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ungho Kim
6h ·
비극적 이론가들 tragic theorists라는 표현. 정치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생각했으나, 결국 그렇게 되지 못하는 정치의 현실에 비통해할 수밖에 없었던 사상가들 ㅡ그래서 정치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정치를 제거한, 이를테면 플라톤--철학왕의 국가를 생각한; 아우구스티누스--신의 나라를 생각한; 마키아벨리--군주의 나라를 생각한; 웨버--철장에 갇힌 현대 사회를 탄식한; 그리고 마르크스--계급없는 유토피아를 꿈꾼....
그들이 가진 비극적 세계관의 핵심에는 '도덕적 비애감(moral pathos)'가 놓여 있다. 어렵게 들리지만, 니버가 말했듯, 착한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악한 사회, 그것이 현실정치가 빚어내는 도덕의 비애다. 선과 악을 동시에 품고 있는 인간의 이중성 역시 같은 것이다. 개개인의 선한 의지가 정치의 틀 안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
사실 나날의 현실정치에서 우리가 목도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마침 미국 대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1996년 이래 진행된 7차례의 대선에서, 민주당은 2004년을 제외하고, 일반투표에선 모두 승리했다. 그러나 선거인단 제도의 틀 속에서 공화당은 승리했고, 그렇게 해서, 24년 중 절반인 12년 동안이나 대통령직을 차지할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의 정치적 뜻을, 민주를 참칭하는 제도가 밟아버린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선/총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되고, 또는 낙선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근소한 표차로 지고, 또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시 다수당을 차지하는 식으로 이어진다면, 이것은 미국 사회, 정치의 실패이자 더 중요하게는 미국 사회, 도덕의 실패이다. 다 알다시피 여러 면에서 트럼프는 인종말자다. 공화당 역시 거의 그런 집단이 되버렸다. 그런 인종말자들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하는 미국의 앞날은 대체로 뻔하다.
세계는 여전히 어둡다.
22Hyuk Bom Kwon and 21 others
Hyuk Bom Kwon
Hyuk Bom Kwon 훌륭한 분석입니다.
Hyuk Bom Kwon
Hyuk Bom Kwon 형 글 허락 없이 포스팅했어요. 너무 좋아서
1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