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개조론 8] 개조의 방법
그러면 어떠한 방법을 취하여 이 개조의 이상을 실현할까.
이상은 아무리 좋더라도 그 실현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역시 공상이 되고 말 것이외다.
방법!
이것은 우리 사람들이 가장 경히 여기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졸(拙)합니다. 우리들은 흔히 수단을 중히 여기나 방법을 경히 여깁니다.
수단과 방법을 흔히 동의(同義)의 어(語)로 쓰지마는 기실은 그 사이에는 구별이 있고 또 구별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외다.
방법이라 하면 무슨 일을 하는 길을 이름이니,
무슨 일이든지 하려고 할 때에는,
첫째는 그 일의 목적을 정하여야 하고,
둘째는 그 목적을 달하는 길을 정하여야 합니다.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에는 가능한 여러 가지 길이 있음이 마치 기하학상으로 양점간에는 무수한 선을 그을 수 있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양방간의 최단거리는 직선이요,
직선은 일(一)이요, 오직 일인 것같이 사업의 출발점에서 목적의 도착점까지에 달할 수 있는 모든 길 가운데에서 신중한 고려로써 그 최단거리라 할 만한 길을 택하여 이 사업을 완성하기까지는 꼭 이 길로 나가자 하고 작정해 놓은 것이 방법이니,
방법이란 자의(字義)가 십분 그 불변성,
불가범성을 표하는 것이외다.
원래 방(方)자 모형이란 뜻이요,
법(法)자는 먹줄이란 뜻이니 방이나 법이나 일정하다는 뜻이 있는 것이외다.
다시 말하면 방법이란 법률이요,
규칙이며, 이에 반하여 수단이란 그 법률이나 규칙의 운용의 솜씨외다.
같은 법률이나 규칙도 잘 운용하고 못하기에 그 효력에 대관계를 생하는 것이니 수단이란 것도 일을 위하여는 필요한 것이외다.
방법은 식이요,
수단은 활용이외다.
그러나 수단은 방법에 의하여 쓸 것이니,
방법 없는 수단은 되는 대로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하거늘 우리들의 일하는 법은 흔히 방법을 세우지 아니하고 임시 임시의 수단만 부리려 합니다.
그래서 수단이란 그 본래의 뜻을 잃어버리고 부정한 권모나 술책을 의미하게 된 것이외다.
방법이란 만사에 다 중요한 것이외다.
밥을 짓는 데도 방법이 있으니,
쌀과 물을 솥에 두고 불을 땐다고 밥이 되는 것이 아니외다.
쌀과 물과의 분량의 비,
불 때는 양을 다 방법에 맞게 하여야 밥이 되는 것이니,
쌀과 물과 불 세 가지 재료는 같다 하더라도 그 방법을 따라 밥도 되고 죽도 되고 미음도 되고 풀도 될 것이외다.
만일 아주 방법을 그르치면 혹은 태울 수도 있고 설익을 수도 있어 소위 죽도 밥도 안될 수가 있는 것이외다.
이에 대하여 같은 밥을 지으되,
질도 되도 않게 맛나게 짓는 것은 그 짓는 자의 수단이외다.
그러므로 수단은 방법을 지키는 때에만 유효한 것이외다.
좀더 어려운 말로 방법의 필요를 설명하려면,
과학연구의 방법을 예로 드는 것이 편할 것이외다.
첫째, 오늘날과 같은 자연과학,
기타 제반 과학이 발달된 가장 주요한 원인이 베이컨의 귀납법의 발견이라 합니다.
귀납법이란 재래의 연역법에 대한 자연 급 인사 연구의 일 방법이외다.
그런데 이 방법을 얻었기 때문에 모든 과학의 발달이 된 것입니다.
무슨 과학이든지 한 과학이 성립됨에는 특수한 대상이 필요함과 같이 특수한 연구방법이 필요한 것이니,
이 방법 없이는 과학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외다.
또 딴 방면으로 말하는 서양인은 성하고 우리는 쇠하는 것도 서양인의 생활의 방법이 옳았고 우리는 생활의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외다.
이렇게 일하는 방법이란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려는 가장 큰 일이 되는 민족개조에 어찌 방법이 필요하지 아니하겠습니까.
이 방법에 관하여는 위에도 기회를 따라 말하였습니다마는 그 중심은 개조동맹이외다.
금주동맹이나 금연동맹과 같이 일정한 주의로 개조하기를 동맹함이외다.
‘우선 나부터 개조하자’는 뜻을 가진 자들이 동맹을 지어 하나씩 둘씩 그러한 동맹원을 늘려가면서 서로 자격(刺激)이 되고 서로 도움이 되어 일면 자기의 개조를 완성하면서 일면 동맹원을 늘리는 것이외다.
이제 이러한 동맹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을 말합시다.
재래로 우리 사회에서는 사상을 전하기로 주요사를 삼습니다.
그러나 공론을 좋아하고 실행이 없는 우리 사람들은 새로 얻은 사상을 오직 공론의 좋은 새 재료를 삼을 뿐이요,
그 사상이 들어오기 때문에 좋아진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물론 사상이 널리 전파되고 점점 깊이 침윤함을 따라 오랜 세월을 지내는 동안에는 조금씩 조금씩 행(行)으로 실현되는 것은 사실이겠지마는,
지금 우리 형편으로는 이러한 자연의 추이를 기다릴 수가 없고 마치 전지작용과 온도의 조절로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모양으로 무슨 인공적 촉진방법을 쓰지 아니치 못할 긴급한 처지에 있는 것이외다.
그러므로
‘이리해야된다, 저리 해야된다“하고 필설로만 떠들어 들을 자는 들을 지어다.,
하고 싶은 자는 할지어다 하는 오나만한 정책에 의뢰할 수 없는 것이외다.
그뿐더러 내가 보기에 우리 민족의 결핍한 것은 사상이기보다 실행이니,
우리가 아는 것만이라도 실행만 하면 살 수가 있으리라 합니다.
가령 거짓이 없어야 한다,
부지런해야 한다,
학술이나 기예를 배워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한 가지 직업을 가져야 한다,
교육과 산업을 발달시켜야 한다.
이런 것은 누구나 다 알만한 것이 아닙니까.
그러므로 우리의 할 일은 그대로 실행함이외다.
그러므로 ‘나부터 먼저 개조하자’하는 것이니 개조사업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되는 것이니,
대개 나 하나의 개조는 나의 가장 확실하게 가능한 바요,
따라서 나 하나를 개조하면 이에 조선민족은 일개의 개조된 원(員)을 가지게 될 것이며,
겸하여 그 개조된 한 사람이 개조사상의 실현된 모범이 될 것이니,
이 실현된 모범이야말로 가장 웅변된 선전이 되는 것이외다.
이렇게 개조된 일인을 전민족개조의 발단이요,
기초가 되는 것이외다.
이러한 사람이 동맹을 지으므로 서로 자격(刺激)이 되고 서로 보익(補益)이 되는 동시에 개조된 사람,
적더라도 개조를 목적으로 실행하는 사람이 일단(一團)이 되기 때문에 그 실현된 모범이 더욱 뚜렷하고 유력하게 됩니다.
특별한 주의와 행동을 하는 개인도 표가 나지마는,
그러한 개인들의 단체는 더욱 표가 나는 것이 마치 여러 천만 자루의 횃불을 한 곳에 모아 세운 것 같습니다.
비컨대 예수교회를 보시오.
그네가 만일 교회라는 단체를 이루고 속인과 판이한 습속을 가지지 아니하였더면,
그렇게 뚜렷하게 세인의 주목을 끌기가 어려울 것이외다.
그러므로 한 단체의 존재가 백천의 신문,
잡지보다 위대한 선전력을 가진 것이외다.
단체의 선전력이 위대하다는 실례로는 미국의 금주동맹이 가장 좋을까 하옵니다.
그것은 거금 오십칠 년인가 팔 년 전에 매튜라는 신부가 시작한 것인데,
하나씩 하나씩 동맹원을 모집하여 오십 칠년 만에 마침내 전미 인민의 과반수의 동지를 얻어 작년 칠월에 드디어 그 나라 헌법에 금주의 조(條)를 가입케 하였습니다.
고래로 금주를 선전한 사람이 퍽 많지마는 이 나라에서와 같이 성공한 자가 없음은 이 동맹단체라는 방법을 이용할 줄 모른 까닭이외다.
동맹을 짓는 셋째 이익은 위에도 말한 바와 같이 그 운동의 생명을 영속케 함이외다.
개인의 생명은 믿을 수가 없는 것이로되,
공고하게 조직된 단체의 생명은 영원성을 가진 것이니,
비록 세월이 가고 대가 가시더라도 그 단체의 주지(主旨)는 그냥 남아 연해 동맹자의 수를 늘릴 것이며 아울러 그네가 목적하는 사업을 영구히 계속하여 갈 것이외다.
그러므로 이 민족개조를 목적하는 동맹단체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하여 그의 생명이 영속하기를 힘써야 할 것이외다.
단체의 생명을 영속하게 하는 방법은 여기서 말할 바 아니니,
딴 기회를 기다리려니와,
한 가지 반복하여 역설할 것은
‘민족개조는 오직 동맹으로야만 된다.
그러므로 이 동맹으로 생긴 단체는 가장 공고하여 영원성을 가짐이 필요하다’ 함이외다.
최종에 동맹이 필요한 것은 그 주의를 선전하고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을 경영하기 위해서외다.
동맹이 비록 좋지마는 언론으로 일반 민중에게 그 주의를 선전할 필요가 있으며,
또 이미 덕육을 하여라,
보통 학식을 배우는 일종 이상의 전문학술이나 기예를 배워라 하였으니,
그러하기에 필요한 일을 하여 주어야지 그렇지 아니하면 그도 또한 공론에 불과할 것이외다.
그러면 그런 일이란 무엇이요.
학교, 서적 등의 공급이외다.
또 체육을 하라 하면 그것을 할 설비,
곧 위생설비나 체육장의 설비,
위생서, 체육서 등의 제공이 필요할 것이외다.
그러고 보니 이런 모든 것을 시설하려면 거액의 금전과 다수의 인재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그것들은 어디서 나오나.
오직 공고한 단체에서외다.
재래 우리의 모든 사업은 일전한 재력이 없이 하였습니다.
가령 신문,
잡지나 학교를 경영하는 자 중에 진실로 이러한 예산을 세우고 하는 자가 몇이나 됩니까.
소위
‘마음만 있으면 된다’ 하고,
‘시작만 하면 된다’하여 마음만 가지고 시작한 것이 많았으며 모두 몇날이 못하여 스러지고 말았습니다.
마음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 곤란을 무릅쓰고 열심을 내라는 격언이 되지마는 마음이 밥이 되고 마음이 나무가 되지 않는 이상 마음만 가지고 일이 될 리가 있습니까.
일을 이루는 것은 오직
‘힘’뿐이니, 힘이란 무엇이뇨.
사람과 돈이외다.
그런데 우리네는 흔히 사람을 쓸 때에 임시 임시 아무나 말마디나 하는 자면 골라 쓰려 하고 돈은 의연(義捐)이나 일시 일시 어떤 부자를 꾀어내어서 쓰려 합니다.
작은 사업에나 큰 사업에나 다 이러합니다.
이것으로 어찌 일이 되겠습니까.
일하는 사람이란,
그 일의 전문가이기를 요구합니다.
정치에는 정치의 전문가,
산업에는 각각 그 방면의 전문가,
교육에는 교육의,
신문 잡지에는 신문 잡지의 전문가를 요구하는 것이니,
전문의 교양이 없이 임시 임시로 정치가도 되고 교육가도 되었다가 은행 지배인도 되고 잡지 주필도 되는 것은 아직 사회의 분화가 생기지 아니하였던 옛날의 일이외다.
전문가란 그 직업에 상당한 덕행(즉 신용,
근면, 신의, 용기)과 거기 상당한 전문학식을 가진 자를 일컬음이니,
이러한 자격을 얻으려면 상당한 전문학식을 가진 자를 일컬음이니,
이러한 자격을 얻으려면 십수 년의 성의로운 수양과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이외다.
전문가 아니고 모종의 사업을 경영하려 함은 오늘날에 있어서는 한 공상에 불과합니다.
돈에 관하여 말하건대 일시적 사업,
비컨대 어떤 지방에 수재가 나서 그 이재민을 구제하는 사업 같은 것은 의연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마는,
그렇지 아니하고 교육사업이나 신문,
잡지, 기타 무릇 영구성을 가진 사업을 경영하는 데는 반드시 매년에 일정한 수입이 있기를 요하는 것이니,
이 일정한 수입을 얻는 길은 오직 두 가지 길이 있을 뿐이니,
하나는 그 단체의 각원이 일정한 기간 내에 일정한 금액을 거출(據出)함이니 이는 국가의 납세,
항용 단체의 회비 갗은 것이요,
또 하나는 기본금이니 이는 어떤 단체의 단원들이 얼마씩을 내어 그 본전은 영영 쓰지 아니하고 이자만 쓰는 제도니,
근대 각종 산업단체,
교육단체, 기타 사회사업의 단체들이 많이 취하는 것이외다.
이 두 가지 중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기본금주의니,
이것에서 나오는 매년의 수입이 일정한 금액 이상일 것이 확실합니다.
회비주의는 국가나 종교와 같이 특수권력을 가진 단체가 아니고는 꼭 일정한 금액 이상의 수입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이외다.
무릇 영구성을 가진 사업을 하여 하는 단체는 위에 말한 바와 같은 인력과 금력의 준비를 가짐이 절대로 필요한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이상과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또한 공론이 되고 말 것이외다.
그러므로 민족개조를 목적하는 자들이 크고 견고한 동맹을 지음이 이 두 가지 힘을 얻는 유일한 길이니,
동맹의 큰 필요를 여기에서도 볼 것이외다.
이 모양으로 개조된 개인들,
즉 건전한 인격자들과 그네의 동맹한 단체,
즉 견실하고 큰 단체를 이루면,
이에 우리 사업의 기초는 확립한 것이니,
이로부터 오직 점점 이상을 실현하면서 성장함이 있을 뿐이지 결코 퇴보함이 없을 것이외다.
위에 말한 개조의 방법은 그 대강령(大綱領)을 든 것이어니와 이는 만고에 긍하여 변치 아니할 진리외다.
그러나 이 방법의 세밀한 점에 이르러서는 다른 때에 말하는 것이 적당하리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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