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다 후미코
일본전쟁자료센터 공동대표
한정림 객원기자 ubikili@empal.com
승인 2007.05.11
"아베는 한국에 위안부문제 사과·배상을"
“‘사내애거든 거두고 계집애거든 죽여라.’ 일본의 자장가 중에 이런 가사의 노래가 있어요. 여성의 삶은 시작되는 순간부터 고난이었던 거죠.”
지난 4일 서울 정동 배제학술지원센터에서 열린 ‘2007 한·일 공동세미나-강제성이란 무엇인가’ 참석차 한국을 찾은 가와다 후미코(64) 일본전쟁자료센터 공동대표는 30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뤄온 작가이자 연구자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는 가와다의 저서 ‘빨간 기와집’(1992년 매경출판주식회사)은 일본 사회에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린 논픽션이었다.
“출판사를 나와 일본에 남아있는 구전 자장가를 연구하다 혹독했던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일본 내 빈농지역 여성들의 삶을 취재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배봉기 할머니를 소개받았습니다.”
본토에 비해 더욱 혹독한 삶을 살아가야만 했던 오키나와 여성들을 취재하다 알게 된 지인이 지금은 고인이 된 배봉기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한 신문기사를 보여준 것이 만남의 계기였다. 한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배 할머니의 입에서 나온 ‘전쟁 체험담’은 그에게 큰 충격을 줬고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내가 책에서 활자로만 배웠던 ‘전쟁’과 배 할머니를 통해 들은 ‘전쟁’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어요. 한 여성으로서 전쟁을 겪은 배 할머니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나의 사명이라고 느꼈습니다.”
1977년 12월5일 배봉기 할머니와의 첫 만남 이후 꼬박 10년이 걸려 1987년에 그녀의 삶을 되짚은 ‘빨간 기와집’을 세상 밖으로 내놓았다.
“10년 동안 취재와 집필활동을 하면서 주위 일본인으로부터 비난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일본 내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연구서나 공개자료가 없어 취재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혼신을 기울여 쓴 책인데 막상 출판하고 보니 반응이 너무 없어 실망도 많이 했었죠.”
가와다가 ‘빨간 기와집’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세상에 알렸지만 사람들은 무관심했다. 하지만 90년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한국의 여성단체가 한·일 양국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결성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며 그 영향력이 일본에까지 미치게 됐다.
“한국에서 달아오른 운동의 여파로 일본의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어요. ‘빨간 기와집’이 87년에 나왔으니까 3년이 지난 뒤에 책에 대한 반응이 나온 거죠.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제 책을 읽었다고 했을 때 기뻤습니다.”
가와다는 배봉기 할머니와의 만남 이후 송신도씨(도쿄 지방재판소에 위안부 문제로 소송 제기) 등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끌려와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았던 수많은 아시아 여성들과 만남을 이어갔고 그녀들의 삶과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을 계속해왔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미국 의회 결의안의 경우에도 재미 한인동포들이 수십년 동안 애써온 결과죠.”
이번 방한이 네번째인 가와다는 한국을 찾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는 ‘나눔의 집’이다. 귀국 전 ‘나눔의 집’에 갈 예정이라는 가와다.
“미국이라면 벌벌 떠는 아베 총리이니 부시 대통령에게 사과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라도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배상을 책임져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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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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