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게일,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 뉴스앤조이
제임스 게일,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학자적 성실, 용기, 새 관점 필요
옥성득 (sungoak@hotmail.com)
승인 2013.02.19 11:36
▲ 토론토대학에 보관되어 있는 게일의 일지 한 면. (사진 제공 옥성득)
게일(James S. Gale, 1863~1937) 선교사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최근 연동교회에서 기념식을 열고 논문집 배포와 게일 목사 기념관 개관 행사에 이어 게일학술연구원을 발족하여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게일을 비롯한 초기 선교사에 대한 연구가 심화,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게일에 대한 두 권의 책이 나왔다. 게일의 글을 편집한 권혁일 역, <제임스 게일>과 이상현 저, <한국 고전번역가의 초상-게일의 고전학 담론과 고소설 번역의 지평>이다. 국문학 분야에서 후자와 같은 괄목한 만한 성과가 나옴으로써 교회 사학자들은 그 직무유기를 변명할 수 없게 되었다. 초기 선교사를 연구하는 한 학자로서 이 직무태만에 대한 일종의 회개 행위로 향후 게일 연구에 도움이 될 몇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이 글이 학자에게는 도전이 되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교회사 연구의 한 단면과 과제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1. 자료 문제
첫 과제는 자료 총서의 편찬이다. 게일이 남긴 자료 가운데 현재 초기 선교부에 보낸 편지의 일부만 Ann Ruth 와 김인수 편역으로 출간되어 있을 뿐이다. 게일이 남긴 일기, 서신, 설교문과 같은 손으로 쓴 원자료의 수집 편찬은 물론, 신문, 잡지, 서적으로 출판되었으나 여러 자료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수집, 독해, 영문 작성, 한글 번역, 역주 편찬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영국, 미국, 일본에서 간행된 영자 신문에 기고한 게일의 글을 수집해야 게일의 전모를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주요 선교사 가운데 자료 총서로 출판된 것은 필자가 편역한 <언더우드 자료집>뿐이며 <마페트 자료집>은 진행 중이다. <게일 자료집>이 나온다면 한국교회사뿐만 아니라 한국학의 여러 분야 연구에 기여하는 역사적인 대작업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음 과제는 게일의 영문 자료를 독해하고 번역하는 것이다. 게일 자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위치한 토론토대학교 토마스 피셔 희귀본 장서실에 보관되어 있는 24상자의 자료이다. 그 가운데 각 권 약 200면으로 된 19권의 일지가 있는데, 이것은 게일이 평생 한국의 한문 고전을 영어로 번역한 친필 원고이다. 그 외 많은 서신, 설교문, 기고문, 저술 등이 보관되어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일지와 많은 자료가 펜으로 쓴 친필 원고이다. 게일의 글씨와 필체는 독특해서 다른 선교사의 글보다 몇 배나 읽기 어려운데, 웬만한 전문가도 80% 이상 독해하기 어려운 페이지가 많다. 따라서 게일 자료를 비롯한 선교사들의 친필 원고를 독해하고 번역할 수 있는 소장 학자 양성이 절실하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한 명의 전문가를 기르는 데에는 10년 이상이 걸린다. 교회가 사람을 길러야 한다고 할 때 이런 역사학자의 양성에도 투자해야 한다.
2. 해석 문제
이상현이 말한 대로 게일은 '한국의 근대와 그 속을 살아온 한국인들의 생활과 풍습을 묘사한 민족지, 한영사전과 문법서와 같이 한국어의 역사와 흔적을 살필 수 있는 서적, 경신학교의 학생을 위해 편찬한 국어교과서, 다수의 한국문학에 대한 번역물, 한국 역사서' 등을 남겼다. 나아가 게일은 선교, 근대화, 번역, 문학, 목회, 부흥 운동, 저널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했으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연구 시각을 계발해야 한다. 한 인물의 다양한 분야를 분리하여 연구하다 보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많은 학자가 무시하는 분야가 게일의 정치성, 곧 총독부와의 관계 문제이다. 이 친일의 주제는 거론하는 학자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교사 게일의 업적과 공헌을 이야기하면 게일학술원이나 연동교회, 나아가 한국 교계가 좋아하겠지만, 일제강점기 선교사들(개신교나 천주교를 막론하고)의 친일 행위를 거론하면 교계에서 매장되거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사실 한국교회사 학계는 오랫동안 소위 '민족교회론'이 지배적 담론으로 자리 잡고 다른 해석을 막아 왔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한국의 교회들, 특히 서울의 교회들이 총독부의 '동화' 정책에 적극 동조하여 '제국의 충량한 신민'을 만드는 데 협조하고 도덕적인 '교화'에 앞장섰다고 주장하는 '친일교회론'을 논증하려면 상당한 연구와 용기가 필요하다. 1907~1913년 기간만 보아도 게일은 의병 투쟁, 한일 합병, 105인 사건 등에 대해서 일본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를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교회사 학자들이 과연 이 부분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한국학계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해석에서 '식민지 근대성'의 관점에서 지난 10년 이상 치열하게 토론하고 많은 연구를 이루었다. 그러나 한국교회 사학계에서 이 관점으로 된 연구 성과가 별로 없다. 민족교회론 외에 다른 해석의 틀로서 일단 식민지 근대성의 관점에서 게일의 문학, 역사, 민족지 연구 등을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끝으로 게일 팔기의 문제이다. 얼마 전 전혀 게일과 상관없는 미국인 대형 부동산 개발업자가 게일이라는 성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게일의 후손이라고 자처하면서 인천에서 자신의 사업을 도모하기 위해서 연동교회에 접근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게일의 손자와 필자가 나서서 이를 고발, 항의하면서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교계나 학계에서도 게일을 이용해서 이익을 챙기려는 자가 나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게일 연구가 자칫 게일의 성인전(聖人傳)을 쓰는 작업이 되지 않도록 경계할 일이다. 역사적 진실을 밝히면서 동시에 미래적 가치를 캐내는 게일 연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옥성득 / UCLA 한국기독교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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