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7

Jungsan Hwang - 평소에 문학상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반년간 문예지 『두레문학』에서... | Facebook

 Jungsan Hwang - 평소에 문학상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평소에 문학상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반년간 문예지 『두레문학』에서 주는 두레문학상이다. 고사하려다가 상금도 상패도 시상식도 없다는 말을 듣고 받기로 했다. 최재선 교수가 내 작품에 추천평을 써주셨다. 그중 한 편에 대한 평을 옮긴다.
돈다발 사이에서 너를 만났다
악당 빌을 죽이는 영화에서였다
뱀을 좋아하던 시절이었다
권법보다 칼보다 더 민첩하고 더 예리하게
눈먼 것들을 죽이고 있었다
주)
블랙맘바는 아프리카에 사는 독사이다
맹독을 가진 이 뱀은 아주 빠르기도 해서
치타를 뒤쫓아가 물어 죽인다고 한다
아프리카 사자의 개체수가 줄어든 것도 이 뱀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계에 보고된 사실은 아직 없다
코끼리를 물어 죽이고 먹지 않는
정의를 위해서 눈을 어둡게 칠한
검은 입속에 희생자의 공포를 감춘
우리는 모두
잽싸거나 치명적이거나
꼿꼿이 치켜든 성난 작대기거나
- 「블랙맘바」 전문
‘블랙맘바’라는 맹독성의 뱀을 제재로 뱀처럼 살아가는 인간 세태를 묘사하고 있다. ...(중략)...
3연에 이르면 두려움의 대상은 우리, 인간으로 전이된다. 우리가 바로 블랙맘바다. 우리가 인정했던 힘의 세계가, 그 힘에 의탁하여 힘센 것들과 눈먼 것들을 응징할 때 누렸던 환호는 탄식으로 변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눈을 가리고, 맹독의 언어로 희생자를 양산하고 타인을 향해 분노를 발산하던 독을 품은 인간의 세계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블랙맘바가 서식하는 초원이 낙원일 수 없는 것처럼 타인의 아픔을 검은 입속에 감추고 독을 뿜어내는 세상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그러니 이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 안의 성난 작대기, 치명적 독니를 없애려는 노력은 진정 누구의 몫이어야 하는가.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의 징후가 두렵다.(최재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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