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shared a memory.
1h ·
어제 잠시 서울 나들이를 했다. 참으로 오랫만에 덕수궁 담길을 걷고 해질녘에는 자윤이 늘 걷는다는 남산의 소월길에서 해넘이를 보았다. 그리고 저녁엔 마스크를 쓰고 귀농학교수료식을 했다. 세상이 크게 앓고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심야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세상을 바꾸지 않고는 희망도, 치유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아침에 4년전에 올린 글이 떠 있어 지금의 심경으로 다시 나눈다.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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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November 2016 ·
-혁명을 꿈꾸는 그대에게
올해, 새해를 맞이하며 무슨 메시지를 담아 한해를 여는 서시로 쓸까 생각하다가
문득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혁명이란 그 단어가 떠올랐다. 아니 정직하게 말하면 지금 우리가 처한 나라 안팎의 시대 상황이 혁명적 변화없이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이 시대를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갈수록 더 깊어졌어 나는 비록 혁명의 꿈을 놓았지만 이 시대의 중심으로 살아갈 우리 젊은이들만은 혁명의 꿈과 열정을 놓치말기를 간절히 염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 우리의 내일,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앞날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제 하늘의 작용인지 이 나라의 운명인지 어찌할 수 없는 혁명적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이 상황 속에서 올해 서시로 썼던 시 한편을 오늘 밤 함께 나눈다.
<비록 혁명의 꿈을 놓았지만>
나는 비록 혁명의 꿈을 놓았지만
그대는 그 불꽃 다시 지펴야 하네
불씨 꺼뜨리지 말게
어둠은 깊어가고 겨울 이미 닥쳐왔네
혁명이란 바꾸는 것
명(命)을 바꾸는 것이네
먼저 자신을 바꾸고
그렇게 세상을 바꾸는 것이네
혁명이란 오롯한 것
그대의 시간과 에너지를 한 점으로만 모아
명(命)을 바쳐 온전히 던지는 것이네
혁명이란 새사람으로 되는 것
새 판을 짜는 것
새 하늘 새 땅을 여는 것이네
혁명은 열정
혁명은 낭만
혁명은 가슴 벅찬 희열이네
그대 뜨거운 가슴이여
혁명을 노래하게
혁명을 꿈꾸지 못하면 그건 젊음이 아니네
혁명의 불꽃 가슴에 품지 못한다면
그대의 혼 살아있는 게 아니네
혁명을 꿈꾸는 자의 눈빛을 보게
혁명의 불꽃을 품은 자의 가슴을 보게
혁명을 노래하며 가는 자의 걸음을 보게
저 형형함과
저 뜨거움과
저 당당함을
혁명은 사랑
사랑이 없다면 그건 혁명이 아니네
혁명은 기쁨
그 길에 온 몸 솟구치는 신명이 없다면
그건 혁명이 아니네
혁명은 전환
새롭게 바꾸지 않는 한
새로운 길을 열어가지 않는 한
우리에게 다른 길은 없네
그대, 혁명을 원한다면
새 하늘 새 세상을 꿈꾼다면
먼저 자신을 혁명하게
우리의 가치관과 존재와 관계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그것이 혁명
세상이 나밖에 따로 있다 여기고
따로 인 그 세상을 바꾸려는 온갖 시도
그 모든 혁명은 실패했네
내가 인식하고 경험하는 것이 곧 나의 세상
나와 세상은 한 치도 떨어져 있지 않은 까닭이네
나를 바꾸어 세상을 바꾸는 것이네
멀리, 어디 다른 곳에서
혁명의 꿈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지금 선 자리 거기서부터 시작하게
혁명의 길에선 믿고 의지하게
스스로에게
그리고 함께 가는 도반들에게
곁의 사람들에게
스스로 그리고 함께
서로 맞잡은 손과 그 가슴으로
생각과 삶의 방식을 바꾸시게
혁명의 그 길에선 결코 의존하지 말게
길들어진 신념과
기성세대들과
정치꾼들과 국가와 그 체계를
더 이상 돈을 위해서는
기계와 소모품으로는
사고파는 물건으로는 살지 말게
돈의 길에서 생명의 길로
물건의 길에서 사람의 길로
삶의 주인으로
거룩한 존재로 일어서시게
그대 꿈꾸는 자여
얼굴에 먼저 환하게 미소 짓고
허리부터 곧추세우게
찌푸린 얼굴로는 밝은 세상을 일굴 수 없다네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불만과 불평
그 원망과 분노 이젠 그만 내려놓게
그렇게 낭비할 시간과 에너지는 따로 없다네
그대가 곧 그대의 세상
먼저 그대 자신을 잘 모시고 돌보게
그대를 위한 예배가 곧 하늘에 올리는 그 예배이네
그대가 먼저 가슴을 열게
열린 그 가슴으로 자신과 세상을 함께 품어 안으시게
그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 세상의 그 빈손들을 마주 잡게
그러나 혁명의 길에서 너무 애쓰진 말게
새롭게 변하고 바뀌는 그 자체를 즐기게
다만 그 속의 설렘만은 놓치지 말게
혁명의 길에선 돌아보지 말게
곧장 앞으로만 가게
남겨둔 것은 남은 자들의 몫
그대는 그 쟁기질을 멈추지 말게
우리는 더 이상 잎사귀만을 탐하는 애벌레가 아니라네
이제 우리는 나비
그 나비의 꿈을 꿈꾸네
어떻게 밥을 구할까
어떻게 사랑을 얻을까 걱정하지 말게
혁명의 길에서 사랑을 일구고
그 길에서 함께 밥을 마련하게
우리의 혁명은 잿빛 삶을 초록으로 열어가는 것
사랑하는 이들의 내일을
푸른 희망으로 일구는 일이네
어쩔 수 없어 몸을 팔게 될지라도
그대의 혼만은
그 혁명의 불씨만은 결코 꺼뜨리지 말게
나는 비록 혁명의 꿈을 놓았지만
그대를 통해 그 꿈 이어짐을 믿네
그것이 남아있는 그 마지막 희망이네
그대 마지막 그날까지 그 신명 잃지 마시게
언제나 시를 짓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게
어디서건 그 신명 마음껏 펼치시게
어둠 짙어가고 겨울이 문 밖에 서성이지만
봄 또한 그대 손길을 기다리고 있네
그대가 이제 등불이 되고 그 봄볕이 되시게
그대의 불꽃 꺼지지 않게 하시게
그대의 등불을 밝히시게
그대의 가슴에서
그대의 눈길과 그 손길에서 피어나는
찬란한 새 봄소식을 기다리네
환한 꽃으로 먼저 피어난 그대 따라
모두가 저마다의 꽃으로 가득한 그 눈부신 봄을
-2016.새해 새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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