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5

凡祚의 풍수세상

凡祚의 풍수세상

[동양철학] [사주명리학]
接神이란 무엇인가
조용헌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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接神이란 神과 교접한 상태를 가리킨다. 신이라고 다 신이 아니다. 신에도 급수가 있고 차원이 있다. 교접한 신이 어느 정도 등급이냐에 따라 무당이 되느냐, 예언자가 되느냐, 道人이 되느냐가 정해지는 것이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접신의 상태는 대부분 조상신이 붙은 경우다. 하지만 수도를 해서 에고(자아)를 낮추고 녹일수록 보다 큰 신이 들어오게 된다. 큰 신은 宇宙神일 수도 있다. 성자들과 큰 도인들은 우주신과 합일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초능력은 神人合發의 결과물이다.
점집을 크게 2가지로 대별하면 사주와 역학을 통해 점을 보는 <사주쟁이>와 귀신과의 접신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무속인>으로 나눌 수 있다.
점(占)이라고 하는 것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맞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원리적 배경은 무엇인가. 앞장에서 그 원리를 3가지로 제시한 바 있다.
첫째는 상응(相應, corresponden ce)의 원리이고,
둘째는 반복(反復)의 원리이고,
셋째는 귀신(鬼神)의 존재이다.
상응의 원리와 반복의 원리는 전편에서 설명했고, 이제 마지막 세번째인 <귀신의 존재>에 대해 설명할 차례다.귀신의 존재 운운하면 이게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하고 의아해하겠지만, 필자는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귀신이 있다고 믿기까지에는 몇년이 걸렸다. 귀신이 들린 수많은 임상 사례들을 접하면서 믿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간단히 말한다면 <점의 원리 가운데 하나는 귀신이 점쟁이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알려줌으로 해서 점쟁이가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맞추는 현상이 벌어진다. 한자문화권의 지적 전통에서는 귀신이 있다고 전제하고, 이 귀신을 이용하여 인간사의 길흉을 미리 예측하는 일이 보편적이었다. 그 유명한 예가 도교(道敎)의 방사(方士)들과 신유학자(新儒學者)들의 세계관을 설명한 ‘태극도설’(太極圖說)이다. 조선시대에는 ‘태극도설’을 외우지 못하면 선비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비중 있는 문건이다.
여기에 보면 ‘사시합기서(四時合其序) 일월합기명(日月合其明) 귀신합기길흉(鬼神合其吉凶)’이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사계절의 순환은 질서와 합하고, 태양과 달은 밝음과 합하며, 귀신은 길흉과 합한다’는 내용이다. 주목할 부분은 ‘귀신합기길흉’이다. 이는 곧 길흉을 미리 알려면 귀신을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귀신의 용도가 다름아닌 길흉의 판단에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사라고 하는 것은 길(吉) 아니면 흉(凶)으로 결판나게 되어 있다. 컴퓨터의 원리처럼 둘 중 하나다. 중간은 없다.
그 길흉을 예단하는 방법으로 귀신을 이용하는 전통이 고대로부터 이어져 왔던 것이다. 인생살이에서 길흉을 미리 아는 일처럼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러자면 귀신을 알아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자기 앞에 전개될 길흉에 대해 관심이 존재하는 한 귀신에 대한 탐구는 계속될 것이다.
巫堂은 이승과 저승 연결해 주는 브로커
그렇다면 먼저 접신(接神)에 대해 살펴보자. 접신이란 신(神)과 교접한 상태를 가리킨다. 신이라고 다 신이 아니다. 신에도 급수가 있고 차원이 각기 다르다. 교접한 신이 어느 정도 등급이냐에 따라 무당(巫堂)이 되느냐, 예언자가 되느냐, 도인이 되느냐가 정해진다. 접신한 사람 가운데 가장 확률이 높은 쪽이 무당으로 가는 길이다.
무당(巫堂)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 된 당(黨)이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보다 훨씬 오래 된 당이다. 조선시대의 노론이나 남인과 같은 사색당파보다 훨씬 연원이 깊은 당임에 틀림없다. 어림잡아 5,0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당이 바로 무당이다. 5,000년이라는 한민족의 역사와 운명을 같이해 온 당이 무당인 것이다.
5,000년 넘게 아직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품질이 검증되었다는 의미도 된다. 대중들의 끊임없는 수요와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유지가 가능했다고나 할까. 오죽하면 구한말 김제 모악산(母岳山)에서 후천개벽을 외쳤던 강증산도 ‘이 당 저 당 믿지 말고, 무당이나 믿어 보세’라는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다. 힘없는 민초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되지도 않는 공약을 내걸며 립(lip)서비스만 일삼는 ‘이 당, 저 당’보다 병을 치료해 주고 앞일을 예언해 주는 무당이 훨씬 실질적이고 인간적이다. 민초들을 도와주는 변함없는 당이 바로 무당이었던 것이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단골’이라는 말도 ‘당골’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무당에게 자주 왕래하는 사람이 당골이고, 당골이 단골이 되었다. 무당은 어떤 당인가. 우선 ‘무(巫)자를 파자(破字)해 보자. 무는 공(工) 자가 골격이다. 공자는 그 기본 구조가 심오하다. 하늘(-)과 땅(-)을 중간에서 이어준다(I)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즉, 이승과 저승을 이어준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공자에 좌우로 사람 인(人)자가 들어 있는 것이 무자이다. 따라서 무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사람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 주는 브로커가 무당이다. 브로커는 수수료를 받게 마련이다. 무당도 굿이라는 세레모니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다.
무당의 당(堂)은 집 당(堂)자니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 주는 브로커가 사는 집이라는 의미가 된다. 신령 영(靈)자도 무(巫)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영자를 뜯어보면 무자 위에 입 구(口)자 세개가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비 우(雨)자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무당이 입으로 중얼중얼 외우면 비가 온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농경사회에서 가장 큰 천재지변이 비가 오지 않는 가뭄이고, 이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무당이 동원되어 중얼중얼 주문을 외워야만 고대하던 비가 왔던 것이다. 무당의 힘으로 메마른 땅에 비가 내리는 것, 그게 바로 신령함이다. 무의 기반 위에 영이 있다. 고로 무성(巫性)과 영성(靈性)은 상통한다. 무성을 배제한 영성은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
보통 무당이라고 할 때 그 무당에게 접신된 신은 조상신인 경우가 많다. 신들렸다고 할 때 그 신은 대부분 조상신이다. 왜 조상신인가. 그것은 동이민족의 사생관(死生觀)과도 연결된다. 동이민족은 후손을 통해 영생을 추구했다. 즉, 자식을 낳음으로써 죽음을 극복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집트 사람들이 미이라를 만들고 피라미드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인 배경에는 죽은 자가 부활한다는 사생관이 담겨 있다. 죽은 자가 다시 부활한다고 보는 사생관은 이집트에서 유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예수의 부활까지 이어진다. 인도 사람들은 윤회를 통한 환생을 믿었다. 몸을 바꾸어 다시 태어난다고 보았다. 부활이나 윤회를 통한 환생의 사생관이 아니라 후손을 통해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은 동이족은 조상의 제사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제사를 통해 조상이 다시 후손에게 강림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제사를 지내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
제사를 지낼 때 후손의 꿈에 조상이 나타나야 제사를 제대로 지낸 셈이다. 대충 지내면 꿈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고, 껍데기로만 지낸 것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자신이 죽은 후 제삿밥을 못 얻어먹는 경우를 크게 걱정하였다. 조상과 후손의 연결. 이 연결을 위한 의례가 제사라면, 이 연결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족보다. 한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분야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족보와 제사다. 우리 나라처럼 족보가 발달한 곳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20대 이상의 가족 분화를 족보라고 하는 두툼한 책으로 만들어 수만명의 집안 사람들에게 돌리는 민족이 어디에 있는가. 족보 편찬사업은 산업화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묏자리도 조상과 관련된다. 명당에 조상의 뼈를 묻으면 살아 있는 후손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풍수사상은 한국인 특유의 관습이다. 서구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이 세 분야는 형식적인 의례로만 남아 있을 뿐, 그것이 지닌 본래의 종교성은 점차 쇠퇴해 가고 있다. 묏자리와 족보, 제사는 <조상신의 감응>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산은 예로부터 巫性이나 靈性의 상징이었다.그래서 기인.달사.도인들은 산에 올라 도를 닦고 무당들은 기도와 굿을 한다.
接神과 入神, 啓示의 같은 점, 다른 점
[조상신의 감응을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제는 한국의 지리적 특성이다. 한국은 산이 많다. 전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말은, 전국토의 70%가 ‘기도발’을 잘 받을 수 있는 토양을 갖추고 있다는 말과 같다.
산은 무성의 토대이고, 영성의 바탕으로 보아야 한다. 그만큼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 산이다. 단군 이래 수천년 동안 한국 사람들은 정한수를 떠 놓고 산신이나 칠성님·용왕님에게 공을 들이던 민족이다. 그 수천년 공들였던 전통이 어디로 가겠는가].
공들였던 정보는 DNA에 저장되어 후손들에게 유전되어 온다. 한국의 무속 인구가 20만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요즘 사람들은 무당이라고 하면 벌레 씹은 얼굴로 쳐다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이를 잘 활용하면 영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풍부한 영성이야말로 한국 사람들이 지닌 원초적 본능이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성과 감성 위에 영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이성과 감성의 변증법적 종합이 영성인 것이다. 앞으로는 영성이 주목받는 시대가 온다. [한국 사람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자본은 이 영성이다. 적어도 5,000년 이상 쌓아온 두터운 지층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무성을 영성으로 승화시킬 때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그 자질의 핵심 요건은 이타행이요, 봉사정신이다. 이것이 결여되면 무성에서 끝나고, 갖추면 영성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우리가 말하는 접신과 서양에서 말하는 계시의 차이도 이것이다.]
계시받았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신과 교접된 상태다. 바둑 9단의 경지를 입신(入神)의 경지라고 부른다.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으로서 입신의 경지는 대단히 고준한 경지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접신은 무엇이고, 입신은 무엇인가. 입신과 접신은 무엇이 다른가. 마찬가지로 접신과 계시는 무엇이 다른가. 같은 것 아닌가. 그러나 접신은 천한 뉘앙스로 다가오고, 입신과 계시는 신성한 뉘앙스로 다가온다. 따지고 보면 계시나 접신이나 입신이나 모두 신과 교접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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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이창호도 입신한 사람이고, 따라서 그가 보여주는 천하 제일 끝내기의 실력은 바둑신과 접신된 상태에서 나오는 내공이라고 본다. 바둑신과 접신되지 않으면 어떻게 이창호 같은 괴물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소설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베스트셀러를 낼려면 문장신과 접신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유명한 소설가들도 대부분 문장신과 접신된 사람이라고 여긴다. ‘토지’의 박경리, ‘장길산’의 황석영, ‘혼불’의 최명희, ‘태백산맥’의 조정래, ‘사람의 아들’의 이문열 등이 그렇다.
이들은 조상 중에 문장을 잘 하는 조상이 분명히 있었다고 판단된다. 조상이 쌓아놓은 문장의 실력과 현생의 내가 단련한 노력이 접합됨으로 해서 시너지 효과를 보았고, 그 시너지 효과에 바탕하여 작품들이 나왔다고 여겨진다. 물론 문장신과 접신되지 않고도 소설을 쓸 수 있지만 뛰어난 작품을 남기기는 어렵다고 본다. 필자 같은 경우가 바로 그렇다. 문장신과 접신되지 않아서 이런 수준에서 헤매고 있다. 제발 접신 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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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나 소설뿐만 아니라 기타 다른 분야에도 이 법칙이 적용된다. 평범한 수준은 자기 혼자의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비범한 경지는 조상신과의 합작이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가 그동안 많은 사례를 관찰한 결과다. 접신과 계시, 접신과 입신의 차이는 무엇인가. 접신은 자의보다 조상신이라고 하는 타의가 많이 개입된 결과다. 자의반 타의반 중에서 타의가 7대 3으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결과다. 그래서 능동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이다. 조상의 의지가 보다 많이 작용한다. 그것이 흠이다.
<입신>은 이와 반대다. 조상보다 <나의 의지>가 많이 작용한다. 능동적이라서 자유가 많다. 그것이 장점이다.
접신(接神)과 계시(啓示)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접신이 조상이라면 계시는 조상을 벗어난 다른 범주의 신일 수 있다. 즉, 가족의 범주를 벗어나는 신이라서 스케일이 더 클 수 있다. 스케일이 더 크다는 것은 이기적이 아닌 이타적인 쪽으로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조상신 중에서도 스케일이 큰 신이 들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입신과 계시도 다르다. 입신의 경지는 능동적인 자의가 많이 작용한다면, 계시는 들어온 신에게 철저히 복종해야만 한다. 완전히 수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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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무당 ‘사진점쟁이’
필자는 무당을 연구하기 위해 많은 정력과 시간, 그리고 돈을 투자했다. 지난 15년 동안 대략 300여명의 무당과 인터뷰했으며, 여기에 투자한 경비(복채 포함)만 해도 계산해 보니 대략 6,000만원 정도 지출한 바 있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무당은 ‘사진점쟁이’로 불리는 무당이다. 1990년대 초반 전주에는 사진점쟁이라는 점쟁이가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 점쟁이의 첫번째 특징은 앞일을 잘 맞춘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점치는 공법이 사진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사진점쟁이는 점을 치러 온 고객의 사진을 요구한다. 고객이 가져온 증명사진이나 가족 사진을 일단 물 속에 집어넣는다. 즉, 대접에 물을 받아 그 대접 속에 사진을 넣으면 물 위로 그 사람의 전생(前生)이 투사된다고 한다. 이것을 보고 과거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시한다. 물론 물 위에서 전생이 투사되는 장면은 옆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사진점쟁이 본인에게만 보이는 장면이다. 사진점쟁이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신통력도 신통력이지만 그 공법에 있었다. 사진을 물에 띄워 점을 보는 방법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사진을 휴대하고 가서 3만원을 내고 접수하였다. 방안에는 대략 열댓명 정도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중년 남자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내 앞 순서의 손님도 40대 중반의 남자였다.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이 남자는 언뜻 보기에 대기업체의 간부처럼 보이는 외모였는데, 사진점쟁이는 이 남자를 보자마자 “깡패 총장이 오셨구만”하고 반말로 내뱉는 것 아닌가. 알고 보니 이 남자는 조폭 두목이었다. 사람을 죽이고 8년 동안 형무소에 있다 출소한 지 두달만에 점을 보러 온 것이었다. 결혼해야겠는데 현재 만나는 여자가 과연 궁합이 맞아 오래 해로할 수 있는지 보러 온 것이었다.
“당신은 전생부터 부하를 많이 데리고 다녀서 금생에도 먹을 것을 전부 부하들이 가져다 주어 가만히 있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어. 여자는 많은데 정작 자기 여자는 없는 팔자네.”
그는 조폭세계에서는 내로라하는 주먹이었지만 점쟁이 앞에서는 얌전한 손님이었다. 반말로 내뱉는 소리를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 다음 순서는 30대 후반의 아주머니였다. 사진을 물에 넣어 보더니 “남편 바람 피워 왔구만”하고 던진다. 아주머니는 그렇다고 시인한다.
“이 집은 남편이 바람을 피워야 사업이 잘 되네. 참 이상하네! 하지만 어쩔 수 없구만. 바람을 피우지 않으면 돈이 없어지니….”
바람을 피워야만 남편의 사업이 잘 된다! 그것을 긍정하느냐 않느냐는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이겠지만, 어찌됐거나 필자는 세상에 그런 이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다음에는 물끄러미 구경하고 있는 필자를 오라고 하였다. 필자는 그날 수염도 일부러 깎지 않고 옷도 허름한 잠바를 입고 갔다. 점을 치러 갈 때는 실업자처럼 허름한 차림새로 가야만 점발(占發)이 잘 받는다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실천한 것이다. 잘 나가는 사람처럼 화려하게 하고 가면 왠지 점발이 잘 받지 않는다. 아마도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 점쟁이들은 허름해야 동질감을 느껴 점괘가 술술 나오는 법이다. 과연 필자에게는 뭐라고 할 것인가. 필자의 사진을 넣더니만 대뜸 하는 말이 “수염이 허연 노인이 오셨구만요!”하면서 공손하게 첫마디를 꺼냈다.
“아니 이렇게 새파란 사람더러 노인이라니요?”
“뒤에 수염이 허연 노인이 서 계시네요!”
무당들로부터 내 뒤에는 허연 노인이 서 계시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는데, 사진점쟁이도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연 노인은 짐작컨대 나의 고조부인 것 같다.
심령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리면 이 고조부는 나의 <보호령>이다. 어디를 가나 내 뒤를 따라다니면서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인 것이다. 컴퓨터에 비유하면 파일을 지워도 백파일(back file)은 남게 마련이다. 사람이 죽어도 그 영혼의 일부는 백파일처럼 남게 마련인데 대체적으로는 후손의 등 뒤에 스크린처럼 떠 있는 수가 많다.
이 혼령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무당들은 그 사람의 등 뒤에 떠 있는 보호령을 먼저 보게 마련이다. 보호령이 어느 정도 등급이냐에 따라 대접이 달라진다. 필자의 경우는 수염이 허연 노인이기 때문에 비교적 대접을 잘 받는 편이다. 고조부는 불교의 윤회전생 이론에 따르면 필자의 전생에 해당한다. 유교적 관념에 따르면 필자의 선조다. 조상이 그 집안에 후손으로 다시 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돌고 돈다. 그래서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다. 선대에 <악업>을 많이 쌓아 놓으면 후대에 뒤끝이 좋지 않은 경우를 여러 번 목격하였다.
이집트의 부활 이론에 따르면 고조부의 부활이 곧 현재의 필자인 것이다. 포인트만 다르지 결국 모두 같은 맥락이다. 고조부가 살았던 인생이 현생의 필자 인생의 골격을 이룬다. 즉 고조부가 장사를 했으면 후손인 필자도 사업을 하는 수가 많다. 전생(고조부)에 보부상을 했다면 금생(나)에는 오퍼상을 하는 식으로 포장지만 약간 바뀐다. 고조부가 살았던 기본 틀에 금생에 필자가 노력하는 요소가 가미되어 인생이 진행되게 마련이다. 달리 표현한다면 중학교때 성적표를 보는 것과 같다. 중학교때 성적표를 훑어보면 고등학교때 성적을 대강 짐작할 수 있는 법이다. 전생이 중학교라면 현생은 고등학교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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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사진점쟁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만 자리를 뜨려고 하였다. 그러자 사진점쟁이가 접수 보는 아가씨를 불러 “이 손님에게 받았던 복채를 다시 돌려드려라!”하고 지시하는 것 아닌가. “아니 왜 돌려주려 하느냐. 이것도 노동의 대가이니 받아라”하고 필자가 사양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절대 받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50대 중반이 넘으면 유명한 선생이 되니 그때가 되거들랑 내 자식들 좀 잘 부탁한다!”는 부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복채를 다시 돌려받은 적이 있다. 필자가 수많은 무당을 만나 보았지만 복채를 다시 돌려받기는 처음이었다. 화대와 복채는 깎는 법이 아니라는데, 필자는 치사하게도 복채까지 면제받아보는 경험을 해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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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에서 죽은 신기하 전 의원의 일화
필자가 이처럼 사진점쟁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복채를 면제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1990년대 당시 광주 출신 국회의원이었던 신기하(辛基夏) 의원과 사진점쟁이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신기하 의원은 평민당(국민회의)의 원내총무도 지냈고, DJ의 총애를 받던 의원이었다. 가끔 TV에서 보면 작은 눈망울이 유난히 반짝반짝 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총기와 결단력을 지녔던 신의원이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현 민주당 내의 역학구도도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쉽게도 신기하 의원은 1997년 괌에 갔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였다. 시체도 못 찾고 죽는 비운을 당했다. 그 신의원이 죽기 석달 전쯤 사진점쟁이를 찾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일반 봉급쟁이야 점을 칠 일이 없지만, 변수가 많은 인생을 사는 사업가나 정치인은 유명하다고 알려진 역술가를 자주 찾게 마련이다.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신의원은 나이 드신 고모와 함께 사진점쟁이를 찾아갔다고 한다. 고모가 한번 가볼 만하다고 적극 추천했기 때문이다. 신의원의 사진이 물 속에 들어가면서 나타난 점괘는 아주 의외였다.
“손님은 비행기 타면 안되겠는데…. 비행기 타면 죽어. 그걸 면하려면 굿을 한번 해야겠어.”
“굿하는 데 비용은 얼마나 됩니까.”
“1,600만원은 들어야 돼.”
멀쩡한 사람에게 갑자기 죽는다고 말하면서 1,600만원을 내라니 신의원은 황당했던 모양이다. 물론 이때 신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을 밝힌 것은 아니다. 점쟁이 집에 가면서 국회의원 배지 달고 가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평범하게 잠바 하나 걸치고 갔을 것이 뻔하다. 그러므로 사진점쟁이가 찾아온 손님이 국회의원 신기하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당연하다. 익명의 손님에게 굿을 권유한 셈이다. 하지만 1,600만원이 아이 이름이던가. 자신의 사진을 대접의 물 속에 한번 집었다 뺀 다음 “당신 비행기 타면 죽어, 죽지 않으려면 1,600만원 내고 굿 해야 돼!” 하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수용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상식과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 단번에 수긍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일 수 있다.
신의원도 상식과 이성에 충실한 삶을 살았으므로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사진점쟁이의 말을 협박 반, 사기 반으로 생각하지 않았겠나 싶다! 신의원은 그 뒤 몇 달 있다 직원들 데리고 괌으로 연수 갔다 비행기가 공항 주변의 산에 걸려 추락하는 바람에 부부가 모두 참변을 당하였다. 신의원이 참변을 당한 얼마후 신의원의 고모가 다시 사진점쟁이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 고모는 다행히 괌에 가는 비행기를 타지 않았으므로 점쟁이를 다시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고모는 “아이고! 우리 조카가 그런 일 당할 줄 미리 알았으면 소맷자락이라도 꼭 붙잡고 당부할 일이지, 왜 그때 그렇게 지나가는 말로만 이야기했소!”하고 사진점쟁이를 붙잡고 하소연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산 사람들 사이에서 오간 이야기다.
신의원 이야기는 신의원의 고모가 사진점쟁이를 붙잡고 하소연하는 모습을 목격한 어느 손님이 필자에게 귀띔해 주어 알게 된 사연이다. 필자는 그 사연을 접하면서 과연 인생이라는 것이 앞일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말인가. 정해져 있는 일은 피해갈 수 없는 것인가. 만약 신의원이 돈을 내고 굿을 하였다면 정말 비행기 사고를 피해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혹시 1,600만원이 비싸다고 여겼으면 디스카운트해서 500만원 주고라도 굿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기당하는 셈치고 말이다. 부분적인 효과라도 있었을까. 끊임없는 의문이 계속된다. 필자는 요즘도 길을 가다가도 이 문제를 생각하곤 한다.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경우를 보면 사판(事判, 현실적인 판단)도 중요하지만 이판(理判, 영적인 판단)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혜롭게 살려면 이판 사판에 모두 식견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를 보면 세상사는 사판만 가지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인생은 결코 간단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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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점쟁이가 또 한번 세간에 명성을 휘날린 사건은 <김훈 중위 피살사건>이었다. 몇년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하던 김훈 중위라는 사람이 변시체로 발견된 사건이었다. 처음에 김중위는 자살로 알려졌다. 근무 도중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발표되었다. 그러나 김중위의 가족들은 당국에서 발표한 자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살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래도 석연찮았다. 그러나 가족들이 판문점에서 발생한 아들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었다는 증거를 대기도 쉽지 않았다. 고민하던 김중위 아버지는 아들의 사진을 가지고 사진점쟁이를 찾아갔다.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말이다. 사진을 물 속에 넣어 본 끝에 나온 점괘는 자살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물 속에 비친 장면은 옆에서 누가 총을 쏘아 죽은 타살이었다. 이 점괘에서 확신을 얻은 김중위 가족들은 재수사를 강력하게 요청하였고, 여러 가지 타살 의혹을 살 만한 정황증거들이 나타나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세상에는 점쟁이의 점괘가 단서가 되어 영원히 미궁으로 빠져들 뻔했던 사건이 새롭게 주목받는 일도 있다.
사진점쟁이는 왜 사진을 이용해 점을 보는 것인가. 사진은 왜 물에 띄울까. 사진점쟁이를 대면하면서 품은 의문이었다. 그 단서는 사진점쟁이가 점을 보는 사무실 액자에 끼워 놓은 할머니 사진에서 찾았다.
물이 쏟아지는 폭포 옆에 어떤 할머니가 서 있는 사진이었다. 저 할머니가 누구냐고 물으니 외할머니라고 한다. 알고 보니 사진점쟁이의 신통력은 그 할머니에게서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외할머니가 손녀딸(사진점쟁이는 현재 40대 중반의 여자임)에게 접신된 상태였다. 어머니가 일찍 죽어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던 사진점쟁이는 할머니와 특별한 정이 있었고, 그 할머니는 죽어서까지 손녀딸을 잊지 못해 접신이 되었다. 돈에 쪼들리는 손녀딸을 경제적으로 도와주기 위해서이다. 할머니가 보내주는 신통력 덕에 사진점쟁이는 소문도 나고 돈도 많이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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瀑布수행 필요한 ‘열 잘 받는’ 사람들
폭포 옆에서 찍은 할머니 사진을 보니 왜 물이 등장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그 할머니는 생전에 공을 많이 들였다. 특히 폭포가 떨어지는 물이 있는 곳에서 공을 많이 들이는 습관이 있었다. 기도할 때 물과 깊은 관련을 맺었음이 드러난다. 물과 관련을 맺었던 이 할머니가 외손녀에게 접신되자, 그 손녀딸도 역시 물을 사용해 점을 보는 노하우가 발생한 셈이다. 물에 사진을 띄우는 초식은 손녀딸의 아이디어일 수 있다. 물과 사진 중에서 보다 근본적인 부분은 물이다. 물 위에 그 사람의 전생이 스크린처럼 투사되니까.
그 할머니는 생전에 수면을 보고 기도드렸지 않나 싶다. 수면을 보면 마음의 평정을 얻고 의식이 집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불가에서 말하는 해인삼매(海印三昧)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끝없이 펼쳐지는 해수면의 상태를 보고 내면의 깊은 고요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내면에 숨어 있는 심층의식의 모습이 바로 고요한 바다와 같은 모습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불가의 고승들로부터 들은 바 있다. 불가의 고준한 해인삼매를 점쟁이의 물에 비유하는 것은 너무 비약일지 몰라도 기본 원리에서 보자면 공통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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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해인삼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샛길로 빠지더라도 좀더 이야기해 보자. 물은 정신을 집중하는 방법으로 매우 훌륭한 수단이다. 우선 물소리가 정신집중에 좋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계곡의 물소리도 좋지만,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해조음(海潮音)이 천하 일품이다. 철썩철썩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의식을 집중하면 삼매의 깊은 경지에 들어간다. 관음(觀音)의 숨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관음이란 소리를 관한다(집중한다)는 뜻이다. 우리 나라 불교의 유명한 관음도량이 공통적으로 바닷가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해안 낙산사의 홍련암(紅蓮庵), 서해안 석모도의 보문사(普門寺), 남해안의 보리암(菩提庵)이 모두 해조음을 잘 들을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았다. 소리 다음으로 물이 지니는 수행적 의미는 차가움이다.
물은 차다. 따라서 불이 많은 사람은 물을 만나야 화기가 내려간다. 물을 만나야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이루어진다. 아랫배에 함축되어 있는 물 기운은 머리 위로 올라가고, 머리의 불기운은 아랫배로 내려간다. 수승화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사람은 무병장수한다. 병이 생기는 주된 이유가 스트레스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에 열이 난다. 머리에 열이 나는 증상은 대부분 신경을 많이 쓰는 정신노동자들의 병이다. 머리의 열을 어떻게 식힐 것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폭포 밑에 앉아 정수리에 폭포수가 떨어지게 하는 방법이다. 무협지를 읽다 보면 도사들이 폭포 물을 머리에 받으면서 앉아 있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이 때문이다. 화기를 내리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물론 폭포소리에 잡념을 없애는 효과도 누리면서…. 특히 다혈질의 ‘열고’ 잘하는 체질들은 폭포수행이 필수적이다. 다혈질일수록 불 기운이 많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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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에서 여름에 태어나고, 일간이 병화(丙火)인 사람들은 불이 많아 폭포를 찾아야 수행이 된다. 아니면 저수지라도 옆에 있는 것이 좋다. 금강산의 만폭동이 유명한 이유는 경치도 경치지만, 역대 열 체질의 도인들이 폭포수행을 하던 장소로 유명하였다. 여름에 비가 왔을 때 만폭동에 들어서기만 해도 그 시원한 폭포소리에 화기가 내려가곤 하였다는 체험담을 노(老)스님들로부터 들은 바 있다. 그 폭포들마다 좌선하는 수행자들이 자리잡고 있었던 곳이 금강산의 만폭동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폭포에 가지 못하면, 계곡에라도 가야 한다. ‘열고’ 체질들은 등산할 때에도 계곡을 통해 올라가는 방법이 정신수양에 효과적이다. 계곡에 내포되어 있는 수 기운을 받으면서 등산하면 머리가 훨씬 상쾌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하였다.
그러나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이 방법을 권하고 싶지 않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여자들은 음기가 많아 계곡을 타고 등산하면 별로 영양가가 없다. 대신 산 능선을 타고 등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리산 칠선계곡 30리는 쉽게 열받는 화체질들이 수시로 애용해야 할 코스로 추천하고 싶다. 누구를 때려죽이고 싶은 감정이 들 때는 칠선계곡을 한번 올라가 보시라. 20리만 올라가도 틀림없이 효과를 본다. 등산도 못하는 사람은 목욕탕에라도 가서 천장에서 냉수 떨어지는 파이프 밑에라도 앉아 있어야 한다. 천장에서 강하게 떨어지는 냉수를 10분 정도라도 정수리에 맞고 나면 얼얼하면서 시원하다. 옛 사람들은 폭포에 직접 가지 못할 경우 폭포관(瀑布觀)을 하였다. 자신이 폭포에 앉아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아니면 방안에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 그림을 그려놓고 자신이 그 아래에 앉아 있다고 상상하였다.
물과 돈의 상관관계에 대해 탐색해 보자. 물장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사주가 있다. 어떤 사주가 물장사를 해야 하는가. 토 체질이다. 사주에 토가 많은 사람은 물이 재물이 된다. 오행의 상극관계로 따져 보면 토극수(土克水)가 성립된다. 토는 수를 극한다. 극한다는 것은 이긴다는 뜻이다. 이겨 먹는 것이 재물이 된다. 따라서 토는 수를 이겨 먹을 수 있고, 수는 토의 재물로 작용한다. 사주에 토가 많은 사람은 물이 재물이 된다. 수 체질이라면 무엇이 재물이 되는가. 화가 된다. 수극화(水克火)라서 그렇다. 참고로 상극관계를 보면 화극금(火克金), 금극목(金克木), 목극토(木克土), 토극수(土克水), 수극화(水克火)이다.
사주를 이용한 주식투자의 기본 원리가 이것이다. 자기 사주에 목이 많으면 토에 해당하는, 즉 부동산에 관계되는 주식을 사 놓으면 유리하다고 본다. 이것을 보면 화 체질은 금이 재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는 금을 녹이니 말이다. 그래서 사주에 화가 많은 사람은 몸에 쇠붙이를 붙이고 다니면 좋다. 금반지·팔지 기타 금속성 장신구도 좋다고 본다. 부도가 났지만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화 체질이었다고 회자된다. 그는 화가 많은 사주였다. 화가 많은 사람은 강속구를 던질 때가 많다. 줄 때는 화끈하게 준다. 돈을 팍팍 쓴다. 화가 많은 사주를 지녔던 정태수 회장에게 어떤 역술가가 조언했다.
“당신은 불이 많으니 금속을 이용한 사업을 하시오.”
그 말을 듣고 벌인 사업이 한보철강이라는 설이 있다. 철강은 쇠붙이니까. 하지만 한보철강 하다 한보는 망했다. 결과적으로 역술가가 조언을 잘못한 것이다. 철강에는 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용광로도 있다는 사실을 그 역술인은 간과하였다. 용광로는 불이다. 철강은 불로 쇠를 녹이는 작업이 핵심인데, 불 체질에게 용광로를 안긴 셈이다.
이는 커다란 판단착오가 아닐 수 없다. 사주를 보고 물장사를 하라는 말이 나오는 사람은 토 체질이 많다. 그 다음에는 수 체질이 해당된다. 보통 물장사라고 하면 술장사를 일컫는다. 술은 액체이므로 일단 물이다. 그러나 이게 몸 속으로 들어가면 불로 변한다.
술은 물이면서 불이라는 이중적 속성을 지닌다. 그래서 수 체질에게 술장사는 맞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수극화가 되니까. 물장사의 개념을 확대하면 그야말로 물을 이용한 모든 사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목욕탕업·음료수 장사·수산업·뱃놀이 사업도 된다. 토 체질은 이러한 사업들이 모두 맞다. 필자는 사진점쟁이의 사주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흥미롭게도 그의 사주는 토가 많은 토 체질로 나왔다. 따라서 물이 돈이 되는 사업이고, 사진을 물에 띄워 점을 보는 그의 사업은 알고 보니 물장사라고 분류될 수 있었다. 그의 사주에는 물이 반드시 필요한 용신이자 재물이 되는 오행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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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갑자에서 토에 해당하는 글자는 천간(天干)에서 2자이다. 무(戊)와 기(己)가 토다. 지지(地支)에서 보면 네자가 토다. 진(辰)·술(戌)·축(丑)·미(未)다. 사주팔자 가운데 이러한 글자가 많이 있으면 일단 토 체질로 분류한다. 사진점쟁이의 사주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무술(戊戌)년 출생에 무술(戊戌)일 태생이었던 것 같다. 토가 유난히 많았던 팔자였다. 무와 술은 모두 토다. 천간과 지지가 같은 날에 태어난 팔자를 간지동(干支同) 사주라고 한다. 간지가 같은 오행이므로 그 작용이 강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무술일은 토의 기운이 아주 강한 명조라고 본다. 토가 많은 사람의 성격은 신중하고 자기의 속을 잘 보여주지 않는 경향이 발견된다. 중후한 분위기를 풍긴다.
판단도 객관적이고 신중하다. 판단이 공평무사하므로 토 체질 가운데는 명판사가 많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고집도 아주 강하다. 종교적인 신심도 강하다. 출가 수행자들 가운데 토가 없으면 신심이 없어 오래 수도를 못한다. 벽창호 같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특히 태어난 일주가 무술일에 해당하는 사람은 괴강살이 끼었다고 보는데, 고집이 아주 강하다. 10명 중 9명이 반대하더라도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이는 사주다. 역대로 수도생활하는 사람 중 무술일에 태어난 사람이 많았다. 풍수로 유명한 육관도사 손석우 씨도 무술 일주라고 들었다.
하지만 여자가 무술일에 태어나면 불리하다. 며느리로 간택할 때 무술 일주는 꺼린다. 고집이 강하고 기가 강해 남편을 몰아붙인다고 여긴다. ‘무술일에 태어난 여자하고 사는 남자치고 기 펴고 사는 사람 없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참고로 우리 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토 기운이 가장 강했던 사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기토 일주에다가 지지 네 글자가 전부 토에 해당한다. 소위 ‘진·술·축·미’ 사주였다. 아래 네 글자가 전부 토로 이루어진 명조는 제왕격이다. 사주팔자로만 따진다면 대통령의 격국에 어울리는 사주는 박정희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물을 가까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해의 상극관계에서 한가지 주의할 점은 자기가 극한다고 해서 무조건 재물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약한 사람이 재물만 많이 들어오면 오히려 해가 된다. 이를 명리학에서는 재다신약(財多身弱)이라고 부른다. 재물은 많은데 몸이 약한 사주다. 재다신약 사주가 돈을 쫓으면 몸에 병이 들거나 마누라가 병이 들거나, 돈으로 인한 패가망신의 가능성이 높다. 남자 사주에서 재물은 여자와 같다고 본다. 재다신약 사주라는 것은 몸은 약한데 마누라를 3명쯤 데리고 사는 이치와 같다. 이 집 저 집 만족시켜 주러 다니다 보면 몸이 거덜나게 마련이다. 신강해야 재물을 감당한다. 즉, 사주가 강한 사람에게 재물운이 들어오면 좋지만, 신약한 사람에게는 재물운이 오히려 독이 된다. 극하는 것이 재물이 된다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신강 사주의 경우에만 성립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사진점쟁이 본인의 사주에서도 토기가 강하므로 물이 된다는 이야기지, 만약 신약사주 같으면 물로 인해 몸만 부대끼고 영양가는 없다.
“점쟁이의 靈感에는 배당된 ‘쿼터’가 있다”
이번에는 ‘티오론’(TO論)에 대해 논의해 보자. 점쟁이에게도 ‘티오’라는 것이 있다. 할당량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어떤 점쟁이가 일생 동안 맞출 수 있는 점사(占辭)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무한정 맞추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10년 동안만 맞는다거나 1만명선만 맞출 수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배터리가 제한되어 있다는 말이다. 마치 휴대폰 배터리처럼 말이다. 10년 동안만 맞출 수 있는 티오를 받은 점쟁이가 10년이 넘어서자 점발이 잘 받지 않는 경우를 목격하였다. 타고난 티오를 넘어서면 헛방을 놓는 수가 많다. 이때부터는 그동안 해왔던 관록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관록으로 할 바에는 점술업을 정리해야 옳다. 맞지도 않는 것 무엇하러 오래 하는가. 맞지도 않으면서 오래 하면 사기가 되고 망신살이 뻗친다. 필자가 관찰해 본 결과 점쟁이들 본인은 자신의 티오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수가 많았다. 영원히 잘 맞출 줄 알지만 그것은 오판이고 자만이다.
에너지와 ‘영발’은 유한하다. 예를 들면 육관 손석우 도사도 자신이 명당을 쓸 수 있는 티오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예를 들면 육관 1,000곳 정도의 명당을 쓸 수 있는 티오가 있었다고 한다면, 계산상으로 1,001번째부터는 명당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1,001번째 손님은 엉터리라고 욕할 수 있지만, 1,000째까지는 엉터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그 전환 과정을 잘 모른다. 역술가 본인도 모를 수 있다. 불행한 사실은 명성을 얻고 난 후에는 대부분 타고난 티오가 소진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름나는 과정에서는 잘 맞추다 정작 이름을 얻고 난 후에는 찾아가 보니 별것 아닌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이름을 얻는 과정에서는 본인이 쓸 수 있는 쿼터가 남아 있었지만, 이름을 얻고 난 후에는 쿼터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름이 막 나기 시작할 때 얼른 가서 점을 보는 것이 현명하다.
될 수 있으면 이름나기 전 초장에 달려가는 것이 좋다. 솥단지 뚜껑을 열어 버리면 이미 김은 샜다. 이 바닥에서 명성이라고 하는 것은 솥단지 뚜껑과 같아서 명성을 얻은 뒤에 점을 치러 가면 뚜껑 연 뒤에 찾아가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명사를 만나려면 인연복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자기한테 부여된 할당량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지혜로운 점술가는 능력을 아껴 쓰게 마련이다. 꼭 쓸 때만 쓴다. 필자가 보기에는 사진점쟁이도 티오가 있다. 이 티오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확실하게 모르겠다. 10년 전쯤 필자가 만났을 때는 초창기라서 배터리가 생생할 때였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장담할 수 없다.
접신의 신통력은 미래를 예언하는 예언능력뿐만 아니라 병을 고치는 능력에서도 발휘된다. 예를 들면 침을 잘 놓아서 난치병을 잘 고친다거나 지압을 통해 특수한 치유 능력을 얻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접신을 통해 그 능력을 얻는 경우가 발견된다. 이는 들어온 신이 의학 분야에 조예가 깊은 신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집안 대대로 의업(醫業)에 종사했던 집안 가운데 이러한 경우가 많다. 선대에 쌓아올린 의학의 노하우가 후손에게 전수된 경우라고나 할까. 이런 각도에서 접신은 격세유전(隔世遺傳)의 일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병 가운데 접신의 능력을 지닌 사람만이 고칠 수 있는 병이 있다. 일반 병원에서는 이런 병을 고칠 수 없다.
그동안 관찰한 바에 의하면 질병은 3가지 차원에서 발생한다. 첫째는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술을 많이 먹어 간이 악화되는 경우다. 이러한 경우는 술을 끊고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둘째는 심리적 원인이다. 목돈을 빌려 주었는데 그 돈을 떼인 경우다. 이때는 화병에 걸린다. 카운셀링을 받아 화를 풀어야 병이 낫는다. 세번째가 영가(靈駕, 천도가 안된 귀신)가 붙어 생긴 귀신병이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그 사람의 오장육부에 붙어 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암을 비롯한 불치병 가운데 대강 20~30% 정도는 영가가 붙어 발생한 경우다. 이는 아무리 병원에 다녀도 낫지 않는다. 오로지 퇴마사의 처치를 받아야만 낫는다. 퇴마사는 의학의 능력이 접신된 사람을 가리킨다. 넓은 범위의 퇴마사는 수도를 많이 한 고승이나 신부님도 해당한다. ‘삼국유사’에도 보면 불교의 고승이 왕실의 왕비나 공주의 병을 낫게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서양의 경우에도 여러 신비주의자들이 귀족이나 왕실의 불치병을 고쳐줌으로써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 불치병이 귀신이 붙어 생긴 귀신병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접신에 대해 살펴보았다. 접신은 들어온 신의 등급에 따라 능력이 천층만층으로 갈라진다. 대부분 조상신이 많다. 하지만 수도를 해서 에고(자아)를 녹일수록 보다 큰 신이 들어온다. 자기 그릇이 종로구만한 그릇이면 종로구 크기의 신이 들어오지만, 대한민국만한 그릇이면 역시 대한민국 크기의 신이 들어오는 것이 이 세계의 법칙이다. 요점은 에고를 얼마나 깊이, 그리고 넓게 녹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깊고 넓게 에고를 뿌리뽑을수록 비례해서 큰 신이 들어온다. 큰 신은 우주신일 수도 있다. 성자들과 큰 도인들은 우주신과 합일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초능력은 신인합발(神人合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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