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1

민족개조론 3] 갑신 이래의 조선의 개조운동

민족개조론 3] 갑신 이래의 조선의 개조운동


조선이 날로 쇠퇴하여 가는 것을 보고이래서는 안되겠다하여 개조할 생각을 가진 이도 많이 있었을는지 모르되, 사업으로도 남은 것이 없고 언론으로도 남은 것이 없으니, 갑신 이전의 일은 말할 없습니다. 정약용(丁若鏞) 선생이 새로운 생각을 가지셨다 하지마는, 나는 아직 어른의 글을 읽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새로운 사상을 가지셨다 하더라도 서적으로 끼친 외에 특히 무슨 사업을 시작한 것을 듣지 못하니 그를 민족개조운동의 제일인이라고 수는 없습니다.
거금 사십사 갑신에 김옥균(玉均), 박영효(朴泳孝) 등의 정부개혁운동이 있었습니다. 당시 중앙, 지방 없이 전국 일체의 정권을 농락하던 명성황후(明成皇后) 중심으로 민씨일파를 들어내고 유신 후의 일본의 공기를 흡입한 신진 인물의 손에 정권을 장악하려는 운동이외다. 이는 병인양요(丙寅洋擾) 있은 십구 , 병자수호조약이 있은 년이니양이침범(洋夷侵犯), 비전칙화(非戰則和), 주화매국(主和賣國)’이라는 대원군의 표어로 의식적으로 철저한 쇄국정책을 실행하던 말로의 조종(弔鍾)이라 있습니다.
그러나 김옥균, 박영효 일파의 운동은 워낙 근저가 없는 운동이기 때문에 일격에 실패되고 말았습니다. 근저란 무엇이냐. 동지되는 인무로가 사업의 자금이 금전이외다. 만일 국가의 정권을 잡으면 국고의 재산이 자금이기도 하려니와 동지 되는 인물에 이르러서는 정권을 잡는다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질 것이 아니외다. 그때에 누가 있어 내정을 맡고 외교를 맡고 교육을 맡고 산업을 맡겠습니까. 누가 있어 국가 제반 기관을 동일한 보조로 운전하겠습니까. 만일 김옥균, 박영효 분이 진실로 총명한 계획이 있었다 하더라도 뉘로 더불어 계획을 실시하겠습니까. 그러므로 그네가 정권을 장악하기보다 먼저 하여야 일은 동지요 동업자 일꾼을 양성하는 것일 것이외다. 그리하여 이만하면 동지로 능히 일국을 요리하리라 만한 때에 정권을 잡으면 비로소 자기의 이상을 실현도 하였을 것이외다. 그만한 실력이 없이 비록 정권을 장악하기에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이상은 일부분도 실현해보지 못하고 소위 삼일천하가 되고 말았을 것이외다.
그로부터 개년을 지내어 청일전쟁이 생기고 때문에 조선이 완전한 독립국이 되어 일본의 후원으로 김홍집 내각(弘集 內閣)이라는 제일차 내각이 조직되어 여러 신인물로 각원을 삼고 크게 정부 혁신을 기도하니, 이것이 소위 갑오경장(甲午更張)이외다.
그러나 제도와 법령은 아무리 새로워도 그것을 운용하는 인물과 지배를 받을 인물이 여전히 낡으니 내하(奈何). 마침내 부패하고 수구하는 점으로 다수의 동지와 세력을 가진 구파에게 압도되어 역시 삼일천하의 비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본래 조선사람으로서 미국에 입적하여 다년 나라의 문명의 풍조에 씻긴 서재필(徐載弼) 미국시민의 자격으로 외부 고문이 되어 경성에 내주()하매 그의 조국이던 조선의 갱생은 도저히 정부의 개력, 정권의 장악으로만 것이 아니요, 오직 일반 민중의 각성에 있음을 깨달아 독립협회를 일으키니 당시 연소기예(少氣銳)하고 미국 선교사와 배재학당을 통하여 서양의 문명을 맛본 이승만(承晩), 윤치호(尹致昊), 안창호(安昌浩) 등이 협회의 기하로 모여들어 일변 연설회를 열며 일변 독립신문이라는 기관신문을 간행하여 민중의 각성을 ()하니, 이것이 조선서 민족개조운동의 첫소리였습니다. 당시 그네의 주장하던 바는 혁구취신(革舊就新) , 서양문화를 수입할 , 계급사상을 타파하고 자유 평등의 사상을 고취할 , 정치상으로는 군주전제나 벌족 전제주의를 타파하고 민주주의를 세울 등이니, 이는 미국의 감화를 받은 서재필 일파의 사상의 당연한 반영일 것이외다. 특히 기관신문인 독립신문을 순국문으로 것을 보면, 주뇌자(主腦者)들이 어떻게 민주주의적이요, 과격하다 만한 혁구취신주의자인 것을 추지(推知) 만하며, 민주주의의 고취에는 국민 개인이 국가의 성쇠 흥망의 책임을 가진다는 애국심을 고조하여 조선에서 애국이란 말이 독립협회에서 위시하였다고 만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당시 집권자가 보부상파(褓負商派) 떨어서 두들기는 바람에 그만 형적도 없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운동이 민심에 미친 영향이야 불소하지마는 독립협회 자체는 영영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실패의 진인(眞因) 결코 집권자의 강압에 있는 것이 아니요, 협회 자체에 배태(胚胎) 것이니, 이제 원인을 강구함은 장래를 위하여 도로(徒勞) 아니리라 합니다.
독립협회운동의 실패의 원인은 단결의 공고치 못함이외다. 누구든지 우리 주의에 찬성하는 자는 오너라 하는 주의로 함부로 주워모아 수의 많기를 바람은 조선 재래의 단체의 정책이외다. 이리하여 몇천 몇만의 도당을 모은다 하면 일시 보기에는 세력이 굉장한 듯하지마는 이는 실로 오합비중이요, 모래 위에 세운 집이니 한번 대타격이 오매 모두 흩어지고 마는 것이외다. 그러할 뿐더러 이렇게 모인 단체는 일시의 군중심리를 이용하여 일이 개인의 야심을 만족하거나 급격한 파괴작용을 하는 데는 효력이 있지마는 착실하고 장구한 사업을 하기에는 부적당한 것이외다.
착실하고 장구한 사업을 경영하는 데는 단체의 단원이 각각 철저하게 단체의 목적과 계획을 이해하여 이를 위하여서는 일심 혁력하기를 사이후이(死而後已)하리란 확고한 신념이 있는 것이 필요하니, 이상과 계획을 철저하게 이해하는 것이나, 일심협력하는 습성을 ()하는 것이나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도는 것이 결코 일조일석에 되는 것이 아니외다. 그러므로 이러한 단체를 만드는 데는 사람씩 사람씩 오래 두고 의사를 교환하여 그가 동지인 것을 확인한 뒤에야 가입케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람들과 같이 아직 단체생활의 훈련이 없는 인민은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하거늘 독립협회의 호원은 이러한 용의가 없이 모인 것이므로 일격에 분쇄되고 것이외다. 독립협회의 운동이 실패된 둘째 원인은 정치적 색채를 가졌던 것이외다. 회가 만일 정치적 개혁을 목적으로 정당이라 하면(아마 당시 사정으로 그러할는지 모르지마는) 다시 말할 것이 없지마는 진실로 민족개조를 목적으로 한다 하면 정치적 색채를 띠어서는 아니 됩니다. 그런고 하면 정치적 권력이란 십년이 멀다하고 추이하는 것이요, 민족개조의 사업은 적어도 오십 년이나 백년을 소기(小期) 하여야 사업인즉 정권의 추이를 따라 소장(消長) 운명을 가진 정치적 단체로는 도저히 이러한 장구한 사업을 경영할 없는 것이외다.
어떠한 당파의 정부, 어떠한 주의, 정견을 가진 정부라도 용훼(容喙) 이유가 없는 단체라야 능히 이러한 사업을 하여갈 것이니, 만일 독립협회가 정치에 대하여 아무런 간섭이 없이 오직 교육의 진흥, 산업의 발전, 민중의 진작 같은 것으로만 목적을 삼았다 하면 당시의 집권자의 증오를 받을 리가 없었을 것이요, 그리하면 자기 분내(分內) 일만, 사업만 착착히 진행하였다 하면 금일까지에 막대한 효과를 생하였을 것이외다. 그러나 회가 오직 정치적 사업을 목적으로 것이라 하면, 물론 이러한 비평을 필요가 없습니다.
다음에 회가 실패된 이유는 인물이 없었음이외다. 첫째로 인격과 학식과 능력이 족히 운동의 중심이 만한 중심인물이 없었고, 둘째는 중심인물의 지도를 받을 만한 회원과 회의 모든 사무와 사업을 분담할 만한 사무가, 전문가가 없었습니다. 동양식 생각으로 보면 어떤 단체는 단체를 거느리는 영웅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같이 생각하지마는, 단체가 성립되고 생활하여가는 데는 삼종의 인물이 () 삼족(三足) 같이 필요한 것이외다. 삼종의 인물이란 무엇이뇨. 중심인물, 또는 지도자와 전문가와 회원이외다.
지도자와 전문가 도기 어려운 것은 누구나 알만하지마는 회원되기 어려운 것은 오직 아는 자라야 합니다. 회의 목적과 계획을 이해하여 규칙을 복종하여 회비를 꼭꼭 내고 집회에 꼭꼭 출석하고 회를 사랑하고 위하는 회원 되기는 여간한 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니고는 어려운 일이외다.
독립협회뿐 아니라, 이래(邇來) 조선의 각종 단체가 실패하는 원인의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들이 회원 자격을 가지지 못한 것에 있습니다. 오늘날도 그러하거든 하물며 삼십년이나 전에리오. 이러한 이유로 독립협회의 사업은 실패된 것이외다.
글부터 얼마를 잠잠하다가 다시 년을 지나 갑진(甲辰) 일아전(日俄戰) 개시되매, 조선에는 무수한 단체가 일어났습니다. 그중에서 민족개조를 표방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관념을 가진 것은 학회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들이외다. 가장 먼저 일고 가장 세력 있던 서북학회를 위시하여 기호학회, 호남학회, 교남학회 같은 것이 있어 교육을 위한 유세, 학교의 설립, 교과서의 간행, 기관 잡지의 발행 등으로 교육열을 고취하였습니다. 단체들이 교육의 필요를 제창한 점에서 일단의 진보와 새로운 자각을 하였다 하겠으나, 인물이 () (지도자, 전문가, 회원), 정치적 색채를 (당시의 사정으로는 면할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무엇보다도 단체조직의 요체를 모른 등은 독립협회와 다름이 없었고, 따라서 단체들의 말로도 거의 그와 동공이곡(同功異曲)이었습니다.
그네는 아직도 민족의 개조가 조선 민족을 살리는 유일한 갈인 , 그리함에는 교육이 근본이 되는 , 그리함에는 유위(有爲) 인물과 거액의 자금을 가진 공고한 단결이 필요한 , 이것이 당시에 부르짖던 독립보다도, 제국보다도, 정권보다도 필요한 것을 아직도 철저하게 자각하지 못하였습니다.
만일 그것을 철저하게 자각하였다 하면 좀더 착실하게, 좀더 완완(緩緩)하게 장구한 계획을 세웠을 것이외다. 그네에게는 몽롱한 자각과 열렬한 성의가 있었으나 투철한 선견과 착실한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를 생각을 하지 못하고마음 있으면 일이 되는 알아, 한갓 조급하고 한갓 소리를 크게 하였습니다.
그네의 자각치 못한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민족개조의 대사업을 감당할 만한 단체를 조성함에는회원 자부터 양성하여야 된다 것을 자각치 못함이외다. 의미 있는 사람, 또는 이미 사람으로써 능히 이러한 단체를 얻으리라 생각하는 것이 근본적 유견(謬見)이외다. 개조를 목적하는 단체는 회원이 이미 개조된 사람이라야 것임이, 마치 금주를 선전하는 단체를 이루려면 그단원부터 이미 금주한 사람이라야 것과 같습니다. 주정꾼들이 모여서 술을 먹어가며 금주운동을 한다 하면 골계() 없을 것이 아닙니까.
그러므로 민족개조와 같은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이룸에는 단체의 조직보다도 기초회원 자의 양성이 더욱 필요하고 곤란한 사업이외다.
하나 당시의 지도자가 자각치 못한 중요한 , ―이야말로 참으로 근본적으로 중요한 점은, 민족의 개조는 도덕적 방면으로 부터 들어가야 것이다특별히 조선 민족의 쇠퇴의 원인은 도덕적 원인이 근본이니, 이를 개조함에는 도덕적 개조, 정신적 재고가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라 함이외다.
점을 자각치 못하고 그네는 오직 신지식의 주입만을 절규하였습니다. 이것은 어느 나라든지 신문명의 수입기에는 면치 못할 일인 듯하지마는, 그네가 조선민족의 쇠퇴의 근본 원인을 도덕적 부패에서 찾을 줄을 모르고 오직 지식의 결핍만에서 찾으려 것을 불총명, 부자각이외다. 혹은 아직 그러한 시기에 달하지 못한 것인지도 없습니다. 도덕적 원인을 무시하고 지시열만 고취하였기 때문에 드디어 금일까지도 지식만 중히 여기고 도덕이란 것을 경시하는 폐습을 생하게 것이외다.
나중에 과거의 민족개종운동 단체로 것은 청년학우회외다. 회는 성립된 일년도 못되어 합병 때문에 해산을 당한 것이라, 세상에 드러난 공적은 별로 없지마는 조직된 법이 이전의 모든 단체의 결점을 참고하여 거의 이상에 가깝게 것으로 보아 신시기(新時期) ()하는 것이라 있습니다.
첫째, 회에서는 회원을 극히 신중히 선택하여 단결의 제일의(第一義) 지켰고, 둘째, 기본금의 적립을 실행하였고, 셋째, , , 지의 동맹수련을 중요한 목적으로 세워 그중에는 덕육을 고조하였고, 넷째, 정치적 색채를 일체로 띠지 아니하여 순전히 교육에 의한 민족개조를 목적으로 하였고, 나중으로 한번 작정한 규칙을 엄정히 지키었습니다.
이는 실로 조선의 단체사에는 특필할 만한 조직법이요, 겸하여 민족개조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는 더욱 () 얻는 것이라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 부득이한 사정으로 하여 폐절(廢絶)되어 사업의 실적을 없이 되었음이 유감이외다.
이상에 나는 갑신 이래 사십 년간의 조선의 혁신운동을 민족개조라는 견지에서 대략으로 비평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운동들이 이래서는 되겠다 것을 자각하여 무슨 방침을, 세워야 하겠다는 생각은 가졌다 하더라도 아직민족개조가 유일한 생로다하는 명확한 자각과, ‘그런데 민족개조는 이러한 주의, 이러한 계획으로 해야 한다 구체적 의견에는 달치 못하였던 모양이외다(오직 청년학우회가 그러한 이상을 가졌던 모양이나).
이만하면 내가 제창(차라리 소개)하려는 민족개조론의 본론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