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역사 epub
진중권 (지은이)창비2019-09-10
감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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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페이지수 524쪽, 약 36.2만자, 약 8.5만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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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08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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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 인문학 > 철학 일반 > 철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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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 '감각학 3부작'의 서막"
<크로스: 정재승+진중권>,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등 전작들에서 쉽고 재미있는 글쓰기를 선보였던 그가 이번엔 전공을 살린 묵직한 지적 탐구로 돌아왔다. 깊이 있는 미학서를 원했던 독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감각론'이 익숙한 용어는 아니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지각하는 인간 감각에 대한 탐구는 그 기원을 철학의 시작과 함께하지만, 철학이 이성중심주의로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도외시되어왔다. 이에 진중권 교수는 철학적으로만 탐구 가능한 감각의 특성을 제시하며 감각론의 부활을 요구한다. 감각학 3부작의 첫 권인 <감각의 역사>는 그 잊힌 역사를 복원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번 감각학 3부작은 그간 미적 영역에만 국한되어 있던 미학의 한계를 넓혀 감각론을 통한 사회적 이해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시작으로서 <감각의 역사>에서 다진 이해와 통찰은 후에 <감각의 미학사>, <감각의 사회학>으로 뻗어나가는 논의의 굄돌 역할을 한다고 하니,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겠다. 진중권 교수가 안내하는 장대한 지적 여정의 시발점이다.
- 인문 MD 김경영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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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진중권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감각학 3부작’의 시작이다. 미학에서 감각학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대기획의 첫걸음으로서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감각의 탄생과 망각, 부활을 아우르는 인류의 지적 여정을 밝히는 이 책은 『감각의 미술사』 『감각의 사회학』으로 이어질 후속 연구의 이론적 단초를 제공한다.
인류 지성사의 발전과 함께 변천을 거듭해온 감각학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총 10부 35장에 걸쳐 간결하고 명료하게 정리한다. 저자는 주요 논문과 고전들을 방대하게 인용하고 가로지르며 그 장대한 철학사의 흐름을 한 호흡으로 써내려가는 쉽지 않은 작업을 완수해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의 감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한편 감각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감각학으로서 미학
일러두기
들어가며 감각론의 역사적 전개
1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의 감각론
01 진리와 속견: 파르메니데스
02 유사가 유사를: 엠페도클레스
03 반대가 반대를: 알크마이온·헤라클레이토스·아낙사고라스
04 위대한 절충: 아폴로니아의 디오게네스
2부 세개의 대(大)이론
05 에이돌라: 데모크리토스
06 불을 뿜는 눈: 플라톤
07 매체를 통한 변화: 아리스토텔레스
3부 헬레니즘의 감각론
08 감각은 진실하다: 에피쿠로스
09 영혼의 숨결: 스토아학파
10 소요학파: 테오프라스토스
4부 고대 감각론의 세 전통
11 시각원뿔: 에우클레이데스
12 황소의 눈: 갈레노스
13 세 전통의 종합: 프톨레마이오스
5부 고대에서 중세로
14 공감으로서 감각: 플로티노스
15 집중으로서 감각: 아우구스티누스
6부 중세 아랍의 광학
16 광학적 유출설의 부활: 알킨디
17 의학적 유출설의 부활: 후나인
18 유출설에서 유입설로: 이븐시나
19 아리스토텔레스의 부활: 이븐루시드
20 근대광학의 아버지: 알하이삼
7부 근대광학의 역사
21 중세 유럽의 광학: 그로스테스트에서 베이컨까지
22 영적 변화로서 감각: 아퀴나스
23 르네상스의 시각론: 오컴에서 플라터까지
24 근대광학의 탄생: 케플러
8부 외감에서 내감으로
25 멋진 신세계: 데카르트
26 빈 서판: 로크·버클리·흄
27 내감의 작은 역사: 아우구스티누스와 그의 계승자들
9부 감성의 미학적 구원
28 감성론으로서 미학: 바움가르텐
29 취미의 세기: 영국의 취미론
30 상상력의 시대: 칸트
10부 감각의 부활
31 살아 있는 조각상: 콩디야크
32 사태 자체로: 후설·하이데거·메를로퐁티
33 정신의 감성학: 플레스너
34 육체와 신현상학: 슈미츠
35 감각의 논리: 들뢰즈
나가며 육체의 오디세이
저술의 약어와 인용 형식 표시
주
수록된 그림 및 소장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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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서양의 철학은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의 밀레투스 지방에서 탄생했다.
저자 및 역자소개
진중권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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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언어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했다. 2008년부터 기술미학연구회와 함께 “인문학이라는 올드미디어는 이미지와 사운드라는 뉴미디어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새로 정의해야 한다”라는 구상 아래 다양한 기획을 해왔으며 이와 연계된 교육·연구·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교수, 문화비평가, 시사평론가, 시대의 부조리에 독설을 날리는 우리 시대의 대표 논객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그이지만 스스로는 “미학자로서 좋은 책을 내는 것이... 더보기
최근작 :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철학 오디세이 1> … 총 174종 (모두보기)
SNS : http://twitter.com/unheim
출판사 제공
책소개
미학자 진중권의 새로운 첫걸음
잃어버린 절반의 철학사, ‘감각학’의 역사를 복원하다!
고대 그리스의 감각생리학부터 들뢰즈의 현대미학까지, 이성이 진리의 근원으로 여겨지면서 철학의 변방으로 밀려났던 감각학의 역사를 야심차게 복원한 미학자 진중권의 『감각의 역사』가 출간되었다. 인공지능, 복합현실, 디지털 예술 등 각종 기술과 매체의 발달로 인한 감각지각의 대변동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 우리 시대의 미학자 진중권은 물질이 스스로 감각하고 사유한다고 생각했던 고대의 물활론부터 중세 아랍의 광학, 감각을 이성 아래 포섭한 근대철학, 그리고 새로운 학문의 원천으로서 인간의 몸과 감각체험이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현대미학의 여러 논의를 폭넓게 아우른다.
『감각의 역사』는 진중권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감각학 3부작’의 시작이다. 미학에서 감각학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대기획의 첫걸음으로서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감각의 탄생과 망각, 부활을 아우르는 인류의 지적 여정을 밝히는 이 책은 『감각의 미술사』 『감각의 사회학』으로 이어질 후속 연구의 이론적 단초를 제공한다. 이 작업의 바탕에는 그동안 폄하되었던 감각의 위상을 복원하는 한편, 예술의 가치와 정의를 관념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넘어 미학적 탐구의 범주를 사회현상 전체로 확장하려는 저자의 원대한 기획이 깔려 있다.
그동안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감각의 역사, 새로운 철학사의 대장정을 보여주는 이 책의 등장은 일찍이 예견된 것이었다. 2005년 이래로 저자는 ‘감각학으로서의 미학사’를 주제로 지속적인 대중강연을 펼치는 한편 꾸준히 관련 분야의 연구에 매진했다. 2015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창비 블로그에 ‘다섯가지 감각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36회에 걸쳐 연재한 글들이 이 책의 몸통이 되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약 3년에 달하는 집필기간 동안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집중해 절반가량을 새로 쓰고 다듬었으며 총 80여장의 도판을 직접 선별하여 독자들이 더 쉽고 생생하게 감각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눈부신 결실인 『감각의 역사』는 인류 지성사의 발전과 함께 변천을 거듭해온 감각학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총 10부 35장에 걸쳐 간결하고 명료하게 정리한다. 저자는 주요 논문과 고전들을 방대하게 인용하고 가로지르며 그 장대한 철학사의 흐름을 한 호흡으로 써내려가는 쉽지 않은 작업을 완수해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의 감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한편 감각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부터 들뢰즈의 현대미학까지
감각의 역사를 조망하는 미학자 진중권의 역작
“감각론의 역사는 철학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오랜 과거부터 인간은 자신의 살갗에 생생하게 와닿는 다채로운 감각에 관심을 기울였다. 아득한 고대의 사람들은 생물과 무생물의 구별 없이 세상 모든 것이 살아 있다고 느꼈고, 신이 인간의 입에 불어넣어주었다는 숨결을 공기라 믿었다. 이렇게 본 대로 지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근원적인 의미에서 참이었던 시대도 있었다. 감각이 곧 지각이자 사유였던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진리의 근원을 이성에서 찾기 시작하면서 감각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감각은 진리의 근원이 아니라 오류의 원천으로 여겨져 철학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심지어 근대의 대표적인 합리론자인 데카르트는 “이성적 존재가 되려면 감각을 불신하라”고 가르쳤다. 그 결과 철학사의 서술에서도 고대와 중세의 감각론에 관한 기록은 아예 누락되기 일쑤였다. 이 책은 그 잃어버린 반쪽의 철학사를 복원하고, 새로운 감각학의 구축에 소용될 이론적 단초를 발견하려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예술과 미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관념적 학문으로 협소해진 미학을 감각지각, 즉 아이스테시스(Aisthesis)에 대한 학문인 감각학(Aisthetik)으로 확장하자는 독일의 미학자 게르노트 뵈메의 제안을 수용한다. 나아가 뵈메 미학의 바탕을 이루는 현상학의 개념도구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고중세의 이론과 아랍의 광학, 콩디야크 같은 근대 비주류 철학자의 이론, 감각의 부활을 선언하는 들뢰즈의 급진적인 현대미학까지 인류가 지금껏 전개한 감성연구의 역사를 두루 살핀다.
감각의 측면에서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철학사의 전모를 밝히는 동시에 감각의 역동을 경험해온 인류 역사를 치밀하게 되짚는 이 책은 다변화하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지각을 경험하고, 이로써 도래하게 될 사회구조적 변화를 미리 내다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더없이 폭넓은 시야를 제공할 것이다.
관념적 미학에서 삶을 위한 감각학으로!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의 철학을 말한다
진정으로 감각적인 것, 가령 피부로 느끼는 옆 사람의 온기나 몽롱한 아침을 깨우는 커피의 맛과 같은 감각적인 특질을 우리는 어떻게 해명하고, 그 본질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까? 그동안 이성중심의 철학사에서 배제된 감각 연구는 주로 과학의 소관이었다. 체험으로서 감각은 철학적 언어로 해명되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 책은 감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럭스(lx)로 표기될 때 체험으로서 빛은 사라지고, 헤르츠(Hz)로 표기될 때 체험으로서 소리는 사라지는 것처럼.
이 책의 중요한 미덕 중 하나는 다시금 인간의 몸과 감각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감각체험을 온전히 기술하려는 다양한 철학적 시도를 두루 소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여러 철학자들의 이름을 호명하고, 그들의 논의를 풍부한 인용에 특유의 간결한 설명을 덧붙여 상세히 소개한다. 신체의 감각만으로 세계를 질서정연하게 파악할 수 있음을 보이기 위해 ‘살아 있는 조각상’을 상상한 콩디야크의 사유실험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는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면서 이 근대철학자의 사유실험이 오늘날 인공지능 기계가 딥러닝을 통해 하나의 유사인격으로 진화해가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나아가 근대의 합리적 주체를 대신할 ‘신체로서의 인간’을 말하는 메를로퐁티의 신체현상학, 플레스너의 감성학과 슈미츠의 신현상학, 들뢰즈의 미학을 차례로 살펴봄으로써 그들이 어떻게 각자의 방식으로 몸과 감각의 체험을 해명하는지를 성실하고 꼼꼼하게 조명한다.
현대에 이르러 감각학으로서 미학의 기획이 등장한 배경에는 생각하는 인간만이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적 사유가 아니라, 직접 느끼고 체험하며 반응하는 인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놓여 있다. 때로는 간결하고, 때로는 풍부하게 이 모든 과정의 이모저모를 종횡무진 설명하는 저자의 거침없는 문장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이 새로운 미학적 기획이 옆 사람의 온기를 느낄 줄 아는 인간, 커피의 맛을 느끼고 향유할 줄 아는 인간의 회복을 구하는 일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서 존재하는,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을 위한 철학적 입장들을 종합적으로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훌륭한 철학 교양서이자 입문서이다.
인공지능, 증강현실, 가상현실, 디지털 예술…
감각의 대변동을 준비하는 ‘진중권의 감각학 3부작’, 그 서막을 열다
이 책의 바탕에는 감각학의 관점이 앞으로 다가올 감각체험의 대변동을 준비하는 데 생산적인 기여를 하리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평소에 우리가 즐기는 게임을 떠올려보자. 스크린에 올린 두개의 엄지손가락이 그 게임의 촉각적 인터페이스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가 승리의 관건이 될 수 있다. 예술의 영역에서는 어떤가? 이제 예술작품은 액자틀과 좌대에서 벗어나 낯선 장소에 설치되기도 하고, 관람객의 반응에 좌우되는 인터랙티브 아트로 우리 앞에 문득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품의 수용은 더이상 오브제의 ‘형태’를 보는 시각적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분위기’에 잠기는 전방위적 감각체험으로 확장된다.
미학자 진중권은 기존의 관념적 미학으로는 이 모든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새로운 기술과 매체가 제공하는 다종다양하고 낯선 감각체험들은 이제 하나의 객관적인 정의로 설명할 수도 없고, 완전히 주관적인 반응으로만 설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레디메이드를 통해 사물이 예술작품이 되고, 디자인을 통해 예술이 사물 속에 구현되는 이 초미학적(trans-aesthetic) 상황 속에서 미학의 범위는 예술의 영역을 넘어 사회현상 전체로 거침없이 확장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학은 영원히 예술을 해명하고 그 가치를 정의하는 역할에만 머물 수는 없다.
저자는 이 책의 여는 글에서 앞으로 자신이 이어갈 두개의 후속 작업을 간단히 예고해놓았다. 첫번째는 ‘감각의 미학사’를 서술하는 작업이다. 감각의 관점에서 기존의 미술사를 새로이 조망하고, 나아가 관념적 미학이 해결할 수 없었던 새로운 미술의 경향을 밝히는 작업이다. 두번째는 ‘감각의 사회학’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감각과 연관된 다양한 사회적·경제적·기술적 의제를 다루는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다. 감각의 변화에 따라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사회구조적 변동에 대한 탐구는 새로이 펼쳐질 ‘감각의 사회학’의 주요 주제가 된다.
『감각의 역사』는 미학자 진중권이 실현해나갈 이 야심차고 고유한 기획의 가장 아래 놓인 굄돌이다. 오랜 세월 날카로운 통찰과 글쓰기로 미술사부터 철학, 미학 등 일반 독자들의 인문학적 지평을 넓혀온 진중권은 이제 막 미학과 철학의 고지를 넘어 감각학의 언덕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가 감각의 관점에서 탐구하게 될 미술사와 사회학이라는 새롭고 드넓은 지평이 보인다. 이 세계를 탐색하기 위한 예비 작업인 『감각의 역사』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풀어낸 문장들은 한없이 엄밀하고, 인용한 고전들을 자유로이 가로지르는 해석은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판 인문학자의 원숙미를 드러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든 우리 시대의 미학자 진중권과 함께 ‘감각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에 가까이 다가가는 즐거운 지적 여정의 출발선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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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18 아래에서 넷째 줄: ”잘 정돈된 원근법적 공간은 기하학적 추상의 산물일 뿐, 실제로 우리의 육안에 비친 세계는 세잔의 그림처럼 혼란스러운 것이다.“
위의 밑줄 친(편의상) 문장은 ‘실제로 우리의 육안에 비친 세계는 혼란스럽고(A)’, ‘세잔의 그림(p. 417, ’부엌의 테이블‘)이 혼란스럽다(B)’는 뜻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내게는 세잔의 그림이 별로 혼란스럽게 보이지 않으며, 평소에 내 눈에 비친 세계 역시 시각적으로는 전연 혼란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A: 저자가 문제의 문장을 작성하는 전체 맥락에서, ‘세상의 모습’은 단지 시각적 모습을 의미할 뿐 정의와 도덕 등의 의미 측면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으리라 믿기에, 명제 A는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 시 지각 체계는 망막에 거꾸로 맺히는 평면적 영상일지라도, 두뇌의 환상적인 작업에 의해 똑바로 선 입체적인 영상으로 보이게 하여 우리의 혼란스러움을 해소시킨다는 건 상식이기에 말이다.
B: 세잔의 그림 속에 있는 여러 가지 사물들이 동시에 한 시점에서 관찰되는 형태가 아니고 서로 다른 위치에서 관찰되는 형태로 그려졌기에, 화가의 시선과 원근법이나 광선들까지를 고려하며 보는데 익숙한 전문가의 안목에는 혼란스럽게 보일 수 있으리라 짐작은 된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그림 속에 있는 과일이나 화병과 바구니들이 평소에 익숙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인지 전연 혼란스럽지가 않다. 우리는 사진기 필름에 찍히는 영상처럼 세상을 보지 않고 의미의 틀을 통해서 보기 때문에, 한 폭의 그림 속에 있는 다양한 사물들이 사진 속 영상처럼 일치하지 않아도 이미지가 주는 의미만 맞으면 그냥 자연스럽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메를로퐁티가 말한 ‘체험된 원근법’의 의미일 것이며, 이점이 바로 후설이 ‘판단중지’를 언급한(p.413) 이유일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같은 생활세계 속의 일상 인들은 그저 습관적으로 보던 대로 보기 때문에 세상의 실상(진리)을 놓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그림의 캡션에서(p. 417) ‘시각의 진정한 주체는 정신이 아니라 신체다’는 문장은 어쩌면 세잔의 관점을 놓친 것일 수도 있다(메를로퐁티 역시!). 정신없이 신체만으로 어찌 시각이 얻어지겠는가? 그저 정신에 대한 육체의 우월을 주장하는 전도된 또 하나의 정신 우월주의에 불과할 뿐.
저자가 언급한 후설의 에포케 관점과 연관되는 맥락에서라면, 세잔의 그림이 우리에게 던지는 본질적인 의미는 어쩌면 ‘정신에 대한 신체의 우월성’이 아니라, ‘사물(세상)에 대한 참모습(진리)은 단 하나의 관점에서 얻어질 수 없고, 다양한 관점을 종합해야만 한다’는 점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한쪽 면만을 고려해서 얻어진 견해는 괄호 쳐두라고! 저자의 표현대로 고정된 정신의 눈으로 고정된 세상을 보지 말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육안으로 끊임없이 생성되는 생생한 세상을 보라고(p. 432: ‘지금 여기 나 이 상황에 있다’고)!
오 탈자:
p. 18, 위에서 다섯째 줄: ‘medium theory이 등 고대 감각론의’
---> ‘medium theory 등 고대 감각론의’. ‘이’ 생략해야
p. 464, 위에서 다섯째 줄: ‘내가 속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들 수도 있을 겁니다’
---> ‘내가 속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생각이’ 추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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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19-09-28 공감(1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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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댁에 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쉬는 중이다. 책 대신에 구독하고 있는 시사주간지를 몇 권 들고와서 뒤적이고 있다(3종의 구독료로 매년 몇 십만원을 내고 있지만 일년에 두어번 손에 든다). 신간 리뷰에서 진중권의 <감각의 역사>(창비)가 다뤄지고 있는데 마침 오후에 읽던 책이다. 서문을 보니 감각학 3부작의 첫권이다.
알려진 대로 서양어 미학의 어원이 되는 ‘아이스테시스‘는 감각학이나 감성학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미학으로 정립되면서 그 영역과 의미가 축소되었다. ‘미학자 진중권‘의 문제의식이기도한데, 이를 본래의 의미를 좇아 감각학으로 회복시키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미학의 역사‘가 ‘감각의 역사‘로 변신하게 된 배경이다.
<감각의 역사>를 손에 든 건 강의 관련으로 칸트의 <판단력 비판>의 한 대목을 읽다가 칸트의 미학에 대한 저자의 정리가 궁금해서였다. 아직 칸트 장까지는 가지 못하고 바움가르텐 장을 읽었다. <판단력 비판>의 한 대목 번역이 모호해서 다른 번역을 찾으니 눈에 띄지 않는다. 개정판을 다시 구입해야 하는지. 거의 모든 책을 갖고 있지만 또 정작 필요할 때는 다시 구입해야 한다는 게 장서가의 속사정이다. 그건 그렇고 한길사판으로도 새 번역본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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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9-09-12 공감 (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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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도를 넘은 과잉 수사 인정하지만, 이 모든 게 진영 논리로 귀결되며 정세 구조의 문제일 뿐 아직까지는 도덕성에 문제 없다고 쉴드치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털고 또 털어봐야 겨우 양산집 처마밖에 안 나오는 문통급 청렴 카타르시스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의는 아니었을 거란 심증 쯤은 주었어야 할 거 아닌가. 패션좌파들은 말뿐이었다는 배신감을 간신히 억누르며 마지못해 동조하고 있는데 우쭐대며 저급하게 입 털어서 환멸감마저 들게 만들지 않았으... + 더보기
돌궐 2019-09-29 공감 (2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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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감각 자체가 아니다. 감각에 매몰되어 그 너... 새창으로 보기
˝문제는 감각 자체가 아니다. 감각에 매몰되어 그 너머의 초월적 세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감각이 천상의 신들의 회전을 보고 그것을 본받아 우리 내면에 다시 질서와 조화를 가져오는 데에 쓰일 때, “야만적인 진흙탕 속에 묻힌 영혼의 눈”은 비로소 천상의 신들이 사는 저 영원한 세계를 향할 것이다.˝
ㅡ <06. 불을 뿜는 눈: 플라톤>
현대시를 ‘그들만의 리그‘라고 자주 말하는데 철학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위의 저 문장이 21세기에 어울리는지. 차라투스트라 빙의라도 보는 거 같아 내 눈이 민망할 지경.
예술에 국한된 미학을 새로운 위상으로 쓴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 글들이 효과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야마구치 슈가 철학 등반에서 독자들이 초반에 떨어져 나가게 만든다고 한 제 1 경고대로 서양 철학의 계보와 개념들의 지루한 연결, 고답적 수사... 오랜만에 펼쳐든 진중권 저자 책인데 무척 실망스럽게 전개되고 있다. ‘감각‘의 역사를 처음부터, 세세히 짚어보는 건 좋지만 현재의 다양한 학제 간의 지식과 적극적인 연계, 독자의 호기심 자극 등이 부족해 나로선 근본적으로 답답하다. 3부작으로 기획된 책이라는데 이런 식이라면 적극적으로 따라갈 독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분명한 건 친절한 대중서는 아니라서 저자의『미학 오디세이』3부작 정도로 기대한 독자라면 그보다 어려울 거라는 각오를 하시길-,-)))
시대의 전환기마다 권력은 구성원들의 신체를 뜯어고치는 생체공학을 발동한다. 가령 감각을 불신하고 정념을 억압하는 데카르트형型 아이스테시스는 중세의 호전적 전사들을 근대 국민국가의 합리적 주체subject이자 신민으로 길들이려는 기획의 산물이다. 18세기에 일어난 아이스테시스의 유미화는 서구에서 시민사회가 형성되는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유미화의 결실인 미적 예술문화를 파괴하려 한 모더니즘 예술은 산업혁명, 특히 산업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이 시민사회에 던져준 정치미학적politico-aesthetic 충격의 미학적 반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데카르트주의를 수정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크게 두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하나는 이성주의의 패러다임을 인정하되, 그 안에서 감각지각, 즉 아이스테시스를 구제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미학(감성론)이라는 학문은 바로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근대미학(감성론)이 구제한 아이스테시스는 신체활동으로서 감각sensation이 아니라 정신의 하위활동으로서 지각perception이었다.
지각이란 감각이후post-sensory와 이성이전pre-rational의 인지능력이다. 이 영역을 대륙의 이성주의자들은 ‘유사이성’으로, 영국의 경험주의자들은 ‘유사감각’으로 여겼다. 흥미로운 것은, 근대미학에서 다루는 감성의 영역이 대체로 과거에 ‘내감’이라 부르던 영역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한동안 망각되었던 중세와 르네상스의 내감 이론이 미학을 통해 다시 부활한 셈이다. 공통감, 상상력, 판단력 등 과거 내감의 목록을 이루던 능력들은 18세기에 일어난 감각의 유미화를 통해 새로이 정위定位된다. 근대미학에서 아이스테시스는 ‘지각’으로서만, 그것도 미적 지각으로서만 구제된다.
한편 과도한 이성주의를 수정하는 또다른 방식이 있다. 아예 그것의 토대 자체를 거부하는 방식이다. 근대철학의 완성자 헤겔은 미학이 애써 복원한 감성의 영역을 다시 증발시켜버렸다. 그의 정신현상학에서 감성의 영역은 자연으로 ‘외화外化’했던 정신이 자신으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궁극적으로 ‘지양止揚’해야 할 어떤 것으로 여겨진다. 이 급진적인 이성중심주의의 근원도 데카르트주의다. 따라서 아이스테시스의 영역을 온전히 복원하려면 데카르트주의 자체를 거부하고, 신체와 정신이 아직 구분되지 않은 근원적 체험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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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9-09-22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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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3 새창으로 보기
오늘 아침 얼핏 지나치며 들었는데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 라는 늘 들어오던 뉴스를 들었다. 공식적으로 한반도의 온도는 십년전에 비해 0.3도가 상승했다고 했던가? 얼마전에는 십대 소녀가 국제환경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동력을 쓰지 않기 위해 비행기를 거부하고 요트로 대서양을 건넌 소녀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소녀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듯하다.
이 책은 그레타 툰베리가 프랑스 하원에서 행한 연설에 대한 한국 시민들의 화답이라고 한다. 이 책의 인세는 9월 21일(아, 지난 토요일이었네) 기후행동을 준비하는 이들의 연대기구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위한 후원금으로 쓰인다...네.
추천도서중에 딱 한권 읽었음.
도둑맞은 손,은 소설인가 했는데.
몸에서 떨어져 나간 신체 일부가 인간, 엄밀히 말해 법적 개념인 인격의 일부가 아니라 물건이 되고마는 로마시대 이래의 법체계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책. '몸'을 배제한 '인격'의 존엄성을 지키려던 시도가 역사가 흐르며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추척한 책. 흥미롭네.
폰으로 살펴보다가 무심결에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저자가 진중권. 아니, 책이 뭔지도 모르고 혹시 저자 이름만 보고 나중에 보려고 그냥 넣어둔걸까?
"고대 그리스 사상가로부터 현대 철학으로 넘어와 후설이나 메를로퐁티, 들뢰즈까지, 목차만 봐선 흔하고 지겨운 철학사에서 미학이라는 요소만 추려낸 듯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저자의의도는 최대한 그런 지겨움을 배제하면서 살아있고 생생한 감각과 감각학의 역사를 제시하려는 데 있다. ... 세상 모든 것이 살아있다고 믿거나, 신이 인간의 입에 불어넣어 주었다는 숨결을 공기라 믿은 때도 있었... 이건 성경이야기 아닌가? 아무튼. 그렇단다.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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