문학연구에서 보이지 않는 영역에 있어 왔다. 이 책은 은밀성의 노동인 죽음정치적 노동을 들춰냄으로써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역사의 위치들을 보이게 만들고 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감성의 역사의 혁신인 동시에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에 대한 전복적인 대안적 서사라고 할 수 있다. 이 문학과 역사를 통한 감성의 분할의 혁신은 아직도 우리의 현실을 덮고 있는 복합적 이데올로기들을 파열시키는 도발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도발적인 파문의 실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기 바란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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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정치적 노동(죽음이 예비된 일을 하는 대리 노동)과 성-인종 프롤레타리아화를 연결해서 관련 문학을 비평합니다. 군사 노동, (군대)성판매 노동, 이주노동을 (초)국가적으로 조망하려는 시도가 흥미롭네요.
序 2018-11-25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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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대한 새롭고 충격적인 인식, 그러나 문학 연구서로는 의문이 남는다. 새창으로 보기
1. 한국이라는 트랜스내셔널한 ‘이산적 접속점’과 죽음정치적 노동
이 책의 충격적인 지점은, 자본주의 하에서 모든 노동을 “죽음정치적 노동”으로 명명하며, 70년대 이래 한국의 경제성장 자체가 이에 바탕한 ‘서비스 이코노미’임을 보인다는 점에 있다. 죽음정치적 노동이란 노동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도록 운명지워진”것, 신체 자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모되어, 비록 실제로 노동자가 죽지 않을지라도 죽음의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을 의미한다. 푸코의 생명권력이 “노동자를 규율화하는 방식으로 삶의 부양을 허용”(40)한다고 했지만, 그러한 생명권력은 죽음정치적 노동에 의해 구성된다. 죽음정치에 대한 위협이 생명권력을 작동시키기도 하며, 죽음정치의 존재가 생명권력을 가능하게 하는 자본과 국가의 체제 자체를 존속시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에 따라, 그러한 죽음정치적 노동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군사 노동, 성 노동, 군대 성 노동, 이주 노동이라는 ‘주변화’된 노동에 주목한다. 남성중심적 제조업 노동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노동’이라 지칭되지 않았던 노동들에 주목함으로서, 일반 노동 자체에 내재한 죽음정치적 특성을 부각하고, 또 그러한 기타 노동들의 유지 자체가 이러한 주변화된 노동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군사, 성, 군대 성, 이주 노동은 여러 층위의 ‘프롤레타리아트화’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프롤레타리아화는 “전통적인 농민이나 봉건적 잔재인 농업 노동 종사자가 임금 노동자로서 근대적 산업 노동력으로 전환되는 것”(39)인데, 이것이 군사, 성, 이주 노동 등에도 적용되게 확장된다. 군사적 프롤레타리아화는 비릴리오에 의해서 제시된 개념으로, 하급 병사들은 결국 공장의 프롤레타리아화와 동일하게 군사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성 노동은 섹슈얼리티 프롤레타리아화이며 이주 노동은 인종 프롤레타리아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시도에 주목할 것은, 계급, 인종, 섹슈얼리티가 중층된다는 것이다. 인종이 프롤레타리아화하지만, 개별 인종의 모든 이가 그런 것은 아니고, 섹슈얼리티도 마찬가지이다. ‘최종심급’으로서의 계급이 있고, 이것과 인종, 섹슈얼리티가 함께 중층된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군사 노동, 성 노동, 군대 성 노동, 이주 노동은 각각 어떻게 다른 노동들을 구성하고 유지시키는가? 이를 위해 1장에서는 베트남 전쟁에서의 한국군의 군사 노동의 의미를 미국제국과의 연관성, 하위제국으로서의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 한국 군인과 베트남/한국 성매매 여성과의 관계 등을 통해 조명한다. 여기서 문학 작품은 각 관계들과 연관된 현실, 감정, 이데올로기의 성공과 실패를 보여주는 자료로 기능한다. 미국 제국의 베트남 전쟁은 반공주의 이데올로기로 포장되었지만, 결국에는 미국이나 한국에게 경제적인 이유가 핵심이었음이 강조된다. 여기에 한국은 미제의 하위 파트너로써, 노동계급 남성들을 죽음정치적 노동의 특성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전쟁이라는 군사 노동에 동원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정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이를 통해 경제발전을 달성한다. 특히 이는 노동계급 남성들의 섹슈얼리티를 군사 노동으로 동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민족주의, 이성애적 남성중심주의, 인종주의, 초국가적 반공주의 등의 복합적인 이데올로기로 한국의 젊은 노동계급 남성들은 동원된다. 즉 ‘민족’을 위해, 강한 ‘남성’/베트남인들보다 우월한 남성으로, 공산주의를 물리치자는 것이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문학작품들에서 그대로 나타나기도 하고, 이것의 모순을 드러내기도 한다.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같은 경우 베트남 전쟁은 경제적 전쟁일 뿐이라고 폭로하고, 다른 소설들은 베트남 여성이나 한국의 성매매 여성과 자신을 피해자로 동일시하기도 한다.
성 노동은 여성들의 낮은 임금을 유지하며 동시에 남성들의 성적 서비스 제공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측면에서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한다. 농촌 경제를 피폐화하고, 도시의 대중문화에 대한 환상을 퍼뜨림으로써 이촌향도 현상은 가속된다.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의지적으로 또는 비의지적으로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게 된다. (직접적으로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여성 노동자계급은 빈번한 성폭력에 시달리고,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동원된다는 점에서 연속선상에 있다.) 이러한 성노동의 임금은 다시 시골에 있는 남자 형제의 교육비로 투자되어 상대적으로 숙련 노동자나 사무직 노동자를 생산하는 구조를 지탱하는 한 축이 된다. 여기서 문학작품, 특히 남성작가의 문학작품들에서 여성 섹슈얼리티가 남성 중심적으로 전유되는 양상을 다룬다. “여성의 성 노동과 성적 서비스는 물질적으로 (남성중심적) 가족과 프롤레타리아 계급, 민족적 국가에 의해 이용되며, 그 성-섹슈얼리티 노동의 상징적 가치는 효성스런 딸과 민족적 위안부, 근대화 및 그 사회적 질환의 아이콘 등으로 국가의 남성중심적 이데올로기들을 더욱 지지하는”(159) 기능을 한다. 「영자의 전성시대」는 성 노동자와 공산주의 반군의 이미지를 겹쳐놓으며, 미스 양의 모험은 결국 성매매 산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여성 노동자 계층의 현실을 그린다.
군대 성 노동은 이러한 성 노동의 연장선상에서, 군사 노동을 뒷받침하는 노동이다. 한국의 경우 일본 제국의 ‘위안부’ 문제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는 한국 정부의 묵인 그리고 그 후 적극적 관리 하에 한국 내 미군에 대한 기지촌 관리로 연속된다. 마지막 장의 이주 노동과 이민노동은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었다. 해방 이후 한국이 베트남 군사 노동(일종의 이주 노동이자 대리노동)으로 경제적 축적(당시 수출액의 40%가량)과 미국제국의 하위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맡게 되고, 사우디, 독일 등으로 ‘인력’을 ‘수출’해서 자본을 축적했다면, 80년대말 이후 한국은 하위제국으로서 값싼 이주 노동력을 끌어들이고, 해외로 자본을 이동시켜서 자본을 축적하는 시스템임을 강조하고 있다.
2. 역사와 사회 기술 자료로서의 문학 텍스트의 한계와 ‘제국’의 시선
이 책은 문학 텍스트를 자신의 주장을 위한 근거로 사용한다. 그 주장은 문학이라는 장르에 대한 예술적 판단이라기보다는, “베트남에서의 한국의 군사 노동의 문학적 재현을 젠더화되고 섹슈얼리티화된 서비스 노동으로서 분석함으로써, 남성중심성을 비판적으로 재규정하는 일을 시도한다. (..) 군사화된 남성중심적 신체와 인종주의화된 군대 성노동과의 섹슈얼리티적 관계를 검토한다. 1장의 결말에서는 전쟁의 기억과 관련해서, 화해 및 치유 가능성 모색과의 연관성/단절성을 생각해보는 한편, 또한 오늘날 베트남에서의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이해관계“와의 연관성(단절성)을 고찰”(88)이다. 당연히 문학 텍스트와 이것이 반영하는 사회의 관계는 중요하고, 연구의 대상일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여러 차원의 비판적 검토 후에야 가능하다. 문학 텍스트와 사회는 직접적인 반영의 관계가 아니라, 문학과 사회를 매개하는 여러 층위들이 동시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에서 누락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노동계급 남성의 섹슈얼리티를 베트남에서의 군사 노동으로 동원하는 한국의 개발적 국가의 역할과, 그런 국가의 전유를 해체하는 군사 노동의 문학적 재현”을 다룬다. 이는 가능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정권 차원에서의 이데올로기적 선전과 이에 대응하고 이를 균열시키는 문학적 재현은 동일한 층위에서 다루어질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이 책이 문학 작품을 분석 대상으로 선택할 때, 이미 ‘서구’에서 정해진 이론을 바탕으로 그 이론에 부합하는 작품의 부분을 선별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사의 꿈」은 근대 노동계급의 형성을 노동과 섹슈얼리티의 (상상적인) 신성한 공동체적 통합으로부터 성적 프롤레타리아화로의 이행으로 묘사한다. 성적 프롤레타리아화에서는, 본래 존재론적 활력 자체에 연결된 것으로 재해석된 섹슈얼리티가, (무)성적으로 섹슈얼리티화된 노동하는 주체로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황석영이 그처럼 성적 프롤레타리아화의 과정을 자신의 섹슈얼리티의 박탈로 인해 매력을 잃은 신체와 생기 없는 좀비를 생산하는 것으로 여기는 바로 그 만큼, 그에게 섹슈얼리티란 또한 근본적으로 성적-활력적 주체인 프롤레타리아적 주체성의 진정성 있는 매혹적인 위치가 된다. (112-113)
즉 이 책은 우리에게 한국문학 작품에 대해서 어떠한 새로운 발견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주장(서구이론들로 구성된)에 대한 근거로 동원되는 한국문학 작품들의 면면들을 발견하게 한다.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는 기묘하게 미국-제국과 식민지-한국 내지는 제국 미국과 하위제국 또는 주변부 한국이라는 도식을 반복하는 듯 보인다.1) 즉 재료로서의 식민지와 가공자로서의 제국-주체. 미제에 ‘동원’되고, 이를 배워와 반복하는 한국이라는 도식이 이 책과 같은 미국내 한국학 연구, 그리고 이와 닮은 부분이 분명 있는 한국에서의 한국문학 연구에서 연상된다.
또 이 책은 소설을 어떠한 예술적 장르로서의 ‘재현’보다는, 작가의 주장이나 또는 저자(이진경)의 주장을 입증할 ‘사실’로 사용한다.
창녀를 사면서 적을 죽일 때와 혼융되는 ‘나’의 의식은 군사 노동의 섹슈얼리티화된 본성을 다시 재확인시킨다. 여기서 주체/승리자는 남성의 위치를 가정하며, 적/패배자에게는 여성의 위치가 할당되는, 이처럼 (인종주의화되고 계급화된) 젠더적 위계가 전제된 전투의 본질에 접근할 때 폭력적 권력 관계의 구조로서 성 노동의 본질이 입증되는 것이다. (121)
어떤 여성 공장 노동자들의 경우 겸업 성 노동은 빈약한 급료를 보충하는 부수적인 수입의 수단이었다. 예컨대 황석영의 단편 「돼지꿈」에는 근처 여관에서 남자 반장 등을 고객으로 “부업을 하는” 공장 여공이 나온다. (170)
최근에 군대 매춘의 주제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이 증가했음을 볼 수 있지만, 그런 연구들은 거의 사회과학적 영역에서 시작된 것이며, 민족지학적 현장조사나 경험적인 자료와 정보에 근거하고 있다. 그 같은 기존의 연구와는 달리, 3장에서는 기본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문학적, 문화적 재현들을 검토함녀서, 기지촌과 그곳의 노동자들이 겪어온 변화에 대한 보다 넓은 역사적 관점을 제공하려 한다. (238)
소설의 한 대목을 ‘분석’하는 곳이다. 소설의 재현을 근거로 “성 노동의 본질이 입증”된다거나 사회 현실에 대한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소설적 재현을 다루는 이 책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저자의 ‘이미 구성된’ 주장을 확인하기 위한 근거인 것처럼 보인다.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전쟁이 정복 전쟁이라는 황석영의 이해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역사에 대한 가장 비판적인 (미국의) 해석과 부합한다. (137)
무기의 그늘은 미국의 군사적 침입의 목표가 궁극적으로 경제적인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확인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베트남전이나 다른 미국 전쟁이 일차적으로 경제적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구실임을 주장한다. (144)
베리의 세계적인 (그리고 세계화하는) 산업으로서의 매춘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2장에서는 1970년대의 한국 상황에서의 “국내” 매춘을 초국가적 현상의 “국가적” 분편으로 인식하려 한다. (158)
이러한 대목이 문학 연구자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텍스트의 내용=작가의 이해=(미국의) 해석이라는 등식은 여러 층위에서 너무나도 단순화된 것이다. 이는 반대로, 미국의 해석으로 작가의 이해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텍스트의 내용을 재단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워진다. 결국 이 대목이 이 책의 자세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보여 지는데, 이는 바로 “(미국의) 해석과 부합”하는 한국 소설들의 나열이다. 부언하지만,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이를 통해 많은 새로운 ‘미국의 해석’을 접하게 되어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의 문학 연구가 아닌 다른 연구를 적어도 ‘한국’에서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 뿐이다. 문학 텍스트를 자료화하지 않고, 이들‘만’의 발언을 경청하여 이들의 특수성을 부각하고, 그 이후에 조심스레 보편성과 대화하고자 하는 것.
한국문학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성급히 일반화되며, 저자는 단지 선별된(자신의 주장에 걸맞는) 작품들만을 예로 제시할 뿐이다.
기지촌 문학은 다음 장의 주제인 미군 상대 군대 매춘만을 전적으로 다루는 문학을 말한다. 기지촌 문학의 전제는, 여성 매춘의 신체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주권 침해의 상징적 위치로 알레고리화하는 것이다. 그것을 증언하면서, 기지촌 문학의 이데올로기적 목표는 훼손되고 축소된 한국의 민족적 정체성, 즉 남성적인 것으로 상상된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176)
(「난쏘공」의) 영희의 자기희생은 남성 가장의 가족에게만 바쳐지는 것이 아니며, 남성적 정체성의 노동계급 전체로까지 확대되고, 궁극적으로는 좌파 민족주의에 의해 재규정된 남성중심적 민족에게까지 바쳐지는 희생이다. (...) 남성중심적 좌파 민족주의의 본질 자체는, 노동계급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희생적인 매춘으로 요구하고, 동원하고, 승인하는 바로 그 의지와 능력에 있으며, 그런 희생적인 매춘을 비판적인 민족적 행위로서 궁극적으로 승인하는 데 있다. (179-180)
기지촌 소설이 제공하는 그런 남성중심적인 민족주의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 여성의 욕망과 섹슈얼리티를 치안하고 규율화하는 것이며, 그것을 통해 앤 스톨러가 “문화적 민족적 위생학”이라고 부른 것을 주입시키려 시도하는 것이다. (253)
이러한 대목들은 별다른 근거 없이 제시된다. 한국에서 ‘기지촌 문학’에 대한 연구라면, 기지촌 문학 작품들을 우선 다 읽고, 이를 분류한 후에 의미화를 할 것이다. 또 난쏘공이 ‘좌파 민족주의’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내적으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자료’로 ‘미국’ 독자들에게 쓰는 이 글은, 재빨리 한국의 문학을 재단한다.
또 어떤 텍스트들은 충분히 분석되거나 소개되지 않고, 저자의 주장만이 제시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통해, 한국의 경ᄋᆉ 오늘날 이주 노동 활동가들이 따라야 할 원형이나 모델로 암암리에 확립된다는 것은, 한국과 그 밖의 아시아의 주변적 국민국가들 사이의 경제와 민주화 수준의 위계성을 전제로 했을 때의 일이다. 여기서 한국 노동운동의 교훈은, 자신의 진보주의 자체 안에서 준주변부적 규범화와 하위제국적 보편주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세게 자본주의와 국제정치학의 영역에 존재하는 위계성을 복제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353)
여기서 성공회대의 이주 노동 활동가를 위한 이수과정을 소개하면서, 거기서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에서부터 이러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과도하다. 특히, 그 수업의 내용이나 취지에 대한 아무런 확인된 자료도 제시하지 않고서, 이를 “준주변부적 규범화와 하위제국적 보편주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한다는 것은, 외부자의 시각에서 쉽게 환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하게 그 수업의 내용과 취지를 분석하고, 실제 수업에서 이주 노동 활동가들과 교강사의 상호작용들을 따져봐야 한다. 물론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는 제국-식민지 관계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 ‘가르침’을 섬세히 의미화하지 않는다면 가르침 자체는 모두 제국적인 것으로 환원될 위험성이 있다.
3. 한국의 60~70년대, 그리고 오늘날까지의 민족주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종종 오해되어 비판받는 “상상의 공동체” 개념)이 유의미해지고 급진화되는 계기는 한국에서는 90년대이다. 동구권의 붕괴이후 북한‘민족’과의 연대도 의미가 퇴색되고, 다국적 기업과 자본의 전 세계적 이동이 요청되며,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렀던 폭력들(젠더 등의 소수자),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불철저했던 이론틀(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이 반성되었고, 민족주의는 민족이라는 본질보다는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미디어 등에 주목됨으로서 탈신비화되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60~70년대, 또는 20~30년대를 바라볼 때 마찬가지의 시각에서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미 학계에서는 상식이 된 이야기들을 되풀이하는 것에 그치며, 오히려 당시의 사회적, 담론적 배경 속에서 저항의 거점으로서의 의미를 탈맥락화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2) 예를 들어, 남정현의 「분지」를 비판하면서 이것이 미국 제국주의의 미러링이라고 하면서 비판하는 것(248)은 일부분은 옳다. 그러나 미러링 자체가 유의미한 전술일 수는 없었는가?3) 오늘날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유의미한 전술이라고 한다면, 60년대 「분지」의 미러링 속에 나타난 가부장적 민족주의적 폭력성만을 지적하는 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새로운 발견도 가능하지 않게 하며4), 당대의 사회적, 담론적 맥락을 말소하여, ‘지금-여기’ ‘후래자’의 시선에서 간편하게 섹슈얼리티적 문맹으로 판정하게만 한다.
한국에서 20-30년대 또는 60-80년대를 바라볼 때, 보다 섬세하게 당대 담론들과 사회적 배경을 살피고, 그 속에서의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론은 작가론을 참조해야 하고, 주제론은 작가론을 아우르며, 작품의 한 요소의 의미만으로 자신의 주장에 맞게 성급히 재단하면 안 된다. 결국 문학연구는 ‘지금-여기’의 시선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를 매개로 ‘지금-여기’의 시선을 반성하고 이를 재구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920~30년대, 또는 60~80년대 민족주의는, 소수자들의 저항의 거점을 어떻게 형성했고 이는 어떠한 효과를 야기했는가, 당시의 담론적, 사회적 가능성은 텍스트 속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초과되었는가를 섬세히 추적하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 내재된 ‘타자’에 대한 폭력은 어떻게 반성될 수 있는가를 탐구해야한다. 계속 이미 ‘서구’에서 구성된 ‘지금-여기’의 시선으로 과거를 보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재구성할 수 없고, ‘지금-여기’는 끊임없이 ‘서구’에서만 재구성되고 물밀 듯이 변화한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붉은 여왕처럼, 끊임없이 ‘지금-여기’는 흘러가버리고 말 뿐이다.
또 민족이라는 ‘공동체’가 ‘상상’을 통해서만 가능해졌다는 앤더슨의 논의는, 모든 특정 수 이상의 집단이 스스로를 ‘공동체’라고 믿을 때 해당되는 것이다. 민족은 그 내부의 다기한 집단들, 그리고 때로는 서로의 이익이 상충하기도 하며, 민족 내부 어떤 집단이 이러한 모순을 봉합하기 위해 더 민족주의를 유발하고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젠더’도 마찬가지이며, ‘세대’ 등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아직도 가장 근본적인 집단은 ‘계급’(최종심급)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민족, 젠더 등과 함께 중층결정된다. 민족(인종)이라는 개념을 버릴 것이 아니라, 젠더와 계급, 세대 등과 함께 사유하며 이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더 섬세히 볼 수 있는 하나의 변수로 봐야한다.
이 책도 “인종, 국적, 계급적 착취의 사실들은, 젠더적 성적 프롤레타리아화와의 동시적인 과정에 의해 항상 이미 혼합되고 복합화”(393)되며, “근대 한국의 트랜스내셔널한 역사기술은, 근대 한국의 구성 자체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던 민족의 범주를 필연적으로 다른 국민국가들의 틈새에, 그리고 인종, 섹슈얼리티, 젠더, 계급 같은 다른 연관된 것들과 민족 범주 사이의 틈새에 놓아야 한다.”(402)라고 결론 내린다. 문제는 텍스트 분석에서의 섬세함인 것이다.
4. 양가적이고 중층적인 개인과 단일하고 투명한 국가와 제국
“나는 또한 군사 노동이 본래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위치- 즉 국가의 죽음정치적 권력의 행위자인 동시에 국가의 잠재적 희생자 자신이기도한 역할-를 지니는 것으로 탐구한다. 한편으로 군사 노동은 적(궤멸되어야 마땅한 운명의 사람들)을 정보하고 굴복시키는 국가의 의지를 수행하면서, 또한 병사들-특히 주로 낮은 지위의 병사들-은 스스로가 적에 의해 궤멸될 위험을 안고 있다. 일단의 주민을 잠재적인 소모용의 군사 노동자로 동원할 능력이 국가에 있는 한, 나는 국가가 이미 그들을 그 자신의 죽음정치적 권위에 예속된 주체로 구성함을 논의한다.” (93)
여기서 ‘국가’라는 것의 의미는 불분명하다. 이는 행정 권력의 중심으로서의 정권의 의미를 넘어서며, 국민의 대표라는 의미나 헌법과 법체계를 공유하는 집단도 아니다. 박정희 시대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여기서 ‘국가’는 박정희와 그의 의지 하에 움직이는 지배계층과 그들의 힘들, 그리고 그 힘들에 포획된 피지배계층을 의미한다. 즉 ‘국가’에서 피지배계층은 일방적으로 지배계층의 힘에 따르는/따를 수밖에 없는 이들로 전제된다.5) 따라서, 이러한 국가 개념은 어떠한 균열 가능성이나 저항의 징조를 포착할 수 없다. 저자가 개인에게서는 이데올로기적 호명과 이의 균열을 섬세히 포착하려 함에도, 국가라는 장치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 제국과 한국의 관계를 살필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일방적으로 미국 제국의 전략에 동원되는 수동성으로만 포착되고 미국 제국은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단일하고도 투명한 주체성으로 그려진다. 특히 한국의 경우 90년대 이후, 미국의 경우는 60년대부터 ‘국가’라는 것이 시민사회의 압력 등으로 일정한 압력을 받고 조절되는 면들은 전혀 시야에 들어오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무척이나 흥미롭고 많은 것을 배웠던 책이다. 하위제국으로서의 한국, 트랜스내셔널한 ‘이산적 접속점’으로서의 지금-여기의 한국을 포착함으로써, 하위주체들의 목소리들을 적극적으로 ‘전달’한다. 또 이를 미국이나 식민지 시기 일본 제국과의 연관성을 끊임없이 암시하는 전략도 (한국의 비판적 독자들에게는) 효과적이다. 일본 “위안부” 문제가 뜨거운 지금, 한국의 하위제국으로서의 폭력성도 동시에 반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국에서 한국학 연구가 보여주는 공통점인 것 같은, 문학 텍스트를 자신의 주장을 위해 이용하는 듯한 방법론이 계속 신경쓰였다. 어떠한 연구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논지를 위해 텍스트를 이용한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얼마나 텍스트를 섬세히 보고 최대한 텍스트의 목소리를 복원하느냐이다. 이 또한 윤리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서구’이론들과의 대화 속에서 생성된 (보편) ‘이론’의 목소리로 ‘제국’의 위치인 미국 학계에서 한국 텍스트를 재단하고 있는 면면들을 보인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또 개인의 양가적이고 중층적인 면모들은 섬세하게 파악하려 하면서, 국가단위는 단일하고 투명한 것으로 처리되는 점들은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이는 이 책의 전공분야가 문학과 문화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만, 결국 국가와의 상호작용이 초점이 맞추어진 만큼, 국가라는 것의 양가성이나 중층성, 개인과 국가의 상호작용이 개진할 수 있는 상호변화의 공간을 좀 더 포착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성의 노동력이 저평가됨으로써, 여성들을 매춘산업에 보다 더 취약한 상태로 노출되게 만든다.” (38) 캐슬린 배리. 한국은 OECD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 1위. ‘성매매의 자발성’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이 성별 임금 격차라는 사회적 원인을 먼저 지적할 필요가 있다.
1) 이는 미국에서의 한국학의 기원, 위상, 현재적 의미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글을 쓰고 있다.
2) 사실 나도 석사논문에서 비슷한 민족주의 비판을 수행했다. 주요한의 상해 독립신문 시절의 시는 그의 일제말기 시들과 거의 같다. 단, 민족의 범위를 ‘조선민족’에서 ‘동양’ 또는 대동아로 바꾸었을 뿐이다. 이는 민족주의의 위험성을 비판하는 한 용례로 사용되었다. 만약 지금 다시 주요한의 이 시기 시에 대해서 쓴다면, 이 둘 사이의 연속성뿐만 아니라 차이성을 더 생각해보고, 다른 비타협적 민족주의들과의 차이도 고려할 것이다.
3) 이 책 자체도, 주로 4장에서 하위제국으로서의 한국의 상황을 한편으로 미국, 다른 한편으로 식민지 시기 일본의 거울상임을 계속 지적한다. 371면, 388면.
4) 물론 그러나 아직도 한국문학사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판이 충분하지는 않다. 한국 문학사의 정전들은 아직도 페미니즘적으로 비판되고 재구성되지 못했다. 이광수 무정, 최인훈 광장, 김승옥 「서울, 1964 겨울」 등으로 이어지는 현대소설사의 정전들은, 새로운 ‘정전’들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5) 이 책은 223면에 가서야 R 마일즈가 의미하는 국가를 각주로 소개하고 있다. “국가는 공식적 경제를 경영하는 정치적 제도라기보다는 (...중략...) 사회적 관계들을 조직화하는 제도적 복합체이며, (...중략...) 그것을 통해 특정한 양식의 재생산을 보증한다. (...중략...) 직접적 힘이나 법, 필요하다고 생각된 특정한 조건들을 통해 국가는 그런 양식을 얻으려고 시도한다.” (2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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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16-01-28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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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이코노미 - 한국의 군사주의. 성 노동. 이주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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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문제의식이 대단히 비슷해서 도서관에서 읽고 구매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책이다. 돈이 들어오면 바로 살 생각이다. 한국사의 전개 속에서 상품으로 취급받지 못한 상품인 군사 노동, 이주 노동, 성 노동 등의 "노동력 상품"의 역사를 문학을 통해 개괄하고 있는데 대단히 통렬하다고 해야 할까. 근대 한국사의 전개는 군인들이 이끄는 폭력적인 근대화 속에서 자본가, 군인 등의 대단히 좁은 범주에 속한 이들만이 국가라는 영역 안에 포함되어 보호받을 수 있었다. 주변화된 이들의 역사를 살펴보는 대단히 중요한 저작이다. 다 읽지 못했지만 읽으면서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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