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역사 직시, 역사화해여행서 배웠어요”
동아시아화해평화네트워크 참석차 방한한 도쿄사회사목센터 야나가와 토모키씨 일본 청년들과 함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 위안부 관련 단체들 찾아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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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크게글자 작게인쇄이메일이메일2019.10.06 발행 [1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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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가톨릭 청년은 한일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까?
지난 9월 26일 서울 예수회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화해평화네트워크에 함께하기 위해 방한한 예수회 일본관구 도쿄사회사목센터 스태프 야나가와 토모키(柳川朋毅, 34)씨는 “지금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아 전후 최악의 수준에 이르렀다”면서도 “더 정확히 말하면 ‘악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나 미디어가 의도적으로(?) ‘나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 시민들은 냉정함을 잃지 말고 위협이나 제재, 보복이 아니라 화해와 대화를, 외교적 노력을 통한 문제 해결을 자국 정부에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나가와씨는 그런 화해의 몸짓으로 지난해 2월 예수회 일본관구 나카이 준(中井淳) 신부와 일본 청년 8명과 함께 방한, ‘역사 화해를 위한 여행’을 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독립기념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단체 등을 찾아갔다.
“즐거운 기분으로 여행에 참가한 건 아니었죠. 다들 긴장감 속에 참가했고, 공포와 불안을 느꼈다는 청년도 있었지요. 그럼에도 이 ‘괴로운’ 여행에 참여한 건 책임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1981년 2월 일본을 처음으로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히로시마 평화 호소에서 네 차례나 반복했던 당부 말씀처럼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은 미래를 책임을 지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여행에서 야나가와씨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방문하는 곳에서 기도와 나눔을 하는 사이, 반복적으로 찾아드는 그 아픔과 슬픔을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앙 속에서 흘린 눈물은 단지 괴로움으로만 끝나지 않았다”며 “그 눈물은 우리가 용서를 경험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고 술회했다.
“할 수만 있다면, 눈감아 버리고 싶고, 잊고 싶은 부정적인 역사를 용기 있게 직시하는 일,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하는 변명을 하지 않으면서 아픔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일, 때로 혼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아픔을 동료와 나눠서 지는 일, 그것이 우리 일본 청년들이 역사화해여행에서 얻은 배움이었지요.”
그러면서도 야나가와씨는 자신들이 “특별히 용감하거나 훌륭한 청년은 아니다”면서 “우리에게는 함께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기도하는 동료가 있고, 힘도 없고 상처투성이에 죄 많은 우리를 결코 혼자 두지 않으시는 주님이 계시기에 역사화해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야나가와씨는 이어 “오는 11월 38년 만에 일본을 찾으시는 교황의 방일이 일본 교회와 사회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큰 의미가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우리 한국과 일본 청년들이 두 나라를 잇는 가교로서,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문으로서 앞으로도 함께 걸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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