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왜? - 1945 ~ 2015
김동춘 (지은이) 2015
324쪽
편집장의 선택
"살고 싶은 나라에서 살기 위해 해야 할 일"
온전한 국가에서 모든 국민이 평안하게 살아간다면 더 바랄 게 없겠으나, 현실은 언제나 서로 다른 온전한 국가의 모습 그리고 이를 달성하는 방법을 두고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비단 오늘날뿐 아니라 70년 전 한반도에 광복이 도착하기 전부터 끊임없이 벌어진 일이며,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 할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짚고 오늘을 중간 점검하며 온전한 국가의 모습을 조금씩 수정하는 일 아닐까.
김동춘 교수는 세 가지 물음
- “이게 과연 나라인지,
- 우리에게 국가는 있는지,
- 국가는 왜 존재해야 하는지”로
가득한 오늘날 한국사회를 성찰하는 데에 한국 현대사 비판과 재해석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여러 사회문제와 국민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역사라는 긴 안목과 국제정치라는 넓은 시야로 바라볼 때, 그럼에도 왜 대한민국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주류 세력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들이 어떻게 국가를 이끌어왔는지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문제의 핵심과 원인과 해결 방법이 하나로 모인다. 각자의 온전한 국가가 무엇이든, 이를 넘어서지 않고는 요원한 일이다.
- 역사 MD 박태근 (2015.11.03)
책소개
한국 근현대사 위에 다시 쓴 근대화 이론. 대한민국의 주류 세력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국가를 이끌어왔는가를 주로 다룬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식민지의 친일 세력이 해방공간에서 친미를 선택하고 반공 세력이 경제성장에 목을 맨 이유 등 '대한민국'을 기획한 세력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한국의 현실을 세 개의 틀로 분석하고, 그 준거 틀 위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대한민국을 주도해온 친일-친미-반공-성장 세력의 본질을 밝힌다.
첫째는 한국 근현대사의 기본 과제다. 개화.독립.민권 국가 수립이 좌절되면서 친일파의 주도로 근대화가 시작됐고, 해방 후 이들은 통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친미로 옷을 갈아입고 자리를 지켰다.
둘째는 대한민국의 국가 이념이다. 특히 1950년 10월 황해도에서 벌어진 신천학살을 겪으면서 남한은 월남자들이 만든 나라, 기독교 반공주의가 국교인 나라가 됐다.
마지막은 한국 근대의 성격이다. 한국의 근대는 외세와 분단의 압박 속에서 진행되었고, 그 결과 경제는 성장했지만 이상과 희망은 제거된 반쪽 국가가 됐다.
1부에서는 구한말부터 6.25한국전쟁 직전까지를,
2부에서는 6.25한국전쟁부터 이승만.박정희 정권 시기의 반공독재를, 그리고
3부에서는 대한민국 근대화가 남긴 상처들을 돌아보고 있다.
책속에서
P. 33 1909년에 일본의 사주를 받아 2대 조선통감 소네 아라스케에게 「합방청원서」를 제출한 일진회는 동학농민군에 가담했던 하층민과 중인 등 소외받던 세력 중심의 10만 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린 단체였다. 이들은 조선의 독립을 포기하는 대신 일본이 열어줄 개화 세상에 희망을 걸었다.
P. 98 제헌헌법은 분명히 의회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에 서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의원들이 독재의 위험을 알고서도 이승만의 대통령제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공산주의의 위협이라는 비상 상황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할 것인가, 공산주의 위협에 맞서는 것을 우선시할 것인가는 헌법 제정 과정에서도 큰 논란이 되었는데, 결국 후자를 강조하면서 반공의 이름으로 일제의 식민 지배가 남긴 각종 제도·법·인물의 청산을 포기하게 됐다. 접기
P. 116 김구의 예언대로 남북한의 코리안들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지 5년 만에 동족 간의 살육 전쟁을 벌여 결과적으로 일본과 미국, 중국 등 주변 국가들만 기쁘게 만들었다. 그것은 남북한 정치가나 지도자들이 민족의 자주독립, 즉 한반도의 통합과 통일을 향한 노력을 포기하고 단독정부 수립에 매진했던 역사의 필연적인 결과다. 정치 세력 간에 이념과 노선의 차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를 원수처럼 여기고 400만 명의 동포를 희생시킬 전쟁까지 벌일 이유는 결코 될 수 없다. 접기
P. 143 1955년에 창당되어 오늘까지 일본을 지배하고 있는 ‘자유민주당’은 군국주의와 천황제를 옹호하던 전범들과 보수우익 세력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이승만 정권 시기의 집권당인 자유당 역시 자유, 즉 민족 ‘독립’ 혹은 ‘해방’의 걸림돌이 되었던 부일 협력자들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자민당이나 한국 자유당의 ‘자유’는 미국의 냉전 정책에 회답하는 표현이며 동시에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범죄에 부역했던 권력층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명분에 불과하다. 접기
P. 174 이승만 대통령이나 한국인들은 미국을 혈맹 관계라 말했지만, 미국의 대통령이나 최고위 지휘관 중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영어권 학자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동아시아 몇 나라의 관계를 ‘보호자와 피보호자patron-client’ 관계라고 말한다.
냉엄한 국제정치에서 자선이나 이타주의는 있을 수 없다. 더욱이 패권국가가 피후원국가에게 거저 주는 것이 있을 리 없다. 자본주의의 종주국 미국은 조건과 대가 없이는 단 1달러도 쓰지 않는 나라다. ‘해방’이 공짜가 아니듯이 침략을 당해서 무너지기 직전의 나라를 구해준 것도 절대로 공짜가 아니며, 그 빚을 이자까지 몇 배, 몇 십 배 갚아야 할 수도 있다. 접기
추천글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어떻게, 어떤 세력들로 인해 발전해왔는지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한국 사회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이 공부하는 역사책이 아니라 생각을 하게 만들고 무엇보다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 따루 살미넨
70세는 참회록을 쓰는 나이다. 해방 70년을 맞은 우리나라의 현재가 바로 그러한 때이다. 한 국가의 참회록은 과거에 대한 참회이면서 동시에 그 참회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결의이기도 하다. 이 책은 참회와 결의에 가슴 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의 필독서다.
-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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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5년 10월 29일자 '잠깐독서'
저자 및 역자소개
김동춘 (지은이)
사회학자. 서울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한국 노동자의 사회적 고립」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사비평』 편집위원,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장,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참여사회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1997년부터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같은 대학 NGO 대학원장 및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1960년대의 사회운동』 『한국 사회 노동자 연구』 『한국 사회과학의 새로운 ... 더보기
최근작 : <대한민국은 왜?>,<역동적 한국인의 탄생>,<한국인의 에너지, 가족주의> … 총 65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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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되찾고 싶던 나라는 어쩌다 떠나고 싶은 나라가 되었을까?
역사 국정교과서가 부활하려 한다. 젊은이들은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부르기가 ‘지옥(hell)’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한다. 일제의 식민지배 36년 동안 그토록 되찾고 싶었던 나라가 어쩌다 이토록 떠나고 싶은 나라로 변한 것일까?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지난 70년간 이 땅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 학술연구 분야 제3세대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김동춘 교수는 그동안 연구자.사회운동가.정부 관리라는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한민국 현대사라는 기억의 창고를 차곡차곡 채워왔다. 그런 그가 마침내 대중들을 향해 창고의 문을 활짝 열었다. 『대한민국은 왜?』에서 지은이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노정을 거슬러 오르며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한국 근현대사 위에 다시 쓴 근대화 이론
2015년, 해방 70주년을 맞은 한국 사회는 동요하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국가의 부재는 ‘메르스 사태’를 통해 똑같이 반복됐고, 청년세대의 불안과 좌절은 기성세대에게 조롱당한다. 최소한의 권리와 인간적인 삶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국가권력에 의해 묵살된다. 『대한민국은 왜?』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마주한 정치·사회의 여러 문제, 특히 보통의 국민이 겪는 고통의 역사적 배경과 국제정치적 맥락이라는 퍼즐을 맞추는 책이다.
지은이는 한국의 현실을 세 개의 틀로 분석한다. 첫째는 한국 근현대사의 기본 과제다. 개화·독립·민권 국가 수립이 좌절되면서 친일파의 주도로 근대화가 시작됐고, 해방 후 이들은 통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친미로 옷을 갈아입고 자리를 지켰다. 둘째는 대한민국의 국가 이념이다. 특히 1950년 10월 황해도에서 벌어진 ‘신천학살’을 겪으면서 남한은 ‘월남자들이 만든 나라’, 기독교 반공주의가 국교國敎인 나라가 됐다. 마지막은 한국 근대의 성격이다. 한국의 근대는 외세와 분단의 압박 속에서 진행되었고, 그 결과 경제는 성장했지만 이상과 희망은 제거된 반쪽 국가가 됐다. 지은이는 세 가지 준거 틀 위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대한민국을 주도해온 친일-친미-반공-성장 세력의 본질을 밝힌다. 따라서 이 책은 이미 짜인 근대화론에 맞춰 쓴 역사가 아니라, 처음으로 시도되는 ‘한국 근현대사 위에 다시 쓴 근대화 이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누구의 기획인가?
이 책은 대한민국의 주류 세력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국가를 이끌어왔는가를 주로 다룬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식민지의 친일 세력이 해방공간에서 친미를 선택하고 반공 세력이 경제성장에 목을 맨 이유 등 ‘대한민국’을 기획한 세력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1. 친일 1910~1945: 일본의 성공이 곧 조선의 구원이요 기회
(ㄱ). 조선의 독립 문제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 애족적이고 인민의 복지에 호의적인 관심을 가진 더 나은 정부(일본)를 가진다면 다른 나라에 종속됐다 해도 재앙은 아닙니다.
(ㄴ). 일제의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며 (…) 이조 500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우리 민족에게는 시련과 고난이 필요했다.
(ㄱ)은 1889년 12월 28일 윤치호가 쓴 일기의 한 대목이고, (ㄴ)은 2014년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문창극의 발언이다. 둘 사이에는 120년이 넘는 시간 차이가 존재하지만, 내용은 한 사람의 것처럼 똑같다. 이처럼 ‘친일’은 사라진 역사가 아니라 생생한 현실이다.
1910년 8월 29일 조선은 일본 제국주의 앞에 전복됐고 식민지 지배가 시작됐다. 그런데 조선인 가운데 망국을 슬퍼하지 않고 일본이 지배하는 ‘개화 세상’을 기회로 여긴 이들이 있다. 친일 세력에게 식민 지배는 조선의 종주국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바뀐 것에 불과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윤치호다. 윤치호는 일제에 적극 협력하며 제국의회 칙선의원이라는 조선인에게 허락된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 그에게는 3?1운동조차 어리석은 일에 불과했다. 반면 독립.민권 세력, 특히 안중근 같은 급진파의 저항은 일제의 탄압으로 좌절됐다.
2. 친미 1945~1950: 점령군의 깃발 아래서 다시 기회를 잡다
(ㄱ). 반도의 남반부에서나마 자유와 독립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우방 미국의 은혜이며 (…) 한국 국민, 그리고 우리 자손들은 미국의 온정에 대한 사의를 영원히 간직할 것입니다.
(ㄴ). 언제부터인가 ‘광복절’의 기년을 1948년 대신 1945년에 맞춤으로써 광복이라는 말이 가지는 참뜻이 상실되고 역사적 기억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ㄱ)은 1949년 6월 8일 이승만 대통령 담화의 일부이고, (ㄴ)은 2015년 광복절을 앞두고 이인호 KBS이사장이 발표한 글이다. 둘 사이에서도 시간을 뛰어넘는 동질성을 찾을 수 있다.
1945년 8월 15일, 제국주의 일본이 항복을 선언했다. 곧바로 38선 이북 지역을 소련의 군대가 점령했고, 9월 8일 미국의 군대가 38도 이남을 점령하면서 새로운 예속이 시작됐다. 스스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하고 미소 양국에 분할 점령된 조선은 백성의 권리와 자주독립이 보장되는 새 국가를 건설할 힘이 없었다. 결국 한반도의 운명은 새로운 지배자인 미국의 의지에 따라 결정됐다. 일제가 패망하면서 절멸의 위기를 맞이했던 친일 세력은 미군의 통치에 발맞추어 친미로 옷을 갈아입고 기사회생했다. 그들은 일제강점기 동안 장악한 재화와 산업?생산 시설을 바탕으로 독립 세력을 제압하고 ‘애국자’로 행세하기 시작했다.
3. 반공 1950~1970: 반공의 시녀가 된 자유와 민주
(ㄱ). 한국민들이 자기 집이 파괴되는 것을 묵묵히 참고 차라리 가옥이 파괴될지언정 적에게 나라를 뺏기어 독립된 국가에서 자유민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원치 않는다.
(ㄴ). 금년에 북한 공산 집단이 무모한 불장난을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해 (…) 국민 모두가 전사라는 결의를 다져야 한다.
두 문장의 주인공은 이승만과 박정희다. 둘은 13년, 18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영구독재를 계획했다. 이들의 독재를 유지시켜준 전가의 보도가 바로 ‘반공’이다.
처참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으면서 민중이 공산주의 공포증에 휩싸인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권력자에게 대중의 공포는 이용하기 좋은 먹잇감이 됐다. 이승만 시절에는 당시 특무대장 김창룡이 휘두른 칼춤이 강산을 피로 물들였다.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비롯해 대통령의 정적 제거, 간첩 조작 등이 그의 손으로 진행됐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는 아예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다. 이런 나라에서 국민들은 간첩으로 의심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낼 수 없었다. 권력이 외부에 머물지 않고 개인의 사상과 행동을 자기검열하게 한 셈이다.
4. 성장 1970~2015: 영원히 반복되는 선先성장의 신화
(ㄱ). 경제가 잘되어야 국민이 배불리 먹고 등 따듯하고 포실한 생활을 해야 정치가 안정되고 국방도 튼튼하게 할 수 있지 않은가?
(ㄴ). 재벌의 불법을 용인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정당한 슬픔과 분노를 벗어던져야만 먹고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는 말은 (…) 정치적인 속임수일 뿐이다.
(ㄱ)은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설명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던진 질문이다. 꼭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보이는 (ㄴ)은 작가 김훈이 2015년 1월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대한민국이 이룬 경제 기적의 배경에 미국의 1970년대 동아시아 전략과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지만, 주류 세력은 여전히 박정희의 지도력만을 강조한다. “박정희 시절이 가장 좋았다”는 말이 지금도 그들을 떠받치고 있다.
1949년 10월, 반민특위가 해산당하면서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한 기업주들도 모두 풀려났다. 이후 그들은 정부의 지원과 특혜를 받으면서 몸집을 키웠다. 정치권에 선을 댄 기업들은 원조 물자를 독점하고 정부가 보유한 외환을 대부받으면서 재벌로 변신했다. 박정희 정권은 미국의 전략에 따라 일본의 사과와 배상 요구를 포기하는 대가로 ‘청구권 자금’을 받았다. 경제 개발을 위해 과거사 청산의 뚜껑을 덮어버린 것이다. 그 돈은 고스란히 재벌 기업으로 흘러갔다.
‘한국이 싫어서’ 떠나려는 이들에게 역사 읽기를 권한다
김동춘은 대한민국을 주도한 세력의 역사를 밝히기 위해 ‘질문’을 반복한다. 그리고 차분하게 조목조목 대답하면서 과거의 사건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연결한다. 방법은 단순하지만 힘은 강력하다. 지은이가 던지는 질문들은 그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대한민국’을 낯설게 만든다. 익숙함이 지워지자 남은 건 ‘이상한 나라’다. 그 이상한 나라는 단 한 번도 내 편이었던 적이 없음을, 그렇게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이런 나라를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슬프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왜?』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동시대 지식인의 기록이며, 이 땅의 시민들이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국가에 대한 참회록이다.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기 위한 결의이기도 하다. 친일의 후예이고, 친미의 후예이며, 반공과 성장의 후예들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에 절망한 이들에게 그 절망의 기원을 찾아가는 이 책을 권한다.
[주요 내용]
본래 지은이 김동춘의 길은 노동문제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노동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권력의 역할을 설명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의 형성과 지배 과정을 해석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김동춘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기억인 ‘전쟁’과 그 결과 형성된 ‘반공’의 신화를 마주하게 되었다. 지은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근현대사 연구를 ‘외도’라고 표현했다. 정도처럼 깊고도 진지하게 바깥으로 난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이제 그 노정을 마무리하며 『대한민국은 왜?』를 펴냈다.
백성은 나라를 잃고, 나라는 주인을 잃고
1부에서는 구한말부터 6.25한국전쟁 직전까지를 다룬다. 지은이는 이 시기의 역사를 개화파와 독립파의 노선 갈등으로 규정하고, 각 세력의 대표 인물로 윤치호와 안중근을 불러온다. 애국가의 작사가인 윤치호는 대표적인 ‘친일파’로서, 일제강점기 내내 온갖 영화를 누리다가 해방 직후 자살을 선택했다. 반면 안중근은 일제의 조선 지배에 저항하며 1909년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처형됐다. 갈등의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갈린 순간이자, 이후 지속될 굴곡의 출발점이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이했을 때 역사는 다시 한 번 크게 굴절된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개화를 명분으로 일제에 복종하여 부와 권력을 누린 기회주의자들만이 경륜을 쌓고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그들은 부일 협력의 부끄러운 과거 때문에 8·15 이후 미국·소련·중국 등 자신이 망명했던 나라의 인맥과 후광을 등에 업고 있었던 ‘해외파’와 필사적으로 손을 잡으려고 했다. 돈·지위·인맥 등 강력한 밑천을 가진 이들 부일 세력, 재력을 바탕으로 미국이나 일본으로 유학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해방’ 후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다. 8·15 이후 한반도의 역사, 그리고 대한민국사를 굴절시킨 식민지의 유산은 바로 이것이었다.(50쪽)
일본의 패망 이후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은 일련의 정책들을 실행하며 조선에 대한 지배를 강화했다. 1945년 9월 8일 인천항을 통해 조선 땅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발표된 「포고령 제1호」를 통해 38선 이남의 조선 영토와 조선 인민에 관한 모든 권한이 맥아더 사령관의 손 안으로 들어갔으며, 같은 해 10월 「기본훈령」을 통해 미군에 의한 한반도 점령을 ‘신탁통치’로 바꿀 것임을 밝혔다. 또 다른 지배가 시작된 것이다. 일제의 조선 지배에 협력하다가 태평양전쟁에서 일제가 패망하면서 절멸의 위기를 맞이했던 부일 협력 세력은 미군의 통치에 발맞추어 친미로 옷을 갈아입었다.
일제강점기의 행적이 떳떳치 못한 사람들과 그 후손들은 계속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 주장해왔으며, 최근에는 아예 그날이 사실상 ‘광복’일이라 주장한다. 급기야 2015년 8월 15일에는 ‘광복 67주년’이라고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1945년 8월 15일, 즉 조선의 온 백성들이 환호했던 그날은 부일 협력 세력에게는 악몽과 같은 사망 선고일이었지만,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한 1948년 8월 15일은 그들이 기사회생한 날이었다.(67쪽)
‘해방된’ 조선의 이념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다시 기회를 잡은 주류 세력이 일제의 유산을 부활시키고 있을 무렵, 일본의 극우 전쟁범죄 세력은 맥아더 사령부와 손잡고 “천황제가 곧 국가”라는 주장을 내세워 천황제를 존속시키고 일본을 아시아의 반공보루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 말기의 파시즘적인 법과 제도가 폐지되면서 민주주의 국가의 외향을 갖추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국가보안법」(1948.12.1)이 등장해 일제강점기보다 더 혹독하게 국민들을 몰아붙였다.
‘자유세계’의 최전선에 선 대한민국의 생존법
2부는 6.25한국전쟁부터 이승만.박정희 정권 시기의 반공독재를 다룬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은 38선을 넘어 전면 공격을 감행했다. 이후 3년간 전선이 한반도 전역을 오르내리면서 군인과 민간인을 비롯한 300만 명 이상의 ‘코리안’과 미군 4만 명, 중국군 100만 명 이상이 희생됐고 수많은 부상자·이산가족·전쟁고아가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 공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국토는 파괴되고, 수많은 문화유산이 사라졌다. 참혹한 전쟁을 통해 남한 사회에는 ‘반공’이라는 강력한 피아 식별 수단이 형성됐다.
전쟁 중 미군 폭격의 두려움 때문에 뒤늦게 월남한 사람들은 남한에서 ‘반공투사’를 자처했다. ‘공산당과 싸우다 월남한’ 이력은 반공국가가 된 남한 어디에서나 통하는 보증수표였다. (…) 서청 등의 극우 청년 조직은 제주4·3사건에도 투입되어 테러와 학살로 악명이 높았고, 각종 정치 테러에 동원됐으며 여운형·김구 등의 요인 암살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다. 이렇게 반공투사를 자처한 월남자들은 휴전 이후 오늘까지 대한민국 사회를 극단적인 진영 논리로 갈라놓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127쪽)
이승만 정권은 ‘반공’을 핑계로 정적들을 제거하며 권력을 유지했고, 박정희 정권은 아예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다. 반공이라는 횃불의 장작이 된 것이 기독교다. ‘인간해방’의 이념으로 조선에 들어온 기독교는 일제강점기 초기에 독립운동을 주도하였으며, 식민지 지배를 받던 백성들에게 인권과 정치적 자유 등의 사상을 고취하기도 했다. 그 결과 1900년에 1만 명도 되지 않았던 기독교 신자가 1940년에 이르러 35만 명을 헤아릴 정도로 불어났고, 해방 이후에는 세계 기독교 선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선교 기적’이 일어났다. 하지만 기독교의 양적 팽창의 뒷면에는 권력과의 타협 혹은 권력의 위협이라는 그늘이 자리 잡고 있다.
사상적 이유로 이승만·박정희 정부의 의심을 받던 사람들은 교회나 성당에 나감으로써 ‘신원 보증서’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피학살자 유족들과 월북자 가족들도 남한에서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교회에 나갔다. 제주4·3 당시 좌익으로 몰려 군과 경찰에 학살당한 피해자의 가족들이 국군에 자원입대해서 면죄부를 받으려 했던 행동과 비슷하다.(131~133쪽)
반공국가 대한민국, 기독교 국가 대한민국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미국이다. 이승만이나 장택상, 조병옥 등 미국에서 유학한 정치 지도자들은 미국을 맹신했다. 미국을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를 지원하는 우방국가, 동맹국가를 뛰어넘어 ‘피로 맺은 형제’로 격상시켰을 정도로 한국의 집권 주류 세력은 미국에 목을 맸다. 이승만의 하야를 종용한 것도 미국이고, 인권 외교라는 이름으로 박정희 독재를 위기로 몰아넣은 것도 미국이었기 때문에, 대중 역시 미국을 민주주의의 보루라고 믿고 있었다. 바로 이 반석 위에서 미국은 그들의 동아시아 정책에 따라 한국 현대사를 좌지우지했다. 단순히 한국 정권을 조정하고 경제를 장악한 것에 그치지 않고, 36년간 조선을 식민지 지배한 일본과의 과거사 청산 문제까지 매듭지어버렸다.
결국 이승만 정권과 마찬가지로 박정희 정권도 자신들의 정치적 필요와 국민들의 잘살고자 하는 열망에 편승하여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즉 한국을 일본의 경제 성장을 위한 배후지, 하청기지로 편입하려는 정책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한국 정부는 한일 관계에서 미래에 제기될 수도 있는 많은 미청산 과제를 깊이 검토할 여유도 없이 당장의 경제 개발 자금 확보에 목을 매달았다.(194쪽)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운 ‘근대화’의 짙은 그림자
3부에서는 대한민국 근대화가 남긴 상처들을 돌아본다. 1961년 박정희는 5·16쿠데타 직후 「혁명공약」 제4조에서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하겠다며 경제 개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고는 또 다른 과제인 경제정의 확립과 부패 청산을 포기하고 재벌과 손을 잡았다. 이후 정권은 재벌이 진출한 노동 집약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수출 금융 지원, 세제 및 환율 지원, 진입 제한, 노조 설립 차단 등의 정책을 폈다. 한국의 실정에 적합하고 효과가 가장 빨리 나올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고, 그것이 끝나면 다른 업종을 선정하여 다시 집중 지원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평범한 국민, 대부분의 노동자들의 희생이 깔려 있다.
당시 한국은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을 갖추었고, 반공 체제 수립으로 사회주의 정당은 물론 노조 활동도 완전히 통제된 사실상의 우익 독재 체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정부와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법, 제도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권리 주장을 제압할 수 있었다.(254쪽)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경제 권력의 불평등을 해소할 기회의 문이 열렸지만, 우리 사회는 세계화·시장개방·신자유주의·구조조정·노동시장 유연화라는 거센 파도를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급기야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재벌의 권력이 국가의 권력 위에 올라선 “기업국가”로 전락했다.
시민의 고발이나 노조 활동이 죄악시되는 나라,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이 생존할 수 없었던 과거의 ‘병영국가’가 오늘에 와서는 모든 사람들이 오직 종업원 혹은 ‘고객님’으로 불리는 ‘기업국가’로 변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군부 엘리트가 권력층에서 탈락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지만, 재벌이 민주화의 최대 수혜자가 되어 언론을 사실상 소유하게 되었고 법원과 검찰도 그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의 지배질서는 거의 변한 것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265쪽) 접기
이 책의 마니아가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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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시월을 보내고 있다. 정신 못차릴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게으름을 부를만했다. 핑계 아닌 핑계다. 이 때문에 이 책을 너무 오래 읽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나요? 도발적 질문일 수 있겠다. 강자는 무한대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약자는 비인간적 삶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건국 이후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화 이후에도 이런 ... 더보기
knulp 2018-10-23 공감 (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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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화가 났다. 난 어디에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이 나라에 정의는 있나
mipsan 2016-03-21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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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이란 제각각이라 최근의 일도, 함께 겪은 일도 서로의 기억이 다를 수 있다. 입장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자기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건들의 사실여부 판단과 그것을 해석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건의 사실여부,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해석의 옳고 그름은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더보기
zelkova 2015-12-24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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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 5분전인 나라가 '왜 그렇게 됐는가?'에 대한 기원. 구매
VANITAS 2015-11-20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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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이책은 많이 읽혀야된다! 구매
김민준 2015-12-09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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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대한민국을 가장 잘 이해할수 있는 책이며,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 무엇인지 가장 잘 설명해주는 책이다. 구매
푸코리 2015-12-08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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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구매
zelkova 2015-11-24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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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분열을 야기시키는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지적 구매
연산 2015-12-10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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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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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대한민국은 왜?
바쁜 시월을 보내고 있다. 정신 못차릴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게으름을 부를만했다. 핑계 아닌 핑계다. 이 때문에 이 책을 너무 오래 읽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나요? 도발적 질문일 수 있겠다. 강자는 무한대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약자는 비인간적 삶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건국 이후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화 이후에도 이런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21세기 들어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민의 생명이나 알권리보다 권력자의 체면이, 국민의 안전보다 기업의 이윤이 중요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철저히 무시된다. 이런 나라를 우리는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세월호 사태 이후 이 질문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졌다. 이런 의문을 가슴에 품고 이 책의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공식화된 혹은 보수세력들이 주장하는 한국 현대사에 대해 비판과 재해석을 가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적 제반 문제, 특히 보통의 국민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어디에서 유래했으며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지는지가 비판적으로 잘 설명되어 있다. 또한 어떠한 국제정치적 맥락과 조건에서 한국 현대 사회 문제들이 발생하고 지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헤쳤다. 익히 알고 있는 바도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즉 저자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목도 있다. 그의 삐딱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새롭게 다가온다.
반공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나 사상이라고 볼 수 없다. 어떤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집단이나 사상을 배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나 정당이 일관된 정책이나 노선을 갖지 못한 것이나, 학술.문화가 뒤쳐진 것도 바로 이 반공, 반북주의 때문이다. (중략) 남북한이 군사 정치적으로 대결하고, 그것을 위해 외세를 계속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국가로서의 품격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고, 후발 국가의 좋은 모델이 되거나 21세기 인류 문명에 기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289쪽)
이 글을 읽으며 저자의 논조를 따라가면 그가 무조건적으로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글 구석구석에 당대의 갈등 상황과 문제들을 독점적 권력들이 아전인수격으로 풀어버린 데 대해 그의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대안 세력의 부재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이렇게 분석하고 비판하는 데만 그치면 서점에 널린 그저그런 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김동춘 교수는 나름 대안 제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를 안내한다. 그는 균등, 화합, 안정, 정의를 제창하였다. 반공을 지양하고 불구의 반국가 상태를 넘어 약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안정되고 균형잡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이런 주장이 어쩌면 대표적 좌파 지식인이라 불리는 저자 나름의 사회 기여 방법이 아닌가 싶다.
책장을 덮자니 다시 주먹을 불끈쥐고 일어나 광장으로 가고 싶은 욕구가 든다. 경제학자 우석훈의 주장을 따라하자면 ‘짱돌을 들‘고 이 나라의 부조리한 모순들을 부수고 싶다. 다소 과격해지는 날를 느낀다. 내게는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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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ulp 2018-10-23 공감(2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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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대한민국은 왜?
비판 세력은 명확한데, 그들의 논리는 철저히 부정되지 않고 중요한 논점에서 의외로 양비론스러운 관점이 자주 보인다. ‘반의반 주권국가‘라고 표현했다면, 외세의 압도적 영향력이 더 고려되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또한 작용과 반작용을 엄밀히 살펴 각 세력들의 공과를 따졌어야 했다. 책 제목, 목차, 저자 명성에 비해 아쉬운 내용이었다.
ENergy flow 2017-12-18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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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지금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헬조선, 헬조선'
대한민국이라는 엄연한 국호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은 '헬조선'이다. 지옥이라는 말도 아니고 영어로 헬(Hell)이고, 한국이 아니고 '조선'이다. 참으로 살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뜻일텐데...
도대체 대한민국은 왜 헬조선이라는 말을 듣는가?
어째서 한창 미래를 꿈꿀 젊은이들이 삼포니 오포니, n포니 하면서 좌절의 늪에 빠져 있는가?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는지 답답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답답함, 역사를 통해서 찾아가는 것이 바로 이 책이 하는 일이다. 지금의 우리가 어느 순간 똑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면, 지금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것.
그 결정적인 원인을 사회학자답게 찾아나선 것, 이 책의 역할인데... 그 결정적 원인을 1945년 해방에서 찾는다.
사실 해방이라 하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여기서 더 앞으로 나아가면 해방에 앞서 결정적인 시기는 바로 1904년 러일전쟁이라고 한다.
러시아와 일본의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각, 특히 윤치호와 안중근의 시각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러일전쟁을 동양과 서양의 전쟁으로 보고, 일본이 이기기를 바라는 사람들, 그것이 당시 조선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서양을 침략자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그러나 일본 역시 서양과 동일하게 침략자로 우리에게 다가왔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일본을 서양의 침략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존재로 파악했던 윤치호와 같이 친일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것도 철저한 친일... 그리고 이들이 우리나라 해방공간에서 다시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름으로써 우리나라의 현재가 규정되기 시작한다.
반면, 안중근은 처음에 일본에 호의를 품었다가 일본의 본질이 침략주의임을 알고, 한중일 삼국의 동양평화론이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 앞에서는 불가능함을 깨닫고 자주독립의 길을 모색한다.
그의 무장투쟁론을 이어받은 사람들, 일제시대에 변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싸우는데...
여기에 근대화될 때 조선에 들어온 두 사상, 기독교와 공산주의.
여기서 1945년이 중요해진다. 45년을 기점으로 이 두 사상은 확연히 갈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일제시대에도 갈라졌지만, 화해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은 것은 1945년이다. 새롭게 시작해야 할 1945년이 전혀 새롭지 않게 시작한 것.
남한에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반공주의가 자리를 잡게 되고, 북한에서는 공산주의가 자리를 잡게 된다.
친일한 사람들이 처단되지 않고 사회 고위층으로 올라가고, 여기에 극단적인 반공주의가 가미되어 우리사회는 지금의 모습으로 변해오게 된다.
이 기점, 1945년이 바로 대한민국은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실마리를 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원인을 알았으니 과정을 수정해갈 수 있는 것이다. 하여 이 책은 1945년에서 6.25까지를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기간으로 잡는다.
그 이후의 독재정치나 경제중심으로의 사회 재편은 이 때의 방향에서 온 것이라 한다.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읽기에 부담이 없는데...
문제는 지금, 이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것인가이다. 그것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런 책을 읽는 것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은 왜라는 부정적인 질문에, 이제는 대한민국은 이렇게 만들어져 왔으니, 앞으로는 이렇게 만들겠다고, 우리 스스로 공부를 하게 하고, 실천하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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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ye91 2016-03-05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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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대한민국은 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문제로 큰 논란이 일고 있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한국현대사에 대한 저자의 시각에 많은 부분 공감이 간다. 정확히 300페이지로 압축한 쉽고 부담 없는 역사책이다.
다사랑 2015-11-13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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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현실
이 책은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책은 320페이지 정도이니 그렇게 두꺼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내용이 무거운 만큼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읽었다. 이 책은 조선 말기부터 시작해 2015년까지 대한민국이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조선 말기의 유교적 가치를 지키려한 양반들과 포기하고 기독교를 받아들인 백성들 그리고 일본을 우호적으로 본 개화파들과 공산주의서 희망을 찾으려 했던 공산주의자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일제강점기때 일제와 싸운 자와 친일파들. 광복과 6.25전쟁의 혼란스러운 상황서 좌익과 우익이 전부 쓸려나간 이유. 한강의 기적이 일어난 이유 분석. 한국의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 교육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거쳐 신자유주의의 상황서 벌어진 일들로 책은 마무리된다.
책에 실린 수많은 상황과 선택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문제가 단순히 한 문제만이 아닌 여러 문제가 연관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치적 문제와 경제적 문제 사회적 문제가 여러모로 얽혀있다.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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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잇 2015-12-08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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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 1945~2020
참고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3661042
저자는 한국 근현대사의 그늘진 부분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저작을 여럿 발표했었고, 이번에도 “최근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내홍”의 “역사 구조적인”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더 나아가 구한말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한국사에는 개화 대 민권, 친일 대 독립, 반공 대 평화통일, 개발독재 대 민주공화의 갈등이 켜켜이 쌓여 있으며, 또한 거의 모든 갈등에서 전자가 승리했던 ‘역사 구조’의 결과”인 지금을 설명하려고 한다.
그런 내용이기 때문에 읽는 재미는 없었고 그래서인지 책을 펼쳤다 말았다 하면서 읽게 됐다.
“이 책이 바로 대한민국 70년의 참회록이다. 자신을 변명하고 분식하는 입지전의 다른 이름으로서의 참회록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잘못을 고백하고 참회하는 진정한 참회록이다. 과거 70년 동안 어떤 사람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어떤 사람들을 억압하면서, 어떤 길로 국가를 이끌어왔는지를 참회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연 독립자주국가인가?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인가? 인간적 진실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인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 자체를 파헤침으로써 우리들을 불편한 진실 앞에 맞세운다. 한 개인의 경우와는 달리 한 국가의 참회록은 과거에 대한 참회이면서 동시에 그 참회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결의이기도 하다.”
참회록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다른 저작에서 논의되었던 내용-문제의식이 언뜻 반복되기도 하고, 그동안 다루지 않던 부분도 들춰보고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지금까지라는 긴 시기를 들여다보느라 되도록 다뤄야 할 것들만 간략하게 다루고 있으니 좀 더 자세히 알고자 한다면 출처로 언급된 책들을 읽을 필요가 있다.
해방 후 어떤 그늘진 일들이 있었고 그 어두운 부분을 중심으로 현대사를 다루려고 하는 저자의 입장을 받아들이며 굴곡진 현대사의 흐름을 알아간다는 수준에서 읽으면 적당할 것 같다.
“『대한민국은 왜?』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마주한 정치·사회의 여러 문제, 특히 보통의 국민이 겪는 고통의 역사적 배경과 국제 정치적 맥락을 씨실과 날실로 짜 맞춘다. 지은이는 한국의 현실을 세 개의 틀로 분석하는데, 그 첫째는 한국 근현대사의 기본 과제이다. 개화·독립·민권이 보장된 국가의 수립이 좌절되면서 친일파의 주도로 근대화가 시작됐고, 해방 후 이들은 통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친미로 옷을 갈아입고 자리를 지켰다. 그들이 써내려온 역사가 오늘날 한국 근현대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둘째는 대한민국의 국가 이념이다. 특히 1950년 10월 황해도에서 벌어진 ‘신천학살’을 겪으면서 남한은 ‘월남자들이 만든 나라’, 기독교 반공주의가 국교國敎인 나라가 됐다. 마지막은 한국 근대의 성격이다. 한국의 근현대는 외세와 분단의 압박 속에서 진행되었고, 그 결과 한국은 경제는 성장했지만 이상과 희망은 제거된 반쪽 국가가 되었다.”
시작부터 잘못되었고 어떤 것도 제대로 풀어지지 않았던 과거고 현재이기 때문에 당장 혹은 순식간에 해결되길 바라는 것이 아닌 조금은 긴 호흡 속에서, 끈기 있게 그리고 철저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그 생각을 학술-학문적으로 풀어내기보다는 최대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현대 한국사에 대한 꽤 괜찮은 입문서가 될 수 있기도 하다.
“구한말부터 6‧25한국전쟁 직전까지를 다룬” 1부와 그 이후부터 2020년 현재까지를 다룬 2부와 3부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고, 되도록 짧은 호흡으로 설명하고 간략하게 다루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다. 다만, 읽을수록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서 알려고 할 때마다 느끼는) 답답함이 크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들고 점점 무겁게 느껴지면서 읽기가 싫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해방 이후 극심한 혼란과 전쟁
군사 정권과 독재
간신히 얻어낸 민주화와 그 이후의 수많은 변곡점(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부분들이 많아 읽게 됐고, 대충은 큰 흐름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좀 더 상세하게 알아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지은이의 말처럼 한국 사회와 정치의 문제들은 결국 한국 현대사의 문제로부터 기인한다. 이 책은 그 굴곡진 노정을 세심하게 안내하며 독자로 하여금 과거를 극복하고 보다 더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아쉽게도 읽을수록 그저 상상만 하게 될 뿐이고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한숨만 가득하게 된다. 이래서 한국사는 알려는 의지가 쉽게 꺾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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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 2021-08-16 공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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