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1

민족개조론 9] 결론

민족개조론 9] 결론


나는 이상에 민족개조의 의의와 역사상의 실례와 조선 민족개조의 절대로 긴하고 급함과 민족의 가능함과 이상과 방법을 말하였습니다.
세인 중에는 조선민족의 장래에 대하여 비관하는 자도 있고 낙관하는 자도 있을 것이외다. 비관하는 중에도 비관의 이유가 여러 가지일 것이니, 혹은 조선민족의 외국의 사정의 불순을 이유로 하는 자도 있을 것이요, 혹은 조선민족은 정신상으로나 물질상으로나 피폐의 극에 달한 것을 이유로 하는 자도 있을 것이요, 심한 자는 조선민족의 본성이 열악(劣惡)하여 도저히 번영을 () 못할 것을 이유로 하는 자도 있을 것이외다. 이러한 모든 비관의 이유로 하는 자도 있을 것이외다. 이러한 모든 비관의 이유가 일면의 진리를 가진 것이니 일개(一槪) 조소해버릴 것은 아니외다.
낙관자 편에도 낙관의 이유가 하나가 아닐지니, 혹은 천운이 순환(循環)하여 부왕태래(否往泰來) 날이 반드시 있으리라 하는 유치한 숙명관을 이유로 하는 자도 있을 것이요, 혹은 비관론자와 정반대로 조선민족의 천질(天質) 우수함은 고대사의 증명하는 바라는 것을 이유로 하는 자도 있을 것이요, 혹은 광막한 세계의 대세를 이유로 하는 자도 있을 것이외다( 민족의 운명에 관하여 아무 생각도 없는 자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외다). 이러한 낙관설에도 또한 취할 점은 있지마는 진리를 함유한 분량으로는 비관설이 훨씬 우승합니다. 진실로 낙관자의 이유는 극히 유치하고 천박합니다. 천환 순운 순환이란 것은 거론할 필요도 없고(기실 다수의 조선인을 지배하는 사상이겠지마는) 민족의 본질의 우수라는 것도 지금 형편에 누가 믿어줄 말이 못되며, 설사 본질은 우수하더라도 타락한 금일에는 우수한 점보다 열악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인즉, 이것이 낙관의 이유가 수는 없는 것이요, 세계 대세론자는 신문명, 신사상으로 민족을 일신케 하며 살아나리라는 의미로는 진리이나 정치적 의미로 말하는 것이라 하면 괘치(掛齒) 바가 아니외다.
낙관론자에 가장 확실하고 고급적인 것은 우리가 힘씀으로 살리라 하여 문화운동을 주창(主唱)하는 자외다. 그네는 생각하기를 강연을 하고 학교를 세우고 회를 조직하고 신문이나 잡지를 경영하고 서적을 출판하는 , 이른바 문화사업으로 족히 민족을 구제하여 행복과 번영의 길에 넣으리라 합니다. 이는 무론 옳은 자각이니, 대개 이는 모든 행복되고 번영하는 민족들이 행보고가 번영을 얻는 길로 하는 사업이외다.
그러나 조선민족은 너무도 뒤떨어졌고, 너무도 피폐하여 남들이 하는 방법만으로 남들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처지에 있으니, 무슨 근본적이요, 속달의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현재 있는 대로의 상태로는 문화사업도 하여 수가 없으리만큼 조선민족은 쇠약하였습니다. 자양분과 운동을 취하게 하기 전에 우선 캄플 주사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보시오, 학교들이 생기나 유지할 능력이 없어 거꾸러집니다. 회들이 생겼으나 또한 그러하고 잡지와 신문들이 생겼으나 또한 그러합니다. 문화사업을 사람이 없고 돈부터 없는 처지입니다. 사람부터 만들자, 돈부터 만들자 하는 것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러면 의견은 어떠하냐. 논문에 말한 것으로 이미 짐작도 하셨으려니와 나는 차라리 조선민족의 운명을 비관하는 자외다. 전에 말한 비관론자의 이유로 하는 바를 모두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과연 순치 못한 환경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상을 상상할 없으리만큼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피폐한 경우에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성질은 열악합니다(근본성은 어찌 되었든지 현상으로는). 그러므로 이러한 민족의 장래는 오직 쇠퇴 쇠퇴로 점점 떨어져가다가 마침내 멸망에 빠질 길이 있을 뿐이니 결코 일점의 낙관도 허할 여지가 없습니다. 나는 생각하기를 삼십 년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지금보다 이상의 피폐에 달하여 그야말로 다시 일어날 여지가 없이 되리라 합니다. 만일 말이 교격(驕激)하다 하거든 지나간 삼십 년을 돌아보시오! 얼마나 성질이 부패하였나, 기강이 해이하였나, 부가 줄었나, 자신이 없어졌나. 오직 조금 진보한 것은 신지식이어니와 지식은 무기와 같아서 우수한 자에게는 복이 되고 열악한 자에게는 화가 되는 것이라, 소득으로 족히 소실(所失) 십의 일도 채우기 어려울 것이외다.
그러면 이것을 구제할 길은 무엇인가. 오직 민족개조가 있을 뿐이니 본론에 주장한 바외다. 이것을 문화운동이라 하면 가장 철저한 자라 것이니, 세계 각국에서 쓰는 문화운동의 방법에다가 조선의 사정에 응할 만한 독특하고 근본적이요, 조직적인 방법을 첨가한 것이니 개조동맹과 단체로써 하는 가장 조직적이요, 영구적이요, 포괄적인 문화운동이외다. 아아, 이야말로 조선민족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외다.
최후에 가지 미리 변명할 것은 개조운동은 정치적이나 종교적의 어느 주의와도 상관이 없다 함이니, 자본주의, 사회주의, 제국주의, 민주주의, 또는 독립주의, 자치주의, 동화주의, 어느 것에나 속한 것이 아니외다. 개조의 성질이 오직 민족성과 민족생활에만 한하였고, 목적하는 사업이 상술한 바와 같이 덕체지(德體知) 삼육의 교육적 사업의 범위에 한한 것인즉 아무 정치적 색채가 있을 리가 만무하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외다. 루소의 말에정치가 되지 전에 군인이나 목사가 되기 전에 우선 사람이 되게 하여라 것이 있거니와 이것이 개조운동의 계한(界限)이니 동맹자 중에는 온갖 주의자, 온갖 직업자, 온갖 종교의 신자를 포함할 있는 것이니 대개 무실하자, 역행하자, 신의 있자, 봉공심(奉公心) 가지자, 가지 학술이나 기예를 배우자, 직업을 가지자, 학교를 세우자, 하는 등은 어느 주의자나, 어느 종교의 신자나를 물론하고 공통한 신조로 있는 까닭이외다. 어느 종교의 신자는 개조동맹에 들어 그대로 수양하므로 참으로 좋은 신자가 것이요, ××주의자는 참으로 좋은 ××주의자가 것이니 대개 이는 인의 근본 되는 모든 요건이기 때문이외다.
이에 나는 민족개조에 관한 사상과 계획의 대요를 술하였습니다. 자신이 주의자인 것은 물론이어니와 독자 중의 다수가 여기 공명할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실현될 날이 멀지 아니할 것을 확신하매 넘치는 기쁨으로 작은 생명을 고귀한 사업의 기초에 한줌 흙이 되어지라고 바칩니다.

-신유 11 22


개벽 1922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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