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1

민족개조론 4] 민족개조는 도덕적일 것

민족개조론 4] 민족개조는 도덕적일


민족개조라 함은 민족성 개조라는 뜻이외다. 민족의 생활은 무수한 부문으로 것이니, 중요한 자를 들면 정치적 생활, 경제적 생활, 문화적 생활(종교적 생활, 예술적 생활, 철학적 생활, 사교적 생활) 등이외다. 이렇게 실생활의 부문이 극히 복잡하지마는 모든 생활의 양식과 내용은 민족성의 여하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요, 민족성은 극히 단순한 , 이의 근본 도덕으로 결정되는 것이외다.
예컨대, 앵글로색슨족의 자유를 좋아하고 실제적이요, 진취적이요, 사회적인 국민성, 독일인의 이지적이요, 사색적이요 조직적인 국민성, 라틴족의 평등을 좋아하고 감정적인 민족성, 중국인의 이기적이요 개인주의적인 민족성, 중에서 앵글로색슨족을 뽑아 봅시다. 그네의 개인생활, 사회생활, 국민생활을 보시오. 어느 어느 획이 자유, 실제, 진취, 공동 같은 그네의 근본적 민족성의 표현이 아닌가.
첫째, 그네의 정치제도를 봅시다. 영국은 세계에 가장 처음이요, 가장 발달된 입헌국이니, 자유민권이란 사상은 실로 영국에서 () 발한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영국인은 자유를 바라는 동시에 실제를 좋아하므로 불국인과 같은 공상적 혁명을 일으키어 실제에 쓰지 못할 공상적 헌법을 세우려 아니하고, 감정적으로 급격하게 변하려 아니하고, 극히 실제적으로, 극히 점진적으로 인민의 자유를 확장한 것이외다.
결과는 감정적, 공상적으로 급격하게, 이론만으로 보아서는 가장 철저하게 자유를 주장하던 불국인보다도 훨씬 철저한 자유를 향락합니다. 그네는 일시에 이상적으로 제정한 헌법도 없습니다. 아는 바와 같이 영국 헌법은 일조씩 일조씩 주워모은 관례의 집적에 불과합니다. 이론의 철저함과 조리의 정연함이 도저히 연소기예(少氣銳) 청년들인 중국헌법제정위원의 지은 헌법에 비겨 훨씬 떨어질 것이외다. 모순 많고 불합리한 많기로 영국 헌법은 세계에 제일이라 합니다.
그러나 중국의 헌법은 지어 놓은 헌법이요, 영국의 헌법은 쓰는 헌법이외다. 영인에게는 쓸데없는 것은 진실로 쓸데없게 여깁니다.
이렇게 그네는 심히 실제적이요, 점진적이외다. 그네의 요구하는 자유는 이론상의 자유가 아니요, 실용상의 자유외다. 그러한 잡동사니 헌법도 영인의 실용상의 자유를 보장하기에는 넉넉한 것이외다. 그러면서도 영인은 국가로 하여금 자기 개인의 자유를 간섭케 아니하리 만큼 철저한 개인주의자외다. 그렇지마는 그네는 국가생활, 사회생활, 단체생활의 필요를 알아 봉사의 정신이 왕성하므로 그네는 능히 단체를 위하여(국가만이 아니요, 무릇 무슨 단체든지 자기가 속한 단체를 위하여) 자기의 자유를 희생합니다. 희생함이 자유의 의사에서 발한 것이기 때문에 자유외다. 이번 구주대전에도 그네는 지원병으로 싸웠습니다.
정치제도뿐 아니라 종교나 철학이나 문학이나 예술이 모두 자유, 실제, 사회성, 점진성 같은 영인의 근본 성격에서 발하지 아니함이 없으니, 가령 영국의 철학을 보시오. 독일인의 것과 같은 완전한 체계나 심오한 사색도 없고 불국인의 것과 같은 명쾌한, 신기한 맛도 없이 역시 불완전한 실제적의 철학이외다. 특히 철학의 기초되는 인식론과 철학의 중심이라 인생철학, 윤리학이 더욱 그러합니다. 이론적으로 보아 불완전하나 실제적으로 보아 쓸데가 많습니다. 실제란 워낙 불완전한 것이 특징이니까요.
문학과 예술도 그러합니다. 영문학에는 남구문학(南歐文學) 염려(艶麗), 방순(芳醇), 북구문학의 심각, 신비도 없고 그네의 실생활과 같이 평담(平淡)하고 자연합니다. 그러나 영문학은 문학 중에는 밥과 같습니다. 남구문학을 포도주에 비기고 북구문학은 워커(소주) 비기면.
영인의 상업이나 식민지정책도 또한 그러합니다. 그중에도 식민지정책을 보면 주인(主人) 종교, 습관, 기타의 생활방식을 존중하여 자유로운 발달에 맡깁니다. 이것이 또한 그네의 자유의 정신의 발로외다. 그네는 다른 민족의 민족성의 자유를 알아주고 구태여 이것을 자기네의 표준을 따라서 변혁하는 것이 불가능한 줄을 아는 총명을 가지기도 하였겠지마는 자시의 자유를 심히 사랑하는 그네는 차마 남의 자유를 죽이지 못함인 듯합니다.
그네의 식민지를 다스리는 제도를 보건대 자기네의 본국을 표준하여 철두철미로 영국의 속령(屬領)이라는 표가 나기를 반드시 힘쓰지 않는 모양이요, 다만 실제로 자기의 식민지인 이익을취하면 그만이라 하는 듯합니다. 마치 커다란 유니언 국기를 땅에 달아놓으면 그만이지 구태 방방곡곡이, 가가호호가 유니언잭을 그리고, 달고 해야 한다는 철저한 생각은 아니 가진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아주 이상적으로 철저적이요, 조직적이게 모국화하려고 애쓰는 불국보다 훨씬 유효하게 식민지를 모국화하는 공효(功效) 얻습니다.
그네의 식민지는 번창하고 그네의 지배를 받는 이민족은 비교적 많은 자유를 향락하고 그러면서도 그네의 모국은 식민지에서 얻을 이익을 넉넉히 향수(享受)합니다. 애급과 비율빈은 앵글로색슨족의 식민지정책 성공의 호표본(好標本)입니다. 그리하고 성공의 원인은 또한 그네의 근본 성격인 자유, 실제, 봉사, 점진성 같은 정신에서 나온 것이외다.
이렇게 영인의 모든 생활과 생활의 성패는 민족의 근본 성격, 또는 근본 정신에 기인한 것이외다.
민족심리학의 태두 불국의 석학 르봉 박사는 그의 명저 민족심리학,
언어, 제도, 사상, 신앙, 미술, 문학 무릇 일국의 문명을 조직하는 각종 요소는 이를 지어낸 민족성의 외적표현이라(민족심리학 제이장 제일절)’ 단언하였으니, 이는 내가 이상에 누누이 설명한 바를 가장 간명하게 결론한 것이라고 있습니다.
머리를 돌려 조선민족의 이처럼 쇠퇴한 진인(眞因) 찾아봅시다. 조선민족이 어떻게 이처럼 쇠퇴하였느냐 하는 문제에 대하여 일본인은 흔히 이조의 악정이 원인이라 하고, 서양인도 그와 같은 뜻으로 Maladministration(악정)이라 합니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쇠퇴의 가장 직접되고 총괄적인 원인인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조금도 원인을 설명한 것은 아니니, 이는 마치 영미가 강성한 것은 선정에 말미암음이라 하는 것처럼 무의미한 말이외다. 구태 악정이라 하는 말에 무슨 의미가 있다 하면 그것은조선민족의 쇠퇴의 책임은 치자계급, 국왕과 양반에게 있다 함일 것이외다. 과연 조선에는 적어도 삼백 이래로는 엄연히 치자계급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국왕과 양반, 일인의 국왕과 혹은 동서인(東西人), 혹은 노소론(少論)하는 전민중의 백분지 일에 불과하는 소수계급이 세습적으로 정치와 교화를 분담하여 왔으니, 전민족을 쇠퇴케한 직접의 책죄(責罪) 그네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외다. 정치를 문란할 , 산업을 쇠잔테 , 국민교육을 힘쓰지 아니한 , 사회의 풍기와 인민의 정신을 타락케 직접의 책임자가 피등(彼等) 것은 피치 못할 사실이외다.
더욱이 인국(隣國) 치자계급이 서양의 신문명을 수입하여 대경장(大更張) 행할 때에 인국의 권유와 원조가 있음을 불구하고 때맞추어 유신의 원도(遠圖) 행하지 못하여 전민족으로 하여금 철천의 한을 품게 것은 그네의 중에도 가장 죄라 것이외다.
하지마는 한걸음 내켜 생각하면 역시 전민족의 책임이요, 한걸음 내켜 생각하면 역시 민족의 소이(所以)외다. 만일 영인 같은 자유를 좋아하는 정신이 있고, 불인 같은 평등을 좋아하는 정신이 있다 하면 결코 신임치 못할 치자계급을 그냥 두지 아니하였을 것이외다.
치자계급인 그네에게도 자유, 평등, 사회성, 진취성이 있었다하면, 결코 조선민족을 이렇게 되게 만들지는 아니하였을 것이니, 치자이던 양반이나, 피치자이던 일반 민중이나, 그가 가진 타락한 민족의 희생이 되기에는 마찬가지 조건민족이외다.
만일 당시 민족성을 타락하게 책임이 치자계급에 있다 하여 그네를 책망할 진대 그러한 치자계급을 산출하고 존속케한 책임이 또한 일반 민중에게 있다하여 그네를 책망하게 것이외다. 그러므로 치자계급이던 양반에게 민족을 쇠퇴케 직접의 책임을 지우더라도 없는 일이요, 요컨대 조선민족 쇠퇴의 근본원인은 타락된 민족성에 있다 것이외다.
조선민족 쇠퇴의 원인이라도 악정이란 것이 이미 도덕의 부패를 연상케하는 것이니, 대개 악정이라면 식견이 부족하여 되는 악정, 위정자의 동기는 국리민복을 위함에 나왔지마는, 지식이 없어서 악정이 되는 악정도 있을 것이외다. 그러나 악정이라는 이름을 듣는 악정 대부분특히 조선민족을 쇠퇴케 악정의 대부분은 이러한 선의의 악정이 아니요, 진실로 동기부터 악한 악의의 악정이외다. 정사를 행함에 국가와 민생을 위하여 하지아니하고 자기 일개인 또는 자기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당파의 이익을 위하여 하는 악정이외다. 가령 모가 영의정이 되었다합시다. 그는 관리의 임면(任免)이나 만반 시정(施政) 국가를 위하여 하기보다 첫째 자기 일신의 권세, 둘째 자기의 친척 붕우의 출세, 셋째 자기와 휴척(休戚) 같이하는 노론이나 소론의 권세를 위하여 합니다. 따라서 그의 손으로서 나온 모든 공직을 자가 이러합니다. 조선의 악정은 실로 이러한 종류의 악정이었습니다.
이제 악정자를 도덕적으로 분석해봅시다. 그는 첫째, 허위의 인이외다. 국사를 한다 하면서 사사(私事) 하고 총준(聰俊) ()한다 하면서 당여(黨與) 거하고, 죄인을 벌한다 하면서 자기의 사혐(私嫌) ()합니다. 교화의 머리가 되는 대제학(大提學) 반드시 학식과 품격이 빼난 자가 아니며, 원수(元帥) 대장이 반드시 무용과 전략을 구비한 자가 아닙니다. 하필 예를 고대에 구하리오. 최근으로 보더라도 수만의 시위대(侍衛隊), 진위대(鎭衛隊) 국방을 위하여 있던 것이 아니요, 무슨 대신 무슨 국장이 국사를 하노라고 있던 것이 아니니 모두가 (), 모두가 ()외다.
둘째, 그네는 단체생활의 생명인 사회성, 봉사의 정신이 업었습니다. 만일 공을 위하여 사를 희생하는 정신 , 일생의 , , 행이 도시(都是) 국가와 민족을 위함이라는 정신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빙공영사(憑公營私) 악행을 것이외다.
허위와 사욕 가지가 치자로 하여금 그러한 악정을 행하게 것이외다. 허위된지라 그네에게 정의가 없고 충신이 없으며 사욕된지라 그네에게 정의가 없고 충신(忠臣) 없으며 사욕된지라 그네에게 국이나 민에 대한 () () 없는 것이외다.
다음에 일반 민중이, 또는 치자계급 자신이 악정을 개혁하지 못한 원인도 또한 도덕성입니다. 그네 중에도 이것이 그릇된 것을 자각한 자가 있었을 것이외다. 생각도 하고, 말도 하고, 글도 지었을 것이외다. 논어나 맹자도 결코 허위와 사욕을 가르치는 글이 아니니 이것을 외우는 그네의 입에는 살신성인이라든지, 국궁진췌(鞠躬盡悴)라든지, 알인욕이존천리(遏人慾而存天里)라든지, 충군애국(忠君愛國)이라든지 하는 말도 많이 하였을 것이외다.
그러면서도 악정을 이내 고치지 못한 것은 첫째, 나타()하여 실행할 정신이 없고, 둘째, 접나(怯懦)하여 실행할 용기가 없고, 셋째, 신의와 사회성의 결핍으로 동지의 공고한 단결을 얻지 못한 까닭이외다.
개혁의 사업은 공상과 공론으로 것이 아니요, 오직 실행으로야만 것이요, 재래의 정권이나 습관에 반항하여 구를 파하고 신을 건하는 위업은 사업의 성질상 곤란과 위험이 많은 것이니, 이를 능히 함에는 위대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일국을 개혁하려는 위업은 결코 , 개인의 능력이 능히 아니요, 오직 공고하고 유력한 단체로야만 것이외다. 그런데 조선사를 보면 흔히 개혁자들이 국왕이나 재상에게 일편의 의견서를 드림으로써 유일한 빙침 삼고, 가장 근대에 비교적 진보한 사상을 사졌다 김옥균, 박영효조차 겨우 십수의 동지를 음모적으로 규합함에 불과하였고, 일찍 공고하고 세력 대결사(大結社) 상도(想到) 못하였습니다. 비록 근년에 이르러 개혁을 목적으로 여러 가지 단체가 있었지마는 내가 전에 말한 바와 같이 역시 공고한 단결이라 수는 없었습니다. 진실로 갑신 이래로 이상의 단결된 동지가 개년 이상을 그냥 단결을 유지한 것을 듣지 못합니다. 원인이 어디 있나, 허위, 나타, 무신, 사회성의 결핍에 있습니다. 피차에 허위되니 피차에 믿지 못하고 믿지 못하니 단결이 안됩니다. 단체생활의 제일 요건은 진실로 서로 믿는 것인데 거짓말쟁이 속임꾼들끼리 모이면 무슨 단결이 되겠습니까. 둘째, 단체란 일하자고 만드는 것인데 밤낮 공상과 공론으로만 일을 삼으면 무엇이 되겠습니까. 셋째, 신의가 없어 피차에 작정한 것을 지킬 줄을 모르고 단체에 대하여 의리를 돌아보아 서로 미쁨이 없으면 무슨 단결이 되겠습니까. ‘배반 실로 조선의 교우사(交友史), 단체사를 관류(貫流) 악덕이외다. 이리하여 악정의 개혁을 행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위에 말한 나의 사론(史論) 만일 정확하다 하면 조선 민족 쇠퇴의 근본적 원인이 도덕적인 것이 더욱 분명하지 아니합니까. 허위, 비사회적 이기심, 나타, 무신, 겁나, 사회성의 결핍이것이 조선 민족으로 하여금 금일의 쇠퇴에 빠지게 원인이 아닙니까.
영미족의 흥왕도 민족성이 원인이요, 오족(吾族) 쇠퇴도 민족성의 원인이니 민족의 성쇠 흥망이 실로 민족성에 달린 것이외다. 그러므로, 민족을 개조함에는 민족성의 근저인 도덕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함이외다.
새술은 낡은 부대에 담지 못한다. 부대는 터지고 술은 쏟아지리라. 낡은 재목으로 새집을 짓지 못한다. 더구나 썩어져 무너진 재목으로 새집을 지으랴. 짓지도 못하려니와 지어도 다시 무너지리라. 쇠퇴하던 백성이 흥왕하는 백성이 되지 못하리니 흥왕 하려면 백성부터 새롭게 힘있게 하여야 것이외다. 만일 썩어진 성격을 그냥 두면 아무러한 노력을 하더라도 허사가 되고 것이니 민족적 성격의 개조! 이것이 우리가 살아날 유일한 길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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