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30

씨발, 니미뽕, 아주아주 못된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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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기서 알쏭달쏭한 것이 '니미뽕'인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 '니미뽕'이 그져 '니네 어머니 방귀'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그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또한 상상하기 싫은 몹쓸 욕입니다.
뽕이라 하면 대부분 방귀나 뽕밭을 연상하겠지만 실제는 다른 뜻이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어떠한 것을 아주 끝장을 볼적에 '아예 뽕을 뽑는다'고 합니다.
술 자리에서도 '뽕을 뽑는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어떤여자를 완전히 정복할때에도 '그 여자를 뽕을 뽑는다'고 표현을 합니다.
또한 몹시 섹스에 굶주렸던 남자가 여자를 만나 섹스를 한 것을
'나 어젯밤 뽕을 뽑았다'라고 친구들에게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뽕'이란, 바로 성교를 몹시 심하게 한다는 것을 은어적으로 표현한 뜻입니다.
그러므로 '니미뽕'이나 '니기미 뽕'이란 (너네 엄마가 마구 성교한다)라는
아주 치욕스러운 욕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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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외에도 "니미 씹"이나 "니미 뽕"과 같이 "니미"가 들어가서 응용이 되는 욕도 몇가지 있다.
여기서 "니미 씹"이라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네 어머니의 性器(성기)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니미 뽕"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부가 설명이 필요할것 같다. "니미"는 이제 무얼 말하는지 잘 알 것이고, "뽕"이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방귀소리를 연상하게 된다. 그렇다면 "니미 뽕"은 그저 너희 어머니의 방귀소리라고 해석 해야할까. 그런것은 아닌듯 싶은게 욕으로서 그 의미의 강도가 좀 낮다고 보여진다. 그럼 나도향의 소설에 나오는 식물로서의 "뽕"이라고도 보아지는데 하기야 뽕나무 밭에서 벌어졌던 은밀한 일들 하고도 전혀 상관이 없는것은 아닌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욕에서 등장하는 "뽕"은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즉 너희 어머니의 신임을 얻지 못하는 사람으로 다시 말하자면 너희 어머니의 콧방귀라고나 할까? 콧방귀의 방귀에서 방귀소리인 "뽕"이 연상되어 쓰여진 것으로 보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이런 해석으로도 "니미 뽕"이 욕인게 오죽 못났으면 저를 낳아준 어머니에게도 콧방귀를 들을만큼 신임을 얻지 못했냐는 질책의 소리인 것이다. 살인범인 자식을 둔 어머니도 그 자식에 대해서 만큼은 믿는다는데 그런 어머니에게서 조차 믿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에 살아있을 가치가 있을까. 그래서 욕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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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배우 1

박사님, 니미 뽕이 무슨 뜻이에요? 니기미는 알겠는데 니미 뽕은 모르겠는데요.

배우 1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니미는 니기미의 준말입니다. 니기미는 니네 엄마가 아주 복잡한 언어학적 단계들을 거치면서 변한 것입니다. 그리고 뽕은 뽕나무를 의미합니다. 해석하면 니네 엄마 뽕나무, 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게 어째서 욕이 되느냐고요? 옛날에는 한코장이니 한번줘파크니 하는 러브호텔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대개 눈 맞고 배 맞은 연놈들이 뽕나무 밭에서 그 짓을 많이 했어요. 니미 뽕은 그런 풍습에서 유래된 욕입니다. 즉 니네 엄마 뽕나무 밭에서 씹한다, 뭐 그런 의미로 만들어진 아주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욕입니다. 이와 비슷한 욕으로는 니기미 좆, 니미럴, 니미 씨팔 등등이 있습니다. 뭐 또 다른 질문 없습니까? (주위를 둘러본다) 없으면 대망의 1위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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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재미의 좋은 세상 :: 씨발, 니미뽕, 아주아주 못된 욕

씨발, 니미뽕, 아주아주 못된 욕
욕은 나빠요 2012. 7.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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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쓰여진 욕들은 일부러 가감없이 순화하지 않고 그대로 썼기에
다소 민망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욕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또한 욕이 담고 있는 뜻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올린 것이니 과격한 욕이
그대로 담겨져 있음을 이해하시고 보아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에는 '씹'자가 사용되어지는 욕을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발, 시발, 씹팔, 씹빨, 씹알, 쓰벌, 싸발, 쓰발, 쌰발, 스벌, 스발
여러가지로 발음이 되는데 모두 한 가지의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뜻은 다름아닌 '씹할'인 것이지요.
그럼 '씹할'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욕처럼 여러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드물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 욕이 습관적으로 입에 배서 혼잣말로 중얼거릴 때도
서슴없이 이 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사람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는 판단하는 사람의 자유입니다.
그렇지만 좋은 인상이 심어질 리는 만무하겠지요.
어떻튼 참으로 몹쓸 욕이므로 쓰지 말아야 하고, 없어져야 할 못된 욕 입니다.
보통 이 욕은 '씨발'이라고 가장 많이 쓰는데 이 뜻은 辭典的(사전적) 의미로
즉 '性交(성교)를 하다'라는 뜻의 '씹을할'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씨발놈'또는 '씨발년'이라고 하면
성교를 할 놈, 이거나 할 년, 이라는 말이지요.
어찌 생각해 보면 욕은 아닌것 같기도 하지만 성(性)그 자체를 비밀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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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겨왔던 우리 민족에게는 드러내 놓고 '씹할'이라고 하면 당연히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씹'도 하고 싶을 때 해야 좋은 것이지 아무 때나
이 놈, 저 놈과 성교를 갖는다면 동네를 배회하는 개나 다름없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이 욕 앞에 주로쓰이게 되는 '니미'라는 말이 붙게 된다면
천하에 몹쓸 욕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성교하는 욕을 쓰는데 '자지할'이나 '좃할'이라고
남성의 성기를 표현하지 않고, 여성 성기의 비속어인 '씹'을 선택 했을까?
이것은 서양도 마찬가지지만 부계사회에서의 남존여비(男尊女卑)의
못된 사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야하겠습니다.
흔히 욕중에서 '미친년 널뛰듯 한다' 혹은 '미친년 방아찟듯 한다'
(날씨가 이랫다 저랫다 아주 고약할때나 사람이 광폭하게 난리를 칠적에 이르는말)고 하고
'바람과 미친년은 해가지면 잠잠하다'라는 표현이나 '미친년 아이씻어 죽인다'
(쓸데없이 계속 반복하는 행위를 낮추어 이르는말)는 등은 대부분 여자를 빗대어
이루어진 몹쓸 언어가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많습니다.
따라서 이 '씹을 할' 이란 욕의 '씹할'은 여성의 성기를 빗대어 만들어진
아주 저속한 욕임으로 없어져야 할 몹시 고약한 언어인 것이지요.
그럼 이 정도로 하고 '씨발'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있었으니 생략하도록 하고,
남은 두 가지 욕 앞에 붙는 접두어는 언제나 '니미'나 '니기미'입니다.
물론 독립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비일비재 합니다만, 특히 사투리로 발음되는
'씨발놈'은 '씨부럴놈' 혹은 '씨부랄놈'으로 그 억양에 있어서 사뭇 표준말의 욕보다
더 욕스럽게 들리기도 합니다.
물론 정확한 뜻은 '씹을 할 놈'이지만, '씹팔'의 어두에도
'니미'라는 말이 붙음으로 해서 그 뜻은 한층 더 고약해지고 있습니다.
실례를 들어 '니미 씹팔 놈'(너네 어머니와 씹할놈)하면
너희 어머니와 성교를 한다는 말인데, 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천하에 몹쓸 욕인 것입니다.
이러한 욕은 절대로 사용치 말기를 간절히 당부 드립니다.
가히 전율이 느껴질만한 욕 입니다.
이 외에도 '니미 씹'(너네 어머니 성기)이나
'니미 뽕'(너네 어머니 성기를 열다)과 같이
'니미'가 들어가서 응용이 되는 욕도 몇 가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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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알쏭달쏭한 것이 '니미뽕'인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 '니미뽕'이 그져 '니네 어머니 방귀'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그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또한 상상하기 싫은 몹쓸 욕입니다.
뽕이라 하면 대부분 방귀나 뽕밭을 연상하겠지만 실제는 다른 뜻이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어떠한 것을 아주 끝장을 볼적에 '아예 뽕을 뽑는다'고 합니다.
술 자리에서도 '뽕을 뽑는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어떤여자를 완전히 정복할때에도 '그 여자를 뽕을 뽑는다'고 표현을 합니다.
또한 몹시 섹스에 굶주렸던 남자가 여자를 만나 섹스를 한 것을
'나 어젯밤 뽕을 뽑았다'라고 친구들에게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뽕'이란, 바로 성교를 몹시 심하게 한다는 것을 은어적으로 표현한 뜻입니다.
그러므로 '니미뽕'이나 '니기미 뽕'이란 (너네 엄마가 마구 성교한다)라는
아주 치욕스러운 욕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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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흔히 '니미 뽕' 할 때는 왼손가락을 둥글게 말아서 구멍을 표현하고
오른손가락이나 오른주먹을 그 왼손의 구멍을 표현한 곳에 '푹'하고 끼워넣는
제스쳐를 쓰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그런 제스쳐를 쓰는 사람을 보았거나 혹은 직접 써 봤을 것입니다.
꼭 '니미 뽕'하면서 그런 제스쳐를 쓰게 되는데 이는 바로 성교를 표현하는 행동인 것입니다.
때문이 앞으로는 이러한 못 된 욕들은 사용해서는 않될 것이며 혹여 주변에서
이러한 욕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바로 잡도록 노력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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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의 철학 *한국 욕에 대한 보고서*
72223김광태 [cosma]2004-10-07
http://bbs.catholic.or.kr/bbsm/bbs_view.asp?num=74942&id=170289&menu=4779

욕의 철학 [한국 욕에 대한 보고서]


1. 序論(서론)

말을 할줄 아는 사람들 가운데 아마 욕 한두 가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말을 배우는 어린 아이들 조차도 욕을 입에 담는 경우가 왕왕 있어 부모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기도 한다. 이렇듯 욕은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언어 수단이 되었다. 심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욕을 빼면 언어 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까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청소년층에 많이 있으며, 저학력, 저소득층 일수록 일상 생활에서 욕을 쓰는 빈도가 잦아진다. 그렇다고 고학력이나 고소득층, 소위 말하는 엘리트 계층의 사람들이 욕을 모르고 사는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욕을 입에 담곤 한다.
그렇다면 욕은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욕을 함으로 해서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까? 그리고, 또 우리가 쓰고있는 욕에는 어떤 종류의 것들이 있으며 자주 쓰는 욕과 그 사람의 심리 상태에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 욕을 하는 사람은 욕을 먹는 사람의 기분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며 상대방에게 어떤 심리적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 욕을 하는 것일까? 인간이 아니고서는 욕을 할 줄 모른다. 역설적으로 욕은 가장 인간다운 것이 아닐까? 이러한 욕에 대한 정확한 考察(고찰)을 통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미묘한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나아가서는 좀더 원만한 인간 관계를 유지하는데 굳이 이 글의 목적을 삼는다고 하겠다.
이 글의 草案(초안)은 본인이 1년 전에 결성했던 "辱友會(욕우회)"의 창단 취지에서 비롯한 것임을 밝히며, 현재 욕우회는 유명무실 그 뜻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음을 아울러 添言(첨언)한다.
그리고,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 글에서 다루어지지 않았거나 새로운 욕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들었을 경우 그 욕을 Hitel I.D copycom으로 mail을 통해서 해주기 바란다. 욕, 모르고 함부로 하는 것 보다는 정확히 알고 하지 않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2. 욕의 基本(기본)

욕에도 기본이 있을까?
이런 질문 자체가 愚問賢答(우문현답)인것 같기는 하지만 세상 모든 것에는 이치가 있으며 근본이 있듯이 욕에도 분명 기본은 있다. 物有本末 事有終始(물유본말 사유종시)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 욕의 기본은 바로 이 세상의 이치와도 부합되는 동양 사상의 주축인 二元論(이원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원론이란 무엇인가? 바로 陰陽(음양)의 조화로서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 이론이 아니던가. 구체적인 예로서 "좆"과 "씹"을 말하는 것이다.
욕 가운데 가장 많이 응용과 변형이 되고있는 것이 바로 이 "좆"과 "씹"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 하게도 二元論的(이원론적)으로 해석을 하면 이 "좆"과 "씹"은 욕과는 거리가 먼 단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왜 그런가를 밝히기 전에 먼저 국어사전에 명시된 이 단어의 뜻 부터 살펴보자.
좆 = 어른의 자지.
씹 = ①어른의 보지. ②성교.


위에서 보았듯이 辭典的(사전적) 의미로서의 "좆"과 "씹"은 어른의 性器(성기)를 나타낸 말이다. 그렇다면, 성기를 나타낸 말 가운데 이것 말고 다른말은 없었을까? 물론 아니다. "자지"나 "보지"라는 순 우리말 외에도 "陽物(양물)"이나 "陰門(음문)"이라는 소위 점잖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한자어도 있었다. 그런 단어가 있어 언어 소통에 불편함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좆"이나 "씹"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을까?


욕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좆"이나 "씹"은 동양 사상의 근간이 되는 음양이론에 있어서 각각 남자와 여자의 대명사가 된다. 음양이론을 토대로 해서 쓰여진 周易(주역)에서 남자는 陽(양)으로 표현되며 곧 하늘을 나타낸다. 그 반대편에 있는 것은 陰(음)으로서 땅을 표현한다.
하늘의 기운은 언제나 말라있어 건조하다. 하늘에 습기가 많아지게 되면 비가 내려 곧 그 습기를 없애버리는 것은 현대의 과학을 빌리지 않더라도 잘 알고있는 바이다. 옛날 사람들은 그래서 하늘로 대변되는 남자를 乾燥(건조)하다는 말에서 乾(건)자를 빼고 말라있다는 뜻의 燥(조)자를 상징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땅은 하늘과 반대에 있으면서 항상 축축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 축축한 기운은 이내 하늘로 올라가 다시 비로 내려오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땅 위나 땅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땅으로 대변되는 여자를 일컬어 축축하다는 뜻의 濕(습)자를 사용하게 되었다. 땅이 여자였다는 사실은 주역에 나오는 坤道聖女(곤도성녀)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으며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견되는 장승을 보더라도 하늘과 땅에 대한 부가설명이 필요 없을것 같다. 남자 장승은 天下大將軍(천하대장군), 여자 장승은 地下女將軍(지하여장군)이 아니던가?


아뭏튼 燥(조)자와 濕(습)자는 이런 연유로 각각 남자와 여자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고 그 뜻은 남자와 여자의 커다란 신체적 차이점인 생식기를 나타내는 말로 轉移(전이)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한동안 "조"와 "습"으로 불리우던 말은 세상이 끊임 없는 전쟁으로 시달리며 인심이 흉흉해지는 사이 激音化(격음화)를 통에 오늘날의 "좆"이나 "씹"으로 변화되어 왔고 각박해진 세태를 반영하듯 그 발음은 더욱 드세어지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한가지 더 추가적으로 말을 하자면 "씹"은 어른의 보지라는 사전적인 뜻 외에 性交(성교)를 나타내는 뜻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씹한다"라고 하면 곧 남녀간의 성행위를 말하는 것이 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왜 성교를 나타내는 말로 "씹"이 사용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예로부터 농경국가로서 父權(부권)중심의 씨족이 살아왔던 우리나라에서 남자의 상징인 "좆"을 제쳐두고 "씹"을 성교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한 점은 우리 민족이 성행위에 대해 다분히 메저키즘적 思考(사고)를 잠재의식에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될것이다. 이것은 또한 농경국가였기 때문에 특히 多産(다산)의 바램도 포함된다고 본다. 즉, 우리 민족의 성행위에 대한 잠재의식은 들이 밈이 아니라 받아들인다는 수동적 의미로서, 또한 "좆"을 삽입함으로서 母胎 歸屬本能(모태 귀속본능)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의미도 될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개국설화인 단군신화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잘 아다시피 단군은 熊女(웅녀)의 아들로서 신화에서는 곰의 자손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설화이기는 해도 어찌 곰이 사람이 될 수 있으며 그 곰이 낳은 자식이 한 나라의 始祖(시조)가 될 수 있겠는가.
단군신화에서 말하는 웅녀는 곰이 아니라 땅의 신을 섬겼던 부족장의 딸로 생각되어 진다. 여기서 곰은 곰(熊)이 아니라 우리말의 땅에 해당하는  이고 발음이 같은 동물의 곰으로 표현된것으로 보아진다. 갓난아이가 태어나면 대문 밖에 걸어놓는 줄을 우리는 금줄이라고 하는데 이는 땅의 신을 섬겼던 웅녀의 후예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이렇듯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땅은 특별한 의미를 지녔으며 그 의미는 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잠재의식 속에 면면이 담겨져 있다.


**단군신화에 대한 더욱 자세한 자료는 정신세계사에서 펴낸 임승국씨가 번역한 "桓檀古記(한단고기)"를 참조하기 바람.
이제까지 우리는 욕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좆"과 "씹"에 대해서 알아 보았고 다음 장에서는 "좆"과 "씹"이 사용, 응용되어지는 구체적인 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3. "좆"이 사용된 욕
지난 장에서 "좆"과 "씹"은 욕의 기본이라는 설명을 마쳤다. 이제부터는 이 "좆"과 "씹"이 어떻게 욕의 기본이 되는가에 대해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 중의 하나가 "씹새끼"나 "좆같네"라는 욕일 것이다. 욕의 고전이라고 해야할까? 그럼 이제부터 "좆"이 들어가는 욕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겠다.



① 좆같네. 좆같이. 개 좆이다.

"좆같네"나 "좆같이"는 어떠한 상황이나 어떠한 모양이 좆과 같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좋지 않은 상황이나 모양을 가리켜서 하는 욕으로서 잘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쓰이기도 한다. 이렇듯 모양이 좆과 같다는 것이 욕이 된 연유는 아무래도 예로부터 생식기, 특히 남성의 性器(성기)가 터부시 되어왔다는데 있다. 그 예로서 욕 가운데 "씹같네"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개 좆이다"라는 욕도 비슷하게 쓰이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아주 천하게 여겨졌던 개의 좆과 동일시 함으로해서 사람의 좆보다 더 심한 모멸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 욕에 대한 대응으로서 "좆이 갓이면 쓰고 다니지"라는 말도 있다. "좆같다"에서 "같"자를 쓰고다니는 갓으로 해석을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이 욕을 변형시켜 한가지 제안을 한다면 "좆같다"를 "珠玉(주옥)같다"로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발음상으로는 "좆"을 연상시키지만 뜻은 아주 깨끗한 이미지이다.



② 좆나게 ~ 하네

이 욕은 형용사의 앞에 주로 쓰이며 대부분은 사용되어지는 형용사를 극대화 시켜준다. "좆나게 크다""좆나게 더럽다""좆나게 춥다" 등등으로 쓰이고, "좆같이"에서 파생된 욕인듯 하며 비교적 형용사를 최상급으로 만들어 주는 것으로 보아서는 "좆 물이 나올 정도"의 줄인말로 보아진다. 성교시 精液(정액)이 나올 정도가 된다면 그 성기의 상태를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③ 좆만한 새끼

상대방을 아주 작게 卑下(비하)시키는 욕이다. 또는 어떤 물건에 대하여 아주 작게 표현을 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좆나게 ~ 하네"와는 크기상으로 비교해 볼때 반대로 쓰이기도 하며 더 극단적으로 작은 표현에는 "쥐 좆만한 것"이 쓰이기도 한다.



④ 좆까라. 좆까고 자빠졌네. 좆지랄 까네. 좆까라 마이신.

"좆까라"라는 욕은 동양권에 속한 우리나라 남성들의 性器(성기)가 포경수술을 받지 않았을 경우 대부분 완전 包莖(포경)이거나 반 包莖(포경)이라는 점에서(포경은 순 우리말로 우멍거지라고도 한다.) 좆이 까짐, 즉 성인 자지의 귀두가 껍질에서 벗겨짐을 가리켜서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남성의 성기가 성적 흥분상태에서 勃起(발기)됨을 일컫는다. 발기란 자지의 해면체 내부의 모세혈관이 충혈하여 팽창, 강직해지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鼓子(고자)가 아닌 남성이라면 지극히 정상적인 일로서 성교를 행하기 전이나 성적으로 흥분상태에 이르게 되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성교나 성적 흥분이 되지 않는 상대방에게 "좆까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 성기를 꺼내들고 귀두를 껍질에서 벗겨 내라는 말이다. "좆까고 자빠졌네"도 이와같은 욕이다. 단지 누워있다는 말만 덧붙여진 욕이라 하겠다. 이 욕에 대한 대응으로서 이런 말이 있기도하다. "내 좆이 다마네기 좆이냐? 깐좆 또 까게?" 여기서 다마네기라 하면 양파의 일본 말이다. 양파의 껍질은 까도까도 또 나온다는 착상에서 이런 댓구가 만들어진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좆지랄 까네"를 해석해 보면 자지를 가지고 지랄을 한다는, 즉 手淫(수음) 속된 말로 딸딸이를 친다는 말이 된다.
"좆까라 마이신"은 "좆까라"와 性病(성병)에 특효약인 마이신을 결합시킨 욕으로 너의 자지가 성병에 걸렸다는 말이기도 하다. 외간 여자와 성행위를 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이런 욕설을 한다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할까. 이만하면 가히 욕도 세계적인 수준이 아닐까 생각하는 바이다.



⑤ 좆뺑이 치네.

이 욕은 아주 힘든 일을 할때나 힘들었던 일을 끝마치고 나서 그 상황을 일컬어 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좆으로 팽이를 돌렸다는 말이다. 상상을 해보면 그런 일이 얼마나 힘든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듯 하다. 손으로 팽이를 돌려도 힘이 드는 일인데 "좆"으로 돌린다니 얼마나 힘이 들까? 어떻튼 말로나마 성기를 이렇듯 酷使(혹사)시키는 민족은 우리나라 말고는 또 없을 게다.
"좆뺑이"에서 "뺑이"를 팽이가 아닌 ~뱅이(어떤 습관이나 성질, 모양 등으로서 그 사람을 낮게 이르는 말. 주정뱅이. 가난뱅이. 앉은뱅이 등등)가 변한 격음화 현상으로 해석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욕의 쓰임새로 보아서는 팽이로 보는게 옳을듯 하다. "뺑뺑"이라는 단어의 이미지에서 풍기는 "돈다는" 의미와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⑥ 좆빠는 소리 하네.

이 욕은 에로틱한 성애의 심볼인 숫자 69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숫자는 남녀가 서로 거꾸로 포개져 口腔(구강)섹스(Oral sex)를 하고있는 형태로서 조금 동떨어진 얘기지만 오래 전 李箱(이상)이라는 시인이 경영했던 까페의 이름이기도 하다.
보통 이 욕을 남자에게 하면 동성연애(Homo)를 한다는 말이 되고, 여자에게 한다면 물론 오랄섹스를 한다는 말이 된다. 어떻튼 옛날부터 이 욕은 口傳(구전)되어 왔고, 그렇게 본다면 서양 문물이 들어오기 전에도 우리 조상들은 오랄섹스를 즐겨 왔던게 틀림없다. 단지 성에 대한 모든 것을 너무 숨기고 비밀스럽게 취급을 하다보니 이렇듯 성에 대한 욕설이 난무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생각으로 이조 말 철종 때 김삿갓(본명 김병연1807~1863)이라는 사람이 지금 얘기하는 오랄섹스에 대한 일화를 한토막 남겨놓은 것이 있어 잠시 소개를 하고 지나갈까 한다.


이름하여 嚥乳三章(연유삼장).

父嚥其上 (부연기상) 시아비가 그 위를 빨고
婦嚥其下 (부연기하) 며느리가 그 아래를 빠니
上下不同 (상하부동) 위와 아래는 같지 않으나
其味則同 (기미즉동) 그 맛은 아마 같았으리라

父嚥其二 (부연기이) 시아비가 그 둘을 빨고
婦嚥其一 (부연기일) 며느리가 그 하나를 빠니
一二不同 (일이부동) 하나와 둘은 같지 않으나
其味則同 (기미즉동) 그 맛은 아마 같았으리라

父嚥其甘 (부연기감) 시아비가 그 단것을 빨고
婦嚥其酸 (부연기산) 며느리가 그 신것을 빠니
甘酸不同 (감산부동) 달고 신것은 같지 않으나
其味則同 (기미즉동) 그 맛은 아마 같았으리라.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불륜의 관계를 詩(시)로 표현한 김삿갓의 재치가 번득이는 절묘한 작품이다. 아니, 이것은 작품이라기 보다는 시 그 자체로서 바로 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뭏튼 그 당시 불륜의 관계이기는 하지만 성행위에 있어서 애무의 농도가 이정도의 것이라면 가히 포르노 영화가 판을 치고 있는 현대보다 성적 기교에 있어서 한 수 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위 시에서 나타내는 "上(상)""二(이)""甘(감)"은 며느리의 젖을 말하며 "下(하)""一(일)""酸(산)"은 시아버지의 性器(성기)를 뜻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좆"을 사용한 욕들에서는 하나같이 겉으로 들어 내놓고 말하기는 민망스러운 표현들로 가득하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서 확실히 우리 민족은 여지껏 性(성)에 대해서 너무 은폐 시키려는 경향이 두드러지는것 같다. 앞으로 우리는 이런 점을 고려해 성을 수치가 아닌 떳떳한 인간 생활의 한 방편임을 깨닫고 올바른 성교육을 통해 이런 욕들을 하나씩 도태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그럼 "좆"에 대한 욕은 여기서 접도록 하고 다음 장 부터는 "씹"자가 들어간 욕에 대해서 알아 보도록 하겠다.



4. "씹"이 사용된 욕

"씹"자가 들어간 욕에서는 그 뜻이 "어른의 보지"와 "性交(성교)" 이렇게 두가지로 나누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욕의 語頭(어두)에는 "니미"나 "니기미"라는 말이 주로 붙여지게 되는데 이 "니미"나 "니기미"라는 말은 니네 어미, 즉 너의 어머니의 줄인 말로 그 뜻을 가만히 살펴보면 다른여타의 욕보다 더욱 심한 치욕적인 모멸감을 상대방에게 안겨주는 그런 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기에 이런 욕은 정확히 그 뜻을 파악하고 상대에게 돌아갈 그 수치스러운 치욕감이 입장이 바뀌어 내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서 아무리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다고 하더라도 쓰지 않는것이 좋을듯 싶다. 특히 습관적으로 이런 욕을 자주 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것은 明若觀火(명약관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누워서 침 뱉기라고나 할까?
그럼 이제부터 실제적으로 사용되어지는 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는데, 그 전에 "니미"라는 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는 의미에서 "씹"자는 안들어 가지만 그 뜻이 거의 비슷한 한 가지 욕부터 알아 보도록 하자.



① 지미 붙을 놈. 제미 붙을 놈.

"지미 붙을 놈"이라는 욕은 주로 옛날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종종 사용하였던 것인데 비교적 그 억양은 다른 욕에 비해서 부드럽긴 하지만 뜻은 그와는 정반대로 아주 치욕적이다. 여기서 "지미"는 "니미"와도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로서 "지 에미", 즉 너의 어머니를 줄인 말이다. (영화배우 김지미를 떠올리기 쉬우나 여기서의 의미는 김지미가 절대 아님.) 이 욕은 또 "제미 붙을 놈"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 뜻은 "지미"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어머니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이 말이 무엇인가? 너의 어머니와 붙는다는 얘긴데, 그 말은 바로 너의 어머니와 性交(성교)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서양의 신화 가운데 오이디푸스라는 자가 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몸을 섞었다고는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제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오이디푸스는 괴로움에 못이겨 자신의 눈을 파내고 고통스러워 하다가 결국은 미쳐 죽어버리고 말았지 않는가. 하물며 제 어미라고 알려 주면서 붙으라고 하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말인가. 농담이라도 이런 말을 듣고나서 기분 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떻튼 이 욕은 서양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동양적으로 克明(극명)하게 설명해 주는것 만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니미"라고 욕을 하는 사람의 심리상태는 다분히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 싶다. 역설적으로 유아기나 유년기에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이 이 욕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자기만족을 얻는 것이라 분석할 수 있겠다. 성인이나 스스로 성인이라 생각하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어린 아이처럼 "엄마"라고 부를 수 없는 입장이고 보면 "니미"라는 이 욕을 통해 사랑의 결핍으로 인한 욕구 불만을 해소 시키려는 인간의 메카니즘적 요소가 깔려 있다고 하겠다.
이것으로 "니미"라는 말의 분석은 끝났고 이제부터 "씹"자가 사용되어지는 욕의 구체적인 분석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② 씨발. 씹팔. 씹빨. 씹알.

이 욕처럼 여러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드물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 욕이 습관적으로 입에 배서 혼잣말로 중얼거릴 때도 서슴없이 이 욕을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사람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판단하는 사람의 자유이다. 그렇지만 좋은 인상이 심어질 리는 만무하지 않겠는가? 어떻튼 이욕은 발음상 네 가지 뜻으로 나뉘어진다.
보통 이 욕은 "씨발"이라고 가장 많이 쓰는데 이 뜻은 辭典的(사전적) 의미의 두번째 것, 즉 "性交(성교)를 하다"라는 뜻의 "씹할"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씨발놈"또는 "씨발년"이라고 하면 성교를 할 놈이라는 말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욕은 아닌것 같기도 하지만 性(성) 그 자체를 비밀스럽게 여겨왔던 우리 민족에게는 드러내 놓고 "씹할"이라고 하면 당연히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씹"도 하고 싶을 때 해야 좋은 것이지 아무 때나 이 놈 저 놈과 성교를 갖는다면 동네를 배회하는 개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이 욕 앞에 주로쓰이게 되는 "니미"라는 말이 붙게 된다면 천하에 몹쓸 욕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욕보다 억양이 좀 세게 들리는 "씹팔"은 말 그대로 "씹"을 판다는 것이다. 숫자로 18이라고 쓰이기도 하는 이 욕은 여성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치욕적인 말이 되는 것이다. 賣春婦(매춘부)라는 얘기인데 청량리 588번지 사창가의 직업여성도 아닌 사람에게 "씹"을 팔라는 것 만큼 또 치욕적으로 들리는 말은 없을듯 하다. 매춘을 인류 최초의 직업이라고 反問(반문)을 제기하며 떳떳한 직업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겠느냐는 사람도 있겠는데 아직 우리나라의 윤리관으로서는 어려운 얘기다. 물론 매춘을 지금과 같이 사회의 必要惡的(필요악적)인 존재로서 놓아두는 것도 에이즈가 확산되는 이 마당에서는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문제는 지금 말하고 있는 욕과는 거리가 먼 관계로 다음 기회를 빌어 말하기로 하고 계속해서 다음 욕을 살펴 보겠다.
"씹빨"은 독립적으로는 그렇게 많이 쓰이고 있지는 않지만 語頭(어두)에 붙여지는 "니미"와 맞물려서 "니미 씹빨고 있네" 등으로 쓰여지고 있다. 이 욕은 "좆"자가 들어가는 욕 가운데 "좆 빠는 소리하네"와 그 뜻이 一脈相通(일맥상통)하고 있다. 단지 "니미"라는 단어가 이 욕을 더욱 욕스럽게 해주고 있을 뿐이다. 차라리 이런 욕을 굳이 쓰겠다면 성애의 심볼, 또는 Oral Sex의 심볼이라고도 말 할 수있는 69를 따서 "육구하고 있네" 정도로 표현해 주면 어떨까 생각 한다. 물론 그 반대는 96이다.
끝으로 "씹알"이라고 발음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어찌보면 道(도)를 깨닫는 이치와 부합이 되는듯 하다. "씹"을 안다, 즉 "씹을 터득한다"는 것으로 2장 욕의 기본 에서 밝혔듯이 "씹"은 여성을 의미 하기도 하며 땅을 의미 한다고 했다. 땅이란 중복되는 이야기 같지만 세상의 만물을 담고 있는 그릇과 같은 의미로서 陰(음)에 해당된다. 다시말해 "씹알"이라 하면 음양의 이치 가운데 음의 이치를 깨우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로서 세상의 섭리를 깨우친다는 조금은 비약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완전한 도를 깨우치기 위해서는 음의 이치뿐 아니라 양의 이치까지도 깨달아야 하는 과정이 있다. 양의 이치까지 터득을 한다면 天氣(천기)를 알 수 있다는 말인데, 그 정도가 되면 그야말로 진정한 "道士"가 되는것이 아닐까. 아니, 그렇게 된다면 이 세상의 어떤 이름으로도 불리기를 거부하는 '그 무엇'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道(도)란 이미 진정한 의미로서의 도가 아닌 것이기에 뭐라 이름을 붙일 수가 없는 것이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그러니 "씹알"이라 하면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라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바꿔 말하자면 세상의 이치에 대해 반쯤 도사가 되라는 권유인 셈이다.
이제 이 글에 대해서 정리를 하기에 앞서 당부를 한 가지 해야겠다. 항상 이 글을 읽고난 뒤에는 두 귀를 맑은 물로 씻어주기를 당부한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혹시 이 글을 소리내서 읽었다면 당연히 양치질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蔽一言(폐일언)하고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이렇다. "씨발"이나 "씹팔""씹빨", 아니 "씹빨"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있었으니 생략하도록 하고, 남은 두가지 욕 앞에 붙는 접두어는 언제나 "니미"가 된다. 물론 독립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非一非再(비일비재)하다. 특히 사투리로 발음되는 "씨발놈"은 "씨부럴놈"으로 그 억양에 있어서 사뭇 표준말의 욕보다 더 욕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또한 "씹팔"의 어두에도 "니미"라는 말이 붙음으로 해서 그 뜻은 한층 더 악화 되어지고 있다. 實例(실례)를 들어 "니미 씹팔 놈"하면 너희 어머니의 씹을 판다는 말인데 과연 어떤 자식이 어머니의 "씹"을 팔 수 있을까. 가히 戰慄(전율)이 느껴질만한 욕이다.

이 외에도 "니미 씹"이나 "니미 뽕"과 같이 "니미"가 들어가서 응용이 되는 욕도 몇가지 있다.
여기서 "니미 씹"이라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네 어머니의 性器(성기)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니미 뽕"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부가 설명이 필요할것 같다. "니미"는 이제 무얼 말하는지 잘 알 것이고, "뽕"이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방귀소리를 연상하게 된다. 그렇다면 "니미 뽕"은 그저 너희 어머니의 방귀소리라고 해석 해야할까. 그런것은 아닌듯 싶은게 욕으로서 그 의미의 강도가 좀 낮다고 보여진다. 그럼 나도향의 소설에 나오는 식물로서의 "뽕"이라고도 보아지는데 하기야 뽕나무 밭에서 벌어졌던 은밀한 일들 하고도 전혀 상관이 없는것은 아닌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욕에서 등장하는 "뽕"은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즉 너희 어머니의 신임을 얻지 못하는 사람으로 다시 말하자면 너희 어머니의 콧방귀라고나 할까? 콧방귀의 방귀에서 방귀소리인 "뽕"이 연상되어 쓰여진 것으로 보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이런 해석으로도 "니미 뽕"이 욕인게 오죽 못났으면 저를 낳아준 어머니에게도 콧방귀를 들을만큼 신임을 얻지 못했냐는 질책의 소리인 것이다. 살인범인 자식을 둔 어머니도 그 자식에 대해서 만큼은 믿는다는데 그런 어머니에게서 조차 믿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에 살아있을 가치가 있을까. 그래서 욕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③ 니미 씹물에 밥말아 먹을 놈.

이 욕은 상대방에 대한 輕蔑(경멸)의 수준이 과연 어디까지 낮아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 쐐기를 박듯 그 응용성에 있어서 저급의 극치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껏 진행되어 왔던 餘他(여타) 욕의 설명으로 이 욕의 의미는 충분히 알 수 있을것 같기에 별도의 해석이 없이 다음 욕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④ 씹새끼.

이 욕도 욕의 대명사라 할 만큼 많이 쓰이고 있는 욕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다른 의미로 이 말의 뜻을 풀이 하자면 욕이라고 말 할 수 없을것 같다. 왜냐하면 이 세상 어떤 사람이건 어머니의 "씹"에서 나온 "씹새끼"가 아닌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니미 씹새끼"하면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 말이 욕으로 바뀌었으며, 이런 욕을 들으면 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일까?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욕으로서 이 말을 듣기 때문에 當沿之事(당연지사)다.
그럼 왜 이 "씹새끼"라는 말이 욕이 되었을까. 帝王切開(제왕절개) 수술로 세상에 태어난 사람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까?
제왕절개 수술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건 自然分娩(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사람이건 세상 사람 중에 99.9%는 "씹"과 연관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너나 할것 없이 싫든 좋든 간에 어머니의 子宮(자궁)에서 280일을 양수속에 있었으며 양수와 함께 어머니의 陰門(음문)을 통해 세상 구경을 하게된 것이다.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精子(정자)가 다른 경로를 통해 어머니의 난자와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험관 아기라면 다르지 않겠냐고 묻는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지금 하고있는 얘기는 보편적인 것이지 그런 특수한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묵살하고 넘어가겠다.
주제와는 약간 거리감이 있기는 하지만 세상 사람이 모두 "씹새끼"라고 인정 하는데 도움이 되는 얘기 하나를 하겠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개구쟁이 꼬마를 골려주려는 속셈으로 너는 어렸을 적에 저기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하는 말이 있다. 물론 이 말은 아주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던 아이들 골려먹기의 常用手段(상용수단)이다. 이 말을 듣고 울지 않는 꼬마는 아마 드물것이다. 그만큼 어린이에게 있어서 어머니에 대한 情(정)이 깊다는 것이다. 그럼 이 말에서 가리키는 "저기 다리 밑"이라는 곳은 어디일까? 이 말을 듣고 울움을 터뜨린 아이들이 모두 장성을 하게되면 그곳이 어디라는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게된다. "다리 밑"은 바로 어머니의 다리(脚) 밑이고, 주워 왔다는 것은 어머니의 음문을 통해 나왔다는 말이다. 다르게 해석을 하면 그 아주머니들은(아주머니에 복수명사를 쓰는 이유는 이런 말은 항상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상황 아래서만 나오기 때문임.) 어린 아이를 상대로 淫談悖說(음담패설)을 즐겼다고도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들 주변에는 사람들 모두가 "씹새끼"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말들이 많다.
그런데, 왜 "씹새끼"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상할까?
그것은 어려서부터 정이 많이 들고 절대적 사랑의 대상인 어머니를 그것도 인간이 노출하기를 꺼리는 恥部(치부)를 가리켜 노골적으로 卑下(비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자신을 깍아 내리는 말로 "새끼"라고 하니 과연 듣는 사람이 기분 좋을 리 없겠다. 어머니를 깍아 내린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逆說的(역설적)으로 이런 욕을 하는 底意(저의)는 상대방 어머니의 치부를 함부로 발설함과 동시에 상대방의 출생까지 격하시킴으로서 자신이 모든 면에 있어서 한 수 위라는 자기우월감을 잠재의식 속에서 만끽하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이 욕을 복수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야, 이 씹새끼들아!"하면 다수의 사람, 또는 세상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싸잡아 罵倒(매도)하는 것이다. 아니면, 그 반대의 해석으로 스스로 自虐(자학)하는 의미로서 풀이 할 수 있다. 세상에 대한 불만이나, 또는 어떤 집단에 대해 강한 스트레스를 받음으로서 폭발하는 울분을 특정 대상보다 더 광범위하게 싸잡아 넣고 이런 욕설을 퍼부어 화를 삭히는 경우이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어쩌면 이 "씹새끼"라는 욕은 인간의 메카니즘(Mechanism)적인 요소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지기도 한다.
참고로 "새끼"라는 말의 어원은 '시아기'(시아우의 사투리)가 변하여 이루어진 말로서 다시 말하면 남편의 아우 곧 시동생을 가리켰지만 오늘에 와서는 자식이나 어린아이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 되었다.



⑤ 씹창나다.

이 욕의 의미는 두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하나는 혼쭐을 내준다는 뜻으로 "좆나게 팬다"는 의미와 같고, 하나는 폭로한다, 또는 발설한다는 의미의 隱語(은어)로 쓰이고 있다.
전자의 경우 "씹창"에서 "창"은 瘡疾(창질), 즉 한의학에서 말하는 梅毒(매독)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 병은 무수히 많은 남자와 성관계를 가짐으로서 걸리게 되는데 만성성병으로 자손에게까지 유전이 되는 아주 더러운 병이다. 욕으로서 "씹창"을 낸다는 말은 매독이 걸릴 정도로 무수히 많은 남자와 성관계를 가진것 만큼 구타를 가해 상대방의 꼴을 매독에 걸린것 같이 더럽게 만들겠다는 의미이다.
후자의 "씹창"에서 "창"은 마주 뚫린다는 말로서 "씹"을 뚫어 버리겠다는 의미이다. 여성의 성기가 구멍으로 轉移(전이)되어 나타나고 있는 인간의 잠재의식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라 하겠다. 아마 이런 연유로 남성들의 놀이에는 구멍에 어떤 것을 집어 넣음으로해서 승부가 나는 게임이 많은 모양이다. 사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구슬치기에도 구멍이 있고, 당구나 골프도 구멍에 볼을 넣음으로 해서 승부를 가리는 운동이지 않는가?
어떻튼 한가지 인정할 것은 욕에서 만큼은 인간의 假飾(가식)이 전혀 섞여있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이 그대로 말에 묻어 나오는 것은 아마 욕 밖에는 없지 않을까? 하기야 조금이라도 가식이 섞여 있다면 욕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⑥ 희쭈그리.

이 말은 욕이라기 보다는 隱語(은어)로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 뜻은 아주 누추하거나 남루한 모습을 빗대어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그 語源(어원)이 "씹"에서 발생을 하였기에 욕의 범주에 넣은 것이다. 다시말해 "희쭈그리"의 "희"는 "씹"이 변한 말로서 원래의 말은 "씹쭈그리"이다. 이는 "씹"이 쭈그러 들었다는 말로 情事(정사)후 보지가 쭈그러들어 보기싫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우리 말이 변천을 거듭하면서 격음화 현상은 많이 겪게되지만 이 말에서와 같이 오히려 "씹"에서 "희"로 순화되는 경우는 못보았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이 말이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닌것으로 짐작되며, 한 가지 "희"자로 바뀐것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할까 한다.
"희쭈그리"의 "희"는 "희다"에서 왔고, "희다"는 "해(陽)"라는 명사에서 바뀐 형용사로서 한자로는 白(흰 백)이라고 쓴다. 이 글자의 형상을 가만히 보면 해를 뜻하는 日(일)자 위에 햇빛을 내려그은 모양이다. 그러므로 해는 우리 민족이나 중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흰색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매우 길(吉)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표현에 있어서 흰색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보통은 핏기가 없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희뜩거리다. 흰수작. 희멀겋다. 희읍스름하다. 등등)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지만 이 욕에서는 안좋은 뜻으로서의 "희"를 "씹"에 대입 시킨것으로 보인다. 陰毛(음모)가 없는 여성의 성기를 "빽(白)보지"라하고 그런 여성과 성교를 하면 3년간 재수가 없다라는 俗說(속설)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도 "씹쭈그리"의 "씹"이 "희"로 변한것은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참고로 "빽보지"는 순 우리말로 "밴대보지"라 하고, 여성끼리의 동성연애는 "밴대질"이라 한다.



⑦ 엿먹어라.

이 말은 상대방에게 골탕을 먹으라고 하는 소리다. 또는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한 채 그 사람의 말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의도가 담겨있는 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욕이 왜 여기에 소개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 욕에서의 "엿"이 바로 "씹"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잘 알고있다싶이 여성의 성기인 "보지"나 "성교행위"를 나타내고 있는 "씹"은 다른 여러가지 은어로서 불리워지고 있기도한데 이 욕에서의 "엿"도 바로 그런 은어 가운데 하나이다.
예로부터 口傳(구전)으로 전해 내려온 은어로서의 "엿"은 다름아닌 남사당패 사이에서 "씹"으로 통해졌던 것이다. 그것이 오늘에까지 이르러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것이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엿먹어라"하면 보지를 먹어라, 또는 보지를 빨라는 뜻이 된다. "씹빨"이나 "좆빠는 소리하네"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있는 욕이라 하겠다. 단지 이 욕은 전문 집
단의 은어로 포장을 하고있을 뿐이다.

참고: "씹"의 어원으로 種口(종구), 즉 "씨의 입"으로 해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 해석은 씨(정자)를 먹어 생명을 孕胎(잉태)하는 신성한 곳이 바로 "씹"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음이 있으면 양이 있듯이 이에 상응하는 양에 대한 추가 설명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5. 身體(신체)에 관한 욕

신체에 관한 욕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로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신체(외관)에 관한 것이고, 둘째로 신체 중에서도 內臟(내장)에 관한 것이며, 세째로는 상대방 건강에 대한 혹독한 詛呪(저주)이다. 이렇게 세가지로 분류를 한것은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편의상의 분류일 뿐이고 그 공통점은 다분히 상대에 대한 詛呪(저주)가 깃들여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욕이라는 특수어가 아니고서는 좀체로 다루기 힘든 주제이기도 하다.
"좆"이나 "씹"자가 들어간 욕에서는 상대의 수치심이나 치욕감을 느끼게 했다면 이제부터 설명하려는 욕에서는 좀 다른 차원의 느낌을 전하게될 것이다.
그럼 이번 章(장)부터는 신체에 관한 욕이 실제적으로 쓰이는 예를 들어가면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한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읽고 한국인의 욕을 통해서 가장 한국적인 한국인의 정서를 탐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① 가랑이를 찢어 죽일년.

이 욕은 주로 여성이 여성에게 퍼붓는 욕설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말만 들어도 섬뜩해지는 이 욕은 여성이 자신의 남편과 정을 통한 여자, 즉 남편이 바람을 피운 상대 여성에게 주로 사용하는 욕으로서 남편의 性器(성기)를 받아들인 보지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섞여있는 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처녀들끼리 이 욕을 남용하는 것은 욕을 한 스스로에게도 어느 정도의 욕됨이 인정되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이 욕과 비슷하게 쓰이는 욕으로는 앞으로 다루어지게될 "조선시대 형벌이 사용되어진 욕"에서 소개될 "주리를 틀년"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② 염불 빠진년.

이 욕 역시 여성에게 국한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남성에게는 염불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염불은 스님들이 외는 念佛(염불)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있는 일종의 병으로서 자궁이 음문 밖으로 비어져 나온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염불이 빠지게되면 어기적거리며 걸음을 잘 걷지 못할 뿐 아니라 그 모양이 아주 보기 흉하다.
염불이 빠지는 이유로는 선천적으로 자궁이 약한 경우도 있지만 출산 후 힘든 일을 했을 때도 이런 증상을 보이게 된다. 또한 과다한 房事(방사. sex)로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런 증상이 있는 여성은 임신을 해서도 유산될 확률이 높다. 흔히 옛날 어른들은 이런 증상을 가리켜 "밑이 빠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욕으로 쓰일 때는 직설적으로 "염불 빠진년"이라고 가차없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③ 채신머리 없는 놈.

채신 또는 치신은 處身(처신)을 얕잡아 일컫는 말로서 "채신머리 없다"고 하면 언행이 경솔하여 남을 대하는 위신이 없으며, 소견이 좁고 인정도 없다는 말이 된다.
"채신머리"에서 "머리"는 여러가지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뜻하는 머리는 신체 부위로서의 頭部(두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앞 단어의 뜻을 格下(격하)시키는 의미로서 쓰여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말로서 "人情(인정)머리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인정이 없다"와 비교해서 그 뜻을 음미해 보면 같은 인정이라도 전자와 후자의 것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동물의 수를 세는 "마리"라는 단어는 "머리"에서 파생된 말로서 정확한 의미는 동물의 머리를 나타낸다. 흔히 여럿이 모여 술을 마시러 가거나 어떤 모임을 가질 때 회비를 걷게 되는데 이때 사람의 수를 "頭當(두당)"으로 헤아리곤 한다. "두당 오천원"이니 "두당 만원"이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 마치 동물의 마릿수를 헤아리는것 같아 기분이 언잖아지곤 한다.



④ 비루먹을 놈.

이 욕은 앞으로 다루어지게 될 "직업에 관한 욕"에 있는 "빌어먹을 놈(비럭질 할 놈)"이라는 욕과 그 음이 비슷하나 뜻은 서로 다르다.
비루는 개나 말, 나귀등 가축에 걸리는 피부병의 일종으로 이 병에 걸린 가축은 아주 지저분하고 추하게 보인다. 비루먹는 것은 이 병에 걸린다는 말이다.
그러니 사람에게 "비루먹을 놈"이라고 하면 역시 욕이 된다.



⑤ 염병할 놈.(옘병할 놈)

염병은 장티푸스(장질부사)나 전염병을 나타내는 말이다. 장티푸스는 잘 알다시피 법정 전염병의 하나로서 장티푸스균이 창자를 침범하여 생기는 全身病(전신병) 가운데 하나이다.
전염 경로는 주로 입이며, 전염된지 1~2주일이 지나야 증세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몸이 피로하고 머리나 허리가 아프며 열이 난다. 열은 점점 높아지고 이 고열은 2~3주일째 계속되며 헛소리를 隋伴(수반)한 장미빛 발진과 설사를 하게되며 염통이 약해지고 창자가 터져 피가 나오는 등 매우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병이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므로 격리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이야 왁찐이 개발되어 미리 예방도 할 수 있어서 그리 큰 병으로 생각되지 않지만 옛날에는 이 병을 앓다가 죽는 경우도 非一非再(비일비재)했다.
그리고, 이 병은 땀을 내야 났는 병이기도 해서 "땀을 낼 놈"이라던가 "염병 앓다 땀도 못내고 죽을 놈"이라는 욕들이 파생되기도 했다.
과연 염병 앓다 땀도 못내고 죽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고 이런 욕이 생겼는지 자못 궁금하다.
이렇듯 상대에 대한 저주가 가득찬 욕임에도 불구하고 이 욕이 세간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심이 각박해졌다는 말이 아닐까. 하기야 요즘같이 장티푸스에 걸리더라도 어렵지 않게 치료하는 세상에서 "염병할 놈"은 심한 욕이라고 할 수는 없을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원에 있어서는 무서운 저주의 뜻이 숨겨져 있으므로 역시 욕은 욕이라 하겠다.
이 욕을 굳이 현대식으로 해석을 하자면 "AIDS 걸릴 놈"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⑥ 병신 육갑하네.

病身(병신)의 辭典的(사전적) 의미는 불구자나 병든 몸, 또는 智力(지력)이나 재질이 변변치 못한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지금 이 세상 사람들 가운데 병신이 아닌 온전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단지 불구자가 아니라고 온전한 사람이라 말 할 수 있을까? 육체적인 병신보다 마음이 병신인 사람이 이 세상에는 더 많다. 서로 私利私慾(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서 헐뜯고, 싸우고, 죽이고,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려고 語不成說(어불성설)을 늘어 놓는가 하면 一身(일신)의 안녕과 가족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蔓延(만연)하는 이기주의. 이런 세상에서 사는 사람은 모두 병신이다. 진정으로 온전한 사람도 병신들의 세상에서는 병신이다.
이렇게 병신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이 욕은 욕이라는 의미로서 보다는 철학적인 의미로서 해석을 하고싶을 따름이다.
병신이 六甲(육갑)을 맞았으니 이것은 치욕이다. 병신으로 그리 오래 살았으니 세상이 얼마나 오염이 되었을까. 또 얼마나 많은 병신들이 육갑을 향해 달리고 있을까.
병신들 육갑 떨고있네.



⑦ 肝(간)이 쓰여진 욕.

간이 쓰여진 욕을 알아보기 전에 간단히 간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것 같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간은 臟器(장기) 외에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기도 한데, 먼저 장기로서의 간에 대하여 한의학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양의학 보다 한의학을 논하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민족의 의식 속에는 한의학이 더 깊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의식을 분석하자면 아무래도 한의학을 약간이라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한의학의 기본은 陰陽五行(음양오행)에 있다. 그리고, 오행에서 간은 木(목)에 해당한다. 목에 해당되는 다른것을 알아보면 이렇다.
五味(오미)=酸(신맛), 五色(오색)=靑(푸름), 五氣(오기)=風(바람), 時令(시령)=春(봄), 六腑(육부)=膽(쓸개), 五官(오관)=目(눈), 五體(오체)=筋(근육), 五志(오지)=怒(성냄), 發展過程(발전과정)=生(생).
이것을 풀이 하자면, 봄에 초목이 發芽(발아)하며 生長(생장)을 시작하고, 발랄 생기가 나서 청색을 나타낸다. 生長化收藏(생장화수장) 가운데 生(생)의 단계는 기후의 변화로는 바람이 많고, 인체에 결합 시키면 肝臟(간장)은 순조롭게 뻗어남을 좋아하므로 春(춘)과 木(목)의 性狀(성상)을 상징한다. 五臟(오장)중의 간은 육부중의 膽(담)과 表裏(표리)의 관계를 이루어 간은 눈에 開孔(개공)하며, 五體(오체) 중에서는 筋(근)을 主宰(주재)한다. 때문에 간장질환은 항상 눈병과 때로는 경련의 病變(병변)을 나타내기도 한다. 肝木(간목)이 盛(성)하면 노하기 쉽고, 大怒(대노)하면 간을 상하기 쉬운 관계로 五志(오지)에서는 怒(노)를 主宰(주재)한다. 그래서 간장병엔 왕왕 청색을 나타내게 된다. 이렇게 자연현상을 생리, 병리현상과 연결시키면 木(목). 春(춘). 肝(간). 膽(담). 目(목). 筋(근). 怒(노). 靑(청). 등과 같이 일계열의 사물과 현상이 木(목)의 같은 종류로 귀속되어 하나의 계통이 형성된다. 이상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인데, 더 이상 깊이있는 논의는 主題(주제)와 乖離(괴리)된다는 염려때문에 이만 접도록 하겠다. 다만, 한가지 참고적으로 五行(오행)의 相生(상생)과 相克(상극)을 알고 넘어가도록 하자.


相生(상생)=오행간의 相互資生(상호자생), 相互助長(상호조장).
木生火(목생화). 火生土(화생토). 土生金(토생금). 金生水(금생수). 水生木(수생목).
相克(상극)=오행간의 相互制約(상호제약), 相互沮止(상호저지).
木克土(목극토). 土克水(토극수). 水克火(수극화). 火克金(화극금). 金克木(금극목).


한의학에서 이렇게 이해되고 있는 간은 다른 뜻으로 사람의 마음이나 용기를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들은 간에다 많은 비유를 하곤했다. 예를들어 깜짝 놀랐을 때 간이 콩알만해 졌다라든가 간이 떨어졌다라고 하고, 겁이 없이 날뛰는 사람에게 간뗑이가 부었다라든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라고 하고, 무서운 일이 닥쳤을 때 간담이 서늘하다고 얘기들을 한다. 또, 아주 친한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 간도 쓸개도 다 빼준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간과 쓸개는 자존심을 말하고 있는것이다.
또, 자신의 마음이 흡족하지 않거나 음식을 양에 안차게 먹었을 때 간에 기별도 안간다라고 말하고, 이성간에 서로 애틋한 사랑을 나타내거나 일방적으로 여자에게 홀딱 반했을 때, 그리고 몹시 애를 태울 때 간장을 녹인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 외에도 줏대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 경우에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라는 말이 쓰여지기도 한다.
이렇듯 간에 대한 얘기들은 음양오행을 토대로 발전한 한의학에 있어서의 간과 서로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아니, 오히려 의학을 일반 대화 속에 접목시켜 사용했다고 보는편이 옳바른 설명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상에서 설명한 간이 쓰여져 욕이 되는것에는 어떤 말이 있을까?
간도 쓸개도 없는 놈. 등치고 간 내어 먹는놈. 간을 내어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 쓸개 빠진 놈. 이렇게 네 가지 욕이 있는데, 이제부터 이 욕의 설명을 시작할까 한다.



가. 간도 쓸개도 없는놈.
간은 지난 章(장)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사람의 마음이나 용기를 대변해 준다고 했다. 물론 사람의 마음을 나타내는 臟器(장기)로 심장을 빼놓을 수 없지만 심장보다는 간이 마음의 상태를 극명하게 나타내 주는데 더 많이 응용이 되고있다.
예를들어 깜짝 놀랐을 때도 "어이구, 심장 떨려."하는것 보다 "어이구, 간 떨어지겠네."하는 편이 놀란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 욕은 간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간이 없다라는 것이다. 나쁜 마음이건 좋은 마음이건, 또는 치사한 마음이건 애초부터 인간의 마음이 없다고 부정을 해버리는 것이다. 차라리 나쁘다고 욕을 하는것보다 따지고보면 더 치욕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이 욕은 항상 쓸개와 더불어서 사용이 되고있는데 쓸개에 대해서는 다음 항목에서 계속하겠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욕으로 쓰이는 것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라는 말인데 지난 章(장)에 잠깐 언급했다시피 이 말은 줏대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했다. 즉, 간과 담은 表裏(표리)의 관계에 있으므로 표리가 不動(부동)하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더 압축을 하자면 二重人格(이중인격)이라고 할까?



나. 쓸개 빠진놈.
쓸개는 보통 膽(담)이라는 말로 더 많이 쓰이며 간과는 表裏(표리)의 관계에 있다. 곰의 쓸개는 웅담이라고 하여 약으로 쓰이나 사람의 쓸개는 용기를 나타내는데 자주 등장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膽(담)은 痰(담)이 아니다. 痰(담)은 몸 속의 분비액이 순환이 안되어 어느 한곳에 접질려서 응결이되어 그곳이 결리거나 아픈증상을 말할때 쓰는 병명이다.
말이 약간 다른 방향으로 흘렀는데, 어떻튼 六腑(육부)가운데 하나인 쓸개는 용기를 대변하고 있다. 膽力(담력)이라는 말도 쓸개의 힘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쓸개는 자존심을 가리키기도 한다. "간도 쓸개도 다 준다"고 할때 쓸개는 바로 자신의 속마음이나 마지막 자존심까지 모두 준다는 말이다.
"쓸개 빠진놈"은 그래서 용기가 없는 비겁한놈 이라는 말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자존심조차 없는 뻔뻔스런 놈 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어찌보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요즘 세상에 진정으로 용기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다시 말해서 옛날 우리 선조들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지키려했던 선비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는 얘기다. 선비정신은 곧 자존심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칠 사람이 있을까? 하기야 요즘은 돈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기는 하지만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경우는 그렇게 많이 보지를 못했다. 그리고, 이것 한가지. 돈을 위해서 버려지는 자존심은 비록 버려졌다 하더라도 결코 자존심이라고 말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호흡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만연하고 있는 기회주의 황금만능주의 한탕주의 그리고, 이기주의의 씨앗들...... 돈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하기도 하는 이 세상 자체가 쓸개 빠진 세상은 아닐까?



다. 간을 내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놈.
간을 꺼내 씹어 먹는다? 소 간을 肉膾(육회)쳐서 먹으면 맛은 좋지만 사람 간은 어떤 맛일까 자못 궁금해진다. 문제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니 얼마나 더 지독한 욕을 해야 직성이 풀릴까?
이 욕은 욕치고는 아주 공격적인 인상을 풍기는 욕이다. 간을 내면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간을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으니 죽일놈이라는 욕은 아예 욕 축에도 끼지못할 정도가 아닌가.
아마도 이 욕은 臥薪嘗膽(와신상담)이라는 고사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그렇더라도 아마 사람의 쓸개를 맛보지는 않았을 일이지만, 어떻튼 이런 공격적인 욕을 듣는 입장에서 생각 해보면 방어의 수단도 강해져 결국 싸움으로 飛火(비화)되는 일이 벌어지는 당연한 결과가 예상된다.
욕도 이쯤 되고보면 욕 먹어 당연한 사람에게 욕을 할 때도 가려서 해야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라. 등치고 간 내어 먹는놈.
이 말은 욕이라기 보다는 사기꾼을 가리키는 隱語(은어)로서 많이 쓰이고 있다. 그렇지만 사기꾼이 아닌 사람에게 종종 이런 말이 쓰이는 것으로 봐서 욕의 범주에 넣었다.
등을 친다는 말은 "뒷 다마(당구공)친다."라고도 흔히 쓰이고 있는 말로서 상대방이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변칙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아무래도 正道(정도)에서 어긋나는 처세를 비꼬듯 하는 말로 풀이된다. 물론 등(背)은 인체 부위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친다는 것은 물리적인 힘을 가한다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나타내는 동사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이 욕에서 간을 내어 먹는다 함은 前(전)항목에서 언급되었던 五臟(오장) 가운데 하나인 간을 내어 먹는다는 공격적인 뜻이라기 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을 빼앗는다는 뜻으로 쓰여지고 있다고 하겠다. 여기서의 肝(간)은 心(심)을 말하는 것이다.



⑧ 뼈를 갈아 마실 놈. (뼈다귈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놈)

이 욕에도 증오의 빛이 역력히 보이고 있다. 원한에 사무친 마음을 이 한마디 욕에 섞어 뱉음으로서 나름대로의 카타르시스를 꾀하고 있다고 하겠다. 殺父之讐(살부지수)나 不具戴天之讐(불구대천지수)에게 쓰여지는 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원수가 있다면 욕으로 끝낼 문제는 아니겠지만......
우리 민족에게 뼈는 위에서 설명한 肝(간)만큼이나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이 욕을 통해 알아본 뼈에 대한 몇가지를 참고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뼈빠진다 : 몹시 힘든 일을 나타낸다. (좆뱅이 친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뼈다귀도 못추린다 : 상대방과 섣불리 싸웠다가는 심하게 얻어 맞아 뼈도 추스리지 못한다. (씹창난다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고 있다.)
*뼈다귀를 추려 버린다 : 죽여서 뼈를 추리겠다는 협박의 말로서 혼쭐을 내주겠다는 뜻.
*뼈를 녹인다 : 느낌이 너무 좋아 恍惚(황홀)하다. 주로 여자가 남자를 성적으로 만족하게 했을때 쓰는 말로서 뛰어난 미모의 여자를 가리켜서 뼈깨나 녹였겠다라고 하기도 한다. 隱語(은어)로 죽여준다라는 말이 있다.
*말 속에 뼈가 있다 : 意味深長(의미심장)한 말이라는 뜻으로 言中有骨(언중유골)이라고 하기도 한다.
*뼈없는 사람이다 : 성품이 온화해 어떤 일에도 성낼줄을 모르는 사람이다. 無骨好人(무골호인)
*뼈속에 사무친다 : 도저히 잊지못할, 죽어서도 잊지못할 일을 말한다.



⑨ 불알값도 못하는 놈.

사내 노릇이나 사내구실을 못한다는 말이다. 주로 여자가 남자에게 쓰는 욕으로 째째하거나 남자답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켜서 하는 욕이다.
이 욕을 하는 여성의 잠재의식 속에는 자신에게 없는 불알, 또는 자지에 대한 컴플렉스, 즉 去勢(거세) 컴플렉스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여성이라면 한번쯤 남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춘기 때나 성인이 되어서, 혹은 아주 어렸을 때라도 말이다. 아마 단호히 거부 의사를 표할 수 있는 여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프로이드의 심리학을 잠시 인용해 설명을 하자면, 여성은 어렸을 때 자기 또래 남자 아이들이 자지를 꺼내들고 소변 보는것을 보고 자신에게 없는, 또는 없어진 性器(성기)에 대한 막연한 憧憬心(동경심)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이런 동경심의 유발은 원래 있었던 성기가 없어졌다고 하는 생각에서 부터 비롯된다.
그 후로 여성들은 부모나 학교에서 받는 교육으로 性(성)에 대해서 알게되고, 어렸을 적 자신이 가졌었던 생각은 자연스럽게 의식의 바깥 즉, 무의식의 영역으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상시 의식의 표면으로 나타나지 않는 잠재의식 속에 성기가 잘려 나갔다는 생각은 계속 남아있게 된다.
이런 잠재의식은 깨어있는 의식만큼이나 행동양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것은 인간 행동의 모든 것을 깨어있는 의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갈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여성심리의 단편적인 예를 한가지 알아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남녀간에 性交 後(성교 후) 여성의 심리상태는 삽입된 남성의 성기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려고 한다. 다시 말해 성교 후 餘韻(여운)을 즐기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 설명한 거세 컴플렉스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이 시기에 여성의 심리는 거세되었다고 생각했던 무의식 속의 기억을 상대방의 性器(성기)로서 보상 받으려는 보상심리가 발동하게 된다. 심리학 용어로 남성의 성기를 그 순간이나마 자신의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는 同一視(동일시) 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스운 사실은 소위 제비족이라고 불리우는 난봉꾼들은 이러한 여성의 심리 상태를 교묘히 이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넘어가는 여자가 바보여서 만은 아니다.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칼 날이 아닌 자루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잠시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렀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잠을 잘때 꾸게되는 꿈이야 말로 잠재의식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꿈에 나타나는 몽둥이나 권총, 또는 대포등 돌출부위가 뚜렸한 물건들은 남성의 성기를 암시하고 있다. 어떻튼 이 욕의 底邊(저변)에는 이상에서 간략히 소개한 거세 컴플렉스가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참고적으로 이러한 거세 컴플렉스는 여성 뿐만이 아니라 남성들에게서도 발견이 되고있다.
다시 한가지 예를들어 어린아이(남아, 2~4세)에게 귀엽다는 표현으로 "고추 따먹자"라던가, 자지를 자주 만지작 거린다는 이유로 "자꾸 만지면 고추 잘라버린다"라는 말을 하게되는데 이 시기에 아이에게 던져진 거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잠재의식 속에 남아 성장과정에서 성격형성에 큰 영향을 주게된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적인 입장에 놓인 심리 상태로 한국 남성들에게 발견되고 있는 남성 우월주의 식의 표현방법이 몇가지 있어 소개를 할까한다.


* 가진 것이라고는 불알 두 쪽밖에는 없다.(은어로 마늘 두 쪽이라고도 한다.) : 재산이 하나도 없는 알거지란 뜻.
* 불알에 땀나도록 뛴다.(은어로 쌍방울 소리 들린다라고도 한다.) : 아주 바쁘게 돌아다닌다는 뜻.
* 불알친구 : 아주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 竹馬故友(죽마고우)나 소꼽친구라는 말도 있으나 이 말만큼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표현이다.
* 불알을 잡고 늘어진다. : 끈질기게 매달려 떨어질 줄을 모른다는 뜻.
* 불알을 살살 긁어준다. : 상대방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게 아부를 하거나 아첨을 떤다는 뜻.


위에 열거한 몇가지 "불알"들의 표현은 모두 남자들 앞에 놓인 상황 아래서만 쓰여지는 말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남자의 專有物(전유물)인 불알이 쓰여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것이 바로 이조시대 이후 현재까지 답습되어 온 男尊女卑(남존여비) 사상의 일례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것을 지키고 계승해 나가되 惡習(악습)이나 부조리한 것은 과감히 버리는 현명함을 잃지 말아야겠다.
지금까지 응용된 심리학 분야의 좀 더 자세한 사항은 프로이드나 융(C.G.Jung)의 저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 글에서 욕의 분석에 필요한 이상의 것에 관해서는 주제와의 괴리감을 고려해 깊이있게 다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으로 신체에 관한 욕을 마치고 다음 章(장)부터 "출생및 사망에 관한 욕"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까 한다.



6. 출생및 사망에 관한 욕.

욕 가운데는 상대방은 물론 상대방의 조상까지 욕되게 하는 욕이 있다. 후손의 잘못으로 인해 그 조상까지 욕되게 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닌것 같다. 역설적으로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이런 욕을 남용 한다면 결국 그 욕은 자신에게 되돌아 오는 결과를 얻게될 것이다.
그럼 이런 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금부터 이런 종류의 욕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한다.



① 칠뜨기 같은 놈.

七朔(칠삭)둥이, 즉 열 달만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일곱 달만에 태어난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朔(삭)은 달이 차고 기우는데 걸리는 시간, 즉 한 달을 가리키는 옛사람들이 사용하던 일개월의 의미이다.
이와 비슷한 욕으로 "여덟 달 반"이라는 것이 있다. 팔삭둥이라고도 하는 이 욕도 역시 어머니의 胎(태) 속에 있던 달수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滿朔(만삭)둥이는 가장 완벽한 사람이라는 말인가?
수양대군을 도와 김종서, 황보인등을 죽이고 端宗(단종)을 폐위시키며 세상을 거머쥐었던 한명회가 칠삭둥이라고 한다. 이 사람은 어디가 그렇게 많이 부족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와 권력을 거머쥐었단 말인가? 아무래도 태 속의 달수와 사람의 됨됨이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증명이 되는 셈이다.
이 욕을 도태시키기 위해서 출생시 인큐베이터(Incubator) 신세를 졌던 요즘의 칠삭둥이나 팔삭둥이들은 만삭둥이들 보다 두배 세배의 노력을 기울여 결코 부족하지 않은, 오히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② 후레아들 놈.

배운 데 없이 제 멋대로 자라서 버릇이 없는 놈이라는 뜻으로 두 가지의 어원이 하나로 합쳐져서 전해 내려오는 이 욕의 이면에는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 뜻이 숨겨져 있다.
두 가지의 어원 가운데 어떤 것이 먼저 이 욕을 만들어지게 했는지 자세하지 않지만 그 뜻에 있어서는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것이다.


먼저 국어학적인 면을 살펴 보자면, 이 욕의 원 말은 "홀의 아들" 또는 "홀의 자식"에서 호레자식-> 호로자식-> 후레자식으로 변화 되었다고 보고 있다. 홀은 짝이 없는 외톨이란 뜻으로   -> 오 ->  -> 옷-> 홋-> 홀 이라고 변화가 되어왔고, 이 욕에서는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을 한 자식이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 욕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에도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을 한 사람은 버릇이 없고 독선적이라 하여 취직을 할때나 맞선을 볼때 감점의 요인으로 작용을 하고있다. 아무래도 집안에 무섭게 훈계하며 이끌어주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어서 함부로 자랐고, 그래서 버릇이 없다고 단정을 짓는 처사인것 같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비록 무능하더라도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것은 그 존재 가치만을 따져 보아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것 만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역사학적인 면을 살펴 보자면, 후레자식으로 변화 과정을 거친 "호로아들" 혹은 "호로자식"의 호로를 胡虜(호로), 즉 중국 북방의 이민족인 凶奴(흉노)를 가리키는 말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욕은 상대방을 오랑캐의 자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오랑캐의 자식이니 아버지가 오랑캐인 것은 당연지사가 아닌가?


우리 민족은 단일 민족으로 그 자긍심이 대단하다. 이는 세계화 추세에 있는 현재의 싯점으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민족성 때문에 타민족, 그것도 오랑캐라고 업신 여기고 있는 北方胡虜(북방호로)의 피가 섞인 자식을 예의도 없는 버릇없는 놈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비록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세계화의 물결 속에 있더라도 우리의 것을 무시하거나 잊어버리고는 올바른 세계관이 정립될 수 없다. 우리의 것을 지키지 않은 채 세계화의 물결 속에 휩쓸린다면 그것은 隸屬(예속)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아닐까?


소위 말하는 X세대의 머리 속에 한국적인 의식이 빠져나가 정신적 의미로서의 "후레아들 놈"을 만들지 않도록 기성세대나 신세대 모두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것이다. 앞으로 20년 또는 30년 후 그들이 이끌어 나갈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③ 종간나 새끼.

이 욕은 주로 함경도 지방에서 쓰이던 욕으로 정확한 뜻은 종년의 새끼를 말한다. 그러니까 상대방의 어머니를 종년으로, 상대방을 그 종년에게서 태어난 새끼로 비하시켜 부르는 것이다.


"간나"는 여자를 일컫는 "가시나" 또는 "가시내"에서 비롯된 말이다. "간나"의 어원인 "가시"는 15세기 이전까지 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다가 그 후로는 아내를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이에 대한 보충 자료로는 신라시대의 화랑을 들 수 있겠다. 화랑을 옛날에는 '가시나'라고 불렀다. 이렇게 부르게 된것은 화랑이 초기에는 처녀로 조직이 된데서 비롯 되었다고 한다. 그 후 화랑은 처녀 차림을 한 총각으로 代替(대체)되고 처녀는 '가시나'로 부르게 되었다. 이 '가시나'의 吏讀式(이두식) 표현이 바로 花郞(화랑)이다.


그래서 花郞(화랑)의 명칭도 초기에는 花娘(화랑)으로 불리다가 총각으로 대체되면서 娘(랑)이 郞(랑)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郞(랑)은 이두식 표현으로 무리(徒)를 나타내는 '네'의 옛 형태인 '나'를 소리옮김 한 것이다. 또한 '가시'는 꽃을 뜻 옮김 한 이두식 표현이다. 그러므로 '가시나'를 直譯(직역) 하자면 '꽃들'이 되는 셈이다.


아직도 지방의 사투리나 俗語(속어)들 속에는 이 '가시'라는 말이 살아있어 이상의 說(설)을 뒷받침 하고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이렇다.


* 각시 : 갓 시집 온 여자.
* 가시버시 : 부부의 낮춤말.
* 가시어미 : 장모.
* 가시아비 : 장인.
* 가시집 : 각시의 집, 곧 처갓집.


이상의 설명과는 별도로 우스갯 소리로 구전되어 오는 '가시내'에 대한 다른 어원이 하나 있어 소개할까 한다.


옛날, 갓 쓰고 도포입던 시절에 남장을 한 처녀 하나가 길을 가고 있었는데 뒤따라 가던 선비가 길을 물어보려고 불러 세우자니, 뒷모습이 체구도 작고 아담한게 걸음걸이도 남자같지는 않은데 갓 쓰고 도포를 입었더라. 뭐라 부를 길이 막연하던 선비가 급한 김에 부른다는 소리가 "어이, 앞에 갓 쓴애!" 했단다. 이렇게 불러 세워놓고 길을 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제의 '갓쓴 애'는 남자가 아닌 여자였단다. 그 이후로 여자를 가리켜 '갓쓴애'라고 부르게 된것이 오늘날의 '가시내'로 변화되어 왔다고 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우스갯 소리지만 화랑, 즉 '가시나'가 변화되어 온 역사적 사실이 배후에 깔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여장을 한 남자가 남장을 한 여자로 둔갑(?)을 했을 뿐이다.


어떻튼 이 "종간나 새끼"에서 '간나'의 어원은 좋은 것에서 비롯 되었지만 오늘날의 뜻은 욕으로 통용이 되고 있으니 함부로 써서는 않될것 같다. 어떤 여자고 간에 '가시내'라고 부르면 좋아 하겠는가? 하기야 지나간 유행가 가운데는 '범띠 가시내'라는 곡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욕 가운데 가장 애교스러운 욕이 이 "가시내"인것 같다.



④ 촌놈.

이 욕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촌은 시골을 가리키고 있다. 아무래도 지방화 시대를 맞고 있는 요즘에는 어울리지 않는 욕인것 같다.
그리고, 이 '촌놈'이라는 뜻에는 꼭 출신성분만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다.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도 이 '촌놈'이나 '촌년'이라는 욕이 쓰여지기도 한다. '촌'은 숙달되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 것에 대한 형용사로 쓰이는 것이다. 좋게 말하자면 세상에 물들지 않은 순진함 이랄까? 그렇더라도 촌놈소리 들으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 더군다나 여자에게 쓰여지는 '촌년'이라는 욕은 그 억양에 있어서 '촌놈'보다 더 천박하게 들린다.


이 욕이 쓰이는 몇가지 실례를 들면서 이번 회는 이만 마칠까 한다.
* 촌놈 배부른게 최고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쟁이 에게는 이것저것 가릴것 없이 많이 먹는게 우선이다. (배고픈 시절에 많이 쓰였던 말이다.)
* 촌년 바람나면 씹구멍에 불난다.-> 순진한 여자가 남자를 알게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 촌년 서방질에 날 새는줄 모른다.-> 위의 뜻과 비슷하다. 또 이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에는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줄 모른다'라는 것이 있다.



⑤ 쌍놈.(쌍놈의 새끼)

이 욕은 兩班官僚體制(양반관료체제) 하에 있던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를 반영하고 있는 욕으로서 사회적으로 가장 천대를 받았던 賤民(천민)을 가리키고 있다.
양반은 잘 알고 있다시피 文班(문반)과 武班(무반)을 일컫는 말로서 사회적 신분이 높고 경제력이 강하며, 사회를 이끌어 가는 최고의 신분계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양반이라는 계급은 후손에게 세습되었으며, 이는 다른 계급의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의 신분을 살펴보면 크게 네가지로 나뉘는데 兩班(양반, 사대부), 中庶(중서), 常民(상민), 賤民(천민)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계급은 다시 士(사)와 庶(서), 良(양)과 賤(천)으로 대별 되었지만 실제적으로는 천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천민의 자유는 朝廷(조정)이나 그가 속한 士大夫家(사대부가)에서 통제를 하고 있었으며, 원칙적으로 천민과 자유인(천민을 제외한 모든 계급의 사람) 사이에는 모든 인간적인 교통이 단절되어 있었다. 즉, 천민은 인간 이하로 취급되고 있었으며 노비의 경우 생사여탈권은 전적으로 그 주인에게 주어져 있었다.
이런 천민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었는데 참고적으로 몇가지 알아보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 公賤(공천)-> 죄를 범하여 신분이 강등되거나 조정의 관리에게 배분규정대로 나누어 주고 남아 관청에 귀속된 奴婢(노비). 官婢(관비)라고도 한다.
* 私賤(사천)-> 사사로이 개인집에서 부리던 종으로서 婢僕(비복), 白丁(백정), 俳優(배우, 노래나 줄타기, 연극 등을 직업으로 하는 광대), 娼女(창녀), 巫覡(무격, 무당과 박수를 뜻함) 등이 이에 속한다.


조선시대에 이런 노비들은 상당수 있었으며, 英祖(영조) 40년(1764년) 刑曹(형조)에 귀속되어 掌隸司(장예사)라고 불리기 전까지 掌隸院(장예원)이라 하여 독립된 관청에서 관할하고 있었다. 이런 노비들에게 免賤(면천)의 기회가 있었는데 천민에서 양민으로 신분 상승하는 것을 贖良(속량), 또는 贖身(속신)이라고 했다.


공천이 속량할 수 있는 기회는 나라에 큰 공을 세우거나 2품 이상의 官員(관원, 오늘날의 고급공무원)에게 첩으로 들어가 자녀를 낳게되면 속량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에는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노비 하나를 자기 대신 賤役(천역)에 종사하게 하고 장예원에 신고를 해야했으며, 대역을 보충시키지 못하면 다시 천민으로 환원된다. 사천인 경우에는 전적으로 그 주인에게 권한이 주어졌다.
이렇게 비참하게 생활을 했던 천민을 쌍놈이라고 일컬었던 바, 이 욕은 상대방의 출신성분을 비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낳은 자식에게 화가 난다고 '이 쌍놈의 새끼'라고 한다면 자기 스스로는 물론 조상에게까지 욕이 미친다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이야 양반 쌍놈이 따로 없지만 그래도 '쌍놈'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⑥ 뙤놈.

'뙤놈'은 중국인을 비하시켜 부르는 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욕에는 우리 민족 스스로를 비하시키고 있는 숨은 뜻이 있다.
조선시대나 그 이전의 시대에서 우리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물론 중국은 우리보다 문화나 힘에 있어서 앞서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은 우리 민족에게 大國(대국)이라 불리웠다. 이렇게 대국이라 불리우던 중국 사람을 대국놈이라 했는데 이 대국이라는 말 자체가 '놈'이라고 비하시키는 인칭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小國(소국)이라고 인정하는것 밖에는 안된다.
'대국놈'은 그 후 격음화 현상을 겪으면서 '떼국놈'으로 변화되었고, 다시 '국'자를 탈락시킨 '떼놈'으로 불리다가 발음상 더 된소리인 '뙤놈'으로 바뀌었다.


이 욕의 뜻에는 중국인을 가리키는 말 외에도 의심이 많은 사람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도 중국인의 과장된(속된 말로 '뻥'이라고도 한다.) 표현을 좋아하는 민족성이나 기질을 반영하고 있는것 같다. 자신들이 과장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다른 사람에 대한 의심이 많은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한 가지 예로 의심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서 '뙤놈 빤스를 입었냐?'라고 되묻는 말이 있다. 이 말에서도 중국인이 의심이 많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아뭏튼 이런 중국이 이제는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뒤지고 있으니 예전에 대국이라 불렀던 우리가 스스로에게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우리가 중국보다 월등 했다는 上古史(상고사)에 관한 재평가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한 책이 많이 팔리고 있다. 상했던 자존심을 복구하려는 보상심리가 적절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객관적인 史料(사료)를 토대로한 정확한 史觀(사관)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에 민족간의 감정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일본 교과서에 오류로 지적되고 있는 동남아 역사에 대한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심히 유감이라 생각한다.



⑦ 애비 모르는 자식. (절자식)

이 욕은 상대방의 어머니를 욕되게 하는 뜻이 담겨있다. 버릇없고 막 되먹은 사람을 가리켜서 하는 이 욕은 '후레아들 놈'과 비슷한 뜻을 담고 있지만 속 뜻이 어머니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 다르다 하겠다.
어미가 자식을 낳으면 분명 아비가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나, 그 아비가 누군지 모른다는 것은 뭔가 출생의 비밀이 담겨져 있다는 말이 된다. 성교의 상대가 너무 많아서 그 아비를 가늠할 수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왔던 이 욕의 기원은 다른 곳에 있다.


잘 알다시피 여자가 受胎(수태)를 못하는 이유는 두가지 경우가 있다. 여자가 石女(석녀, 돌계집)이거나, 남자가 생식기가 불완전한 鼓子(고자)이거나 하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는 씨받이라 하여 다른 여자를 통해 자식을 낳음으로서 대를 이어가는 수단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 때 수태를 못하는 여자를 대신하여 남자의 씨를 받아주는 여자를 씨받이라고 일컬었던 바, 영화배우 강수연이 열연한 영화의 제목과 동일하다. 씨받이의 애환(?)이랄까, 아뭏튼 씨받이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참고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그리고, 한가지 더 첨부 하자면 현대판 씨받이인 대리모는 육체적인 관계를 갖지 않고 人工受精(인공수정)을 통하여 수태를 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문제가 약간 다르다. 씨받이와 반대의 입장인 씨내리는 절대 공식적으로 행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비밀 유지를 위하여 씨내리 한 남자를 멀리 보내거나,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런 일은 그리 흔치 않았으며, 이와 병행해서 쓰이던 또 한가지 방법은 절에 가서 치성을 드리는 것이다. 소위 말해서 백일치성을 드린다고 하는 방법인데, 종교적인 힘을 빌어 아이를 갖겠다는 의도이다. 그런데, 이 종교적인 힘(?)이 옛날에는 절대적이었던 모양이다. 백일 이라면 석 달 하고도 열흘인데, 그동안 부부관계를 맺지 않았음에도 수태를 해서 하산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보통은 시어머니와 동행을 하는데, 이 때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절에 가서는 스님의 말에 절대 복종하라는 다짐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얌전한 여자를 가리켜서 '절에 간 색시같다'라는 말도 생겨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렇게 얌전한 색시를 수태시키는 것은 시어머니의 使嗾(사주)를 받은 스님이 할 일 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어머니의 사주를 받았다 하더라도 맨 정신의 사대부집 며느리와 정을 통하기는 어려웠으리라 보아진다. 그래서 종종 쓰이던 방법이 정신을 잃게하는 약초를 사용해서 劫奪(겁탈)을 했던 것이다. 물론, 며느리가 고분고분 스님의 말을 잘 듣는다면 굳이 약초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부처님에 대한 치성은 성공적으로 끝냈을 일이지만......


어떻튼, 이런 경위로 태어난 사람을 '애비 모르는 자식'이나, 절에 가서 부처님의 은덕으로 났다해서 '절자식'이라 불렀던 것이다. 비밀에 부쳐졌어야 될 일이 누설이 되고 이 사실이 상대방에게 욕으로 쓰일 때, 상대방은 물론 이려니와 그 어머니의 수치심을 짐작할 수 있을까. 하물며 떳떳한 출생의 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욕을 쓴다는 것은 시쳇말로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해 싸다고 하겠다.
아이를 못낳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고통을 받았는데 이런 욕까지 듣는다면 과연 살고싶은 생각이 날까? 하기야 요즘은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정자은행이나 인공수정같은 과학적인 수태방법이 많이 개발되어 있어서 옛날같이 일방적으로 서러움을 받지는 않는 세상이 되었지만 말이다.


이와 흡사한 얘기로 日精寺(일정사)와 月精寺(월정사)에 관한 근거없는 流言蜚語(유언비어)가 있는데 이는 특정한 姓氏(성씨)에 대한 모독이 될까하여 이곳에는 쓰지 않겠다. 다만, 이 유언비어가 위의 얘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예이기에 언급했던 바 오해의 소지가 없기를 바라며, 이 욕을 위시해 이런 유언비어는 퍼뜨리지 않는것이 밝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초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⑧ 씹어 죽일 놈. 쳐 죽일 놈.(박살낼 놈)

이 욕도 아주 원색적인 욕 가운데 하나이다. 이 욕이 원색적인 이유로는 그 억양이 드센 것을 차치하더라도 인간의 목숨을 강제로 끊어지게 하겠다는, 그것도 편히 죽이는게 아니라 씹던가 쳐서 아주 고통스럽게 죽이겠다는데 있다.
"씹어 죽일 놈"이라는 욕은 말 그대로 씹어 죽인다는 저주의 뜻이 담겨져 있는데 "간을 내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과 그 의미의 전달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아진다.


또 하나 "쳐 죽일 놈"이라는 욕은 "박살낼 놈"이라고 쓰기도 하는데 이 "撲殺(박살)"이라는 말은 사람만이 아니라 물건에도 쓰여지고 있다. 원래의 의미는 '쳐 죽인다'라는 한자말로서 살아있는 생명체에 해당되는 말이지만 요즘에는 어떤 물건을 산산이 조각내어 부순다는 뜻으로도 통하고 있다. 다시말해 어떤 사물이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파괴되어 원래의 쓰임새가 없어질 경우 '박살났다'고 하는데, 이는 인간의 죽음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아진다.


여기서 잠깐 죽음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또는 받아들여져 왔는지 생각해보고 가도록 하자.


삶과 대칭 관계에 있는 죽음에 대한 문제는 인간에게 있어서 영원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각종의 종교에서도 이 문제를 깊이있게 다루고 있지만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아직 얻어지지 않고 있다. 만일 이 문제 대한 해답이 얻어진다면 인간의 삶에 대한 목적 또한 명확하게 밝혀지게 될것이고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 또한 획일화 될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재미가 없어질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옥이 있다는 것이 확인 된다면 과연 나쁜짓을 하면서 살아갈 사람이 있겠는가.


어떻튼, 이 죽음이란 문제는 인간이 살아있는 한 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愚問賢答(우문현답) 같은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마디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말은 죽어봐야 안다는 것 뿐이다. 그렇다고 살아있는 동안 이 죽음이란 문제를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비록 종교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나름대로 죽음에 대한 철학은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인간은 누구나가 한번은 죽는다는 것을 긍정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런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 인간의 메카니즘이라고 생각한다.


욕에 연관되어서 죽음을 생각해 보는것은 죽음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어떤 것이며 어떤 말로 변천되어 지금에 이르렀나를 알아봄으로 해서 우리 민족의 의식을 더듬어 보자는 것이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소중한 우리것이 빛을 잃어가고 있는 이 때에 우리 민족의 의식을 더듬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죽음은 동사형인 '죽다'에서 온 말이다. '죽다'는 명사 '죽'+ 접미사 '-다'가 붙어 이루어진 말로서 파찰음이 없었던 고대국어 '숙'에서 변화 되었다는 학설과 '뒤(ㄱ)'에서 변화 되었다는 학설이 있는데 이 글이 욕에 대한 글이니 만큼 비속어를 중심으로 풀이한 후자 쪽의 학설을 따르겠다.
'죽다'의 비속어로 쓰이는 표현은 '뒤지다' 또는 '뒈지다'이다. '뒈지다'는 '두어'+'지다'가 합해져서 이루어진 말로 '두어지다'의 줄임말로 볼 수가 있다. '두어지다'에서 '두어'의 원형은 '뒷다'로 '뒷'은 뒤(ㅎ)->뒷 으로 히읗 종성체언이 변형된 것이다.(참고:釋譜詳節석보상절 6-2, 히읗 종성은 기역소리로 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뒤'가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뒤'는 방위로는 북쪽을 뜻하고, 계절로는 겨울을, 동물로는 곰을, 별로는 북두칠성을, 소리로는 우면조를, 성으로는 여성을 상징한다. 여성이나 곰으로 상징되는 '뒤'는 이 글의 앞부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땅과 연관지어 진다. 땅은 인간이 태어난 곳이며, 또 인간이 되돌아 갈 곳이기에 땅으로의 회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죽다'는 '뒤'에서 발전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우리 민족에게 북두칠성에 대한 별 신앙은 원시신앙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문화 인류학에서는 우리 민족이 북쪽의 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고아시아족의 원 거주지가 시베리아 부근이였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별'이 쓰인 흔적을 여러 곳에서 찿아볼 수 있다. 유명한 산의 봉우리 가운데 비로봉이라는 봉우리를 많이 보는데, 이 비로봉이라는 말이 별의 방언형인 '빌'에서 비롯된 말이라 하겠다. 그리고, 자기의 소원대로 되기를 바라며 기도한다는 뜻의 '빌다'라는 말도 '별'에서 발전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고 온 고향 하늘 위의 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나 할까.


이처럼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뒤'는 시간적으로는 지나온 과거이며, 공간적으로는 두고 온 고향(시베리아 부근)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뒤지다'라고 하면 우리의 원거주지였던 곳으로 되돌아 갔다는 말이 된다. 즉, 현재의 삶이 아니라 과거의 삶으로 되돌아 갔다는 말이다. 죽음을 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싯점에서의 삶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죽었다'의 존칭어로 쓰이는 '돌아가셨다'라는 말을 보더라도 이상의 학설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죽음의 동사형인 '죽다'를 정리해 본다면 이렇다.


디다 -> 뒤(ㄱ)다 -> 뒥다 -> 쥑다 -> 죽다


* 삼국사기등의 자료에서 뒤를 디(知)로 쓰고있는 경우가 보이고 있으며, '죽인다'를 '지긴다'로 발음하는 경상도 사투리도 참고가 된다고 하겠다.
*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책을 참고 바람.
서재극 "중세 국어의 단어족 연구" 1979
배해수 "현대 국어의 생명종식어에 대한 연구" 1982
정호완 "우리말의 상상력" 1991



⑨ 급살 맞을 놈. 조살할 놈.

지난 장에서는 욕에 연관해서 우리 민족이 생각하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것을 말의 뿌리를 더듬어 가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물론 이 짧은 글 속에서 죽음에 대해 해답이나 결론을 내리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한 번쯤 이런 기회를 통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누구나 한 번은 맞이하는 것이기에 나름대로의 의의는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날마다 이런 생각에 집착해 있다면 이것은 정상적인 삶에 있어서 아주 곤란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최소한 이 글을 대하는 사람들 만큼은 죽음에 매료되지 말기를 바라면서 욕에 대한 얘기를 계속할까 한다.


이 욕은 보통 "급살 맞아 뒈질 놈"이라고 쓰이는데 "뒈질 놈"의 말 풀이는 지난 회에서 한 바와 같으며, "조살할 놈"은 단독적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이 두 가지 욕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죽음을 말하고 있으나 그 죽음의 내용은 서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급살"의 '살'은 煞(살)로 종교적이거나 정신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며, 사람이나 물건을 해치는 아주 독하고 모진 기운을 일컫는다. 우리 민족의 정서 속에서의 '살'은 악귀가 씌였다고 하여 무당의 살풀이 굿을 통해 이런 기운을 씻어버리곤 했다. 세간에서 쓰이는 말로 "살 맞았다"라던가, "살 내렸다""살 올랐다"라고 쓰이는 말이 모두 이런 종류의 '煞(살)'인 것이다. '살' 맞은 예로는 초상집이나 혼인집, 또는 고사 지내는 집에 갔다가 탈이 난 경우가 있고, 친구들끼리 장난치다가 주먹으로 한 대 때렸는데 상대방이 죽어버린 경우도 있다. 이런 '살'을 철저히 믿어왔던 우리 선조들은 그래서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거나 태어날 달에는 초상집 출입을 하지 않았고, 평상시에도 초상집이나 귀신을 부르는 행사에 참여하고 와서는 소금을 몸에 부리면서 "고수레"를 불러 "살오름"또는 "살맞음"을 예방하곤 했다. 물론 요즈음에는 미신이라 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행동 하지만 아직 그 옛날의 사고방식이 모두 없어진 것은 아니다. 특히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것은 미신이라기 보다는 우리의 풍습이 되어버린 듯 하다. 이 욕이 간혹 들리는 것으로 봐도 증명이 되고 남음직 하다. 참고로 "고수레" 또는 "고시레"의 뜻은 건강을 지켜주는 福神(복신)을 가리키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원시신앙인 "굿"이나 "무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살할 놈"의 '살'도 인간의 죽음을 말하고 있지만 他動詞(타동사)인 殺(살)이라기 보다는 自動詞(자동사)인 死(사)로 해석이 된다. 즉, "早死(조사)를 할 놈"이 줄어서 된 말로 인간의 염원인 無病長壽(무병장수)에 역행되는 욕이라 하겠다. 그리고, 여기서 죽음의 의미는 보편적인 것이며, 포괄적이고, 물리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죽음을 細分化(세분화)한 이 두 욕설은 죽은 뒤 영혼의 이동이라는 문제에 있어서 다시 만나게 된다.


"죽다"의 의미를 가지고 파생된 우리말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다양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거니와 죽은 뒤 영혼의 이동에 따라 그 표현이 달라짐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즉, 우리말에 있어서 죽음이라는 단어는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는 곳에서 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죽은 뒤 영혼이 이승에서보다 높고 좋은 곳으로 가는것을 상승이동이라 하여 昇天(승천)하다, 昇遐(승하)하다, 登仙(등선)하다, 神仙(신선)되다, 陟方(척방)하다, 天堂(천당)가다, 極樂(극락)가다, 往生極樂(왕생극락)하다, 入滅(입멸)하다, 圓寂(원적)하다, 入寂(입적)하다, 歸元(귀원)하다, 歸眞(귀진)하다, 彼岸(피안)으로 가다 등으로 표현된다.


이와는 반대로 영혼이 이승에서보다 낮고 나쁜 곳으로 가는것을 하강이동이라 하여 地獄(지옥)가다, 地下(지하)가다, 黃天(황천)가다, 九泉(구천)가다, 冥府(명부)가다, 餓鬼(아귀)되다, 畜生(축생)되다 등으로 표현된다.


또한 상승도 하강도 아닌, 단지 이승과 緣(연)을 끊는다는 표현으로 魂魄(혼백)이 떠나다, 혼이 나가다, 세상을 하직하다, 棄世(기세)하다, 別世(별세)하다, 세상을 달리하다, 幽明(유명)을 달리하다, 永訣終天(영결종천)하다 등이 있다.


"급살맞아 뒈질 놈"이나 "조살할 놈"이라는 이 두 욕설에서 나타나고 있는 죽음은 하나같이 영혼의 하강이동을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욕을 자세히 풀이 하자면 이렇다. 이승에서 급살을 맞거나 早死(조사)를 하라고하니 욕이 되고, 저승 간 영혼은 몹쓸 곳(소위 말하는 지옥이나 연옥)으로 가라고하니 이 또한 욕이 되니, 이 어찌 심한 욕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문제는 이런 욕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욕을 먹어도 싼 사람이 이승에서 같은 공기를 호흡하고 있다는 것이다. 죽으면 썩을 몸 아끼느라 죄짓고 살다저승 간 영혼 하강이동 하지말고 몸이 수고롭더라도 하늘에 떳떳하고 스스로에 떳떳한 삶을 살도록 하자.
이것은 종교를 초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⑩ 썩을 놈.

이 항목을 욕의 범주에 넣을까를 두고 무척 고민했다.
어차피 죽어 썩을 몸인데 단지 '놈'자 하나 붙였다고 욕이라 해야하나? 누구는 죽으면 火葬(화장)한다고 하니 "썩을 놈"이라는 욕이 성립이 않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썩을 놈"은 "썩을 놈"이다. 뼈가루 한 티끌이라도 땅에 뿌려져 들꽃, 들풀, 나무에 거름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강에 뿌리면 물고기밥 되어 물고기의 살과 뼈 되었다가 다시 썩을진대. 인간은 누구나 "썩을 놈"이 아닐까.


여기서 '놈'자는 그저 愛稱(애칭)으로 받아 들였으면 한다. '놈'자는 꼭 욕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니까. 卑下(비하)의 뜻은 내포되어 있으나 받아들이는 경우에 따라 귀엽게 들릴 수도 있는것이 바로 이 '놈'자인것 같다.


굳이 욕이라 해석을 하자면 "씹새끼"와 같지 않을까?
어떤 경우에는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말함으로서 그것이 욕이 되는 때가 있다. 그렇다면 욕은 진실인가. 아니면 진실이 욕인가?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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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 욕(辱)

욕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그래서 욕하지 않을 수 없다

by함종만Dec 11. 2022


*시간

오늘, 우리가 살아 숨 쉬고 활동하고 있는 현재의 그 어느 순간, 바로 지금.




* 등장인물

기동찬 연출가

황홀석 극작가

나바보 배우 1

기가찬 배우 2

한할례 여배우 1

박지예 여배우 2

나강패 무대감독




* 무대

무대는 배우 1이 운영하는 소극장 무대와 연극 연습실을 주로 보여주고 있으나 극의 내용에 따라 지하철역, 사무실, 술집 등으로 변화가 용이한 열린 무대.




* 극중 시간흐름

연극 <모독2> 공연 준비부터 연습, 그리고 마침내 막이 오르기까지의 내용이 전개되지만, 시간의 흐름은 때론 순행되고 때론 역행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간대가 혼재되어 있다.







어둠 속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면서 배우들이 대사를 토해내기 시작한다. 사이. 조명 들어오면 배우들이 네 개의 의자에 앉아 연극 <모독2>를 공연하고 있다.




배우 2

(마치 공연이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대사를 시작한다.)

그러면 무한히 멀었던 여러분과 우리 사이의 간격이 조금 좁아집니다. (모독이란 단어에 필요 이상의 힘을 주어 발음한다) 모독을 받아 몸이 빳빳하게 굳어지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분들을 모독하는 게 아니고, 여러분들이 말하는 모독적 언사를 사용할 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당황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리 경고를 받았으니까, 모독을 받아도 감당할 수가 있을 겁니다. 너, 라는 말 자체가 이미 모독적인 거고 보면, 우린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아주 트자.




배우 2가 말을 이어나가는 사이, 배우 1 슬며시 퇴장한다.




여배우 2

(갑자기 소리를 빽 지른다.) 야 이 씹새끼들아. 그러니까 우리들이 욕하려는 주체는 바로 너희들이란 거다. 너희들 뻔뻔스러운 낯짝에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지만 그건 잠시 미루기로 하고, 우선 너희들이 욕을 먹어야 하는 까닭과 우리가 하려는 욕설의 변증법적 고찰을 먼저 시작하겠다.

여배우 1

(사회자가 된다.) 국제욕설협회, 영어로 I, M, C (영어식 발음으로 잔뜩 혀를 굴리며) 인터내셔널 모독 센터 회장으로 재직 중이시며 국제욕잘하기협의회 이사장, 유엔욕설분과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신 조질래 욕문학 박사님을 모시고 욕과 사회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 야유와 욕설로 조질래 욕문학 박사님을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배우들 모두 기립한다. 야유와 욕설을 보낸다. 배우 1 박사 가운을 걸치고 차트 몇 장을 들고 등장한다.




배우 1

씨비새끼리, 조비새끼리, 바비새끼리. (매우 특유한 억양으로 욕설 비슷한 인사를 한다.)

여배우 1

박사님 좀 전에 매우 독특한 인사를 해주셨는데, 그게 어느 나라 인사말입니까?

배우 1

씨비새끼리~ 이 말은 우리 욕설학회에서 제정한 새로운 욕 인사로써 세계 공동으로 채택하고 있는 인사말입니다. 밤새 안녕하십니까, 란 뜻이고 조비새끼리, 는 날씨도 추운데 몸조심하십시오, 바비새끼리, 는 밥 먹었어요, 란 뜻입니다.

여배우 1

그럼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조질래 박사님의 화려한 경력과 세계적인 활동사항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터를 부른다.) 공돌이 리포터.

배우 2

네 화끈한 리포터, 물불 안 가리는 리포터, 공돌이입니다. 조질래 박사님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일찍이 서울시 달동네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욕을 밥 먹듯 얻어먹고 살았으며, 나이가 들면서는 뒷골목 생활에 빠져들어 국내 욕계의 촉망받는 양아치로 성장하였으며, 약관 18세의 나이로 뜻한바 있어 미국 양키 유니버씨티 씨빌라이제이션학과에 유학, 세계 욕 학계의 거두들 아래서 욕문학 수업을 받았으며, 이후 모스코바에서 개최된 씨발라이프시키 욕 콩쿠르에 나가 영예의 황금아가리상을 획득, 세계 욕계에 화려하게 데뷔했었습니다. 그렇게 세계 욕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중 촛불혁명으로 민주정권을 자임하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쌓이고 쌓였던 욕계의 적폐청산이 진행되면서 국내 욕 시장 경기가 싸늘하게 얼어붙게 되자 급거 귀국, 화려했던 욕산업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 온몸을 바쳐 정욕적으로 활동욕을 발휘하고 계십니다. 이상 욕쌈삘딩 십팔층 한국욕잘하기협회 사무실에서 욕 잘하는 리포터 공돌이였습니다.




힘찬 박수소리. 녹음을 통해 들려온다.




배우 1

(박수소리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옛말에 욕은 하나의 언어적 유희이며 언어의 삼촌이며 언어의 약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양약은 고구이나 이어병이요, 쌍욕은 고이이나 이어행이라, 라는 말도 있습니다. 잘 키운 방위 하나 열 현역 안 부럽다. 그렇습니다. 잘 써먹은 욕 한마디 나라 경제 확 살린다, 인 것입니다.

여배우 1

양약은 고구이나 이어병이요, 쌍욕은 고이이나 이어행,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을 낫게 하는데 직방이고 쌍욕은 귀에 거슬리지만 바른 행동을 하게 한다. 뭐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잘 키운 방위나 나라 경제 얘기는 좀 오버 아닐까요?

배우 1

무슨 개소리를? 터진 아가리라고 아무렇게나 씨부렁대면 다 말인 줄 아시오?

여배우 1

(발끈한다.) 아니 개소리라뇨? 박사님이야 말로 아가리 한 번 찢어져 봐야 그 째진 아가리 닥치겠어요? 이래 뵈도 나 서울대 나온 사람이에요. 정의니 나발이니 보다 자기 이익부터 챙기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명문대학, 서, 울, 대! (눈치 보다가) 아니 연세대, 아니 고대, 한양대, 경희대, 서울예술대학, 그냥 전문대. (목소리 점차 작아지다가 갑자기 큰소리로) 그래 나 고졸이다. 그래서 뭐?

배우 1

본래 지성이라는 게 방구랑 같아서 몰래 뀌어도 냄새가 나기 마련인 것을. 척 보면 앱니다, 인데 무슨 고학력 코스프레야. 그냥 닥치고 잘 들어보세요. 욕은 남을 흠집 내고 욕보이는 말을 가리키는 국문학용어. 한민족대백과사전.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닙니다. 욕은 훨씬 심오하고 심층적이며 심리적인 겁니다. 최순실 특검 조사 받을 때 순실이가 그랬죠. 지금 특검은 민주특검이 아닙니다, 저희 가족까지 몰살하려는 사악한 놈들입니다, 이때 환경미화원 아주머니가 한마디 하셨죠? 염병하네. 얼마나 속 시원하니까? 직업적, 생활적, 경제적으로 약자처럼 보인다고 무시하면 잘대 안 됩니다. 오늘의 훌륭한 대한민국, 다 그런 분들이 만들어온 것입니다. 그러니 방위도 잘 키우면 현역보다 나을 수도 있고 제대로 욕을 구사하면 나라 경제가 확 필 수도 있는 겁니다.

여배우 1

하지만 이제 방위 없어졌잖아요? 뭐라더라? 공익요원?

배우 1

그러니까 내말이. 잘 키운 공익 하나 나라 경제 꽃 피운다. 자자 시간 없으니까 아무튼 잘 들어보세요. 일찍이 미국의 대통령 케네딘가 머시깽이가 말했습니다. 조국이 내게 욕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조국을 위해 해줄 욕을 먼저 생각해라. 이런 속담도 있습니다. 욕 한대로 거두리라, 가는 욕이 강해야 오는 욕도 좆같다, 개처럼 욕하고 정승처럼 욕먹는다. 뭐 이렇게 욕은 상호 커뮤니케이션 통로로써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욕. 영어로는 요옥~ 이 아니고 어뷰즈 랭귀지, 또는 슬랭, 얄링, 좆따라 마이싱. 불어로는 죠까망, 독어로는 죠또비히, 러시아어로는 죠진스키. 또 일본어로는 죠또가네, 빠가야로, 칙쇼 등등. 자 그럼 이제 서설은 그만 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재빨리 덧붙인다.) 아니 그 전에 먼저 준비한 차트를 보여 주시죠.




배우 1 차트를 꺼내자 배우 2 재빨리 달려와 손으로 받아 든다. 차트에는 ‘한국인이 즐겨 쓰는 욕설 베스트 파이브’라고 쓰여 있다.




배우 1

(차트 제목을 읽는다.) 한국인이 즐겨 쓰는 욕설 베스트 파이브. 우선 5위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차트 위 5번 테이프를 벗긴다. 썩을 년, 18, 이라고 적혀있다.) 썩을 년. 네 한국인이 즐겨 쓰는 욕설 베스트 파이브 5위입니다. 모두 십팔분이 선택해 주셨네요. 썩을 년. 네 아주 좋은 욕이죠. 주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하는 욕으로 알고 있지만 여성끼리도 자주 쓰는 매우 친숙하고 서민적인 사랑스러운 욕입니다. 여자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거나 바람이 났다거나, 한심하게 외제 빤스만 골라서 사 입는다거나 할 때, 썩을 년, 이렇게 욕들을 하곤 하죠.

여배우 2

(조용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질문한다.) 박사님, 그런데 여자가 고무신 거꾸로 신었는데 왜 욕을 해요? 그럼 운동화 거꾸로 신으면 얻어맞겠네요?

배우 1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황당한 질문을 하는 년들한테 썩을 년, 하고 써먹으면 됩니다. 다음은 4위를 살펴보겠습니다. (테이프를 벗긴다. 개새끼, 28, 이라고 적혀있다.) 개새끼. 네 아주 훌륭한 명욕입니다. 욕계의 삼대성인이라 불리는 중국의 고자, 견자, 욕하자 세분께서 이 욕을 개발하신 이래 불후의 욕설이 되어 수천년간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아주 대중적인 욕입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세계 인구의 75%가 사용하고 있는 욕설의 스테디셀러입니다. 우리말로 개새끼, 영어로 썬 오브 비치, 중국어로 꼉쨔, 일본어로 가이꼬, 불어로는 걔뮹, 이태리어로는 특이하게 멍딸리나라고 불리는 개새끼.

여배우 2

(조용히 입으로만 따라 한다.) 썬 오브 비치, 꼉쨔, 가이꼬, 걔뮹, 멍딸리나!

배우 1

(흐느끼는 척한다.) 너무 아름다운 이 욕설을 들을 때마다 저는 짙은 감동을 느낍니다. 자 다같이 한번 외쳐봅시다. 개새끼. (사이) 한 번 더, 개새끼. (사이) 목소리가 작다. 다시, 개새끼. (사이) 다음은 3위를 볼까요? (테이프 벗긴다. 개 같은 년, 38, 이라고 적혀있다.) 개 같은 년. 썩을 년, 개새끼 보다 한 단계 강도 높은 좋은 욕이죠. (갑자기 관객을 향해) 이런 개 같은 년이. (잠시 노려본다. 사이) 그렇습니다. 이런 욕을 들으면 당장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발랑발랑 뛰면서 기분이 아주 좆같아집니다. 그런데, 이분은 말짱하시네요. 자의식이 대단하신데요. 이런 관객 같은 분을 우리 욕설학회에선, 미친 년, 이라고 합니다. 삼십팔분이 개 같은 년을 찍었네요. 그럼 2위는 뭘까요? (테이프 벗긴다. 니미 뽕, 98, 이라고 적혀있다.) 니미 뽕! 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아주 훌륭한 욕입니다. 무려 구십팔분이나 선택했는데요.

여배우 1

박사님, 니미 뽕이 무슨 뜻이에요? 니기미는 알겠는데 니미 뽕은 모르겠는데요.

배우 1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니미는 니기미의 준말입니다. 니기미는 니네 엄마가 아주 복잡한 언어학적 단계들을 거치면서 변한 것입니다. 그리고 뽕은 뽕나무를 의미합니다. 해석하면 니네 엄마 뽕나무, 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게 어째서 욕이 되느냐고요? 옛날에는 한코장이니 한번줘파크니 하는 러브호텔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대개 눈 맞고 배 맞은 연놈들이 뽕나무 밭에서 그 짓을 많이 했어요. 니미 뽕은 그런 풍습에서 유래된 욕입니다. 즉 니네 엄마 뽕나무 밭에서 씹한다, 뭐 그런 의미로 만들어진 아주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욕입니다. 이와 비슷한 욕으로는 니기미 좆, 니미럴, 니미 씨팔 등등이 있습니다. 뭐 또 다른 질문 없습니까? (주위를 둘러본다) 없으면 대망의 1위를 살펴보겠습니다.


여배우 2

저 박사님, 니 좆 크네 역시 니미 뽕과 같은 종류의 욕인가요?

배우 1

그건 욕이 아니잖아요. 니 자지 크다는데 그게 왜 욕입니까, 칭찬이지. 날 두고 하는 소리 같네. 자 1위를 보겠습니다. (테이프를 벗긴다. 헐, 118, 이라고 적혀있다.) 헐! 네에, 모두 백 십팔분이 선택하신, 한국인이 가장 즐겨 쓰는 욕설 베스트 파이브 1위, 헐이 선정되었네요. (말을 이어 나가려는데 여배우 1이 말을 끊는다.)

여배우 1

에이 헐이 무슨 욕이라고. 그건 다소 황당한 상황을 맞았을 때 내뱉는 일종의 감탄사, 그냥 관용구 아닙니까? 바로 지금 같은 경우에 하는 말, 허얼!

배우 1

(이명박 성대모사) 허허, 헐이 욕이 아니라고요? 헐이 욕이라는 말 처음 들어보셨다고요? 게다가 1위라니 용납하실 수 없다고요? 다스는 누구 거냐고요? 헐, 그건 나한테 물어보면 안 되지.그거 미리 알았으면 쇠고랑 차고 깜빵 갔겠어요? 지금은 간신히 도망쳐 방구석에서 띵까띵까하고 있지만. (다시 조질래 박사 톤으로) 헐이 무슨 욕이냐고, 욕 치고는 강도가 약한 게 아니냐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하지만 본래 훌륭하고 좋은 욕은 점잖고 격조도 있는 법입니다. 후진 욕들이 괜히 강도가 세고 거칠고 경음화 된 것들이 많습니다. 이런 말 들어보셨지요? 빈 수레가 요란하다. 바로 그겁니다. 본래 세계 최고의 욕들은 얼핏 듣기에 품격 있는 것처럼 들리는 겁니다.

여배우 2

그런 헛소리는 처음 들어봅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배우 1

그런 게 여기 있습니다.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고 다른 손가락을 구부리는 손가락 욕을 보여준다.) 얼마나 품격 있습니까? 빡큐, 마더 팍, 선 오브 비치! 애써 발음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조용히 보여주면 됩니다. 그래도 욕인 걸 다 압니다. 그걸 욕이라 하자고, 최고의 욕설이라 칭하자고 사회 구성원들이 묵시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뒷골목 걷다가 무심코 이런 행동 보였다간 바로 총 맞는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조용하면서도 품격 있으면서도 치명적인 욕, 욕의 바이블이라 할 것입니다.그리고 여기에 비견할 만한 국내 최고의 욕, 바로 헐~입니다.

배우 2

그래도 좀 그런데요. 자꾸 들어도 욕 같지 않아서.

배우 1

진짜 허얼! 예를 들지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밝혀질 당시 광화문에서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거 다 아시죠? 거기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뭔지 아세요? ‘헐! 이게 나라냐?’였습니다. 국정농단 사태를 피하기 위해 느닷없이 헌법 개정의지를 피력했을 때도 ‘헐!’하고 외쳤습니다. 이게 긍정의 목소리로 들립니까? 단순한 야유 같습니까? 불통의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소통의 시대를 열어젖히는 민중의 포효!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겠다는 열망을 담은, 네 대한민국 최고의 욕이었습니다. 이렇게 욕은 때때로 시대정신을 선도하기도 합니다.

여배우 2

그러고 보니 지난 국회에서 소위 민식이법이라 명명된,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여야 합의로 법사위까지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남겨둔 상태에서 갑자기 야당서 필리버스터를 들고 나오면서 법률 통과가 좌절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헐! 그랬군요. (배우들 모두 큰 소리로) 허얼!

여배우 1

그럼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부자나라니까 방위비를 더 내라, 그것도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려 6배 가까이 많은 50억 달러를 내라, 이랬을 때 외친 헐! 도 같은 의미였군요. (배우들 모두 큰 소리로) 허얼!

배우 1

그렇습니다. 헐은 참으로 훌륭하고 대단한 욕입니다. 겉을 봐서는 쌍스럽지도 않습니다. 덕분에 한국인이 가장 즐겨 쓰는 욕설 베스트 파이브 1위에 선정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스스로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한 욕할 자유가 있다.

배우들

허얼!

배우 1

이렇게 세상 모든 욕에는 욕의 품격과 등수, 발생 배경과 역사, 그리고 철학이 있는 법입니다. 개똥에도 철학이 있다는데 하물며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욕설의 경우에야 오죽 하겠습니까? 예를 들어 여자들에게 하는 욕도 종류가 다양하단 말입니다. 걸레 같은 년. 이런 년은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다주는 년이야. 씹할 년은 동네방네 다주면서 나한테만 안주는 년. 황당한 년, 이년은 주지도 않으면서 줬다고 소문내고 다니는 년. 또 우라질 년, 이년은 저기 남미대륙 브라질 옆에 우라질이라고 있는데 거기서 이민 온 년들에게만 쓰는 욕이에요. 아셨어요?

여배우 2

그럼 갈보 같은 년은 무슨 뜻이에요?

배우 1

갈보 같은 년. 그건 미국에서 건너온 욕인데 왜 알죠? 외국 여배우 중에 쫙 빠진 그레타 갈보라고?

배우 2

그레타 가르보 아닙니까?

배우 1

영화에서 한 양키 새끼가 물었습니다. 올라타 갈보? 그러자 그년이 이렇게 대답했지요. 그래 타 갈보. 이렇게 갈보 같은 년은 바로 그 여배우 그래 타 갈보한테서 유래된 겁니다. 그런데 그 욕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아무도 안 먹겠다는데 아무 놈 앞에서나 가랭이 쫙쫙 벌리는 년을 지칭하는 욕으로 전이된 겁니다. 웃기죠?

배우들

(서경석 이윤석 흉내를 내면서) 아니 그렇게 깊은 뜻이.

배우 1

(관객을 향해) 욕은 이렇게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따라 종류가 나뉘기도 하지만, 계절에 따라서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이를테면 봄에 하는 욕으로는 싸가지 없는 새끼, 또는 싸가지 없는 년이 있습니다. 봄에는 새싹이 나야하는데 그 싸가지가 없다는 것이니 아주 한심한 새끼란 말이겠죠. 여름에는 복날 개 패듯 팰 새끼, 가을엔 덜 떨어진 놈, 낙엽이고 열매고 모두 떨어지는데 혼자서 안 떨어지고 있으니 오죽 한심한 놈이겠어요. 그리고 겨울엔 이런 얼어 죽을… 등등. 다음은 우리 사회의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는 지역주의에 근거한 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차트 준비.




이 때 객석에서 극작가가 갑자기 크게 소리친다.




극작가

나바보, 이 씹끼. 아가리 닥치지 못해.




무대와 객석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역시 객석에 앉아있던 연출가가 극작가를 말리는 척한다.




연출가

어니 황 작가. 앉아. 이따 공연 끝나고 말해도 되잖아?

극작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글쎄 더 이상 못 참겠다니까요.

배우 1

(잠시 사태 파악을 한 후 관객들에게 말한다.) 저 관객 여러분 오늘 관객분들 중에 몹시 과격한 분들이 몇 분 참석하신 모양입니다. 모독 공연에 어울리는 참 멋진 일이네요. 저분들도 멋지고요. 하지만 지금 중앙방송 진행 중이니까 잠시 지방방송은 까주셨으면.

극작가

(완전히 열 받은 목소리) 뭐라고? 야 나바보. 너 내가 내 작품 공연하지 말라고 경고했지? 그런데 작품료 한 푼 안내고 그냥 막을 올려? 그것도 니 맘대로 내 작품에 칼질해서 완전히 좆같이 만든 다음에. 씨팔 엿 같아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나바보, 당장 막 내리고 이리 나오지 못해?




객석 뒤쪽에서 무대감독이 등장한다.




무대감독

지금 누가 공연 중에 지랄 떠는 거야? 죽을래?

극작가

뭐라고? 지랄? 어떤 씹새끼야? (무대감독을 본다) 오라. 너 나바보 떨거지로구나. 이 깡패새끼가 어디서 좆지랄이야. 너 죽고 싶어?

무대감독

극작가면 다야? 작품 넘겼으면 그걸로 끝이지, 공연하는데 나타나서 지금 뭐하는 거냐고?

연출가

어이 무대감독, 좀 조용히 못해. 지금 당신이 낄 데가 아니잖아? 그리고 어이 나형. 나바보씨. 황 작가 지금 무진장 열받았나본데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막 내리지? 관객들 입장료는 모두 환불해주고.

배우 1

이런 씨팔 누군 땅 파먹고 장사하나? 그 얘긴 이따 공연 끝나고 하자니까. (사이. 관객들을 향해)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뜻하지 않은 불상사가 발생해 공연을 여기서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군자대로항이라고, 연극제작하면서 저런 떨거지들 하곤 아예 상종을 말아야 하는데…

극작가

뭐 떨거지? 씨발놈아 처음부터 작품 써달라고 한 게 누군데 이제 와서 오리발이야, 오리발이. 그리고 아무리 돌대가린 줄 알았지만, 이 빙신새끼야. 군자대로항이 아니고 군자대로행이야, 행. 뭘 좀 제대로 알고 써. 알았어?

배우 1

그게 언제 바뀌었나?

여배우 2

나 대표님. 오늘 공연 쫑이에요?

배우 1

나도 몰라. (퇴장한다)




배우들 고개를 저으며 모두 퇴장한다.




극작가

야 나바보. 이 치사한 놈 어딜 도망가. 남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면 작품료를 내야할 거 아냐. 내 돈 떼먹고 잘 넘어갈 줄 알았어. 어림없는 소리 하덜덜덜 말어. 좆같은 새끼야.

연출가

황 작가. 그만해. 자 그만 나가자고. (관객들한테 자리 좀 비켜달라고 하며 극작가를 데리고 나간다)

극작가

(객석 사이를 빠져나가다가 갑자기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간다) 여러분 잠깐만요.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오늘 공연 완전히 망치게 되었네요. 하지만 전 진짜 억울합니다. 혹시 시간이 있으신 분은 제 억울한 사연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시간 없으신 분들은 그냥 나가세요. (조명 꺼진다) 야 불 안 켜? 여기 확 불질러 버린다. 조명실. 박기사. 너 진짜 죽을래? (조명 들어온다) 여러분 제 이야기 좀 들어보시고 저 좀 도와주십쇼.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은 연극이나 지나가는 해프닝이 아니고 실제 상황임을 분명히 알아주십쇼. 바로 한 달 전이었습니다. (초인종이 울린다.) 그날 대학로에서 서너차례 얼굴을 마주쳤던 중견연출가 기동찬 선배가 작업실로 절 찾아왔습니다. 프리랜스 작가인 저의 작업실, 바로 수유리에 있는 십팔평짜리 연립주택의 작은 방이었습니다. (퇴장했다가 연출가와 함께 등장)

극작가

기 선배님. 어떻게 저희 집엘 다 오시고… 진짜 뜻밖인데요.

연출가

황 작가 요즘 바빠?

극작가

바쁘긴요. 나가면 돈이니까 그냥 집구석에 처박혀 방콕하고 있는 것이지, 요즘 완전히 파리채 신셉니다.

연출가

파리채?

극작가

집구석에서 파리만 잡고 있다고요. (의자에 앉으며 연출가에도 의자를 권한다)

연출가

(앉으며) 아 난 또. 그럼 잘됐네. 나하고 술이나 한잔 하지. (들고 있던 양주병을 탁자위에 올려놓는다. 탁자 위에 있는 전화기를 보고) 집에 전화기가 있네? 아직도 이런 거 쓰는 사람이 있나?

극작가

뭐 핸드폰 비용 좀 아끼려고. 하하. 그런 대낮부터 술은 무슨… (하지만 반가운 낯빛이다)

연출가

술꾼이 밤낮이 어디 있나. 잔이나 가져오지.

극작가

(잠시 퇴장했다가 잔과 얼음을 들고 등장) 하여튼 기 선배님 술에 대한 열정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연출가

(잔에 술을 따른다) 술뿐이야? 연극은 아니고?

극작가

연극이야 선배님 밥줄인데 열정 없다고 그거 놓치시겠어요. 죽으나 사나 일단 고우부터 하고 보는 거죠. 그런데 대낮부터 술 마시자고 예까지 찾아오실 리는 없고…?

연출가

우리 그런 술친구 사이 아닌가? (하다가) 사실은, 황 작가, 나바보 알지?

극작가

개그맨 나바보? 왜요?

연출가

응. 이번에 작품 하나 의뢰받았거든. 그런데…

극작가

나바보가 연극 올린대요?

연출가

그 친구 돈 많이 벌었잖아. 소극장도 하나 있고.

극작가

바보랑아트홀, 알죠.

연출가

모독을 올렸으면 하던데…

극작가

모독이요? 잘됐네. 그건 선배님 오리지널 아닙니까? 연출 맡아 달래요?

연출가

내가 했던 거 식상하다면서 좀 재미있게 바꿔줬으면 하더라고. 모독을 패러디해서 코미디를 만들어 보자는 거지. 제목은 모독2 정도로 하고.

극작가

하긴 모독 나온 지가 벌써 오십년도 넘었겠네. 선배님이 초연무대에 올린지도 꽤 됐죠?

연출가

꽤 됐지. 사실 몇 년 전부터는 공연 올려봐야 관객도 별로 없고 모독도 이제 막 내릴 때가 됐지.

극작가

최근에도 그거 올린 적 있었나요?

연출가

지난번 극단에서 올렸다가 파리채만 흔들다 막 내렸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황 작가 이번에 나 좀 도와주지.

극작가

제가요? 뭘요?

연출가

원작대로 공연 했다가는 관객 하나 없는 빈 무대에서 공연할 게 뻔하고, 그래서 나 형 하고 얘기된 게 모독2를 새로 쓰자고 합의 봤거든. 나바보가 자기네 클럽에서 올렸던 코미디 몇 편 건네준 게 있고, 내가 거기다 살 좀 붙여봤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라서 말이야.

극작가

나바보가 작품료 많이 준다고 하던가요?

연출가

(약간 당황) 돈은 그냥…

극작가

(지나가는 목소리로 툭 던진다) 한 이 삼천 준답디까?

연출가

뭐 연출료 포함해서 그 정도…?

극작가

(순발력 있게) 선배님 저 대학 다닐 때 선배님이 연출한 모독보고 엄청 감동받았습니다. 그 후 선배님 작품 흉내내갖고 대학무대에 올렸었거든요. 저 대학 연극반 출신인 거 아시죠? 그래서 하는 얘긴데, 사실 저도 그 모독이란 작품 나름대로 고쳐서 무대에 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해둔 게 있었거든요.

연출가

그래? 그게 뭔데?

극작가

형님 이렇게 하시죠. 지금부터 제가 주제, 스토리, 플롯 등을 간단하게 말씀드릴 테니까 내 제안이 맘에 들어 그 일을 내게 맡길 거라면 형님이 받는 돈 가운데 조금만 떼어, 네. 한 오백 주시고, 내 얘기가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고, 어떻습니까?

연출가

그런데 실은 내일 모레까지 대본 가져다주기로 했는데…

극작가

상관없습니다. 나 원래 손 빠르잖아요. 우선 얘기 듣고, 오케이 사인나면 오늘밤부터 쓰기 시작하면 내일 저녁쯤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테니까.

연출가

그래? 역시 번개 손 황 작가야. 연극계의 케이티엑스, 아니 극작계. 내가 여길 찾아오길 잘 했군. 그럼 어디 간단하게 설명해봐.

극작가

내가 대학 연극반 출신이란 거 아까 얘기했죠. (조명 서서히 어두워진다) 그 때 내 후배가 하나 있었는데, 얘가 별로 알려지진 않았는데, 하여튼 개그맨입니다. 얼마 전 자살한 추무로가 바로 걥니다. (무대 완전히 어두워진다) 연극 시작을 그 친구 얘기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신파조로) 여기 한 개그맨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코미디에 나왔던 친굽니다.




무대 한가운데 핀 조명. 배우 2 고개를 숙이고 심각한 표정으로 서있다. 사이. 은은한 음악.




배우 2

(큰소리로 외친다)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여배우 2 등장. 리포터의 모습이다. 배우 2를 발견하고 반갑게 다가가 묻는다.




배우 2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여배우 2

(마이크를 들이댄다) 저 아저씨,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티비씨 라디오, 그것이 참말로 알고싶당께 프로에서 나온 리포터 박지옙니다. 저희 프로그램에서는 이번에 메밀장수들의 특이한 어법의 근원을 알아보려고 노력중입니다. 메밀묵 아저씨. 메밀묵 사려, 찹쌀떡 이거 어디서 배우셨어요?

배우 2

(근사하게 외친다)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이거요?

여배우 2

네. 찹쌀떠억. 그거요.

배우 2

이거 학원서 배운 것인디.

여배우 2

학원이요? 그 학원이 어디에요?




갑자기 무대 환해지면서 학원이 된다. 화이트보드 앞에 배우1 서있다. 화이트보드 위에는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에 대한 악보가 그려져 있다. 배우1 관객들을 상대로 열심히 강의한다.




배우 1

자 다같이 따라 해보세요.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배우들 따라 한다. 배우1 관객들을 향해) 학생들은 왜 따라하지 않아요. 내 강의에 무슨 불만 있니? 다시 한 번 다같이.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사이) 사러어억이 아니고 사려어. 리듬감을 갖고 멜로디를 음미하면서 잘 좀 해봐요. 저 뒤에 앉은 대머리. 아니 메밀묵 사, 찹쌀떡. 지금 누구한테 시비 거는 겁니까? 그렇게 위협적으로 외치면 누가 떡 사먹어요. 빵 사먹지. (혼잣말 비슷하게, 그런 객석에 다 들릴 정도로) 지갑에 29만원 밖에 없으면서 골프는 잘도 치러 다니는 새끼가. 씨발 메밀묵 사려어~ 그거 하나 똑바로 못해! 좆같은 대머리 새끼가. (분위기 바꿔서) 자자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하면서도, 리드미컬하면서도… 시원하게, 메밀묵 사려어~ 찹살떠억~

여배우 2

저 잠깐만요. 강사님 질문이 있는데요.

배우 1

질문? 질로 들어가는 문? 여자 거시기? (아주 작은 소리로) 보지?

여배우 2

그게 아니고요. 전 그것이 참말로 알고싶당께 프로에서 나온 리포터 박지옌데요. 지금 그거 강사님 개발하신 건가요?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그거요.

배우 1

아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이거?

여배우 2

네.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그거요.

배우 1

에또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으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은 내가 계룡산에서 15년, 지리산에서 12년, 북한산에서 석 달, 관악산에서 두 달, 남산에서 두 달하고도 13일 동안 연구한 게 아니고, 우리 옆집 아저씨한테 배운 것인디?

여배우 2

옆집아저씨요?




장면 바뀐다. 배우 1, 배우 2 장기를 두고 있다.




배우 2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하는 톤으로)

여보게 뭐하나아~ 장받어.

배우 1

아 잠깐 잠깐. 이거 한수만 물려주지.

배우 2

(역시 같은 톤으로) 그렇겐 죽어도오 못하지.




여배우 2 등장




여배우 2

저 잠깐만요. 여기 옆집아저씨라고 살고계신가요?

배우 1

누구? 옆집아저씨? (배우 2를 가리키며) 옆집아저씨라면 바로 이 영감탱인데. 그런데 왜 그러슈?

여배우 2

(무척 반갑게 묻는다) 할아버지가 바로 메밀묵 사려어~ 찹쌀떠억, 을 발명하신 훌륭한 할아버님이십니까? 도대체 어떻게 그런 훌륭한 음조를 창안하셨는지 그것이 참말로 알고싶당께요.

배우 2

(역시 같은 톤) 난 원래 그래요오~ 말투가.




여배우 2 놀라서 기절한다.




극작가

(등장하면서) 바로 이 코미디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 코미디에 등장했던 그 개그맨 후배가 얼마 전 자살했다고 말하는 거죠.

연출가

(극작가를 따라나오며) 진짜 죽었어?

극작가

뉴스 못 봤어요? 개그맨 추무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은근과 끈기와 약간의 개인기를 무기로 어렵사리 입지를 굳혀나가다가 연극에도 진출했는데, 그 작품이 블랙리스트에 등재되면서 일감이 사라지고 사정당국으로부터 은밀한 내사까지 받게 되자 그만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참 아까운 친구였는데, 운도 지지리도 없지, 하필이면 연출가가 리스트에 오른 작품에 출연했다가 그런 비극적인 취후를 맞다니. 바로 그 추무로, 장차 충무로 진출에 대비하여 예명까지 비슷한 추무로로 지었던, 아아 지지리 목도 없는 개그맨 추무로가 바로 제 대학후배라는 거 아닙니까. 자식 그깟 일로 죽을 것까지는 없었는데. 진짜 자살해야 할 놈들이 수두룩한데 바보처럼 죽다니.

연출가

(깜짝 놀라며) 나바보가 죽었어?

극작가

아니 나바보가 왜 죽어요. 그런 바보가 자살할 줄이나 아나요. 그게 아니고 바보새끼처럼 왜 스스로 명줄 끊었냐, 이거죠. 하여튼 이렇게 추무로 얘길 끄집어낸 다음 배우들이 모두 나와 추무로의 죽음을 추도하는 공연을 시작한다고 너스레를 한바탕 떤 다음,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하는 겁니다.

연출가

(생각에 잠긴 척한다.) 뭐 크게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뭐

극작가

(말을 자르며) 내일 모레까지 대본 만들어야 한다면서 나 아니면 무슨 대안이라도 있어요?

연출가

그런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스토리는 들어봐야지

극작가

그 전에 우선 약속부터 하셔야죠.

연출가

약속?

극작가

기동찬 선배님이 받는 고료 중에 기본 오백 땡겨 주시고, 흥행에 성공할 경우 cnb가로 일정 금액을 할당해 주신다는 약속.

연출가

그건 내가 장담 못하는데. 제작자랑 얘기해봐야 하는데, 그러지 말고 먼저 제대로 된 작품이나 만들어 줘. 작품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 돼야 협상이고 뭐고 시작하지. 시간도 부족한데 먼저 설레발부터 떨었다가 나중에 아예 나가리 되는 수도 있으니까.

극작가

제가 누굽니까? 대한민국 최고 극작가 황홀석 아닙니까? 금강석도 아니고 타산지석도 아닌 황홀석. 황홀한 돌맹이 황홀석. 작품은 제게 맡기고 선배님은 나바보한테 가서 확실하게 계약이나 맺어 두세요.




조명 어두워진다. 음악이 흐른다. 사이. 조명 밝아지면 나바보의 연습실. 배우들 극중극을 연습하고 있다.




*극중극 부분




여배우 1 흐드러져 있고 배우 1 바지지퍼를 올린다. 아래 대사들은 피터 한트게 작품 <관객모독>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배우 1

지금까지 이 무대 위에서

배우 2

(바깥에서 큰소리로 부fms다.) 현실이… (들어온다.)

여배우 1

있었던 것도 연극이 공연됐던 것도 아닙

배우 1

니다.

여배우 1

순수한 연극이 공연됐더

배우 1

라면 (서둘러 라면 먹는 모습을 흉내 낸다.)

배우 2

시간 따윈

배우 1

문제 삼지 않았을 겁니다.

여배우 2

놀이가 순수하게 진행될 때엔 시간은 의식되지 않는 법이니까요.

배우 2

이 무대 위에서 순수한 연극이 상연됐더

배우 1

라면

여배우 1

오직 관객의 시간만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연극 속에

배우 2

현실이 (껴안는다.)

배우 1

(둘 사이에 끼어든다)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곳엔 항상 두 종류의 시간이 있어 왔습니다. 관객의 시간인 당시들의 시간과 (칼을 빼들며) 가상의 사실이었던 상연중의 시간

배우 2

이 두 가지의 시간이 늘 있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여배우 1

불구

배우 1

하고 시간은 상연되어지지 않았습 (칼로 남 1을 찌른다)

여배우 1

(비명) 니다!




무대감독이 이 장면을 좀 더 잔인하게 반복하도록 시킨다.




여배우 2

(놀란다) 어떤

배우 1

(당황한다) 연극에서도 시간은 재연되어질 수 없습니다.

여배우 2

시간은 거부할 수도 회수할 수도 없습니다. 시간을 상연할 수 없습니다.

배우 2

(죽어간다) 시간은 사실

여배우 1

적인 겁니다. 시간은 다만 사실적인 것만을 상연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상연될 수 없는 것이

배우 2

므로 (죽는다)

여배우 2

또한 현실도 상연될 수 없는 겁니다. 시간을 초월할 수 있는 연

여배우 1

극만이! (경악)

배우 1

연극입니다. 시간이 함께 상연되는 연극은 연극이 아닙니다. 시간과 무관한 연

여배우 1

극만이! (오열)

배우 1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습니다. 시간과 관계없는 연

여배우 1

극만이! (통곡)

여배우 2

스스로 충족되는 연극입니다. 시간과 무관한 연

여배우 1

극만이! (광란 상태로 오열. 갑자기 퇴장)

여배우 2

시간을 상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이때 연출가와 극작가 연습 도중 등장하여 공연 연습을 지켜보다가 연습이 끝나자 박수를 친다.




연출가

(극작가를 배우 1에게 소개한다.) 나형 여기 이번에 도와준 황 작가. (극작가를 보며) 나바보씨 알지?

극작가

(나바보와 악수한다.) TV에서 많이 봤습니다. 영광입니다.

배우 1

(약간 거만한 자세로 임한다.) 영광은 무슨. 하여튼 잘 좀 부탁합니다. 기 선배님이야 워낙 모독 하나로 지금까지 먹고 살았던 분이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분이고, 그런데 황형은 무슨 작품…?

극작가

네. 아직 무명이나 마찬가집니다. 우리나라 연극판이 아직까지는 실력보다 나이를 우선하고 있으니까요. 여전히 실력 없는 노땅들이 자리를 꽉 잡고 늘어지니 우리 같은 젊은 축은 어디 낄 자리가 있나요.

배우 1

그래도 요즘 젊은 극작가들 작품도 대학로에 가면 심심찮게 눈에 띄던데…

연출가

(배우 2를 소개한다.) 알지? 가찬이.

극작가

아 기가찬 씨. 대학로에서 많이 봤습니다. 함께 자리하기는 처음이지만요.

배우 2

반갑습니다. 형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실력이 아주 빵빵하다고 칭찬이 이만저만 아니던데요.

극작가

빵빵은 무슨? 이제부터 빵빵해져야죠, 뭐.

연출가

그리고 여기 한할례, 박지예, 그리고 나형 동생 나강패 씨.

서로 인사를 나눈다.

배우 1

그래 새로 쓴 원고 가져왔어요?

극작가

기선배님에게 드렸는데요.

연출가

(봉투에서 대본을 꺼낸다.) 여기 가져왔어. 황 작가가 쓴 거 내가 조금 손 좀 봐왔는데… (극작가를 힐끗 살피며) 괜찮지?

극작가

괜찮죠, 뭐. 원래 그러기로 했던 건데. 선배님이 어련히 알아서 잘 고쳤을라고요.

배우 1

(대본을 받아 배우들에게 나눠준다.) 그럼 어디 한 번 읽어볼까. 자 다들 앉어. 멍청하게 서있지 말고. 공연 이제 한 달밖에 안 남았어.




모두 앉아 대본을 읽기 시작한다.




배우 1

삶은 곧 섹스라고 믿고 있다. 머리 속에는 이상적인 여성과의 기묘한 섹스적 환상이 항상 자리 잡고 있다. 물건은 항상 서있고, 삶의 활력이 기이할 정도로 넘쳐난다. 언제 어디서나 행위가 가능한 최고의 숫컷, 준비된 바람둥이, 신토불이 카사노바. 섹스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심지어 목숨도 바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행위의 경험은 일천하고 실천보다 꿈을 좇는 이상주의자, 또는 미친놈.


극작가

그 부분은 등장인물 캐릭터 설명인데…

배우 1

그냥 읽어. 성격 파악부터 해야 하니까.




극작가 머쓱해지고 배우 2 대본을 읽는다.




배우 2

세상을 CF적인 것과 CF적이지 않은 것으로만 구분하는 CF중독자.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CF일 뿐이라고 굳게 믿으며, CF를 만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CF를 보는 사람과 안보는 사람, CF를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 등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이분적사고의 소유자. 흑백논리자. 언제가 CF감독이 대통령이 될 날을 꿈꾸는 무정부주의자. CF모델이 되고 싶지만, 결코 그 꿈이 이뤄지지 않을 것임도 이미 알고 있는 비관론자.

여배우 1

알고 보면 세상은 나와 나 아닌 것의 집합일 뿐이라고 믿고 있다. 공집합이 되지 않기 위해 승냥이처럼 분주하고 여우처럼 영악하게 살지만, 나 아닌 것과 연결된 고리는 고작 PC통신. 우울한 골방에서 은밀한 채팅을 즐기고, 가끔 번개(채팅 도중 갑작스럽게 만나는 행위)에 나가지만 스스로 엮은 고립의 족쇄를 죽을 때까지 풀지는 못할 것임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 스스로 아름다운 독신을 꿈꾸지만 세상은 별 볼일 없는 노처녀라 부르고 있다.

여배우 2

연극만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개혁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지만, 그것을 위해 스스로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인식한다. 과학적 논리와 명철한 철학적 인식을 바탕에 깔고 세상을 이해하려 애쓰지만 본능적으로 삶에 대한 애착이 부족하여 그녀의 모든 노력은 공허한 울림에 그치고 만다.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며 쉬지 않고 연극론을 설파하는 그녀를 세상에선 진정한 예술가, 철학자, 위인, 심지어 성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무대감독

내건 아무런 설명이 없는데

배우 1

넌 쨔샤 원래부터 깍두기 같은 역할이야. 잠자코 듣기나 해. 뭐해? 계속해서 읽지 않고?

여배우 1

대표님 읽을 차롄데요.

배우 1

(머쓱한 표정으로 읽는다.) 역시 2편은 좀 싱겁죠? 그렇습니다. 형만한 아우 없다고, 세상의 모든 2편은 싱겁기 마련입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투, 장군의 아들 투, 조스 투. 아무래도 1편의 명성을 토대로 저예산, 저정성, 저상상력으로 쉽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2편, 3편은 원조보다 재미가 없습니다. (읽다가 갑자기 화를 낸다.) 이게 뭐야? 2편은 뭐고 원조는 또 뭐지?

극작가

어 그게 아닌데. 원래 그 앞에 나바보 씨가 써준 멋진 사나이 꽁트가 있었는데?

연출가

내가 뺐어. 처음부터 코미디로 나가면 좀 웃길 거 같아서.

배우 1

그게 무슨 소리야? 원래 코미디인데?

연출가

글쎄 코미디도 처음부터 너무 웃기면, 좀 웃기잖아.

배우 1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코미디가 웃겨야지 그럼 울려요?

극작가

그러게요. 연극 공연되고 십분 안에 뭔가 터뜨려 줘야지 안 그러면 관객들이 외면할 텐데. 그리고 그렇게 앞대가리만 탁 끊어가지고 느닷없이 2편이 뭐고 1편이 뭐고 하면 관객들이 무슨 소린지도 모를 것이고.

연출가

그건 연습하면서 조금씩 고치면 돼. 자 어서 읽기나 해봐.




극작가와 배우 1 불만스러운 표정




배우 1

(떨떠름한 표정으로 읽는다) 그래서 원조 보쌈, 원조 족발, 원조 이동갈비가 아류보다 더 맛있고 인기도 더 높은 것 같습니다. 하나 같이 진짜 원조다, 골수 원조다, 원조교제다 이렇게 간판 달고 교제하고 그러는가 봅니다. 이렇게 누구나 원조를 좋아하고 1편보다 나은 2편이 없다지만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투가 그랬고 여러분이 지금 보고 계신 모독 투 역시 그렇습니다. 독일 극작가 피터 한트게 선생의 독특한 연극 양식을 채용했지만 그의 독일 관념론적 상상력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토종 신토불이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 우리의 연극 모독 투. 보시면 알게 되겠지만 진짜 무지무지 재밌습니다. 작품 좋고 연출 좋고 배우 좋고 관객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고 (톤을 바꿔서) 모독 투를 보러 오신 관객 여러분,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배우 2

환영합니다. 여러분.

여배우 1

(장미희 흉내를 낸다) 아주 아름다운 밤입니다. 영광스런 밤입니다.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배우 2

연극보기에 좋은 밤입니다. 환영합니다.

배우 1

죽는다는 것은 살아있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시작부터 재수 없게 무슨 죽는 얘기냐고요? 얼마 전 잘 아는 후배 하나가 죽었습니다. 그리 유명하지는 않지만 한 때는 방송관계자들로부터도 매우 촉망받던 재주 많은 개그맨이었습니다. 좀 뚱뚱한 게 흠이었지만, 요즘 잘 나가는 개그맨 치고 마른 개그맨 없잖습니까? 그런데 그 친구가 갑자기 자기네 집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것입니다. 그 친구 부업으로 일본산 식자재 수입회사를 운영했다는데, 쪽바리 새끼들이 아무런 근거도 명분도 없이 취했던 수출금지령으로 인한 일제 불매운동의 여파는 아니었는지.

여배우 2

(느닷없이) 아참,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서로 인사나 합시다. (스스로 대사를 내뱉고도 이상하다는 표정)

배우 1

인사? 갑자기 인사는 또 뭐야?

연출가

그렇게 하나 하나 내용 트집 잡지 말고 우선 읽기부터 하라니까.

배우 1

읽어.

여배우 2

여러분들은 뭔가를 기대했겠죠? 어떤 분위기를 기대했을 거고, 다른 세계를 기대했을 겁니다. 물론 다른 세계를 기대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어쨌든 여러분들은 뭔가를 기대했을 겁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질서 속에 앉아 있습니다. 얼굴들은 한 방향을 향해 돌리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앉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관객입니다. 모두들 자유롭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할 뿐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가 말하는 걸 보고 듣습니다. 여러분들의 숨결은 차츰 우리의 호흡에 맞춰 닮아갑니다. 우리의 연기에 맞춰 숨을 쉽니다. (갑자기 고함을 친다) 야. (사이) 이렇게 제가 고함을 치면 여러분은 놀랍니다. (미친 듯이 웃는다) 제가 이렇게 미친년처럼 웃으면 여러분은 저게 돌았나,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여러분과 우리는 이렇게 가까워집니다. 우리는 결국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갈 것입니다.

배우 2

앞으로 우리는 여러분을 소홀히 취급하진 않을 겁니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도 개나 소의 관점에서 판단해선 안 됩니다. 개나 소나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양극화를 반대한다지만 누구나 고통분담에 참가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들 역시 남이 사는 대로 따라서 살진 않을 겁니다. 남이 가는 대로 따라가지도 않을 겁니다. 그랬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겠죠. 잘나가는 가수들 콘서트나 마구 부수고 때리는 할리우드 영화를 즐기러 가셨겠죠. 여러분들은 아주 훌륭한 관객입니다. 여러분들은 자주성과 주체성이 넘치는 분들입니다. 여러분들은 남이 웃긴다고 웃는 것도 아니고 울린다고 울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남이 웃기면 웃을 거고 남이 울리면 울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무감각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훌륭한 증거입니다. 한마디로 살아있다는 증거겠죠.

여배우 2

자, 이렇게 해서 우리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작했군요. 그러니까 여러분과 우리가 금세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위기를 좀 바꿔보죠. (다른 배우들을 바라본다.)

배우 1

그 여자의 귀에 입김을 호 불었더니 그 여자 얼굴이 뻘겋게 달궈지면서 여드름 같은 것이 사방에서 뾰족하게 일어났어. 전기충격을 받아서 감전된 것처럼 말이지. 난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모르고 겁이 나서 얼른 옷으로 얼굴을 덮고 그 자리를 빠져 나왔어. 아랫도리는 뻣뻣해졌는데, 난 그쯤에서 꿈을 깨고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바깥으로 나왔지. 거리를 걸어가는데 온통 여자들 다리하고 궁둥이 밖에 보이지 않더군. (몹시 불만스런 표정)

여배우 2

여기선 연극의 본질 따윈 취급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책임질게 없어요. 여러분의 호기심은 채워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들에게서 여러분들에게 번득이듯 전달될 섬광 같은 어떤 요소도 없습니다. 흔히 긴장했을 때 들리는 바스락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이 무대가 세상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단지 세상에 속해있을 뿐이죠. 그러나 우리들은 배우이고 여러분들은 관객이라는 입장으로 여기에 있습니다. 각자 다른 영역에 속해있다는 뜻이죠. 사실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 속해 있습니다.

여배우 1

알고 보면 세상은 나와 나 아닌 것들의 집합입니다. 여기 내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 아닌 여러분이 있습니다. 나와 여러분 사이에는 어떠한 동질성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여러분과 여러분도 마찬가집니다. 우린 따로 떨어진 섬처럼 고립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나는 나고 남은 남입니다. 내가 아니면 남이야 죽든 말든 죽이든 말든 다 상관없는 일이죠. 난 나만을 사랑합니다. 따라서 여러분의 오늘 밤은 별로 아름다운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알고 보면 그럴만한 가치를 지닌 사람도 여러분들 중 얼마 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이 땅에 살만한 가치 있는 인간이 도대체 몇이나 되겠습니까?

배우 2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잠깐 동안 씨에프를 보지. 깨끗하고 만화 같고 요술 같기도 해서 부럽게 바라보지. 갑자기 가슴이 뛰고 세상에 나가고 싶었어. 나가면 뭔가 기다릴 것 같거든. 그래서 나와 보니까 아, 아니나 다를까. 포근한 날씨, 아름다운 사람들, 기똥차더라구. 직장에 나갔어. 오늘은 내가 뭔가 다른 사람을 하나쯤 기쁘게 해줘야겠다. 우선 커피를 하나 뽑아줬지. 씨에프처럼 멋지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쳐다보는 눈도 씨에프처럼 은은하게 웃음을 띄우고, 씨에프처럼 천천히 마셨어. 씨에프처럼 김이 모락모락. 기똥차게 하루가 시작되더라고.

배우 1

무대 위에서의 우리의 운명은 아이러닉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연극은 극적인 것도 충격적인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속 시원히 마음껏 웃지도 못할 겁니다. 여기서의 여러분들은 개체가 아닙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의 운명이나, 과거나, 외양이나, 개인적 사건 등은 문제가 안 됩니다. 여러분은 연극경험 그 자체일 뿐입니다. (읽다가 갑자기 대본을 내동댕이친다.) 그만. 도저히 안 되겠어. 이게 무슨 대본이라고. 너무 좆같잖아.




빠른 암전. 사이. 조명 들어오면 극작가 혼자 무대 한가운데 서있다.




극작가

사실 그 대본은 제가 봐도 엉망이었습니다. 기선배가 자기 맘대로 자르고 덧붙이고 고치고 한 겁니다. 제작자를 겸한 나바보가 대본이 맘에 안 든다고 화를 내자 기선배도 화가 나서 연습실을 뛰쳐나갔습니다. 자신의 연극 경력을 토대로 개그맨의 뒷골목 연극에 편승해 한몫 잡으려했던 자기 자신의 태도에 스스로 울화통이 터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제 대본을 왜 연출가가 왜 맘대로 고쳤냐고요? 그렇게 손을 댐으로써 제게 줄 오백만원을 깎으려고 했나 봅니다. 하여튼 그 다음날 제 핸드폰과 전화통은 불이 났습니다. 기선배와 나바보 양쪽에서 모두 저를 찾았던 것입니다.




핸드폰과 유선전화벨 소리 동시에 울린다. 극작가가 핸드폰과 전화를 받으면 연출가와 배우 1이 무대 양 쪽에 나타나 동시에 통화가 이뤄진다.




극작가

(핸드폰을 먼저 받는다.) 네? 아 나바보씨?

배우 1

황 작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이번에 나 좀 도와줘.

극작가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물론 도와드려야죠. 그런데 뭔데요? 잠시만요. (하면서 전화를 받는다.) 네. 황홀석입니다.

연출가

황 작가? 나야. 다름이 아니고 나바보한테 혹시 전화 안 왔어?

극작가

아뇨. 왜요?

연출가

그 새끼한테 전화와도 절대 대본 써준다고 하지 마. 알았지?

배우 1

황 작가 내말 듣고 있어?

극작가

네. 물론입니다. 말씀하세요.

연출가

나바보가 우릴 이용만 해먹고 돈도 안줄 심뽀 같은데, 그러니까 그 새끼한테 넘어가지 말라고. 우리 쪽에서 개기고 있으면 지가 다 승복하게 돼있으니까 말야.

배우 1

솔직히 그게 대본이야. 관객들이 나바보 보러 올 때 웃으러 오지 심각한 개똥철학이나 들으러 오겠냐고. 그러니까 황 작가가 나 도와주면 기선배한테 주려고 했던 돈 이미 지불한 건 할 수 없고, 나머지는 황 작가 다 줄테니까. 알았지.

극작가

기선배한테 돈을 줬어요?

배우 1

그럼 줬지. 뭐 호텔 들어가서 희곡 써야한다고 해서 천이나 줬는데.

연출가

황 작가 지금 누구랑 같이 있어? 누가 무슨 돈을 줬다고 그러는 거야?

배우 1

천이나 먼저 줬는데도 그 따위로 나오는 거야. 그날 저녁 나한테 전화해서 뭐라 그랬는지 알아. 삼천만원 안주면 자기가 날 저작권법인가 뭔가로 고소하겠다는 거야.

연출가

그 새끼 아무래도 고소해버려야 하겠어. 모독의 원작가가 물론 난 아니지만 그래도 이십년 동안 이 기동찬 연극으로 이미 대학로에서 다 인정하고 있는데, 거저먹겠다는 거 아냐.

배우 1

천이나 줬는데 그게 거저먹으려는 거야. 참 기가 막혀서. 그러니까 기선배 제껴놓고 우리 둘이 한 번 만들어 보자고. 황 작가가 좀 고쳐주면 되잖아.

연출가

만약 나 빼놓고 둘이서 공연하려 들다간 큰 코 다칠 줄 알어. 알았어?

배우 1

솔직히 그게 기선배 작품인가. 독일 작품 아니냐고. 번역가한테는 한 돈백 찔러주고 내가 마무리할 테니까 황 작가는 그렇게 알라고. 알았지?




둘의 대사 이어지는 가운데 서서히 조명 어두워진다. 사이. 조명 들어오면 다시 연습실. 배우들 공연 연습중이다.




배우 2

투, 명, 인, 간

여배우 1

눈처럼 투명합니다.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여배우 2

그 사람은 과학자였습니다. 그는 엉뚱하게도 투명인간이 되는 약을 만들겠다고 자신의 연구실에 틀어박혀 한세월을 전부 보내고 있었습니다.

배우 1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아르키메데스처럼 벌거벗고 거리에 나섰는데도 아무도 그의 존재를 몰라봤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투명인간이 된 것이었습니다.

배우 2

그는 작은 공원의 벤치에 등을 기대고 편안히 누웠습니다. 바로 그의 맞은편에 한 쌍의 연인이 앉아서 훤한 대낮인데도 온통 서로의 몸을 더듬고 핥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그들 눈에 그가 보였다면 그렇게 과감한 행위는 하지 못 했겠죠? 하지만 그는 투명인간이니까.

배우 1

그러니 대낮부터 애인의 젖꼭지를 빨던, 남자친구의 거시기를 주무르던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얼마든지 인간이기를 아주 쉽게 포기하는 인간들 진짜 많지 않습니까?

여배우 1

조용히 젊은 것들의 행위를 보고 있노라니 그는 신체의 일부가 서서히 커지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오랜 만에 느껴보는 놀라운 느낌!

여배우 2

그는 물건이 빳빳하게 고개를 내밀고 서있는 상태 그대로 당당히 걸어갔습니다. 가다가 소변이 마려우면 아무데서나 쌌습니다. 어, 갑자기 허공에서 물이 쏟아진다, 하고 놀라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도대체 보이지가 않았으니까요. 그는 투명인간이니까요.

배우 2

투명인간을 씨에프에 등장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시 옷을 입혀서 출연시켜야 하겠죠. 그런데 분장은 어떻게 하죠. 눈, 코, 입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분을 바르고 연지를 찍고 할까요. 투명인간 스스로에겐 자신의 모습이 보일까요. 자신 스스로도 보지 못한다면 그는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요?

배우 1

걱정도 팔자네.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도 잘만 처먹고 잘만 싸던데. 그렇습니다. 갑자기 투명인간은 왕성한 식욕을 느꼈습니다. 성욕보다 한 수 위라는 식욕! (혼잣말) 한수 아래였던가?

배우 2

아 배고프다. 아, 저기 마침 어묵 파는 아줌마가 있네. 가서 몰래 좀 먹고 가야지. 어차피 내 모습이 안보일 테니까 좀 놀라긴 하겠지만 투명인간도 먹어야 살고 금강산도 식후에 경이라는데.

배우 1

하지만 그가 어묵 한 꼬치를 집어 드는 순간. 아줌마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배우 1

아니 이 거지 새끼가 어디 남의 어묵에 손을 대.

여배우 2

노인은 놀랬습니다.

배우 2

아니, 제가 보입니까?

여배우 1

그럼 보이지 않고. 어이고 추접스러워라. 다 늙은 게 뭐 자랑할 게 있다고 빨개 벗고 설치노, 설치긴. 그 덜렁대는 거시기도 지금 거시기라고 달고 다니나. 오매 남사스러운 거. 확 갔다 개나 먹일란다.

여배우 2

순간 투명인간은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슬펐습니다. 자신이 더 이상 투명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투명인간 약이 필요 없는 시대의 도래. 자기에게 피해만 안 끼치면 누구를 보더라도 투명인간처럼 보는 세상의 시각.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투명인간이 되어 살고 있는 것입니다.

배우 2

옆을 보십쇼. 곁에 앉은 사람을 한번 쳐다보십쇼. 뭐가 보입니까? 사람이 보입니까? 시력 좋으신 데요!

배우 1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까? 사람은 보여도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까? 겉은 보여도 속은 유리처럼 투명해 보이지 않습니까? 하긴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모두 투명인간들이죠. 진짜 사람이 사라진 시대. 21세기 투명인간의 시대.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극작가 감동스런 표정으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배우 1의 표정은 몹시 불만스럽다.




배우 1

황 작가. 잠깐 이리와 봐. (극작가 다가오자) 황 작가 나이가 몇이야?

극작가

올해 마흔인데, 왜요?

배우 1

나하고 동갑이네. 친구하면 되겠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여기 투명인간 신 말야.

극작가

투명인간 장면이 왜요?

배우 1

이거 꼭 넣어야겠어?

극작가

왜 맘에 안 드세요?

배우 1

좀 재미없는 거 같은데, 어이 할례, 자긴 어때? 이 장면.

여배우 1

글쎄요. 뭐 그런대로.

배우 1

박지예 자긴?

여배우 2

뭐 좋은 것도 같고 재미없는 것도 같고.

배우 1

그런 말이 어딨어? 강패는?

무대감독

좀 철학적인 것 같긴 한데 그게 또 투명인간 하면 영화가 떠오르고, 투명인간이 똥을 쌌는데, 그 똥이 보일까 안보일까?

배우 1

너한테 물어본 내가 바보지. 저거 동생만 아니면 콱 짤라버리는 건데. 기가찬?

배우 2

난 좋은데.

배우 1

그럼 결정됐네. 민주적으로 4대 1. 투명인간은 쫑. 황 작가 뭐 좀 재밌는 거 없어. 아무래도 작품이 여엉~ 기대가 너무 컸나?

극작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립니까? 어제까진 좋다고 해놓고 공연 며칠 남았다고 다시 쓰라는 겁니까?

배우 1

싫어? 그럼 케이비에스에 있는 후배 방송작가한테 한 번 맡겨볼까? 그래도 괜찮지?

극작가

글쎄요. 그런데 제 고료는?

배우 1

황 작가가 써준 부분이 사실 거의 없거든. 그리고 요즘 방송국도 상황이 안 좋은지 출연료도 박하고, 행사 같은 거 섭외도 잘 들어오지 않고 나도 죽을 지경이야. 그렇지만 뭐 황 작가 조금이라도 수고한 거 아니까, 그건 내 잊지 않을게. 공연 잘 되면, 우선 공연이 성공하고 봐야지 뭐. 그럼 오늘은 여기서 그만 마치지 뭐.




빠른 암전. 사이. 조명 밝아오면 극작가와 연출가. 연출가 계약서를 읽고 있다.




연출가

계약서. 극단 바보나라 (이하 “갑”이라 칭함)과 연출가 기동찬, 극작가 황홀석 (이하 “을”이라 칭함)은 2020년 모월 모일 모시 이 계약을 맺는다. 제 1 조 계약의 목적. 가. 갑은 대학로에 위치한 바보랑아트홀 등 극장에서 피터 한트게 원작 <모독>을 개작한 <모독2>를 제작 공연하기 위하여 을에게 그 집필을 의뢰한다. 을은 제작자 갑의 요구에 응한다. 나. “모독2”의 저작권은 “모독2”의 개작에 참여한 기동찬, 황홀석이 공동으로 소유한다. 단 “모독2”의 저작권을 소유한 2인 중 1인 이상 반대할 경우 갑은 “모독2”를 공연할 수 없다. 등등 불라불라불라… 나바보가 여기다 싸인을 하긴 할까?

극작가

안하면 공연 못하게 해야죠. 뭐.

연출가

글쎄?




조명 서서히 어두워졌다가 갑자기 밝아진다. 극작가 홀로 무대 위에 서있다.




극작가

이렇게 된 겁니다. 여러분. 나바보는 끝내 싸인을 하지 않았고 공연은 이렇게 올라간 거죠.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억울하지 않습니까?

배우 1

(무대 뒤에서 나타난다)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그까짓 돈 주면 될 거아냐. 누군 수천억도 꿀꺽 꿀꺽 삼키는 세상인데 그까짓 작품료 좀 떼어먹었다고 징징 짜긴. (돈뭉치를 던진다. 돈이 허공에 흩어져 날린다)




배우들 모두 나타나 가짜 돈을 객석에 뿌리면서 욕설을 하기 시작한다. (이하 대사들은 공연 당시 시대상황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불합리한 사건을 발췌 재구성해도 된다.)




배우 2

(마치 공연이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대사를 시작한다.)

그러면 무한히 멀었던 여러분과 우리 사이의 간격이 조금 좁아집니다. (모독이란 단어에 필요 이상의 힘을 주어 발음한다) 모독을 받아 몸이 빳빳하게 굳어지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분들을 모독하는 게 아니고, 여러분들이 말하는 모독적 언사를 사용할 뿐입니다. 이 모독은 누구를 지적한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린 음률성을 조성해봤을 뿐입니다. 여러분들은 당황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리 경고를 받았으니까, 모독을 받아도 감당할 수가 있을 겁니다. <너>라는 말 자체가 이미 모독적인 거고 보면, 우린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아주 트자.

여배우 1

어느 시골에서요. 한 농부가 하루는 조를 수수해서 한창 껍질을 벗기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대문 앞에 빚쟁이가 지나가더래요. 그래서 막 뛰어나가려는데, 그 아내가 여보 조까다 말고 시방 어디가유? 하니까 농부가 지금 조깔 새가 어딨어, 빚쟁이 잡으러 가는데. 라고 했대요. 이게 무슨 뜻이에요?

배우 2

(잠자코 듣고 있다가) 좆같은 년이 좆같은 말만 하니까 진짜 좆같네.

여배우 1

뭐라구, 씹새끼야!

배우 1

(크게) 씹, 새, 끼. 씹새끼의 씹, 성숙한 여성의 성기. 씹하자, 성교하자의 속된 말. 씹거웃, 성숙한 여자의 씹두덩에 나는 털. 동아 새국어 사전 1,436 쪽. (관객을 하나 가리킨다.) 뭘 보고 있어, 이년아. 지금 니 얘기하는 거야. 돌대가리 같은 씹할년. (몹시 흥분한 상태. 진짜 화난 것처럼 연기한다.)

여배우 2

다음의 단어를 외우시오. 새, 개, 돼지, 나쁜, 빌어먹을, 염병할, 씹, 환장할, 미치고 펄쩍 뛸, 우라질, 병신, 바보, 좆… 그리고 뒤에 새끼 또는 년을 붙여보시오. 당신들은 아주 훌륭한 욕들을 완성했습니다. 알았냐? 이 새, 개, 돼지, 나쁜, 빌어먹을, 염병할, 씹, 환장할, 미치고 펄쩍 뛸, 우라질, 병신, 바보, 좆새끼들아.

배우 2

욕은 먹는 새끼도 좆같지만 욕을 하는 새끼도 좆같은 거야. 이걸 욕철학적 관점에서 욕의 상호성, 또는 욕의 씨너지효과라고 부르지. 욕은 충격적일수록, 일반성을 벗어날수록, 상식 밖의 내용일수록 더 효과가 크지. 또 여러 욕을 한꺼번에 모아 왕창 내뱉게 되면 더더욱 효과가 있지. 알겠지? 이 개좆 빨다 새똥 맞아 좆뿌러질 우라질 씹새끼들아.

여배우 2

여기 혹시 끝에 사자 붙은 직업 가진 사람 있습니까? 판사, 변호사, 검사, 의사, 간호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수의사, 약사, 한의사, 장의사, 기사, 기술사, 요리사, 대학강사, 박사, 석사, 기공사, 기능사, 개장사. 하여튼 사자 붙은 새끼들 모조리 사형시켜야 돼. 사자 붙은 놈치고 사기 안치는 새끼 하나도 못 봤거든. 변호사는 판사, 검사한테 뇌물주고 죄인 무죄석방 시키고 의사, 간호사는 환자 생명 담보로 돈 뜯어내고, 약사 한의사는 서로 돈 더 먹겠다고 지랄발광을 떨고, 세무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새끼들은 세금 떼먹을려고 눈깔 까뒤집고 복날 개새끼들처럼 핵핵거리고, 박사 석사 새끼는 실력은 좆도 없는 게 돈 내고 교수직을 사고 팔고, 에이 쓰레기차 피할려다 똥차에 치어죽을 새끼들. (관객을 향해) 그러니까 니네들도 자식 출세시킨다고 사자 붙은 직업 가지라고 억지공부 시키지 마 씹새끼들아.

여배우 1

특히 검사, 이 새끼들이 문제야. 전직 검찰 차장 사건 알지? 성접대, 돈접대 받을 만큼 다 받은 거 알면서도 불기소 처분했잖아. 결찰이 기소 의견으로 증거와 함께 보냈고, 피해자 증언도 있는데, 한마디로 지 새끼 감싸기라 이거지. 아 진짜 더러운 새끼들, 이러려면 검찰 조직 아예 없애버리는 게 낫지.

무대감독

더 웃긴 건 마약 사들고 들어오다 공항에서 딱 걸린 전직 국회의원 딸을 불구속기소한 거야. 전직 장관 딸은 무슨 표창장 받은 거 갖고 아주 때려죽일 것처럼 난리 브루스를 추는 놈들이 뽕쟁이를 불구속 기소하다니! 씨발, 이게 나라냐?

배우 1

요즘 젊은이들 중에 조상 탓하는 친구들이 그렇게나 많다더라. 할아버지 잘난 놈들 다했던 친일파 왜 안했어요? 악질 순사질이라도 했으면 후손들 지금 이렇게 개고생 안했을 텐데, 그게 뭡니까? 하필이면 독립운동을 하시다뇨!

배우2

우리 아버지도 해방 후에 빨갱이 좀 신나게 때려잡던지 직업군인이라도 하시던지, 하필이면 민주화운동 하시다가 집을 아예 풍비박산 내시다니. 민주화운동 하던 김에 삼김 눈에 들어 국회의원 따까리라도 좀 하시던지.

극작가

공안검사 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했으니 그런 거까진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순경으로 시작해 고문기술자는 할 수 있었을 거 아닙니까? 어려운 시대에 자식 제대로 키우시려면 그 정도 기술 하나는 갖고 있었어야죠. 그런데 고문기술자는 개뿔, 고문당해 빙신 되셨으니.

여배우 1

(관객 하나를 째려보면서)

야. 너! 그런데, 아까부터 입술을 씨익 찡그리고 몹시 씨니컬한 표정을 짓는데, 그래 넌 깨끗하다 이거냐? 최순실이고 다스고 너하곤 상관없다 이거야? 좆 까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나라 요절나는 거야, 이 무관심탱이들아.

여배우 2

호화 혼수 안 해왔다고 칼 들고 설치는 새끼들. 나중에 니 딸도 똑 같이 당하는 수가 있어. 공정치 못한 욕심탱이들.

무대감독

그저 수입품만 좋다고 이태리제 브래지어, 영국제 빤스, 프랑스제 콘돔만 사서 쓴다는 년들. 내친 김에 보지도 외제로 성형수술하지?

배우 1

회식한다고 고기 실컷 먹고 다시 냉면 시켜 먹다가 반 넘게 남기는 새끼들. 그러다가 배 터지는 수가 있어. 평생 빌어먹을 회식충들아!

연출가

어떤 새끼는 아직도 전두환 새끼 멋있다고 하더라. 뭐 소신 있는 놈이라고? 적어도 전두환 시절엔 경제가 호황 아니었냐고? 에라 이 잡놈, 잡년들아. 그게 전두환이 잘한 거니? 노동자, 농민, 국민들이 잘해서 그렇게 된 거지!

극작가

매일 광화문에 모여 태극기 흔드는 할머니 할아버지, 겨울철에는 나오지 마세요. 감기 걸려요. 얼마 전에는 우리 어머니도 광화문에 나가시더라고요. 심심하대나 뭐라나. 그래서 말했죠. 종북좌파 극작가 아들 두신 분이 그런데 왔다 갔다 하시면 안 됩니다. 그럼 용돈 안 드립니다.

여배우 1

그런데 니들 왜들 그러고 벌쭉거리며 앉아 있냐. 똥 쌌냐? 똥 싸고 뭉개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거냐. 화가 났으면 말을 해. 입이 없냐, 아가리가 없냐?

무대감독

이 새끼들 진짜 웃긴다. 온갖 쌍욕 다 들으면서도 웃고만 있네.

여배우 2

아 알았다. 우리 연극 원래 이렇게 돈 받고 사람들 불러다 실컷 욕하는 연극이라고 그렇게 믿고 있지? 아냐, 씹새끼들아. 오늘 밤 대본 조금 전에 다 고쳤어. 지금 대본에도 안 나온 욕먹고 있는 거야, 이 식충이들아. 그리고 뭐 공감을 느끼러 극장에 온다고? 극장에 와서 강한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공감대는 관두고 니 성감대 관리나 제대로 해라 이 고자새끼들아.

여배우 1

나 참 살다 살다 돈 내고 욕먹으러 오는 새끼들 처음 보네. 헐.

여배우 2

이 새끼들 욕을 먹지 않으면 좆도 안서는 고자새끼들 아냐? 허얼.

배우 1

그래도 군소리 없이 욕먹을 대로 다먹어준 고마운 새끼들이긴 하네. 고마워 씹새끼들아. 허얼!

배우들

(모두 함께 크게 외친다.)

허얼!




급히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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